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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릿해서 결혼했어요의 모든 챕터: 챕터 601 - 챕터 610

929 챕터

제601화

강지찬이 돌아왔다!정유진은 강지찬을 붙잡고 믿을 수 없다는 듯 뚫어지게 바라봤다.반년 넘게 소식이 없어서 정말로 죽은 줄 알았다...옆에 있는 장형준은 그녀보다 훨씬 더 흥분했고 몇 걸음 앞으로 다가가더니 도저히 믿지 못하겠다는 얼굴이었다.“대표님, 드디어 오셨군요!”“언제 돌아온 거예요? 왜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어요?”“몸은 괜찮아요?”강지찬의 곁에서 수년간 함께했던 장형준은 눈시울을 붉혔다.강지찬의 시선은 정유진에게 꽂힌 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그도 그윽한 눈빛으로 그녀를 응시했다.“다녀왔어.”강지찬의 어조는 그 어떤 기복이 없었고 심지어 한기마저 느껴졌다.거실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굳어졌다.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은 장형준은 순간 자리에 얼어붙었다.이때 뒤에서 달달한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지찬 오빠, 여기 물 갖고 왔으니 약부터 드세요.”고개를 돌려보니 임미연이다.한 손에는 물을 들고 다른 한 손은 아랫배에 걸치고 있었다. 이 행동은...강지찬이 몇 발자국 다가서며 말했다.“이런 일은 하인에게 시켜. 왜 직접 뛰어다녀?”임미연은 애교를 부리며 말했다.“마음을 놓을 수 없어서요. 내 두 눈으로 직접 보지 않으면 순순히 약을 먹을지 누가 알아요?”귀엽고 애교 있는 말투는 정유진이 평생 따라 할 수 없을 것이다.정유진은 순간 누군가가 머리 위로 얼음물 한 통을 끼얹은 것처럼 온몸이 저렸다.정유진은 두 사람을 빤히 쳐다봅니다.강지찬은 임미연이 건네준 물컵을 받아들자 임미연은 서둘러 약을 건넸다. 그러자 강지찬은 임미연을 보며 입꼬리를 올리고는 고개를 쳐들고 약을 먹었다.이 모든 행동에 눈이 따가운 정유진은 참다못해 소리쳤다.“강지찬!”강지찬은 물컵을 임미연에게 건네주더니 차갑게 바라보며 말했다.“살아 돌아오는 바람에 실망이 큰 것 같네.”그를 바라보는 정유진은 강지현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었다.“강지찬 씨, 지금 무슨 소리 하는 거예요?”옆에 있던 장형준도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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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2화

2층에는 방이 세 개 있다. 강지찬과 정유진의 안방이 있고 남은 두 방 중 한 방은 연우 방이고 다른 한 방은 강지아가 쓰고 있다.강지찬은 임미연을 안방에 묵게 하라는 뜻이다.난처해하며 정유진을 수시로 쳐다보는 방경숙은 강지찬이 잔뜩 화가 났음을 알고 있었지만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정유진의 머릿속에는 온통 물음표뿐이다.왜???순간 머릿속에 수많은 ‘만약에’가 스쳐 지나갔지만 임미연이 일부러 손을 아랫배에 댄 것을 보면 분노가 치밀어 참을 수 없었다.“방씨 아주머니, 임미연 씨를 게스트 룸에서 쉬게 하세요.”정유진이 게스트 룸이라고 말하자 방경숙은 얼른 웃으며 대답했다.“네, 알겠습니다.”임미연은 강지찬의 팔을 끌어안으며 말했다.“지찬 오빠, 여기 낯설어서 무서워요.”그 말에 정유진이 코웃음을 쳤다.“임미연 씨가 겁을 먹었다고 하니 아주머니, 임미연 씨를 아버님 집에 가서 쉬게 하세요. 임미연 씨가 전에 그곳에서 잠시 살았으니 익숙한 곳이라 두렵지 않을 겁니다.”“너.”정유진의 말에 임미연은 억울해서 눈시울이 빨개졌다.“지찬 오빠, 난 오빠랑 헤어지고 싶지 않은데.”정유진은 싸늘한 눈빛으로 강지찬을 바라보며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감히 임미연을 2층에 올라가라고 하다니! 절대 강지찬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두 사람이 몇 초 동안 눈을 마주친 후 강지찬이 먼저 입을 열었다.“방씨 아주머니, 임미연 씨를 게스트 룸으로 데려가 쉬게 하세요.”정유진이 반대하지 않자 방경숙은 임미연을 향해 이쪽으로 따라오라는 손짓을 했다.거실에는 두 사람 외에 장형준 한 사람만 남았다.정유진이 말했다.“하고 싶은 말 없어요?”강지찬의 눈에는 알지 못할 흐릿한 정서가 흘렀다. 깊은 눈에는 차가운 기운이 감돌았다.“무슨 말? 너와 강지현이 함께 드나든 일?”옆에 있던 장형준은 안달이 났다.“대표님, 사모님은 대표님이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묻고 있는 겁니다. 계속 대표님을 찾았는데 아무런 단서도 없었어요. 대표님, 대체 어디에 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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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3화

정유진은 어떻게 집 밖으로 나왔는지도 모른다.심장이 허전하고 아팠고 눈앞이 막막했다.마당에 들어서자 강지아가 갑자기 밖으로 뛰쳐나오더니 잔뜩 흥분한 얼굴로 말했다.“새언니, 우리 오빠 돌아왔어요? 진짜로 오빠가 돌아온 거예요?”정유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응, 돌아왔어.”하지만 정유진의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을 본 강지아는 굳은 얼굴로 물었다.“새언니, 왜 그래요? 우리 오빠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거 아니죠?“아니. 오빠는 괜찮아.”“그러면 언니는 왜...”집안을 둘러본 강지아는 당장 들어가서 오빠를 만나고 싶었지만 새언니의 기분이 안 좋은 것을 보고 물었다.“오빠와 싸웠어요?”정유진이 말했다.“빨리 들어가서 오빠 만나. 나는 괜찮아.”강지아는 그녀의 모습이 더 이상하게 느껴졌다.“새언니, 우리 오빠가 돌아왔는데 왜 집에 안 있어요. 어디 가려고요?”강지찬이 임미연을 안방에 들어오라고 하는데 그녀가 여기에 남아서 무엇을 하겠는가?“난 괜찮아. 자현거에 한번 다녀와야겠어. 연우는 아빠가 온 줄도 몰라.”정유진이 연우를 데리러 간 것이라 생각한 강지아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하지만 강지찬 옆에 앉아 있는 임미연을 본 순간 강지아의 얼굴은 눈에 띄게 굳어졌다.“오빠...”강지아는 오빠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기뻐할 겨를도 없이 임미연의 모습에 충격을 받은 듯했다.당장 달려들어 임미연을 잡아당겨 호되게 밀었다.“너 저리 꺼져!”강지아가 이렇게 손찌검을 할 거라고 전혀 생각지도 못한 임미연은 바로 소파에 쓰러졌고 비명을 지르더니 긴장한 듯 배를 감쌌다.상황을 모르는 강지아는 강지찬이 잔뜩 긴장한 얼굴로 임미연을 부축하는 것을 보고 순간 어리둥절했다.“오빠, 뭐 하는 거야?”“나야말로 뭐 하는지 물어보자.”강지찬은 강지아를 노려보며 오싹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고개를 돌려 임미연을 달랬다.“배 많이 아파?”임미연은 배를 움켜쥐더니 고개를 가로저으며 강지찬의 팔을 흔들었다.“괜찮아요. 아이도 괜찮아요. 지아에게 화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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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4화

정유진의 차가 자현거에 마당에 멈춰서자 한 줄기 빛이 따라 들어왔다.이내 눈이 시뻘게진 강지아를 데리고 들어왔다.이명자는 깜짝 놀랐다.“지아가 왜 이렇게 울었어?”돌아서서 얼른 깨끗한 물수건을 가지고 나와 말했다.“빨리 찜질해. 안 그러면 내일 눈이 퉁퉁 부을 거야. 예쁜 얼굴 어떡해.”모처럼 이명자 나이의 어른에게 관심을 받자 엄마 생각이 난 강지아는 더 많이 울었다.“울게 놔둬요. 눈이 부으면 며칠 집에 있으면 되죠.”정유진은 마음을 가다듬고 이명자에게 말했다.“엄마, 지아와 나 아직 밥 안 먹었는데 먹을 거 있어요?”지금은 이미 식사 시간대가 지났고 아이가 있는 정씨 집안은 보통 일찍 저녁 식사를 한다. 밥을 먹은 연우는 위층에서 피아노 레슨을 받고 있는지 딩동댕동 피아노 소리가 들렸다.“그럼 있고말고. 마침 닭고기 수프 한 냄비 끓였는데 아직 따뜻해. 엊그제 빚은 만두도 있는데 좀 줄까?”“네, 마침 만두가 먹고 싶었어요.”정유진이 말했다.일이 바쁘고 접대가 많아서 이미 며칠 동안 집에서 밥을 먹지 않았다.너무 덤덤한 모습인 정유진을 본 강지아는 이명자가 부엌으로 간 틈에 참지 못하고 물었다.“새언니. 화 안 나요? 그 여자를 보자마자 화가 나서 죽을 뻔했어요.”정유진의 안색이 점점 옅어졌다.“화내면 그 여자가 도망갈까?”강지아는 이해할 수 없었다.“화가 나면 욕해요. 새언니가 강씨 집안 안주인인데 그 천한 년을 충분히 쫓을 수 있어요. 그런데 왜 새언니가 도리어 도망을 가냐고요?”이 계집애는 사는 게 단순하지만 제멋대로인 것도 있다.강지아는 정유진의 손을 잡고 말했다.“새언니 걱정 마세요. 난 언니 편이니까.”하지만 정유진 지금 이런 말을 할 마음이 아니다. 너무 착잡했다.강지찬이 살아있다는 것을 부모님과 아이에게 어떻게 말해야 할지 잠시 고민하던 그녀는 아예 말을 하지 않기로 했다.다음날 정유진은 시간에 맞춰 K그룹에 갔고 회사에 들어서자마자 오늘 직원들이 들떠 있는 것을 느꼈다.사무실에 도착하니 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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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5화

강원훈은 어젯밤 밤새 밖에서 빈둥거리다가 점심때가 다 되어서야 호텔에서 깨어났다.강씨 저택으로 돌아가 차에서 내리자마자 똑같이 차에서 내리던 강지찬과 정면으로 부딪쳤다.강원훈은 순간 귀신이라도 본 듯 얼굴 표정을 감출 수가 없었다.“너, 너 안 죽었어?”강지찬은 한 손으로 임미연의 허리를 감싸고는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안 죽었어요.”정신이 번쩍 든 강원훈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하하 지찬아. 넌 우리 강씨 집안의 대들보야. 모두들 네가 무사하기를 바라고 있었어. 진짜 괜찮아? 괜찮다니 다행이다.”말을 마친 후 힐끗 임미연을 훑어보는 눈빛은 알 수 없는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임미연은 도발적인 눈빛으로 강지찬의 어깨에 기대고 있었다.집에 돌아왔을 때, 주연지가 방금 하품을 하며 위층에서 내려오는 모습에 강원훈이 벌컥 화를 냈다.“강지찬이 살아 돌아왔는데 왜 말을 안 했어?”“강지찬이 살아 돌아왔다고요?”주연지는 충격을 받은 듯한 얼굴로 말했다.“누가 그래요? 나, 나는 새벽에야 돌아왔어요.”오자마자 여태까지 잤다.강원훈은 너무 화가 난 나머지 집안을 빙빙 돌았다.“임미연 그 계집애, 우습게 봤어.”주연지도 순간 긴장했다.“강지찬이 정말 살아있어요? 봤어요?”“방금 여기 마당에서 마주쳤는데 내가 사람을 잘못 봤을까 봐?”강원훈은 순간 욱했다.“정말 팔자가 세네. 죽지 않고 다시 살아오다니.”“그럼 우리 이제 어떻게 해요?”주연지는 겁에 질린 얼굴로 물었다.“혹시 우리에게 복수하는 것 아닐까요?”강원훈은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우리에게 왜 복수하는데? 입 조심해, 함부로 지껄일 거면 당장 꺼져!”강원훈은 돌아와서 계속 잘 생각이었지만 지금은 전혀 잠이 오지 않아 옷을 갈아입고 다시 집을 나섰다.강지찬이 살아있다는 사실이 서울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지만 사람들은 강지찬이 며칠째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무슨 이유인지 아무도 모른다.“사모님, 대표님이 오늘 임미연 씨와 같이 집을 보러 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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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6화

문 앞에 있던 정유진은 결국 발걸음을 돌리고 돌아서서 자리를 떴다.대문에서 사람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것을 본 방경숙은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다.“조금 전, 누가 온 거 아니에요?”문밖을 지키던 하인이 말했다.“사모님이 왔었어요.”방경숙의 얼굴에 기쁨의 희열이 넘쳤다.“그럼 사모님은요?”“다시 갔어요.”말을 들은 임미연은 조심스럽게 강지찬의 눈치를 살폈다.하지만 아예 못 들은 사람처럼 행동하는 강지찬에 임미연은 참지 못하고 입꼬리를 올렸다.정유진은 술집에 가서 술을 여러 병 주문했다.마시기 전에 임우연에게 전화를 걸어 강지찬의 인수인계를 맡겼고 앞으로 회사 일도 강지찬에게 직접 보고하고 내일부터는 K그룹에 가지 않겠다고 했다.휴대폰 너머로 임우연이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정유진은 전화를 끊었다.그리고 옆에 서 있는 장형준에게 말했다.“오늘 밤 내 옆에서 마지막 근무를 하고 내일은 그 사람 곁으로 돌아가세요.”“사모님, 왜 대표님과 이야기하지 않는 거예요?”장형준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정유진은 아무 말 없이 웃으며 술잔을 기울였다.감히 물을 수가 없었다.그렇게 많은 일을 겪었지만 지금의 오히려 겁쟁이가 되었다.그녀는 강지찬에게 깊은 이야기를 할 수 없었다. 혹시라도 그의 입에서 무정한 말이 나올까 봐 두려웠다.그렇게 한 잔 한 잔 술잔을 비웠다.주량이 센 정유진은 취하지 않을까 봐 일부러 독한 술을 주문했다.그런데 반병밖에 안 마셨지만 벌써 취했다.이때 한 남자가 그녀 앞에 앉았다.“강지찬?”머리를 세게 흔들어 정신을 차리고 눈앞의 사람을 보았다.“아, 또 당신이야.”장형준은 강지현을 뚫어지게 쳐다보더니 돌아서서 나가 전화를 걸었다.“대표님, 사모님이 많이 취했어요.”강지찬의 목소리는 기복이 없었다.“네가 있잖아.”장형준이 말했다.“둘째 도련님이 왔어요.”전화기 너머로 잠깐 침묵이 흐르더니 강지찬이 전화를 끊었다.술집으로 돌아오니 계산을 마친 강지현이 정유진을 안고 나오고 있었다.“둘째 도련님, 사모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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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7화

강지찬이 사람들 앞에서 정유진 망신 주는 것과 다름없다.정유진을 보는 이들의 눈빛이 확연히 달라졌다.“새언니, 괜찮아?”강지아가 걱정스럽게 쳐다봤다. 달려들어 임미연의 얼굴을 찢지 못하는 게 한스러웠다.괜찮을 리가 없다.정유진은 곧장 강지찬과 임미연을 향해 걸어가더니 옆 종업원 쟁반에 담긴 샴페인 한 잔을 집어 들어 강지찬의 얼굴에 뿌렸다.샴페인을 한 방울도 남김없이 상대방의 얼굴에 뿌리는 동작은 정말 능숙했다.온 장내가 떠들썩했다.“정유진. 미쳤어?”임미연이 비명을 지르며 옆의 사람에게 수건을 가져오라고 했다.내연녀에게 이런 행동을 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쓰레기 같은 남자에게 직접 이런 행동을 할 줄은 아무도 몰랐다.의아해하는 마음과 함께 현장에 있던 사모님들은 또 한 번 호들갑을 떨었다. 여기 있는 여자들 중 또 누가 이런 패기를 가졌는지 묻고 싶었다.이 바닥에 더럽지 않은 남자가 몇 명 있겠는가? 바람피우는 사람은 비일비재하다.그녀들이 쓰레기 같은 남자를 미워하지 않아서일까?당연히 미워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감히 남자에게 함부로 하지 못하고 내연녀를 괴롭힐 수밖에 없었다.남편의 불륜에 시달리던 여자들은 정유진의 행동에 피가 끓어올랐고 덩달아 같이 손에 땀을 쥐었다.강지찬이 절대 만만한 상대가 아님을 그 누구도 알고 있다.깜짝 놀란 강지아는 혹시라도 누가 새언니를 괴롭힐까 봐 얼른 다가와 정유진의 편을 들었다.웨이터가 재빨리 수건을 가져오자 임미연이 손을 뻗기도 전에 강지찬이 덥석 잡았다.그리고 얼굴을 닦으며 차가운 시선으로 정유진을 바라봤다.이 틈에 임미연이 말했다.“정유진 씨. 너무한 거 아니에요?”“여기에 네가 말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강지아는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임미연을 노려봤다.“닥쳐! 안 그러면 다음엔 너에게 샴페인을 뿌릴 테니.”임미연은 입술을 깨물었다. 지금 그녀는 정유진이 두렵지 않지만 유일하게 두려운 사람은 강지아이다.강지아는 답답해 죽을 것만 같았다. 기다리던 오빠가 겨우 돌아왔는데 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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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8화

앞에 놓인 손을 본 정유진의 표정은 조금씩 차가워졌다.잠깐 정말로 손을 올리고 싶었지만 강지찬이 그렇게 한다고 도저히 똑같이 할 수 없었다.많은 사람들이 이쪽을 보고 있고 댄스 플로어 쪽에서도 한기를 띤 시선이 그들을 계속 쳐다보고 있었다.“유진 씨, 같이 춤을 출까요?”강지현이 말했다.“아니요. 관심 없어요.”정유진이 대답했다.정유진은 춤에 관심이 없을뿐더러 강지현과 강지찬의 싸움에도 관심이 없다.하지만 강지현은 오늘따라 고집을 부렸다.“나를 이용해도 돼요. 괜찮아요.”어리둥절한 정유진은 하마터면 그 말에 동요되었다.하지만 머릿속에 조예원과 아이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여전히 독한 마음을 품을 수 없다.“아니에요.”강지현을 또 한 번 거절한 정유진은 일어나 화장실로 갔다.세수를 한 후, 휴지를 뽑아 립스틱을 닦았다.갑옷을 입은 듯, 옷이 천근처럼 무겁게 느껴져 세면대를 짚은 채 숨을 헐떡였다.뒤에서 발자국 소리가 나더니 곧이어 임미연의 작고 야리야리한 얼굴이 나타났다.득의양양한 승리의 미소를 띤 작은 얼굴이다.“내가 그쪽이었다면 오늘 밤 사람들 앞에서 창피당하지 않았겠죠.”임미연의 말에 정유진은 허리 펴고 거울로 그녀와 시선을 맞췄다.“만약 내가 너라면 정실부인 앞에 와서 위세를 부리지 않았겠지. 임미연 씨, 보아하니 아직도 내연녀가 되기에는 부족한 것 같네.”“무슨 뜻이에요?”정유진은 차가운 얼굴로 뚫어지게 바라봤다.“내가 이혼하지 않으면 너는 평생 볼썽사나운 내연녀로 살 수밖에 없어. 너의 배 속의 아이도 평생 사생아라는 뜻이야.”임미연은 코웃음을 쳤다.“아이고. 난 또 얼마나 대단한 줄 알고. 정유진 씨, 자신이 뭐라도 되는 줄 알아요? 이혼하기 싫으면 안 하게 될 것 같아요? 잘 들어요. 지찬 오빠가 약속했어요. 그쪽과 이혼하고 나와 결혼하겠다고요.”말하면서 시위하듯 반듯한 배를 내밀었다.“뱃속에 아들이에요.”“그럼 해볼까. 내일 오전 9시. 가정 법원 앞에서 보자고 전해줘.”말을 마친 후 가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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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9화

강지찬은 한참 숨을 고른 후에야 좀 나아졌다. 하지만 정유진은 이미 자리를 떴다.입꼬리를 올리더니 옷매무시를 가다듬은 후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한규진 등 여러 남자들이 같이 모여 있었고 다 그의 사람들이라 말도 거리낌 없이 했다.“대체 무슨 짓이야? 정말 형수님과 헤어질 거야?”최의현은 마음을 가다듬고 말했다.“형수님이 얼마나 고생했는데. 금방 사고 났을 때 하루 종일 밥도 못 먹고 잠도 못 잤어. 비쩍 말랐는데 아직도 살이 안 찌잖아.”경은우도 말했다.“바깥에 떠도는 유언비어는 사실이 아니야. 형이 없는 동안 형수님은 본가에도 가지 않고 계속 친정에서 살았어.”한규진은 혀를 찼다.“내가 볼 때 지금 저 여자는 너무 평범해. 너의 마누라가 앞에 서면 하녀 같잖아. 역시 너의 마누라가 제일 예쁘고 패기가 넘쳐.”강지찬은 저마다 한마디씩 정유진을 거드는 말에 대꾸도, 반박도 하지 않았다.그들의 말이 다 끝나서야 입을 열었다.“하지만 이 여자는 날 즐겁게 해 주잖아. 남자는 말이야, 즐겨야지? 불을 끄면 어차피 다 똑같아.”묵묵히 술을 마시던 온유한은 순간 정색했다.“아무리 그래도 형수님과 아이에게 너무 미안하잖아.”이 말이 나오자 분위기가 어색해졌다. 하지만 강지찬은 화를 내지 않았고 전혀 개의치 않아 하는 것 같았다.모두가 강지찬이 아내와 사이가 틀어져 이혼할 것이라 생각했다.정유진은 이날 밤 또 잠을 이루지 못했다.요 며칠 동안 잠을 잘 못 잤지만 오늘 밤 술을 마셔도 전혀 졸리지 않았다.다음날 파운데이션을 듬뿍 발라 다크서클을 가린 탓에 얼굴에 핏기 하나 없이 잘 다듬어진 인형 같았다.곧 새해가 다가오는 데다 요 며칠 날씨도 추워 이명자와 정명학은 외출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외부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아직 모른다.엄마의 관심 어린 눈빛에 정유진은 미안해서 견딜 수 없었다.부모님께 강지찬과의 이혼을 어떻게 말해야 할까?아이에게 엄마, 아빠가 함께 있지 않을 거라는 걸 어떻게 말해야 할까?“어젯밤 잠을 못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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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0화

정유진은 가정 법원 앞에서 9시 반까지 강지찬을 기다렸지만 결국 나타나지 않았다. 이때 임우연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정 대표님, 강 대표님과 연락이 안 되는데 어떡하죠? 회의가 곧 시작됩니다.”정유진 그제야 오늘 임직원 회의가 열 시에 시작한다는 것이 생각났다.강지찬이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알 수 없었다. 이혼하러 오지도 않고 회사도 가지 않았다.중요한 것은 오늘 회의가 아주 중요하다. 몇 가지 계속 논의된 문제를 대표이사가 결정해야 하는 날이다.“그 사람 지금 어디에 있는데요?”임우연은 잠깐 멈칫하더니 말했다.“지금 쇼핑몰에 있다고 들었습니다.”그 인간이 이혼하러 오지 않을 거라고 확신한 정유진은 차를 몰고 회사로 향했다.이번 임직원 회의에는 최의현도 있었다. 몇몇 늙은 어르신들은 말다툼을 벌이다가 화가 나서 의자를 걷어차려 했다.정유진은 무표정한 얼굴로 핏대를 세운 채 말하는 고지식한 늙은이들의 의견을 부결시켰다. 늙은이들이 뭐라고 말해도 그녀는 결정한 방안을 단호하게 밀어붙였다.영감들을 강력한 기세로 제압하는 정유진의 모습에 최의현은 왠지 강지현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이것은 분명 천생연분이다.최의현은 사무실로 돌아오자마자 강지찬에게 전화를 걸어 쉴 새 없이 말했다.“나 진짜 정유진 같은 여자는 처음 봤어. 회의할 때 너처럼 말이 많지 않은데 본인이 확실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은 절대 결정을 바꾸지 않아. 그 늙은이들이 미쳐 날뛰는데 대표이사가 몇 마디로 최종 계획을 확정하니까 말이야. 강 대표. 형수님 정말 좋은 사람인 것 같아. 그때의 네 모습과 많이 닮았어.”목걸이를 고르고 있는 임미연을 멀찌감치 바라보는 강지찬은 정유진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고 대신 화제를 돌렸다.“강원훈은 회사에 있어?”“아니. 요즘 회사 미팅에도 참석하지 않아. 왜?”“아니야. 그냥 좀 물어보느라”최의현이 언제 회사에 올 거냐고 묻자 강지찬은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정유진은 점심에 일이 있어 식당에 가지 못했다. 대신 비서가 그녀에게 점심을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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