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555화 대가 끊길 운명

빈이가 직접 샀을 리는 없다. 하지만 빈이는 민설아가 준 게 아니라고 딱 잡아뗐다. 나는 김미애에게 알약을 잘 넣어두라고 하면서 전문의를 찾아 무슨 약인지 알아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빈이는 켕기는 게 있어서 그런지 불안해했다. 하여 다시 침대로 돌아가 이불을 뒤집어쓰고는 김미애와 나를 피했다.

“아주머니, 일단 저희도 먼저 쉬어요.”

병실에는 간호용 침대가 한 장밖에 없었지만 다행히 사이즈가 커서 나와 김미애가 자기에 넉넉했다. 김미애는 고개를 끄덕였다.

밤새 빈이는 잠에 들지 못했다. 내가 눈을 뜰 때마다 그가 몰래 이불속에서 머리를 빼 들어 나와 김미애를 보다가 내가 깬 걸 발견하고 다시 이불을 뒤집어쓰는 걸 보았다.

나도 빈이가 걱정되어서인지 잘 자지 못했다. 아침에 일어나니 온몸이 찌뿌둥했다. 김미애도 안색이 좋지 않았다. 아마 나와 같은 상황인 것 같았다.

의사가 진찰하러 왔다가 김미애를 보고는 빈이에게 장난쳤다.

“빈아, 할머니 오셨네. 전에 할머니 보고 싶다 했었잖아. 오늘 보니까 좋지?”

김미애의 표정이 살짝 난감해 보였다. 지금 다른 사람들은 빈이가 배인호 친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모른다. 하여 김미애를 아직도 빈이 할머니라고 여겼다.

빈이는 김미애를 힐끔 보더니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할머니가 나 보러 와서 너무 좋아요!”

맑은 목소리는 거짓 하나 없이 매우 성실했다. 눈동자를 반짝이며 김미애를 쳐다봤고 기분이 매우 좋아 보였다. 어제 몰래 약을 먹은 사실을 들키지만 않았으면 아마 김미애의 품으로 파고들었을 것이다.

의사는 빈이와 몇 마디 더 주고받고 병실에서 나갔다.

빈이의 눈동자는 계속 김미애를 향해 있었다. 의사가 가자 그제야 용기를 내서 김미애의 손을 잡고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할머니, 정말 보고 싶었어요. 할아버지는 왜 같이 안 왔어요?”

김미애는 나를 힐끔 쳐다봤다.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모르는 눈치였다. 사실 배건호는커녕 김미애도 오지 말아야 했다.

내가 얼른 해명했다.

“빈아, 할아버지는 바빠서 할머니만
Locked Chapter
Continue to read this book on the APP

Related chapters

Latest chapter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