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가에 도착하니 11시가 넘었다. 강홍식은 이미 잠자리에 들었기에 정유진은 인사하러 가지 않았다.강지아는 아직 잠을 자지 않은 채 소파에서 쿠션을 안고 멍하니 있었다.눈이 벌겋게 달아오른 것을 보니 또 울었음이 분명했다.“무슨 일 있었어?”강지아는 정유진의 품에 안기며 말했다.“새언니, 오빠 장례식을 치를 거래요.”그제야 시아버지가 이 일로 그녀를 본가에 오라고 했다는 것을 알게 된 정유진은 가슴이 미어졌다.강지아가 펑펑 울며 말했다.“새언니, 오빠는 죽지 않았어요. 우린 기다려야 해요. 사람도 못 찾았는데 무슨 근거로 우리 오빠가 죽었다고 하는데요?”“새언니, 장례식 치르지 말아요. 오빠는 안 죽었어요. 안 죽었다고요.”정유진은 단호하게 말했다.“안 치를 거야. 우리 같이 기다리자. 장례식 같은 것은 없어.”다음 날 아침, 집사가 와서 정유진을 불렀다.아니나 다를까 강지찬의 장례를 치르기 위해 그녀를 불렀다.“사람이 사라진 지 보름이 다 되어가. 첫 번째 7일제는 이미 놓쳤으니 장례식은 반드시 치러야 지찬이를 편안히 보낼 수 있어.”남의 집 얘기를 하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하는 강홍식에 정유진은 화가 났다.“강씨 집안에는 장례식 같은 건 없어요. 강지찬 씨는 죽지 않았다고요!”강홍식은 정유진과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 워낙 며느리를 못마땅하게 여겼고 더욱이 이 여자에게 재산을 빼앗겼으니 정유진이 미워 죽을 지경이다.강홍식은 정유진을 가리키며 말했다.“네가 그러고도 인간이야? 지찬이가 혼이 되어 이 승에 남아 떠돌면 어떡하려고 그래.”“다시 한번 말하지만 강지찬은 죽지 않았어요. 꼭 돌아올 거예요!”정유진이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말을 마치자마자 가버리자 강홍식은 숨을 헐떡였다.“이 악독한 여자! 거기 서!”집사가 따라나서며 말렸다.“사모님, 어르신께서 그냥 넘어가지 않을 거예요. 저, 저 사람은 일부러 그러는 거예요. 구실을 찾아서 고향에 있는 사람들을 모두 불러오려고 해요.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해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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