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Chapter 661 - Chapter 670

693 Chapters

제661화 서로 연기하다

문을 안 잠갔나?나도 기억은 나지 않았지만 아마도 까먹은 것 같았다. 나는 배인호가 냥이를 데리고 다시 이우범의 집으로 돌아와 우리를 찾을 줄은 몰랐다.“같이 밥 먹을래?”이우범은 아주 담담했다. 그는 한편으로 요리하면서 배인호에게 말했다.배인호의 태도는 많이 차가웠지만 남아서 함께 밥을 먹겠다고 대답했다. 그러고 나서 냥이는 배인호를 밀고서 거실에 가서 기다렸다. 나는 이우범과 함께 요리를 준비했고 조금 지나서 요리들을 완성했다. 나는 예쁜 접시에 담아 식탁으로 옮겼다.배인호는 이미 식탁 옆에 앉아 있었고 냥이도 그의 옆에 있었다. 두 사람은 내가 바쁘게 요리를 옮겨오는 것을 이상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우범 씨, 밥 먹어요.”나는 밥을 그릇에 담은 뒤 고개를 돌려 주방을 향해 외쳤다.내가 ‘우범 씨’라고 부를 때 배인호는 나를 조금 차가운 눈빛으로 바라보았지만 나는 못 본 척하며 의자를 가져와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 그리고 이우범은 나의 옆에 앉았다. 긴 식탁에 한쪽에는 배인호와 냥이가 앉았고 반대편에는 나와 이우범이 나란히 앉았다. 분위기는 조금 굳어 있었다.가장 큰 이유는 배인호의 차가운 표정이었다. 그는 많이 먹지 못했다. 대부분 냥이가 그에게 반찬들을 짚어주었지만 그는 거의 먹지 않았다. 샐러드를 두 입 정도 먹은 뒤 젓가락을 내려놓았다.나는 이우범에게 고기를 짚어주었다.“많이 먹어요. 지금 너무 마른 것 같아요.”이우범은 가난한 나라에 가서 1년 동안 훈련했기에 살이 많이 빠져 있었다. 아마도 해외 음식이 잘 맞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이우범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내가 짚어준 고기 한 조각을 먹은 뒤 생선 살을 세심하게 발라 나의 그릇에 놓아주었다.“지영 씨도 많이 먹어요, 아직도 너무 말랐어요.”“네, 먹으면 금방 살쪄요. 그것도 복이죠?”나는 이우범을 향해 찬란한 미소를 지으며 기쁘게 그릇에 놓은 생선 살을 먹었다. 1년 동안 나는 전보다 더 살이 빠졌다. 아마도 신경 쓸 일이 많았기 때문일 것이다. 잘 먹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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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2화 그가 드디어 문을 열다

아프든 안 아프든 치료하고 밴드를 붙여야 했다.나는 서랍에서 밴드를 찾아 이우범의 손가락에 붙여준 뒤 주방을 청소했다. 그러고 나서 다음 계획을 시작했다.이번에는 우리 부모님과 정아 그리고 친구들의 도움이 필요했다. 나도 부모님이 도와주실지 안 도와 주실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두 분에게 전화로 이쪽 상황을 말씀드렸다.제주도에서 온 지 며칠 동안 나는 두 분에게 배인호의 상황을 자세히 말하지 않았기에 두 분은 현재 배인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마비?”엄마는 나의 입에서 나온 두 글자에 깜짝 놀라셨다.“네, 그때 절 구하려다가 지금 하반신에 아무런 감각이 없대요. 걸을 수조차 없어요.”나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날 배인호가 나를 향해 뛰어오던 장면이 떠올라 더욱 마음이 아팠다.엄마도 그 결과가 이렇게 심각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기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는 것 같았다.나는 엄마가 아무 말도 없는 틈에 배인호가 현재 나를 만나려 하지 않는 이유를 말씀드렸다. 그리고 내가 어떻게 하고 싶은지도 모두 엄마에게 말씀드렸고 엄마의 대답을 묵묵히 기다렸다.지금 엄마와 아빠는 반대도 찬성도 하지 않는 상태였다. 전보다 태도가 조금 부드러워지긴 했지만 나를 도와주러 올지는 모르겠다1분 정도 지난 뒤 엄마는 다시 입을 열었다.“그래. 네 아빠하고 조금 있다가 애들 데리고 갈게. 내일쯤 도착할 거야.”엄마의 대답에 나는 깜짝 놀랐다. 고맙다는 말밖에는 할 말이 없었다.부모님의 동의를 얻었으니 정아와 친구들 설득은 조금 간단했다. 나의 계획을 안 뒤 그녀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동의했다.모든 일을 다 처리한 뒤 나는 이우범에게도 말했다. 그도 아무런 의견이 없었다. 그런 다음 핸드폰으로 드레스 사진들을 보고 있었다. 나는 그의 핸드폰 화면을 본 뒤 궁금해서 물었다.“이건 왜 보는 거예요?”“연기지만 제대로 해야죠. 지금 가장 빠르게 드레스를 제작할 수 있는 가게를 찾고 있어요.”이우범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대충 사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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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3화 내가 결혼을 요구하다

빈이가 요즘 나를 보러 오지 않는 것이 이상했는데 작은 문까지 막아놓고 대문도 나가지 못하게 한 것이었다. 심지어 그는 내가 서울로 돌아갔다는 거짓말까지 했다.빈이는 지금 제주도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매일 일찍 등교하고 늦게 하교하는 평범한 한국 학생들의 일상을 보내고 있었기에 나도 거의 빈이를 보지 못했다. 이우범의 말을 들으니 배인호가 빈이에게 숙제를 꽤 많이 내준다고 했다. 거기에 과외까지 잡아주었다고 한다.빈이는 전에 외국에 있었기에 한국의 교육 방식에 잘 적응하지 못해 진도가 많이 뒤처져 어쩔 수 없이 공부를 힘들게 시킬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빈이는 똑똑한 아이였기에 금방 따라잡을 것이다.“빈아.”배인호는 차가운 목소리로 빈이의 행동을 제지했다.빈이는 배인호의 차가운 목소리에 작은 얼굴에 실망감이 가득했다. 마치 또 꾸중을 들을까 봐 걱정하는 것 같았다. 아련한 표정으로 나를 놓아주며 고개를 돌려 배인호를 바라보았다.“아저씨, 지영 아줌마하고 로아와 함께 놀고 싶어요.”빈이 뿐만 아니라 로아도 나의 품에서 허리를 숙여 장난스럽게 빈이의 모리를 잡았다. 나는 깜짝 놀랐다. 로아가 머리를 세게 잡아당길까 봐 아예 내려놓았다. 로아는 바로 빈이에게 달려갔고 잘생긴 오빠에 관심을 많이 보였다.승현이도 그 모습에 이우범의 품에서 내려오겠다고 버둥거렸다.“비 내릴 것 같은데 빈이야, 집에 가서 놀자.”나는 빈이에게 말했다.빈이는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배인호를 바라보았다. 배인호가 자기의 부탁을 들어주길 바라고 있을 때 냥이가 걸어 나오며 말했다.“인호 씨 빈이한테 가서 좀 놀라고 해요.”배인호는 무거운 표정을 하고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냥이는 계속 말했다.“인호 씨가 가서 보고 싶은 거 아니에요? 요 며칠 동안 작은 문에서 아이들의 소리가 들리면 매일 거기서 듣고 있었잖아요.”알고 보니 요 며칠 동안 배인호는 계속 작은 문 쪽에 앉아 로아와 승현이가 장난치는 소리를 듣고 있었지만 그는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았다.나는 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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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4화 눈치 채다

그 사진은 나도 본 적이 있었다. 나는 배인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냥이가 이미 말해줬기에 알고 있었다.하지만 지금 배인호는 심리적인 장애가 더 큰 것 같았다. 그는 자기의 하반신 마비를 받아들일 수 없었기에 나를 밀어내는 것을 선택했다. 나는 그의 마음속 매듭을 풀어주고 싶을 뿐이다.나는 당연히 빈이에게 모두 거짓이라는 것을 알려주지 않았다. 빈이는 반드시 배인호에게 가서 말할 거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나는 쪼그리고 앉아 빈이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빈이야, 나와 아저씨 일은 이미 지나갔어. 나와 아저씨는 인연이 아닌 거야. 빈이도 봤겠지만 동생들에게는 아빠가 필요해. 그리고 우범 아저씨는 아이들과 아줌마한테도 엄청 잘해주니까 가장 적합한 사람이야. 그래서 아줌마는 이미 결정했어.”“하지만...’빈이는 조금 아쉬워하며 뭔가 더 말하려고 했지만 마침 이우범이 걸어 나왔다. 그가 뭐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빈이는 그를 보자마자 얌전히 입을 닫았다. 비록 나이는 어렸지만 눈치가 빨랐다. 자연스럽게 이우범의 앞에서 배인호의 칭찬을 하면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었다.빈이는 환하게 웃으며 나와 이우범을 향해 손을 저었다.“아줌마, 아저씨 저 먼저 갈게요. 다음에 동생들하고 또 놀아주러 올게요.”“그래.”나는 고개를 끄덕였다.임원희는 이미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문을 열자마자 그녀는 나를 향해 웃으며 빈이를 데려갔다.문을 닫은 뒤 나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이를 본 이우범은 다정하게 물었다.“무슨 일 있었어요? 왜 그렇게 한숨을 쉬어요?”“우범 씨 날 원망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나는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매번 나에 대한 그의 마음을 이용했다. 비록 솔직하게 말하고 모든 걸 상의했지만 방금 빈이의 말에 나는 조금 마음이 불편했다.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만약 이우범과 내가 함께 한다면 더 잘 지낼 수 있다는 것을 여전히 똑똑히 느끼고 있었다.그는 좋은 남편과 좋은 아빠가 되어 줄 것이다.이우범은 멈칫하더니 웃음을 터트렸다.“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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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5화 자기 자신을 괴롭히면 재밌어요?

“흥분하지 않았어요. 아직도 배인호가 날 과소평가하고 있는 것 같아서요. 나 대신 똑똑히 전해요.”나는 담담하게 대답했다.노성민은 깊은 한숨을 쉬었다.“두 사람 정말...”나는 그이 말을 더 듣지 않고 거실로 돌아와 계속 정아 그리고 애들과 함께 얘기를 나누었다.정아는 내가 돌아온 것을 보더니 귓가에 대고 물었다.“이제 어떻게 해? 설마 이미 알고 있는 건 아니겠지?”“뭘 어떻게 하긴 계획대로 진행하는 거지.”나는 침착하게 대답했다.배인호는 내가 솔로일 때만 나에게 연락하지 않고 만나는 것을 거부했다. 하지만 내가 다른 사람과 함께 한다고 하면 그는 반드시 질투할 것이다. 강산은 변해도 사람의 본성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정아와 애들은 여기서 일주일 정도 머물기로 했다. 우리는 서둘러 결혼식을 준비했다.위치는 선택하기 쉬웠다. 바닷가는 여기서 멀지 않았다. 하지만 드레스 맞춤 제작에 시간이 오래 결려 결국 기성 드레스를 선택했다.웨딩 플래너팀을 고용해 밤낮으로 바닷가에서 결혼식 현장을 준비했다. 정아와 애들도 모두 가서 도왔고 모두 순조롭게 진행되었다.“로아야, 너 나가면 안 돼.””승현아 그 물건은 네가 만지면 안 되는 거야. 여기서 쓰는 물건이야.”“승현이 배고픈가 보다. 지영아, 네가 돌아가서 분유 좀 타와.”결혼식 하루 전날이었다. 결혼식 현장 준비는 거의 다 끝나갔다. 부모님도 아이들을 데리고 나오셨지만 급하게 나오시느라 분유를 가져오시는 걸 깜빡하셨다. 엄마는 나에게 부탁했다.나는 고개를 끄덕인 뒤 스쿠터를 타고 바로 집으로 돌아갔다. 두 아이의 분유를 한 병씩 탄 뒤 다시 바닷가로 돌아가려고 했다.이때 옆집에 대문이 열리더니 냥이가 나왔다.빨갛게 부은 그녀의 눈을 보니 운 것이 분명했다. 나를 마주치자 그녀는 멈칫했다. 하지만 바로 나에게 다가와서 말했다.“지영 언니, 바빠요?”“아이들 분유 타러 왔어. 무슨 일이야?”나는 무의식적으로 정원을 바라보았지만 아무도 없었다.“언니 시간 되면 인호 씨 좀 설득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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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6화 배인호가 수상하다

이 포인트에서 나는 배인호가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한다는 걸 알아챘다.나는 테이블에서 사진첩을 들어 올려 그가 보는 앞에서 아무렇게나 몇 장 펼쳐보더니 그에게 캐물었다.“그럼 왜 아직도 이걸 남겨두고 있어요? 인형이라도 찔러서 나를 저주하게요?”배인호는 내 손을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차갑게 말했다.“지금 바로 버려도 돼. 하찮은 것들이라 처리하기 귀찮았을 뿐이야.”내가 반응하기도 전에 그는 내 손에서 사진첩을 뺏더니 내가 보는 앞에서 창문으로 내던졌다.“인호 씨!”나는 화가 치밀어 올라 소리를 질렀지만 배인호는 못 들은 척 나를 쳐다보지도 않았다.“이미 처리할 건 다 처리했어. 이제 가도 돼. 내일 결혼 준비해야지. 시간 맞춰서 참석할게.”그는 마치 승리를 거머쥔 것처럼 오만한 표정이었고 말투도 대수롭지 않아 보였다.나는 치솟아 오르는 화를 꾸역꾸역 참으며 최대한 냉정하게 그와 얘기를 나눠보려고 했지만 미처 입을 열기도 전에 배인호의 핼쑥해진 얼굴을 보았다. 미간을 찌푸린 게 어딘가 불편해 보였다.나는 걱정이 앞서 물었다.“왜 그래요? 혹시 어디 아파요?”“아니, 그냥 너를 보는 게 힘들어서 그래. 빨리 집에서 나가줄래?”배인호의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다. 하지만 말투는 여전히 날카로웠고 더 얘기할 기회를 주지 않고 내쫓기 시작했다.“아픈 거 맞잖아요. 혹시 다른 후유증 남은 거 아니에요? 지금 병원에 데려다줄게요.”나는 손을 내밀어 배인호의 휠체어를 밀려고 했지만 배인호가 내 손을 쳐냈다.그는 살짝 충혈된 눈으로 나를 돌아봤다. 그 모습이 마치 다친 야수와도 같았다.“건드리지 마. 나 이제 너 필요 없어. 지금 당장 내 앞에서 사라져 줘.”나는 당연히 순순히 갈 리가 없었다. 분명 상태가 좋지 않아 보였다. 게다가 냥이도 지금 곁에 없었다. 아까 내가 들어올 때 임원희도 어디로 갔는지 없었다. 빈이는 학교에 있을 것이다. 하여 지금 집에는 배인호 혼자였다. 그러다 무슨 문제라도 생기면 큰일이었다.“허지영, 눈치 챙겨. 넌 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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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7화 결혼식을 취소하다

상황이 매우 심각했다. 하지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구급차가 오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그전에 나는 냥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에 배인호에게 이런 일이 있었는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냥이의 전화는 아직도 먹통이었다.별수 없이 나는 그저 기다리기만 했다.다행히 119가 곧 도착했고 구급대원이 배인호를 구급차에 실었다. 나는 구급차에 같이 올라탔다. 가는 내내 구급대원은 배인호의 몸을 검사했고 나는 긴장한 표정으로 옆에서 이를 지켜봤다.병원에 도착해 배인호는 전면적으로 검사를 받았다. 검사를 책임진 의사는 그를 알고 있었다. 그는 전에 배인호의 재활을 책임진 의사기도 했다. 몇 번이나 검진과 재활 치료를 빼먹었기에 이런 상황이 발생할지 걱정했다고 했다.“아마 머리를 부딪힌 것 같네요.”한참 후, 의사는 내게 검사 결과를 알려주었다. 배인호에게 다른 상처는 없었고 머리만 다쳤다. 아마 계단에서 내려오려다 힘이 풀려 넘어지면서 머리를 부딪힌 것 같았다.나는 배인호가 왜 아무 이유 없이 혼자 계단으로 걸어갔으며 넘어져 머리까지 부딪혔는지 의문이었다.아직 머리에 혈전이 남아있어 깨어나지 못했다. 후속 치료를 받고 깨어나도 계속 상황을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아직 무슨 후유증이 남을지는 알 수 없었다.배인호를 병실로 옮기고 의사는 내게 환자와 무슨 관계냐고 물었다.“전처예요.”내가 대답했다.“그래도 상황을 가족에게 알리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예를 들면 부모님이요.”의사가 내게 귀띔했다.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의사가 말하지 않아도 배건호와 김미애에게 알릴 생각이었다. 매우 심각한 상황이니 말이다.의사가 가자마자 나는 김미애에게 전화를 걸었다. 연락한 지 꽤 오래되었다. 내가 연락해도 내게 배인호가 어딨는지, 배인호의 근황이 어떤지 알려주지 않을 거라는 걸 나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전에는 나를 매우 예뻐하면서 나와 배인호가 재결합하기를 바랐지만 그 뒤로 배인호가 무슨 말을 했는지 아예 희망을 버린 것 같았다.내 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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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8화 깨어나지 못하다

냥이는 이렇게 말하더니 전화를 끊었다.나는 핸드폰을 든 채 한참을 내려놓지 못했다.——배건호와 김미애는 그날 밤에 도착했다. 바로 개인 비행기를 타고 이동한 것이었다.아들이라고는 하나밖에 없는데 진짜 무슨 일이 생기면 걱정될 수밖에 없었다.나는 아직 배인호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 김미애는 나를 보고 웃음을 지어 보이더니 바로 침대 곁으로 다가와 혼수 상태에 빠진 배인호를 보더니 슬픔에 가득 찬 표정으로 나를 돌아보며 물었다.“아참, 예림이는?”예림이가 냥이었다.“제주도를 떠났다고 하더라고요...”내가 대답했다.김미애는 마치 무언가 떠오른 듯 고개를 끄덕였다. 냥이가 떠난 것에 대해 아무런 의견도 없어 보였다. 김미애는 그저 배인호의 손을 잡고 슬픈 표정으로 그를 쳐다봤다.나는 배건호와 김미애가 물어보기 전에 배인호의 상황을 먼저 말해줬다. 두 사람은 그저 듣기만 했고 큰 반응은 없었다.“지영아, 잠깐 나와서 나랑 얘기 좀 해.”이때 김미애가 나를 돌아보며 말했다.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김미애를 따라 병실에서 나왔다.밖에 나오자 김미애는 눈가를 훔치며 나를 향해 부드럽게 웃어 보였다. 예전과 다를 바 없는 미소였다.“로아와 승현이는?”김미애가 내게 물었다.“여기 제주에 있어요.”내가 대답했다. 이미 늦은 시간이라 부모님이 아이를 데리고 이우범 집에서 쉬고 있을 것이다.김미애의 눈이 순간 반짝반짝 빛났다. 예전부터 손주를 보고 싶어 했고 우여곡절 끝에 끝내 친손주와 친손녀가 있다는 걸 알았지만 배건호가 끼어 있어 1년 동안 아이를 보고 싶어도 참았을 것이다.두 녀석은 지금 아주 날쌔게 걸어 다닐 수 있었지만 잘 넘어지기도 했다. 무슨 원인인지 몰라도 두 녀석은 언어 능력의 발달이 조금 늦었다. 진작부터 아빠와 엄마를 부를 줄 알았지만 다른 말은 아주 적었다.엄마는 귀한 사람일수록 말문이 늦게 트인다며 나를 위로했다. 녀석들을 데리고 병원으로 가봤지만 아무 이상이 없었다. 하여 나는 엄마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나는 핸드폰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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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9화 내 기다림이 헛되게 하지 말아줘요

“인호 깼어요?”전화가 연결되고 이우범이 먼저 배인호의 상황을 물었다.병원에서 이삼일을 지키면서 계속 잠을 설치기도 했고 마음의 부담이 커서 잘 쉬지도 못했더니 나는 영혼이 쑥 빠져나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침대에 누워있는 배인호를 힐끔 보더니 피곤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아직이요. 오늘까지 깨어나지 못하면 상황이 심각해져요.”이우범이 내게 말했다.“네, 깨어나지 못한다면 어떻게 할 생각이에요?”“나도 몰라요. 기다릴 거 같은데.”나는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배인호가 깨어나지 않는다 해서 그를 내팽개치고 아이를 데리고 서울로 올라갈 수는 없었다.내 대답에 이우범은 잠깐 침묵을 지켰다. 오늘 왜 나에게 연락했는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나는 결혼식 마무리를 이우범에게 맡기긴 했지만 나도 요 며칠 내게 바람맞은 하객에게 전화를 돌리며 설명하고 사과했다.비록 결혼식이 장난 같아 보이긴 하지만 처음부터 가짜라 나는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이 어떻게 수군거리는지도 관심이 없었다.“별일 없어요. 그냥 인호 상황을 물어보려고 전화했어요. 요새 바빠서 보러 갈 시간이 없었거든요.”이우범이 웃으며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말했다.나를 속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뭘 속이는지는 떠오르지 않았다.우리는 몇 마디 안 하고 전화를 끊었다. 배인호 쪽에 명확한 결론이 나면 이우범을 찾아가 얘기를 나눠볼 생각이었다.결혼식 건은 정중하게 고맙다고 해야 할 것 같았다. 전에는 그저 입으로만 감사하다고 말하며 아무런 표시가 없었지만 적어도 선물을 주든 밥을 사주든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혹시 돈을 받아준다면 바로 돈을 줄 수도 있었다.“지영아.”이때 김미애가 왔다. 지금 김미애와 배건호는 배인호 집에서 지내고 있다. 한편으로 빈이를 돌보면서 한편으로 내게 도시락을 가져다줬다. 그러면서 나에게 병원에만 있지 말라고 했지만 지금의 나로서는 병원 말고 아무 데도 가고 싶지 않았다.나는 김미애가 가져온 도시락을 옆에 두고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침대에 누운 배인호를 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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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0화 내가 왜 마음을 돌렸는가

나는 화들짝 놀라 바로 손을 펴고는 배인호의 손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혹시 깨어날 기미를 놓칠까 봐 눈도 깜빡이지 않았다.아니나 다를까 그의 무명지가 살짝 움직였다. 마치 나비가 살짝 날갯짓하듯 말이다.나는 심장이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기쁨을 감출 길이 없었고 모든 피가 머리로 솟구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인호 씨, 깨어나려고 그러는 거죠?”배인호의 눈동자가 살짝 움직였지만 눈을 뜨지는 않았다. 나는 다른 걸 신경 쓸 새 없이 바로 그의 손을 놓고 병실에서 달려 나가 의사를 불렀다. 동시에 김미애에게 전화를 걸어 이 소식을 전했다.——의사가 병실로 달려와 배인호를 검사하더니 확실히 깨어날 기미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아직 완전히 깬 게 아니라서 계속 관찰해야 한다고 했다.의사가 나갈 때쯤 배건호와 김미애도 도착했다. 배인호가 깨어날 기미가 있다니 둘은 매우 기뻐했다. 배인호 옆에서 쉼 없이 말을 걸었고 목소리로 그를 자극해 그가 완전히 깨기를 바랐다.나는 흥분을 억지로 누르며 옆에서 조용히 배인호를 지켜봤다.“의사 선생님은 아직 더 지켜봐야 한다고 했어요. 아저씨, 아주머니, 아니면 먼저 들어가실래요?”한참이 지나 나는 입을 열었다.아까는 너무 흥분해 참지 못하고 바로 두 사람에게 알렸지만 사실 배인호가 완전히 깨면 알려주는 게 더 좋았다. 아니면 기대가 커지면 실망도 커지게 된다.“괜찮아. 우리도 여기 있을 거야. 근데 지영아, 좀 쉬어야 할 사람은 너야. 지금 여기서 며칠을 지키는 거야. 들어가서 좀 쉬라고 해도 말을 안 듣고. 그러다 인호가 깼는데 네가 쓰러지겠어.”김미애가 이렇게 말하며 나를 병실 밖으로 몰아세웠다.“가서 한숨 푹 자. 내일 인호 깨면 바로 알려줄게.”“아주머니, 저는 괜찮아요. 지금 힘이 펄펄 나요. 그냥 여기서 같이 기다려요.”내가 거절했다. 김미애가 내 몸이 망가질까 봐 걱정하는 걸 알지만 배인호가 깨어날 기미가 보인다는 소리에 바로 동력이 가득 차올랐다.내가 한사코 거절하자 김미애도 그만뒀다.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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