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의 모든 챕터: 챕터 671 - 챕터 680

693 챕터

제671화 이우범이 떠나다

나도 가끔은 나 자신에게 왜 다시 돌아왔는지 묻곤 한다. 하지만 현재 배인호를 보면, 충분히 그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그의 붉어진 눈시울을 보니 내 마음도 좋지만은 않았다. 아마 많은 사람은 내가 바보 같고, 확고하지 못하다고 욕할 것이다. 그러나 사람의 감정이라는 게 완전히 원상태로 변하지 않는 것도 아니고, 사람의 마음도 영원히 확고할 수 없는 것이다.이것은 내가 이성적이지 못한 게 아니라, 너무 과도하게 이성적인것이다. 즉, 현생의 배인호는 전생에 그가 지은 죄로 인해 속죄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서란을 만나기 전까지 그는 감정적인 부분에서 나에게 거짓말을 한 적이 없다. 그가 서란을 만난 뒤에도 전생처럼 나에게 그런 지독한 짓을 한적 또한 없다. 그냥 나의 일방적인 전생 기억으로 현생에 그를 심판한 것일 뿐이다.“그냥 아이 때문에 내가 이런다고 생각해요.”나는 더 이상 설명하고 싶지 않아 가장 간단하고 직설적인 이유를 찾아서 답했다.게다가 다른 많은 부부도 아이 때문에 다시 결합하는 일도 많으니, 이건 지극히 정상적인 이유이다.내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올 거라고는 예상치 못한 듯 배인호는 잠시 침묵하다 그제야 답했다.“굳이 이런 나 때문에 마음 돌릴 필요 없어. 만약 네가 진짜 우범이랑 함께하게 된다면, 내가 진심으로 너희 둘 축복해 줄게. 우범이가 너랑 아이들한테 잘해주니까, 나도 거기에 대해서는 별걱정도 없고 말이야.”나는 배인호가 이토록 소탈해지고 모든 걸 놓아버렸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심지어 나와 이우범을 진심으로 축복해 주다니. 이 축복은 예전처럼 홧김이 아닌 진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그런 축복이었다.하지만 내가 원한 건 이 결과가 아니지 않는가!“인호 씨 미쳤어요?”나는 화가 났다. 지금 내가 이토록 적극적인데, 내 뜻을 눈치채지 못한 건가?서울에서 제주도까지 달려와 이우범과 연기까지 해가며 배인호가 혼수상태일 때 그 옆에서 지켜주기까지 했는데, 그 모든 게 나 혼자 서울로 돌아가려고 그 생쇼를 했던 건 절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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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2화 한바탕 크게 울다

“지영 씨, 그 어떠한 일이 생기더라도 저 때문에 자신을 탓하고 죄책감에 휩싸이지 마요. 제가 한 모든 건, 저 자신이 원해서 한 거니까요. 게다가 처음부터 저는 지영 씨에게 이용당하길 원한다고 분명히 말까지 했고요.”이우범은 내 기분이 별로 좋지 않은 걸 눈치채고 정중히 나에게 말했다.그는 내가 답하기도 전에 이어서 말했다.“솔직히 지영 씨가 저랑 결혼식 올리는 거로 인호 자극한다고 했을 때, 저 속으로 너무 좋았어요. 그게 가짜라 할지라도, 제가 바라던 거였으니까 저는 지영 씨랑 결혼식을 올리고 싶었거든요. 물론 이번 일을 겪으면서 저 자신이 지영 씨를 진정한 친구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거도 알았고요. 어쩌면 제가 떠나는 게 가장 좋은 선택일 거예요. 그리고 한 사람을 사랑하는 게 어떤 느낌인지 알게 해줘서 고마워요, 저는 그거로 만족해요.”나는 눈시울이 점점 더 붉어지며 그의 말에 어찌 대답했으면 좋을지 몰랐다. 눈물이 시야를 가리고 있을 때쯤, 이우범은 트렁크를 들고 나를 향해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러고는 방에서 나오더니 거실로 내려갔다.나도 이우범의 뒤를 따라 내려갔고, 계단 입구에서 그의 뒷모습을 향해 앞으로 계속하여 볼 수 있는지 묻고 싶었다.하지만 이제는 그런 질문을 할 자격조차 없었다.엄마와 아빠도 위층에서 내려온 이우범을 보면서 그와 몇 마디를 나눴다. 그들의 표정 또한 아쉬운 듯 별로 좋지 않았다. 하지만 일이 이미 이렇게 된 이상, 모든 결과는 이미 정해진 거나 다름없다.이우범이 떠나는 모습을 보고 로아와 승현이도 내키지 않는 듯 크게 울부짖으며 그를 따라가려 했다. 그는 정원에서 멈춰서더니 쭈그려 앉아 승현이를 안고는 뽀뽀를 건넸다. 그러고는 로아도 안더니 로아에게도 뽀뽀를 건넸다. 이우범의 표정에서도 두 아이에 대한 깊은 애정과 아쉬움이 가득했다.“로아야, 승현아. 이리 와!”나는 아이들을 향해 크게 외쳤지만 내 목소리 또한 떨리고 있었다.이우범은 아이들을 놓아주더니 더 이상 나를 보지 않고, 트렁크를 끌며 뒤도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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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3화 순리에 따르다

내 질문에 배인호의 부모님은 서로 눈빛을 마주하더니 난처한 표정을 지으셨다.나는 도저히 그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나 또한 이미 명확히 내 의사를 밝혔고, 배인호만 자존심을 내려놓는다면 그와 모든 일을 함께 맞설 수 있는 상태였다.“지영아, 우리가 너를 안 알려주는 게 아니라 우리도 우리 나름대로 고충이 있어서 그래. 인호한테 좋은 결과만 생기면 반드시 널 다시 찾아올 거야. 그러니 우릴 한 번만 믿어주면 안 되겠니?”김미애가 어쩔 수 없는 듯 답했다.하지만 나는 더 이상 그런 대답 따위는 듣고 싶지 않았고, 내 태도 또한 차가워졌다.“그러면 두 분의 뜻은 만약 인호 씨가 회복이 안 되면 저 찾아오지 않을 거란 뜻인가요? 그래요?”내 대답에 그 둘은 난감한 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고, 내 말에 어떻게 답해야 할지 모를 때쯤, 빈이가 입을 열었다.“할아버지, 할머니. 제발 아저씨 다시 찾아줘요. 지영 아줌마는 아저씨를 받아들일 준비가 됐다고요!”이렇게 어린아이도 다 아는 사실을 왜 배인호만 모를까?나는 배인호가 나를 믿지 못해 내 감정에 대해서도 의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이때 배인호의 부모님이 빈이의 손을 잡더니, 빈이의 말에 답하지 않고 오히려 그에게 되물었다.“빈이야, 우리랑 같이 서울로 돌아갈까?”그 말에 빈이는 나를 힐끗 쳐다보았다. 빈이는 여기에 남고 싶은 듯했지만, 배인호 부모님에 대한 정도 있기 때문에 아주 난감해 보였다.배인호의 부모님도 빈이의 그 고민을 이미 눈치채고 있었다. 그들은 내가 빈이를 입양하고 싶어 하는 거도 이미 알고 있다. 다만 전에는 내 조건이 그걸 용납하지 않았을 뿐이고, 배인호가 해외로 가서 빈이의 양육권을 뺏어온 거 또한 나를 위해서이다.지금은 배인호가 나를 피하며 만나려 하지 않으니, 가정부가 빈이를 돌봐줄 수밖에 없고, 빈이 또한 분명히 나를 찾아올 것이다.하여 내가 그들에게 답했다.“빈이는 그냥 여기 남겨두고 두 분은 인호 씨만 신경 쓰세요.”끝까지 견지하려 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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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4화 그가 돌아오다

“자자, 우리 지영이가 돌아온 거 격렬히 축하합니다!”정아는 신이 난 듯 술잔을 들며 나를 환영해 주었다.제주도에서 설을 쇠러 서울로 돌아온 것뿐인데, 정아는 엄청나게 오버하면서 난리도 아니었다.세희는 여전히 전처럼 커리어우먼 같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녀도 엄마가 된 후 눈빛이 전보다는 많이 온화해진 것 같은 느낌이었고, 모성애도 뿜어져 나오는듯했다. 이윽고 세희가 내 팔을 잡으며 말했다.“자, 한잔하자고. 올해에는 나 아이 데리고 너희 집으로 세배하러 가야지. 너 봉투 두둑이 준비해 놓아.”나는 쿨하게 손을 흔들며 답했다.“당연하지. 아니면 너희들도 다 아이들 데리고 우리집으로 와.”나머지 둘도 내 이야기를 듣더니 바로 웃어 보이며 답했다.“좋아 좋아, 이거 네가 그동안 서울에 없었던 벌이니까, 돈 많이 준비해 둬.”친구들의 그런 장난에 나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이윽고 우리는 각자 결혼 후의 생활에 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고 특히 정아는 다시 결합 후 아예 집안에서 여왕 노릇을 하고 있었다. 정아네 시댁에서까지도 그녀를 여왕 대하듯이 대한다는 걸 보면, 이건 더 말할 것도 없는 것이다.게다가 노성민도 자기 잘못을 완전히 뉘우치고, 가끔 자신이 전에 했던 잘못에 대해 후회하고 있다고 한다.완전히 모범 남편 납셨네.우리는 서로 술을 마시며 신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가 이야기 흐름이 결국에는 나와 배인호의 이야기로 바뀌었다. 배인호가 나를 피한 일에 대해서 그녀들도 전부 잘 알고 있기에, 그녀들 또한 배인호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했다.게다가 정아는 더더욱 직설적으로 나에게 말했다.“이젠 그만 기다려. 너 이미 충분히 할 만큼 했어. 더 기다린다고 해도 별 의미가 없고 말이야.”그게 의미가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지만 현재의 나는 더 이상 나 자신을 강요하지 않고 단순하게 살아가고 있다. 어쩌면 기다리다가 이미 무감각해졌을지도 모른다.나는 그냥 웃어 보일 뿐, 그녀들의 의견에 반대도 하고 싶지 않았고, 동의 또한 하고 싶지 않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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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5화 더욱 중요한 일

나는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화가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았다.거리는 조금 한산하지만, 이미 부근 가게에서는 곧 다가오는 새해 분위기로 가득했다. 나는 방금까지도 친구들이 부러웠었다. 설날에는 남편이 옆에 있고, 아이들 또한 아빠와 함께 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행복하고 활기찬 장면이 될 것이라고 말이다.하지만 배인호가 이렇게 빨리 내 눈앞에 나타날 줄이야. 게다가 몸의 건강도 잘 회복되었는데, 일단은 이게 어찌 된 일인지 잘 모르겠다.배인호는 운전하여 나를 우리집 문 앞까지 데려다주었다. 그 시각, 시간도 이미 늦은지라 엄마와 아빠도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두 분은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듣고 바로 걸어 나와 확인했다.“지영아, 왜 이렇게 늦게야 왔어?”엄마가 걱정되는 듯 나에게 물었다.그러고는 왠지 익숙한 듯한 이 차를 바라보시더니 그 자리에서 멈칫했다. 이윽고 배인호가 차에서 내렸고, 내 엄마와 아빠를 보았을 때의 그 표정은 다소 불안함과 죄책감이 가득해 보였다.“아저씨, 아주머니.”“배인호?”엄마는 배인호가 여기 나타날 줄은 생각지도 못한 듯 깜짝 놀라 하셨다.아빠도 그 뒤에 서서 입을 살짝 벌리신 채 다소 놀라신 듯 보였다.두 분은 그제야 정신을 차린 뒤, 배인호에게 불친절한 태도가 아닌 오히려 웃어 보이며 그에게 물었다.“이젠 다 나았어? 나으면 된 거야. 얼른 들어와라!”그러면서 두 분은 우리를 데리고 거실로 들어갔다.로아와 승현이는 이미 잠에 든지라 그 시각 거실은 아주 조용했다. 아빠는 소파에 앉은 채 무의식적으로 담배를 꺼내 물으셨지만 바로 엄마에 의해 제지당했다. 앞서 크게 아프셨기에 현재 아빠에게 있어 담배란 그저 그림의 떡일 뿐이다.이윽고 엄마는 배인호에게 뜨거운 차를 따라준 뒤 아빠 옆에 가서 앉으셨다. 그러고는 나와 배인호를 번갈아 보며 다소 혼란스러워 보였다.비록 배인호를 받아들이기로 한 건 맞지만, 배인호가 나를 한동안 피하며 나에게 상처를 주었기에 그들은 여전히 배인호에게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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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6화 낯가림

배인호의 말을 듣고 난 처음에는 무척이나 당황했었다. 이윽고 살짝 난처해지면서 얼굴도 벌겋게 달아올랐다.나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배인호는 이미 나의 손을 잡고 아이 침실에서 나와 우리가 지내는 침실로 향했다.난 배인호가 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똑똑히 알고 있어 짧디짧은 2분임에도 불구하고 심장이 거침없이 콩닥거렸다.침실에 들어서자마자 배인호는 나를 자기 품으로 끌어안았고 그는 얼굴을 나의 어깨 쪽으로 묻었다.그러고 나서 그는 잔뜩 가라앉은 소리로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지영아, 너 그거 알아? 내가 널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말이야. 일 년 동안 난 너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고 있었어. 심지어 사람같이 붙여서 너 몰래 네 사진도 찍어오라고 지시했었어. 그래야만 짙은 이 그리움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을 것 같았고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았어. 미안해, 내가 너무 이기적이라 미안해. 너를 행복하게 해줄 능력이 있어야만 너를 다시 안을 수 있다고 생각했었어...”그렇게 한참을 말하다가 배인호는 살짝 울먹이기 시작했다.이에 난 숨을 깊이 내쉬었다. 배인호가 안쓰럽기도 하고 어찌할 도리도 없었다.배인호는 나의 결심을 너무 얕잡아 보았던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지금 난 어떻게 그를 위안해야 하는지 갈팡질팡하고 있다.그러다가 내가 선택한 방법은 손을 들어 그의 등을 토닥거려 주는 것이었다. 가만히 등만 토닥거리면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그러나 이제 막 토닥거리기 시작했는데, 갑자기 온몸이 들리는 느낌이 들었고 이윽고 난 침대에 놓였는데, 놀라움에 눈이 휘둥그레졌다.“인호 씨, 미쳤어요? 회복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러면 어떡해요? 그러다가 또다시 척추하고 허리를 다치면 어떻게 할 거예요?”“네가 이렇게 가벼운데, 걱정할 게 뭐가 있어?”배인호는 웃으며 천천히 몸을 숙여 나에게로 다가왔다.우린 한 뺨 정도밖에 안 되는 거리를 사이에 두고 서로의 숨결을 느꼈다. 그렇게 분위기도 점점 무르익어 갔고 방 안의 온도도 점점 올라갔다.배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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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7화 최종화

눈치 빠르게 행동하는 허승현의 모습을 보고 허로아도 이따금 배인호에게 달려가 재롱을 피우기 시작했다.허로아는 먼저 치맛자락을 살포시 들고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면서 말랑말랑한 목소리로 물었다.“치마 어때요? 예뻐요?”난 허로아의 마음을 똑똑히 알고 있다. 허로아는 어른의 주목을 받고 싶을 때마다 지금처럼 멋을 부리곤 했었다.과연 배인호는 귀여우면서도 멋을 부리는 허로아의 모습에 두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질 것만 같았다.그는 손을 내밀어 허로아를 들어서 안았고 뽀뽀까지 하려고 했다.하지만 성깔이 보통이 아닌 허로아는 일부러 막는 척을 했다.“뽀뽀 안 돼요. 침 있어요.”이에 배인호는 멈칫거렸고 허로아는 발버둥 치며 그의 품에서 내려와 휴지 한 장을 뽑아 오더니 배인호에게 쪼그려 앉아 달라는 손짓을 했다.“이렇게 휴지로 깨끗하게 닦으면 침이 없어져요.”배인호는 조금 전에 허승현에게 뽀뽀했을 뿐, 허로아가 말한 침은 없었다.하지만 허로아는 기어이 입술을 닦아주려고 했고 신경 쓰는 모습이 마냥 우스웠다.배인호를 위해 입술을 깨끗이 닦아주고 나서야 허로아는 매끈하고 부드러운 자기의 작은 볼을 내밀려 사뭇 진지하게 말했다.“이제 됐어요. 뽀뽀해도 돼요.”귀엽기 그지없는 허로아의 모습에 배인호의 입꼬리는 이미 주체할 수 없이 실룩거렸다.그는 더 이상 참지 못한 채 앞으로 다가가 허로아의 볼에 뽀뽀했다.그러자 허로아의 얼굴은 발갛게 달아올랐고 다소 수줍어하는 모습이 엿보였지만, 겉으로는 무척이나 덤덤한 척을 하면서 배인호에게 당부까지 했다.“앞으로 저한테 뽀뽀하고 싶으시다면 입술부터 깨끗이 닦아야 할 거예요. 우리 엄마가 그랬는데, 병균 있다고 하셨어요.”세 사람이 교류하는 모습을 하고 나도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두 아이는 비록 낯을 가리는 모습을 보였지만, 난 왠지 그들이 배인호와 가까워지고 싶어 하는 것만 같았다.그들은 어렸을 때부터 배인호에 대해 친근함을 드러내었고 지금 역시 마찬가지다.아빠와 엄마는 아직도 대청소에 전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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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8화 번외: 첫 만남

“허 시장님, 안녕하세요.”“배 회장님, 오랜만이에요. 어서 편히 앉으세요.”배씨 가문 뒷정원, 정교하게 조각된 돌 탁자 위에 예쁜 다과와 찻잔들이 놓여 있다.아직 5월이라 햇살은 강렬하지 않지만, 눈부시기 그지없이 정원 구석구석을 밝게 비추고 있다.허지영은 처음으로 부모님을 따라 배씨 가문에 손님으로 오게 된 것이다.이번 만남이 성사된 이유는 배씨 그룹에서 A시에서 진행될 큰 공사에 투자하기로 했기 때문이다.허지영의 아버지인 허수종은 A시 시장으로서 자연스레 이번 공사를 중요시 여겨 자세한 얘기를 나누려고 온 것이다.인제 고등학교 3학년이 된 허지영은 긴장한 학교생활에 다소 조급함이 없지 않아 있는데, 기분도 전환할 겸 긴장감도 풀 겸 부모님을 따라 나온 것이다.이번이 처음도 아니고 허지영은 종종 부모님을 따라 연회에 참석하곤 했었다.그러나 이곳에서 평생을 함께할 남자를 만나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다.허지영은 부모님 곁에 얌전하게 앉아 부모님과 배씨 그룹 회장님이 얘기를 나누고 있는 것을 가만히 듣고 있었다.그러나 바로 이때 누군가의 모습이 시야에 천천히 들어오기 시작했다.그레이 후드티에 청바지를 맞춰 입은 그의 옷차림은 심플하기 그지없지만, 눈부신 외모에 절로 황홀해졌다.심플한 옷차림에 도도하고 염세하는 듯한 소년의 얼굴이 더해지니 천지가 뒤흔들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허지영은 그렇게 넋을 잃은 채 어두운 곳에서 천천히 걸어 나오는 소년을 물끄러미 지켜보면서 미친 듯이 나대는 심장을 간신히 부여잡았다.소년의 정체는 바로 배인호이다. 허지영이 자기 인생에서 처음으로 반한 대상이기도 하다.“인호야, 아저씨께 인사드려.”배건호는 배인호를 불러와서 허씨 가문 일가족에게 인사를 하게끔했다.이에 배인호는 조금 더 가까이 다가왔고 허수종 일가족을 바라보며 서먹서먹하게 입을 열었다.“안녕하세요.”허수종은 준수한 소년을 바라보면서 흐뭇한 듯이 인사치레하기 시작했다.“그래, 오랜만이구나. 근데 이 시간에 왜 집에 있는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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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9화 따로 만남

그렇게 허지영은 무려 5년 동안이나 배인호를 좋아하게 되었다.누군가에게 이토록 빠져있는 자기 모습에 허지영 자신도 탄복할 지경이었다.허지영의 마음에 대해 배인호는 상대조차 하고 싶어하지 않았고 분명하게 거절까지 했었지만, 이에 허지영은 기죽지 않았다.대학에 붙고 나서 허지영은 박정아, 오세희 그리고 이민정을 알게 되었다.세 친구는 처음에 적극적으로 사랑을 추구하라고 허지영을 격려해 주고 지지했으나 시간의 흐름에 따라 졸업할 때 쯔음에 그만두라고 권하기 시작했다.이에 허지영 또한 배인호를 내려놓겠다며 자신있게 말했지만, 배인호를 마주치게 되는 와르르 무너지고 말았다.“지영아, 배인호는 그냥 좀 잘 생기고 돈도 좀 많은 것뿐이야. 대단한 거 하나도 없으니 인제 그만 마음 접고 내가 비슷한 남자, 아니, 더 좋은 남자로 소개해 줄게.”박정아는 매번 이런 식으로 허지영을 타이르고 했다.허지영은 지금 술을 마시고 한숨을 풀풀 내쉬고 있다.왜냐하면 어젯밤에 배인호가 어떤 여자와 함께 나란히 걷고 있는 것을 보게 되었기 때문이다.한눈에 봐도 두 사람은 사이가 꽤 괜찮아 보였다.하지만 이번이 처음이 아니고 인기가 많은 배인호는 여자 친구를 옷 갈아입듯이 자주 바꾸어 이름난 바람둥이다.“맹세할게! 나, 허지영은 오늘부로 다시는 배인호를 찾아가지 않을 거야!”허지영은 술잔을 들어 올리며 이미 헤아릴 수없이 했던 맹세를 거듭했다.그들의 우정이 참 예쁜 것은 허지영이 여러 번이나 맹세했음에도 불구하고 세 친구는 여전히 그녀를 굳게 믿었다는 것이다.심지어 세 사람은 허지영을 위해 소개팅까지 주선하고 있었는데, 인연이 되면 그대로 만나는 것이고 인연이 아니면 그만두면 된다.“지영아, 저 어정쩡하게 생긴 남자들 봐봐, 너한테 어울린다고 생각해?”얼마 지나지 않아 박정아가 허지영의 앞으로 다가와 수상쩍은 웃음을 드러냈다.“어정쩡한 것도 아닌데, 그냥 느낌이 오지 않아.”허지영은 한 손으로 턱을 괴고 있는데, 머릿속에는 온통 배인호의 얼굴과 목소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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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0화 가장 싫어하는 사람

아직도 변함없이 배인호를 좋아하고 있다는 허지영의 마음을 확인하고 나서 배인호 엄마는 입이 떡 벌어질 제안을 했다.“그럼, 우리 인호하고 결혼할래?”배인호에게 시집을 간다는 것은 그때 허지영에게 있어서 가장 큰 소원이라고 할 수 있다.친구들마저도 허지영에게 시대를 잘못 만났다고 했으니 말이다.그 중의 이유는 잘 알지 못했지만, 여러모로 어린 허지영은 충동하는 바람에 생각도 거치지 않고 배인호 엄마의 제안을 받아들였다.배인호와 결혼만 할 수 있다면, 그게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그러나 허지영을 기다리고 있는 건 배인호의 강렬한 저항이었다.그는 집안 어른들이 내린 이 결정에 대해 무척이나 황당하고 분개했으며 주동적으로 허지영과의 만남을 요구했다.허지영은 배씨 가문에서 일어난 일도 모른 채 자기가 좋아하는 치마를 입고 약속 장소로 달려갔는데, 배인호의 눈빛을 마주하는 순간 기뻐하기에는 너무 이르렀다는 것을 알아차렸다.배인호의 얼굴에는 전례 없는 혐오와 차가움이 묻어 있었다.허지영은 하얀 긴 치마를 차려입고 부드러운 머리카락이 어깨쯤에서 휘날리고 있으며 피부는 무척이나 매끈하고 부드러우며 햇살이 살짝 비추자, 눈동자는 갈색을 띠게 되었다.그리고 지금 허지영은 몹시나 불안한 눈빛으로 배인호를 바라보고 있다.그 눈빛을 배인호 역시 알아차렸다.“누가 너더라 우리 엄마 제안을 받아들이라고 했어?”배인호의 목소리는 한겨울의 칼바람처럼 차갑고 아프기 그지없었다.눈앞에 있는 허지영이 아무리 예쁘고 자기를 좋아한다고 해도 그는 조금의 흥미가 돌지 않았다.왜냐한면 그는 지금 좋아하는 여자가 있는데, 그 여자의 이름은 민설아이지 허지영이 아니다.배인호는 민설아를 집으로 데리고 갔으나, 온 가족의 반대를 받게 되었었다.특히 그의 할아버지는 요즘 병세가 심각해져 몸져누웠는데, 상황이 그리 좋지 않아 더 이상 그 어떠한 충격도 받아서는 안 될 정도다.그는 할아버지에게 민설아를 소개해 주었는데, 할아버지로부터 강렬한 반대를 받게 되면서 할아버지는 허지영이야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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