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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Chapter 591 - Chapter 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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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1화

커피를 뒤집어쓴 강원훈은 화도 내지 않았다.담담한 얼굴로 휴지를 뽑아 얼굴을 닦으려 할 때 누군가가 사무실 문을 열며 들어왔다.침울한 얼굴로 걸어 들어온 강지현은 강원훈의 옷에 커피가 묻은 것을 아랑곳하지 않고 멱살을 잡고 한 방 먹였다.얻어맞은 강원훈은 강지현과 정유진을 번갈아 보고 말했다.“이봐, 너에게 남자가 이렇게 많은데 나 하나 더 있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잖아.”그 말을 들은 강지현은 다시 달려들어 때리려 했지만 강원훈은 미리 준비하고 바로 피했다.“지현아, 우리도 마찬가지야. 뭘 그렇게 화를 내? 잊지 마. 우리야말로 강씨 집안의 사람이고 K그룹을 상속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야.”“꺼져!”강지현은 너무 화가 났는지 창백했던 얼굴이 시뻘게졌다.강원훈은 그제야 얼굴에 묻은 커피를 닦은 뒤 옷은 신경도 쓰지 않고 정유진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3일의 시간을 줄게. 고남준과 협력하면 영상을 돌려줄게.”말을 마친 뒤 온몸이 엉망진창인 채로 쿨하게 떠났다.강지현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무슨 영상인데요? 유진 씨, 무슨 일 있어요?”정유진은 지금 이 사람도 보고 싶지 않았기에 그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차갑게 대했다.“강지현 씨도 이만 가세요.”강원훈이 초라하게 대표이사실을 나왔다는 말은 이내 최의현과 임우연의 귀에 들어갔고 두 사람은 그 소식을 듣고 달려왔다.“괜찮아요. 다툼이 좀 있었던 것뿐이에요.”정유진은 그런 일을 쉽게 입에 담기 어려워 가볍게 설명했다.최의현과 임우연은 눈을 마주치며 더 이상 묻지 않았다.저녁에 최의현과 한규진은 임우연까지 불러 술을 마셨다.이미 호텔 CCTV를 확보한 임우연은 한규진과 경은우에게 보여주었다.추호가 갑자기 찾아와 정유진에게 매달리는 모습이 CCTV에 그대로 포착되었다.오해인 줄은 알지만 이런 일은 여자들에게 아무래도 좋지 않은 것이고 정유진이 추호을 완전히 밀어낸 것도 아닌 데다가 CCTV가 멀리 있어 두 사람 사이가 애매하게 보이는 것도 사실이었다.“쉽지 않겠는데.”한규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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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2화

중요한 시점에 터진 엄제후의 스캔들 때문에 결국 남우주연상은 다른 사람이 받게 되었다.현장 카메라에 잡힌 엄제후는 어리둥절해 있다가 매니저가 주의를 줘서야 정신을 차렸다.엄제후는 시상식이 끝나자마자 자리를 떴고 차에 오른 그는 얼굴빛이 완전히 굳었다.비서는 조심스럽게 휴대전화를 건네며 말했다.“형, 낯선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어요.”휴대전화 너머의 사람은 추호였다. 전화를 받자마자 추호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다시는 너희들과 엮이지 않으려고 했는데 고남준이 요즘 내 눈에 너무 띄어. 엄제후, 한 배우가 일생에 몇 편의 대히트작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해? 남우주연상을 뺏겼으니 화 많이 나지? 지금 황제처럼 떠받들려 살다가 하루아침에 지하실로 옮기면 아마 사는 게 죽는 것보다 못할 거야!”엄제후는 화가 나서 온몸을 떨었다. 작은 만두와 간단한 냉채로 끼니를 때우던 생각만 하면 눈앞이 캄캄해졌다.그러나 추호가 겁내는 것은 이것이 아니다.당시 고남준을 꼬시기 위해 다른 커플을 갈라놓은 것은 사실이었고 온갖 떳떳하지 못한 수단을 동원한 것을 추호는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이 일이 터지면 그는 절대 다시 일어설 수 없을 것이다.추호가 전화를 끊자 엄제후는 바로 고남준에게 전화를 걸어 한바탕 말다툼을 벌였다.고남준도 실검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추호가 엄제후의 남우주연상을 무산시켰을 뿐만 아니라 그도 친아버지에게 욕설을 들었다.엄청난 돈을 주고 실검을 내린 고남준은 화가 나서 휴대전화를 부쉈다.오늘 최의현과 시내에서 회의를 한 정유진은 회사에 돌아오자마자 추호가 접견실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말을 비서를 통해 전해 들었다.녀석은 빳빳한 정장 차림에 매우 활기차 보였다.“누나, 이 일은 내가 해결했어요.”최의현은 ‘쓰읍’소리를 내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이번에는 확실히 고남준을 건드린 것 같은데 복수하면 어쩌려고요?”입을 삐죽거린 추호의 안색은 별로 좋지 않았다.어찌 무섭지 않겠는가?하지만 정유진을 도운 것이기에 추민해는 괜찮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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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3화

요즘 기분이 좋지 않은 강지아는 강지찬이 사고 난 후부터 계속 집에 숨어 있었다. 원래 하려던 스튜디오도 그만두고 파티에도 참석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몇 개의 큰 전시회도 연이어 미뤘다.정유진도 그녀에게 강요하는 건 아니지만 이런 모습은 보기 힘들었다.“온 선생님과 싸웠어?”강지아의 말이라면 온유한은 전부 들어줬는데 말다툼이라니? 조금 놀라울 뿐이다.정유진은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강지아는 무릎을 껴안고 그녀의 몸에 기대며 말했다.“새언니가 부러워요.”“내가 왜 부러워?”“오빠가 첫사랑도 없고 평생 언니 한 사람만 좋아하니까요.”그 말을 들은 정유진은 마음이 따뜻해졌다.예전에 온미정이 그랬다. 강지찬은 사람을 사랑할 줄 모른다고. 성격이 난폭하고 강해서 어렵게 마음이 움직여도 별 신경을 안 썼기 때문에 두 사람 사이에 그렇게 많은 오해와 갈등이 생겼다고 했다.정유진은 강지아를 바라보며 물었다.“무슨 소리야, 온유한이...”그녀의 어깨에 머리를 비비는 강지아는 언급하기 싫은 모양이었다.날이 갈수록 강지찬은 점점 더 소식이 없다.하지만 정유진은 포기하지 않고 사람을 보내 사건 발생지 인근의 크고 작은 마을의 병원을 계속 찾아다녔다.강지찬을 찾지 못했지만 비딩 날짜는 결국 다가왔다.이사회는 고남준 때문에 다시 의견이 두 개로 나뉘었다. 강원훈을 대표로 하는 팀은 고남준과의 협업을 적극 지지했고 정유진 측은 당연히 반대했다.양측은 회의실에서 매우 심하게 말다툼했고 성격이 나쁜 한 어르신은 찻잔을 깨뜨렸다.그들이 아무리 떠들어도 정유진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매우 신기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다른 사람이 뭐라고 하든 그들의 감정이 그녀에게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조예원이 그녀가 차갑고 무정하다고 했던가? 사실 맞는 말이다.지금 이 사람들이 싸우는 걸 보고 강원훈의 연기를 보면서도 전혀 화를 내지 않았다.그 사람들이 아무리 떠들어도 그녀는 절대 타협하지 않기 때문이다.회의가 끝난 후, 다른 주주들은 모두 떠났고 회의실에는 강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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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4화

“모두 비켜요! 빨리, 구급차를 불러요!”강지현이 정유진을 안고 회의실에서 뛰쳐나오자 대표이사실 사람들은 당황했다.“정 대표님. 왜 그래요? 어떡해. 피가 많이 났어요!”“다들 멀리 비켜요. 빨리 엘리베이터를 타요. 119는 불렀어요?”“지금 부르고 있습니다. 119죠, 여기는...”정유진이 눈을 질끈 감자 한 경호원이 깨끗한 수건으로 그녀의 이마를 가려줬다.강지현이 너무 빨리 뛰어서 비서가 못 따라갈 뻔했다.한 무리의 사람들이 정유진을 우르르 에워싸고 내려왔다.회의실에서 최의현은 전혀 미안한 기색이 없는 강원훈을 가리켰다.이 사람이 이런 인간이라는 것을 왜 진작 몰랐던 것일까?그저 돈이 많고 한가한 바람둥이가 되려 한다고만 생각했지 이 사람이 이렇게 욕심을 부릴 줄 누가 알았겠는가.“강원훈 씨, 형수님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같이 끝장내줄 테니 기다리세요.”최의현은 휴대전화를 들고 서둘러 쫓아갔다.태안 병원.조유진이 마침 검사 결과를 손에 든 채 나오고 있었다. 재검사에서 아기의 머릿속에 있던 낭종이 모두 흡수되었다는 것을 확인한 그녀는 기뻐서 울 뻔했다.초음파상 아기는 잘 크고 있었고 다른 검사 데이터도 모두 정상이었다.옅은 한숨을 내쉰 조예원은 드디어 아기를 안심하고 낳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바로 그때 구급차 한 대가 건물 입구에 멈춰 섰다.강지현이 차에서 뛰어내리며 의사를 도와 정유진을 밀어냈다.“비켜요. 비켜요.”응급의료진이 몰려오자 조예원은 한쪽으로 물러섰다.강지현이 바퀴 달린 침대를 밀며 한눈도 팔지 않고 지나갔다.‘정유진이 다쳤네...’강지현은 정유진의 손을 꼭 잡은 채 초조해하는 모습이었다. 다른 사람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 모양이다.조유진은 마치 공기처럼 아무런 존재감 없이 서 있었다.손에 쥔 보고서를 움켜쥔 조예원은 손톱의 날카로운 따끔거림에 겨우 냉정함을 유지했다.잠시 후 조예원이 돌아서서 다시 병원으로 들어갔다.정유진은 이미 검사하러 들어갔고 강지현은 밖에서 기다리며 초조하게 서성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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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5화

머리를 부딪친 탓에 정유진은 가벼운 뇌진탕으로 병상에 누워도 어지러움을 느꼈다.이마에 거즈를 감고 있는 곳이 지금은 매우 아프다.“유진 씨, 괜찮아요? 상처가 많이 아파요? 물 좀 드실래요?”정유진이 대답했다.“아니요. 고마워요.”이곳에 있던 최의현, 온유한 그리고 소미는 강지현의 남다른 관심에 저도 모르게 당황했다.약삭빠른 소미는 얼른 강지현을 밀어내며 말했다.“흑흑, 정 대표님. 깜짝 놀랐잖아요. 어떻게 가장 소중한 머리를 다쳐요. 흉터가 남으면 안 될 텐데...”“흉터가 남아도 상관없어요.”정유진이 너무 괴로워 눈을 감자 소미는 주위 사람들을 보며 말했다.“여러분, 먼저 들어가세요. 여기에 있어도 도움이 되지 못하잖아요. 제가 정 대표님 옆에 있을 거예요.”이 큰 남자들이 여기에 있어봤자 확실히 소용이 없다. 회사 일이 많은 최의현이 먼저 자리를 떴다.아직 출근 중인 온유한은 이따가 다시 보러 오겠다고 했다.소미는 떠나기 싫어하는 강지현을 보고 억지웃음을 지어 보였다.“그, 뭐, 정 대표님이 자고 싶어 하니 강 대표님도 먼저 가는 게 어떨까요?”강지현은 정유진을 바라보며 말했다.“푹 쉬고 회사 일은 내가 있으니 걱정하지 마세요.”그가 간 후, 소미는 의자를 끌어당겨 침대 옆에 앉았다.핸드폰이 계속 울려서 꺼내 보니 K그룹 쪽에 있는 그녀의 친구가 보낸 메시지였다.내용을 본 소미는 말문이 막혔고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졌다.“말해봐요. 무슨 일인데 그래요? “정유진은 너무 힘들어 관자놀이를 주물렀고 속은 당장이라도 토할 것 같았다.소미는 입을 삐쭉 내밀며 말했다.“K그룹 쪽의 그 말 많은 사람들이 또 헛소리를 하니까 그러죠.”오늘 강지현은 정유진을 안고 옥상에서부터 뛰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긴 했지만 로비에서 많은 이들의 눈에 띄었다.강지현이 정유진을 좋아한다는 것은 K그룹에서도 비밀이 아니다.정유진은 신경이 쓰이지 않았지만 조금 궁금했다.“사람들이 뭐라고 하는데요?”소미는 난처한 얼굴로 말했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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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6화

정유진이 잠에서 깼을 때 밖은 이미 어둑어둑했다.잠을 자고 나니 확실히 많이 좋아졌고 머리도 어지럽지 않았다.침대를 짚고 일어나자 옆방에 있던 강지아와 소미가 달려왔다.“새언니, 일어났어요?”“정 대표님, 깼어요? 먹을 것 좀 사 올게요.”정유진을 따라다니며 소미의 일 처리가 더 날렵해졌다. 정유진이 미처 말을 하기도 전에 휴대전화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강지아도 아주 눈치 있게 등 뒤에 베개를 놓고는 몸을 기대었다.“왜 왔어?”강지아는 시뻘게진 눈시울로 대답했다.“강지현이 병원에 와서 같이 있어 주라고 했어요. 새언니 부모님에게는 다친 거 말하지 않았다고 그래서 혹시 같이 있어 줄 사람이 없을까 봐 걱정돼서요.”“나 이제 괜찮아.”강지아는 정유진의 팔을 잡고 말했다.“새언니, 절대 무슨 일이 생기면 안 돼요. 이제 나에게는 언니와 연우밖에 없어요. 너무 무서워요.”많이 놀란 이 계집애 때문에 정유진도 답답해서 병이 날까 봐 걱정이었다.“난 아무 일도 없을 거야, 겁내지 마.”“정말 셋째 아버지가 그런 거예요? 오빠에게 일이 생기니까 모두 다 달라졌어요. 너무 끔찍해요. 다들 내가 알던 사람이 아닌 것 같아요.”“이게 바로 인간성이야.”정유진이 말했다.바로 돌아온 소미는 정유진에게 저녁 식사 외에 강지아와 함께 먹을 야식 두 가지를 가져왔다.저녁을 못 먹은 강지아에게는 배를 채우기 딱 좋았다.여자 셋이 야식을 먹고 짐 정리를 하고 있을 때 어떤 의사가 쟁반을 들고 들어왔다.“정 대표님, 주사 맞을 시간입니다.”소미는 깜짝 놀란 얼굴로 물었다.“늦은 시간에 주사를 맞으라고요?”남자 의사는 안경과 마스크를 쓴 채 주사를 준비하며 말했다.“이 주사는 이때 맞아야 해요. 조 주임이 처방한 약이에요.”조 주임은 외상의학과 주임 의사이고 정유진도 잘 알고 있다. 이 병원에 온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의사는 소매를 걷어붙이고 정유진에게 주사를 놓으려고 할 때 갑자기 한 사람이 뛰어 들어왔다.“잠깐만요.”강지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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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7화

남자 의사의 일은 병원과 따로 따지기로 하고 정유진은 다음날 퇴원했다.일이 너무 많아서 병원에 누워 있을 수 없었다.음모가 성공하지 못했지만 강원훈은 전혀 주눅 들지 않고 평소와 다름없이 정오가 다 되어서야 회사에 출근했다.대표이사실에 와서 정유진에게 몸이 괜찮냐고 묻기도 했다.“어젯밤에 사고가 좀 났어. 유진아, 그래도 조심해.”사무실에 있는 임우연은 그 말을 듣고 화가 나서 죽을 지경이었다.모두가 이 사람이 저지른 짓이라고 의심했지만 어젯밤 붙잡힌 그 의사는 진수한이 시킨 짓이라고 딱 잡아뗐다.진수한이 누구냐면 바로 한빈과 함께 K그룹의 돈을 빼돌리려 했다가 강지찬에게 잡혀 감옥에 들어간 K그룹 전 재무이사 진영식의 아들이다.지금 감옥에서 생활하는 진씨 부자는 갑자기 영문도 모른 채 강원훈에게 언급되어 누명을 쓰게 되었다.정말 뻔뻔하다!정유진은 걱정스러운 척하며 말했다.“걱정해줘서 고맙고 나중에 고 대표님 만나면 죄송하다는 말씀 좀 전해주세요. 우리 K그룹의 요구에 부합하지 않아 비딩에서는 떨어졌지만 다음에 또 협력할 수 있으니까요.”강원훈의 안색이 잔뜩 어두워졌다.“정말 끝까지 고집부릴 거야?”정유진이 말했다.“나 혼자의 결정이 아니잖아요. 내 편을 드는 주주들이 적지 않은 만큼 공정하고 공평하게 내린 결정이에요.”강원훈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그래, 좋아. 본성과 능력은 강지찬과 똑같을 줄 몰랐네. 강압적일수록 통하지 않아.”강지찬과 똑같다는 말을 정유진은 칭찬으로 받아들였다.“부부니까 당연히 닮았겠죠.”정유진의 비위를 맞추지 못한 강원훈은 씩씩거리며 자리를 떴다.임우연이 들어와 말했다.“정 대표님, 저 사람들이 더 이상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게 오늘이라도 비딩 결과를 발표하는 게 어떨까요.”정유진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 어차피 결과가 나왔으니 지금 발표하는 게 낫다.강원훈이 이제 그녀를 어떻게 압박할지 보고 싶기도 했다.K그룹이 이날 오후 비딩 결과를 통보하자 화가 난 고남준은 귀한 다기 세트를 깨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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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8화

반년 후.회의가 끝난 뒤 정유진은 곧바로 자리를 뜨지 않았다. 주위에 사람이 몰려들자 여유롭게 전국 각지에서 온 거물들과 인사를 나눴다.그녀는 회의장에서 가장 젊고 아름다운 여성 대표이사이다.예쁜 여자는 항상 더 많은 관심을 받게 된다.그녀를 둘러싸고 있던 사람들이 거의 다 흩어졌을 때 고창원이 다가왔다.“정 대표님, 반가워요.”“고 회장님, 안녕하세요.”고창원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나를 알아요?”정유진은 웃으며 말했다.“당연하죠.”그의 아들과 철천지원수인데 어찌 철천지원수의 아버지를 모를 수 있겠는가?고창원 역시 강지찬의 전 재산을 손에 넣고 망나니 아들이 서울에서 무모한 짓을 하게 만든 여자가 과연 누구인지 궁금했다.오늘 정유진을 본 순간 고창원은 망나니 아들이 눈앞의 이런 여자를 좋아한다면 고씨 집안이 적어도 백 년 동안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임우연과 함께 회의장을 나선 후 정유진은 몇몇 기자들에게 가로막혀 간단한 인터뷰를 했다.가까스로 겹겹이 에워싼 사람들을 뚫고 차에 오르자 임우연이 다음 스케쥴을 말했다.“방송국의 취재가 30분 후에 시작하니 서둘러 가야 합니다. 오후 인터뷰는 2시간 예정이고 5시에 비상윈드테크의 회장님과 석식이 있습니다. 그쪽에서 가족까지 나올 예정이라고 하니 아이들을 위해 간단한 선물이라도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요?”임우연이 서둘러 인터뷰 내용을 건네자 정유진은 대충 훑어본 후 말했다.“남자아이예요? 아니면 여자아이예요? 몇 살이에요?”“여자아이입니다. 열 살쯤 됐어요.”“팔찌를 사 오세요.”“알겠습니다.”쉴 새 없이 호텔로 돌아오자 경제 채널 스태프들은 이미 녹화 준비를 마친 채 정유진을 기다리고 있었다.이 인터뷰는 경제 채널에 게재될 예정으로 방금 회의에 참석한 정유진의 메이크업은 오늘 컨셉과 완벽히 맞아떨어져 간단하게 화장을 수정한 후 녹화를 시작했다.오전 업무가 끝나니 이미 식사 시간이 지났다.방에 들어오자마자 호텔 종업원이 음식을 밀고 들어왔고 그 뒤를 강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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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9화

누군가 스케쥴을 소화하고 있는 정유진을 찍었는데 사진에는 온통 그녀와 강지현뿐이었다.이 사진들 말고도 조예원의 것도 있다.조예원은 평소처럼 혼자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고 고통스럽게 배를 끌어안고 누워있었다.폭로자는 조예원의 몸에 핏물이 맺히는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주차장에 아무도 없었고 조예원은 점점 더 아파지는 심한 자궁 수축을 참으며 휴대전화를 꺼내 전화를 걸었다.첫 번째 전화를 아무도 받지 않자 조예원은 실망한 듯 핸드폰을 쳐다보더니 이를 악물고 두 번째 전화를 걸었다.전화하자마자 경비원이 그녀를 발견했고 곧 의사와 간호사가 침대를 밀고와 그녀를 침대에 눕혔다.검색어 댓글은 온통 정유진과 강지현을 향한 욕뿐이었다.“남자가 아이를 원하지 않으면 묶었어야지.”“남편이 죽으니 절친의 남편을 빼앗았어. 천한 년, 어쩜 남자를 떠나지 못해?”“시동생과 형수의 사랑, 역겨워!”“불쌍한 여자야. 혼자 산부인과 가고 아이를 낳았는데 남편은 밖에서 다른 여자와 출장을 갔어.”“내연녀가 어떻게 미녀 대표이사가 된 거야? 침대에서 아주 활기차나 봐? 정유진, 네가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정유진은 누리꾼들의 욕설에 신경 쓸 겨를도 없이 온미정에게 전화를 걸었고 조예원이 아들을 낳았고 모자가 무사하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그런데...”휴대전화 너머의 온미정은 문을 닫고서야 말했다.“조예원이 사고로 넘어진 것이 아니라 누군가 일부러 친 것 같아. 경찰에 신고했어.”정유진은 순간 멍해졌다.이때 온미정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이번 일도 아마 너를 노리고 한 것 같아. 실검 봤지? 정보가 그렇게 빨리 새어나간 것은 분명 진작 계획하고 있었던 거야. 너의 대학 동창들까지 모두 드러났어. 배후에 분명 누군가가 있을 거야.”하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정유진은 상상할 수 있을 만큼 평온해 보였다.“알겠어요. 제가 처리할게요. 내일 이모님과 아이를 보러 갈게요.”온미정의 아이는 귀여운 소녀로서 벌써 두 달이 되었다.옆에 있던 강지현은 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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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0화

병실에 조예원만 있고 아이는 없었다.의자를 끌어당긴 강지현은 문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자리에 앉았다.조예원의 마음은 이미 마취가 된 것처럼 아무런 아픔도 느끼지 못했다.아이를 임신했을 때부터 낳을 때까지 이 남자에게 그 어떤 기대도 없었고 산부인과 정기 검진 한 번 같이 받아본 적이 없다.“강지현 씨, 할 말 없어요?”강지현은 말없이 일어나더니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 조예원의 머리맡에 놓았다.“당신과 아이를 푸대접하지 않을게요.”강지현은 잠깐 멈칫하더니 한마디 했다.“수고했어요.”이것은 그녀가 원하는 것도 아니고 듣고 싶은 것도 아니다.하지만 강지현의 ‘수고했다'라는 몇 글자는 그녀에게 정말 큰 선물이었다.작은 기대를 안고 강지현을 보며 물었다.“남자애인지 여자애인지 알고 싶지 않아요?”강지현이 대답했다.“남자든 여자든 내 한평생 유일한 핏줄이에요.”그러니까 남자인지 여자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아이가 이 사람의 핏줄이라는 것이 중요했다.“푹 쉬어요.”말을 마친 강지현은 이곳에 더 있을 의사가 없는 듯 밖으로 나갔다. 병실 문이 닫히는 순간 조예원은 눈물을 흘렸다.침대 시트를 잡고 스스로에게 물었다.“왜?”왜 아무도 그녀의 건강에 신경 쓰지 않는 것일까.주차장에 혼자 누워있을 때 얼마나 절망에 빠졌는지 모른다.왜?다음날 강지현은 평소처럼 정유진을 따라 K그룹 건물로 들어가려다 장형준에게 제지당했다.“죄송합니다. 정 대표님의 지시입니다. 앞으로 주주총회가 없으면 회사에 오지 않아도 됩니다.”“비켜.”하지만 장형준은 비켜주기는커녕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갔다.그는 강지현보다 키가 크고 힘도 더 셌기에 강지현 혼자 힘으로 그를 물리치기는 불가능했다.“둘째 도련님, 저를 난처하게 하지 마세요.”강지현도 무모하게 덤벼들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포기했다.“어제 실검에 올랐으니 당분간은 곁을 잘 지켜야 할 거야.”장형준이 대답했다.“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내 목숨을 바쳐서라도 사모님을 보호할 테니.”장형준이 일부러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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