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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1화

온유한은 장형준과 그 비서를 헬기로 태안병원으로 옮겼고 정유진은 두 사람을 찾아갔다.비서는 열심히 회복하고 있었다. 뼈가 부러진 곳은 꽤 오래 쉬어야 한다.장형준의 상태는 여전히 심각했다. 매일 깨어 있는 시간이 너무 적어 온유한은 전문 의사 선생님에게 연락하여 개두술을 준비했다.“걱정하지 마. 우리 의사들이 있잖아. 간병인도 24시간 배치했고.”말을 하던 온미정은 정유진의 얼굴을 보고 말했다.“요즘 몸무게 재본 적 있어? 거울 좀 봐봐. 너무 야위어서 귀신 같아.”“잠이 안 와요.”정유진의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이 없었다. 여유로운 표정을 짓고 싶어도 할 수가 없어요.“너...”“고모님, 이제야 내가 그 사람을 많이 사랑했음을 알 것 같아요.”온미정은 한숨을 내쉬었다.“지찬이가 어떻게 되든 너는 꼭 견뎌야 해. 엄마, 아빠도 있고 아이도 있잖아. 지찬이가 이 말을 들으면 얼마나 좋아하겠어.”정유진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마음이 아팠다. 설마 온미정마저 강지찬이 돌아오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는 것일까?온미정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K그룹으로 돌아오자 임우연이 황급히 다가왔다.“정 대표님, 성유 쪽에 문제가 좀 생겼습니다.”정유진은 깜짝 놀랐다.“성유요?”임우연이 설명했다.“전태연, 기억나시죠? 작년에 강 대표가 전씨 가문의 사업에서 인수한 작은 회사인데 원래는 작은 동영상 플랫폼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되었어요. 이름을 성유라고 바꾸고 인플루언서들과 연예인 계약서를 체결하여 현재 몸집을 점점 더 키우려 했습니다.”“무슨 일인데요?”임우연은 사무실 문을 닫으며 말했다.“몇몇 인플루언서들이 매니저들을 스폰서에서 뇌물을 받고 횡령혐의로 신고해 경찰이 개입했어요.”“사실입니까?”“네, 사실입니다.”“공적인 일이니까 회사 입장에서 처리하세요.”임우연이 아무 말을 하지 않자 정유진이 계속 말을 이었다.“이 일은 직접 처리하고 성유의 담당자가 능력이 안 되면 바꾸세요. 다시는 이런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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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2화

화상회의는 어쩔 수 없이 중단되었다. 정유진이 몸을 돌리는 순간 자기를 향해 씩씩거리며 달려드는 남자를 발견했다.20대 후반의 이 남자는 꽤 잘 생겼다. 양복을 입은 남자는 여자아이들보다 더 가녀린 발목을 드러내고 있었다.작은 키는 아니었고 적어도 1미터 80센티미터는 되는 듯했다.“제가 정유진입니다.”정유진이 대답하자 임우연이 얼른 나섰다.“정 대표님, 이분은 성유의 책임자 서원준입니다.”서원준은 순간 어리둥절해졌다. 대표이사가 회사 연예인보다 더 예쁠 줄은 생각지도 못했기에 정유진의 얼굴을 본 순간 까맣게 잊어버렸다.정유진은 무표정한 얼굴로 시크한 분위기를 자아냈다.“무슨 일로 저를 찾으시는 것이죠?”“나는...”서원준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더니 오만방자한 태도를 취했다.“나야말로 물어봐야겠어요. 당신이 뭔데 나를 자르는데? 그런 암묵적인 룰을 만들고 돈을 탐낸 사람이 나인 것도 아니잖아요! 그 일은 더더욱 내가 한 게 아니고요!”정유진은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본인 회사에서 벌어진 일이잖아요. 책임자로서 당연히 책임을 피할 수 없겠죠.”짜증이 난 서원준은 얼굴이 예쁜 사람은 역시 상대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다.“그게 내 탓입니까? 성유에 남아있던 망나니들이 한 짓이잖아요. 나는 본사에서 파견된 지 반년밖에 되지 않았고 회사를 확장하느라 바빴어요. 그런 일은 나도 이제야 알게 되었다고요.”정유진이 임우연을 바라보자 임우연이 말했다.“서 대표님은 확실히 지난해 본사에서 성유에 파견한 게 맞습니다.”그리고 다시 서원준을 보고 말했다.“서 대표님, 오해입니다. 본사도 서 대표님을 해고하려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일이 생겼으니 외부에 공식 입장을 발표해야 합니다. 본사에서 사람을 보내 성유를 인수하고 이 난리를 수습할 겁니다.”“동의할 수 없어요!”김정은이 손을 내젓더니 의자를 끌어당기고 털썩 앉았다. 임우연의 말에 화가 난다는 뜻이다.“개고생은 혼자 다 했고 본사 요구대로 성유를 일으켜 세웠는데 이제 필요 없으니까 발로 뻥 차버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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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3화

서원준이 헛소리하고 있는데 강지현이 들어왔다.회의실 안을 둘러보더니 정유진의 얼굴에 시선을 고정하고 말했다.“아래층에서 누가 들이닥쳤다고 하던데 괜찮아요?”정유진이 대답했다.“괜찮아요.”코를 만지작거리던 서원준은 그제야 어색한 얼굴로 말했다.“그래요. 볼일 보세요.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서원준이 가고 나서야 임우연이 정유진을 보며 말했다.“외국에서 돌아온 사람이라 성격이 불같아요. 능력은 있는 사람이어서 강 대표가 특별히 헤드헌터를 찾아 영입한 거예요.”정유진은 그의 막무가내 행동에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다.“괜찮아요. 성유 쪽 일은 그 사람한테 맡기세요.”“네.”주주총회에 참석하러 온 강지현은 함께 회의실로 가니 다른 주주들은 거의 다 도착해 있었고 강원훈도 있었다.정유진이 들어오자 강원훈은 먼저 말했다.“유진아, 성유 쪽에 일이 생겼다면서?”“별일 아니에요. 서 대표 혼자 해결할 수 있어요.”또 다른 주주가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별일 아니라니요. 그 인플루언서들은 수백만 명의 팬이 있어요. 그 사람들이 소란을 피우면 성유와 K그룹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어요.”말을 마친 뒤 옆에 있던 주주를 향해 한숨을 내쉬었다.“여자들은 역시 머리에 든 게 없어요. 강 대표가 있었더라면 바로 조치를 취했을 텐데...”이들은 정유진의 회장 직무대행에게 여전히 불만이 있는 게 분명했다.다만 말하는 사람은 강지찬의 편도 강지현의 편도 아닌 강원훈의 사람이었다.정유진이라는 사람은 원래부터 자기에게 들이민 칼을 피하는 타입이 아니다. 그녀는 마음속으로 누가 꿍꿍이를 꾸미고 있는지 알고는 아예 화살을 돌렸다.“셋째 숙부, 성유의 일에 대해 좋은 생각이 있으면 말씀하세요.”강지현과 최의현 모두 그녀를 쳐다보았고 최의현은 신이 난 나머지 박수까지 치고 싶었다.강원훈은 정유진이 한눈에 그 주주가 강원훈의 사람임을 알아차릴 줄 몰랐다.두 손을 펼치더니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대표님이시니 마음대로 하세요.”정유진은 사람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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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4화

본가에 도착하니 11시가 넘었다. 강홍식은 이미 잠자리에 들었기에 정유진은 인사하러 가지 않았다.강지아는 아직 잠을 자지 않은 채 소파에서 쿠션을 안고 멍하니 있었다.눈이 벌겋게 달아오른 것을 보니 또 울었음이 분명했다.“무슨 일 있었어?”강지아는 정유진의 품에 안기며 말했다.“새언니, 오빠 장례식을 치를 거래요.”그제야 시아버지가 이 일로 그녀를 본가에 오라고 했다는 것을 알게 된 정유진은 가슴이 미어졌다.강지아가 펑펑 울며 말했다.“새언니, 오빠는 죽지 않았어요. 우린 기다려야 해요. 사람도 못 찾았는데 무슨 근거로 우리 오빠가 죽었다고 하는데요?”“새언니, 장례식 치르지 말아요. 오빠는 안 죽었어요. 안 죽었다고요.”정유진은 단호하게 말했다.“안 치를 거야. 우리 같이 기다리자. 장례식 같은 것은 없어.”다음 날 아침, 집사가 와서 정유진을 불렀다.아니나 다를까 강지찬의 장례를 치르기 위해 그녀를 불렀다.“사람이 사라진 지 보름이 다 되어가. 첫 번째 7일제는 이미 놓쳤으니 장례식은 반드시 치러야 지찬이를 편안히 보낼 수 있어.”남의 집 얘기를 하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하는 강홍식에 정유진은 화가 났다.“강씨 집안에는 장례식 같은 건 없어요. 강지찬 씨는 죽지 않았다고요!”강홍식은 정유진과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 워낙 며느리를 못마땅하게 여겼고 더욱이 이 여자에게 재산을 빼앗겼으니 정유진이 미워 죽을 지경이다.강홍식은 정유진을 가리키며 말했다.“네가 그러고도 인간이야? 지찬이가 혼이 되어 이 승에 남아 떠돌면 어떡하려고 그래.”“다시 한번 말하지만 강지찬은 죽지 않았어요. 꼭 돌아올 거예요!”정유진이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말을 마치자마자 가버리자 강홍식은 숨을 헐떡였다.“이 악독한 여자! 거기 서!”집사가 따라나서며 말렸다.“사모님, 어르신께서 그냥 넘어가지 않을 거예요. 저, 저 사람은 일부러 그러는 거예요. 구실을 찾아서 고향에 있는 사람들을 모두 불러오려고 해요.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해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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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5화

이틀도 지나지 않아 강씨 집안의 고향 친척들이 모두 왔다.정유진이 강홍식의 마당에 들어서자 울음소리가 들렸다.“새언니, 들어가지 말아요.”셋째 고모, 넷째 고모들의 말하는 소리만 들으면 강지아는 가슴이 답답해 그들과 어울리기 싫었다.정유진은 아주 태연한 얼굴로 말했다.“괜찮아. 어차피 언젠간 부딪혀야 할 일이야.”아마 정유진이 옆에 있은 탓인지 강지아도 더 이상 두렵지 않았다.사람들로 가득 찬 홀에는 낯익은 얼굴도 있었고 처음 본 사람도 있었다. 지난번 생신을 쇠었던 고모할머니도 있었는데 목소리가 제일 컸다.“지찬이가 찾는 아내 때문에 팔자가 안 좋은 것 같아. 내 생일잔치에서 그런 짓까지 했으니 지찬이가 없으면 더더욱... 오빠, 지찬이 대신 집 잘 지켜야 해요. 추잡한 일이 벌어지면 안 되잖아요. 우리 같은 가문에 똑똑한 애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런 애들을 창피하게 하면 안 되잖아요.”다른 할머니들이 얼른 맞장구쳤다.“맞아요. 우리 강씨 가문이 창피를 당하면 안 되죠.”“지찬이만 불쌍하게 되었죠. 젊은 나이에 어쩌다가...”“설마 누가 재물을 노리고 사람을 죽인 건 아니겠죠? 요즘 인심이 흉흉해서 돈이라면 무엇이든 다 하잖아요.”이 말은 또 한 번 많은 사람들의 토론을 불러일으켰다.현관에 서 있던 정유진과 강지아는 그제야 나이 든 어른들을 초대했다는 사실을 알았다.말도 안 되는 소리를 듣고 있자니 들으면 들을수록 정유진이 돈 때문에 강지찬의 사고를 사주한 것이라고 생각하게 만들었다.“다들 닥쳐요!”강지아는 집안의 친척들에게 아무런 감정이 없었다.“누가 우리 집에 와서 허튼소리를 하라고 했어요?”이 방은 모두 어르신들이고 게다가 강홍식이 초대한 친척이기도 했다. 절반은 강홍식보다 족보가 높은데 후대에게 손가락질을 받으니 하나같이 화가 나 죽을 지경이었다.“홍식아, 얘 지아지? 가정 교육을 어떻게 했기에.”“예의가 하나도 없구나, 어쩐지 엄마가 없더라니.”“오빠, 아이를 버릇없이 키우면 안 돼요.”강홍식은 강지아를 매섭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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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6화

이렇게 많은 친척들 앞에서 며느리의 큰 소리에 한참 생각하던 강홍식은 점점 더 화가 났다.“정상으로 잘 돌아간다는 게 무슨 말이야? 남편이 없는데도 잘 돌아간다고? 정유진, 너는 도대체 무슨 속셈이야?”고모할머니도 한마디 거들었다.“너의 마음에 지찬이가 있기는 해? 너를 좀 봐. 옷도 요염하게 차려입고 화장도 짙고 남자가 죽자마자 방탕해지기 시작하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정유진은 그동안 잘 먹지도 자지도 못해 안색이 안 좋았다.하지만 회사에 출근해야 하고 K그룹의 그렇게 많은 회의에 참석해야 하는데 울상을 하고 K그룹의 임직원들을 대할 수는 없지 않은가?정유진을 안 좋게 말하는 것을 도저히 들을 수 없었던 강지아는 얼른 일어나 두둔했다.“우리 새언니의 화장이 어디가 진한데요? 비비와 립스틱만 바르고 눈썹을 그린 것뿐이에요. 오피스 룩을 입은 개 요염한 옷차림이에요?”“너 같은 계집애가 뭘 알아, 저리 가!”고모할머니는 계속 정유진을 보며 말했다.“지찬이 사고 난 게 얼마나 큰일인데 감히 우리 어른들에게 숨겨?”다른 사람들도 앞장서며 말했다.“지찬이의 신분이 얼마나 중요한데? 이렇게 큰 회사는 지찬이가 관리해야 하는데 사고가 났을 때 너는 꼭꼭 숨겼어. 만약 너의 아버님이 전화하지 않았더라면 우리 고향의 가족들은 전부 몰랐을 거야.”“지찬이의 재산을 몰래 빼돌리고 싶은 거지? 미리 말하는데 우리가 있는 한 절대 그런 생각하지 마.”“너의 아버님이 그러는데 지찬이의 장례마저 치러주기 싫다고 했다며? 이건 사람의 도리가 아니야. 죽은 사람은 편히 보내줘야 하는 거야. 지찬이가 죽어서도 눈을 못 감으면 어떡해?”“넌 지찬이의 재산만 생각하고 마음속에는 지찬이가 전혀 없지? 듣자니 지찬이의 주식도 모두 너에게 줬다고 하던데 아버님께 조금이라도 남기는 것이 어때? 욕심이 너무 많으면 안 돼. 네가 뭔데 그렇게 많이 가져?”“맞아. 네가 뭔데 그렇게 많이 받아? 네가 받아도 되는 거야? 눈치 빠른 사람이라면 진작 K그룹 주식을 돌려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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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7화

저녁 연회는 큰 레스토랑에서 열렸다. 안에는 수십 명이 함께 식사할 수 있는 큰 원형 테이블이 가득 찼다.오후에 정유진과 강지아에게 한마디 들은 어르신들은 그래도 멈추지 않았다.하지만 그들이 어떻게 말하던 정유진은 강지찬이 죽지 않았고 장례식은 절대 치르지 않겠다고 딱 잘라 말했다.주식을 돌려받고 싶으면 고소하러 가라고 했다.고모할머니는 강원훈과 강지현도 같이 끌어들이려고 했지만 결국 두 사람에게 무시를 당했다.식사가 끝나자 집사는 차를 준비해 이들을 호텔로 데려다주었다.고세연은 고향에서 온 어른들도 소용이 없자 화가 나서 강홍식과 다시 말다툼을 벌였다.강홍식이 이렇게 쓸모없을 줄은 몰랐다. 전반생은 자기 아버지에게, 후반생은 아들에게 의지하는 강홍식이 정말 쓸모없다고 생각했다.다음 날, 강씨 저택의 본가는 다시 조용해졌다.고세연은 영양제 한 무더기를 들고 작은 집 마당으로 향했다.조예원은 새로 사 온 아기 옷과 이불을 말리는 하인을 바라봤다. 온 마당이 아기 옷들로 가득 찼다.하지만 고세연을 본 순간 눈이 따가웠다.고세연은 정유진 덕분에 앞으로 아이를 가질 수 없게 되었다.“왜 왔어요?”조예원이 싸늘하게 쳐다보자 고세연은 아무 말 없이 자리에 앉아 물건을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어젯밤에 밥 먹을 때도 안 오길래 얼굴 보려고 왔어요.”별일이 없으면 조예원은 이 여자와 말을 섞고 싶지 않다.마당에는 하인들이 바쁘게 일하고 있어 고세연은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어젯밤에 왜 밥 먹으러 안 왔어요? 일부러 정유진을 피하는 거예요?”조예원의 머릿속에는 지금 온통 아이밖에 없다. 요즘 주위에 돌봐주는 사람이 있어서 잘 먹고 잘 잔 탓에 정신도 많이 맑아졌다.하지만 너무 말라서 아무리 살을 찌우려고 해도 살이 안 쪘다.“볼일 없으면 이만 가보세요.”고세연의 안색이 살짝 변했다.예전 같으면 조예원을 쳐다보지도 않았을 텐데 이제는 조예원이 감히 자기에게 눈을 희번덕이고 있으니 말이다.“단지 이야기를 나누러 온 거라니까요. 우리가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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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8화

임우연을 남겨둔 이유는 그를 방패막이로 삼기 위한 것이다. 강지현이 성유 쪽의 상황을 알고 있으니 직접 만나 성유에 관해 이야기해도 상관없다.식사를 마친 임우연은 음식을 치우고 밖으로 나갔다.강지현이 직접 커피 한 잔을 타갖고 왔다. 오후 내내 정유진은 쉴 틈이 없어 커피가 필요한 상황이었다.정유진은 커피를 받으며 인사했다.“고마워요. 무슨 일 있어요?”강지현은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내가 도울 일이 없는지 해서요.”“저 혼자 할 수 있어요.”그녀는 분명히 거부하는 태도였지만 강지현은 화를 내기는커녕 부드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유진 씨, 나에 대해 적개심은 없어도 돼요. 난 유진 씨에게 상처 주는 짓은 안 하니까.”하지만 지금 정유진은 강지현과 대화할 시간이 없다.“그런 말을 하는 것조차 역겨워요. 애한테 문제가 있는 것은 알아요? 조예원이 아이를 얼마나 걱정하는지 알기나 해요?”조예원만 언급하면 강지현은 미간을 찌푸렸다.“그 여자 얘기는 안 했으면 좋겠어요.”그 말에 정유진은 서류를 덮으며 말했다.“그건 불가능해요. 강지현 씨. 지금 강지현 씨 너무 낯설어요. 이만 가세요. 일해야 하니까.”강지현이 떠난 후 정유진은 일에 몰두했고 저녁에는 석식까지 생겼다.K그룹에 온 후 처음으로 연회에 참석하는 것이다. 그전의 몇 번은 최의현이 갔고 오늘 최의현은 또 다른 중요한 술자리가 있어서 정말 몸을 뺄 수가 없다.시간이 되자 임우연과 소미는 그녀를 데리고 석식 자리에 갔다.룸에 들어가 보니 테이블에 고남준이 있었다.이 테이블에 남자뿐만 아니라 여자도 세 명 있었고 모두 40대 사업가로서 정유진과는 아는 사이지만 친하지는 않다.차례로 악수하고 나서 한 여성 사업가 옆에 앉았다.이 사람들은 모두 K그룹과 협력하고 싶어 했고 눈치 빠른 사람들은 강지찬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이런 사람들과의 첫 접대 자리라 임우연이 술을 막아주었지만 많이 마셨다.다행히 주량이 좋은 정유진은 취하지 않았지만 취할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옆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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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9화

고남준 손에 든 휴대폰이 있는 것을 본 정유진은 잔뜩 긴장한 모습으로 말했다.“고 대표님 무슨 말씀이시죠?”고남준은 웃으며 말했다.“별 뜻은 없어요. 정 대표님 긴장하지 마세요. 저는 좋은 사람이에요.”이렇게 파렴치한 사람은 본 적이 없다.하지만 고남준과 입씨름을 할 틈이 없다. 추호가 자꾸 만지작거리고 있었다.“고 대표님이 어떤 사람인지는 시간이 지나면 다들 알게 될 겁니다.”정유진은 다가오는 추호의 얼굴을 밀치며 진지하게 말했다.“고 대표님도 보셨겠지만 제가 지금 자리를 비울 수가 없어서 얘기를 오래 못 나누겠네요.”말을 마친 후, 추호의 멱살을 잡고 여자 화장실 문을 걷어찬 뒤 안으로 밀어 넣었다.그리고 추호의 머리를 세면대에 밀어 넣고는 수도꼭지를 틀었다.차가운 물을 머리에 끼얹자 추호는 꽥꽥 소리를 질렀다.정유진은 그를 못 일어나게 누르며 경호원에게 전화를 걸었다.이내 경호원과 소미가 부리나케 달려왔다. 물에 빠진 생쥐처럼 주저앉은 추호를 보고 어리둥절해 했다.“정 대표님, 이게 무슨 일입니까?”정유진은 경호원에게 말했다.“얼른 병원에 데려다주세요.”그러고는 옷을 정리하고 다시 룸으로 돌아갔다.맞은편에 앉은 고남준은 웃는 듯 아닌 듯한 얼굴로 그녀를 쳐다보다가 앉자마자 술잔을 들었다.“정 대표님, 저는 K그룹과 아주 협력하고 싶습니다.”그리고 정유진을 향해 잔을 들며 말했다.“그럼 미리 축배를 들까요... 잘 부탁드립니다.”렌즈 뒤에 있는 임우연은 눈을 반짝이더니 방금 이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음을 바로 깨달았다.정유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잔은 더더욱 안 들었다.임우연이 앞에 있는 술잔을 들고 일어나며 말했다.“고 대표님. 죄송합니다. 우리 정 대표님이 좀 취하셔서 이 잔은 제가 대신 마시겠습니다. 건배.”별수 없는 고남준은 빙그레 웃으며 잔을 비웠다.식사가 끝난 뒤 차에 올라탄 정유진은 곧바로 운전 기사더러 병원으로 가라고 했다.임우연은 그제야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었고 경위를 들은 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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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0화

고남준은 휴대전화에 담긴 동영상을 보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추호 그놈이라니.”이 이름을 들은 옆에 있던 엄제후는 대본을 내던지며 말했다.“그 자식은 건드리지 않는 게 좋을걸.”하지만 고남준은 쉽게 생각을 접지 않았다. 겨우 정유진의 꼬투리를 잡았는데 이럴 때가 아니면 언제 쓰겠는가?“나중에 추호의 얼굴만 가리면 돼.”엄제후가 경고했다.“추호는 절대 그런 수작에는 넘어가지 않으니 스스로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엄제후가 고남준과 만나던 초기 추호에게 크게 당한 적이 있다.녀석은 호랑이처럼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았기에 건드리는 순간 큰 골칫거리가 된다.고남준은 엄제후에게 추호와 정유진이 가깝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추호가 만만한 상대였다면 이 영상으로 충분히 정유진을 잡을 수 있었을 것이다.“다른 사람과 상의 좀 해야겠어.”고남준이 나가서 전화 한 통 하고 들어왔다.비딩 날짜가 눈앞으로 다가오고 있어 이사회는 거의 매일 미팅을 진행했다.이날 회의에서 강원훈은 고남준의 회사를 중점적으로 언급했다.여러 주주들이 하룻밤 사이에 말을 맞춘 듯 모두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서울에 온 지 1년이 채 안 됐지만 배후에 고씨 집안의 지원이 있어 우리가 협력하면 K그룹에는 절대 해가 되지 않을 거예요.”“고씨 집안의 고 회장님이 아들이 하나뿐이라고 했는데 체면을 세워줘야 하지 않겠어요.”“고씨 가문과 협력하는 것은 분명 강강연합이에요. 충분히 가능할 것 같아요.”강지찬을 옹호하는 몇몇 주주들은 입을 열지 않았다. 강지찬의 부재 때문에 정유진에 대해 불만을 품고 있었고 표정만 보아도 고씨 가문과 협력하면 K그룹에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정유진은 계속 입을 열지 않은 채 절차대로 하자고만 했다.이상하게도 강지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회의가 끝난 후 강원훈이 그녀의 사무실로 찾아와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웃으며 말했다.“요 몇 년 동안 이 사무실에 잘 안 왔었는데 지찬이의 인테리어 스타일이 음...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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