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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8화

작가: 유리
차우미는 김온에게 문자를 보낸 뒤 테이블 앞에 서서 핸드폰을 바라봤다. 어젯밤에 안평으로 돌아간 김온이 오늘 아침 일찍 일어난 거로 보아 일하러 가는 게 틀림없었다.

김온은 진지하고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었다. 요 며칠 휴가를 다녀왔기에 밀린 일이 많아 바쁜 듯했다.

차우미는 요 며칠 김온이 야근 때문에 밤을 새울 것 같았다. 그건 몸에 좋지 않았다.

어른이 되면 생각처럼 안 되는 일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일도 생활도 모두 자신이 예상한 대로 흘러가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예를 들자면 그동안 발생했던 수많은 일로 차우미의 일과 휴식이 모두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것처럼 말이다.

일이 없으면 괜찮지만 일이 생기면 어쩔 수 없었다.

속으로 한숨을 내쉬던 차우미는 한 시름 놨다.

삶에는 예상치 못한 일들이 많았다. 인생은 불확실하고 모든 것이 쉽게 해결되는 것이 아니었다.

차우미는 가볍게 생각하며 중요한 것부터 처리하기로 했다.

생각이 정리된 그녀는 마음이 편안해졌고 이마도 더 이상 찡그리지 않았다.

차우미는 핸드폰을 집어 들고 테이블 위의 물을 바라보았다. 물잔을 손에 쥐고 온도를 느끼니 예전보다는 시원한 느낌이었지만 여전히 뜨거웠다.

한 모금을 마셔보니 여전히 뜨거웠기에 그녀는 조금 더 식혀야겠다고 생각했다.

생각을 정리한 후 차우미는 물잔을 내려놓고 침실을 바라보았다. 바로 그때 나상준이 단정하게 정장을 입고 나왔다.

그는 이미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정장을 입고 머리를 깔끔하게 빗은 그의 모습이 전혀 아파 보이지 않았다.

그가 말을 하지 않았다면 차우미는 그가 아프다는 걸 몰랐을 것이다.

차우미는 머뭇거리며 그에게 다가가 말했다.

“목소리가 아직도 갈라진 것 같네? 다른 곳은 어디 아픈 곳 없어?”

나상준이 대답하기도 전에 차우미가 이어서 말했다.

“내가 봤을 때 병원에 한번 가는 게 좋을 것 같아. 내가 함께 가줄게. 의사 선생님께 여쭤보고 약 처방 받자. 아무래도 내가 어젯밤에 상준 씨에게 먹인 약이 약효가 별로 없는 것 같아.”

차우미는 나상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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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날   제529화

    김온은 인내심 있게 핸드폰의 통화 연결음을 듣고 있었다.전화가 연결되자 차우미의 목소리가 핸드폰 너머에서 들려왔다. 어제처럼 평온하고 안정된 차우미의 목소리를 들은 김온은 한시름 놓았다. 수많은 감정이 순식간에 사라지며 평온을 되찾았다.김온은 웃으며 입을 열었다.“오늘은 왜 이렇게 빨리 깼어?”그의 목소리에는 부드러운 웃음이 섞여 있었다. 이 순간 그가 안도하고 있음을 들을 수 있었다.이를 알아챈 차우미는 미소 지으며 입을 열었다.“원래는 일이 순조롭게 해결될 줄 알았는데 아직 해결 못 했어. 그래서 오늘 일찍 일어나서 일하려고.”“그러면... 내가 지금 너 방해하고 있는 거 아니야?”김온이 미간을 찌푸리며 자책했다. 일찍 일어나지 않던 그녀가 일찍 일어난 데에는 무슨 일이 있음이 틀림없었다.잠시 생각하던 김온이 입을 열었다.“그럼 가서 일 봐. 시간 있을 때 다시 연락할게.”“응, 선배. 선배도 안평에 돌아갔다고 너무 무리하지는 마.”차우미가 관심해 주는 말을 들은 김온이 웃으며 말했다.“응. 내가 시간 잘 조절할게. 걱정하지마.”“그리고, 너도 그쪽에 혼자 있는데 몸조심해. 너무 무리하지 말고. 도울 거 있으면 어려워하지 말고 언제든지 내게 연락해.”“전화해도 되고 톡 보내도 돼. 내가 확인하면 바로 연락할게. 만약 내가 연락이 안 되면 강서흔에게 연락해. 걔가 도와줄 거야. 혼자 너무 무리하지마.”차우미가 안평에 있다면 괜찮았지만 지금은 회성에 있기에 무슨 일이라도 생겼을 때 자신이 바로 달려갈 수 없을까 봐 걱정했다.김온은 회성에 친구가 없었기에 도움을 청할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그는 그녀에게 여러 번 주의하라고 했었다. 차우미가 잔소리를 한다고 말할지라도 그는 계속 말할 수밖에 없었다.그는 그녀를 잘 알고 있었다. 마지못해서가 아니라면 그녀는 그를 찾는 일이 없었다.자신을 걱정하고 있는 김온의 말을 들은 차우미는 웃음을 지었다.“알았어. 무리하지 않을게.”차우미는 김온의 뜻을 잘 알고 있었다. 자신에게 문제가 생

  • 봄날   제530화

    그런 그녀를 그는 어떻게 믿지 않을 수 있겠는가?비록 나상준이 회성에서 있다는 걸 안다고 해도 그는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여가현의 말이 맞았다. 차우미가 결정을 내린 일은 절대 바뀌지 않았다. 나상준이 아무리 뛰어나고 훌륭하다고 해도 차우미가 이혼을 선택했다면 다시 나상준과 함께하지 않을 것이다.이 점에 대해 그는 확신하고 있었다.왜냐하면 차우미는 절대로 번복하는 사람이 아니며 그녀는 자신이 하는 모든 일을 매우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이 순간 김온의 마음은 제자리에 놓인 듯 평온하게 뛰었다. 그는 더 이상 혼란스럽지 않았다.그가 좋아하는 그녀는 바로 이렇게 남다른 그녀였다.핸드폰을 침대 옆 탁자에 놓고 그는 화장실에 가려고 했다. 하지만 막 핸드폰을 내려놓자마자 핸드폰이 울렸다.김온은 잠시 멈추고 다시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차우미에게서 온 카톡이었다. 최신 카톡이었다.마음이 들뜬 그의 눈빛이 반짝였다. 그는 카톡을 확인했다.[선배, 이번에 회성에 많은 동료가 일하러 왔어. 모두 이전에 봤던 사람들이야. 그리고 진정국 아저씨도 있어. 나 혼자가 아니야. 여기서 모두 날 잘 챙겨 주고 있고, 여기 책임자도 모든 것을 잘 해줘. 난 아무 문제 없어. 혹시 문제가 생기면 동료들과 진정국 아저씨에게 도움을 구할게. 그러니까 선배, 너무 걱정하지마.]장문의 카톡이었다. 그녀가 회성에서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를 명확히 알려주며 그를 안심시켰다.김온은 웃음을 지었다. 한순간 그의 얼굴에 미소가 번지며 눈길도 매우 부드러워졌다.그녀는 그가 자신을 신경 쓰고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모든 것을 이해했다.그리고 그녀가 그를 이해하고, 위로해주는 것보다 더 좋은 일이 있을까?없다.이렇게 그는 만족하고, 충분히 기뻐했다.김온은 차우미에게 답장을 보냈다.[알았어.]차우미는 핸드폰에 온 답장을 보며 웃었다.사람들 사이에 서로 돕고, 이해하고, 배려하고, 마음을 써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해야 감정이 오래 지속할 수 있다.가

  • 봄날   제531화

    나상준은 전화기 너머의 보고를 들으며 낮게 "응"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원래 말이 적었고, 할 때도 짧게 말하는 편이었다.차우미는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신경 쓰지 않고 앉아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숙여 핸드폰으로 아침 식사가 언제 도착하는지 확인했다. 이미 시간이 좀 지났으니 아침 식사가 오고 있을 터였다. 차우미는 앱을 열어 아침 식사 배달 상황을 확인했다. 몇 분 후면 도착할 예정이었다.차우미는 방문을 바라보며 나가서 기다릴까 생각했다. 나상준이 전화를 받는 동안, 안에 있는 것이 불편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그녀는 일어나서 밖으로 나가려 했다.하지만 그 순간, 나상준의 낮고 냉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주영 그룹과의 후속 협력 조건을 추가해. 협력 문제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손실은 주영 그룹에서 배상하도록 한다고.”“열 배로.”차우미는 그 자리에서 멈춰 섰다. 특히 열 배라는 말을 들었을 때, 그녀는 자신이 무엇을 하려 했는지 잊어버렸다.차우미는 졸업 후 회사에서 일한 적이 있었다. 졸업 전 실습도 회사에서 했었다. 하지만 그녀는 회사의 업무 환경을 좋아하지 않았고, 당시의 일도 마음에 들지 않아 했다. 그녀는 야망이 있는 사람도 아니었고 커리어 우먼이 되고 싶지도 않았다. 회사에서 큰 성장을 하거나 나중에 어떤 관리자나 매니저가 되는 것도 꿈꾸지 않았다.그녀는 그런 꿈을 꾼 적이 없었다.그리고 그녀는 안평 대학이 아닌 주강시에서 주해대학을 다녔다. 그녀는 원래 멀리 떠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었지만 주해대학을 선택한 것은 세상을 좀 더 넓게 보기 위해서였다. 외부의 세계가 어떤지 보고 싶었다.하지만 주강에서 4년을 보냈을 때, 그녀는 주강의 생활에 적응했지만 크게 좋아하지는 않았다. 그녀는 여전히 고향을 더 좋아했고 조각하는 것을 좋아했다. 그래서 여러 가지 이유로 그녀는 고향인 안평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했다.그녀가 부모님께 자기 생각을 말했을 때 부모님은 모두 그녀를 지지해주었다. 그래서 그녀는 주강을 떠나 안평으로 돌아와서 자

  • 봄날   제532화

    NS 그룹과 주영 그룹은 협력 관계였다. 이 협력은 개인의 감정을 담지 않은 단순한 협력이었다.만약 개인적인 감정이 있었다면 나상준은 이렇게 냉담하지 않았을 것이다.열 배의 보상이라고 말한 건 농담이 아니라 진담이었다.이영진 변호사는 최근 주영 그룹의 안 좋은 소식이 터졌다고 말하며 주영 그룹의 상황이 매우 좋지 않다고 했다. 그래서 NS 그룹과 주영 그룹이 협력한다면 영향을 받을까 봐 방금 나상준이 그렇게 말한 거였다.하지만 열 배의 보상은 너무 한듯했다. 그리고 주영 그룹 대표는 주혜민의 아버지였기에 나상준이 이렇게 냉담하게 일을 처리하는 게 합당하지 않았다.어젯밤, 자신과 주혜민의 관계는 소문과 같지 않다고 나상준이 차우미에게 알려줬었다. 하지만, 그들이 아는 사이라는 건 사실이었다.그들이 친구 사이일 수도 있었다. 어떤 친구인지는 차우미는 알 수 없었지만 말이다.그러나 한가지는 확신할 수 있었다. 주영 그룹과 나씨 가문은 서로 아는 사이였다. 보통관계가 아니었기에 보통 친구 사이가 아닐 수도 있었다.나상준이 자신의 눈앞에서 주혜민을 안고 떠났던 그 날 밤을 차우미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그래서 그녀는 나씨 가문과 주영 그룹이 어떤 관계인지, 주혜민과 어떤 사이인지 잘 몰랐지만 이 일에 대해서 나상준이 이렇게 현실적으로 나오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차우미의 마음속에 친구와 가족은 달랐다. 일 처리를 함에 있어서 어느 정도 상황을 봐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금 자신과 나상준의 관계처럼, 이혼했다 하더라도 낯선 사람은 아니니까 말이다.나상준이 배상을 원할 수도 있지만 열 배는 너무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의 보상이면 된 듯했지만 그는 열 배라는 보상을 제시해 정상에서 많이 벗어났다. 차우미는 너무 지나치다는 느낌이 들었다.‘나상준이 원래 이렇게 무자비한 사람이었나? 아니면 이 사건이 그렇게 심각한 사건인가?’차우미는 어제 병원에서 자신이 소문에 대해 말하자 나상준의 얼굴에 변화가 생긴 점을 떠올렸다.소문을 들은 그는 분명히 화

  • 봄날   제533화

    허영우는 나상준이 그 말을 한 후 통화가 끊긴 줄 알았다. 그는 전화기를 내려놓고 전화를 끊으려 했다. 그런데 그때 나상준의 목소리가 들렸다. 허영우는 나상준이 중요한 명령을 내릴 것이라고 직감했다. 그는 다시 전화기를 들어 올려 집중해서 나상준의 말을 기다렸다.나상준은 차우미를 바라봤다. 차우미는 계속 걸음을 멈추지 않고 문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나상준이 입을 열었다.“계속 협력하고 싶다면 주혜민은 빠지라고 해. NS 그룹에서는 전문직이지 않은 사람이 일에 왈가왈부하는 걸 두고 볼 수 없다고 전해.”차우미는 나상준의 말을 명확히 들었다. 특히 그녀가 룸을 나와갈 때 그녀는 주혜민이라는 세 글자를 들었다. 그는 주혜민과 아무 관계가 없는 것처럼 어떠한 감정도 담겨있지 않았다. 그들은 낯선 사람 같았다. 세상에서 제일 낯선 사람 같았다.차갑고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 따뜻함도 없었다. 마치 그는 주혜민과 아무 관계가 없는 듯 보였다.그러나 그들은 낯선 사람이 아니었다.예전 그날 밤. 차우미의 눈앞에서 주혜민을 안고 간 사람이 나상준이 아닌 다른 사람 같았다.“알겠습니다.”나상준의 말을 들은 허영우는 마음이 놓였다.‘대표님께서 하시려던 말씀이 이거였다니.’요 며칠 주영 그룹의 일 때문에 주혜민이 나상준을 찾으러 몇 번 왔었다. 두 집안의 관계로 보았을 때 나상준이 주영 그룹에 이렇게 무정하게 대할 순 없었다.나상준은 줄곧 공사 구분을 해왔었다. 어떤 사람이나 어떤 일 때문에 자신의 생각을 바꾸는 일이 없었다. 주혜민도 포함이었다.그러나 이번 일은 나상준이 의도적으로 한 거라는 걸 잘 알았기에 그는 어떻게 해야 할지 알고 있었다.차우미가 나가는 것을 본 나상준은 급히 통화를 끊었다.밖으로 나간 차우미는 멀리 가지 않고 룸에서 몇 걸음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기다렸다.그녀는 기다리면서 일에 대해 생각했기에 나상준이 뒤에 한 말을 듣지 못했다.그녀는 자신과 아무 관계가 없다고 생각했다. 생각한다고 한들 이득이 될 게 없었기에 그녀는 이 기

  • 봄날   제534화

    차우미는 멈칫했다. 이때, 뒤에서 발걸음 소리와 비닐 주머니가 마찰하는 소리가 들려왔다.뭔가 생각난 차우미는 고개를 돌렸다. 배달원이 음식을 들고 걸어오고 있었다.차우미는 배달원에게 다가가 입을 열었다.“차우미 앞으로 온 배달 음식이 맞나요?”이 말을 들은 배달원은 배달 음식에 적혀있는 이름을 확인한 뒤 입을 열었다.“네, 차우미 씨 맞으세요?”차우미는 웃으며 대답했다.“네. 저에요. 제게 주세요.”“여기요.”배달원은 음식을 차우미에게 건네줬다. 차우미는 배달 음식을 바라봤다.죽과 반찬, 그리고 찐만두였다. 모두 담백한 것들이었다. 아프기에 기름진 것보다는 담백한 걸 먹는 게 좋았다.걸어온 나상준이 차우미의 손에 들려있는 아침을 봤다. 김이 모락모락 나고 있었다.“가자.”“응?”차우미는 멈칫하며 고개를 들어 나상준을 바라봤다. 그러나 나상준은 대답하지 않고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멍해 있던 차우미는 뭔가 생각이 난 듯 얼른 나상준의 뒤를 따라갔다.“병원에 가는 거야?”엘리베이터 앞에 다다르자 나상준은 아래로 내려가는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엘리베이터가 올라왔다.차우미는 기대하는 눈빛으로 나상준의 옆에 서서 그를 바라봤다.‘상준 씨가 가자는 게 병원에 가자는 뜻이겠지? 자기 절로 자기 몸을 아껴야지. 누가 아껴주겠어?’그러나 종잡을 수 없는 나상준의 성격 때문에 확신하지 못한 차우미는 그에게 물었다.나상준은 엘리베이터 앞에 서서 차우미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무표정으로 서 있었다.차우미의 질문을 들은 그는 입을 열었다.“안가.”그는 확실하게 차우미에게 자신의 의사를 표달했다.병원에 가지 않겠다는 그의 태도는 확고했다.차우미는 미간을 찌푸리고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나상준의 표정을 바라보며 차우미의 눈에 의문이 생겼다.예전에 그가 감기에 걸리면 허영우가 그녀에게 알려줬다. 그리고는 나상준의 병을 보러 의사가 찾아왔었고 나상준도 거절하지 않고 순순히 진찰을 받았었다.그러나

  • 봄날   제53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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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상준의 말 없는 모습에 차우미는 긴장했다. 차우미의 마음을 꿰뚫어 보는 듯한 나상준의 눈빛은 마치 차우미가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있는 것 같았다.나상준은 차우미의 생각을 읽은 듯했다.차우미는 나상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고 그의 눈길을 피했다.마치 자신이 무슨 잘못이라도 한 듯 그녀는 나상준을 바라보지 못했다.차우미가 시선을 돌리자 나상준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순간 차우미는 깜짝 놀라며 심장이 쿵쾅거렸다.“난...”“만약 김온이었다면 네가 이러지 않았겠지.”차우미가 말을 하기도 전에 나상준의 말이 그녀의 말을 끊었다. 평온하게 불공평한 일을 말하고 있었다.그렇다. 불공평했다.차우미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나상준을 바라봤다.‘지... 지금 뭐라는 거야? 이건 선배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일인데?’나상준이 왜 김온을 언급했는지 차우미는 알 수 없었다.순간 차우미는 멍해졌다.나상준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계속 입을 열었다.“3년 동안 부부로 지냈는데 친구보다 못한가 보지.”“차우미, 너 지금 엄청 불공평한 거 알아?”나상준은 김온과 자신을 차별하는 차우미에게 또박또박 말했다.그제야 차우미는 나상준의 뜻을 알아차렸다. 나상준은 차우미가 자신을 밀어낼 이유를 만들고 있다고 생각했다.‘만약 김온이 아프다면 차우미는 김온을 돌봐 줬겠지. 이렇게 갖은 이유를 대며 머뭇거리지 않았겠지.’그는 달랐다.차우미는 김온과 나상준을 똑같이 대했지만 나상준은 차별을 느꼈다. 그래서 그녀한테 이런 얘기를 했다.나상준의 뜻을 알아차린 차우미는 나상준의 생각에 웃음이 났다.나상준의 생각은 어린아이와 같았다. 마치 부모가 편애하고 있어서 어른과 화를 내는 모습이었다.여기까지 생각한 차우미의 눈꼬리가 휘어졌다.“상준 씨, 뭔가 오해하고 있는 것 같아. 난 그런 뜻이 아니야. 그렇게 생각해 본 적도 없고. 내가 정말로 상준 씨를 보살펴 주고 싶지 않았다면 어젯밤에도 성우 씨 아니면 간병인을 불러 상준 씨를 돌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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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상준은 차우미 뒤에서 두 모녀가 포옹하는 것을 지켜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자기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 시선을 느끼고는 흠칫하며 눈을 들었다.차동수는 하선주의 뒤를 따라 입구로 왔는데 문이 열리자마자 차우미를 보았고, 이어서 딸의 뒤에 서 있는 나상준을 보았다.그는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깜짝 놀랐다.사위였던 나상준은 나씨 가문의 후손으로서 언제나 예의가 바르고 사려가 깊었다.나상준의 성격은 보통 사람과 달랐는데 말하기를 좋아하지 않고 잘 웃지도 않으며 내성적이어서 사람들이 잘 접근하지 못한다.차우미와 나상준이 결혼한 3년 동안 차동수도 사위 나상준과 몇 마디 해본 적이 없어서 여전히 낯설었다.차동수에게 나상준은 아주 훌륭하고 교양이 있는 젊은이였고 동시에 따뜻함도 인간미도 없는 사위이기도 했다.이런 사윗감은 좋다고 하기도 나쁘다고 하기도 애매했는데 차우미만 좋으면 그들은 의견이 없었다.그런데 두 사람이 이혼한 이유가 제3자 때문이라는 것이 제일 의외였다.차동수의 마음속에 나상준은 절대 교양이 없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일이 발생하고 나니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다만 나상준의 신분과 지위를 곰곰이 생각해 봤을 때 있을 법한 일이기도 했다.비록 부모 눈에 자신들의 자식이 제일이겠지만 차우미가 어느 정도인지는 그들도 똑똑히 알고 있었고 또 사람과 사람은 차이가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나상준과 같은 훌륭한 아이가 나씨 가문과 차씨 가문의 관계가 아니었다면 절대 차우미와의 결혼이 없었을 거라고 생각했다.만약 나상준이 차우미보다 훨씬 훌륭하다는 것을 처음부터 알았더라면 차동수는 절대 두 사람을 만나게 하지 않았을 건데 나중에야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그가 알았을 때는 이미 너무 늦었기에 운명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얼마 전에 차우미가 나상준과 이혼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는 마음이 아팠는데 동시에 다행이라고도 생각했다. 모든 사람이 그렇듯이 맞지 않으면 하루빨리 헤어지는 게 좋은 것이기 때문이다.그래서 하선주가 나상준을 못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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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우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아니야. 시간도 늦었고 아빠와 엄마는 이제 주무실 거야. 그러니 상준 씨도 일찍 돌아가서 쉬어.”안평에 오기 전에 나상준은 차은평과 소명진을 보러 온다고 했지, 차동수와 하선주도 만나겠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기에 차우미는 조금 놀랐다.하지만 그녀는 금방 나상준의 뜻을 이해했다.후배로서 예의상 부모님을 찾아뵙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고 안 가면 오히려 말이 안 되는 것이다.하지만 차우미는 나상준이 자기 집에 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는데 왜 그러는지는 나상준도 잘 알고 있었다.“가자.”차우미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 나상준은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했다.나상준이 말을 마치자마자 차가 그와 차우미 앞에 멈춰 섰다.나상준은 몸을 옆으로 돌리고 뒷좌석의 차 문을 열어 차우미를 타라고 했다.차우미는 약간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오늘은 너무 늦었으니 다음에 가. 그리고 상준 씨는 일도 바쁠 텐데 얼른 가서 일해. 굳이 오늘 갈 필요 없으니 나중에 시간이 많을 때 가도 돼.”“지금 시간이 돼.”“...”차우미는 할 말을 잃었다.그녀가 싫어하는 것을 모르는 것도 아니면서 왜 굳이 가겠다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순간 차우미는 나상준의 깊은 눈동자를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나상준은 차우미의 생각을 아예 모르는 듯 대답이 없는 차우미를 향해 말했다.“계속 이러고 있으면 시간이 더 늦어져.”차우미는 입술을 다시며 열려 있는 차 문을 보더니 잠깐 머뭇거리다가 올라탔다.나씨 가문에서 자란 나상준에게 예의를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에 더 이상 말리지 않았다.차동수와 하선주가 나상준을 반가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겠다고 하니 차우미는 포기했다.차우미가 차에 타자 나상준은 문을 닫고 다른 쪽으로 가서 차에 탔다.그들은 순식간에 청강 아파트를 떠났다.청강 아파트와 차동수가 살고 있는 아파트가 멀지 않았기에 십여 분이면 도착할 수 있었다.게다가 지금 시간은 교통이 막히지 않은 시간이고 도

  • 봄날   제954화

    차우미는 걸음을 멈추고 소명진의 손을 잡아주며 말했다.“할머니, 저는 괜찮아요. 상준 씨는 좋은 사람이고 아무 문제가 없어요. 저도 그렇고요. 저희는 그냥 맞지 않을 뿐이에요.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소명진은 밤하늘을 바라보더니 평소와 같은 단순하고 깨끗하고 부드러운 얼굴이었지만 눈에는 걱정이 많았다.“알았어. 맞지 않으면 다시 찾으면 되지. 우리 손녀가 얼마나 훌륭한데, 꼭 잘 어울리는 사람을 찾을 수 있을 거야.”차우미가 웃으며 소명진을 끌어안더니 소명진의 등을 다독이며 말했다.“할머니, 저 꼭 행복할 거예요. 저만 믿으세요.”소명진도 웃었다.“그럼, 우리 우미는 꼭 행복할 거야.”차우미와 소명진은 밖에서 너무 오래 머무르지 않고 30분 정도 있다고 신선한 과일을 사 들고 집으로 돌아갔다.집에 들어서자마자 차우미는 거실의 분위기가 나갈 때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차우미는 나상준과 차은평을 번갈아 보았는데 두 사람은 여전히 소파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지만, 표정은 모두 달라졌다.나상준의 표정은 여전히 기쁨과 분노를 알아볼 수 없었지만 차우미가 예민한 탓인지 그녀는 나상준이 조금 전과 너무 달라진 것 같았다.반면에 차은평은 표정에 명백한 변화가 있었는데 전처럼 웃는 모습이 아니고 근엄하고 위엄이 느껴졌다.차우미와 소명진이 나가자마자 그다지 좋지 않은 대화를 한 모양이다.차우미는 과일을 테이블에 놓으며 말했다.“할아버지, 할머니, 시간이 많이 늦었으니 이제 쉬셔야죠. 저희는 이만 갈게요. 나중에 시간이 되면 다시 또 뵈러 올게요.”현재의 시간은 노인들에게 있어서 늦은 시간이 확실하다.차운평은 찻잔을 내려놓고 고개를 끄덕였는데 조금 전의 엄숙한 표정은 차우미 집에 들어오는 순간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다시 인자한 얼굴로 변했다.“우리도 알아. 걱정하지 마. 너도 지금 금방 도착했으니 얼른 집에 가서 쉬어. 너의 부모도 너를 기다리고 있을 거잖아. 그런데 너 몇 달 못 본 사이에 야윈 것 같아.”매년 청주에서 새해를 맞이하고 차우

  • 봄날   제953화

    주변의 공기가 갑자기 응축되면서 일시 정지 버튼을 누른 것 같았다.차은평은 주전자를 들고 나상준을 바라보았는데 조금 전까지 보이던 후배에 대한 사랑은 온데간데없이 엄숙했다.나상준은 허리를 약간 굽혀 주전자를 받으려던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차은평의 진지한 말에 그는 동작을 멈추고 차은평과 눈을 마주치고 말했다.“네, 사실입니다.”대답을 들은 차은평의 표정은 엄숙하고 모르는 사람을 대하듯 낯설게 변했다.그와 동시에 나상준에게 차를 주려고 들었던 주전자를 거두고 테이블에 올려놓았다.나상준은 차은평의 행동에 놀라지 않고 다시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저와 우미가 이혼하게 된 건 제3자 때문이기도 하지만 전적으로 제 문제입니다. 하지만 결혼 3년 동안 절대 혼인 생활을 배신하는 일은 하지 않았어요. 저희 사이에 오해가 좀 있어요. 제3자는 저도 생각을 못 했던 부분이었습니다. 저의 실수입니다.”차은평은 찻주전자를 내려놓고 자기 찻잔을 들고 마셨다.나상준이 담담한 어조로 하는 말을 들으며 차은평은 잠깐 흠칫하고 눈빛이 흔들리더니 계속 차를 마셨다.그 모습은 나상준의 말을 들은 것 같기도 하고 듣지 않은 것 같기도 했다.나상준은 조금은 당황한 표정으로 계속 말했다.“할아버지, 저는 우미와 다시 시작하고 싶습니다. 보상하려는 것도 죄책감도 아니고 나씨 가문과 차씨 가문의 관계 때문도 아닙니다. 오로지 우미와 이번 생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차은평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를 마시며 눈을 내리깔고 나상준의 말에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나상준은 말을 마치고 차은평을 바라보면서 무슨 말이라도 하기를 기다렸다.두 사람이 그렇게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거실은 다시 조용해졌다.차은평은 그렇게 나상준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모르는 듯 고요함을 만끽하며 차를 천천히 마셨다.손에 들고 있던 차를 절반 넘게 마시고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자, 차은평은 찻잔을 내려놓고 나상준을 바라보았는데 화는 조금 풀리고 미소가 살짝 보였다.하지만 그 미소는

  • 봄날   제952화

    청강 아파트는 도시 중심이 아닌 외곽에 자리잡고 있으며 입주한 지 2년밖에 안 되는 아파트인데 그 옆에는 강이 있고 그 맞은편에는 작은 산이 있다.때문에 청산녹수가 한눈에 보이고 경치가 너무 좋아 어르신들이 살기에 매우 적합한 곳인데 차우미의 조부모님들도 바로 이 아파트에 살고 있다.그들은 이제 백발노인이 되었지만, 아파트 앞에서 기분 좋게 오가는 차들을 보고 있었다.차가 멈추려 하자 노인들은 누구인지 궁금해서 차 쪽으로 보고 있었고 차 안에 있는 차우미도 밖에 있는 노인들을 바라보았다.차가 멈추자 차우미는 잽싸게 내려서 노인들에게로 다가가서 손을 잡고 말했다.“할머니, 여기까지 나와서 기다리지 않으셔도 되는데...”오늘 밤 차우미가 나상준과 함께 조부모님 뵈러 가는 것을 하선주는 싫어했지만, 그녀는 그래도 하선주와 통화를 마친 후 조부모님께 연락했었다.그리하여 그들이 아파트에 도착하기 전에 차우미는 할머니 소명진의 전화를 받고 도착 예정 시간을 얘기했다.그런데 이렇게 밖에 나와서 그들을 기다릴 줄은 생각도 못 했다.소명진은 차우미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괜찮아. 조금 전까지 산책하다가 마침 네가 올 시간이 되는 것 같아서 기다린 거야.”두 사람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소명진은 차에서 내려 차우미 옆에 서 있는 키가 큰 사람을 보았다.나상준이 말했다.“할머니, 안녕하세요.”소명진은 나상준을 향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차우미를 보고 말했다.“들어가자. 할아버지는 기다리다가 먼저 집에 들어갔어.”“네.”차우미는 소명진의 팔짱을 끼고 손을 잡고 계속 문질렀다.소명진은 차우미의 일과 생활에 관해 물었고 차우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하나하나 대답했다.나상준은 한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차우미 옆에서 두 사람이 걷는 속도와 비슷한 페이스를 유지하며 걸었다.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그렇게 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아파트 안으로 들어갔고 두 분이 사는 건물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 봄날   제951화

    “띵. 존경하는 여러분 안녕하세요. 우리 비행기는 15분 후에 안평 공항에 착륙할 예정입니다. 착륙 준비를 위해...”기내에서 항공 승무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차우미는 속눈썹을 움직이다가 멍한 표정으로 눈을 떴는데 기내의 희미한 조명과 윙윙거리는 비행기 소리가 들려왔다.그녀는 제대로 한잠을 잤다.무의식적으로 창밖을 바라보니 안평시의 불빛들이 깜빡였는데 밤하늘의 가득 채운 것이 은하수의 별빛처럼 아름다웠다.차우미는 일어나 앉아서 눈을 비볐다.나상준은 옆에 있는 차우미가 일어나면서 담요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고 잽싸게 손을 뻗어 담요를 잡아 다시 덮어주었다.차우미는 무언가 느끼고 고개를 숙였는데 관절이 명확한 손이 자기에게 담요를 덮어주고 있었다.“고마워”그리고 직접 담요를 가져다가 덮었다.담요를 정리하고 차우미는 자연스럽게 하품하며 계속해서 창문으로 점점 가까워지는 도시를 바라보았다.목적지에 가까워지면서 비행기는 점차 하강했는데 익숙한 도시, 고향이 가까워지자, 차우미는 자연스럽게 미소를 지었다.드디어 돌아오게 되어 그녀는 행복했다.나상준은 미소를 짓고 있는 차우미의 옆 모습을 바라보았는데 눈에 빛이 반짝거렸고 또 하품으로 인해 살짝 촉촉했다.눈빛에서 나상준은 차우미가 고향으로 돌아와서 너무 행복해하는 것을 느꼈다.어느덧 시간이 흘러 비행기는 유유히 안평 공항에 순조롭게 착륙했다.기내는 어느새 등이 전부 켜졌고 승무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차우미는 안전벨트를 풀고 가방을 챙겨 일어섰는데 도로 옆에 앉은 나상준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그녀의 가방을 들고 먼저 나갔다.차우미는 하는 수 없이 나상준의 뒤를 따라 기내에서 나갔다.두 사람은 여전히 VIP 통로로 아무 막힘없이 일사천리로 몇 분 만에 공항을 나왔다.차는 이미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기사는 차우미와 나상준이 나오는 것을 보고 즉시 짐을 받아 트렁크에 넣었다.나상준은 뒷좌석의 차 문을 열어 차우미에게 먼저 타라고 했다.차우미는 사양하지 않고 올라가서 안쪽으로 앉

  • 봄날   제950화

    진문숙은 마음이 어찌 조급했는지 가능하다면 올해에 결혼식까지 치르고 싶었다.파티에서 사람들은 서로 잘 아는 사람들과 모여 앉아서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며 우아한 음악 선율에 맞춰 각자의 생각과 행복, 그리고 걱정들을 이야기했다....성북동 별장에서.주혜민은 운전해서 별장을 떠난 후 액셀러레이터를 세게 밟고 큰 도로로 빠르게 달렸다.그날 밤, 그녀는 나상준의 냉정한 눈빛이 너무 두려워서 가까이 다가갈 엄두를 내지 못했고 당황했다.주혜민은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해 봤지만, 도저히 나상준과 가까이할 수 없었다.그래서 고민 끝에 문지영을 만나서 상황을 얘기하려고 했다.비록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문지영과 친해지면 그것 또한 자기에게 유리할 거라고 믿었다.그런데 주혜민이 문지영이 집에 있을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방문했는데 결국 집에 없었다. 그리고 그녀는 가정부의 말에서 문지영이 자신을 만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왜 나를 안 만나려고 하는 거지?’주혜민은 설마 나상준이 다른 여자를 데리고 문지영을 만났고 또 문지영은 그 사람이 마음에 들었는지 궁금했다.그녀는 문지영의 성격을 잘 아는데 절대 아무에게나 마음을 주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그런데 이제 며칠도 되지 않았는데 문지영이 자기를 만나주지 않는다는 건 그 이유 외 다른 건 없다고 생각했다.이제 문지영이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 여자가 자신을 이겼다는 생각에 화가 났다.‘절대 안 돼!’주혜민은 지금 상황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녀는 상대가 자기보다 조건이 좋든 안 좋든 절대 나상준을 포기할 수 없었다.3년을 기다려서 겨우 기회가 왔는데 다시는 나상준을 다른 여자에게 뺏기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핸들을 꽉 잡고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았다.그러자 기다란 브레이크 소리가 깊은 밤에 울려 퍼졌다.차를 길옆에 주차하고 주혜민은 분노로 가득 찬 눈으로 앞을 바라보았는데 눈빛에는 분노가 활활 타올랐다.그녀는 더 이상 시간

  • 봄날   제949화

    문지영도 멀지 않은 곳에서 들리는 편안하고 기분 좋은 웃음소리를 들으며 시선을 돌렸는데 한 번에 몇몇 사람들이 누구인지 알아봤다.거의 모두 만나봤던 사람들인데 그중에 온씨 가문의 진문숙도 있었다.문지영은 친구 사귀는 걸 좋아하지 않는 사람인데 특별히 필요가 있을 때만이 그 필요한 사람과 가까워지려 한다. 예를 들어 지금의 서혜란처럼 말이다.예를 들어 온씨 가문의 진문숙과는 거의 왕래가 없었는데 평소에 가끔 만나면 간단하게 웃으면서 인사만 하는 사이였다.서혜란의 말에 문지영은 궁금해서 물었다.“결혼식이라니? 어느 가문에 결혼식이 있을 것 같아?”문지영 나이대의 사람들은 자식들의 나이가 모두 나상준과 비슷했는데 거의 모두 결혼해서 아이까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 어느 가문의 자식이 약혼하고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없었다.서혜란은 문지영을 보더니 턱으로 진문숙의 방향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가운데 있는 온씨 가문의 며느리 진문숙 씨 알지?”문지영은 진문숙 방향으로 보았는데 거기에는 3~4명이 있었는데 진문숙에 가운데서 제일 기쁘게 웃고 있었다. 한눈에 봐도 무슨 경사가 있는 듯싶었다.문지영이 잠깐 생각하더니 무언가 떠오른 듯 말했다.“온씨 가문의 아들은 해외에서 무슨 연구를 하는데 괜찮다고 들었어.”예로부터 사람들은 훌륭한 아이와 나쁜 아이들에 대한 인상이 깊게 남는다.“맞아. 온씨 가문의 아들은 모두가 좋다고 해. 최근에 들었는데 그 아들이 좋아하는 아이가 있다고 해. 성격이 조용하고 가문도 좋으며 진문숙 씨도 보고 엄청 마음에 들었나 봐.”문지영이 그제야 이해했다.그들과 같은 가문에서는 며느리를 볼 때 아들만 좋아한다고 되는 거 아니고 가문 어른들의 동의도 받아야 하는데 만약 어른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절대 불가능했다.그런데 서혜란이 진문숙도 만나보고 만족한다고 하니 아마도 성사될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잘된 일이군.”말은 그렇게 했지만, 문지영은 마음속으로 조금 다급했다.주변의 많은 아이들은 모두 결혼

  • 봄날   제948화

    어떤 일은 당사자가 눈치채기 전에 잘못 말하면 미움을 사는 일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그 뒤에 주씨 가문에 일이 발생하고부터 문지영은 서혜란과 가까이 지냈는데 그녀를 통해서 더 많은 아기씨를 요해하고 직접 며느리를 고르고 싶었다.그때 서혜란은 마음속으로 기뻐했고 문지영이 장님은 아니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혜란은 주혜민의 나쁜 말은 하지 않고 자기가 알고 있는 아가씨들에 대해서만 문지영에게 알려주고 문지영이 직접 만나보고, 조사하고 고려하게 했다.비록 주혜민은 좋아하지 않지만, 서혜란은 나상준을 높이 평가했다.서혜란이 봤을 때 나상준은 능력이 있고 대담하고 용감하며 신중하게 일 처리 하는 모습에 호감을 느꼈다.하지만 결혼은 서로 맞아야 하는 것을 알고 있기에 비록 자기 가문에 나이와 조건이 비슷한 소녀를 나상준에게 소개해 주려고 골라봤지만, 도저히 찾을 수 없어서 포기했다.사람은 자신의 상황을 잘 알아야 한다.사람과 사람이 이어지려면 서로 맞아야 한다.서혜란은 모든 일을 한 번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본다.때문에 문지영이 며느리를 찾는 문제에서 그녀는 특별히 신경을 써서 모두 나상준과 잘 어울릴만한 아가씨들만 문지영에게 말했다.이제 남은 건 나상준의 마음에 달렸는데 그는 아무나 쉽게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다.문지영이 주혜민을 얘기하는 것을 듣더니 서혜란은 곧바로 문지영이 이제 주혜민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주혜민은 정말로 며느리로 적합하지 않았기에 서혜란도 그냥 준다고 해도 거부할 것이다.“그 아이가 상준이를 많이 좋아하나 봐요.”서혜란은 여전히 주혜민에 대한 나쁜 말은 하지 않고 이해한다는 듯이 말했다.주혜민과 나상준에 대한 소문은 서혜란도 들었지만 믿지 않았다.나씨 가문의 나상준이 만약 정말로 주혜민을 좋아한다면 절대 다른 사람과 결혼하지 않았을 거라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게다가 주혜민이 어떤 사람인지 나상준이 모를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때문에 나상준이 주혜민을 선택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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