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모든 챕터: 챕터 521 - 챕터 530
530 챕터
제521화
눈을 감고 한참 있으니 눈이 더 이상 아프지 않았다. 그는 실눈을 뜨고 서재의 불빛에 적응한 뒤 창밖에 내린 어두움을 바라봤다.밖은 고요했고 아무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안평 시가 고요해진 느낌이었다.'벌써 새벽이 됐나 보네.'일의 특성상 늘 야근을 해왔던 김온은 시간을 보지 않고 밖의 하늘만 쳐다봐도 지금이 몇 시인지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그는 시선을 거두고 손목을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 정말 새벽 12시였다.“선배, 밤새지 말고 일찍 쉬어. 건강이 제일 중요해.”머릿속에 부드러운 말이 떠오른 김온은 고개를 숙이고 웃음을 지었다.예전의 김온은 시간을 상관하지 않고 일이 끝나야지만 휴식을 취했었다.하지만 지금은 그를 걱정해주는 사람이 생겼다. 이럴 때면 그의 머릿속에 그녀의 목소리가 떠올랐다.그는 더 이상 일에 집착하지 않고 휴식을 취했다.그는 건강하게 살고 싶었다. 그래서 그녀와 함께 한 평생 오래오래 함께하고 싶었다.그는 컴퓨터를 끄고 책상 위의 각종 서류를 정리한 뒤 서재에서 나가 욕실로 향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욕실에서 나온 그는 머리를 말리고 침대에 누워 눈을 감고 휴식을 취했다.“원래 이 사건은 이렇게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사건이 아니에요. 제가 차우미 씨의 사건을 맡은 뒤로 주혜미 씨를 조사해 봤는데 주혜민 씨는 말하기 어려운 사람인 것 같았어요. 주혜민 씨와 차우미 씨의 갈등은 나상준 씨에서 비롯된 거더라고요. 제 경험으로 여자들의 감정 문제는 매우 번거로운 사건이에요.”“특히, 주혜민 씨는 성격이 강하고 집안 배경이 있는 관계로 얼굴 깎기는 것을 싫어하죠. 그래서 차우미 씨와 끝까지 싸울 수도 있었고요. 그러나 이 일은 차우미 씨한테 유리한 일이었기에 어떻게 해도 주혜민 씨가 차우미 씨를 이길 수는 없었을 거예요. 이 점은 제가 확신할 수 있어요. 다만 과정이 비교적 번거로웠겠죠.”“하지만 공교롭게도 주혜민 씨와 차우미 씨가 갈등이 생긴 다음 날 주영 그룹에 불리한 사건이 터졌죠. 이 사건은 아주 엄중한 사건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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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2화
이영진 변호사는 사건의 원인과 이유 그리고 과정과 결과에 대해서 상세히 알려줬다.김온은 사업하는 사람이 아니었지만 그의 친척들과 친구 중에서는 사업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나씨 가문은 크고 이름있는 가문이었기에 청주에 있는 가온 그룹과 나씨 가문은 종종 서로 왕래를 했다. 그렇기에 김온은 NS 그룹이 나상준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주영 그룹과 합작하는 회사가 다른 회사라면 몰랐겠지만 NS 그룹과 합작하고 있다는 걸 안 김온은 생각하지 않으려 해도 계속 생각이 났다.주영 그룹과 NS 그룹은 이제 막 합작을 시작한 게 아니라 예전부터 합작을 해왔었다. 그래서 이렇게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인해 NS 그룹에서 주영 그룹과 합작을 그만하자고 한 것도 큰 문제는 없어 보였다.사업에서 이익을 내려 하지 손실을 입히려 하는 사람은 없을 거니까.NS 그룹이 지금 지위가 매우 높은 건 사실이었지만 그렇다고 마음대로 투자한 돈을 도로 거두어 드릴 수는 없었다.공교롭게도 차우미와 주혜민의 사건이 터진 후 주영 그룹의 안 좋은 소식이 터졌고, NS 그룹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주영 그룹과의 협력을 바로 중단했다.이영진 변호사의 말을 들은 김온은 주영 그룹의 안 좋은 소식을 누군가 일부러 퍼뜨린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합작하는 사이에 한쪽에 문제가 생긴다면 다른 한쪽도 반드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 바로 한쪽과의 관계를 청산하거나 함께 해결해나가는 방법이 있었다.주영 그룹과 나씨 가문은 사이가 좋았다. 가온 그룹과 나씨 가문의 관계보다 더 좋았기에 NS 그룹에서는 주영 그룹을 도와주는 게 맞았다.NS 그룹에서 도와줬다면 주영 그룹은 바로 일을 해결했을 것이다.그러나 NS 그룹에서는 주영 그룹과의 관계를 청산하는 것을 선택했다.김온은 NS 그룹의 선택을 이해할 수 없었다. 특히 주혜민과 나상준의 관계로 봤을 때 이런 상황에서 NS 그룹이 주영 그룹을 도와줘야 했지만 NS 그룹에서는 도와주지 않았다.NS 그룹은 무정하고 냉담했다.김온의 머릿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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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3화
그는 잘 알고 있었다. 한 사람을 진정으로 사랑한다는 것은 자신의 모든 걸 동원해서 그 사람을 지켜주는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그녀가 상처받는 것도 참을 수 없고 그녀가 억울해하는 것도 참을 수 없다. 그녀를 괴롭히는 사람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분노가 차오른다.소문처럼 나상준이 주혜민을 사랑한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주영 그룹을 도와주는 게 맞았다.만약 차우미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바로 차우미의 앞에 서서 일을 해결해 주는 것과 같은 도리이다.그러나 이런 때에 나상준은 주혜민 앞에 나서서 그녀를 지켜주지 않고 오히려 멀리했다.특히 나상준에게는 도와줄 능력이 있었지만 도와주지 않았다.이 사실은 김온에게 한 가지 사실을 똑똑히 알려줬다. 나상준은 주혜민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거였다.신경 쓰지 않는다면 그 소문들은 어떻게 퍼지게 된 걸까?이영진 변호사에게 일에 대해서 자세히 들은 김온의 마음속에 불가사의한 생각이 떠올랐다.그건 보복이었다.주혜민이 차우미를 괴롭혔기에 주영 그룹에 이런 문제가 발생하게 된 것이고 NS 그룹이 무정하게 나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며 모든 것이 차우미를 위해서라는 생각이 들었다.이런 생각이 떠오른 김온은 자신의 생각에 깜짝 놀랐다.그러나 김온은 곧 자신의 생각을 부정했다.‘그럴 리 없어.’나상준이 차우미를 위한다고 해도 자신의 사업을 가지고 장난을 칠 수는 없었다. 사업은 전쟁터와 같기에 생각하는 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이 점은 김온도 잘 알고 있었다.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은 나상준은 차우미를 사랑하지도 않았고 신경 쓰지도 않았다. 지금은 그들이 이혼한 상태였기에 나상준이 차우미를 위해서 이런 일을 했을 것 같지는 않았다.그러기에 이건 불가능한 일이었다.김온이 이런 생각이 들었다는 건 그의 마음속에 여전히 불안이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김온은 차우미 맘속에 있는 나상준의 자리를 대체하고 싶었지만 이건 몹시 어려운 일이라는 걸 자신도 잘 알고 있었다.시간과 경력은 지워지기 매우 어려운 것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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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4화
회성.사우스 호텔 스위트룸.회성은 연해 도시로 다섯 시면 날이 밝았다. 잠들어 있던 모든 것이 서서히 깨어나며 도시도 북적거리기 시작했다.이 시각, 스위트룸 침실.담요를 덮은 차우미가 소파에 웅크리고 누워 깊이 자고 있었다.언제 닫혔는지 모르는 커튼 사이로 밖의 풍경은 보이지 않았지만, 빛이 두꺼운 커튼을 통해 방안으로 들어와 방안의 짙은 어둠을 몰아내고 사물을 어렴풋이 볼 수 있게 해줬다.나상준은 소파 앞으로 걸어가 몸을 숙여 웅크리고 잠들어 있는 사람을 안았다.어제 늦은 시간에 잠든 차우미는 아직도 깊은 잠에 빠져있었다. 나상준이 침대에서 내려오는 소리도 듣지 못한듯했고 심지어 안아도 아무런 미동이 없었다.그러나 몸이 붕 뜨니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느낌을 받은 것인지 자고 있던 그녀의 몸에 움직임이 있었다.불안한 그녀는 몸을 움직이며 손을 뻗어 뭔가를 잡으려 했다. 손에 뭔가가 잡힌 그녀는 힘을 주어 꼭 잡았다.그런데 뭔가가 이상했다.잡은 무언가의 온기가 그녀의 가느다란 손가락을 통해 그녀의 몸에 전해졌다. 깊이 잠들어 있던 그녀의 의식이 서서히 깨어났다.눈썹을 살랑이던 그녀의 눈이 스르르 떠졌다.눈앞에 들어온 건 아주 가까운 곳에 있는 얼굴이었다. 잘생긴 얼굴에 뚜렷한 이목구비, 그리고 짙은 눈썹은 한눈에 마음을 빼앗아 갈 것 같은 얼굴이었다.금방 잠에서 깬 차우미는 정신이 완전히 돌아오지 않았기에 나상준을 보고도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몽롱한 두 눈엔 피곤이 가득했다. 아직 완전히 잠에서 깬 것 같지 않았다.나상준은 차우미를 안고 침대 앞으로 걸어갔다. 그러나 품 안에 있던 차우미가 부드러운 손으로 나상준의 팔을 잡자 그는 걸음을 멈추고 그녀를 바라봤다.그녀는 눈을 뜨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그러나 그녀의 눈에는 어떠한 감정도 없었고 서로 마주 보고 있었지만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그는 멈춰 서서 차우미가 잠에서 깬 모습을 바라봤다. 반쯤 뜬 몽롱한 두 눈엔 평소에 있던 냉정함이 담겨있지 않았다. 그를 답답하게 만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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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5화
“조금 더 자.”나상준은 낮은 목소리로 차우미에게 말한 뒤 그녀에게 이불을 덮어 주고는 샤워실로 걸어 들어갔다.모든 것이 지극히 정상이었다. 아무 문제도 없어 보였다.차우미는 침대에 누워 침착하게 욕실로 걸어 들어가는 나상준을 멍하니 쳐다봤다.‘꿈이 아니야?’자신이 누워있는 자리가 전에 나상준이 누워있었던 자리인지 따뜻했다.나상준의 특유의 향기와 함께 열기가 그녀의 옷을 통해 몸에 고스란히 전해졌다. 꿈이 아닌 현실인 게 느껴졌다.그렇다. 현실이다.모든 것이 너무 갑작스러웠던 차우미는 입술을 벌린 채 말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자연스럽게 잠에서 깬 것이 아닌 갑작스럽게 잠에서 깨어난 차우미는 가만히 침대에 누워있었다. 머리가 매우 혼란스러웠다.‘침착하자, 차우미.’차우미는 두 눈을 감고 주위의 소리를 들으며 마음을 진정시키려 했다.새로운 하루가 시작되었다. 차들의 경적 소리와 사람들의 말소리가 차우미의 귓가에 선명히 들려왔다. 욕실에서 들려오는 쏴 하는 물소리도 포함되어 있었다.시끌벅적한 소리에 차우미의 정신이 서서히 맑아졌다. 더는 머리가 혼란스럽지 않자 그녀는 눈을 떴다.이 시각, 차우미의 두 눈에 몽롱함은 보이지 않았다.차우미보다 일찍 깨어난 나상준은 그녀가 편히 쉴 수 있게 그녀를 안고 침실로 들어갔다. 씻으러 들어간 나상준은 더는 휴식을 취할 것 같지 않았다.차우미는 나상준의 컨디션이 어떤지 궁금했다.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앉아 욕실을 바라봤다. 조금 전의 그의 목소리가 어젯밤보다는 확실히 좋아진 것 같았다.그러나 아직도 쉬어있는 목소리가 어젯밤 밥을 먹을 때와 비슷했다.조금 전 나상준의 팔을 잡았을 때, 어젯밤처럼 그렇게 뜨겁지 않았기에 그녀는 그가 열이 조금 내렸다고 생각했다.그러나 확신할 수는 없었다.하지만 어젯밤에 먹은 약이 효과가 있었다는 건 차우미는 확신할 수 있었다.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차우미는 시선을 거두고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어젯밤에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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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6화
차우미는 걸음을 멈추고 옅게 웃으며 나상준을 바라봤다.“몸은 좀 어때?”나상준이 머리를 닦으며 샤워가운을 입고 걸어 나왔다.그는 샤워 가운을 단정히 입고 허리끈도 잘 묶고 있었다.그는 앞에 서서 자신을 향해 웃는 사람을 바라봤다. 그녀는 소외감과 낯선 사람에게 차리는 웃음이 아닌 그를 관심해 주는 모습이었다.그들 사이의 거리는 순식간에 아주 가까워 진듯했다.나상준은 차우미의 눈을 바라봤다. 그녀의 눈빛은 더 이상 몽롱하지 않은 맑은 눈빛이었다.나상준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가 낮은 목소리가 "응." 이라고 대답하자 차우미는 이내 웃으며 입을 열었다.“머리 말리고 옷 갈아입어. 난 가서 물 끓이고 있을게. 그거 마시면 목이 좀 괜찮아 질 거야.”그의 목소리는 갈라져 있었지만 확실히 어젯밤보다는 많이 좋아져 있었다.말을 마친 차우미는 주저하지 않고 바로 침실을 빠져나갔다.나상준은 걸어 나가는 사람을 바라봤다. 그녀는 씻지 않은 모습이었지만 흐트러짐 없이 깔끔했다.다만 평소 묶고 다니던 긴 머리를 묶지 않은 채 허리 뒤로 넘기고 있었다. 부드러운 머리카락이 그녀의 어깨에 놓여 있었다.그는 그녀의 검은 머리카락을 쳐다보다가 시선을 거두고 드레스룸으로 들어갔다.차우미는 물을 끓인 뒤 컵을 씻었다. 그리고는 물을 식혔다.그녀는 침실로 들어가지 않고 물을 끓인 뒤 씻어 놓은 컵에 물을 두 잔 따르고는 핸드폰을 꺼내 들고 아침을 주문했다.아침은 먹어야 했다. 나상준의 몸 상태와 자신의 몸 상태로 봤을 때 반드시 담백한 아침을 먹어야 했다. 차우미는 물이 식기를 기다렸다. 그녀는 나상준이 나오기를 기다렸다가 아침을 주문하려 했다.나상준이 나오지 않자 차우미도 딱히 할 일이 없었다. 그러나 그녀는 출근해야 했다.어젯밤 밥을 먹을 때 룸에서 말했던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원래 그녀는 오늘 아침에 일찍이 일어나 해결 방안을 생각해보려고 했지만 지금 나상준의 몸 상태로 보았을 때 그를 데리고 병원에 한 번 가봐야 할 것 같았다.그래서 그녀는 오늘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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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7화
꿈에서 나상준이 차우미를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그는 차우미를 부르고 싶었지만 아무리 소리쳐도 소리가 나가지 않았다. 그는 달려가서 차우미를 잡고 싶었지만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렇게 그는 나상준이 차우미를 데려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차우미는 그렇게 그에게서 점점 멀어져 갔다.무기력감과 다급함이 몰려왔지만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그는 너무 괴로웠다. 꿈에서 깼지만 여전히 마음이 아팠다.그게 현실이 아닌 꿈이라고 해도 그는 여전히 불안했다.그래서 그는 차우미에게 문자를 보냈다.차우미가 이 시간에 자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어쩔 수 없이 그는 그녀에게 문자를 보냈다.그는 불안하고 무서웠다.차우미가 정말 나상준에게 간다면 김온은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윙 하고 핸드폰이 진동하며 답장이 날라왔다.김온은 꿈에서 조금은 깬듯했지만 여전히 그 꿈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었다.손에 들고 있던 핸드폰이 울리며 그의 생각을 끊었다. 그는 겨우 정신을 차리고 가슴을 졸이며 바로 핸드폰을 확인했다.액정에 차우미에게서 날라온 문자가 보였다.이 순간, 김온은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그는 더 이상 생각하지 않고 바로 차우미에게서 온 문자를 확인했다.[선배, 무리하지 말고 안평으로 돌아갔으니 푹 쉬어.]그를 관심하는 문자였다. 마치 그가 안평에서 바쁠 거라는 걸 알고 특별히 신신당부하는듯했다.차우미는 김온의 건강에 매우 신경을 썼다.순간, 김온은 마음속에 있던 불안감이 전부 사라지며 더는 무섭지 않았다. 그는 그제서야 평온해지며 한 시름 놨다.어떨 때에는 한마디 말이, 심지어 한마디의 관심이 사람을 평온하게 만들곤 한다.그녀의 관심을 받은 그는 만족했다.김온은 차우미가 보내온 문자를 보며 미소지었다. 창밖을 바라보니 어느덧 날이 밝아 있었다.언제부터 그가 이렇게 안정감이 없어지게 된 거지?언제부터 그가 이렇게 불안해 한 거지?눈앞에 많은 장면이 떠올랐다. 3년 전과 3년 후의 모습이었다. 차우미가 이혼해서부터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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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8화
차우미는 김온에게 문자를 보낸 뒤 테이블 앞에 서서 핸드폰을 바라봤다. 어젯밤에 안평으로 돌아간 김온이 오늘 아침 일찍 일어난 거로 보아 일하러 가는 게 틀림없었다.김온은 진지하고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었다. 요 며칠 휴가를 다녀왔기에 밀린 일이 많아 바쁜 듯했다.차우미는 요 며칠 김온이 야근 때문에 밤을 새울 것 같았다. 그건 몸에 좋지 않았다.어른이 되면 생각처럼 안 되는 일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일도 생활도 모두 자신이 예상한 대로 흘러가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예를 들자면 그동안 발생했던 수많은 일로 차우미의 일과 휴식이 모두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것처럼 말이다.일이 없으면 괜찮지만 일이 생기면 어쩔 수 없었다.속으로 한숨을 내쉬던 차우미는 한 시름 놨다.삶에는 예상치 못한 일들이 많았다. 인생은 불확실하고 모든 것이 쉽게 해결되는 것이 아니었다.차우미는 가볍게 생각하며 중요한 것부터 처리하기로 했다. 생각이 정리된 그녀는 마음이 편안해졌고 이마도 더 이상 찡그리지 않았다.차우미는 핸드폰을 집어 들고 테이블 위의 물을 바라보았다. 물잔을 손에 쥐고 온도를 느끼니 예전보다는 시원한 느낌이었지만 여전히 뜨거웠다.한 모금을 마셔보니 여전히 뜨거웠기에 그녀는 조금 더 식혀야겠다고 생각했다.생각을 정리한 후 차우미는 물잔을 내려놓고 침실을 바라보았다. 바로 그때 나상준이 단정하게 정장을 입고 나왔다.그는 이미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정장을 입고 머리를 깔끔하게 빗은 그의 모습이 전혀 아파 보이지 않았다.그가 말을 하지 않았다면 차우미는 그가 아프다는 걸 몰랐을 것이다.차우미는 머뭇거리며 그에게 다가가 말했다.“목소리가 아직도 갈라진 것 같네? 다른 곳은 어디 아픈 곳 없어?”나상준이 대답하기도 전에 차우미가 이어서 말했다.“내가 봤을 때 병원에 한번 가는 게 좋을 것 같아. 내가 함께 가줄게. 의사 선생님께 여쭤보고 약 처방 받자. 아무래도 내가 어젯밤에 상준 씨에게 먹인 약이 약효가 별로 없는 것 같아.”차우미는 나상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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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9화
김온은 인내심 있게 핸드폰의 통화 연결음을 듣고 있었다.전화가 연결되자 차우미의 목소리가 핸드폰 너머에서 들려왔다. 어제처럼 평온하고 안정된 차우미의 목소리를 들은 김온은 한시름 놓았다. 수많은 감정이 순식간에 사라지며 평온을 되찾았다.김온은 웃으며 입을 열었다.“오늘은 왜 이렇게 빨리 깼어?”그의 목소리에는 부드러운 웃음이 섞여 있었다. 이 순간 그가 안도하고 있음을 들을 수 있었다.이를 알아챈 차우미는 미소 지으며 입을 열었다.“원래는 일이 순조롭게 해결될 줄 알았는데 아직 해결 못 했어. 그래서 오늘 일찍 일어나서 일하려고.”“그러면... 내가 지금 너 방해하고 있는 거 아니야?”김온이 미간을 찌푸리며 자책했다. 일찍 일어나지 않던 그녀가 일찍 일어난 데에는 무슨 일이 있음이 틀림없었다.잠시 생각하던 김온이 입을 열었다.“그럼 가서 일 봐. 시간 있을 때 다시 연락할게.”“응, 선배. 선배도 안평에 돌아갔다고 너무 무리하지는 마.”차우미가 관심해 주는 말을 들은 김온이 웃으며 말했다.“응. 내가 시간 잘 조절할게. 걱정하지마.”“그리고, 너도 그쪽에 혼자 있는데 몸조심해. 너무 무리하지 말고. 도울 거 있으면 어려워하지 말고 언제든지 내게 연락해.”“전화해도 되고 톡 보내도 돼. 내가 확인하면 바로 연락할게. 만약 내가 연락이 안 되면 강서흔에게 연락해. 걔가 도와줄 거야. 혼자 너무 무리하지마.”차우미가 안평에 있다면 괜찮았지만 지금은 회성에 있기에 무슨 일이라도 생겼을 때 자신이 바로 달려갈 수 없을까 봐 걱정했다.김온은 회성에 친구가 없었기에 도움을 청할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그는 그녀에게 여러 번 주의하라고 했었다. 차우미가 잔소리를 한다고 말할지라도 그는 계속 말할 수밖에 없었다.그는 그녀를 잘 알고 있었다. 마지못해서가 아니라면 그녀는 그를 찾는 일이 없었다.자신을 걱정하고 있는 김온의 말을 들은 차우미는 웃음을 지었다.“알았어. 무리하지 않을게.”차우미는 김온의 뜻을 잘 알고 있었다. 자신에게 문제가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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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0화
그런 그녀를 그는 어떻게 믿지 않을 수 있겠는가?비록 나상준이 회성에서 있다는 걸 안다고 해도 그는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여가현의 말이 맞았다. 차우미가 결정을 내린 일은 절대 바뀌지 않았다. 나상준이 아무리 뛰어나고 훌륭하다고 해도 차우미가 이혼을 선택했다면 다시 나상준과 함께하지 않을 것이다.이 점에 대해 그는 확신하고 있었다.왜냐하면 차우미는 절대로 번복하는 사람이 아니며 그녀는 자신이 하는 모든 일을 매우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이 순간 김온의 마음은 제자리에 놓인 듯 평온하게 뛰었다. 그는 더 이상 혼란스럽지 않았다.그가 좋아하는 그녀는 바로 이렇게 남다른 그녀였다.핸드폰을 침대 옆 탁자에 놓고 그는 화장실에 가려고 했다. 하지만 막 핸드폰을 내려놓자마자 핸드폰이 울렸다.김온은 잠시 멈추고 다시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차우미에게서 온 카톡이었다. 최신 카톡이었다.마음이 들뜬 그의 눈빛이 반짝였다. 그는 카톡을 확인했다.[선배, 이번에 회성에 많은 동료가 일하러 왔어. 모두 이전에 봤던 사람들이야. 그리고 진정국 아저씨도 있어. 나 혼자가 아니야. 여기서 모두 날 잘 챙겨 주고 있고, 여기 책임자도 모든 것을 잘 해줘. 난 아무 문제 없어. 혹시 문제가 생기면 동료들과 진정국 아저씨에게 도움을 구할게. 그러니까 선배, 너무 걱정하지마.]장문의 카톡이었다. 그녀가 회성에서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를 명확히 알려주며 그를 안심시켰다.김온은 웃음을 지었다. 한순간 그의 얼굴에 미소가 번지며 눈길도 매우 부드러워졌다.그녀는 그가 자신을 신경 쓰고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모든 것을 이해했다.그리고 그녀가 그를 이해하고, 위로해주는 것보다 더 좋은 일이 있을까?없다.이렇게 그는 만족하고, 충분히 기뻐했다.김온은 차우미에게 답장을 보냈다.[알았어.]차우미는 핸드폰에 온 답장을 보며 웃었다.사람들 사이에 서로 돕고, 이해하고, 배려하고, 마음을 써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해야 감정이 오래 지속할 수 있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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