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피로연은 뷔페 형식으로 한식과 양식이 모두 준비되어 있었다. 모두 최고 요리사를 특별히 초대하여 요리했다.피로연이 끝난 후 집으로 돌아가는 일부 하객은 요트가 부두까지 데려다줬다. 저녁에도 만찬이 있다. 만찬에 참석할 하객은 크루즈 아래층에 있는 방에서 휴식을 취했다.결혼식의 모든 디테일이 완벽했다.신혼 방은 유람선에서 가장 큰 방이다. 창밖에는 끝없는 바다가 펼쳐져 있다.정유진은 술을 조금 마셨지만 취하지 않았다. 조금 어지럽기만 했다.강지찬은 그녀를 침대에 앉히고 키스를 퍼부었다. 그러자 더 어지러워졌다. 온몸이 나른해졌다.강지찬의 얼굴이 점점 붉어지고 호흡이 가빠졌다.“여보, 못 참겠어.”정유진이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못 참아도 참아야 해요. 좀 이따 일어나서 손님 대접도 해야 하잖아요.”강지찬은 그녀의 목에 얼굴을 파묻은 채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그러나 냉정하자고 다짐할수록 더 어려웠다.정유진이 이렇게 다정했던 적이 있었던가? 중요한 것은 사람을 꼬시기까지 한다. 이것은 사람을 죽으라는 말과 다름없지 않은가?“한 번만, 한 번이면 돼.”“한 번도 안 돼요.”강지찬의 눈이 점점 더 시뻘게졌다.“한 번이 안 되면 두 번!”그는 정유진의 대답을 미처 기다리지 않고 리모컨으로 커튼을 닫았다.방 안이 어두워졌다. 정유진은 깜짝 놀랐다.“함부로 굴지 말아요. 오후에 사람을 어떻게 만나요?”“내가 대신 만날게.”말을 마치자마자 넥타이를 잡아당겨 옷을 벗더니 다짜고짜 정유진을 침대에 눕혔다.“옷, 옷이 구겨졌어요.”“구겨지면 새것으로 바꿔.”“찢지 마요...”옷이 찢기는 소리가 났다. 정유진은 어쩔 수 없었다.“키스 마크 남기면 안 돼요.”“응!”그렇게 신부는 오후 내내 사라졌고 신랑은 의기양양했다.저녁 만찬에 참석하기 위해 남은 사람들은 모두 강씨 가문 혹은 강지찬과 가까운 사람들이다. 모두에게 쉴 방을 마련해줬고 호텔로 돌아가고 싶지 않으면 유람선에서 하룻밤을 보낼 수 있다.잠에서 깬 추호는 정유진을
잠에서 깨어난 정유진은 이대로 기절하지 못한 것이 한스러웠다.벌써 6시가 다 되었다. 즉 신부가 오후 내내 사라졌다는 뜻이다.강지찬, 이 짐승!욕실에 가서 샤워했다. 다행히 그 자식이 몸에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 드레스는 대부분 브이넥이나 등이 파진 스타일이다. 키스 마크가 남겨졌다면 입을 옷이 없었을 것이다.결혼식 코디네이터는 이미 떠났지만 다행히 송 선생이 아직 남아서 만찬 스타일링을 전담하고 있었다.강지찬은 들어오자마자 정유진의 따가운 눈빛과 마주했다. 그녀의 얼굴에 홍조가 띤 것을 보고 교만한 듯 말했다.“얼굴이 좋아 보이네. 내 고생이 헛되지 않았어.”정유진은 어이가 없었다. 이 사람은 점점 더 뻔뻔해졌다.강지찬은 다가가 그녀를 끌어안았다.“화내지 마. 오후에는 다들 방에서 쉬었어. 신부가 없어진 걸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어. 부모님도 당신이 어디 갔는지 묻지 않았어. 연우를 데리고 오후 내내 방에서 푹 쉬신 것 같아.”정유진은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강지찬은 사람을 시켜서 저녁을 갖고 오라고 했다.“일단 뭐라도 좀 먹자. 좀 있으면 또 먹을 시간이 없을 거야. 배고프지 않아?“배고파요.”커튼을 열어보니 유람선이 이미 근해로 들어와 있었다.저녁 식사 자리는 떠들썩했다. 어둠이 깔린 뒤, 연예계 스타들이 노래를 불렀다. 그중에는 강지찬의 열애설 상대인 안나와 미키도 있었다.강지찬의 결혼은 매우 성대하게 진행되었다. 다만 유람선에 기자들을 태우지 않았기 때문에, 결혼식은 성대하면서도 상당히 조용했다. 그저 멀리서 찍은 유람선의 사진 몇 장만 유출되었다.다음날 강지찬은 아내와 아이들을 데리고 신혼여행을 떠났다.한 아파트 아래층에서 강지현이 차 안에서 기다리고 있다.정유진이 이곳에 있었기에 이 아파트에 대해 상당히 익숙하다. 그녀가 야근 후 집에 가기 귀찮을 때 이곳에 자주 왔었다.그렇다. 여기가 바로 조예원이 예전에 살던 그 작은 집이다.나중에 예담 스튜디오가 돈을 벌자 조예원은 큰집으로 옮겼다. 하지만 큰집에 얼마 살지
강지현은 조예원을 강홍택과 송지윤에게 소개했지만 둘 다 별 반응이 없었다.일 처리가 똑 부러진 송지윤은 조예원에게 첫 만남 인사로 에메랄드 팔찌 한 쌍을 선물했다.강홍택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조예원이 임신했다는 것을 듣고 집사에게 잘 돌보라고 지시했다고 했다.방에 돌아온 조예원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강씨 저택은 충분히 크기에 생활이 그렇게 힘들지 않을 것이다.그동안 강지찬은 서울에 없었다. K그룹은 현재 최의현과 다른 이사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이사회는 평소대로 매달 열린다.모두 도착했고 강원훈도 있었다. 회의가 막 시작하려고 할 때 문이 열리더니 또 한 사람이 들어왔다.강지현이다.그의 모습에 사람들은 어리둥절했다.원칙대로라면 강홍택이 회의에 참석해야 한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강홍택은 계속 참석하지 않았다. 그래서 사람들도 기다리지 않았다.임우연과 최의현이 눈을 마주쳤다. 강지현이 여기 나타난 것은 분명 문제가 있음을 짐작했다.“강지현 씨, 강 회장님 대신 회의에 온 것인가요?”최이현이 웃으며 물었다.강지현은 강홍택의 자리에 앉으며 대답했다.“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지요.”회의실의 많은 사람들이 서로를 번갈아 봤다. 분명 속셈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이때 누군가가 말했다.“둘째 도련님, 오늘은 K그룹의 주주총회입니다.”강지현은 사람들을 훑어본 후 말했다.“내가 주주예요.”사람들은 더욱 어리둥절해 했다.최의현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강지현 씨, 그게 무슨 뜻이죠?”강지현은 가져온 서류 봉투를 열어 주식 양도 계약서를 꺼냈다.“아버지의 주식이 저에게 넘어왔습니다. 여러분, 저도 정기 주주총회에 참석할 권리가 있지 않을까요?”다른 주주들은 서류를 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최의현은 강씨 가문의 둘째네 사정을 잘 알고 있다. 류선이 감옥에 들어갔고 강홍택은 현재 송지윤 모자와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 타이밍에 주식을 강지현에게 넘길 수는 없다.서류를 바로 갖고 와 뚫어지게 본 순간 멍해졌
강지현이 오전에 K그룹의 주주총회에 참석한 사실을 강홍택은 바로 알았다.강지현이 돌아오자 바로 화를 냈다.“지분은 어떻게 된 거야? 내가 언제 너에게 넘겼어? 나는 왜 몰라?”강지현은 하인으로부터 찻주전자를 받아 여유롭게 차 한 잔을 따랐다.“백지장에 쓴 글이에요. 본인이 직접 사인한 것도 못 알아봐요?”탁자 위에 있는 서류를 본 강홍택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옆에 있던 송지윤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다가와 바라봤다. 화가 난 나머지 강홍택의 품에 버리고 자리를 떴다.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더니 옆 마당으로 돌아가 물건을 바닥에 내던졌다.강홍택은 아직 어리둥절하다. 언제 서명했는지 정말 기억이 나지 않는다.“너와 너의 어머니가 한 짓이잖아. 나는 이런 문서에 서명한 적이 없어.”하지만 강지현은 최근 몇 년 동안 강홍택과 거의 연락하지 않았다. 이때 강홍택이 말했다.“류선, 분명 그 천한 년의 꿍꿍이 수작이겠지.”강지현은 강홍택이 뭐라고 하든 아랑곳하지 않았다. 어쨌든 주식은 이미 그의 손에 있다.“이렇게 급할 필요 있어?”송지윤과 막내아들을 상대해야 한다는 생각에 강홍택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주식은 어차피 너에게 줄 거였어. 하지만 너무 욕심을 부리면 안 돼. 그렇다고 전부 가져가면 지혁은 어떻게 해?”강지현은 전혀 죄책감이 없었다.“지혁이가 외국에서 잘살고 있지 않아요? 강지찬이 설마 푸대접하지 않겠죠? 그리고 내 일만 망치지 않으면 나도 지혁이를 푸대접할 일이 없어요.”“너!”강홍택의 얼굴에 실망이 역력했다.“지현아, 어쩌다 이렇게 변한 거야? 대체 무엇을 하고 싶은 것인데? 아직도 지찬이와 맞서려는 거야?”강지현은 차만 마실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옆집으로 돌아온 강홍택은 난장판이 된 집과 분노에 휩싸인 송지윤을 바라봤다. 사실 볼 면목도 없고 설명할 힘도 없었다.“모른다고요? 본인 사인이잖아요?”송지윤은 울음을 터뜨렸다.“오랫동안 당신과 함께 살면서 내 청춘을 다 바쳤어요. 그렇게 잘난 아들까지 낳
강지현은 고남준과 술을 마시고 나오던 중 강원훈을 만났다.강원훈은 에이프릴 홀 단골손님이다. 여기서 만나는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지현아? 몸도 안 좋은데 왜 술 마시러 온 거야?”강원훈은 고남준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낯이 익네요. 우리 지찬이 결혼식장에서 만났죠?”강지현은 두 사람에게 서로를 소개시켜줬다.고남준은 바로 말했다.“강씨 집안 셋째 어르신이에요. 만나서 반갑습니다.”강원훈도 바로 대답했다.“지찬이 결혼식 날 사람이 너무 많아서 고 도련님과 인사할 기회도 없었네요. 이렇게 만난 김에 같이 술 한잔할래요?”늦은 시간이라 강지현은 예의를 갖춰 사양했다.옆에 엄제후가 있어 불편한 고남준도 다음에 다시 만나기로 약속했다.세 사람은 몇 마디 나눈 후 자리를 떴다.강원훈은 눈살을 찌푸리더니 그들이 멀리 간 뒤에야 룸으로 돌아갔다.일주일 후, 강지찬은 아내와 아이들을 데리고 서울에 왔다.규칙에 따르면 그들은 먼저 강씨 집안으로 돌아가야 했다.저녁에는 연회가 있어서 정유진은 사람을 시켜 선물을 준비하라고 했다.비록 강씨 집안의 연회에 참석하고 싶지 않았지만 이미 강지찬과 결혼한 이상 최소한의 책임과 의무는 짊어져야 했다.지금의 정유진은 5년 전보다 훨씬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보이고 있다.준비가 끝나자 방경숙이 굳은 얼굴로 들어와 보고했다.“대표님, 사모님, 셋째 어르신께서 두 분을 더 데려오셨습니다.”두 사람이 이구동성으로 말했다.“누구인데요?”방경숙은 안색이 매우 어두웠다.“여자 한 명과 남자애 한 명입니다. 남자애는 일곱, 여덟 살쯤 되어 보입니다. 셋째 어르신을 아빠라고 불렀습니다.”정유진과 강지찬은 서로 눈을 맞췄다.정유진이 물었다.“셋째 숙부가 결혼했나요?”강지찬이 대답했다.“잘 모르겠어.”강원훈은 강씨 집 안에 있으나 마나 한 존재다. 주식은 강홍식이나 강홍택보다 절반이나 적었고 주주총회 때는 얼굴만 드러냈을 뿐 의견을 발표하지 않았다.회사의 일도 그저 최소한의 관리만 했을 뿐 오랜 세월 동안
강원훈의 말이 나오자 분위기가 어색해졌다.원칙대로라면 강지찬은 이제 강씨 가문의 주인이다. 이 집안의 혼인은 그에게 말해야 했다.그런데 강지현이 결혼식장에서 폐를 끼쳤고 강원훈은 갑자기 아내와 아이들을 데려왔다.강지찬의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이 없었다. 다른 사람도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강홍택과 송지윤은 어색해했다. 송지윤도 강지찬이 허락했기에 강씨 집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강지현과 조예원은 아웃사이더나 마찬가지이다.강홍식도 화가 났다. 아무리 강지찬과 사이가 안 좋다고 해도 부자의 이익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강원훈의 이런 행동은 분명 강지찬을 안중에 두지 않은 것이다.강홍식은 굳은 얼굴로 말했다.“결혼은 집안 큰일이야. 집안에 미리 말이라도 해야 하지 않아? 우리 강씨 가문이 언제부터 이렇게 버릇이 없어졌어?”송지윤이 강홍택의 옷을 잡아당기자 강홍택도 얼른 말했다.“원훈아, 이건 네 잘못이야. 이렇게 큰일을 당연히 우리 집의 사람들과 상의해야지. 그래야 너의 결혼에 우리가 뭐라도 준비하지.”강원훈이 피식 웃었다.“뭘 준비해요? 결혼하는 것인데. 아이도 이렇게 컸는데 할 것도 없어요.”늘 생각 없이 사는 사람인 줄 알았다. 그의 이 말이 도대체 무슨 뜻인지 아는 사람이 없다.강원훈은 그 소년을 가리키며 말했다.“제 아들 강지호예요. 아들아, 인사해.”어린 소년은 미리 교육을 받았는지 차례대로 호칭을 부르며 인사했다. 조예원에게조차 둘째 형수님이라고 공손히 불렀다.강씨 집안 사람들의 안색은 점점 더 안 좋아졌다.강원훈은 사생아이다. 이름도 처음에는 강씨 집안의 족보에 올리지 못했다. 강지찬이 주인이 된 후에야 이름을 족보에 올렸다.그런데 아들이 ‘지’자 돌림을 그대로 썼다. 심지어 강지찬과 똑같은 규칙대로 이름을 지었다.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강원훈은 이 아이를 꼬박 8년 동안 숨겼다. 그러다가 강지찬과 정유진이 신혼여행에서 돌아오는 날 공개했다. 아무 생각 없이 한 것일까? 아
고세연은 방에 들어가자마자 컵을 내던졌다. 그리고 강홍식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어르신, 정유진이 우리를 안중에도 두지 않아요. 남들은 다 선물을 주는데 나에게만 안 주고 말이에요. 아무리 그래도 내가 어른인데 아무것도 안 주면 내 체면이 뭐가 돼요?”귀찮은 것이 싫은 강홍식은 대충 말했다.“당신이 계속 며느리와 대립하고 있으니 며느리도 안중에도 두지 않는 것이지.”고세연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어르신, 지금 불 난 집에 부채질하는 거예요? 당신도 똑같이 망신 주는 것과 같다고요!”강홍식은 아랑곳하지 않았다.“당신들 여자 일에는 참견하고 싶지 않아.”고세연은 이를 갈았다.‘쓸데없는 늙은이, 평생 이렇게 살아.’강원훈은 마누라와 자식들을 데리고 마당을 구경하며 안내했다.“아들아, 앞으로 이곳의 모든 것은 너의 것이야. 좋지?”“좋아요!”강지호는 장난감을 안고 마당에서 뛰어놀았다.“아빠, 여기 엄청나게 커요. 앞으로 엄마와 같이 계속 여기 살아도 돼요?”“당연하지!”“앗싸!”강지호는 위층으로 달려가 자기 방을 구경했다.주연지는 하이힐을 신은 채 느릿느릿 걸어가 소파에 나른한 자세로 앉았다. 조금 전의 어색함이 조금 나아진 듯했다.“조금 전 강지찬이 계속 입을 열지 않았는데 무슨 속셈일까요?”강원훈이 웃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당신은 나의 법적 아내야. 나중에 우리도 멋지게 결혼식 올리자고.”이 말을 듣고서야 주연지는 비로소 안심했다. 그녀는 강원훈 곁을 오랫동안 지켰다. 하지만 평생 숨어서 살고 싶지 않았다.아들이 다 컸다. 이제 아들을 위해서라도 당당하고 싶었다.둘째 집안은 조용하다. 강지현과 조예원은 돌아오자마자 각자 방으로 돌아갔다. 두 사람은 계속 각방을 쓴다.오히려 강홍택과 송지윤이 몇 마디 중얼거렸다.“셋째를 우습게 봤어.”송지윤이 거울을 보며 바디로션을 바르고 있었다.“셋째 어르신이 항상 바람둥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식으로 밖에서 가족을 꾸리고 있을 줄 어떻게 알았겠어요. 아이가 이렇
강지찬은 강원훈의 아내와 아이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상대방이 먼저 그에게 인사하지 않으니 그도 당연히 서두르지 않을 것이다.강지호는 족보에 오르지 못하면 강씨 가문의 지문을 받지 못한다. 매달 용돈도 강지찬 마음에 달렸다. 그러니 강지찬이 조급해할 필요는 없다.회사에 도착하자 최의현이 뒤따라왔다.“너희 집안 대체 어떻게 된 거야? 강원훈에게 아들이 여덟 살 아들이 있다며?”강지찬이 힐끗 바라봤다.“한가해?”“궁금해서 너만 기다렸잖아. 강지현은 대체 무슨 일인데?”“몰라. 십중팔구는 류선의 걸작이겠지.”“쯧쯧, 역시 친엄마야.”최의현이 의미심장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신경 좀 써. 고남준이 또 강지현과 에이프릴 홀에서 술을 마셨대. 둘이 모이면 좋은 일이 있겠어?”강지찬은 마음에 두지 않았다.“고남준은 이용하기가 쉽지 않아. 강지현이 너무 과소평가한 거야. 두 사람은 협력할 수 없어.”말이 끝나기 무섭게 임우연이 황급히 들어왔다.“강 대표님, 둘째 도련님이 회사에 오시더니 바로 프로젝트팀에 갔습니다. 주주로서 프로젝트 개발에 참여해야 한다면서요.”강지찬의 눈빛이 갑자기 싸늘해졌다.최의현은 소리쳤다.“거봐, 여우가 드디어 꼬리를 드러내네. 너는 이미 정유진과 결혼까지 했는데 아직도 들러붙는 거야?”더 화가 나는 것은 강지현은 현재 K그룹의 주주이다. 프로젝트 개발에 참여하겠다는 말에 아무도 반기를 들 수 없다.하지만 오늘 정유진은 K그룹에 오지 않았다. 신혼여행이 끝나자마자 먼저 연우 인테리어로 갔다.강지찬은 강지현을 상대하지 않았다. 오늘 하루 종일 회의가 있다. 신혼여행 때문에 봐야 할 서류도 산더미처럼 쌓여있다.바빠서 강지현을 상대할 시간이 없다.하지만 강지현의 이런 행동은 정말 역겹다.저녁에 강지찬은 야근을 해야 했기에 정유진이 아이를 데리러 갔다.차에서 내리자마자 연우가 달려갔다.“둘째 삼촌!”강지현은 연우를 번쩍 안아 들었다.“왜 갑자기 둘째 삼촌이라고 불러?”연우는 순진한 얼굴로 말했다.“
식탁 위의 분위기는 상당히 어색했다.최신애는 강지아에게 많이 먹으라고 말하며 계속 반찬을 얹어 주었다.앞에 있는 접시는 가득 찼지만 강지아는 최신애가 짚어 준 반찬을 한 입도 먹지 않은 채 먹고 싶은 것은 스스로 집어 먹었다.최신애의 얼굴은 잔뜩 어두워졌다.온혁진이 기침을 하며 강지찬과 강씨 가문으로 말머리를 돌렸다.“오빠 회사 일은 잘 몰라요. 제가 관여할 일도 없고요.”강지아는 온혁진의 물음에 부드러운 목소리로 거절했다.“궁금한 게 있으면 직접 오빠한테 물어보세요.”식사를 마친 뒤 강지아는 전화를 받고 나갔다.그녀는 온유한에게 데려다 달라고 하지 않고 직접 운전해서 갔다.밖에서 차 떠나는 소리가 들리자 최신애는 그제야 한숨을 내쉬었다.“아들아, 지아는 대체 무슨 뜻이야?”핸드폰을 들고 흉부외과 팀의 온라인 수술 토론을 보고 있던 온유한은 최신애의 물음에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지아가 뭘 하든, 신경 쓰지 말고 묻지도 마세요. 아무 말도 하지 마시고요.”강지아는 화령과 술을 마시러 나갔다.화령의 기분이 좋지 않아 두 사람은 오늘 에이프릴 홀에서 방 하나를 빌려 하룻밤을 보내기로 했다.“미안해, 온씨 저택으로 들어간 첫날 밤인데 내가 불러냈네. 온 대표님이 화내겠다?”“그 사람 기분 따위 상관 안 해.”강지아가 소파에 편안히 누우며 말했다.“무슨 일인데? 최금성이 왜 또?”“별거 아니야.”화령이 술을 한 모금 마신 뒤 말했다.“최금성의 소울메이트가 돌아왔어. 지금 밖에서 열심히 이야기하고 있을 거야.”“소울메이트?”강지아는 깜짝 놀랐다.“유주?”화령이 물었다.“너도 알아?”강지아가 일어나 앉으며 혀를 찼다.“골치 아프게 됐네.”그 말에 화령의 마음이 더 복잡해졌다.“왜 골치 아픈데, 정확히 얘기해봐.”술을 마실 마음이 싹 사라진 강지아는 화령보다 더 초조해 보였다.“왜 돌아왔대? 오랫동안 밖에 있다가 갑자기 돌아온 이유가 뭐야?”화령은 더욱 초조해졌다.“대체 왜 그러는 건데? 유주라는 여자, 대체
온혁진과 최신애는 마당에 서서 강지아를 기다리고 있었다.강지아에게 최고의 대접을 해주는 것이었다.최신애의 미소는 눈으로 보기에도 어색했다.가장인 온혁진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제부터 우리는 한 가족이야. 지아야, 필요한 게 있으면 네 아주... 네 어머니에게 말해.”최신애도 말했다.“그래, 그래. 얼른 방에 가서 마음에 드는지 봐봐. 마음에 안 들면 다시 바꿔줄게.”고개를 끄덕인 강지아는 열려 있는 문을 바라보며 몰래 주먹을 꽉 쥐었다.최신애가 유난히 열정적으로 말했다.“지아야, 먼저 방에 가서 옷을 갈아입어. 조금 이따가 저녁 식사 준비할게. 오늘 저녁은 네가 좋아하는 음식만 준비하라고 했어.”강지아는 깜짝 놀랐다.“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기억하세요?”“당연히 기억하지.”최신애가 약간 주눅 든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키웠는데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모를 리가 있겠니? 너는 매운 걸 싫어했어, 어릴 때 실수로 고추를 먹으면 한참을 울었어. 네 엄마가 아무리 달래도 소용없었지, 그 매운맛이 가실 때까지 기다려야 했어.”“그걸 기억하시네요.”강지아가 말했다.간단한 몇 마디였고 특별히 뭐라고 하지 않았지만 최신애는 왠지 얼굴이 화끈거렸다.문을 들어서자 강지아는 긴장을 풀었다.이곳에 결국 들어오게 되다니... 평생 다시는 들어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하지만 옛말대로 매듭은 매듭을 묶은 사람이 풀어야 한다.“나는 게스트 룸에 있을게요.”강지아의 말에 최신애와 온혁진은 깜짝 놀랐다.“아, 아니. 네가 게스트 룸에 있으면 안 되지...”온유한이 말했다.“2층 방 좀 정리해 주세요.”게스트 룸이 2층에 있었기에 온유한은 당연히 그녀와 한 층에 있고 싶었다.강지아도 별말은 하지 않았다.최신애는 즉시 사람들을 시켜 2층에 있던 온유한 방 옆의 방을 강지아의 취향에 맞게 정리했다. 창고에 물건이 많았지만 하인들이 함께 움직여 30분 만에 강지아에게 아름답고 아늑한 방을 만들어줬다.강지아가 세수를 하기 위해 위층으로 올
연우의 생일 파티에는 강씨 가문의 친지들이 많이 참석했기에 강지아는 낯이 익지 않은 사람들까지도 한동안 응대를 해야 했다.화장실에 가서 화장을 고친 뒤 손을 씻고 있을 때, 갑자기 누군가 그녀의 허리를 꽉 잡았다.“누구야, 놔!”깜짝 놀란 강지아가 발로 그 사람을 밟으려 했다.이것은 장형준에게 배운 호신술이었다. 하이힐로 상대방의 발을 밟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호신술이었다.하지만 하이힐로 밟기 전에 강지아를 안고 있는 사람이 그녀의 귀에 대고 말했다.“나야.”온유한이였다.강지아는 움직이지 않았고 소리도 내지 않았다.온유한의 품과 몸에서 나는 냄새가 너무나 익숙했다.그에게 꽉 안겨 귀에서 들리는 그의 숨소리는 한 번 또 한 번 그녀의 심장을 강타했다.이제는 그가 두렵지 않다.하지만 완전히 두렵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심장은 여전히 두근거렸으며 몸은 본능적으로 저항하려 했지만 예전처럼 그를 보자마자 떨리는 것은 아니었다.“내 생각 안 했어? 지아야?”온유한의 물음에 강지아는 매우 평온하게 말했다.“생각했어.”그 대답에 온유한이 오히려 놀랐다.강지아가 놓아달라는 듯 온유한을 밀어내자 온유한도 그녀의 뜻대로 그녀를 놓아주었다.강지아가 말했다.“오늘 저녁에는 강씨 본가로 돌아갈 거야, 내일 오후에 데리러 와. 같이 온씨 저택으로 가자.”온유한은 또 한 번 놀랐다.“지아야,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있니?”“알아, 우리 결혼했잖아. 같이 온씨 저택에 돌아가는 게 당연한 거 아니야?”쉽게 한 말 같지만 당연하지 않다...온유한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너는 온씨 저택에 갈 필요 없어. 우리 그냥 서울 캐슬에 살자. 그 집은 너를 위해 특별히 준비한 거야. 거기서 살면 편할 거야.”“아니, 온씨 저택으로 들어갈 거야.”강지아가 단호하게 말했다.강지아가 집에 들어와 살 거라는 소식을 들은 최신애는 마음속으로 거부감을 느꼈다.이제 강지아와 그녀의 입장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시어머니가 며느리 눈치를 보며 살아야 한
“온씨 가문이 정말 예전 같지 않아, 작년에 많은 일이 일어나면서 태안 그룹의 평판도 영향을 받았지.”“그건 다 최신애가 자초한 일이야, 이제는 강씨 가문의 아가씨에게 아부하려고 하지만 강지아가 어디 쳐다보기라도 해?”“강 대표가 냉정하다고들 하지만 온씨 가문에게는 정말 잘해주네. 최신애가 예전에 강지아에게 어떻게 했는지 다들 똑똑히 기억하고 있는데.”...주변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끔 귀에 들려오자 얼굴이 빨개진 최신애는 화가 나면서도 당황스러웠다.강지아도 몇 마디 들었지만 그냥 무시해 버렸다.“조카딸 생일 때문에 잠깐 돌아온 거야? 아니면 더는 안 나가는 거야?”화령의 물음에 강지아가 미소를 지었다.“내가 마치 돌아다니기를 좋아하는 것처럼 말하네.”“그래, 넌 돌아다니기를 좋아하지 않아. 그냥 피하러 다니는 거지.”서원준이 다가오자 화령이 웃으며 말했다.“한 번 나가면 두 명 다 피할 수 있구나.”서원준은 여전히 건들거리는 모습이었다.“돌아왔어?”“응, 돌아왔어.”강지아가 동하민을 향해 손을 내젓자 동하민이 그녀의 가방을 가져왔다.화령이 농담으로 한마디 던졌다.“우리 강씨 가문의 아가씨가 선물 주는 버릇은 고치지 못했나 봐.”서원준도 웃었다.“나한테도 줄 선물이 있나 보네.”말투에는 비꼬는 기색이 없었다. 이미 마음을 놓은 건지 아니면 일부러 가볍게 보이려는 건지 알 수 없었다.강지아는 이번에 브로치 선물을 준비했다. 남자 것과 여자 것은 당연히 달랐지만 모두 예뻤고 값비싼 것들이었다.“또 도매한 거야? 정성이 없네.”화령은 겉으로는 비난했지만 이미 브로치를 들고 가슴에 대어 보고 있었다. 입과 몸이 따로 노는 게 특징인가 보다.강지아가 말했다.“나에게 뭐라고 하지 마, 그동안 내가 얼마나 바빴는지 너도 알잖아.”화령이 콧방귀를 뀌었다.“바쁘겠지, 펀과 함께 전 세계를 돌아다니느라 얼마나 바빴겠어. 그래도 브로치가 내 미모와 잘 어울리니까 마음에 드네, 고마워.”말을 마친 화령은 선물과 잔을 들고 알아서 자리
강씨 가문과 온씨 가문의 가족 모임에 강홍식과 고세연은 초대받지 못했기에 참석하지 않았다.본가로 돌아오자 강홍식이 마당에 서서 강지찬과 강지아를 불효자식이라고 욕했지만 둘 다 아버지를 무시했다.강지아는 바로 자기 집 마당으로 돌아갔다.정유진은 강지아가 결혼식 날 왜 모른 척했는지 물어볼 줄 알았는데 돌아오는 내내 강지아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지아가 걱정돼.”강지찬은 아내의 허리를 끌어안으며 말했다.“걱정할 필요 없어. 본인도 속으로 알고 있을 거야. 서원준과 결혼하는 것보다 온유한과 결혼하는 게 낫다는 걸.”사실 강지아는 지금 서원준과 결혼하지 않은 것을 매우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다.무고한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그날 밤, 강지아는 화령과 동하민을 데리고 해외로 패션쇼를 보러 떠났다.에이프릴 홀.술을 좀 많이 마신 최의현은 옆에 있는 온유한의 어깨를 탁탁 치며 말했다.“친구야, 우리랑 술 마신 지 얼마나 됐지? 너 벌 받아야 하는 거 아니야?”온유한이 미소를 지으며 앞에 있는 술을 한 모금 마신 뒤 한 잔을 따라 강지찬을 향해 들었다.“지찬아, 내 잔도 받아줘.”강지찬은 온유한을 한참 동안 바라보고 나서야 잔을 들고 멀리서 살짝 부딪혔다.강씨 가문과 온씨 가문은 이렇게 화해했다.온씨 집안.최신애가 매우 불쾌해하며 거실에 앉아 한숨을 쉬자 신문을 보던 온혁진이 그녀를 바라보았다.“졸리면 자러 들어가, 아들이 오늘 늦게 들어올 거야. 기다릴 필요 없어.”최신애는 또 한숨을 쉰 후 말했다.“이게 대체 무슨 일이에요. 남들은 며느리를 들이면 기뻐서 날뛰는데 우리 집은 왜 이럴까요? 며느리에게 차 한 잔도 못 얻어 마시고 조상님보다 더 조상님 대접을 해줘야 하잖아요.”온혁진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누구를 탓하겠어? 당신이 불평할 자격이 있어? 경고하는데 이런 말 아들 앞에서 하지 마. 지아가 온씨 가문의 문턱도 안 들어오겠다고 해도, 평생 우리를 부모라고 부르지 않는다고 해도, 당신은 아무 말도 할 자격이
강지아는 그 자리에 멈춰 서 있었다.온유한을 잔뜩 경계하는 눈빛은 싸늘하기만 했다.온유한은 쟁반을 둥근 테이블 위에 놓으며 미소를 지었다.“지금 먹기 딱 좋으니까 얼른 와서 먹어.”온유한의 모습은 마치 두 사람 사이에 떨어져 있던 3년의 시간이 없었던 것처럼, 모든 것이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는 듯했다.강지아는 배가 고팠지만 가까이 가지 않았다.“알았어.”온유한은 항복하는 듯 말했다.“와서 밥 먹어, 나는 잘게.”말을 마친 온유한은 옆방 침실로 들어갔다.강지아는 여전히 핸드폰을 손에 쥐고 있었다. 이 집이 완전히 그녀의 취향에 맞게 꾸며져 있다면 충전기도 그녀가 평소에 두던 곳에 있을 것이다.테이블 아래 서랍을 열자 아니나 다를까 충전기가 그 안에 있었다.밥을 먹은 뒤 방으로 돌아가 샤워를 한 강지아는 옷장을 열자마자 깜짝 놀랐다.옷장 안의 옷마저 그녀의 옷장에 있는 것들과 거의 똑같았기 때문이었다.잠옷으로 갈아입고 침대에 누운 강지아는 잠들지 못할 줄 알았으나 새벽까지 깊이 잠들었다.천장을 바라본 강지아는 무력감이 들면서도 이런 자신이 믿기지 않았다.아래층 거실 소파에 앉아 신문을 보는 온유한은 여전히 여유로운 모습이었다.조금이나마 덜 위험한 모습을 보이면 강지아의 경계심도 조금은 풀어지게 될 것이다.발걸음 소리를 들은 온유한은 신문을 가지런히 접어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아침 식사 준비됐어, 어서 와서 먹자.”말을 마친 뒤 주방으로 가서 밥과 반찬을 차렸다.집안일을 하는 온유한은 왠지 모르게 그녀의 눈길을 끌었다.아마도 잘생긴 남자는 무슨 일을 해도 멋져 보이는 법인가 보다.“얼른 와, 맛이 괜찮을 거야.”온유한이 기대에 찬 표정으로 말했다.강지아는 순간 깨달았다. 이 집에 하인의 모습조차 보이지 않는데... 그렇다면 어제 저녁 식사와 오늘 아침 식사도 온유한이 준비한 것일까?마음이 너무 닫힌 탓인지 이에 대해서도 전혀 감동을 하지 못했다.감동은커녕 마음이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안 먹을 거야, 좀 이따
결혼식 연회는 계속되었지만 결혼식이 아니라 친지 친구들 간의 대형 모임으로 변했다.강지찬은 받은 축의금은 모두 돌려줄 것이며 오늘 이 자리에 온 하객들은 맘 편히 먹고 마시기만 하면 된다고 했다.강지찬이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을 때 장형준이 와서 보고했다.“대표님, 서원준 씨가 돌아왔습니다.”밖에 있는 서원준은 손에 있던 외투도 어디로 갔는지 없어졌고 넥타이도 매지 않았다. 입고 있던 셔츠도 헐렁해졌다.입구의 테이블에서 술병을 하나 집어 들고는 바닥에 쏟으며 안으로 걸어 들어온 그는 강지찬 앞에 다가와 술병을 위로 집어 들었다.장형준은 서원준이 혹시라도 폭력을 쓸까 봐 재빨리 강지찬 앞을 가로막았다.강지찬은 장형준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비키라고 했다.“왜?”강지찬이 술병을 바라보며 묻자 서원준이 싸늘한 눈빛으로 말했다.“진작 이렇게 될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던 거예요? 이날만 기다린 거예요?”강지찬은 솔직하게 말했다.“응, 예상했어.”“그래요, 그렇군요.”서원준은 자조적인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들어 술을 한 모금 마셨다.하지만 강지찬에게 폭력을 쓰지 않았다.술병의 술을 다 마신 후, 그는 서연희를 데리고 호텔을 떠났다.성대한 결혼식이었지만 남자 측의 친지와 회사 동료들을 합쳐도 두 테이블밖에 되지 않았다.돌아가는 길, 두 모자는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서원준은 서연희를 집까지 바래다주었다.마당은 강지아가 전에 개조해 조금 변화가 있었다. 풀들이 제각각 자라던 마당이 강지아 덕분에 많이 질서정연해졌다.가을이 되었음에도 꽃들이 여전히 만발해 있었다.“지아가... 이제는 오지 않겠지?”서원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자기 어머니에게 물 한 잔을 가져다 주었다.서연희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아들아, 지아의 오빠를 원망하지 마라. 오늘 이런 상황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야. 네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어. 지아의 마음속에 네가 없다는 것을.”한참 후, 서원준이 말했다.“알아.”주위 인테리어가 너무 익숙했던
온유한이 강지아를 거실 한가운데에 앉히자 강지아는 순간 멍해졌다.이 집은 온유한이 현채영에게 사 준 집이 아니었던가? 왜...“강지아 씨가 이 환경에서 안정감을 느낄 거라고 유한 씨가 그랬어요. 여기 있는 모든 물건들도 유한 씨가 직접 하나하나 주문 제작한 거고요. 어떤 물건들은 해외에서 들여온 거예요. 강지아 씨가 산 것과 같은 제품이에요. 온유한 씨가 겨우 찾아낸 거예요.”현채영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강지아 씨가 이 집의 주인이에요. 나는 그냥 온유한 씨가 고용한 연기자일 뿐이에요. 오늘이 내 마지막 출연이 될 거예요.”강지아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물었다.“두 사람, 그런 사이 아니었어요...?”“아니에요.”현채영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온유한 씨의 마음속에 여자는 항상 강지아 씨뿐이에요. 이건 의심할 필요 없어요.”현채영은 프로페셔널하게 자신의 임무를 완수하고 조용히 물러났다.집이 아주 넓었지만 강지아는 숨을 쉴 수 없을 것 같았다.“지아야, 마음에 들어?”온유한이 다시 그녀의 손을 잡으려 했지만 강지아는 그 손을 뿌리쳤다.“내가 감동할 거라고 생각해? 감동하고 그다음에 같이 잘 살 거라고 생각해? 온유한, 인생이 장난이야? 책장을 넘기는 것처럼 모든 일이 쉽게 넘어갈 것 같아?”강지아는 돌아서서 걸어 나갔다.자리에 서 있는 온유한은 그녀를 바라보다가 리모컨을 눌렀다. 이내 열려 있던 대문이 서서히 닫혔다.“뭐 하는 거야? 나를 가두려고? 이것도 우리 오빠에게서 배운 거야?”강지아가 비웃으며 말하자 온유한은 다시 문을 열더니 그녀가 입고 있는 웨딩드레스를 가리켰다.“정말 그런 차림으로 강씨 본가에 돌아갈 거야? 그리고 지찬이와 형수님은 아직 호텔에 있어. 지아야, 일단 위층에 가서 옷을 갈아입고 샤워를 한 다음 우리 다시 이야기하자.”강지아는 그와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지만 지금 당장 오빠와 형수를 만나도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기에 그의 말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여기 위층이라고 해도 저택의 집과 똑같았기에 강지
“알았어! 그래! 내가 꺼질게! 강지아, 분명 나를 찾아와서 울 날이 있을 거야.”분노에 가득 찬 서원준은 외투를 벗고 흐트러진 머리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초라한 얼굴로 옷을 들고 사라졌다.강지아가 이제 막 숨을 돌리려는 순간, 누군가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나를 방어하는 건 내가 혹시라도 서원준에게 해를 끼칠까 봐서야?”온유한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지만 강지아는 더 이상 마음이 흔들리지 않았다.“지아야, 네 마음속에 내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이 되어 있었네.”강지아는 냉정한 얼굴로 온유한을 바라보았다.“그렇지 않아?”그러고는 온유한의 손을 뿌리치고 웨딩드레스를 들고 걸어 나갔다.하지만 몇 걸음 걷기도 전에 누군가가 그녀를 안아 들었다.“온유한, 뭐 하는 거야?”온유한은 그녀를 차 안에 앉혔다.차는 다시 출발했고 이번만큼은 온유한도 신호위반을 하지 않고 조용히 운전했다.하지만 차는 명도 빌딩이나 강씨 혹은 온씨 저택으로 향하지 않았다.“어디로 가는 거야?”“우리의 새집으로.”새집.만약 두 사람이 정말로 사랑하는 신혼부부였다면 이 말을 들은 그녀는 분명히 기대에 부풀었을 것이다.하지만 강지아는 그저 눈을 감았다.“강씨 본가로 돌아갈 거야.”온유한이 아무 말 없이 계속 운전하자 강지아도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말해도 소용없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차는 마침내 고급 빌라 단지로 들어섰다.강지아는 이곳을 잘 알고 있었다. 온유한이 여기에 수십억 원짜리 집을 현채영에게 사줬다. 당시 이 소식을 들은 화령은 너무 부러워했다.“여기로 와서 뭐 하려고?”“도착하면 알게 될 거야.”차는 한 대형 빌라로 들어섰다.차에서 내리기도 전에 마당에 현채영이 서 있는 것을 본 강지아는 말문이 막혔다.온유한은 대체 뭘 하려는 걸까?옛 애인과 새 애인을 양손에 끼고 노는 걸 보여주려는 건가?“지아야, 내려.”온유한이 차 문을 열더니 부드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강지아는 그저 황당하다는 생각뿐이었다.“내려가서 뭐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