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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8화

박연희의 얼굴은 여전히 담담할 뿐이었다.

...

곧이어 김 비서가 문을 밀고 들어오자 박연희는 창가에 서서 조용히 밖을 내다보고 있다가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김 비서, 독일에 다녀오고 싶은데 준비해 줄 수 있겠어요? 또한, 저는 조은혁에게 이 일을 알리고 싶지 않아요.”

김 비서는 망설였다.

어찌 됐든 그녀는 조은혁의 비서이고 조은혁의 월급을 받고 있는데 지금은 그를 배반할 일을 하려고 한다.

한참이 지나 김 비서는 참담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잘리면 다시 일을 구하면 되죠.”

김 비서는 일 처리가 확실한 편이었기에 믿고 맡길 수 있었다.

그녀는 가장 빠른 항공편을 예약해 주고 조은혁의 별장 주소까지 알려주었다. 게다가 박연희가 떠나기 직전 김 비서는 그녀의 캐리어에 독일 지폐까지 넣어주었다.

“그곳은 이곳과 달라서 반드시 현금을 써야 하니 많이 챙겨두는 게 좋을 거예요.”

한편, 장씨 아주머니도 혹여나 박연희가 그곳의 음식을 잘 못 먹을까 봐 그녀에게 통조림을 한가득 준비해 두었다.

계속하여 마음이 놓이지 않았던 장씨 아주머니는 눈물을 머금고 한 번 또 한 번 충고를 거듭했다.

“그곳에 가면 꼭 조심하셔야 해요. 절대 대표님과 정면으로 승부를 겨루려 하지는 말아요. 여자는 때로 좀 부드러워져야 일을 처리하기 쉬운데 나중에는... 그때 가서 다시 생각해보면 되죠.”

김 비서도 그녀의 말에 자못 찬성했다.

박연희도 고개를 끄덕이며 싱긋 미소를 지었다.

“진범아 좀 잘 부탁해요.”

마지막으로 김 비서가 다시 한번 그녀를 꼭 끌어안았다.

“여기는 걱정하지 마세요.”

...

그로부터 10여 시간 뒤, 박연희는 독일의 한 공항에 착륙했다.

당장 조은혁을 보러 가는 대신 그녀는 10평 남짓한 방이지만 혼자 묵기에는 충분한 호텔부터 알아봤다.

짐을 내려놓고 그녀는 다시 외출 준비를 했다.

방을 나서기 전 그녀는 탁자 위 과일 쟁반 위에 놓인 날카로운 과일칼을 살짝 집어 들어 흰색 침대 베개 밑에 내려놓았다.

이윽고 몸을 곧게 세우자 그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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