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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7화 결혼식을 취소하다

작가: 배나영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상황이 매우 심각했다. 하지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구급차가 오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전에 나는 냥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에 배인호에게 이런 일이 있었는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냥이의 전화는 아직도 먹통이었다.

별수 없이 나는 그저 기다리기만 했다.

다행히 119가 곧 도착했고 구급대원이 배인호를 구급차에 실었다. 나는 구급차에 같이 올라탔다. 가는 내내 구급대원은 배인호의 몸을 검사했고 나는 긴장한 표정으로 옆에서 이를 지켜봤다.

병원에 도착해 배인호는 전면적으로 검사를 받았다. 검사를 책임진 의사는 그를 알고 있었다. 그는 전에 배인호의 재활을 책임진 의사기도 했다. 몇 번이나 검진과 재활 치료를 빼먹었기에 이런 상황이 발생할지 걱정했다고 했다.

“아마 머리를 부딪힌 것 같네요.”

한참 후, 의사는 내게 검사 결과를 알려주었다. 배인호에게 다른 상처는 없었고 머리만 다쳤다. 아마 계단에서 내려오려다 힘이 풀려 넘어지면서 머리를 부딪힌 것 같았다.

나는 배인호가 왜 아무 이유 없이 혼자 계단으로 걸어갔으며 넘어져 머리까지 부딪혔는지 의문이었다.

아직 머리에 혈전이 남아있어 깨어나지 못했다. 후속 치료를 받고 깨어나도 계속 상황을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아직 무슨 후유증이 남을지는 알 수 없었다.

배인호를 병실로 옮기고 의사는 내게 환자와 무슨 관계냐고 물었다.

“전처예요.”

내가 대답했다.

“그래도 상황을 가족에게 알리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예를 들면 부모님이요.”

의사가 내게 귀띔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의사가 말하지 않아도 배건호와 김미애에게 알릴 생각이었다. 매우 심각한 상황이니 말이다.

의사가 가자마자 나는 김미애에게 전화를 걸었다. 연락한 지 꽤 오래되었다. 내가 연락해도 내게 배인호가 어딨는지, 배인호의 근황이 어떤지 알려주지 않을 거라는 걸 나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전에는 나를 매우 예뻐하면서 나와 배인호가 재결합하기를 바랐지만 그 뒤로 배인호가 무슨 말을 했는지 아예 희망을 버린 것 같았다.

내 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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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냥이는 이렇게 말하더니 전화를 끊었다.나는 핸드폰을 든 채 한참을 내려놓지 못했다.——배건호와 김미애는 그날 밤에 도착했다. 바로 개인 비행기를 타고 이동한 것이었다.아들이라고는 하나밖에 없는데 진짜 무슨 일이 생기면 걱정될 수밖에 없었다.나는 아직 배인호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 김미애는 나를 보고 웃음을 지어 보이더니 바로 침대 곁으로 다가와 혼수 상태에 빠진 배인호를 보더니 슬픔에 가득 찬 표정으로 나를 돌아보며 물었다.“아참, 예림이는?”예림이가 냥이었다.“제주도를 떠났다고 하더라고요...”내가 대답했다.김미애는 마치 무언가 떠오른 듯 고개를 끄덕였다. 냥이가 떠난 것에 대해 아무런 의견도 없어 보였다. 김미애는 그저 배인호의 손을 잡고 슬픈 표정으로 그를 쳐다봤다.나는 배건호와 김미애가 물어보기 전에 배인호의 상황을 먼저 말해줬다. 두 사람은 그저 듣기만 했고 큰 반응은 없었다.“지영아, 잠깐 나와서 나랑 얘기 좀 해.”이때 김미애가 나를 돌아보며 말했다.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김미애를 따라 병실에서 나왔다.밖에 나오자 김미애는 눈가를 훔치며 나를 향해 부드럽게 웃어 보였다. 예전과 다를 바 없는 미소였다.“로아와 승현이는?”김미애가 내게 물었다.“여기 제주에 있어요.”내가 대답했다. 이미 늦은 시간이라 부모님이 아이를 데리고 이우범 집에서 쉬고 있을 것이다.김미애의 눈이 순간 반짝반짝 빛났다. 예전부터 손주를 보고 싶어 했고 우여곡절 끝에 끝내 친손주와 친손녀가 있다는 걸 알았지만 배건호가 끼어 있어 1년 동안 아이를 보고 싶어도 참았을 것이다.두 녀석은 지금 아주 날쌔게 걸어 다닐 수 있었지만 잘 넘어지기도 했다. 무슨 원인인지 몰라도 두 녀석은 언어 능력의 발달이 조금 늦었다. 진작부터 아빠와 엄마를 부를 줄 알았지만 다른 말은 아주 적었다.엄마는 귀한 사람일수록 말문이 늦게 트인다며 나를 위로했다. 녀석들을 데리고 병원으로 가봤지만 아무 이상이 없었다. 하여 나는 엄마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나는 핸드폰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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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호 깼어요?”전화가 연결되고 이우범이 먼저 배인호의 상황을 물었다.병원에서 이삼일을 지키면서 계속 잠을 설치기도 했고 마음의 부담이 커서 잘 쉬지도 못했더니 나는 영혼이 쑥 빠져나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침대에 누워있는 배인호를 힐끔 보더니 피곤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아직이요. 오늘까지 깨어나지 못하면 상황이 심각해져요.”이우범이 내게 말했다.“네, 깨어나지 못한다면 어떻게 할 생각이에요?”“나도 몰라요. 기다릴 거 같은데.”나는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배인호가 깨어나지 않는다 해서 그를 내팽개치고 아이를 데리고 서울로 올라갈 수는 없었다.내 대답에 이우범은 잠깐 침묵을 지켰다. 오늘 왜 나에게 연락했는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나는 결혼식 마무리를 이우범에게 맡기긴 했지만 나도 요 며칠 내게 바람맞은 하객에게 전화를 돌리며 설명하고 사과했다.비록 결혼식이 장난 같아 보이긴 하지만 처음부터 가짜라 나는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이 어떻게 수군거리는지도 관심이 없었다.“별일 없어요. 그냥 인호 상황을 물어보려고 전화했어요. 요새 바빠서 보러 갈 시간이 없었거든요.”이우범이 웃으며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말했다.나를 속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뭘 속이는지는 떠오르지 않았다.우리는 몇 마디 안 하고 전화를 끊었다. 배인호 쪽에 명확한 결론이 나면 이우범을 찾아가 얘기를 나눠볼 생각이었다.결혼식 건은 정중하게 고맙다고 해야 할 것 같았다. 전에는 그저 입으로만 감사하다고 말하며 아무런 표시가 없었지만 적어도 선물을 주든 밥을 사주든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혹시 돈을 받아준다면 바로 돈을 줄 수도 있었다.“지영아.”이때 김미애가 왔다. 지금 김미애와 배건호는 배인호 집에서 지내고 있다. 한편으로 빈이를 돌보면서 한편으로 내게 도시락을 가져다줬다. 그러면서 나에게 병원에만 있지 말라고 했지만 지금의 나로서는 병원 말고 아무 데도 가고 싶지 않았다.나는 김미애가 가져온 도시락을 옆에 두고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침대에 누운 배인호를 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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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화들짝 놀라 바로 손을 펴고는 배인호의 손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혹시 깨어날 기미를 놓칠까 봐 눈도 깜빡이지 않았다.아니나 다를까 그의 무명지가 살짝 움직였다. 마치 나비가 살짝 날갯짓하듯 말이다.나는 심장이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기쁨을 감출 길이 없었고 모든 피가 머리로 솟구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인호 씨, 깨어나려고 그러는 거죠?”배인호의 눈동자가 살짝 움직였지만 눈을 뜨지는 않았다. 나는 다른 걸 신경 쓸 새 없이 바로 그의 손을 놓고 병실에서 달려 나가 의사를 불렀다. 동시에 김미애에게 전화를 걸어 이 소식을 전했다.——의사가 병실로 달려와 배인호를 검사하더니 확실히 깨어날 기미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아직 완전히 깬 게 아니라서 계속 관찰해야 한다고 했다.의사가 나갈 때쯤 배건호와 김미애도 도착했다. 배인호가 깨어날 기미가 있다니 둘은 매우 기뻐했다. 배인호 옆에서 쉼 없이 말을 걸었고 목소리로 그를 자극해 그가 완전히 깨기를 바랐다.나는 흥분을 억지로 누르며 옆에서 조용히 배인호를 지켜봤다.“의사 선생님은 아직 더 지켜봐야 한다고 했어요. 아저씨, 아주머니, 아니면 먼저 들어가실래요?”한참이 지나 나는 입을 열었다.아까는 너무 흥분해 참지 못하고 바로 두 사람에게 알렸지만 사실 배인호가 완전히 깨면 알려주는 게 더 좋았다. 아니면 기대가 커지면 실망도 커지게 된다.“괜찮아. 우리도 여기 있을 거야. 근데 지영아, 좀 쉬어야 할 사람은 너야. 지금 여기서 며칠을 지키는 거야. 들어가서 좀 쉬라고 해도 말을 안 듣고. 그러다 인호가 깼는데 네가 쓰러지겠어.”김미애가 이렇게 말하며 나를 병실 밖으로 몰아세웠다.“가서 한숨 푹 자. 내일 인호 깨면 바로 알려줄게.”“아주머니, 저는 괜찮아요. 지금 힘이 펄펄 나요. 그냥 여기서 같이 기다려요.”내가 거절했다. 김미애가 내 몸이 망가질까 봐 걱정하는 걸 알지만 배인호가 깨어날 기미가 보인다는 소리에 바로 동력이 가득 차올랐다.내가 한사코 거절하자 김미애도 그만뒀다.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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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도 가끔은 나 자신에게 왜 다시 돌아왔는지 묻곤 한다. 하지만 현재 배인호를 보면, 충분히 그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그의 붉어진 눈시울을 보니 내 마음도 좋지만은 않았다. 아마 많은 사람은 내가 바보 같고, 확고하지 못하다고 욕할 것이다. 그러나 사람의 감정이라는 게 완전히 원상태로 변하지 않는 것도 아니고, 사람의 마음도 영원히 확고할 수 없는 것이다.이것은 내가 이성적이지 못한 게 아니라, 너무 과도하게 이성적인것이다. 즉, 현생의 배인호는 전생에 그가 지은 죄로 인해 속죄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서란을 만나기 전까지 그는 감정적인 부분에서 나에게 거짓말을 한 적이 없다. 그가 서란을 만난 뒤에도 전생처럼 나에게 그런 지독한 짓을 한적 또한 없다. 그냥 나의 일방적인 전생 기억으로 현생에 그를 심판한 것일 뿐이다.“그냥 아이 때문에 내가 이런다고 생각해요.”나는 더 이상 설명하고 싶지 않아 가장 간단하고 직설적인 이유를 찾아서 답했다.게다가 다른 많은 부부도 아이 때문에 다시 결합하는 일도 많으니, 이건 지극히 정상적인 이유이다.내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올 거라고는 예상치 못한 듯 배인호는 잠시 침묵하다 그제야 답했다.“굳이 이런 나 때문에 마음 돌릴 필요 없어. 만약 네가 진짜 우범이랑 함께하게 된다면, 내가 진심으로 너희 둘 축복해 줄게. 우범이가 너랑 아이들한테 잘해주니까, 나도 거기에 대해서는 별걱정도 없고 말이야.”나는 배인호가 이토록 소탈해지고 모든 걸 놓아버렸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심지어 나와 이우범을 진심으로 축복해 주다니. 이 축복은 예전처럼 홧김이 아닌 진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그런 축복이었다.하지만 내가 원한 건 이 결과가 아니지 않는가!“인호 씨 미쳤어요?”나는 화가 났다. 지금 내가 이토록 적극적인데, 내 뜻을 눈치채지 못한 건가?서울에서 제주도까지 달려와 이우범과 연기까지 해가며 배인호가 혼수상태일 때 그 옆에서 지켜주기까지 했는데, 그 모든 게 나 혼자 서울로 돌아가려고 그 생쇼를 했던 건 절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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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영 씨, 그 어떠한 일이 생기더라도 저 때문에 자신을 탓하고 죄책감에 휩싸이지 마요. 제가 한 모든 건, 저 자신이 원해서 한 거니까요. 게다가 처음부터 저는 지영 씨에게 이용당하길 원한다고 분명히 말까지 했고요.”이우범은 내 기분이 별로 좋지 않은 걸 눈치채고 정중히 나에게 말했다.그는 내가 답하기도 전에 이어서 말했다.“솔직히 지영 씨가 저랑 결혼식 올리는 거로 인호 자극한다고 했을 때, 저 속으로 너무 좋았어요. 그게 가짜라 할지라도, 제가 바라던 거였으니까 저는 지영 씨랑 결혼식을 올리고 싶었거든요. 물론 이번 일을 겪으면서 저 자신이 지영 씨를 진정한 친구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거도 알았고요. 어쩌면 제가 떠나는 게 가장 좋은 선택일 거예요. 그리고 한 사람을 사랑하는 게 어떤 느낌인지 알게 해줘서 고마워요, 저는 그거로 만족해요.”나는 눈시울이 점점 더 붉어지며 그의 말에 어찌 대답했으면 좋을지 몰랐다. 눈물이 시야를 가리고 있을 때쯤, 이우범은 트렁크를 들고 나를 향해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러고는 방에서 나오더니 거실로 내려갔다.나도 이우범의 뒤를 따라 내려갔고, 계단 입구에서 그의 뒷모습을 향해 앞으로 계속하여 볼 수 있는지 묻고 싶었다.하지만 이제는 그런 질문을 할 자격조차 없었다.엄마와 아빠도 위층에서 내려온 이우범을 보면서 그와 몇 마디를 나눴다. 그들의 표정 또한 아쉬운 듯 별로 좋지 않았다. 하지만 일이 이미 이렇게 된 이상, 모든 결과는 이미 정해진 거나 다름없다.이우범이 떠나는 모습을 보고 로아와 승현이도 내키지 않는 듯 크게 울부짖으며 그를 따라가려 했다. 그는 정원에서 멈춰서더니 쭈그려 앉아 승현이를 안고는 뽀뽀를 건넸다. 그러고는 로아도 안더니 로아에게도 뽀뽀를 건넸다. 이우범의 표정에서도 두 아이에 대한 깊은 애정과 아쉬움이 가득했다.“로아야, 승현아. 이리 와!”나는 아이들을 향해 크게 외쳤지만 내 목소리 또한 떨리고 있었다.이우범은 아이들을 놓아주더니 더 이상 나를 보지 않고, 트렁크를 끌며 뒤도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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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질문에 배인호의 부모님은 서로 눈빛을 마주하더니 난처한 표정을 지으셨다.나는 도저히 그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나 또한 이미 명확히 내 의사를 밝혔고, 배인호만 자존심을 내려놓는다면 그와 모든 일을 함께 맞설 수 있는 상태였다.“지영아, 우리가 너를 안 알려주는 게 아니라 우리도 우리 나름대로 고충이 있어서 그래. 인호한테 좋은 결과만 생기면 반드시 널 다시 찾아올 거야. 그러니 우릴 한 번만 믿어주면 안 되겠니?”김미애가 어쩔 수 없는 듯 답했다.하지만 나는 더 이상 그런 대답 따위는 듣고 싶지 않았고, 내 태도 또한 차가워졌다.“그러면 두 분의 뜻은 만약 인호 씨가 회복이 안 되면 저 찾아오지 않을 거란 뜻인가요? 그래요?”내 대답에 그 둘은 난감한 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고, 내 말에 어떻게 답해야 할지 모를 때쯤, 빈이가 입을 열었다.“할아버지, 할머니. 제발 아저씨 다시 찾아줘요. 지영 아줌마는 아저씨를 받아들일 준비가 됐다고요!”이렇게 어린아이도 다 아는 사실을 왜 배인호만 모를까?나는 배인호가 나를 믿지 못해 내 감정에 대해서도 의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이때 배인호의 부모님이 빈이의 손을 잡더니, 빈이의 말에 답하지 않고 오히려 그에게 되물었다.“빈이야, 우리랑 같이 서울로 돌아갈까?”그 말에 빈이는 나를 힐끗 쳐다보았다. 빈이는 여기에 남고 싶은 듯했지만, 배인호 부모님에 대한 정도 있기 때문에 아주 난감해 보였다.배인호의 부모님도 빈이의 그 고민을 이미 눈치채고 있었다. 그들은 내가 빈이를 입양하고 싶어 하는 거도 이미 알고 있다. 다만 전에는 내 조건이 그걸 용납하지 않았을 뿐이고, 배인호가 해외로 가서 빈이의 양육권을 뺏어온 거 또한 나를 위해서이다.지금은 배인호가 나를 피하며 만나려 하지 않으니, 가정부가 빈이를 돌봐줄 수밖에 없고, 빈이 또한 분명히 나를 찾아올 것이다.하여 내가 그들에게 답했다.“빈이는 그냥 여기 남겨두고 두 분은 인호 씨만 신경 쓰세요.”끝까지 견지하려 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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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지영은 이우범이 진심으로 배인호에게 말하는 것을 들어서야 마음 깊이 있던 궁금증이 드디어 풀렸다.그녀는 이것이 배인호와 이우범이 화해하는 발판이 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역시 배인호의 얼굴은 점점 더 편안해져 갔다. 잠깐의 침묵이 있었던 뒤 배인호도 말했다.“그래, 우리도 영원한 친구야.” 그는 말을 끝낸 후에 허지영을 바라보았다. 허지영은 그의 행동이 맞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배인호는 이 순간이 마치 사랑하는 사람을 손에 넣고 우정도 되찾은 진정한 승리자가 된 것처럼 느껴졌다. 전화를 끊은 후, 배인호는 두 팔을 벌렸고 허지영은 미소를 지으며 부드럽게 품에 안겼다. 그들은 서로를 꽉 껴안았다. 빈이가 로아와 승현을 데리고 이런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빠, 아빠한테 책 좀 읽어달라고 해줘요~”로아가 낮은 목소리로 빈이를 재촉하였다.세 사람은 잠을 오지 않아서 내려가 배인호더러 그들에게 책을 읽어달라고 하려고 했다.그런데 세 사람은 내려오자마자 아빠와 엄마가 행복하게 안고 있는 것을 보자 조금은 부끄러워졌다.로아와 승현 두 아이는 너무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을 감출 수 없었고 빈이는 어른이 다 되였기 때문에 괜찮았다.“유니콘, 유니콘!”승현는 유니콘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계속 떠오르고 있었다. 배인호가 유니콘의 이야기를 승현에게 들려준 후부터 승현은 노래를 들을 때도《유니콘》만 듣고 싶어 했다.두 어린이는 빈이를 양쪽에서 감쌌고 포동포동한 손으로 그의 소매를 잡으며 기대로 가득 찬 큰 눈으로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로아와 승현은 나이는 어리지만 똑똑해서 아빠와 엄마가 포옹하고 있을 때는 방해하면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나이가 그들보다 많은 빈이는 방해해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빈이가 주저하고 있을 때 로아의 간절한 눈빛에 빈이는 말했다.“내가 너희들에게 책을 읽어주면 어때?”“형은 못 해! 못 해!”승현이가 거절했다. 왜냐하면 형한테 유니콘을 불러달라 했을 때 음정이 하나도 맞지 않아서였다.로아도 그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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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지영은 자기 앞에 무릎을 꿇은 남자를 내려다보았다. 이것은 그녀가 오랫동안 사치하게 그리던 장면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많은 일을 겪은 후에야 이룰 수 있었다.그녀의 눈시울도 붉어졌고 마침내 그녀는 머리를 끄덕였다. “좋아요.”사람들은 열렬한 박수를 터뜨렸다. 모두 이 부부의 재결합을 기뻐했지만 아무도 인파 뒤에서 한 남자가 조용히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그는 모자와 선글라스를 쓰고 있어 얼굴을 알아보기 어려웠다. 그는 배인호가 반지를 허지영의 손가락에 끼우는 것을 보고 나서야 묵묵히 자리를 떠났다.그는 저택을 떠나 차에 올랐고 모자와 선글라스를 벗으며 차갑고 마른 얼굴을 드러냈다.이우범은 원래 해외에 있어야 했지만 참지 못하고 결국 배인호와 허지영의 결혼식에 참석했고 오늘의 입장권도 박준이 그를 위해 비밀리로 얻어 주었다.이제 허지영이 행복을 찾았음을 직접 보았으니 이우범은 안심하고 떠날 수 있었다.이우범이 막 차를 몰고 떠나려고 할 때, 박준이 어느새 따라 나와 차 앞에 막아 섰다.“이우범, 왜 벌써 가려고?”다른 사람들은 이우범을 눈치채지 못했지만 박준은 그가 올때부터 알아 보았다.박준은 이우범이 아직 허지영을 놓지 못했고 분명히 그녀의 결혼식에 몰래 참석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넌 왜 나왔어?”이우범은 박준을 보고 조금 놀랐다.“내가 안 나오면, 너는 이렇게 가버릴 거잖아. 배인호는 안 보면 그만이지, 나와 노성민도 안 볼 거니?”박준은 화가 내면서 말했다.박준은 이우범이 지난 몇 년 동안 항상 해외에 머무르고 있어 국내 친구들과의 연락이 매우 뜸했고 이번에 어쩌다 한 번 돌아왔는데 그들과 밥 먹고 술 한 잔 안 하고 허지영만 보러 온 거에 서운해했다.“나 공항에 가봐야 해.”이우범은 약간의 미안함은 있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우범은 하루도 여기서 보낼 생각을 안 하고 있었다.“저녁에 같이 밥 먹고 가. 지금 떠나면 너랑 나 친구로 끝이야. 알겠어?”박준은 협박하듯 말했다.이우범은 어쩔 줄 몰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91화 나랑 결혼해줄래?

    박정아의 말에 허지영, 오세희, 이민정은 적극 찬성했다.다른 사람과 또 식을 올린다면 쪽팔리겠지만 같은 사람과 두번 식을 올리는 건 무엇을 설명할까? 그들이야 말로 찐 사랑인 것이다.——두 달 뒤.배인호와 허지영의 결혼식은 준비가 거의 되어가고 있었다. 결혼식의 사치와 호화로움은 무수한 감탄과 부러움을 불러일으켰다. 허지영은 천만 원 가치의 수제 웨딩드레스를 입었을때 기묘한 감정이 들었다.허지영은 처음 배인호한테 시집갈 때를 떠올렸다.그때 허지영은 자기가 직접 고른 웨딩드레스를 입었고 지금 사치스로운 드레스와 비교도 안 됐다. 그때의 배인호는 결혼식은 하나의 미션 수행처럼 모든 것을 신경 쓰지 않았다.그 후 몇 년이 지나고 그들은 다시 시작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허지영은 웨딩 드레스 위에 박힌 빛나는 다이아몬드를 가볍게 만졌고 그 순간 그녀는 찬란한 태양빛 처럼 화려하게 빛나는 것 같았다. 박정아를 포함한 친한 친구들은 연속 감탄했다.박정아는 허지영 주위를 돌면서 기쁨으로 가득 찬 눈빛으로 말했다. “영아, 정말 예쁘다. 몇 년 동안 방황하더니 결국 네가 원하는 행복을 얻게 되었네.”“맞아, 나도 너의 용기에 감탄해. 다행히 배인호도 정말로 많이 변한 거 같애.”오세희도 연속 감탄했다. 이민정은 머리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개과천선했으니 앞으로도 쭉 그럴 거야. 너를 또 상처 입힐 일이 있으면 우리 몇 명이 가만두지 않을 거야!”이때, 허지영의 아버지와 어머니도 다가왔다. 두 사람은 아름다운 딸을 바라보며 눈시울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허지영은 그들이 가장 아끼는 보물같은 존재였고 그녀는 감정적인 고통을 겪은 후에야 재혼이라는 결정을 내렀다. 처음에 부모님은 반대했지만 지금 받아들이기까지 수많은 과정이 있었다.하지만 이 순간, 허지영이 행복해 보이자 그들은 자신들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다.“아빠, 엄마.”허지영은 부모님이 오자 이상하게 코가 찡해진 듯했다. 아마도 그들의 힘든 모습을 보다가 이렇게 뿌듯해하는 모습을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90화 이번 생은 너 하나뿐

    허지영은 배인호와 다른 여자의 스캔들을 폭로한 댓글을 보니 마음이 철렁 거렸다. 허지영은 일어서서 배인호와 아버지 쪽으로 걸어갔다. 두 사람은 바둑을 두고 있었고 경기는 아주 치열했다. 허지영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 배인호는 고개를 들어 그녀를 쳐다보면서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허지영도 따라서 웃었다. 허지영은 스캔들에 대해 바로 묻지 않고 옆에 의자를 두고 앉아 조용히 두 사람이 바둑을 두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녀의 핸드폰 화면에는 배인호와 한 여자 연예인 간의 스캔들이 적힌 댓글이 고스란히 써져 있었다. 배인호는 허지영의 아버지와 바둑 한 판을 두고 난 뒤, 눈길은 자연스럽게 허지영의 핸드폰이 자기의 앞에 놓여져 있는 것을 보았고 화면이 꺼지려 하면 허지영이 화면을 다시 켜는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화면에 적힌 그 말은 무슨 뜻이지?’배인호는 허지영의 휴대전화를 가져와 댓글들을 주의 깊게 살펴보았다. 순간, 바둑을 계속 두고 싶은 마음도 사라졌다. 그와 허지영의 재혼을 많은 사람들이 좋게 보지 않았으며 이미 준비 중인 결혼식도 성사되지 못할 것이라는 의심이 가득하였다.‘결혼식이 엄청 화려해서 준비시간이 조금 오래 걸린 것 뿐인데 이게 무슨... 그리고 나와 한 여자 연예인이 하룻밤을 같이 보낸 스캔들이라고?’그날 밤에는 최소 일곱-여덟 명의 사람이 있었고 남자 여자 다 있었다. 주로 투자에 관한 이야기하다가 여자들이 떠나고 남은 몇 명의 남자들이 룸에서 잠을 잔 것이다. ‘언론은 이렇게 근거 없이 아무렇게나 사건의 앞뒤도 맞지 않는 헛소리를 늘어놓다니...’배인호는 허지영의 아버지께 말씀드렸다. “아버지, 좀 이따 다시 바둑을 둬도 괜찮을까요? 지금 급하게 좀 해결해야 할 일이 생겼어요.”허지영의 아버지는 자초지종을 모르고 배인호의 말에 급한 일이겠거니 생각하고 동의했다. 그러고 나서 허지영의 아버지는 허지영의 어머니를 도와주러 주방으로 향했다.허지영의 아버지가 나가자마자 배인호는 바로 허지영의 손을 붙잡았다. 얼굴에는 억울함이 가득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89화 또다시 스캔들

    거절당한 후, 배인호는 깊게 한숨을 쉬었다. 마치 모든 욕망을 내뱉으려는 듯했다.허지영은 이불을 감싸안고, 배인호와 사이에 안전한 구역을 만든 다음, 다시 잠을 이루려 했다.“여보, 벌써 자정이 넘었어.”겨우 십 분도 채 지나지 않아 약간 쉰 듯한 배인호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허지영이 방금 잠에서 깨어나려는 찰나, 어느새 안전 구역을 넘어온 손이 허지영을 강하게 끌어당겨, 뜨거운 품에 꼭 안았다.“뭐 하는 거예요? 배인호 씨, 당신...”허지영이 말을 다 하기도 전에, 입술이 막혔다. 겨우 의식을 회복했지만 뜨거운 키스 때문에 다시 정신이 흐릿해졌다. 허지영은 저항을 포기했다. 오늘 밤은 편하게 지낼 수 없을 것 같았다. 다음 날 정오가 되어서야, 허지영은 온몸이 녹아내린 듯한 느낌과 함께 잠에서 깨어났다. 주변을 돌아보자 배인호는 이미 사라진 후였다.샤워를 한 후, 허지영은 아래층으로 내려가 배인호를 발견했다.그리고 노성민과 박성아는 언제 왔는지 모르게 도착해, 세 아이를 데리고 왔다. 그 시간에 노 씨 집에 세 아이는 허지영의 세 아이와 노는 중이어서, 거실은 매우 활기찼다.박성아가 머리를 들어 계단에서 내려오는 허지영을 보고 말했다. “아이고, 지영아, 너 드디어 내려왔네. 재결합해서 기쁜 건 알겠지만, 몸조심해야 해!”허지영은 박성아를 쏘아보며, 얼굴에 부끄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자신의 옷깃을 조금 더 높이 당겼다. 그렇지 않으면 어젯밤 남은 흔적이 들킬 수 있다.그들은 다 같이 식사했다. 식사 도중, 박성아가 민설아의 일을 언급했다. “그래, 민설아가 자신을 변호하기 위해 매우 뛰어난 변호사를 고용했어. 이 여자 정말 죽을 쑤고 있어, 지금도 판을 뒤집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자신이 감옥에 안 가고 바로 무죄로 풀려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민설아의 이름을 듣고, 허지영은 본능적으로 배인호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배인호는 로아와 승현, 두 아이에게 옥수수알을 까주는 데 집중하고 있어, 박성아의 말은 아예 듣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88화 악몽에 시달리다.

    허지영은 병원으로 옮겨진 후 응급처치를 했다.허지영의 부모님은 거듭 의사에게 수술의 가능 여부 혹은 새로운 치료 방법으로 딸의 이 짧은 생명을 이어나갈 수 있는지 묻고 있었다.그러나 그들이 얻은 대답은 모두 절망적인 것이었다.병상 앞에 머리가 희끗희끗해진 부모님은 마치 하룻밤 사이에 10살이나 더 늙은 것 같았다. 두 사람은 병상에 누워있는 딸을 보며 가슴이 갈기갈기 찢어졌다.“영아, 우리 놀라게 하지 말아줘. 빨리 깨어나, 강하게 버텨줘..”“우리는 다 널 응원할 거야. 네가 끈질기게 살아남을 거라고 했잖아... 버텨줘. 우리 같이 여행 가자. 응?”“넌 삼촌과 이모의 유일한 희망이야, 그들을 위해서라도 버텨야 해!”“영아, 우리 딸... 흑흑흑...”온갖 소리가 허지영의 귀에 들어왔다. 허지영은 몸에 아무런 힘도 없는 것이 느껴졌고, 눈앞은 어렴풋한 빛에 휩싸였다. 한참이 지나서야 부모님의 얼굴과 친구들이 슬퍼하는 모습이 또렷이 보였다.몹시 의외인 것은 이우범도 거기에 있었다. 그는 사람들의 가장자리에 서있었지만, 키가 커서인지 한눈에 알아볼 수가 있었다.‘이우범이 왜 여기에 있지?’허지영은 입을 벌려보았지만,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았고 온몸이 아프기만 하였다.“영아, 너 어떻게 우리를 버리고 떠날 수가 있어... 나랑 네 아빠는 어쩌고...” 어머니는 허지영이 깨어났지만 기뻐하기는커녕 더욱 슬프게 울고 있었다. 어머니는 자기 딸에게서 더 이상 살아갈 희망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부모님은 허지영이 왜 이 지경까지 이르렀는지 전혀 모른다.“아빠, 엄마, 제가 불효자예요... 미안해요... 다음 생이 있다면 제가 그때 효도할게요...”허지영은 허약하게 몇 마디 하려고 노력했지만, 부모님을 더 슬프게 할 뿐이였다.극심한 슬픔에 부모님은 뒤돌아 병실을 나왔다. 자기 딸에게 이토록 처참한 모습을 보이기 싫었다.박정아는 바로 앞장서서 허지영의 손을 꼭 잡았다.“영아, 너도 날 꼭 기억해야 해. 다음 생이 있다면 다시 나를 찾아줘.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87화 영원히 그녀를 사랑할 수 없어.

    허지영은 어린 시절부터 자기는 타고난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좋은 가문에 서로 사랑하는 부모님, 좋은 성적, 그리고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랑 결혼까지 했다. 그러나 서른도 안 되는 나이에 가정이 풍비박산나고 삶의 끝에 이르렀다.허지영은 부모님이 자신의 눈앞에서 눈물범벅이 된 모습을 지켜보고는 마음이 아려왔다. 그러나 그녀는 스스로를 속일 수가 없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여전히 고집스럽게 배인호를 그리워하고 있었다.‘배인호는 내가 유방암 말기라는 사실을 알면 보러 올까? 마음이 약해질까?’‘왜 지금 이때까지도 나는 그 잔인한 남자를 그리워하는 걸까?’허지영은 자신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현재 상태에서는 수술할 필요도 없고 방사선 치료와 안전하고 보수적인 치료 외에는 손쓸 방법이 없었다.허지영은 어떻게든 퇴원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집으로 가고 나서 가장 먼저 배인호에게 전화를 걸려고 했다.늘 그렇듯 또다시 거절당했다.허지영은 다시 배인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나 유방암 걸렸는데 말기래요. 당신이랑 얘기 좀 하고 싶은데 괜찮을까요?”이번에는 배인호가 답장을 했다.“병 걸렸으면 제대로 치료받아. 나는 의사가 아니야. 널 치료 해줄 수 없어.”이토록 차갑고 매정한 답장을 보면서 허지영은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배인호의 마음을 얻기 위해 최선을 다했는데, 왜 이 지경에 이르러서도 배인호는 그녀에게 아무런 감정도 없는 걸까?“영아, 더 이상 배인호 생각은 안 하면 안될까?” 박정아와 친구들이 토끼처럼 눈이 붉어져서 허지영의 집으로 찾아왔다.“우리랑 여행 가자. 우리랑 아름다운 곳에서 아름다운 풍경도 맘껏 즐기면서 몇몇 쓰레기 같은 사람들은 깔끔하게 잊는 거야. 더는 그 쓰레기들에게 상처받지마. 응? ”허지영의 병을 알게 된 이후로 허지영의 부모를 제외하고 가장 슬퍼했던 건 박정아와 3명의 친구들이였다. 거의 매일 슬픔에 잠겨 허지영의 만날 때마다 울음을 참지 못했다.친구들은 더이상 허지영이 고통받는 걸 지켜보기 싫어했다. 그들은 허지영의 좋은 친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8화 지키고 싶은 사람이 있어.

    배인호는 식탁 위의 아침밥을 흘깃 보고선 한마디 대답도 없이 넥타이를 묶으며 거실 방향으로 걸어갔다. 허지영은 뒤따라가 한 번 더 묻고 싶었지만, 돌아오는 것은 배인호가 차에 올라타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버리는 모습뿐이었다.허지영은 입을 열었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배인호는 크나큰 빙산이고 허지영은 작디작은 불씨였다. 허지영은 자신의 불씨로 빙산을 녹이려고 하였지만, 결국 그 작은 불씨는 빙산에 의해 꺼져버렸다.“허지영, 우리 이혼하자.”배인호는 어느날 드디어 허지영에게 처음으로 이혼을 얘기했다.허지영은 배인호가 간만에 집에 돌아왔다는 기쁨에 사로잡혀있었다. 허지영은 자신이 가장 예쁘다고 생각하는 옷을 입고 저녁에는 무엇을 먹을지 계획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혼합의서가 탁자 위에 놓여 있었다.“배씨 그룹 지분의 3%면 충분해?”“이혼이요?”허지영은 마치 날벼락을 맞은 것 같았다. 배인호가 갑자기 이혼을 꺼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 둘은 결혼 이후 함께 지낸 시간은 적었지만, 허지영은 결코 배인호의 어떤 일에도 관여하지 않고 절대적인 자유를 주었다. 이것만으로도 모자라는가?허지영은 그 수많은 스캔들을 꿋꿋이 참아오면서 작은 꼼수를 부리는 것으로 자신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편하게 하려 했다. 그런데 왜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배인호는 이혼을 원하는 걸까.“맞아. 난 널 전혀 사랑하지 않아. 난 지금 지키고 싶은 여자가 생겼어.”배인호는 이 말을 할 때 차갑기 그지없었다. 마치 배인호와 5년 동안이나 결혼 생활을 해온 허지영이 생명이 없는 장난감일 뿐이며 그가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는 존재로 여기며 아픔도 슬픔도 느끼지 않는 것처럼. 허지영의 목소리를 떨면서 말했다.“누굴 사랑하게 된 건데요? 누구예요?”하지만 배인호가 허지영에게 이런 일들을 얘기해줄 리가 없었다. 그는 차갑게 소매를 털며 말했다.“이혼 합의서 잘 살펴보고 괜찮은 것 같으면 사인해. 별로라면 나한테 연락해. 다시 얘기하자.”허지영이 말도 꺼내기 전에 배인호는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85화 악랄한 대우.

    “인호 씨.”허지영은 먼저 배인호에게 인사를 건넸지만, 돌아오는 것은 상대방의 서늘하기에 그지없는 눈빛뿐이었다.그 순간 허지영은 그녀가 새신부가 아니라 철천지원수인 것만 같았다.허지영은 그 눈빛에 놀라 흠칫했다. 아마 배인호의 어머님이 때마침 나타나지 않았다면 계속 계단에 서서 멍만 때렸을 것이다.“지영아, 내려와서 아침밥 먹어야지.”배인호의 어머님이 인사를 건넸다.그제야 허지영은 정신을 차리고 조심스럽게 식당으로 걸어갔다.배인호는 처음부터 끝까지 허지영의 존재를 무시했고, 밤새 잠을 자지 않은 듯 턱에는 푸릇푸릇한 수염이 자랐고 눈은 약간 충혈되어 매우 피곤하고 짜증이 난 것같은 모습이었다.하지만 허지영은 감히 더 물어볼 수 없었고 물어보아도 대답도 안 해줄 것을 알고 있었다.그날부터 허지영은 배씨 가문의 사모님이 되었고 철저한 장식품이 되었다. 배인호는 심지어 결혼전 보다도 더 차갑게 굴었으며 종종 집에 오지 않았다.허지영은 신혼집 인테리어에 모든 심혈을 기울였고 청담동이라는 곳에 있는 별장이 바로 그녀와 배인호의 신혼집이었다. 기초 공사는 거의 끝마쳤지만 가구와 같은 인테리어도 천천히 골라야 했다.허지영은 6개월이라는 시간을 들여 청담동 별장을 꿈의 신혼집 모습으로 장식해 놓았다. 그녀는 배인호가 돌아오리라 생각했지만, 이 아름다운 집은 결국 그녀의 외로운 결혼의 무덤이 되어버렸다.“결혼한 지 얼마 됐다고 벌써 5명이나 스캔들이 생겨? 영아, 너 진짜 잘 참는다!”박정아의 전화 10통 중 9통은 배인호의 뒷담화였다.“그거 다 보여주기식일 거야.”허지영은 사실 배인호가 자신을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을 마음속으로는 잘 알고 있었지만, 마치 자기의 가련한 자존감을 지키려는 듯 배인호의 편을 들어주었다.인정하는 순간, 모든 것이 끝날 것만 같아서 허지영은 끝내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하루 또 하루, 한 해 또 한 해가 지나면서 허지영은 혼자 청담동에서 망부석이 된 것만 같았다. 마치 웃음거리인 것처럼 다들 그녀에 대한 기억은 점점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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