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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릿해서 결혼했어요의 모든 챕터: 챕터 561 - 챕터 570

931 챕터

제561화

저녁에 늦게 퇴근한 강지찬은 샤워를 하고 다시 서재에 들어갔다.정유진이 커피 한 잔을 끓여 가져다줬다. 들어가 보니 영상을 보고 있었다.영상 속 여자는 기절할 정도로 울고 있었다. 아들을 찾아내라고 했다가 엄마를 되돌려달라고 했다. 차마 눈 뜨고 볼 수가 없었다.“뭔 일이 생긴 거예요?”강지찬이 인터넷 영상을 볼 사람은 아니다. 이렇게 보고 있다는 것은 분명 그와 관련이 있다.“일이 좀 생겼어.”강지찬이 핸드폰을 내려놓더니 정유진을 품에 안으며 말했다.“동산시 쪽 쇼핑몰에서 큰 사고가 났어. 여론을 통제하기도 좀 어렵네. 여보, 나 가봐야 할 것 같아.”정유진은 깜짝 놀랐다.“지금요?”K그룹의 프로젝트가 곧 비딩을 앞두고 있다. 이런 상황에 좋지 않은 여론이 일 경우 K그룹과 신규 프로젝트 유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작은 쇼핑몰이지만 일이 생긴 이상 강지찬이 특별히 다녀와야 했다.강지찬은 눈을 감고 정유진의 목에 머리를 묻었다.정유진은 스트레스가 많은 그를 생각하며 위로하고 싶었지만 이 인간은 어느새 그녀의 입술을 침범했다.그러고는 서재에서 또 난리를 쳤다.다음날 정유진은 연우 인테리어에서 야근을 하다가 강지찬의 전화를 받았다. 동산시 쪽 담당자가 혼자 버티지 못하는 바람에 반드시 다녀와야 한다고 했다. 전화가 왔을 때는 이미 공항으로 가는 길이었다.저녁에 정유진은 아이를 데리러 지엘 별장으로 간 김에 그곳에서 저녁까지 먹었다.이명자는 어차피 강지찬이 집에 없으니 하룻밤 묵고 가라고 했다.하지만 정유진은 거절했다.“지찬 씨가 집에 없을수록 내가 더 있어야죠.”정명학은 고개를 끄덕였다.“유진이 말이 맞아. 부부는 일심동체니까.”요즘 강씨 저택의 사람들은 별 움직임이 없다. 강지찬이 출장을 갔으니 이제 움직임이 있을지도 모른다.연우를 재우자마자 방경숙이 다가오더니 주연지가 왔다고 했다.정유진은 웃으며 말했다.“제일 처음 올 줄 몰랐네요.”송지윤이 처음일 줄 알았다. 그동안 송지윤과 친하게 지냈기 때문이다.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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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2화

강지찬은 장형준과 비서 한 명만 데리고 나갔다. 요즘 회사 일이 많아 임우연이 회사에 남았다.집을 비운 사이 정유진은 늘 제시간에 연우를 하원 시켰다. 경호원도 추가했다. 혹시라도 연우에게 또 사고가 날까 봐 두려웠다.정유진은 왠지 모르게 무슨 일이 생길 것 같았다. 마음이 불안했다.다행히 강지찬이 간 후 일이 잘 처리되었다.알고 보니 동산시의 아이 실종은 원유쇼핑몰에만 발생한 것이 아니라 설이 지난 후 다른 곳에서도 세 건의 또 다른 사건이 연이어 발생했다.강지찬은 간 뒤 곧바로 4억 원을 기부해 경찰이 아동 납치 사건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줬다. 이 돈은 경찰이 단서를 제공한 시민들에게 현상금으로 지급될 것이다.이 행동은 아이가 실종된 가족을 다독일 수 있었고 덕분에 K그룹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정유진이 거의 잠들기 직전 강지찬에게서 전화가 왔다. ‘여보’라는 말 속에는 피곤함이 잔뜩 묻어있었다.“밥 먹었어요?”정유진이 물었다.“먹었어. 지금까지 일을 처리했어. 문제가 산더미처럼 쌓여있어. 주경현 이 쓸모없는 인간.”가족들을 다독이는 것도 제대로 못 하니 강지찬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아동 실종은 사회적 이슈가 된다. 쇼핑몰에서는 경찰에 잘 협조하고 가족을 잘 타이르면 별일이 없다.그런데 주경현이 아이의 실종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처음에는 이 사건에 대해 아랑곳하지 않아 가족들의 반발을 샀다. 그러다가 그 뒤에 할머니가 추락하는 사건이 발생했다.“벌을 내리든 해고하든 상관없지만 화는 내지 말아요. 몸에 안 좋아요. 일찍 쉬어요.”정유진은 잠깐 생각한 후 말했다.“일 다 보고 일찍 돌아와요.”아이를 찾는 게 하루아침에 해결될 일이 아니다. 강지찬도 계속 거기 있을 수 없다.“여보, 나 보고 싶어?”정유진은 얼굴이 뜨거워졌다. 늘 그에게 차갑게 굴었던 정유진인지라 이런 말이 어색했다.“시간이 늦었으니 일찍 주무세요.”강지찬은 뾰로통해졌다.“왜, 자기 남자를 사랑한다는 걸 인정하는 게 그렇게 어려워? 전에 왜 대신 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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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3화

K그룹의 새 프로젝트 총괄 디자이너는 여전히 서정호와 정유진이 맡았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이번 사업은 관광레저숙박사업을 하나로 만든 것으로 K그룹이 최근 몇 년간 공들여 준비한 주요 사업이다. 일선 도시에서 진행되면 전국은 물론 전 세계로 뻗어 나갈 것이다.멀리 동산시에 있는 강지찬은 화상으로밖에 참석할 수 없었다.정유진과 서정호가 웃고 떠들며 회의실로 들어서자 앉아 있는 강지현이 눈에 들어왔다.강지현을 본 후 모두가 두 사람 멍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본인은 정작 아무런 표정이 없이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웃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의 불편함을 전혀 보지 못한 듯했다.정유진과 서정호가 자리에 앉자 비서가 다가와 물을 건넸다.이때 강지현이 입을 열었다.“오늘 날씨가 추우니 정 대표에게 커피 한 잔 갖다 주세요.”웅성거리던 회의실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모두의 시선이 정유진에게 쏠렸다.정유진은 평소처럼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물이면 돼요.”회의 담당 비서는 정유진을 바라본 뒤 현명하게 커피를 들고 오지 않았다.강지현도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거의 다 모이자 옆에 앉은 프로젝트 총책임자에게 말했다.“시작해도 될까요?”담당자가 유진을 쳐다보자 정유진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제야 본격적인 회의가 시작됐다.강지찬도 영상으로 연결했다. 검은 셔츠를 입은 채 아직 호텔에 있었다.불과 이틀밖에 만나지 못했지만 정유진은 영상 속 남자를 보며 문득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저도 자기도 모르게 입술을 찡그렸다.회의실 카메라는 비서가 조정했다. 바로 정유진을 센터로 잡았다.그녀의 입술을 본 강지찬은 눈썹을 찡그리며 살짝 헛기침했다. 하마터면 ‘여보’라고 소리칠 뻔했다.“다 모였나요? 그럼 시작하겠습니다.”강지찬은 의자에 기대어 정유진만 쳐다봤다.옆에 있는 강지현도 무시당했다.회의가 끝나자 동영상 속의 남자는 고개를 숙이더니 휴대전화를 집어 들었다.이내 정유진의 휴대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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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4화

정유진은 요즘 너무 바쁘다. 점심도 소미가 사무실에 갖다 줘서야 먹었다.밥을 먹은 후 강지찬의 휴식실에 가서 30분 동안 잤다. 그리고 다시 일어나서 일을 시작했다. 연우를 데리러 갈 시간도 없이 강지아에게 전화해 부탁했다.아이가 안전하게 집에 도착했다는 메시지를 받은 후 밤 11시가 넘을 때까지 야근을 하고 나서야 집에 돌아왔다.한밤중에 비가 내려서 바깥을 보니 강지현이 우산을 쓰고 마당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너무 피곤해서 상대방과 이야기할 기분조차 없다.“유진 씨.”집에 들어가기 전에 강지현이 그녀를 불렀다.마당에는 경호원도 있고 현관에는 하인도 있다. 정유진은 그와 정말 싸우고 싶지 않았다.너무 안 좋게 보이기 때문이다.“일 얘기는 내일 회사에서 해요.”강지현은 그녀의 눈을 보며 말했다.“일 얘기 아니에요. 오늘 회의에서 제기한 문제와 해결방안들이 너무 좋았어요.”정유진의 업무 능력은 누구나 인정하는 바이다. 강지현도 마찬가지이다.“별일 없으면 들어가 볼게요.”정유진이 돌아서서 집 안으로 들어갔다.강지현은 더 이상 그녀를 부르지 않았다. 한참 기다린 이유가 단지 한마디 칭찬을 하기 위한 것처럼 말이다.정유진이 샤워를 마쳤을 때쯤 강지찬의 전화가 걸려왔다.베개에 기대어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채 전화를 받았다. 귓가에선 강지찬의 농담이 들렸다.“내일 돌아온다고요?”정유진은 잠깐 정신을 차렸다.“이쪽 일은 다 처리했어.”하지만 강지찬은 그녀의 말투가 불만이었다.“왜, 내가 일찍 돌아가서 싫어?”“아니요. 그게 아니라 날씨를 보니까 요즘 며칠 동안 비가 많이 와서 비행기가 취소되거나 지연되는 게 많더라고요. 지장이 없을지 모르겠네요.”강지찬은 장난기 섞인 말투로 말했다.“그럼 어떡해, 밤에 와이프 없으면 잠도 안 오는데.”너무 졸린 정유진은 그의 헛소리를 들으며 잠이 들었다.다음날 일어나 보니 휴대전화는 진작 꺼졌다.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었다. 연우를 유치원에 보낸 후 더 많이 내렸다.동산시 쪽의 날씨를 확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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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5화

다시 한번 천둥번개 소리가 들렸다. 휴대전화가 바닥에 떨어졌다.교통사고!그것도 심각한 교통사고라니!핸드폰 너머로 파출소의 경찰이 계속 말했다.“강지현 씨와 동행한 사람은 찾았습니다. 운전기사와 비서인 것 같아요. 지금 상황이 매우 심각합니다. 비서도 중상을 입었지만 의식은 회복했어요. 이미 대량의 인원을 보내 수색 중이지만 비가 너무 많이 내리고 강의 물살이 세서... 여보세요. 정 여사님, 듣고 계신가요? 정 여사님?”정유진은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저, 저... 곧 갈 테니 구체적인 위치 좀 보내주세요...”머릿속이 윙윙거렸다. 강지찬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 마음속으로는 잘 알면서도 술에 취한 듯 멍하니 휴대폰을 들고 밖으로 뛰쳐나왔다.연우 인테리어에서 K그룹까지 가는 짧은 거리를 가면서도 하마터면 사람과 차를 칠뻔했다.K그룹에 도착한 후 차에서 내려 우산도 쓰지 않고 빗속을 걸어 건물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그녀를 보고 깜짝 놀랐다.“정 대표님, 무슨 일이십니까?”정유진은 곧장 대표이사 전용 엘리베이터로 들어가 임우연을 찾으러 위층으로 올라갔다.“정, 정 대표님? 이렇게 큰비가 내리는데 우산도 안 쓰셨어요?”정유진은 아무 말 없이 강지찬의 사무실로 직행했다.임우연은 그녀의 표정을 보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내 무엇인가 잘못됐다는 것을 깨닫고 얼른 따라갔다.“임 비서님, 지찬 씨가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아직 찾지 못했대요.”늘 침착하던 임우연은 눈이 휘둥그레졌다.“뭐라고요?”말을 하는 정유진은 입술마저 떨고 있었다. 이상한 눈빛과 단호한 말투는 오히려 듣는 사람을 안타깝게 했다.“차 좀 배정해 주세요. 사람도 몇 명 더요. 당장 가봐야겠어요. 지금 다른 거 생각할 겨를이 없어요.”간단한 말 한마디였지만 얼마나 놀랐는지 알 수 있었다.임우연 역시 강지찬이 거금을 주고 스카우트한 인재답게 금세 마음을 추스르고는 말했다.“바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정 대표님, 우선 잘 상의해야 한다고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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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6화

다음날 경찰을 따라 사고가 난 곳으로 간 정유진은 다시 다리가 풀렸다.“며칠 내린 비로 강 선생의 차가 이곳을 지나갈 때 산사태가 났습니다. 국도 아래가 또 절벽이고 강이라...”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었다. 끊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말을 하던 구조팀장은 얼굴의 빗물을 닦은 뒤 다시 말을 이었다.“이런 날씨에 이곳을 지나가는 차량도 드물어요. 신고가 들어온 것도 사고가 난 후 30분 정도 지난 후이고요. 우리 사람들이 도착했을 때 강지찬 씨의 차가 절벽 아래로 전복되었어요. 운전기사는 운전석에 끼어 있었고 다른 한 사람은 산 중턱에서 찾았어요.”산사태로 국도가 막혔다. 이때 차량이 지나가면 매몰되기 마련이다.정유진은 산 아래로 망가진 차를 보며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듯했다.“지찬 씨는 묻히지 않았을 겁니다.”정유진은 단호하게 말했다.온유한은 우산을 받쳐주며 말을 잇지 못했다.강지찬이 살아있을 가망이 없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었다.비록 산사태에 묻히지 않았더라도 강에 빠지면 똑같이 위험하다.벌써 열몇 시간이나 지났고 비도 계속 내리고 있다.산 아래로 수시로 돌멩이가 굴러떨어졌다. 구조팀장은 다급하게 계속 재촉했다.“여러분, 빨리 이곳을 떠나세요. 산이 계속 무너질 것 같습니다. 이곳은 이미 완전히 통제되었어요. 오래 머무르면 안 됩니다.”떠난다는 말에 정유진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그런데... 지찬 씨가 밑에 있으면요?”이 말에 온유한은 견디기 힘들었다. 함께 자란 강지찬이 이렇게 사라졌다는 것을 믿고 싶지 않았다.“형수님, 구조대 말 들어요. 일단 여기서 나가야 합니다.”“안 돼요. 만약 진짜 밑에 있으면 그러면...”구조팀장은 얼굴의 빗물을 또 한 번 닦았다.“어제 우리가 수색해봤습니다. 근처에 살아있는 생명체 징후가...”“하지만 방금 말했잖아요. 묻혔는지 확실하지 않다고요.”“그건, 그건...”가족의 마음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완곡히 표현한 것이다.구조팀장은 마음이 급했다. 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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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7화

또 하루가 지났지만 구조대는 여전히 소식이 없었다.정유진은 사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한참을 뒤쫓아 다녔지만 소득이 없었다.강지찬의 신분 때문에 사고 소식은 잠시 봉쇄되었다. 경찰 측에서도 최선을 다해 협조했다. 수색 작업도 실명을 거론하며 하지 않았다.밤이 되자 비가 그쳤지만 정유진은 잠을 전혀 이루지 못했다.졸음이 전혀 쏟아지지 않았다. 어제부터 지금까지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평소 강인하던 모습이 완전히 사라졌다.밖에서 온유한이 구조팀장과 이야기하고 있다.“그 구간은 예전에 붕괴한 적이 있었어요. 강에 돌도 많고요. 온 선생님, 솔직히 말씀드리면 다년간의 구조 경험에 따라 보면 강 대표님은 강 어딘가에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우리가 수로를 따라 몇십 킬로미터를 찾아도 전혀 발견하지 못했을 리가 없어요.”온유한은 이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낮은 소리로 말했다.“다른 가능성은 없나요? 이제 막 결혼했어요. 아직 새파랗게 젊은 사람인데… 회사와 가족 모두가 이 사람을 필요로 해요. 이렇게 죽을 수 없다고요.”구조팀장은 한숨을 내쉬었다.“운이 좋길 바랄 뿐이에요. 그런데 이런 날씨에...”이때 문이 열렸다. 정유진이 창백한 얼굴로 입구에 서 있었다.온유한은 속이 철렁 내려앉았다.“형수님 안 주무셨어요?”정유진이 구조팀장을 보고 물었다.“아직도 소식이 없어요?”정유진은 방금 두 사람의 대화를 분명 들었지만 못 들은 척했다. 작은 희망이라도 품고 싶었다.“오늘은 늦었으니 이만 들어가세요. 내일 계속하죠.”구조팀장은 차마 그녀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수고하셨습니다.”정유진이 다시 문을 닫았다.잠시 후 온유한은 그녀에게 야식을 가져다주었다. 한참 동안 문을 두드렸지만 ‘먹고 싶지 않다.’라는 말만 했다.주위에 위로해줄 만한 여자 한 명이 없기에 온유한은 어쩔 수 없이 강지아에게 전화를 걸었다.다음날 강지아는 울면서 왔다. 눈이 퉁퉁 부은 것을 본 온유한은 그녀를 부른 것을 후회했다.그런데 이미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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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8화

저녁 무렵이 되자 마침내 방 안의 울음소리가 점차 그쳤다.온유한은 낮에 시내를 다녀왔다.“장형준은 고비를 넘겼지만 아직 깨어나지 않았어요. 내일쯤이면 깨어날 것 같아요.”정유진은 쉰 목소리로 말했다.“내일 찾아가 볼게요.”구조 팀장은 손에 가방을 들고 황급히 들어왔다.“정유진 씨, 이것 좀 확인해 주세요. 혹시 강지찬 씨의 신발인가요?”정유진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가방 안에는 물에 푹 젖은 검은 구두가 있었다.하지만 신발 브랜드는 아주 익숙하다. 강지찬이 신던 브랜드이다.신발을 움켜쥐고 눈물을 왈칵 쏟았다. 도저히 말을 할 수 없었다.강지아도 달려왔다. 신발을 보는 순간 바로 무너져 버렸다.“오빠 신발이에요. 그런데 우리 오빠는요. 어디 있어요?”구조 팀장은 미안한 듯 말했다.“하류에서 60여㎞ 떨어진 곳에서 신발을 찾았어요. 강지찬 씨는... 죄송합니다. 아직 찾지 못했어요.”신발을 강에서 찾았다는 것은 강지찬이 물에 빠졌다는 뜻이다.사건 발생 후 지금까지 60시간이 지났다. 모두 강지찬이 살아있을 가능성이 아주 낮다고 생각했다.정유진은 신발을 꼭 껴안았다. 순간 눈앞이 캄캄해졌다.깨어나 보니 강지아가 침대 옆에 앉아 말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새언니, 우리 오빠가 정말로 죽었을까요?”그 말에 정유진의 가슴은 또 한 번 지끈지끈 아팠다.강지아는 천장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인생의 의미를 잃은 듯한 정유진의 모습에 당황했다.“새언니, 언니는 절대 무슨 일이 생기면 안 돼요. 유한 오빠가 그러는데 며칠 동안 아무것도 안 먹었다면서요? 잠도 안 자고. 어떻게 버티려고 그래요?”말하고는 밖으로 뛰쳐나가 저녁 식사를 가져왔다.밖은 이미 어두워졌고 비는 또다시 내리기 시작했다.비는 절망적으로 많이 내리고 있었다.“새언니, 일어나서 뭐 좀 드세요.”강지아는 울면서 말했다.“우리 오빠가 어쩌면 살아있을지도 모르잖아요. 우리가 구해주기를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그런데 새언니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연우는 어떻게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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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9화

온유한과 강지아가 달려왔을 때 바닥에 엎드려 오열하는 정유진을 발견했다.강지아가 온유한에게 울먹이며 말했다.“새언니가 오빠를 사랑하지 않는 줄 알았는데...” 온유한이 강지아의 머리를 툭툭 쳤다. 그리고 다가와 정유진을 잡아당겼다.호텔에 돌아와 샤워하고 나온 정유진을 본 강지아는 깜짝 놀랐다.요 며칠 살이 많이 빠졌고 얼굴에 핏기가 하나도 없었다. 눈은 이미 시뻘게져 있었다.“새언니, 왜 이렇게 변한 거예요? 우리 오빠가 보면 얼마나 마음이 아프겠어요!”며칠 동안 거울을 보지 않았던 정유진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깜짝 놀랐다.젖은 머리카락을 잡고 몸을 돌려 다시 욕실로 갔다.20분 정도 지난 후 다시 나왔다. 이번에는 화장하고 파운데이션으로 다크서클을 감췄다. 사람도 많이 생기 있어 보였다.머리도 뽀송뽀송하게 말리고 옷도 갈아입어 예전 모습을 되찾았다.“지아 말이 맞아, 네 오빠가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데 게으르고 지저분한 내 모습을 보여주면 안 되지.”“새언니, 우리 오빠...”강지아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입을 딱 벌렸다.정유진은 진지하게 말했다.“네 오빠 안 죽었어!”때마침 온유한이 아침을 갖고 온 것을 보고 정유진은 힘을 내 먹기 시작했다.강지아는 걱정스러운 듯 자신의 머리를 가리켰다.“유한 오빠, 우리 새언니가 충격을 너무 많이 받은 거 아니야?”온유한은 고개를 가로저었다.정유진이 배불리 먹을 때까지 기다린 온유한은 진지한 얼굴로 마주 앉아 말했다.“임우연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지찬이 형 일을 K그룹 임직원들이 어떻게 알았는지... 형수님, 이만 돌아가서 봐야 할 것 같아요.”“안 갈래요. 여기 남아서 지찬 씨를 찾아야 해요.”“지찬이 형은...”골든 타임이 지났기에 강지찬이 살아있을 리가 없었지만 온유한은 강지찬이 죽었다고 말할 수 없었다. “형수님, K그룹에도 아이에게도 형수님이 필요했다.”정유진은 인상을 찌푸렸다.“지찬 씨에게도 제가 필요해요.”정유진과는 얘기를 많이 나눈 적이 별로 없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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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0화

강씨 저택.강지찬이 교통사고로 실종된 지 며칠이 지났다는 소식을 들은 강홍식은 멍해졌다.“말, 말도 안 되는 소리!”집사는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어르신, 헛소리 아니에요. 며칠 전, 사고가 나서 사모님이 급히 달려갔는데 아직도 돌아오지 않았어요. 그리고 K그룹의 주주들도 모두 알고 있어요. 오늘 둘째 도련님이 회장 직무대행을 선출하기 위해 주주총회를 소집했어요. 어르신, 이제 어떻게 하죠?”강홍식은 연이은 소식에 넋이 나갔다.아들이 사고를 당했다는 것도 믿기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K그룹의 현재 상황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몰랐다.“지찬아, 지찬아 너 진짜...”고세연은 강홍식을 부축하며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어르신, 빨리 회사에 가야죠.”한평생 이런 일이 있을 거라고 전혀 예상하지 강홍식은 순간 넋이 나갔다.“회사에 가서 뭐 해?”“회사에 가서 큰 틀을 잡아야죠. 잘 생각해봐요. 만약 지찬이가 돌아오지 못하면 회사는 남의 손에 넘어갈 거 아니에요? 그건 우리 집안 회사라고요.”“닥쳐!”강홍식은 고세연의 코를 가리키며 소리쳤다.“감히 내 아들을 저주해? 지찬이가 왜 못 돌아오는데?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야. 단지 실종되었을 뿐이야. 분명 돌아올 거야.”하지만 고세연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요즘 비가 많이 오고 있는데 강지찬을 찾았다면 진작 찾았어야 했다. 정유진과 강지아, 그리고 온유한도 그쪽에서 찾고 있는데 소식이 없는 것은 강지찬이 죽었다는 뜻이다.잘 죽었다!고세연은 설레는 마음을 억누르고 이내 슬픈 얼굴을 했다.“그런 뜻이 아니라 만약을 얘기하는 거잖아요.”“만약이라는 것은 없어!”강지찬이 죽으면 어떻게 할지, 이 집안은 어떻게 이어나갈지 강홍식은 상상할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못난 늙은이의 얼굴을 보고 있는 고세연은 너무 미웠지만 함부로 입을 놀리지 못했다.“어르신, 정말 오해예요. 빨리 회사에 가서 지찬이 회사를 지켜줘야죠. 잊지 마세요. K그룹은 지찬이와 강지현이 주식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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