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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1화

강지찬이 임미연에게 대저택을 사준 것으로 서울이 떠들썩했고 이내 정유진의 귀에 들어갔다.강지아는 화가 나서 죽을 지경이다.“그 천한 년에게 왜 그렇게 좋은 집을 사주는데요? 오빠가 언니에게는 집을 사준 적이 없잖아요.”직설적으로 말하는 이 계집애 때문에 정말 마음이 불편했다.“새언니, 이 바닥 사람들이 뭐라고 하는지 알아요? 언니가 가장 억울한 정실부인이라고 해요. 안 되겠어요. 새언니. 내가 집을 뺏어올게요. 그 집은 원래 언니 거예요.”정유진은 서류에서 눈을 떼지도 않고 말했다.“시간 없어.”강지아는 고집을 꺾지 않고 화가 난 얼굴로 온유한을 찾아갔다.온유한이 수술 중이라 강지아는 그의 사무실에서 기다렸다.심심하던 차에 서랍에서 휴대전화 진동음이 들렸다.온유한이 수술할 때면 휴대전화는 학생이 가지고 있거나 사무실에 놔뒀다.강지아는 별생각 없이 서랍을 열고 핸드폰을 꺼냈다.발신자는 주유정, 온유한의... 첫 여자친구이자 첫사랑이다.강지아는 순간 뜨거운 냄비를 만진 것처럼 이내 휴대폰을 서랍에 던졌다.진동이 멈춘 뒤 휴대전화가 다시 한번 울렸다. 아무도 받지 않아 메시지가 온 것 같다.강지아의 봐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망설이다가 결국 호기심에 못 이겨 휴대전화를 꺼냈다. 능숙하게 비밀번호를 입력해 잠금을 풀었더니 아니나 다를까 주유정에게서 메시지가 와 있었다.[나 귀국했어. 환영해 줄 거지?]사실 지난번에 강지아는 온유한이 첫사랑과 연락을 끊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주유정의 전화번호를 지우지 않고 있었고 카톡도 차단하지 않았다.대화창을 위로 올리자 온유한과 주유정의 추석 인사 대화 내용도 볼 수 있다.물론 그저 풍성한 한가위 보내라는 내용이었다.잠깐 생각에 잠겼던 강지아는 결국 메시지를 지우고 통화 기록도 지운 뒤 휴대전화를 다시 서랍에 넣었다.수술을 마친 온유한이 강지아가 왔다는 말을 듣고 사무실로 돌아왔을 때 소녀는 이미 자리를 뜬 상태였고 책상 위에는 다 먹지 못한 간식이 놓여 있었다.강지아는 지난번에 본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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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2화

새집으로 이사 온 강지아는 출근 중인 정유진을 한사코 괴롭혔다.새집은 상권에서 가장 번화한 큰 평수 아파트이다. 그녀가 퇴원한 후 강지찬이 선물한 것이다.이런 핫플레이스에 100평 남짓한 아파트는 적어도 몇십억 원이다.K그룹에서 그리 멀지 않다.“이렇게 좋은 곳에 혼자 살면 무섭지 않아?”강지아는 베개를 껴안고 뾰로통한 얼굴로 말했다.“그 사람들 보고 싶지 않아요. 강지찬도 보기 싫어요.”점심시간이 지났지만 정유진은 보아하니 아직 먹지 않은 것 같다.“먹고 싶은 게 있으면 말해. 배달시킬게.”“화가 나서 배가 고프지도 않아요.”강지아가 이렇게 말했지만 정유진은 그녀가 좋아하는 반찬 두 개를 시켰다.“방씨 아주머니더러 하인 두 명 보내 달라고 할까. 여기에 혼자 어떻게 살아?”강지아야말로 진짜 재벌 집 아가씨이다. 정유진은 그래도 토마토 계란볶음 정도는 만들 줄 알지만 강지아는 가스레인지를 어떻게 켜는지도 모르는 평생 부엌에 들어온 적이 없는 아가씨이다.“싫어요. 매주 사람을 보내 청소만 하면 되니까 혼자 살고 싶어요.”강지아는 아직도 화가 잔뜩 난 상태이다. 강지찬뿐만 아니라 온유한에 대한 화도 있다. 무슨 말을 하든 하루 종일 싫다는 말만 하고 있다.“새언니, 얼른 가서 오빠를 되찾아와요.”강지아는 정유진의 팔을 안으며 불쑥 말했다.그녀의 성격상 다른 여자의 남자를 뺏는 일을 할 수 없다. 비록 이 남자가 지금 그녀의 남편일지라도 말이다.“나는 내 것만 챙겨. 뺏는 일은 하고 싶지 않아.”이 말에 강지아는 무슨 생각이 든 듯 무릎을 껴안고 중얼거렸다.“내 것만 챙겨... 뺏는 일은 할 필요가 없어...”요 며칠 매일 외출한 탓인지 임미연은 태기가 발동하여 얼굴이 조금 붉어졌다.강지찬이 외출한 틈을 타 개인 병원에 검사받으러 간다는 것을 감히 강지찬에게 말하지 못했다.병원에서 나온 임미연의 얼굴은 창백해 보였다. 유산기가 보인다는 의사의 말에 임미연은 무서워서 걸을 수조차 없었다.낙태 방지약 한 봉지를 들고 차에 오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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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3화

정유진은 강지아가 밥을 먹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자리를 떠서 연우 인테리어에 들렀다.현재 연우 인테리어는 기본적으로 조우민에게 맡겼고 정유진은 가끔 돌아와 회사 상황을 확인할 뿐 회사 일에 관여하지 않았다.K그룹에 할 일이 많이 남았기에 아예 식당을 찾아 밥을 먹은 뒤 야근하러 가려고 했다.혼자서 먹는 밥이었기에 좋아하는 메뉴 두 개로 충분했고 음식도 깔끔한 편이었다.다만 혼자만의 조용함은 오래 유지하지 못했고 몇 입 먹지도 않았는데 맞은편에 한 사람이 왔다.강지현이다.정유진은 짐짓 놀랐지만 계속 밥을 먹었다.강지현은 컵에 물을 따라 마시더니 한참 후에야 입을 열었다.“강지찬을 빼앗아 올 수도 있어요.”정유진은 순간 멍해졌지만 강지현은 계속 웃으며 말했다.“농담 아니에요. 진심이에요. 강지찬을 사랑하잖아요. 내가 뺏어줄게요.”정유진은 이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무지 이해하지 못했다.밖은 잔뜩 어두워져 있었고 식당 안의 불빛 때문인지 뭔지 몰라도 강지현의 안색은 조금 초췌해 보였다.몸도 얼굴로 깡마른 그는 강씨 가족 특유의 깊은 눈동자가 그의 얼굴에서는 구멍이 두 개 나 있는 듯했다.정유진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괜찮아요. 필요 없어요.”잠시 멈칫한 후 다시 입을 열었다.“본인 몸 잘 챙겨요. 옆에 아이를 가진 사람이 있다는 것도 잊지 말고요.”그녀를 바라보는 강지현의 눈빛은 정유진이 알 수 없는 미련과 아쉬움이 서려 있었다.그는 아이에 대해 말을 하지 않고 하던 말을 계속했다.“농담이 아니에요. 진짜로 도와줄 수 있어요. 그동안 강원훈을 미행했는데 조금 전 강원훈이 임미연을 만나러 간 것을 확인했어요. 임미연의 아이에게 문제가 있는 듯 보여요. 아무도 몰래 아론 병원에 갔어요.”그 말을 들은 정유진의 머릿속도 빠른 속도로 회전했다.“강원훈이 임미연을 만나러 갔다고요? 두 사람이 언제부터 만났는데요?”임미연이 예전에 강씨 본가에 잠시 산 적은 있지만 강원훈과는 전혀 딴 세상 사람이라 친분이 있을 리 만무했다.강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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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4화

겨울인지라 바깥 날씨는 일찍 어두워졌고 5시 반이 되자 거리에 네온 불빛이 반짝였다.거리를 사이에 두고 한 차 안에서 강지찬이 건너편 창문에 있는 정유진과 강지현을 차가운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정유진이 웨이터를 부르더니 요리 몇 개를 더 추가하는 듯했고 맞은편에 앉은 남자는 빙그레 웃고 있었다.그 모습에 강지찬의 이마에 있는 핏줄이 곤두섰다.이때, 휴대전화가 울려 발신자를 보니 온유한이다.“말기라고? “강지찬이 인상을 찌푸렸다.“얼마나 더 살 수 있어?”온유한이 뭐라고 말했는지 전화를 끊은 강지찬은 한참 동안 그쪽을 쳐다봤다.“내일부터 사모님을 따라다녀.”장형준은 백미러를 통해 강지찬을 바라보며 말했다.“그런데 사모님이...”“임미연이 널 거추장스러워한다고 해.”장형준은 그저 어리둥절한 얼굴로 알겠다고 대답했다.식사를 마친 강지현은 정유진을 K그룹으로 데려다준 뒤 본가로 향했다.조예원은 산후조리원에서 식사 중이었다. 산후조리 음식은 비교적 담백한 편이었기에 평소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그녀는 아주 천천히 저녁을 먹었다.두 사람은 눈을 마주쳤지만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인이 와서 강지현에게 저녁을 먹었느냐고 묻자 강지현은 먹었다고 말한 뒤 위층으로 올라갔다.옷을 갈아입으려는데 옆방에서 갑자기 아기 울음소리가 들려왔다.본가 집은 방음이 잘 되는 편이다. 옆방 문은 아마 닫혀 있기에 소리가 비교적 작게 들렸다.아이를 돌보는 하인이 금방 알아차릴 거로 생각한 강지현은 아랑곳하지 않았다.옷을 다 갈아입었지만 아이는 여전히 울고 있었다.이제 곧 죽을 것이고 더 이상 다른 아이가 있을 리도 없을 거라는 생각에 강지현은 옆방으로 갔다.아니나 다를까 방문은 닫혀 있었고 무거운 나무문을 밀어젖히자 아기의 울음소리가 매우 날카롭게 들렸다.강지현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아기 침대에 누워있는 아기는 너무 운 탓에 얼굴이 빨개졌다.아이를 쳐다보는 강지현은 전혀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없는 듯했다.아이가 누구를 닮았는지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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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5화

이른 아침부터 장형준이 대문 밖을 지키고 있는 장형준을 본 정유진은 기사더러 차를 세우라고 했다.“여기서 뭐 하는 거예요?”“사모님, 대표님이 저를 쫓아냈어요. 임미연이 저를 싫어한다면서요.”정유진은 심호흡을 한 뒤 말했다.“지찬 씨는 아직도 회사에 돌아갈 생각이 없는 거예요?”장형준도 운전 기사더러 내리라고 한 뒤 본인이 운전석에 앉은 후 말했다.“임미연이 태동이 느껴졌다면서 집에서 아이를 돌봐줘야 한다고 했어요.”사실 정유진도 모든 것을 내버려 두고 싶지만 그녀가 K그룹에 가지 않으면 모든 업무 전화들이 그녀에게 올 것이다.강지찬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K그룹에 도착하니 강지현도 있었다.정유진은 강지현더러 장형준에게 상황을 말하라고 지시했다.“이 일은 장형준 씨가 처리할 테니 치료에 신경 쓰세요.”정유진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이런 몸으로 나에게 시간을 낭비하는 것을 바라지 않아요.”강지현은 웃으며 말했다.“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데 시간 낭비라니요?”정유진이 아무 말을 하지 않자 강지현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강원훈이 고남준 회사에 투자해 지분이 있어요. 그 사람들은 북쪽 교외에 있는 땅을 얻으려고 노리고 있고요. 어제 강원훈이 임미연을 만나러 간 것은 땅과도 관련이 있을 거예요. 이 사람들은 유진 씨와 정면돌파를 하지 않을 것이기에 더욱 조심해야 해요.”정유진은 마음속이 너무 복잡해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귀띔해 줘서 고마워요.”강지현이 말했다.“북쪽 교외에 있는 땅 때문에 얘기가 잘 안 되는 것 같으니 사람을 찾아 얼른 사인하게 할게요.”정유진은 눈을 반짝이며 얼른 말했다.“그 땅은 이전에 한 사건에 연루되었어요. 올해 새로 전근된 간부들이 상당히 중시하고 엄격하게 토지를 통제하고 있고요. 전에 몇 번 만났는데 계속 검토해야 한다면서 몇 달째 미루고 있어요.”“내가 해결할 테니 일주일만 시간을 주세요.”말을 마친 강지현은 이내 밖으로 나갔다.임우연과 장형준은 서로 번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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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6화

그래도 임우연에게 번호가 있어 강지찬에게 전화를 걸 수 있었다.정유진은 전혀 화가 난 티가 나지 않을 정도로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강지찬 씨, K그룹이 동네 시장도 아니고 여기 와서 소란 피우지 말고 직접 오셔서 친척들을 모시고 가세요.”임미연의 어머니 장혜수는 얼른 다가가서 핸드폰을 향해 소리쳤다.“지찬아, 나 미연이의 엄마야. 너의 회사 구경하러 왔어. 괜찮아. 곧 갈 테니까.”큰이모인지 둘째 이모인지도 모르는 다른 사람도 다가왔다.“지찬아, 회사는 네가 맡아야지. 이렇게 큰 회사를 어떻게 생판 남에게 맡길 수 있어.”다른 친척들도 한둘씩 다가와 강지찬에게 말을 걸려고 하자 정유진은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이때 경비원이 올라왔다.“모두 쫓아내세요. 또 소란 피우면 경찰에 신고할 거예요.”정유진은 차가운 얼굴로 돌아섰다.임우연은 정유진에게 따지기 위해 올라온 그 여자들은 막았다.경비원도 달려들어 잡아당기자 임미연의 친척들은 불같이 화를 냈다.“왜 우리를 쫓는 건데. 여기는 지찬이 회사야. 네까짓 게 뭔데?”“지찬이가 잠시 너에게 K그룹을 관리하라고 했을 뿐, 네가 정말 뭐라도 된 줄 알아? 경찰에 신고까지 해서 우리를 잡으려고? 그럴 체면은 있고?”갑자기 하얀 무언가가 무리 안에서 나오더니 정유진을 향해 곧장 날아갔다.너무 빨라서 머리를 돌릴 틈도 없었고 그렇게 ‘퍽'하는 소리와 함께 뭔가가 깨졌다.곧이어 차가운 액체가 머리카락을 타고 어깨까지 흘러내렸다.깜짝 놀란 비서들은 서둘러 수건을 가지러 갔다.정유진은 이들을 싸늘하게 바라보며 말했다.“경찰에 신고해.”임우연은 군말 없이 경찰에 신고했다.정유진이 사무실로 돌아오자 비서들은 얼른 그녀 머리 위의 계란물을 닦아줬다.비서가 그녀보다 더 억울해하며 말했다.“그 사람들 너무해요. 어떻게 그런 사람들이 있을 수 있어요!”“정 대표님. 화내지 마세요. 그런 사람과 따져봤자 대표님만 격이 떨어져요.”“정 대표님이 가서 좀 씻으세요. 제가 뜨거운 물 받아줄게요.”정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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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7화

이 사람들은 모두 청하군에서 왔다.장혜수는 정유진을 감싸는 임우연의 모습이 눈에 거슬렸다. 정유진의 사람이 되었다고 생각해 절대 남겨두면 안 된다고 결심했다.“당연히 사위더러 너를 해고하라고 하겠지, 넌 대체 뭐 하는 사람이고 월급은 얼마야?”임우연은 담담하게 말했다.“월급을 다 합치면 2억 정도 될 것 같아요.”“뭐라고? 월급이 2억이라고? 그럼 연봉이 20억이 넘어? 무슨 비서가 그렇게 많은 월급을 받아?”임우연이 말을 하지 않자 임미연의 이모는 장혜수를 잡아당겼다.“동생, 너의 조카도 대학을 졸업하고 지금은 세일즈 매니저를 하고 있잖아. 차라리 지찬이 옆에 와서 이 일을 하는 게 어때. 연봉 20억 말고 10억만 줘도 돼.”다행히 장혜수는 머리는 맑은 편이었다.“그건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야. 지찬이를 만나면 한번 말해볼게.”“그래. 지찬이가 우리 미연이를 그렇게 예뻐하고 160억짜리 대저택도 바로 사는 거로 봐서는 사촌 오빠에게 일자리 하나 마련해 주는 건 문제없을 것 같은데?”순간 몇 명의 여자들이 장혜수를 둘러싸고 온갖 아첨을 했다. 더는 임우연에게 매달리지 않아 그도 그제야 한가해졌다.한 시간쯤 지난 후, 강지찬과 임미연이 왔고 정유진도 이내 뒤따라 왔다.목욕하고 머리를 말린 뒤 안에는 검푸른 모직 정장 한 벌에 겉에는 긴 흰색 모직 코트를 걸쳤다.긴 웨이브 헤어스타일에 하이힐을 신고 세련된 화장을 한 모습은 화사하기 그지없었다.원래부터 작지 않은 키인 그녀가 임미연 옆에 서자 카리스마가 순식간에 임미연을 압도했다.방금 기록을 하던 두 경찰관은 정유진을 본 후 다시 임미연을 보더니 서로 눈을 마주쳤다.남자 경찰은 속으로 생각했다.‘강 대표가 사람 볼 줄 모르네?’여자 경찰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역시 집에 선녀가 살아도 남자들은 바깥의 비린내를 참지 못하나 봐.’임미연은 강지찬 쪽으로 자리를 옮기고 싶었지만 그러면 정유진이 강지찬 옆에 서게 된다. 게다가 움직일 기회도 없었다. 고모 무리들이 그녀를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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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8화

옆에 있던 경찰들은 이 상황을 눈을 뜨고 지켜볼 수 없을 지경이었다. 이렇게까지 날뛰는 내연녀 집안을 본 적이 없다.정실 부인더러 체면이 없다고 말하다니?게다가 강지찬더러 본인 편을 들라고 한다. 강지찬 보고 정실부인을 공개적으로 저격하라는 뜻이 아니겠는가?강지찬을 바라본 정유진은 그가 임미연 친정 식구들 앞에서 어떻게 편을 들어주는지 궁금했다.강지찬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분위기는 더욱 어색해졌다.정유진은 빨간 입술을 움직이며 말했다.“사과를 안 하겠다면 더 쉬운 방법을 알려드리죠. 나에게 계란을 던졌으니 나는 그쪽 머리에 물을 쏟을게요.”옆 테이블에는 나이든 경찰이 금방 우려낸 차가 있었다. 무슨 차인지는 모르겠지만 찻잎만으로도 주전자의 절반을 차지해 색이 매우 진했다.“감히!”장혜수는 사위가 본인 편을 들지 않았지만 가슴을 쭉 펴더니 당당하게 앞으로 나섰다. 두려워하는 기색 없는 것 같았지만 목소리는 이미 주눅 들어 있었다.정유진의 카리스마가 대단하기 때문이다.정유진은 찻주전자를 든 뒤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사과하세요.”강지찬에게 부탁할 엄두가 나지 않은 임미연은 정유진에게 타협할 수밖에 없었다.“언니, 내가 우리 이모와 고모 대신 사과할게요. 네?”‘언니'라는 단어에 정유진은 눈꼬리를 치켜올렸다.“임미연 씨, 함부로 부르지 마세요. 나는 외동딸이고 동생 같은 건 없어요.”정유진은 찻주전자를 놓지 않았고 강지찬을 바라보는 눈빛은 더없이 차가웠다.“어릴 때부터 우리 엄마가 여자는 독립할 줄 알아야 한다고 했어요. 그런데 내 남자를 노리는 사람이 나에게 삿대질할 줄은 몰랐네요. 강 대표님, 새 장모님이 말하길 사랑받지 못하는 사람이 끼어든 제3자라고 하는데 맞나요?”강지찬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사과해.”이 말에 임미연과 그녀의 친정 식구들은 어리둥절했다.장혜수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사위, 이 일은 정말 우리 탓이 아니야. 이 여자가 사람을 너무 업신여겨...”정유진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마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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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9화

강지찬은 임미연을 차에 태우지 않고 짜증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너의 친척은 네가 알아서 해.”말을 마친 뒤 임미연 앞에서 차 문을 닫았다.임미연은 제자리에 멍하니 있다.“미연아, 지찬이 갔어?”임미연은 초라한 친엄마를 보며 화가 나서 말했다.“고향에 잘 있을 것이지 여기는 왜 온 거야?”“사위가 사준 대저택을 보러 왔지.”찬 바람이 불자 장혜수는 온몸을 벌벌 떨었다.“지찬이는 왜 간 거야? 우리는 어떡하라고?”임미연은 강지찬이 화가 나서 간 것이라고 차마 말할 수 없어 그냥 거짓말로 둘러댔다.“일이 있어 나더러 엄마를 호텔에 데려다주라고 했어.”그러자 큰이모가 기분 나쁜 듯 말했다.“멀리서 왔는데 호텔에 묵으라고?”임미연은 화를 참으며 말했다.“5성급 호텔이야. 큰이모. 여기 5성급 호텔 스위트룸은 이모 집보다 더 편할 거예요.”그러자 옆에 있던 큰고모가 말했다.“맞아, TV에 다 나오잖아, 호텔 욕조가 우리 집 화장실보다 더 크고.”임미연은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얼른 택시를 잡아 호텔까지 바래다주었다.K그룹에 간 강지찬이 회사에 들어서자 경비원과 프런트 데스크가 모두 멍해졌다.“강, 강 대표님?”“강 대표님! 강 대표님 안녕하세요.”“강, 강 대표님 안녕하세요.”모두의 의아한 시선 속에 강지찬은 전용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꼭대기 층에 도착하자 대표이사실 비서들은 그를 보고 더욱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강 대표님, 안녕하세요.”“강 대표 오셨습니까?”젊은 친구들은 그를 경계하는 눈빛으로 바라봤다. 설마 내연녀 대신 따지러 온 것일까?강지찬은 살짝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대표이사실로 들어갔다.정유진은 비서 진수영더러 차를 몇 개 골라 파출소로 보내라고 지시하고 있었다. 진수영은 찬장에 가득한 찻잎을 보며 안타까워하고 있었다.“정 대표님, 한두 개 드리면 돼요. 이 차들은 적어도 천만 원짜리인데.”이 찻잎은 강지찬이 소장한 것들이다. 대부분이 다른 사람이 보내준 것으로 손님을 접대하기 위해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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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0화

이 인간은 역시 임미연의 복수를 위해 나선 것이다.정유진은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었고 심장은 찢기는 듯이 아팠다.“뭘 어떻게 하고 싶은데요?”가슴속의 분노를 억누르려고 애썼다. 이런 남자 때문에 화를 내는 것은 가치가 없다고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었다.하지만 심장은 그래도 너무 아팠다.없을 때는 그래도 참을 수 있었는데 눈앞에 있는 사람을 보니 도저히 화를 참을 수 없었다.강지찬은 장난기 섞인 표정으로 그녀를 노려보기만 할 뿐이었다.정유진은 책상 위 장식품 하나를 집어 들어 바닥에 부수려 했다.이때 강지찬의 눈빛이 반짝이더니 이내 그녀를 제지했다.“그건 안 돼. 이건 대가가 만든 거야. 이미 돌아가신 사람이라 다시 살 수도 없어. 한정판이라고.”이런 상황에 한정판을 생각할 겨를이 있다고?정유진은 바로 가로채서 옆으로 버렸다. 그 물건이 무엇으로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망가지지 않았다.강지찬은 얼른 줍더니 안쓰러운 듯 만지작거렸다.“부서지지 않아서 다행이야.”화가 잔뜩 난 정유진은 눈앞에 있는 사람의 반응이 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물건을 제자리에 놓은 강지찬이 무슨 말을 하려고 할 때, 정유진의 핸드폰이 울렸다.강홍식이 전화를 걸어와 정유진에게 다짜고짜 욕설을 퍼부었다.임미연이 하혈해 병원에 가는 길이라고 했다.무표정한 얼굴로 욕을 먹고 있는 정유진은 조금 전의 그 이상한 느낌이 온데간데없었다.스피커 폰으로 통화를 하며 강지찬까지 함께 듣도록 했다.“경고하는데 정유진, 미연이는 내 손자를 품고 있는 몸이야. 만약 무슨 일이 생기면 넌 강씨 집안으로 들어올 생각하지 마. 예전에는 지찬이가 지켜줬을지 몰라도 이제는 없어. 누가 지켜주나 보자고. 어차피 지찬이도 돌아왔으니 눈치껏 K그룹에서 썩 꺼져. 지금 당장 병원에 가서 미연이에게 사과해. 들었어?”정유진은 싸늘한 얼굴로 강지찬을 바라보며 말했다.“네, 들었어요.”전화기 너머의 강홍식은 그녀의 대답을 들은 뒤에야 콧방귀를 뀌고는 전화를 끊었다.“강지찬 씨, 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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