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Chapter 551 - Chapter 560

693 Chapters

제551화 신분을 확인하다

정아는 유유히 한숨을 쉬더니 더 이상 이 문제를 물고 늘어지지 않았다.노성민 하나라도 골머리를 앓는 정아가 내 일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을 것이다. 그래도 정아는 내게 한 가지를 더 말해주었다.“세희 전 남친 이모건 말야. 그 사람 엄마 영국에서 어떤 신분인지 알아? 아니다. 이모건 외가 쪽 사람들이 무슨 일 하는지를 물어보는 게 더 정확하겠네.”정아가 비밀스럽게 말했다.“뭐 하는데?”나도 조금 궁금했다. 나는 이모건도 잘 모르는데 외국에 있는 이모건의 모친에 대해서는 더 아는 게 적었다.하지만 소문은 들은 적 있다. 이모건과 그의 형님은 배다른 형제지 친형제가 아니라는 것이다.즉 이모건의 아버지가 재혼하면서 이모건의 엄마를 만난 것이다.“보이는 사업과 안 보이는 어두운 사업도 있대…”정아는 톡 까놓고 얘기하지는 않았지만 그 말속에서 대략 어떤 상황인지 알 수 있었다.이모건의 외가 쪽이 영국에서 지하 세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나는 전에 세희가 나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고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이모건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이라고 했는데 지금은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았다. 만약 진짜 그런 집안이라면 이모건이 좌우지할 수 있는 일이 적을 것이다.영국은 국내도 아니고 사는 환경도 완전히 다르다. 세희는 그동안 법치 사회에서 지내면서 별걱정 없이 화분에서만 자라던 꽃과도 같았다. 목숨을 걸고 한 일이라 해도 열심히 일하는 워커홀릭 정도인데 이모건의 생활에 스며들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이건 나라도 받아들이기 힘들다.“이제 둘은 완전히 끝난 거겠지? 너는 어떻게 알았어?”나는 정아에게 물었다.“하늘도 참 무심하시지. 이모건을 끊어내고 싶은데 업무가 있어서 다시 영국으로 갔어. 가서 폭주족에게 당했대. 사람은 안 다쳤는데 가방을 잊어버렸다 그러더라고. 안에 중요한 서류도 많은데. 그래서… 이모건이 찾아다 줬대.”정아가 어이없다는 듯 손사래를 쳤다.나는 가끔 하늘의 월하노인이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정신이 흐릿해진 게 아닌가 싶었
Read more

제552화 너는 짐이 아니야

나는 빠르게 전화를 끊었다. 빈이의 얼굴을 보니 아무것도 대답할 수가 없었다.아까 한 말 들은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아니야, 아빠가 일이 있어서 병원에 못 올 것 같대. 그래서 나한테 전화한 거야.”나는 아무 이유나 찾아서 대충 둘러댔다. 이렇게 잔인한 사실을 빈이에게 알려주고 싶지 않았다.빈이는 못 믿는 눈치였지만 그래도 너무 신경 쓰지는 않았다. 다행히 나와 배인호의 대화를 못 들은 것 같았다. 빈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얌전하게 대답했다.“알았어요. 아빠 바쁘니까 보러 안 와도 괜찮아요.”나는 목구멍에 뭐가 걸린 것처럼 답답했다. 왜 하늘은 항상 사람을 이렇게 골탕 먹이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배인호는 빈이가 친자가 아니라는 걸 알면서 왜 바로 민설아에게 돌려보내지 않고 빈이의 치료를 계속 책임지겠다고 했는지 모르겠다.“빈아, 먼저 방에 들어가 좀 쉬고 있어. 아줌마 나가서 뭐 좀 사고 들어올게. 응?”나는 풀리지 않은 의문이 몇 개 더 남아 있었다. 그래서 먼저 빈이를 챙겼다.빈이는 “네”하고 대답하더니 아무것도 더 묻지 않고 얌전하게 병실로 돌아갔다. 나는 빠른 속도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래로 내려가며 다시 배인호에게 전화를 걸었다.배인호는 여전히 빨리 받았다. 내가 다시 물었다.“아까 한 말 무슨 뜻이에요? 전에 의사가 잘못 본 거라 하지 않았어요? 근데 왜 빈이가 친자가 아니라고 확신하는 거예요?”“친자 감정 세 곳에 맡겼는데 병원에서만 결과가 잘못됐다 그러고 다른 두 곳은 일치한 결과가 나왔어? 이게 무슨 뜻일 거 같아?”배인호는 덤덤한 말투로 말했다. 누구든 이런 일이 벌어지면 분노하면서 받아들이기 힘들어 할 것이다. 하지만 배인호의 반응이 의외였다.까발리지도 않고 화도 내지 않았다. 그저 티 나지 않게 빈이를 멀리했을 뿐이다. 태도가 완전히 차갑게 식어버렸다.배인호의 성격과는 상반되는 행동이라 수상함을 조금 느꼈다.“그럼 이제는 빈이한테서 손 떼겠다는 건가요?”내가 진지하게 물었다.“그럴 거라면 민설아
Read more

제553화 별수 없는 선택

빈이는 울다가 지쳤는지 잠이 들었다.나는 빈이가 자는 틈을 타서 깔끔하게 떠나려고 했는데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이우범이 전화를 걸어와 잠긴 목소리로 물었다.“어디예요?”“왜요?”내 기억이 맞는다면 나는 그에게 간호인을 불러주고 병원비도 넉넉하게 선불했을 텐데 말이다.“지금 이런 상황인데 와서 돌봐주거나 얼굴이라도 보러와야 하는 거 아니에요?”이우범이 되물었다.나를 구하려다 다쳤고 병원에 누워 고생하는데 보러 가서 챙겨줘야 하는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상대가 이우범이라 단둘이 있고 싶지 않았다.‘우범 씨가 다친 거 민설아는 모르는 건가? 왜 가서 도와주지 않는 거지? 우씨 집안 사람들도 모르고 있는 건가?’나는 많은 의문이 들었지만 물어보지는 않았다. 그러고는 대충 핑계를 찾아 둘러댔다.“지금은 시간 없어요. 시간 나면 보러 갈게요.”“지영 씨가 불러준 간호인 여자분이에요. 샤워하고 싶은데 불편하지 않을까요?”이우범이 다시 말을 이었다.나는 자기도 모르게 쏘아붙였다.“그래서요? 내가 씻어주기라도 해야 하는 건가요?”이우범이 몇 초간 침묵하더니 담담하게 한 글자로 대답했다.“네.”나는 어이가 없었다. 나는 여자가 아닌가?“그 부분은 나도 도울 수 없네요. 남자 간호인으로 바꿔줄까요?”나는 이렇게 대답했다.“좋죠. 근데 이 일은 지영 씨가 직접 와서 처리해 줘야 해요. 나는 지금 부상자라.”이우범은 내 제안을 흔쾌히 수락했지만 나더러 직접 병원으로 가서 처리하라고 했다.나는 시간을 확인했다. 지금 건너가기엔 너무 늦은 것 같았다.“내일 갈게요. 오늘은 일단 참아요.”“오늘 꼭 샤워해야겠어요. 몸에 핏자국이 있어서요. 일단 건너와요.”이우범은 원래 결벽증이 있는 사람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샤워도 못 하게 하면 고문이나 다름없었다.나는 시간을 계산했다. 지금 건너가서 일 처리를 하고 돌아오면 적어도 세 시간이 걸린다. 그러면 이미 밤이 늦은 시간이다.나는 아까 빈이를 울린 게 후회되었다. 어찌 됐든 나는 일단 그를 더
Read more

제554화 정체를 알 수 없는 알약

나는 이우범의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그의 상처에 약을 발랐다. 이런 부분에서 솜씨가 없는지라 그냥 봐줄 만하면 된다고 생각했다.“왜 아무 말도 안 해요?”내가 조용해지자 이우범이 오히려 캐물었다. 이 부분에 대해 나와 명확히 하고 싶은 것 같았다.“무슨 말을 하겠어요? 애초에 그런 선택을 할 때부터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했어야죠. 인호 씨는 우범 씨에게 제일 좋은 친구였잖아요. 먼저 그 관계를 깬 건 우범 씨에요.”나는 차갑게 쏘아붙이고는 차키를 집어 들었다.“용건 끝났으면 갈게요. 입원해 있는 동안 모든 비용은 내가 책임질게요. 뒤에 비용 청구해요. 모자라면 보태고 남으면 돌려줘요.”나는 이 말을 뒤로 몸을 돌렸다.하지만 이우범은 나를 다시 불러세웠다.“지금 나 되게 밉죠?”나는 걸음을 멈추고 그를 돌아봤다. 마음이 복잡했다. 몇 마디로 설명할 수 없었다. 이우범을 싫어하는 건 아니고 그냥 깊은 실망과 함께 그를 경계하고 있을 뿐이다.아마도 내 눈빛이 너무 슬펐는지 이우범은 시선을 거두고 고개를 살짝 떨어트렸다. 나는 그의 표정을 볼 수 없었고 그저 까만 머리카락으로 꽉 찬 정수리만 보였다. 전보다 머리가 좀 긴 것 같았고 이마와 귓가에 드리워져 있었다. 조금씩 드러난 피부는 까만 머리에 더 뽀얗게 보였다.‘이렇게 잘생긴 외모에 어떻게 그렇게 어두운 마음이 숨겨져 있을까?’나는 이해가 되지 않았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다.“처음부터 그냥 좋은 친구가 되고 싶었어요. 그러다 좋은 남자라는 걸 알게 됐고요. 당신을 좋아하지 못한 건 내 손해에요. 우범 씨를 미워한 적은 없어요. 이것만은 믿어줘요. 그냥 내 기대가 너무 높아서 그런지 실망도 크더라고요.”나는 이 말을 남겨놓고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병실에서 나왔다.밖은 보슬비가 내리고 있었다. 지금 내 마음처럼 이루 말할 수 없었고 잔잔한 차가움이 서려 있다.나는 병원 입구에서 몇 분 더 서 있었다. 늦은 밤, 보슬비가 바람을 타고 불어와 내 몸에 내렸다.작은 빗
Read more

제555화 대가 끊길 운명

빈이가 직접 샀을 리는 없다. 하지만 빈이는 민설아가 준 게 아니라고 딱 잡아뗐다. 나는 김미애에게 알약을 잘 넣어두라고 하면서 전문의를 찾아 무슨 약인지 알아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빈이는 켕기는 게 있어서 그런지 불안해했다. 하여 다시 침대로 돌아가 이불을 뒤집어쓰고는 김미애와 나를 피했다.“아주머니, 일단 저희도 먼저 쉬어요.”병실에는 간호용 침대가 한 장밖에 없었지만 다행히 사이즈가 커서 나와 김미애가 자기에 넉넉했다. 김미애는 고개를 끄덕였다.밤새 빈이는 잠에 들지 못했다. 내가 눈을 뜰 때마다 그가 몰래 이불속에서 머리를 빼 들어 나와 김미애를 보다가 내가 깬 걸 발견하고 다시 이불을 뒤집어쓰는 걸 보았다.나도 빈이가 걱정되어서인지 잘 자지 못했다. 아침에 일어나니 온몸이 찌뿌둥했다. 김미애도 안색이 좋지 않았다. 아마 나와 같은 상황인 것 같았다.의사가 진찰하러 왔다가 김미애를 보고는 빈이에게 장난쳤다.“빈아, 할머니 오셨네. 전에 할머니 보고 싶다 했었잖아. 오늘 보니까 좋지?”김미애의 표정이 살짝 난감해 보였다. 지금 다른 사람들은 빈이가 배인호 친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모른다. 하여 김미애를 아직도 빈이 할머니라고 여겼다.빈이는 김미애를 힐끔 보더니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할머니가 나 보러 와서 너무 좋아요!”맑은 목소리는 거짓 하나 없이 매우 성실했다. 눈동자를 반짝이며 김미애를 쳐다봤고 기분이 매우 좋아 보였다. 어제 몰래 약을 먹은 사실을 들키지만 않았으면 아마 김미애의 품으로 파고들었을 것이다.의사는 빈이와 몇 마디 더 주고받고 병실에서 나갔다.빈이의 눈동자는 계속 김미애를 향해 있었다. 의사가 가자 그제야 용기를 내서 김미애의 손을 잡고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할머니, 정말 보고 싶었어요. 할아버지는 왜 같이 안 왔어요?”김미애는 나를 힐끔 쳐다봤다.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모르는 눈치였다. 사실 배건호는커녕 김미애도 오지 말아야 했다.내가 얼른 해명했다.“빈아, 할아버지는 바빠서 할머니만
Read more

제556화 다시 파문을 일으키다

“위장이 안 좋으면 꼭 휴식을 잘해야 해.”나는 세희가 문지르는 곳을 보며 갑자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근데 너, 생리는 제때 와?”내 말을 들은 세희가 멈칫하더니 이내 다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전혀 감추려는 기색이 없었다.“당연하지, 며칠 전에 왔었어.”나는 그제야 한시름 놓았다. 이 상황에 임신이라도 하면 이모건을 끊어내기 더 어렵게 된다.나는 진지한 말투로 당부했다.“지금 이모건 씨랑 어떤 사이인지 몰라도 잠자리를 가질 때 꼭 피임은 해야 해. 성인 남녀 사이는 끝내고 싶으면 언제든지 끝낼 수 있지만, 애가 생기면 엄청 시끄러워져.”“하하, 그래, 그래, 알겠어. 내가 바보인 줄 알아? 매번 열심히 하고 있어. 나도 나이를 이만큼 먹었는데 이만한 지식은 있지.”세희는 내 어깨를 톡톡 치더니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내가 맞선 성공해서 약혼하면 알려줄게. 요새 나도 바빠서 너희들이랑 만나지도 못했네. 언제 시간 되면 한번 모이자.”“그래.”나는 이렇게 말하며 손으로 오케이 표시를 했다.이때 세희의 핸드폰이 울렸다. 세희는 누군지 확인하더니 표정이 살짝 변했다. 나는 바로 이모건임을 눈치챘다.아니나 다를까 세희는 핸드폰을 내게 보여주며 말했다.“난 모건 씨가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어. 사실 영국에서 이미 약혼녀도 있거든. 엄마가 찾아준 사람인데 아빠는 국내에서 찾기를 바란대. 남자들이 그렇지 뭐. 내 여자보다 다른 여자가 궁금한 거. 웃기지 않아?”이모건이 약혼녀가 있을 은 몰랐다. 진짜 쓰레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그럼 더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겠네. 절대 마음 약해지지 마.”나는 세희에게 힘을 불어넣어 주려 했다.“그래. 모 아니면 도지. 하루라도 빨리 맞선을 봐야겠어. 그래도 안 되면 절에 들어가서 비구니가 될 거야. 속세를 벗어나는 거지.”장난까지 치는 걸 봐서는 아직 상태가 괜찮다는 것이다.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와 몇 마디 더 주고받고는 헤어졌다.빈이가 있는 병실로 돌아오자 김미애는 아직 가지 않고
Read more

제557화 나쁜 소식

순간 배인호 아버지 배건호는 많은 사람의 질책과 비웃음을 받았다. 사실 재벌가 수장으로서 애인 몇 명 두는 것쯤은 일도 아니었다. 사람들은 다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배건호는 예전부터 대외로 일편단심이라는 이미지를 보여줬기에 일단 무너지면 바로 우스워질 수밖에 없다.병원에서 나간 지 얼마 되지 않는 김미애가 떠올라 불안해졌다.많은 네티즌이 김미애를 동정했지만 김미애는 배건호를 굳게 믿고 있는 상태기에 지금처럼 동정과 비웃음이 섞인 태도를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다.나는 핸드폰을 끄고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 일에서 내가 도울 수 있는 건 없었다. 배인호가 해결하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건 일단 빈이를 돌보는 것이다.——배인호는 제주로 돌아갔는지 아니면 우지훈 일을 해결하고 있는지 꼬박 이틀을 병원에 오지 않았고 연락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그때 내게도 나쁜 소식이 들려왔다.엄마가 내게 전화를 걸어와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지영아, 너희 아빠 검사 결과 나왔는데 글쎄... 글쎄...”“뭐래요?”순간 마음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엄마는 몇몇 안 좋은 상황을 제외하고는 쉽게 눈물을 보이는 사람이 아니었다.“전에는 담배를 별로 태우지 않았는데 출소하고 나서부터 담배를 손에 놓지 않더라고. 근데 얼마나 지났다고 갑자기 폐암이야.”이 말을 하는 엄마는 이미 통곡하고 있었다.나는 머리에서 폭탄이라도 터진 듯 하얘졌다.폐암이라니, 암이라는 글자는 누구든 매우 무섭게 느껴질 것이다. 아빠는 평소에 작은 질병이 있긴 했지만 종래로 크게 아프신 적은 없었다. 나는 그가 암이라는 글자와 엮이게 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엄마, 검사 결과가 잘못된 거 아니에요? 아빠 몸 상태 지금까지 괜찮았잖아요. 엄마보다 더 건강했는데 갑자기 암이라니요?”내 목소리도 떨리기 시작했다. 현재 나의 제일 큰 염원은 아빠 엄마가 건강하고 로아와 승현이가 무탈하고 행복하게 자라는 것이었다.하지만 야속한 하늘은 또 나를 골탕 먹이고 있
Read more

제558화 함부로 관계를 설정하다

배인호는 내 말을 자르더니 말했다.“빈이를 토론하려는 게 아니잖아. 난 지금 너한테 무슨 일이 있는 건지 물은 거야.”“우리 집 일은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으니까 신경 쓰지 마요. 그냥 나 대신 빈이 기분 좀 달래준다고 생각해요.”나는 배인호에게 알려주고 싶은 생각이 아예 없었다. 서둘러 이렇게 말하고는 배인호 옆으로 지나가려 했다.배인호가 따라오더니 나를 잡았다.“네 일인데 왜 나랑 아무 상관이 없어?”“원래부터 아무 상관이 없었어요. 인호 씨 나 진짜 빨리 가봐야 해요. 무슨 일 있으면 다음에 얘기해요.”배인호를 밀쳐내다가 곁눈질로 민설아를 발견했다.그녀 옆에는 우지훈도 함께였고 둘 다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우지훈이 한발 먼저 다가오더니 덤덤한 태도로 배인호에게 인사를 건넸다.“인호야.”요 며칠 우지훈이 미친 듯이 폭로하는 바람에 배씨 집안 다시 어수선해졌다. 배인호의 표정은 좋을 리가 없었다. 눈빛은 냉정함과 역겨움으로 가득했다.나도 우지훈을 매우 싫어했다. 뒤에 서 있는 민설아를 보자 빈이가 먹던 까만색 알약이 생각났다. 빈이에게 아무 약이나 먹이지 말라고 경고하고 싶었다. 하지만 빈이의 친모는 민설아다. 내가 경고하는 건 타당하지 않은 것 같았다. 게다가 그 알약의 성분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빈이 몸에 나쁜지도 아직 명확하지 않다.민설아도 이쪽으로 걸어오더니 나를 힐끔 쳐다보고는 이내 시선을 배인호에게 고정했다. 배인호를 바라보는 눈빛에서 아쉬움이 잔뜩 묻어났다.“저는 먼저 갈게요.”나는 이 두 사람과 더 시간 낭비하기 싫어서 배인호에게 이렇게 말하고는 자리를 뜨려고 했다.“허지영 씨, 왜 내 아이를 빼앗아 가는 거죠?”민설아의 말에 나는 다시 걸음을 멈췄다.나는 민설아가 한 말이 너무 우스웠다.‘도대체 어쩌자는 거지?’배인호가 호통쳤다.“닥쳐!”“인호 씨, 만약 계속 허지영 씨를 사랑한다면 내가 빈이를 데려가겠다고 할 때 보내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 우리를 빨리 정리하고 허지영 씨를 잡았어야죠.”민설아는 내게
Read more

제559화 치료를 거부하다

“네, 엄마도 푹 쉬세요. 내일 같이 병원 가서 의사 선생님과 잘 토론해 봐야 할 것 같아요.”나는 엄마의 손을 잡고는 어깨에 기댄 채 부드러운 목소리로 위로했다.엄마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억지로 웃음을 지어 보였다. 나는 엄마와 천천히 위층으로 올라갔다. 엄마가 방으로 들어간 걸 확인하고 나서야 나도 내 침실로 향했다. 로아와 승현이가 아기용 침대에서 쌔근쌔근 단잠을 자고 있었다.깊게 잠든 아이의 얼굴은 귀여우면서도 단순했다. 하지만 그들에겐 아빠도, 할아버지, 할머니도 없었다. 외할아버지, 외할머니가 아껴주는 것도 좋지만 이것마저 어떻게 될지 모른다.나는 엄마 아빠가 없다면 어떤 모습일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내 아이가 외할아버지, 외할머니를 잃는 것도 싫었다.“아가야, 우리 꼭 좋아질 거야. 그렇지?”나는 로아와 승현이의 볼에 뽀뽀하고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승현이의 입꼬리가 갑자기 올라갔다. 무슨 좋은 꿈이라도 꾸는지 귀엽고 달콤한 미소를 지었다. 이 미소에 내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 같았다. 이 모든 상황을 직면할 용기와 동력도 같이 생기는 것 같았다.나는 샤워를 하고는 억지로 잠을 청했다. 하지만 걱정이 많아서 그런지 서너 시간밖에 자지 못했고 날이 밝자 바로 침대에서 일어났다.“로아야, 승현아, 너희들도 왜 이렇게 빨리 깨어났어?”아기용 침대에서 뽀얗고 포동포동한 손이 불쑥 튀어나오더니 이내 발까지 보였고 발을 계속 버둥대는 모습이 말캉하고 귀여워 보였다.나는 그쪽으로 다가가 직접 확인했다. 로아와 승현이는 나를 보더니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나를 알아보는 건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둘 다 기분이 좋아 보였다.아줌마가 문을 열고 들어와 내게 인사를 건넸다. 아줌마는 로아를, 나는 승현이를 안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아줌마는 로아와 승현이의 기저귀를 갈아주고 우유를 타 주고는 정원으로 나가서 맑은 공기를 마시게 했다.날씨가 춥긴 했지만 많이 껴입혔기에 별로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이때 엄마 아빠가 위층에서 내려왔다. 심리 작용인지는
Read more

제560화 악독한 어머니

엄마 말을 듣고 나니 나는 아빠가 무슨 걱정을 하는지 이해가 갔다. 나라도 무서울 것이다. 사람이라면 다 느끼는 감정이다.나도 전생에 유방암으로 죽었다. 하여 이번 생에도 그 병을 끔찍하게 두려워한다. 가슴에 조금이라도 통증이 느껴지면 바로 병원으로 달려가 검사했고 작은 문제라도 있으면 시간과 공을 들여 치료하려고 했다.“엄마, 일단 우리 둘이 방법을 생각해서 이런 심리적인 장애를 극복하게 해야 해요. 아빠 같은 상황은 치료를 빨리하면 할수록 좋아요. 더 끌면 리스크가 점점 더 커질 거예요.”나는 엄마에게 이렇게 말했다.“응, 알아, 나도 잘 타이를 거야.”엄마도 표정이 어두웠다. 엄마는 나보다 더 아빠의 건강을 걱정하고 있을 것이다. 오랫동안 살을 나눈 정도 있고 이 나이가 되어 누가 갑자기 먼저 세상을 떠나기라도 하면 남은 그 사람은 정말 큰 타격을 받을 것이다.이때 아줌마가 웃으며 로아를 안고 들어와 말했다.“작은 아가씨 엄마가 온 줄 알고 있나 봐요. 오늘은 내가 안아주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네요.”나는 핑크색 스웨터를 입은 녀석을 보고는 얼른 손을 뻗어 아줌마의 품에서 건네받았다. 로아는 이미 허리가 조금 발달한 상태라 내 팔에 앉혀도 별로 흔들리지 않았다. 그저 다른 손으로 로아의 어깨만 살짝 받쳐주면 된다. 인형처럼 예쁜 얼굴로 내게 가까이 다가오자 나는 분유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승현이는요?”나는 로아에게 뽀뽀하고는 아줌마에게 물었다.“작은 도련님은 자고 있어요.”아줌마가 대답했다.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아줌마에게 먼저 내려가 보라고 했다. 나와 엄마는 거실에서 로아와 놀아줬다. 한참 후 아빠가 위층에서 내려오더니 예상 밖으로 배인호에 관한 일을 물었다.그는 핸드폰을 내게 건네주며 말했다.“배씨 집안 요새 왜 이렇게 어수선해?”핸드폰을 건네받아 내용을 확인해 보니 어제 내가 병원에서 나간 후 배인호와 이우범 사이에 충돌이 있었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배인호가 직접 우지훈에게 손을 댄 게 아니라 보디가드를 시켰다.
Read more
PREV
1
...
5455565758
...
70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