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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3화

작가: 유리
허영우는 나상준이 그 말을 한 후 통화가 끊긴 줄 알았다. 그는 전화기를 내려놓고 전화를 끊으려 했다. 그런데 그때 나상준의 목소리가 들렸다. 허영우는 나상준이 중요한 명령을 내릴 것이라고 직감했다. 그는 다시 전화기를 들어 올려 집중해서 나상준의 말을 기다렸다.

나상준은 차우미를 바라봤다. 차우미는 계속 걸음을 멈추지 않고 문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나상준이 입을 열었다.

“계속 협력하고 싶다면 주혜민은 빠지라고 해. NS 그룹에서는 전문직이지 않은 사람이 일에 왈가왈부하는 걸 두고 볼 수 없다고 전해.”

차우미는 나상준의 말을 명확히 들었다. 특히 그녀가 룸을 나와갈 때 그녀는 주혜민이라는 세 글자를 들었다. 그는 주혜민과 아무 관계가 없는 것처럼 어떠한 감정도 담겨있지 않았다.

그들은 낯선 사람 같았다. 세상에서 제일 낯선 사람 같았다.

차갑고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 따뜻함도 없었다. 마치 그는 주혜민과 아무 관계가 없는 듯 보였다.

그러나 그들은 낯선 사람이 아니었다.

예전 그날 밤. 차우미의 눈앞에서 주혜민을 안고 간 사람이 나상준이 아닌 다른 사람 같았다.

“알겠습니다.”

나상준의 말을 들은 허영우는 마음이 놓였다.

‘대표님께서 하시려던 말씀이 이거였다니.’

요 며칠 주영 그룹의 일 때문에 주혜민이 나상준을 찾으러 몇 번 왔었다. 두 집안의 관계로 보았을 때 나상준이 주영 그룹에 이렇게 무정하게 대할 순 없었다.

나상준은 줄곧 공사 구분을 해왔었다. 어떤 사람이나 어떤 일 때문에 자신의 생각을 바꾸는 일이 없었다. 주혜민도 포함이었다.

그러나 이번 일은 나상준이 의도적으로 한 거라는 걸 잘 알았기에 그는 어떻게 해야 할지 알고 있었다.

차우미가 나가는 것을 본 나상준은 급히 통화를 끊었다.

밖으로 나간 차우미는 멀리 가지 않고 룸에서 몇 걸음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기다렸다.

그녀는 기다리면서 일에 대해 생각했기에 나상준이 뒤에 한 말을 듣지 못했다.

그녀는 자신과 아무 관계가 없다고 생각했다. 생각한다고 한들 이득이 될 게 없었기에 그녀는 이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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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날   제534화

    차우미는 멈칫했다. 이때, 뒤에서 발걸음 소리와 비닐 주머니가 마찰하는 소리가 들려왔다.뭔가 생각난 차우미는 고개를 돌렸다. 배달원이 음식을 들고 걸어오고 있었다.차우미는 배달원에게 다가가 입을 열었다.“차우미 앞으로 온 배달 음식이 맞나요?”이 말을 들은 배달원은 배달 음식에 적혀있는 이름을 확인한 뒤 입을 열었다.“네, 차우미 씨 맞으세요?”차우미는 웃으며 대답했다.“네. 저에요. 제게 주세요.”“여기요.”배달원은 음식을 차우미에게 건네줬다. 차우미는 배달 음식을 바라봤다.죽과 반찬, 그리고 찐만두였다. 모두 담백한 것들이었다. 아프기에 기름진 것보다는 담백한 걸 먹는 게 좋았다.걸어온 나상준이 차우미의 손에 들려있는 아침을 봤다. 김이 모락모락 나고 있었다.“가자.”“응?”차우미는 멈칫하며 고개를 들어 나상준을 바라봤다. 그러나 나상준은 대답하지 않고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멍해 있던 차우미는 뭔가 생각이 난 듯 얼른 나상준의 뒤를 따라갔다.“병원에 가는 거야?”엘리베이터 앞에 다다르자 나상준은 아래로 내려가는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엘리베이터가 올라왔다.차우미는 기대하는 눈빛으로 나상준의 옆에 서서 그를 바라봤다.‘상준 씨가 가자는 게 병원에 가자는 뜻이겠지? 자기 절로 자기 몸을 아껴야지. 누가 아껴주겠어?’그러나 종잡을 수 없는 나상준의 성격 때문에 확신하지 못한 차우미는 그에게 물었다.나상준은 엘리베이터 앞에 서서 차우미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무표정으로 서 있었다.차우미의 질문을 들은 그는 입을 열었다.“안가.”그는 확실하게 차우미에게 자신의 의사를 표달했다.병원에 가지 않겠다는 그의 태도는 확고했다.차우미는 미간을 찌푸리고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나상준의 표정을 바라보며 차우미의 눈에 의문이 생겼다.예전에 그가 감기에 걸리면 허영우가 그녀에게 알려줬다. 그리고는 나상준의 병을 보러 의사가 찾아왔었고 나상준도 거절하지 않고 순순히 진찰을 받았었다.그러나

  • 봄날   제535화

    나상준의 말에 차우미의 생각이 끊어졌다. 그녀는 입술을 벌린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갑작스러운 그의 말에 그녀는 그의 말뜻을 알아차리지 못했다.그녀는 나상준과 함께 먹으려고 아침을 시킨 것이지 혼자 먹으려고 시킨 게 아니었다.차우미는 압박감이 감도는 나상준의 눈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있어. 상준 씨와 함께 먹으려고 담백한 음식으로 주문했어. 내 말은 아침을 먹고 난 뒤에 병원에 가겠느냐는 뜻이었어. 상준 씨, 병원에 안 가봐도 괜찮겠어?”밑도 끝도 없는 나상준의 말을 차우미는 알아듣지 못했다. 특히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그의 물음에 차우미는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나상준은 부드러운 그녀의 표정과 맑은 그녀의 두 눈에 담긴 관심과 걱정을 보았다.자신이 병원에 가지 않으면 그녀는 계속 이렇게 걱정할 것 같았다.띵 하는 엘리베이터 소리와 함께 32층에 도착했다.나상준은 시선을 거두고 엘리베이터를 빠져나갔다.“약 챙겨줘.”나지막한 나상준의 목소리가 차우미의 귓가에 들려왔다. 차우미는 깜짝 놀랐다.‘약을 챙겨 달라고? 상준 씨는 걱정 안 되나?’걸어 나가는 사람을 보며 차우미는 미간을 찌푸렸다. 어젯밤 침대에서 보았던 나상준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녀는 배달 음식을 들고 얼른 나상준을 뒤따라갔다.“난 의사가 아니야. 내가 챙겨 주는 약은 의사보다 못해.”나상준은 모퉁이를 돌아 익숙한 듯 차우미의 방을 향해 걸어갔다. 차우미의 말을 들은 그는 계속 앞으로 걸어가며 입을 열었다.“어젯밤에는 괜찮았잖아.”나상준은 귀찮다는 듯 앞을 바라보며 차우미가 묻는 말들에 대답을 해줬다.나상준의 말을 들은 차우미는 미간을 찌푸렸다.“어젯밤에 괜찮지 않았잖아.”“약을 먹은 뒤에 분명히 이상했어. 그 뒤론 왜 괜찮아졌는지 모르겠지만 내 생각에는 그래도 병원에 가보는 게 좋을 것 같아. 상준 씨.”나상준의 큰 보폭을 따라가려면 차우미는 빠른 걸음으로 걸어야 했다.그래서 차우미는 빠른 걸음으로 나상준을 쫓아가며 그의 안색을 살폈다.

  • 봄날   제536화

    나상준의 말 없는 모습에 차우미는 긴장했다. 차우미의 마음을 꿰뚫어 보는 듯한 나상준의 눈빛은 마치 차우미가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있는 것 같았다.나상준은 차우미의 생각을 읽은 듯했다.차우미는 나상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고 그의 눈길을 피했다.마치 자신이 무슨 잘못이라도 한 듯 그녀는 나상준을 바라보지 못했다.차우미가 시선을 돌리자 나상준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순간 차우미는 깜짝 놀라며 심장이 쿵쾅거렸다.“난...”“만약 김온이었다면 네가 이러지 않았겠지.”차우미가 말을 하기도 전에 나상준의 말이 그녀의 말을 끊었다. 평온하게 불공평한 일을 말하고 있었다.그렇다. 불공평했다.차우미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나상준을 바라봤다.‘지... 지금 뭐라는 거야? 이건 선배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일인데?’나상준이 왜 김온을 언급했는지 차우미는 알 수 없었다.순간 차우미는 멍해졌다.나상준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계속 입을 열었다.“3년 동안 부부로 지냈는데 친구보다 못한가 보지.”“차우미, 너 지금 엄청 불공평한 거 알아?”나상준은 김온과 자신을 차별하는 차우미에게 또박또박 말했다.그제야 차우미는 나상준의 뜻을 알아차렸다. 나상준은 차우미가 자신을 밀어낼 이유를 만들고 있다고 생각했다.‘만약 김온이 아프다면 차우미는 김온을 돌봐 줬겠지. 이렇게 갖은 이유를 대며 머뭇거리지 않았겠지.’그는 달랐다.차우미는 김온과 나상준을 똑같이 대했지만 나상준은 차별을 느꼈다. 그래서 그녀한테 이런 얘기를 했다.나상준의 뜻을 알아차린 차우미는 나상준의 생각에 웃음이 났다.나상준의 생각은 어린아이와 같았다. 마치 부모가 편애하고 있어서 어른과 화를 내는 모습이었다.여기까지 생각한 차우미의 눈꼬리가 휘어졌다.“상준 씨, 뭔가 오해하고 있는 것 같아. 난 그런 뜻이 아니야. 그렇게 생각해 본 적도 없고. 내가 정말로 상준 씨를 보살펴 주고 싶지 않았다면 어젯밤에도 성우 씨 아니면 간병인을 불러 상준 씨를 돌봐주

  • 봄날   제537화

    차우미는 담담한 말투로 자신의 말을 끊는 나상준을 바라봤다.나상준도 흔들림 없는 평온한 눈빛으로 차우미를 바라보고 있었다.그는 그녀를 믿지 않았다. 그는 그녀가 김온을 대하는 것처럼 자신을 대해주길 바랐다.차우미는 시선을 거두고 입술을 다문 채 고개를 숙이고 문을 열었다.띠링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자 나상준은 바로 안으로 들어갔다. 그 모습은 마치 어린아이가 부모의 부당한 행동에 화를 내는 모습과도 같았다.차우미는 걸어 들어가는 그의 모습을 보며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차우미는 원래 김온의 관계에 대해 그가 오해하지 않게 설명을 하고 싶었으나 지금 나상준의 행동을 보고는 말하지 않고 나상준의 말을 듣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그가 하고 싶은 대로 내버려 두지 않으면 상황이 더 안 좋아질 것 같았기에 차우미는 말없이 걸어 들어 간 뒤 문을 닫았다.차우미는 큰 창가 앞에 놓인 테이블에 배달음식을 올려놓고는 음식들을 꺼내며 입을 열었다.“먼저 먹어. 난 가서 씻고 올게.”걸어 들어온 나상준은 다리를 꼬고 식탁에 앉은 뒤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는 차우미의 수첩을 집어 들었다.차우미는 자신의 수첩을 들고 있는 나상준을 보며 어젯밤 밥 먹는 자리에서 나상준도 문제에 대해 들었던 것을 떠올렸다.‘상준 씨도 해결방안을 찾고 있는 건가.’그녀는 음식들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뒤 더는 말하지 않고 욕실로 들어갔다.나상준은 차우미에게 눈길을 주지 않고 수첩에 적혀있는 글씨를 바라봤다.새 수첩이라 그런지 기록 이외에는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았다. 차우미가 회성에 온 뒤로 적어 놓은 일에 대한 내용만 빼곡히 적혀있었다.나상준은 말없이 수첩을 넘겼다.차우미는 나상준을 상관하지 않고 화장실로 가서 칫솔하고 세수했다. 그리고는 옷을 가다듬고 머리를 묶은 뒤 화장실에서 나와 컵을 씻고 물을 끓였다.어제 갈아입은 깨끗한 옷이기에 옷은 갈아입을 필요가 없었다.물이 다 끓자 차우미는 컵 두 잔에 뜨거운 물을 담아 식힌 뒤 잔을 들고 나상준에게로 걸어갔다.나상

  • 봄날   제538화

    차우미와 나상준은 말없이 아침을 먹었다.아침을 다 먹기 바쁘게 나상준의 핸드폰이 울렸다.일이 많은 그가 늘 바쁘다는 걸 차우미는 알고 있었기에 혼자 조용히 식탁을 치웠다.나상준은 전화를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아 통화를 끊었고 차우미도 마침 식탁 정리를 끝냈다.방에서 냄새가 날까 봐 차우미는 먹은 음식을 비닐봉지에 넣은 뒤 잘 묶어서 문 앞에 가져다 놓았다. 조금 뒤, 밖에 나갈 때 버릴 생각이었다.나상준은 바쁘게 움직이는 차우미를 보며 입을 열었다.“약 먹어.”어제 퇴원 할 때 의사가 처방해준 약을 잘 챙겨 먹은 차우미는 오늘 몸 상태가 매우 괜찮아 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만약 나상준이 말하지 않았다면 차우미는 자신이 아픈 사람이라는 걸 까맣게 잊었을 것이다.나상준의 말을 들은 차우미는 조금 전 나상준이 약을 챙겨 달라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그는 어제 병원에 가지도 않고 의사를 부르지도 않았으며 저녁에 약만 한번 먹었다.차우미는 자신 마음대로 나상준에게 약을 먹이는 것이 걱정스러웠지만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직접 약을 먹이는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자리에서 일어선 차우미가 물티슈에 손을 닦으며 말했다.“상준 씨, 지금 바빠? 바쁘지 않으면 내가 약 챙겨줄게. 약 먹고 가.”지금은 아마 일곱 시가 넘었을 것이다. 나상준은 항상 이 시간쯤에 회사에 가곤 했다.나상준은 자신 앞에 서서 맑은 두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차우미를 보며 입을 열었다.“응.”차우미는 미소를 지었다.병원에 가지 않겠다고 고집 피우던 나상준이 얌전히 약을 먹는다고 하니 차우미는 시름이 놓였다.나상준 방으로 돌아간 차우미는 전에 끓여 놓았던 따뜻한 물을 컵에 따른 뒤 어젯밤에 가지고 왔던 약을 꺼냈다. 그녀는 나상준의 몸 상태에 관해 물은 뒤 설명서를 꼼꼼히 읽어보며 나상준의 증상에 따른 약들을 챙겼다.차우미는 섬세하고 정성스럽게 약들을 챙겼다. 자신이 건네준 약을 먹고 혹시라도 나상준이 아플까 봐서였다.나상준은 차우미가 건네준 약을 망설임 없이 받아

  • 봄날   제539화

    차우미는 시간을 확인했다. 어느덧 8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차우미는 간단히 방을 정리한 뒤 방키를 들고 나왔다.출근 시간은 8시 반이었기에 아직 시간이 남아있었다.차우미는 8시 20분에 알람을 맞춰 놓고는 방으로 돌아가 자료를 확인했다.그녀는 그동안의 업무들을 정리하면서 다시 한번 생각에 잠겼다.호텔 앞에는 벤츠 한대가 주차되어있었다. 운전기사는 나상준이 걸어 나오는 것을 본 뒤 바로 차에서 내려 뒷문을 열어줬다.나상준은 차에 올라탔고 차는 빠른 속도로 호텔을 벗어났다.아침 시간은 출근하는 차들로 붐볐다. 수많은 차를 멀리서 바라보면 마치 끝이 보이지 않는 긴 용처럼 보였다.평온하게 달리고 있는 벤츠 차창으로 풍경들이 스쳐 지나갔다.나상준은 차창으로 앞의 사물들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이 시각 나상준의 깊은 눈에 차우미는 본적 없는 수많은 감정이 생겨났다.나상준은 완전히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명궁 호텔.주혜민은 테이블 앞에 서서 핸드폰을 들고 어두운 표정으로 보고를 듣고 있었다.“NS 그룹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계속 협력할 수 있지만...”“상준 씨가 동의했어?”계속 협력할 수 있다는 말에 주혜민은 모든 것을 까맣게 잊은 채 물었다.요 며칠 차가웠던 표정과 화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없었다. 주혜민은 완전히 안심하며 기뻐했다.주혜민은 나상준이 이 정도로 무정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나상준이 주영 그룹이 무너지는 것을 보지 못하고 언젠간 도와줄 거라고 믿고 있었다. ‘상준 씨 마음속에는 여전히 내가 있구나.’나상준이 지금에 와서야 동의를 한 것은 그녀를 탓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일 때문에 나상준은 화가 나 있었다.그러나 그는 화를 내도 정도껏 냈다.나상준은 어떻게 사람 마음을 조종하는지 잘 알고 있는 듯했다.언제 놓아야 할지 언제 거둬들여야 할지를 그는 잘 알고 있었고 이해타산에 뛰어난 사람이었다.주혜민은 그런 나상준을 좋아했다. 그에게 속고 있다고 해도 좋았다.NS 그룹의 조

  • 봄날   제540화

    조건, 손실, 배상...이 단어들이 주혜민의 머릿속을 맴돌며 순식간에 그녀의 기쁨을 사라지게 만들었다.주혜민은 말없이 멍하니 자리에 서 있었다.부유한 가정환경에서 자라온 그녀는 어릴 때부터 사업에 대해 익히 들어 왔었다. 사업은 이익 앞에서는 무정한 곳이다. 이곳은 사람을 잡아먹고 뼈도 토하지 않는 전쟁터이다. 감정도, 온도도 없는 끝없는 싸움만 있는 무서운 곳이다.그녀는 알고 있었을 뿐 깨닫지는 못했다.그러나 최근 요 며칠 사이 그녀는 현실이 무엇인지, 얼마나 잔인한지 깨닫게 되었다.특히 지금 이 순간, 비서의 말에 그녀는 큰 충격을 받았다.‘열 배라니...’이건 결코 정이 있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일과 말이 아니었다.무서우리만치 무정한 조건에 주혜민은 엄청 당황했다.이 일은 마치 그녀가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사실이 진짜가 아니라는 것과 같았다. 마치 공주인 그녀가 어느 날 갑자기 가짜 공주가 되어 원래 살았던 빈민촌으로 돌아가라는 것과 다름없었다.그녀는 이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랐다.핸드폰 너머에서 갑자기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지만 비서는 주혜민이 듣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고 다시 입을 열었다.“만약 이 조건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면 모든 협력을 끊고 예전과 같은 조건으로 협력을 하겠다고 하셨습니다.”“그런데...”“만약 다시 협력하게 된다면 사장님께서는 끼어들면 안 된다고 하셨습니다. NS 그룹에서 전해 온 말에 의하면 전문적이지 않은 사람이 전문적인 일을 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다고 하셨습니다.”비서는 NS 그룹에서 한 말을 한 글자도 빼놓지 않고 주혜민에게 전했다.잔인하지만 어쩔 방법이 없는 게 현실이다.말을 마친 비서는 조용히 주혜민의 대답을 기다렸다.그녀는 사장님께서 받아들이기 어려워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러나 받아들이기 힘들어도 받아들여야만 했다. NS 그룹의 답변은 주영 그룹을 난처하게 만들었다.앞으로 나아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뒤로 물러설 수도 없었기에 어떻게 하기가 어려웠다.주혜민은 핸드폰

  • 봄날   제54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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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상준은 차우미 뒤에서 두 모녀가 포옹하는 것을 지켜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자기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 시선을 느끼고는 흠칫하며 눈을 들었다.차동수는 하선주의 뒤를 따라 입구로 왔는데 문이 열리자마자 차우미를 보았고, 이어서 딸의 뒤에 서 있는 나상준을 보았다.그는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깜짝 놀랐다.사위였던 나상준은 나씨 가문의 후손으로서 언제나 예의가 바르고 사려가 깊었다.나상준의 성격은 보통 사람과 달랐는데 말하기를 좋아하지 않고 잘 웃지도 않으며 내성적이어서 사람들이 잘 접근하지 못한다.차우미와 나상준이 결혼한 3년 동안 차동수도 사위 나상준과 몇 마디 해본 적이 없어서 여전히 낯설었다.차동수에게 나상준은 아주 훌륭하고 교양이 있는 젊은이였고 동시에 따뜻함도 인간미도 없는 사위이기도 했다.이런 사윗감은 좋다고 하기도 나쁘다고 하기도 애매했는데 차우미만 좋으면 그들은 의견이 없었다.그런데 두 사람이 이혼한 이유가 제3자 때문이라는 것이 제일 의외였다.차동수의 마음속에 나상준은 절대 교양이 없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일이 발생하고 나니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다만 나상준의 신분과 지위를 곰곰이 생각해 봤을 때 있을 법한 일이기도 했다.비록 부모 눈에 자신들의 자식이 제일이겠지만 차우미가 어느 정도인지는 그들도 똑똑히 알고 있었고 또 사람과 사람은 차이가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나상준과 같은 훌륭한 아이가 나씨 가문과 차씨 가문의 관계가 아니었다면 절대 차우미와의 결혼이 없었을 거라고 생각했다.만약 나상준이 차우미보다 훨씬 훌륭하다는 것을 처음부터 알았더라면 차동수는 절대 두 사람을 만나게 하지 않았을 건데 나중에야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그가 알았을 때는 이미 너무 늦었기에 운명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얼마 전에 차우미가 나상준과 이혼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는 마음이 아팠는데 동시에 다행이라고도 생각했다. 모든 사람이 그렇듯이 맞지 않으면 하루빨리 헤어지는 게 좋은 것이기 때문이다.그래서 하선주가 나상준을 못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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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우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아니야. 시간도 늦었고 아빠와 엄마는 이제 주무실 거야. 그러니 상준 씨도 일찍 돌아가서 쉬어.”안평에 오기 전에 나상준은 차은평과 소명진을 보러 온다고 했지, 차동수와 하선주도 만나겠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기에 차우미는 조금 놀랐다.하지만 그녀는 금방 나상준의 뜻을 이해했다.후배로서 예의상 부모님을 찾아뵙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고 안 가면 오히려 말이 안 되는 것이다.하지만 차우미는 나상준이 자기 집에 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는데 왜 그러는지는 나상준도 잘 알고 있었다.“가자.”차우미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 나상준은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했다.나상준이 말을 마치자마자 차가 그와 차우미 앞에 멈춰 섰다.나상준은 몸을 옆으로 돌리고 뒷좌석의 차 문을 열어 차우미를 타라고 했다.차우미는 약간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오늘은 너무 늦었으니 다음에 가. 그리고 상준 씨는 일도 바쁠 텐데 얼른 가서 일해. 굳이 오늘 갈 필요 없으니 나중에 시간이 많을 때 가도 돼.”“지금 시간이 돼.”“...”차우미는 할 말을 잃었다.그녀가 싫어하는 것을 모르는 것도 아니면서 왜 굳이 가겠다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순간 차우미는 나상준의 깊은 눈동자를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나상준은 차우미의 생각을 아예 모르는 듯 대답이 없는 차우미를 향해 말했다.“계속 이러고 있으면 시간이 더 늦어져.”차우미는 입술을 다시며 열려 있는 차 문을 보더니 잠깐 머뭇거리다가 올라탔다.나씨 가문에서 자란 나상준에게 예의를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에 더 이상 말리지 않았다.차동수와 하선주가 나상준을 반가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겠다고 하니 차우미는 포기했다.차우미가 차에 타자 나상준은 문을 닫고 다른 쪽으로 가서 차에 탔다.그들은 순식간에 청강 아파트를 떠났다.청강 아파트와 차동수가 살고 있는 아파트가 멀지 않았기에 십여 분이면 도착할 수 있었다.게다가 지금 시간은 교통이 막히지 않은 시간이고 도

  • 봄날   제954화

    차우미는 걸음을 멈추고 소명진의 손을 잡아주며 말했다.“할머니, 저는 괜찮아요. 상준 씨는 좋은 사람이고 아무 문제가 없어요. 저도 그렇고요. 저희는 그냥 맞지 않을 뿐이에요.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소명진은 밤하늘을 바라보더니 평소와 같은 단순하고 깨끗하고 부드러운 얼굴이었지만 눈에는 걱정이 많았다.“알았어. 맞지 않으면 다시 찾으면 되지. 우리 손녀가 얼마나 훌륭한데, 꼭 잘 어울리는 사람을 찾을 수 있을 거야.”차우미가 웃으며 소명진을 끌어안더니 소명진의 등을 다독이며 말했다.“할머니, 저 꼭 행복할 거예요. 저만 믿으세요.”소명진도 웃었다.“그럼, 우리 우미는 꼭 행복할 거야.”차우미와 소명진은 밖에서 너무 오래 머무르지 않고 30분 정도 있다고 신선한 과일을 사 들고 집으로 돌아갔다.집에 들어서자마자 차우미는 거실의 분위기가 나갈 때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차우미는 나상준과 차은평을 번갈아 보았는데 두 사람은 여전히 소파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지만, 표정은 모두 달라졌다.나상준의 표정은 여전히 기쁨과 분노를 알아볼 수 없었지만 차우미가 예민한 탓인지 그녀는 나상준이 조금 전과 너무 달라진 것 같았다.반면에 차은평은 표정에 명백한 변화가 있었는데 전처럼 웃는 모습이 아니고 근엄하고 위엄이 느껴졌다.차우미와 소명진이 나가자마자 그다지 좋지 않은 대화를 한 모양이다.차우미는 과일을 테이블에 놓으며 말했다.“할아버지, 할머니, 시간이 많이 늦었으니 이제 쉬셔야죠. 저희는 이만 갈게요. 나중에 시간이 되면 다시 또 뵈러 올게요.”현재의 시간은 노인들에게 있어서 늦은 시간이 확실하다.차운평은 찻잔을 내려놓고 고개를 끄덕였는데 조금 전의 엄숙한 표정은 차우미 집에 들어오는 순간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다시 인자한 얼굴로 변했다.“우리도 알아. 걱정하지 마. 너도 지금 금방 도착했으니 얼른 집에 가서 쉬어. 너의 부모도 너를 기다리고 있을 거잖아. 그런데 너 몇 달 못 본 사이에 야윈 것 같아.”매년 청주에서 새해를 맞이하고 차우

  • 봄날   제953화

    주변의 공기가 갑자기 응축되면서 일시 정지 버튼을 누른 것 같았다.차은평은 주전자를 들고 나상준을 바라보았는데 조금 전까지 보이던 후배에 대한 사랑은 온데간데없이 엄숙했다.나상준은 허리를 약간 굽혀 주전자를 받으려던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차은평의 진지한 말에 그는 동작을 멈추고 차은평과 눈을 마주치고 말했다.“네, 사실입니다.”대답을 들은 차은평의 표정은 엄숙하고 모르는 사람을 대하듯 낯설게 변했다.그와 동시에 나상준에게 차를 주려고 들었던 주전자를 거두고 테이블에 올려놓았다.나상준은 차은평의 행동에 놀라지 않고 다시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저와 우미가 이혼하게 된 건 제3자 때문이기도 하지만 전적으로 제 문제입니다. 하지만 결혼 3년 동안 절대 혼인 생활을 배신하는 일은 하지 않았어요. 저희 사이에 오해가 좀 있어요. 제3자는 저도 생각을 못 했던 부분이었습니다. 저의 실수입니다.”차은평은 찻주전자를 내려놓고 자기 찻잔을 들고 마셨다.나상준이 담담한 어조로 하는 말을 들으며 차은평은 잠깐 흠칫하고 눈빛이 흔들리더니 계속 차를 마셨다.그 모습은 나상준의 말을 들은 것 같기도 하고 듣지 않은 것 같기도 했다.나상준은 조금은 당황한 표정으로 계속 말했다.“할아버지, 저는 우미와 다시 시작하고 싶습니다. 보상하려는 것도 죄책감도 아니고 나씨 가문과 차씨 가문의 관계 때문도 아닙니다. 오로지 우미와 이번 생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차은평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를 마시며 눈을 내리깔고 나상준의 말에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나상준은 말을 마치고 차은평을 바라보면서 무슨 말이라도 하기를 기다렸다.두 사람이 그렇게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거실은 다시 조용해졌다.차은평은 그렇게 나상준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모르는 듯 고요함을 만끽하며 차를 천천히 마셨다.손에 들고 있던 차를 절반 넘게 마시고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자, 차은평은 찻잔을 내려놓고 나상준을 바라보았는데 화는 조금 풀리고 미소가 살짝 보였다.하지만 그 미소는

  • 봄날   제952화

    청강 아파트는 도시 중심이 아닌 외곽에 자리잡고 있으며 입주한 지 2년밖에 안 되는 아파트인데 그 옆에는 강이 있고 그 맞은편에는 작은 산이 있다.때문에 청산녹수가 한눈에 보이고 경치가 너무 좋아 어르신들이 살기에 매우 적합한 곳인데 차우미의 조부모님들도 바로 이 아파트에 살고 있다.그들은 이제 백발노인이 되었지만, 아파트 앞에서 기분 좋게 오가는 차들을 보고 있었다.차가 멈추려 하자 노인들은 누구인지 궁금해서 차 쪽으로 보고 있었고 차 안에 있는 차우미도 밖에 있는 노인들을 바라보았다.차가 멈추자 차우미는 잽싸게 내려서 노인들에게로 다가가서 손을 잡고 말했다.“할머니, 여기까지 나와서 기다리지 않으셔도 되는데...”오늘 밤 차우미가 나상준과 함께 조부모님 뵈러 가는 것을 하선주는 싫어했지만, 그녀는 그래도 하선주와 통화를 마친 후 조부모님께 연락했었다.그리하여 그들이 아파트에 도착하기 전에 차우미는 할머니 소명진의 전화를 받고 도착 예정 시간을 얘기했다.그런데 이렇게 밖에 나와서 그들을 기다릴 줄은 생각도 못 했다.소명진은 차우미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괜찮아. 조금 전까지 산책하다가 마침 네가 올 시간이 되는 것 같아서 기다린 거야.”두 사람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소명진은 차에서 내려 차우미 옆에 서 있는 키가 큰 사람을 보았다.나상준이 말했다.“할머니, 안녕하세요.”소명진은 나상준을 향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차우미를 보고 말했다.“들어가자. 할아버지는 기다리다가 먼저 집에 들어갔어.”“네.”차우미는 소명진의 팔짱을 끼고 손을 잡고 계속 문질렀다.소명진은 차우미의 일과 생활에 관해 물었고 차우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하나하나 대답했다.나상준은 한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차우미 옆에서 두 사람이 걷는 속도와 비슷한 페이스를 유지하며 걸었다.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그렇게 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아파트 안으로 들어갔고 두 분이 사는 건물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 봄날   제951화

    “띵. 존경하는 여러분 안녕하세요. 우리 비행기는 15분 후에 안평 공항에 착륙할 예정입니다. 착륙 준비를 위해...”기내에서 항공 승무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차우미는 속눈썹을 움직이다가 멍한 표정으로 눈을 떴는데 기내의 희미한 조명과 윙윙거리는 비행기 소리가 들려왔다.그녀는 제대로 한잠을 잤다.무의식적으로 창밖을 바라보니 안평시의 불빛들이 깜빡였는데 밤하늘의 가득 채운 것이 은하수의 별빛처럼 아름다웠다.차우미는 일어나 앉아서 눈을 비볐다.나상준은 옆에 있는 차우미가 일어나면서 담요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고 잽싸게 손을 뻗어 담요를 잡아 다시 덮어주었다.차우미는 무언가 느끼고 고개를 숙였는데 관절이 명확한 손이 자기에게 담요를 덮어주고 있었다.“고마워”그리고 직접 담요를 가져다가 덮었다.담요를 정리하고 차우미는 자연스럽게 하품하며 계속해서 창문으로 점점 가까워지는 도시를 바라보았다.목적지에 가까워지면서 비행기는 점차 하강했는데 익숙한 도시, 고향이 가까워지자, 차우미는 자연스럽게 미소를 지었다.드디어 돌아오게 되어 그녀는 행복했다.나상준은 미소를 짓고 있는 차우미의 옆 모습을 바라보았는데 눈에 빛이 반짝거렸고 또 하품으로 인해 살짝 촉촉했다.눈빛에서 나상준은 차우미가 고향으로 돌아와서 너무 행복해하는 것을 느꼈다.어느덧 시간이 흘러 비행기는 유유히 안평 공항에 순조롭게 착륙했다.기내는 어느새 등이 전부 켜졌고 승무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차우미는 안전벨트를 풀고 가방을 챙겨 일어섰는데 도로 옆에 앉은 나상준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그녀의 가방을 들고 먼저 나갔다.차우미는 하는 수 없이 나상준의 뒤를 따라 기내에서 나갔다.두 사람은 여전히 VIP 통로로 아무 막힘없이 일사천리로 몇 분 만에 공항을 나왔다.차는 이미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기사는 차우미와 나상준이 나오는 것을 보고 즉시 짐을 받아 트렁크에 넣었다.나상준은 뒷좌석의 차 문을 열어 차우미에게 먼저 타라고 했다.차우미는 사양하지 않고 올라가서 안쪽으로 앉

  • 봄날   제950화

    진문숙은 마음이 어찌 조급했는지 가능하다면 올해에 결혼식까지 치르고 싶었다.파티에서 사람들은 서로 잘 아는 사람들과 모여 앉아서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며 우아한 음악 선율에 맞춰 각자의 생각과 행복, 그리고 걱정들을 이야기했다....성북동 별장에서.주혜민은 운전해서 별장을 떠난 후 액셀러레이터를 세게 밟고 큰 도로로 빠르게 달렸다.그날 밤, 그녀는 나상준의 냉정한 눈빛이 너무 두려워서 가까이 다가갈 엄두를 내지 못했고 당황했다.주혜민은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해 봤지만, 도저히 나상준과 가까이할 수 없었다.그래서 고민 끝에 문지영을 만나서 상황을 얘기하려고 했다.비록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문지영과 친해지면 그것 또한 자기에게 유리할 거라고 믿었다.그런데 주혜민이 문지영이 집에 있을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방문했는데 결국 집에 없었다. 그리고 그녀는 가정부의 말에서 문지영이 자신을 만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왜 나를 안 만나려고 하는 거지?’주혜민은 설마 나상준이 다른 여자를 데리고 문지영을 만났고 또 문지영은 그 사람이 마음에 들었는지 궁금했다.그녀는 문지영의 성격을 잘 아는데 절대 아무에게나 마음을 주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그런데 이제 며칠도 되지 않았는데 문지영이 자기를 만나주지 않는다는 건 그 이유 외 다른 건 없다고 생각했다.이제 문지영이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 여자가 자신을 이겼다는 생각에 화가 났다.‘절대 안 돼!’주혜민은 지금 상황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녀는 상대가 자기보다 조건이 좋든 안 좋든 절대 나상준을 포기할 수 없었다.3년을 기다려서 겨우 기회가 왔는데 다시는 나상준을 다른 여자에게 뺏기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핸들을 꽉 잡고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았다.그러자 기다란 브레이크 소리가 깊은 밤에 울려 퍼졌다.차를 길옆에 주차하고 주혜민은 분노로 가득 찬 눈으로 앞을 바라보았는데 눈빛에는 분노가 활활 타올랐다.그녀는 더 이상 시간

  • 봄날   제949화

    문지영도 멀지 않은 곳에서 들리는 편안하고 기분 좋은 웃음소리를 들으며 시선을 돌렸는데 한 번에 몇몇 사람들이 누구인지 알아봤다.거의 모두 만나봤던 사람들인데 그중에 온씨 가문의 진문숙도 있었다.문지영은 친구 사귀는 걸 좋아하지 않는 사람인데 특별히 필요가 있을 때만이 그 필요한 사람과 가까워지려 한다. 예를 들어 지금의 서혜란처럼 말이다.예를 들어 온씨 가문의 진문숙과는 거의 왕래가 없었는데 평소에 가끔 만나면 간단하게 웃으면서 인사만 하는 사이였다.서혜란의 말에 문지영은 궁금해서 물었다.“결혼식이라니? 어느 가문에 결혼식이 있을 것 같아?”문지영 나이대의 사람들은 자식들의 나이가 모두 나상준과 비슷했는데 거의 모두 결혼해서 아이까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 어느 가문의 자식이 약혼하고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없었다.서혜란은 문지영을 보더니 턱으로 진문숙의 방향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가운데 있는 온씨 가문의 며느리 진문숙 씨 알지?”문지영은 진문숙 방향으로 보았는데 거기에는 3~4명이 있었는데 진문숙에 가운데서 제일 기쁘게 웃고 있었다. 한눈에 봐도 무슨 경사가 있는 듯싶었다.문지영이 잠깐 생각하더니 무언가 떠오른 듯 말했다.“온씨 가문의 아들은 해외에서 무슨 연구를 하는데 괜찮다고 들었어.”예로부터 사람들은 훌륭한 아이와 나쁜 아이들에 대한 인상이 깊게 남는다.“맞아. 온씨 가문의 아들은 모두가 좋다고 해. 최근에 들었는데 그 아들이 좋아하는 아이가 있다고 해. 성격이 조용하고 가문도 좋으며 진문숙 씨도 보고 엄청 마음에 들었나 봐.”문지영이 그제야 이해했다.그들과 같은 가문에서는 며느리를 볼 때 아들만 좋아한다고 되는 거 아니고 가문 어른들의 동의도 받아야 하는데 만약 어른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절대 불가능했다.그런데 서혜란이 진문숙도 만나보고 만족한다고 하니 아마도 성사될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잘된 일이군.”말은 그렇게 했지만, 문지영은 마음속으로 조금 다급했다.주변의 많은 아이들은 모두 결혼

  • 봄날   제948화

    어떤 일은 당사자가 눈치채기 전에 잘못 말하면 미움을 사는 일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그 뒤에 주씨 가문에 일이 발생하고부터 문지영은 서혜란과 가까이 지냈는데 그녀를 통해서 더 많은 아기씨를 요해하고 직접 며느리를 고르고 싶었다.그때 서혜란은 마음속으로 기뻐했고 문지영이 장님은 아니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혜란은 주혜민의 나쁜 말은 하지 않고 자기가 알고 있는 아가씨들에 대해서만 문지영에게 알려주고 문지영이 직접 만나보고, 조사하고 고려하게 했다.비록 주혜민은 좋아하지 않지만, 서혜란은 나상준을 높이 평가했다.서혜란이 봤을 때 나상준은 능력이 있고 대담하고 용감하며 신중하게 일 처리 하는 모습에 호감을 느꼈다.하지만 결혼은 서로 맞아야 하는 것을 알고 있기에 비록 자기 가문에 나이와 조건이 비슷한 소녀를 나상준에게 소개해 주려고 골라봤지만, 도저히 찾을 수 없어서 포기했다.사람은 자신의 상황을 잘 알아야 한다.사람과 사람이 이어지려면 서로 맞아야 한다.서혜란은 모든 일을 한 번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본다.때문에 문지영이 며느리를 찾는 문제에서 그녀는 특별히 신경을 써서 모두 나상준과 잘 어울릴만한 아가씨들만 문지영에게 말했다.이제 남은 건 나상준의 마음에 달렸는데 그는 아무나 쉽게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다.문지영이 주혜민을 얘기하는 것을 듣더니 서혜란은 곧바로 문지영이 이제 주혜민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주혜민은 정말로 며느리로 적합하지 않았기에 서혜란도 그냥 준다고 해도 거부할 것이다.“그 아이가 상준이를 많이 좋아하나 봐요.”서혜란은 여전히 주혜민에 대한 나쁜 말은 하지 않고 이해한다는 듯이 말했다.주혜민과 나상준에 대한 소문은 서혜란도 들었지만 믿지 않았다.나씨 가문의 나상준이 만약 정말로 주혜민을 좋아한다면 절대 다른 사람과 결혼하지 않았을 거라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게다가 주혜민이 어떤 사람인지 나상준이 모를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때문에 나상준이 주혜민을 선택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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