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층에 있는 임미연은 근무시간 내내 땡땡이를 부리지 못했다. 정유진의 방에는 잠시 어슬렁거리다가 돌아갔다.“정 대표님, 저 여자 누구예요. 강 대표님의 친척이에요?”정유진은 ‘응’이라고 대답한 후, 시간을 보더니 강지찬을 찾으러 올라가기로 했다.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옆 탕비실에서 누군가 수다를 떠는 소리가 들렸다.“방금 서류를 전달하러 내려갔는데 19층에 있는 임미연이 사모님과 함께 있더라고. 말끝마다 형수님 형수님 하면서 웃고 떠들고 있었어.”“그 여자 연기는 정말 잘하네. 말끝마다 지찬 오빠, 지찬 오빠. 강 대표를 당장이라도 눈에 넣을 기세였어. 나는 왜 강 대표의 사촌 동생이라는 게 믿기지 않지? 눈빛이 이상해.”“사촌 동생이라고? 순진하긴. 19층 동료가 그러는데 집안이 강 대표 댁과 친척 관계일 뿐이지 아무런 관계가 없대.”“그 여자는 대체 무슨 생각인 거야? 강 대표님이 사모님과 곧 결혼할 예정인데 설마 그사이에 끼어들고 싶은 건 아니겠지?”“누가 알겠어. 그런데 본인이 사모님과 비교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나? 그 무미건조한 얼굴은 사모님 앞에서는 감히 고개도 쳐들지 못할 거야.”“우리가 괜히 넘겨짚은 것일 수도 있잖아. 강 대표를 진짜 사촌오빠로 생각할 수도 있고. 매번 올라갈 때마다 2분도 안 돼서 다시 내려갔어.”강지찬은 지금 외국인 바이어와 영상 통화를 하고 있었다. 정유진이 들어가자 먼저 앉으라고 손짓을 했다.정유진은 예전에 이 사람이 일하는 모습에 신경 쓰지 않았다. 몇 번 보고 어리둥절해졌다.의자 등받이에 기댄 채 두 손은 깍지를 끼고 있었다. 느긋하지만 자신감이 넘치는 자세였다.러시아어로 얘기를 하고 있어 정유진은 이해하지 못했지만 통역 없이 거래처와 유창하게 대화할 수 있고 태도로 보아 협상에서 우위를 점한 것 같다.열심히 일하는 남자가 매력적이라고 했던가, 지금의 강지찬이 바로 그렇다.듬직하고, 예지적이며, 마음가짐이 확고하다. K그룹은 절대 손에서 내리막길을 걷지 않을 것이다.이런 성숙하고 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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