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모든 챕터: 챕터 531 - 챕터 540

734 챕터

제531화

나상준은 전화기 너머의 보고를 들으며 낮게 "응"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원래 말이 적었고, 할 때도 짧게 말하는 편이었다.차우미는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신경 쓰지 않고 앉아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숙여 핸드폰으로 아침 식사가 언제 도착하는지 확인했다. 이미 시간이 좀 지났으니 아침 식사가 오고 있을 터였다. 차우미는 앱을 열어 아침 식사 배달 상황을 확인했다. 몇 분 후면 도착할 예정이었다.차우미는 방문을 바라보며 나가서 기다릴까 생각했다. 나상준이 전화를 받는 동안, 안에 있는 것이 불편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그녀는 일어나서 밖으로 나가려 했다.하지만 그 순간, 나상준의 낮고 냉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주영 그룹과의 후속 협력 조건을 추가해. 협력 문제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손실은 주영 그룹에서 배상하도록 한다고.”“열 배로.”차우미는 그 자리에서 멈춰 섰다. 특히 열 배라는 말을 들었을 때, 그녀는 자신이 무엇을 하려 했는지 잊어버렸다.차우미는 졸업 후 회사에서 일한 적이 있었다. 졸업 전 실습도 회사에서 했었다. 하지만 그녀는 회사의 업무 환경을 좋아하지 않았고, 당시의 일도 마음에 들지 않아 했다. 그녀는 야망이 있는 사람도 아니었고 커리어 우먼이 되고 싶지도 않았다. 회사에서 큰 성장을 하거나 나중에 어떤 관리자나 매니저가 되는 것도 꿈꾸지 않았다.그녀는 그런 꿈을 꾼 적이 없었다.그리고 그녀는 안평 대학이 아닌 주강시에서 주해대학을 다녔다. 그녀는 원래 멀리 떠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었지만 주해대학을 선택한 것은 세상을 좀 더 넓게 보기 위해서였다. 외부의 세계가 어떤지 보고 싶었다.하지만 주강에서 4년을 보냈을 때, 그녀는 주강의 생활에 적응했지만 크게 좋아하지는 않았다. 그녀는 여전히 고향을 더 좋아했고 조각하는 것을 좋아했다. 그래서 여러 가지 이유로 그녀는 고향인 안평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했다.그녀가 부모님께 자기 생각을 말했을 때 부모님은 모두 그녀를 지지해주었다. 그래서 그녀는 주강을 떠나 안평으로 돌아와서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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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2화

NS 그룹과 주영 그룹은 협력 관계였다. 이 협력은 개인의 감정을 담지 않은 단순한 협력이었다.만약 개인적인 감정이 있었다면 나상준은 이렇게 냉담하지 않았을 것이다.열 배의 보상이라고 말한 건 농담이 아니라 진담이었다.이영진 변호사는 최근 주영 그룹의 안 좋은 소식이 터졌다고 말하며 주영 그룹의 상황이 매우 좋지 않다고 했다. 그래서 NS 그룹과 주영 그룹이 협력한다면 영향을 받을까 봐 방금 나상준이 그렇게 말한 거였다.하지만 열 배의 보상은 너무 한듯했다. 그리고 주영 그룹 대표는 주혜민의 아버지였기에 나상준이 이렇게 냉담하게 일을 처리하는 게 합당하지 않았다.어젯밤, 자신과 주혜민의 관계는 소문과 같지 않다고 나상준이 차우미에게 알려줬었다. 하지만, 그들이 아는 사이라는 건 사실이었다.그들이 친구 사이일 수도 있었다. 어떤 친구인지는 차우미는 알 수 없었지만 말이다.그러나 한가지는 확신할 수 있었다. 주영 그룹과 나씨 가문은 서로 아는 사이였다. 보통관계가 아니었기에 보통 친구 사이가 아닐 수도 있었다.나상준이 자신의 눈앞에서 주혜민을 안고 떠났던 그 날 밤을 차우미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그래서 그녀는 나씨 가문과 주영 그룹이 어떤 관계인지, 주혜민과 어떤 사이인지 잘 몰랐지만 이 일에 대해서 나상준이 이렇게 현실적으로 나오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차우미의 마음속에 친구와 가족은 달랐다. 일 처리를 함에 있어서 어느 정도 상황을 봐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금 자신과 나상준의 관계처럼, 이혼했다 하더라도 낯선 사람은 아니니까 말이다.나상준이 배상을 원할 수도 있지만 열 배는 너무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의 보상이면 된 듯했지만 그는 열 배라는 보상을 제시해 정상에서 많이 벗어났다. 차우미는 너무 지나치다는 느낌이 들었다.‘나상준이 원래 이렇게 무자비한 사람이었나? 아니면 이 사건이 그렇게 심각한 사건인가?’차우미는 어제 병원에서 자신이 소문에 대해 말하자 나상준의 얼굴에 변화가 생긴 점을 떠올렸다.소문을 들은 그는 분명히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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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3화

허영우는 나상준이 그 말을 한 후 통화가 끊긴 줄 알았다. 그는 전화기를 내려놓고 전화를 끊으려 했다. 그런데 그때 나상준의 목소리가 들렸다. 허영우는 나상준이 중요한 명령을 내릴 것이라고 직감했다. 그는 다시 전화기를 들어 올려 집중해서 나상준의 말을 기다렸다.나상준은 차우미를 바라봤다. 차우미는 계속 걸음을 멈추지 않고 문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나상준이 입을 열었다.“계속 협력하고 싶다면 주혜민은 빠지라고 해. NS 그룹에서는 전문직이지 않은 사람이 일에 왈가왈부하는 걸 두고 볼 수 없다고 전해.”차우미는 나상준의 말을 명확히 들었다. 특히 그녀가 룸을 나와갈 때 그녀는 주혜민이라는 세 글자를 들었다. 그는 주혜민과 아무 관계가 없는 것처럼 어떠한 감정도 담겨있지 않았다. 그들은 낯선 사람 같았다. 세상에서 제일 낯선 사람 같았다.차갑고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 따뜻함도 없었다. 마치 그는 주혜민과 아무 관계가 없는 듯 보였다.그러나 그들은 낯선 사람이 아니었다.예전 그날 밤. 차우미의 눈앞에서 주혜민을 안고 간 사람이 나상준이 아닌 다른 사람 같았다.“알겠습니다.”나상준의 말을 들은 허영우는 마음이 놓였다.‘대표님께서 하시려던 말씀이 이거였다니.’요 며칠 주영 그룹의 일 때문에 주혜민이 나상준을 찾으러 몇 번 왔었다. 두 집안의 관계로 보았을 때 나상준이 주영 그룹에 이렇게 무정하게 대할 순 없었다.나상준은 줄곧 공사 구분을 해왔었다. 어떤 사람이나 어떤 일 때문에 자신의 생각을 바꾸는 일이 없었다. 주혜민도 포함이었다.그러나 이번 일은 나상준이 의도적으로 한 거라는 걸 잘 알았기에 그는 어떻게 해야 할지 알고 있었다.차우미가 나가는 것을 본 나상준은 급히 통화를 끊었다.밖으로 나간 차우미는 멀리 가지 않고 룸에서 몇 걸음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기다렸다.그녀는 기다리면서 일에 대해 생각했기에 나상준이 뒤에 한 말을 듣지 못했다.그녀는 자신과 아무 관계가 없다고 생각했다. 생각한다고 한들 이득이 될 게 없었기에 그녀는 이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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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4화

차우미는 멈칫했다. 이때, 뒤에서 발걸음 소리와 비닐 주머니가 마찰하는 소리가 들려왔다.뭔가 생각난 차우미는 고개를 돌렸다. 배달원이 음식을 들고 걸어오고 있었다.차우미는 배달원에게 다가가 입을 열었다.“차우미 앞으로 온 배달 음식이 맞나요?”이 말을 들은 배달원은 배달 음식에 적혀있는 이름을 확인한 뒤 입을 열었다.“네, 차우미 씨 맞으세요?”차우미는 웃으며 대답했다.“네. 저에요. 제게 주세요.”“여기요.”배달원은 음식을 차우미에게 건네줬다. 차우미는 배달 음식을 바라봤다.죽과 반찬, 그리고 찐만두였다. 모두 담백한 것들이었다. 아프기에 기름진 것보다는 담백한 걸 먹는 게 좋았다.걸어온 나상준이 차우미의 손에 들려있는 아침을 봤다. 김이 모락모락 나고 있었다.“가자.”“응?”차우미는 멈칫하며 고개를 들어 나상준을 바라봤다. 그러나 나상준은 대답하지 않고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멍해 있던 차우미는 뭔가 생각이 난 듯 얼른 나상준의 뒤를 따라갔다.“병원에 가는 거야?”엘리베이터 앞에 다다르자 나상준은 아래로 내려가는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엘리베이터가 올라왔다.차우미는 기대하는 눈빛으로 나상준의 옆에 서서 그를 바라봤다.‘상준 씨가 가자는 게 병원에 가자는 뜻이겠지? 자기 절로 자기 몸을 아껴야지. 누가 아껴주겠어?’그러나 종잡을 수 없는 나상준의 성격 때문에 확신하지 못한 차우미는 그에게 물었다.나상준은 엘리베이터 앞에 서서 차우미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무표정으로 서 있었다.차우미의 질문을 들은 그는 입을 열었다.“안가.”그는 확실하게 차우미에게 자신의 의사를 표달했다.병원에 가지 않겠다는 그의 태도는 확고했다.차우미는 미간을 찌푸리고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나상준의 표정을 바라보며 차우미의 눈에 의문이 생겼다.예전에 그가 감기에 걸리면 허영우가 그녀에게 알려줬다. 그리고는 나상준의 병을 보러 의사가 찾아왔었고 나상준도 거절하지 않고 순순히 진찰을 받았었다.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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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5화

나상준의 말에 차우미의 생각이 끊어졌다. 그녀는 입술을 벌린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갑작스러운 그의 말에 그녀는 그의 말뜻을 알아차리지 못했다.그녀는 나상준과 함께 먹으려고 아침을 시킨 것이지 혼자 먹으려고 시킨 게 아니었다.차우미는 압박감이 감도는 나상준의 눈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있어. 상준 씨와 함께 먹으려고 담백한 음식으로 주문했어. 내 말은 아침을 먹고 난 뒤에 병원에 가겠느냐는 뜻이었어. 상준 씨, 병원에 안 가봐도 괜찮겠어?”밑도 끝도 없는 나상준의 말을 차우미는 알아듣지 못했다. 특히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그의 물음에 차우미는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나상준은 부드러운 그녀의 표정과 맑은 그녀의 두 눈에 담긴 관심과 걱정을 보았다.자신이 병원에 가지 않으면 그녀는 계속 이렇게 걱정할 것 같았다.띵 하는 엘리베이터 소리와 함께 32층에 도착했다.나상준은 시선을 거두고 엘리베이터를 빠져나갔다.“약 챙겨줘.”나지막한 나상준의 목소리가 차우미의 귓가에 들려왔다. 차우미는 깜짝 놀랐다.‘약을 챙겨 달라고? 상준 씨는 걱정 안 되나?’걸어 나가는 사람을 보며 차우미는 미간을 찌푸렸다. 어젯밤 침대에서 보았던 나상준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녀는 배달 음식을 들고 얼른 나상준을 뒤따라갔다.“난 의사가 아니야. 내가 챙겨 주는 약은 의사보다 못해.”나상준은 모퉁이를 돌아 익숙한 듯 차우미의 방을 향해 걸어갔다. 차우미의 말을 들은 그는 계속 앞으로 걸어가며 입을 열었다.“어젯밤에는 괜찮았잖아.”나상준은 귀찮다는 듯 앞을 바라보며 차우미가 묻는 말들에 대답을 해줬다.나상준의 말을 들은 차우미는 미간을 찌푸렸다.“어젯밤에 괜찮지 않았잖아.”“약을 먹은 뒤에 분명히 이상했어. 그 뒤론 왜 괜찮아졌는지 모르겠지만 내 생각에는 그래도 병원에 가보는 게 좋을 것 같아. 상준 씨.”나상준의 큰 보폭을 따라가려면 차우미는 빠른 걸음으로 걸어야 했다.그래서 차우미는 빠른 걸음으로 나상준을 쫓아가며 그의 안색을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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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6화

나상준의 말 없는 모습에 차우미는 긴장했다. 차우미의 마음을 꿰뚫어 보는 듯한 나상준의 눈빛은 마치 차우미가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있는 것 같았다.나상준은 차우미의 생각을 읽은 듯했다.차우미는 나상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고 그의 눈길을 피했다.마치 자신이 무슨 잘못이라도 한 듯 그녀는 나상준을 바라보지 못했다.차우미가 시선을 돌리자 나상준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순간 차우미는 깜짝 놀라며 심장이 쿵쾅거렸다.“난...”“만약 김온이었다면 네가 이러지 않았겠지.”차우미가 말을 하기도 전에 나상준의 말이 그녀의 말을 끊었다. 평온하게 불공평한 일을 말하고 있었다.그렇다. 불공평했다.차우미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나상준을 바라봤다.‘지... 지금 뭐라는 거야? 이건 선배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일인데?’나상준이 왜 김온을 언급했는지 차우미는 알 수 없었다.순간 차우미는 멍해졌다.나상준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계속 입을 열었다.“3년 동안 부부로 지냈는데 친구보다 못한가 보지.”“차우미, 너 지금 엄청 불공평한 거 알아?”나상준은 김온과 자신을 차별하는 차우미에게 또박또박 말했다.그제야 차우미는 나상준의 뜻을 알아차렸다. 나상준은 차우미가 자신을 밀어낼 이유를 만들고 있다고 생각했다.‘만약 김온이 아프다면 차우미는 김온을 돌봐 줬겠지. 이렇게 갖은 이유를 대며 머뭇거리지 않았겠지.’그는 달랐다.차우미는 김온과 나상준을 똑같이 대했지만 나상준은 차별을 느꼈다. 그래서 그녀한테 이런 얘기를 했다.나상준의 뜻을 알아차린 차우미는 나상준의 생각에 웃음이 났다.나상준의 생각은 어린아이와 같았다. 마치 부모가 편애하고 있어서 어른과 화를 내는 모습이었다.여기까지 생각한 차우미의 눈꼬리가 휘어졌다.“상준 씨, 뭔가 오해하고 있는 것 같아. 난 그런 뜻이 아니야. 그렇게 생각해 본 적도 없고. 내가 정말로 상준 씨를 보살펴 주고 싶지 않았다면 어젯밤에도 성우 씨 아니면 간병인을 불러 상준 씨를 돌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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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7화

차우미는 담담한 말투로 자신의 말을 끊는 나상준을 바라봤다.나상준도 흔들림 없는 평온한 눈빛으로 차우미를 바라보고 있었다.그는 그녀를 믿지 않았다. 그는 그녀가 김온을 대하는 것처럼 자신을 대해주길 바랐다.차우미는 시선을 거두고 입술을 다문 채 고개를 숙이고 문을 열었다.띠링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자 나상준은 바로 안으로 들어갔다. 그 모습은 마치 어린아이가 부모의 부당한 행동에 화를 내는 모습과도 같았다.차우미는 걸어 들어가는 그의 모습을 보며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차우미는 원래 김온의 관계에 대해 그가 오해하지 않게 설명을 하고 싶었으나 지금 나상준의 행동을 보고는 말하지 않고 나상준의 말을 듣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그가 하고 싶은 대로 내버려 두지 않으면 상황이 더 안 좋아질 것 같았기에 차우미는 말없이 걸어 들어 간 뒤 문을 닫았다.차우미는 큰 창가 앞에 놓인 테이블에 배달음식을 올려놓고는 음식들을 꺼내며 입을 열었다.“먼저 먹어. 난 가서 씻고 올게.”걸어 들어온 나상준은 다리를 꼬고 식탁에 앉은 뒤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는 차우미의 수첩을 집어 들었다.차우미는 자신의 수첩을 들고 있는 나상준을 보며 어젯밤 밥 먹는 자리에서 나상준도 문제에 대해 들었던 것을 떠올렸다.‘상준 씨도 해결방안을 찾고 있는 건가.’그녀는 음식들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뒤 더는 말하지 않고 욕실로 들어갔다.나상준은 차우미에게 눈길을 주지 않고 수첩에 적혀있는 글씨를 바라봤다.새 수첩이라 그런지 기록 이외에는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았다. 차우미가 회성에 온 뒤로 적어 놓은 일에 대한 내용만 빼곡히 적혀있었다.나상준은 말없이 수첩을 넘겼다.차우미는 나상준을 상관하지 않고 화장실로 가서 칫솔하고 세수했다. 그리고는 옷을 가다듬고 머리를 묶은 뒤 화장실에서 나와 컵을 씻고 물을 끓였다.어제 갈아입은 깨끗한 옷이기에 옷은 갈아입을 필요가 없었다.물이 다 끓자 차우미는 컵 두 잔에 뜨거운 물을 담아 식힌 뒤 잔을 들고 나상준에게로 걸어갔다.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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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8화

차우미와 나상준은 말없이 아침을 먹었다.아침을 다 먹기 바쁘게 나상준의 핸드폰이 울렸다.일이 많은 그가 늘 바쁘다는 걸 차우미는 알고 있었기에 혼자 조용히 식탁을 치웠다.나상준은 전화를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아 통화를 끊었고 차우미도 마침 식탁 정리를 끝냈다.방에서 냄새가 날까 봐 차우미는 먹은 음식을 비닐봉지에 넣은 뒤 잘 묶어서 문 앞에 가져다 놓았다. 조금 뒤, 밖에 나갈 때 버릴 생각이었다.나상준은 바쁘게 움직이는 차우미를 보며 입을 열었다.“약 먹어.”어제 퇴원 할 때 의사가 처방해준 약을 잘 챙겨 먹은 차우미는 오늘 몸 상태가 매우 괜찮아 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만약 나상준이 말하지 않았다면 차우미는 자신이 아픈 사람이라는 걸 까맣게 잊었을 것이다.나상준의 말을 들은 차우미는 조금 전 나상준이 약을 챙겨 달라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그는 어제 병원에 가지도 않고 의사를 부르지도 않았으며 저녁에 약만 한번 먹었다.차우미는 자신 마음대로 나상준에게 약을 먹이는 것이 걱정스러웠지만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직접 약을 먹이는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자리에서 일어선 차우미가 물티슈에 손을 닦으며 말했다.“상준 씨, 지금 바빠? 바쁘지 않으면 내가 약 챙겨줄게. 약 먹고 가.”지금은 아마 일곱 시가 넘었을 것이다. 나상준은 항상 이 시간쯤에 회사에 가곤 했다.나상준은 자신 앞에 서서 맑은 두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차우미를 보며 입을 열었다.“응.”차우미는 미소를 지었다.병원에 가지 않겠다고 고집 피우던 나상준이 얌전히 약을 먹는다고 하니 차우미는 시름이 놓였다.나상준 방으로 돌아간 차우미는 전에 끓여 놓았던 따뜻한 물을 컵에 따른 뒤 어젯밤에 가지고 왔던 약을 꺼냈다. 그녀는 나상준의 몸 상태에 관해 물은 뒤 설명서를 꼼꼼히 읽어보며 나상준의 증상에 따른 약들을 챙겼다.차우미는 섬세하고 정성스럽게 약들을 챙겼다. 자신이 건네준 약을 먹고 혹시라도 나상준이 아플까 봐서였다.나상준은 차우미가 건네준 약을 망설임 없이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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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9화

차우미는 시간을 확인했다. 어느덧 8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차우미는 간단히 방을 정리한 뒤 방키를 들고 나왔다.출근 시간은 8시 반이었기에 아직 시간이 남아있었다.차우미는 8시 20분에 알람을 맞춰 놓고는 방으로 돌아가 자료를 확인했다.그녀는 그동안의 업무들을 정리하면서 다시 한번 생각에 잠겼다.호텔 앞에는 벤츠 한대가 주차되어있었다. 운전기사는 나상준이 걸어 나오는 것을 본 뒤 바로 차에서 내려 뒷문을 열어줬다.나상준은 차에 올라탔고 차는 빠른 속도로 호텔을 벗어났다.아침 시간은 출근하는 차들로 붐볐다. 수많은 차를 멀리서 바라보면 마치 끝이 보이지 않는 긴 용처럼 보였다.평온하게 달리고 있는 벤츠 차창으로 풍경들이 스쳐 지나갔다.나상준은 차창으로 앞의 사물들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이 시각 나상준의 깊은 눈에 차우미는 본적 없는 수많은 감정이 생겨났다.나상준은 완전히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명궁 호텔.주혜민은 테이블 앞에 서서 핸드폰을 들고 어두운 표정으로 보고를 듣고 있었다.“NS 그룹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계속 협력할 수 있지만...”“상준 씨가 동의했어?”계속 협력할 수 있다는 말에 주혜민은 모든 것을 까맣게 잊은 채 물었다.요 며칠 차가웠던 표정과 화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없었다. 주혜민은 완전히 안심하며 기뻐했다.주혜민은 나상준이 이 정도로 무정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나상준이 주영 그룹이 무너지는 것을 보지 못하고 언젠간 도와줄 거라고 믿고 있었다. ‘상준 씨 마음속에는 여전히 내가 있구나.’나상준이 지금에 와서야 동의를 한 것은 그녀를 탓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일 때문에 나상준은 화가 나 있었다.그러나 그는 화를 내도 정도껏 냈다.나상준은 어떻게 사람 마음을 조종하는지 잘 알고 있는 듯했다.언제 놓아야 할지 언제 거둬들여야 할지를 그는 잘 알고 있었고 이해타산에 뛰어난 사람이었다.주혜민은 그런 나상준을 좋아했다. 그에게 속고 있다고 해도 좋았다.NS 그룹의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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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0화

조건, 손실, 배상...이 단어들이 주혜민의 머릿속을 맴돌며 순식간에 그녀의 기쁨을 사라지게 만들었다.주혜민은 말없이 멍하니 자리에 서 있었다.부유한 가정환경에서 자라온 그녀는 어릴 때부터 사업에 대해 익히 들어 왔었다. 사업은 이익 앞에서는 무정한 곳이다. 이곳은 사람을 잡아먹고 뼈도 토하지 않는 전쟁터이다. 감정도, 온도도 없는 끝없는 싸움만 있는 무서운 곳이다.그녀는 알고 있었을 뿐 깨닫지는 못했다.그러나 최근 요 며칠 사이 그녀는 현실이 무엇인지, 얼마나 잔인한지 깨닫게 되었다.특히 지금 이 순간, 비서의 말에 그녀는 큰 충격을 받았다.‘열 배라니...’이건 결코 정이 있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일과 말이 아니었다.무서우리만치 무정한 조건에 주혜민은 엄청 당황했다.이 일은 마치 그녀가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사실이 진짜가 아니라는 것과 같았다. 마치 공주인 그녀가 어느 날 갑자기 가짜 공주가 되어 원래 살았던 빈민촌으로 돌아가라는 것과 다름없었다.그녀는 이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랐다.핸드폰 너머에서 갑자기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지만 비서는 주혜민이 듣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고 다시 입을 열었다.“만약 이 조건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면 모든 협력을 끊고 예전과 같은 조건으로 협력을 하겠다고 하셨습니다.”“그런데...”“만약 다시 협력하게 된다면 사장님께서는 끼어들면 안 된다고 하셨습니다. NS 그룹에서 전해 온 말에 의하면 전문적이지 않은 사람이 전문적인 일을 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다고 하셨습니다.”비서는 NS 그룹에서 한 말을 한 글자도 빼놓지 않고 주혜민에게 전했다.잔인하지만 어쩔 방법이 없는 게 현실이다.말을 마친 비서는 조용히 주혜민의 대답을 기다렸다.그녀는 사장님께서 받아들이기 어려워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러나 받아들이기 힘들어도 받아들여야만 했다. NS 그룹의 답변은 주영 그룹을 난처하게 만들었다.앞으로 나아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뒤로 물러설 수도 없었기에 어떻게 하기가 어려웠다.주혜민은 핸드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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