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혁이 막, 말을 하려던 참이었는데 독일 의사가 와서 그의 손에 두툼한 엑스레이 사진 한 뭉치를 들려주었다.“대표님, 지금 진시아 씨의 병세에 대해 대표님과 다시 이야기하고 싶습니다.”그러자 조은혁은 김 비서에게 대충 둘러대고 전화를 끊었다.“이따가 내가 직접 연희에게 전화할게.”김 비서는 전화기 너머로 참다못해 욕설을 퍼부었다....진시아의 상태는 낙관적이지 않았다. 의사는 자궁 적출에 적합하지 않다며 그녀에게는 살 가망이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진시아 씨에게는 기껏해야 3개월밖에 안 남았는데 대표님, 진시아 씨의 곁을 잘 지켜주세요.”의사가 떠난 후.조은혁은 한 손에는 휴대전화를 들고 다른 손에는 시가를 낀 채 창가에 서 있었다.물론 담배를 피우지는 않았다.같은 시각, 진시아는 그를 뒤에서 껴안고 그의 몸에서 나는 냄새에 연연했다. 비록 조은혁이 그녀를 만지려 하지 않더라도... 진시아는 조은혁이 줄곧 그녀와 함께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고 그들은 정상적인 부부와 다를 바 없다고 느꼈다.그녀는 곧 죽을 것이다.하지만 진시아는 죽기 전에 조은혁의 모든 사랑을 받고 죽기 때문에 무엇이든 두렵지 않았다.이윽고 진시아는 그에게 기대어 다정하게 속삭였다.“은혁 씨, 전 당신에게 가장 좋은 모습을 남기고 싶어요.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소원은 당신과 결혼하는 것이에요. 하지만 당신에게는 이미 아내가 있고 당신도 마음속으로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하지만 단 한 가지 부탁이 있는데 저와 웨딩 사진을 한 세트 찍어주세요. 우리 딱 한 번만 결혼한 척, 부부였던 척 해봐요... 전 정말 은혁 씨에게 더 이상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당신에게 매달리지도 않을게요. 당신은 결국 그녀 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건 저도 아니까요.”진시아의 말에 조은혁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는데 그의 눈빛은 하염없이 깊고 진중했다.진시아는 고개를 쳐들고 그의 잘생긴 이목구비를 가볍게 쓰다듬었다.그는 정말 잘생겼다.그의 이목구비는 마치 하느님이
한참이 지난 후에야 박연희는 전화를 받았다.오랜 시간 동안 그들은 그 누구도 먼저 말을 꺼내지 않았고 전화의 양쪽 끝에는 서로의 가벼운 숨소리만 들려왔다... 그들은 부부였지만 지금은 서로의 숨결조차 낯설었다.마침내 조은혁이 먼저 입을 열었다.“몸은 좀 어때?”밤공기가 얼음물처럼 차가웠다.박연희는 아주 담담하게 답했고 게다가 그녀는 프랑스어를 썼다.“김 비서가 다 알려줬을 것 같은데 전 괜찮아요. 하인우 씨의 각막을 이식받아서 지금은 이미 시력을 회복했어요... 그리고 하인우는 뛰어내려 죽었고요. 하인우 씨 부인인 소미 씨도 덩달아 목숨을 끊었고요.”“다음에 만나면 제 눈에 있는 건 인우 씨의 각막일 겁니다.”“제 생각엔 당신도 이러한 저를 보고 싶지 않을 것 같은데. 그래서 조은혁 씨, 우리 이혼해요. 결혼의 굴레에서 벗어났으니 더 이상 진시아 씨를 힘들게 할 필요 없어요. 그녀를 어떻게 대하든 상관없고 심지어 그녀에게 명분을 줄 수도 있고... 다 돼요.”...박연희의 프랑스어는 유창할 뿐만 아니라 억양도 매우 정확하다.다른 한편, 조은혁은 주먹을 꽉 움켜쥐며 긴장된 목소리로 말했다.“나 프랑스어를 할 줄 아는구나.”이윽고 조은혁은 그날을 떠올렸다.그날 닥터 앨런은 그에게 진시아와 박연희 중 한 명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고 앨런은 그 나라 남자들은 모두 가정을 중시한다고 말하며 그가 박연희를 굳건히 선택할 줄 알았다.하지만 조은혁은 박연희의 각막은 아직 급하지 않다고 더 기다려도 된다고 생각했다.그러나 그는 진시아를 선택했다.그는 앨런에게 프랑스어로 그의 결정을 말했고 박연희가 프랑스어를 알아듣지 못할 거라고 여기며 여전히 그녀를 살뜰하고 부드럽게 보살폈는데... 박연희가 프랑스어를 알아들을 수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그때 박연희는 그의 결정을 듣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조은혁의 생각을 대충 짐작한 박연희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그래요, 전 프랑스어 할 줄 알아요. 조은혁 씨, 만약 제가 프랑스어를 알아듣지 못한다면
의사는 청진기를 들고 열심히 청진하더니 잠시 후, 손을 거두며 입을 열었다.“감기가 들어서 폐렴이 좀 있는 것 같은데 그래도 괜찮습니다... 약 좀 먹으면 괜찮아질 거예요.”장씨 아주머니는 폐렴이라는 말을 듣고 긴장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혹시 주사를 맞아야 하는 건가요? 다른 아이들은 폐렴에 걸리면 모두 링거를 맞아야 한다던데.”“그렇게 심각하진 않습니다.”그는 하민희의 신상을 알고 있기에 손을 뻗어 아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다시 박연희에게 고개를 돌려 말을 건넸다.“사모님, 가능하면 모유를 먹여주세요. 그러면 작은 아기의 면역력이 더 강해질 것입니다.”그러자 박연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가볍게 응했다.이윽고 박연희는 하민희를 품에 끌어안으며 매우 부드럽고 가볍게 어루만져주었다. 옆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던 의사는 괜히 눈시울이 붉어져 일부러 마른기침을 한 번 했다.“그럼 전 지금 가서 약품 명세서를 써오겠습니다.”박연희는 장씨 아주머니더러 의사와 함께 갔다 오라며 그녀를 보냈다.극진한 보살핌 끝에 하민희의 몸은 점차 좋아지기 시작했고 박연희는 김 비서에게 비싼 돈을 쥐여주며 건강한 모유를 사 오라고 부탁하였다... 그렇게 매일 하민희에게 모유를 주고 지극정성으로 보살피자 하민희는 보름 만에 정말 하얗고 부드럽게 잘 컸다.그리고 밤이 되면 두 아이는 서로를 부둥켜안고 함께 잠이 들었다.장씨 아주머니는 옆에 앉아서 기쁨이 가득 찬 눈으로 박연희와 일상 이야기를 나누었다.“사모님, 이 두 아이는 서로를 꼭 빼닮은 것 같아요. 정말 친남매가 따로 없다니까요.”한편, 박연희는 침대 머리맡에 기대어 작은 옷을 짜고 있었다.은은한 핑크 컬러의 옷이었는데 박연희가 특별히 하민희를 위해 짜 준 것이다.앞으로 진범이에게 있는 것은 민희에게도 모두 한몫 챙겨줄 것이다. 그녀는 민희에게 모든 온정을 베풀어 아이를 외롭게 하거나 의지할 사람이 없게 하지 않을 것이다.한참이 지나 장씨 아주머니가 박연희에게 다가왔다.“옷이 정말 예쁘네요. 우리 민희 아가
박연희의 얼굴은 여전히 담담할 뿐이었다....곧이어 김 비서가 문을 밀고 들어오자 박연희는 창가에 서서 조용히 밖을 내다보고 있다가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김 비서, 독일에 다녀오고 싶은데 준비해 줄 수 있겠어요? 또한, 저는 조은혁에게 이 일을 알리고 싶지 않아요.”김 비서는 망설였다.어찌 됐든 그녀는 조은혁의 비서이고 조은혁의 월급을 받고 있는데 지금은 그를 배반할 일을 하려고 한다.한참이 지나 김 비서는 참담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잘리면 다시 일을 구하면 되죠.”김 비서는 일 처리가 확실한 편이었기에 믿고 맡길 수 있었다.그녀는 가장 빠른 항공편을 예약해 주고 조은혁의 별장 주소까지 알려주었다. 게다가 박연희가 떠나기 직전 김 비서는 그녀의 캐리어에 독일 지폐까지 넣어주었다.“그곳은 이곳과 달라서 반드시 현금을 써야 하니 많이 챙겨두는 게 좋을 거예요.”한편, 장씨 아주머니도 혹여나 박연희가 그곳의 음식을 잘 못 먹을까 봐 그녀에게 통조림을 한가득 준비해 두었다.계속하여 마음이 놓이지 않았던 장씨 아주머니는 눈물을 머금고 한 번 또 한 번 충고를 거듭했다.“그곳에 가면 꼭 조심하셔야 해요. 절대 대표님과 정면으로 승부를 겨루려 하지는 말아요. 여자는 때로 좀 부드러워져야 일을 처리하기 쉬운데 나중에는... 그때 가서 다시 생각해보면 되죠.”김 비서도 그녀의 말에 자못 찬성했다.박연희도 고개를 끄덕이며 싱긋 미소를 지었다.“진범아 좀 잘 부탁해요.”마지막으로 김 비서가 다시 한번 그녀를 꼭 끌어안았다.“여기는 걱정하지 마세요.”...그로부터 10여 시간 뒤, 박연희는 독일의 한 공항에 착륙했다.당장 조은혁을 보러 가는 대신 그녀는 10평 남짓한 방이지만 혼자 묵기에는 충분한 호텔부터 알아봤다.짐을 내려놓고 그녀는 다시 외출 준비를 했다.방을 나서기 전 그녀는 탁자 위 과일 쟁반 위에 놓인 날카로운 과일칼을 살짝 집어 들어 흰색 침대 베개 밑에 내려놓았다.이윽고 몸을 곧게 세우자 그녀의
박연희는 그동안 건강을 많이 되찾은 것인지 얼굴이 매우 윤택해졌다.여전히 말랐지만 몸 전체에 골고루 살이 붙어 전보다 훨씬 건강해 보였고 피부도 예전의 곱고 하얀 피부로 돌아왔다.그녀는 영국식 치마 한 벌을 입었는데 몸매가 적당하여 옷 태가 살았다.조은혁은 오랫동안 그녀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마치 같은 차원이 아닌 것만 같았다.한편, 웨딩숍의 인부들은 눈치채지 못하고 계속하여 그에게 물었다.“대표님, 사모님과의 웨딩 사진은 여기에 두면 될까요?”이윽고 다시 정신을 차린 조은혁은 본능적으로 박연희를 향해 몇 걸음 다가갔다.그는 박연희의 가는 손목을 잡고는 찔리는 구석이 있는 것인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가서 다시 얘기하자.”“왜 나가요?”박연희는 그의 손을 뿌리쳤다. 그녀는 주위를 둘러보다가 사치스러운 인테리어로 뒤덮인 집안을 보며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여기가 당신이 여자를 숨겨둔 곳이라 그래요? 그래서 못 보여주는 거예요?”조은혁이 미간을 찌푸렸다.“조은혁 씨, 돈 많은 남자들이 밖에서 여자를 찾는다는 걸 알지만 사실 저도 신경 안 써요... 하지만 진시아는 하마터면 진범이를 죽일 뻔했잖아요. 그런데 당신은 여전히 진시아를 살려둔 것도 모자라 이곳에 숨겨두고 스폰해주고 계시네요. 조은혁 씨, 당신이 그녀와 뒹굴 때 진범이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있어요? 죄를 지은 것 같은 기분이 들지 않아요?”박연희를 바라보고 있는 조은혁의 눈동자는 블랙홀처럼 깊고 끝이 보이지 않았다.“난 진시아와 뒹굴지 않았어.”박연희가 미처 입을 열기도 전에 계단 입구에 나타난 진시아는 마른 얼굴에 세련된 차림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천천히 그들에게 다가오며 연약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어머 사모님, 전 이제 살날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사모님이 뭐 어떻게 하실건데요? 설마 제 마지막 소원조차도 들어주지 않을 거예요? 사람들은 사랑은 선착순이라고 하잖아요. 굳이 순서를 따지자면 제가 사모님보다 먼저잖아요... 게다가 은혁 씨는 당신에게 간도 내주었
그 순간, 조은혁은 그들이 처음 키스한 날 박연희가 온몸을 몸서리치던 그 장면을 떠올렸다.그때 그를 올려다보던 그녀의 눈에는 녹여지지 않 사랑이 가득 담겨있었다.하지만 현재, 그를 바라보는 박연희의 눈빛은 얼음장처럼 차갑기만 했다.박연희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왜 안 때려요? 당신의 보물단지를 위해 화풀이해야 하지 않겠어요?”조은혁은 다시 이성을 되찾고 막, 말을 하려고 할 때, 박연희는 다시 그 꽃병을 들고 그의 머리를 향해 세게 내리쳤다.그녀는 조금도 힘을 거두지 않았고 정말 때려죽이려는 심산으로 달려든 것이다. 조은혁이 죽으면 까짓거 감옥에 가면 그만이다. 그렇다면 김 비서는 하민희를 찾아내고 민희의 미래에 대해 잘 준비해 둘 것이다.박연희가 입가에 냉소를 머금었다.목이 잠겨서 그녀의 목소리에는 대부분 공기만 가득했다. “조은혁 씨, 저는 당신 두 남녀가 평생토록 얽매이기를 기원할게요... 꼭 검은 머리가 파 뿌리가 될 때까지 서로 사랑하세요.”머리에서 계속하여 피가 흘러내렸지만 조은혁은 신경 쓰지 않았다.그는 박연희의 가는 손목을 한 손에 잡고 그녀를 품속으로 끌어들였다. 박연희의 눈동자를 바라보니 그 눈동자 속에는 그가 알 수 없는 낯선 무언가가 들어 있었다. 조은혁은 틀림없이 하인우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인우만 아니었다면 그의 연희가 어떻게 그를 이렇게 대할 수 있겠는가.목이 메어온 조은혁은 마른기침을 연신 삼켜댔다.문득 그가 박연희를 밖으로 끌어내자 계단에서 진시아의 외침이 들려왔다.“은혁 씨!”그러나 조은혁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결국, 몸을 가누지 못하고 계단에서 넘어진 그녀는 달갑지 않은 듯 손바닥의 살을 꼬집으며 중얼거렸다.“은혁 씨를 붙잡을 수 없다는 걸 진즉 알았어. 박연희가 오자마자 정신이 팔려 날 버리고 갔잖아.”옆에 있던 고용인이 작은 목소리로 위로를 건넸다.“사모님...”그런데 그때, 진시아가 갑자기 고용인의 뺨을 한 대 내리쳤다.화가 난 진시아는 고래고래 고함을 질러댔다.“내가
며칠 동안의 짜증이 풀렸다.그는 그녀의 몸을 귀여워하면서 허리를 굽혀 그녀와 키스를 시도했다.박연희는 크게 저항하지 않았다.그녀는 심지어 그가 두 팔을 꽉 잡고 베개에 누르는 것과 그가 신체적인 욕구 마구 쏟아내는 것을 다 받아들였다. 가끔 그가 심하게 굴면 그녀는 참을 수 없는 낮은 숨을 내쉬며 붉은색과 땀으로 얼룩진 작은 얼굴을 하얀 베개에 뒤척이기도 했다.그녀의 이런 모습이 조은혁은 매우 사랑스럽게 느껴졌다.그는 끊임없이 그녀와 관계를 했다. 그는 자신이 이렇게까지 흥분한 적이 거의 없다고 느꼈다. 심지어 그는 지금 이 순간에 죽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좋아? 내가 너한테 이러는 게 좋아?”조은혁이 그녀의 턱을 핥고 키스하며 속삭였다.박연희의 눈동자가 몽롱해졌다. 그녀는 마치 남녀관계의 쾌락 속에 빠져 있는 것 같았으나, 그녀의 손은 베갯속을 더듬고 있었다.그녀가 칼자루를 쥐고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칼을 조은혁의 심장으로 가져갔다.조은혁은 몸이 굳었다.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숙여 자신의 가슴을 바라보았다. 그 칼은 조은혁의살 속에 단단히 박혀 있었다.선혈이 낭자했다.박연희는 개미 한마리 죽이지 못하는 사람인데, 사람을 죽이려고 하고 있었다.박연희는 얼굴이 창백했고 몸은 계속 가볍게 떨렸지만, 그녀는 손에 있는 칼을 다시 그의 살 안으로 쑤셔 넣었다.참을 수 없는 통증 속에서 조은혁은 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다.그녀는 틀림없이 그를 극도로 미워해서, 그래서 그가 죽기를 바랐을 것이라고.박연희는 그를 오늘 확실히 죽일 생각이었겠지만, 그녀는 알지 못했다...조은혁은 입술이 하얗게 질려서 칼자루를 잡아 힘껏 뽑아냈다. 시트의 한쪽이 피로 물들여져 보기만 해도 아찔한 광경을 자아냈다. 그가 칼을 옆으로 던졌다.그는 피가 섞인 손가락으로 그녀의 뾰족한 턱을 잡고는 상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고개를 숙여 그녀와 키스를 했다. 그의 목소리는 끊어질 듯 힘이 없었다."몸으로 나를 유혹해 너와 잠자리에 들도록 하고 칼로 찌르
조은혁이 일어서 앉았다.김 비서가 그런 그를 말렸다."대표님, 몸에 그렇게 큰 구멍이 생기셨는데, 누워서 더 쉬십시오.”조은혁은 그녀를 한 번 쳐다보고는 조용하게 입을 열었다.“기분 좋아보이네? 가서 담배 한 갑이나 가져와.”김 비서는 처음에는 동의하지 않았지만 조은혁이 버티자 할수 없이 밖으로 나가 밖에 있던 경호원에게 담배 한 갑을 빌려 조은혁에게 건넸다.조은혁은 침대 머리맡에 기대어 앉아 담배를 한 개비를 얇은 입술에 물고 고개를 숙여 불을 붙였다.연기가 피어오르자 그는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독일 검찰에서는 뭐라고 해?”김 비서가 사실대로 보고했다.“사모님이 진술을 번복하지 않으면 정식적으로 안건을 성립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때가 되면 저희 쪽에서 협조하지 않는다고 해서 결과를 바꿀 수는 없습니다.”조은혁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김 비서가 잠시 후 말을 이었다."대표님, 그룹 주식, 그리고 진시아 씨와의 스캔들은 어떻게 대처하죠?”조은혁은 머리를 들고 느릿느릿 담배를 빨았다.잠시 동안 그는 눈을 가늘게 뜨다가 입을 열었다. "박연희의 일이 해결되면, 다른 건 다 쉽게 해결 돼.”김 비서는 그가 존경스러울 지경이었다.이런 큰 위험에 직면했는데도 이렇게 침착하다니.하루아침에 JH그룹의 수백억이 증발했는데, 눈살 하나 찌푸리지 않고...박연희 씨는 왜 대표님의 머리를 찌르지 않은거지?조은혁은 담배 반 개비 정도가 다 탈 때쯤에 사레가 들려 몸을 돌려 담배를 끄고 말했다."검찰 쪽 사람이랑 약속 좀 잡아봐. 오늘 밤에 만나는 걸로, 빠르면 빠를수록 좋아.”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누군가 병실 문을 열더니 한 경호원이 들어왔다.조은혁은 자신이 말할 때 다른 사람이 방해하는 것을 싫어한다.경호원이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말했다."조 대표님, 진시아 씨가 몸이 아프다면서 같이 있어 달라고 하십니다.”조은혁의 눈가에 노여움이 묻어나왔다.“몸이 아프면 의사를 찾으라고 해!”"내가 병을 고칠 줄 아는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