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의 모든 챕터: 챕터 1241 - 챕터 1250

1405 챕터

제1241화

다행히 바닥에 이불이 두 겹이라 지아는 넘어져도 아프지가 않았다.하지만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러 올라 자기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고 있었다.‘인간 말종 아니야? 어떻게 저딴 남자가 있을 수 있지?’가장 기본적인 도덕도 한대경에게 없는 것만 같았다.한대경은 얼굴이 빨개진 지아를 한 번 힐끗 보고서 불난 집에 부채질을 했다.“불 끄고 자.”‘대박이다! 인간이라고 표현하고 싶지도 않아!’화가 치밀어 오르긴 했지만, 그대로 불을 끄러 갔다.캄캄한 밤을 뚫고 한대경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나 꽤 예민하다. 자고 있어도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바로 두말없이 상대 목부터 비틀 수 있어. 내일 아침에 우리 살아서 만나자.”그 말에 지아는 괴상 야릇하게 대답했다.“어머, 대단하시네요. 그냥 눈 뜨고 자지 그래.”“허허.”지아는 그를 등지고 눕고서 이불까지 덮었다.비록 지금 마음과 같아서는 침대 머리맡에 있는 서랍장을 열어 보고 싶은 심정이다.안에 반지가 들어있는지에 대해서 말이다.그러나 절대 방심하면 안 된다고 지아는 자기를 일깨워주었다.어제 밤을 새운 데다 엊그제 내내 달려온 관계로 지아는 꽤 피곤해서 바로 잠에 들었다.적어도 지금은 한대경이 그녀를 해치지 않을 것이다.그렇지 않고서야 굳이 이불까지 준비해 줄 필요는 없었을 테니 말이다.차차 평온하게 숨을 내쉬는 것을 듣고서 한대경은 속으로 웃었다.‘그렇다고 저렇게 속도 없이 자는 거야?’창문을 뚫고 들어오는 불빛을 통해 바닥에 누워있는 지아의 모습을 어슴푸레 볼 수 있었다.지아는 지금 마치 작은 고슴도치처럼 온몸을 웅크리고 있다.그렇게 조용한 밤이 흘러 지나갔다.아침이 밝아오자, 지아는 문뜩 눈을 뜨고 일어났다.그녀가 깨난 것을 느끼고 한대경 역시 침대에서 일어났다.지아가 자고 있는 곳을 밟고서 옷을 입기 시작했다.지아는 눈 뜨자마자 한대경의 단단하고 길쭉한 다리와 함께 남자다움이 넘치는 털을 보게 되었다.위로 서서히 시선을 돌려보니 검은색 팬티에 그곳의 윤곽까지 선명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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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2화

침실은 크지 않고 공기 중에 옅은 물기가 자욱했다.지아는 눈길을 돌리고 말했다.“너한테 포로로 잡혀 온 뒤로 며칠 동안 씻지도 못했어. 좀 씻고 싶어.”“씻어.”한대경은 아주 심플하게 대답했다.지아는 눈살을 찌푸리면서 말했다.“갈아입을 옷이 없어.”한대경은 마침내 지아가 꿈에 그리던 서랍장을 열었다.그 속에는 트렁크 하나만 있었고 모두 한대경의 일상복이었다.‘한 나라의 주인이 맞긴 한 거야?”지아는 같은 자리에 있는 부남진을 떠올리게 되었다.다 같은 지위에서 부남진은 무엇이든 최고만 따지고 가장 좋은 것만 쓰고 먹고 하니 말이다.옷도 브랜드 로고가 없지만, 유명 디자이너가 한 땀씩 직접 만든 옷만 입고 다닌다.지아는 한대경 트렁크에 들어 있는 옷을 힐끗 보았는데, 코트 두 벌, 반팔과 바지 몇 벌이 전부였다.그중에서 한대경은 잡히는대로 꾸깃꾸깃한 반팔과 바지를 집어 지아에게 던졌다.“대충 입어.”미치고 팔짝 뛸 지아였다.‘여행하러 온 거야?’‘엄청 대단한 사람이라면서... 근데 왜 남자 기숙사에 들어온 것 같지?’“이걸 내가 어떻게 입어...”이윽고 한대경은 바로 티셔츠를 친히 끼워주었다.“이렇게 입어.”“...”지아는 어이가 없었다.‘내가 설마 옷 입을 줄 몰라서 물어봤겠어?’“여기 운영하고 있는 매점이 없어. 일단 대충 입고 있어. 신경 쓰이면 여자 옷 몇 벌만 빼앗아 오라고 할게.”도윤이가 무척이나 그리운 지아였다.도윤은 늘 말하지 않아도 모든 걸 챙겨주는 남자였으니 말이다.그리고 지금 눈앞에 있는 한대경은 평생을 혼자 보낼 것이 분명해 보였다.지아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푹 숙이고 옷을 챙겼다.적어도 알몸으로 있는 것보다 낫고 날씨도 좋고 하니 옷도 바로 마를 수 있을 것 같았다.욕실로 들어가자마자 지아는 또다시 고개를 내밀고 물었다.“수건은?”“안에 있잖아.”“그건 네 수건이잖아.”“그래서?”검은색 바지로 갈아입은 한대경은 조금 전에 자기가 썼던 수건을 건네주었다.“자.”남은 수건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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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3화

얼마 지나지 않아 한대경이 성큼성큼 들어와 지아를 향해 손짓했다.“이리와. 네가 나설 시간이야.”지아는 오늘 매우 순종적으로 아침 일찍부터 약을 준비해 놓았었다.“옷 벗어.”“벗겨.”“하여튼 게을러!”지아는 푸념하면서 외투 지퍼를 내리기 시작했다.한대경의 팔에 있는 상처쯤으로 왔을 때, 동작이 보다 느려지고 조심스러워졌다.한 손으로 소매를 살짝 잡아당기고 다른 한 손으로 굵고 튼튼한 그의 팔을 가볍게 눌렀다.살짝 그을린 피부에 지아의 하얀 손가락이 닿자, 그토록 선명한 대비를 보일 수가 없었다.‘여자 손은 다 이렇게 작고 하얀 거야?”지아의 손길에 닿자, 한대경은 말랑말랑한 느낌이 들었다.이윽고 바로 그때 지아의 엉덩이를 때렸을 때의 촉감이 떠올랐다.그때도 역시나 이처럼 말랑말랑했던 것 같았다.지아는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른 채 평소처럼 약을 바꿔줬다.얼마 느끼지도 못했는데 지아는 바로 붕대를 새로 감아 주었다.한대경은 익숙한 듯 엎드려 지아가 머리에 침을 놓기를 기다리고 있었다.“허리도 아파. 침 다 놓고 마시지 좀 해 봐. 의사니까 혈자리에 대해서 잘 알고 있을 거 아니야.”지아는 잔뜩 어두워진 얼굴로 이를 악물었다.‘그래... 내가 참고 만다...’하지만 자기도 모르게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어디 한 번 맛 좀 봐!’“밥 안 먹었어? 좀 더 힘 써 봐.”“...”지아는 순간 이곳으로 팔려 온 머슴인지 임무를 수행하러 온 사람인지 헷갈렸다.한대경은 그 작은 손의 온도를 느끼면서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갔다.사실 힘도 적당했고 모든 혈자리도 정확하게 눌러서 편안하고 좋았다.지아의 작은 손은 매끄럽고 하얀 것이 자기와 정반대라고 생각하기도 했다.실은 전에 약을 바꿔줄 때 몰래 흘겨본 적이 있는데, 껍질을 벗긴 달걀처럼 부드럽고 희고 매끄러운 감이 단번에 들었었다.한대경 역시 지아의 신분이 불순하다고 의심한 적이 있으나 보통 총을 드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손에 굳은살이 있다.하지만 지아는 없었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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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4화

날이 채 밝기도 전에 한대경이 일어났다.지아는 순간 화장실에 널어놓은 빨래가 떠오르면서 바로 달려가서 치우려고 했으나 문은 이미 닫겨 있었다.‘망했어! 분명 봤을 거야!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나고 난리야!’ 지아는 거칠기 그지없는 한대경이라고 하더라도 남자 앞에서 자기 사적인 물건을 내놓고 싶지 않았다.화장실로 들어선 한대경은 문을 닫고 돌아서자 선반에 걸려 있는 흰색 레이스 속옷 세트를 보게 되었다.매끄러운 실크 소재에 옅은 레이스를 매치해 부드러움까지 더한 속옷이었다.처음으로 여자의 속옷을 보게 된 한대경이다.별거 아니지만, 머릿속에 순간 속옷 차림으로 서 있는 지아의 모습이 떠오르게 되었다.그날 밤 지아의 옷을 잡아당겼을 때도 반쯤 나온 가슴을 봤었다.순간 한대경은 자기도 모르게 침을 삼켰고 온몸에 열이 오르는 것만 같았다.이윽고 몸에서도 즉각 반응이 왔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한대경은 바로 샤워기를 열어 찬물에 몸을 적셔 몸을 식혔다.지아의 작은 손이 온몸 여기저기를 마사지해 줄 때의 화면과 촉감이 갑자기 떠오르면서 죽을 것만 같았다.밖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던 지아는 오늘 따위 유난히 샤워 시간이 길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마침내 욕실에서 나온 한대경은 머리만 빼곡 내놓고 온몸을 이불 속에 꽁꽁 숨겨둔 지아를 보게 되었다.한대경의 시선은 그녀의 얼굴에 떨어지게 되었다.냉정하게 말하자면 지아의 얼굴은 10점 만점에서 5점 정도밖에 안 된다.차분한 이미지만 있을 뿐 미인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다.조금 전 화장실에서 한 짓을 떠올리면서 한대경은 속으로 자신을 욕했다.‘저런 여자한테 반응이 일어나다니!’지아는 자기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한대경을 보고서 도통 영문을 알 수 없었다.참다못해 손을 들어 흔들더니 해석하기 시작했다.“그... 갈아입을 옷이 없어서 화장실에 널어 둔 것뿐이야.”한대경의 흰색 반팔 티셔츠를 입고 있는 지아의 팔이 소매 끝에서 살짝 드러났는데, 그 팔이 유난히 가늘고 하얗게 보였다. 그녀의 피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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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5화

순간 지아는 온몸이 얼어붙고 말았다.머릿속에는 갖은 해결책들이 번쩍이고 있었다.필사적으로 싸워봤자 승산은 얼마 있을까?설령 이 문밖으로 나갈 수 있다고 해도 밖에 있는 사람들한테 체포되지 않을까?자신이 너무 성급했다고 야단치고 싶은 심정이다.대전이 시작되기 전에 모든 걸 마치고 도윤 곁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에 섣불리 움직였던 것이다.‘어떡하지?’지아는 옷 한 벌을 꽉 잡아당기고 말을 다듬어 보려고 했다.‘믿어줄까?’한대경은 문을 열자 그의 반팔 티셔츠를 입은 지아를 보게 되었다.옷은 딱 마침 허벅지까지 중요한 그 부위를 가릴 수 있을 정도였다.매일 청바지를 입고 있던 지아의 두 다리가 모델 뺨칠 정도로 길고 하얗고 매끈할 줄은 몰랐다.검은 다리털로 뒤덮인 자신의 다리와 달리 발바닥까지 잡색이 없을 정도로 하얀 피부를 자랑하고 있으니 한대경은 서서히 넋이 나갔다.그리고 지금 지아는 아무런 이너도 입고 있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순간 온몸이 불타오르면서 한대경은 침을 삼켰다.애매한 분위기와 더불어 야릇한 불꽃까지 방 안 곳곳에서 터지는 것만 같았다.지아는 마음속으로는 무서워 죽을 것만 같았다.며칠 전 한대경이 사람을 마구 찔러 죽이는 장면이 자꾸 떠올랐다.지아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애써 덤덤한 척하고 말했다.“바지가 아직 안 말라서 그러는데 바지 좀... 너도 없고 그래서 함부로 뒤진 거야... 미안...”이 핑계는 완벽하지만 그가 믿는지 안 믿는지 봐야 한다.한대경은 한 걸음씩 지아를 향해 걸어왔다.지아는 점점 더 죽을 것만 같아 애꿎은 옷만 꽉 잡고 있었다.어느새 등에서 식은땀이 주르륵 흐르고 있었다.한대경은 어둡기 그지없는 얼굴로 천천히 다가왔는데, 저승사자가 따로없었다.이윽고 코 앞까지 다가온 한대경에게서 숨막히는 기운이 느껴졌다.그러나 그때 한대경은 갑자기 지아의 허리를 한 손으로 잡고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겼다.지아는 이미 필사적으로 달려들려고 했으나 갑작스러운 상황에 어리둥절하기만 했다.두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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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6화

한대경은 품에 안겨 있는 여인을 훑어보았다.정교하고 완벽한 쇄골이 한눈에 들어왔고 가슴의 윤곽까지 또렷하게 드러났다.지아는 그의 눈빛을 느끼고서 바로 밀어냈다.이윽고 재빠르게 침대에 뛰어올라 이불로 몸을 꽁꽁 가렸다.한대경은 순간 눈빛이 어두워졌고 손가락을 만지작거리면서 남아 있는 온기를 느꼈다.지아가 자기 손에서 빠져나간 것이 좀 허전하기도 했다.이불 속에 웅크리고 있는 지아를 보더니 한대경은 또다시 알 수 없는 그 느낌을 느끼게 되었다.한대경은 바로 시선을 돌리면서 말했다.“아무것도 아니야. 앞으로 내 물건에 함부로 손대지 마.”“두 번 봐주지는 않을 거야.”그 말을 하고서 한대경은 서둘러 떠났고 지아는 정신이 나갔다고 욕했다.그가 정말 떠난 것을 확인하고서야 지아는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온몸의 힘도 풀렸다.한대경의 팬티가 자기 손에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아차리고 바로 던져버렸다.서랍장 문도 상자도 모두 열려 있었고 한대경은 모두 그대로 가만히 두고 나갔다.만약 그 반지가 정말 안에 있다면 이렇게 방심할 수 없을 것이다.가지고 나오지 않았더라면 일이 꽤 복잡해졌을 텐데 말이야.지아는 바지를 돌려주는 김에 상자를 다시 뒤져봤다.역시나 개인용품 말고는 중요한 게 없었다.지아는 한숨을 내쉬면서 중얼거렸다.“역시나 쉬운 임무가 아니었어.”지아는 곧바로 머리를 빠르게 굴러보았는데, 반지가 아지트에도 없고 한대경에게도 없다면 혹시 떠나기 전에 그의 심복에게 맡긴 건 아닐까 생각도 들었다.보아하니 이곳에서는 찾아낼 수 없을 것 같았다.그뿐만 아니라 이제 곧 교전할 상황인데, 얼마나 더 머물지도 확신할 수 없었다.너무 오래 끌면 할아버지와 도윤이가 걱정해할 수도 있는데 말이다.지금으로서는 전쟁을 멈추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는 것 같았다.한대경와 같은 강한 성격으로 포기하는 것 불가능하니 도윤과 연락을 닿아 그쪽에서 멈추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핸드폰을 잃어버려서 도윤과 연락하려면 겹겹이 쌓인 포위를 뚫고 그를 찾아야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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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7화

이미 발각된 지아는 그를 멀리하는 척할 수밖에 없었다.“제발 그냥 가게 해줘.”“바보야, 앞으로 가면 A나라 구역인데 죽고 싶어?”도시 전체가 그들 양쪽의 세력에 의해 나뉘었던 것이었다.‘도윤이도 더 빨리 만나고 나한테는 좋은 상황이네.’지아는 마음을 먹더니 땅에서 돌 몇 개를 주었다.“미안해, 근데 나 꼭 가야 해!”이윽고 지아는 드론을 향해 돌을 던졌으며 드론을 조종하는 사람도 얼른 피할 수밖에 없었다.“더 던지면 너 확 죽여버린다!”지아는 몇 개나 던졌지만 모두 마치지 못했다.그때 손에 딱 한 개만 남아 있었는데, 실은 그 역시 연기였다.앞에 던진 돌은 모두 정체를 숨기기 위한 것이었고 마지막 이 순간이야말로 진정한 실력이었다.지아는 입가에 차가운 웃음을 지으면서 힘껏 던졌다.“잘 있어라! 변태야!”‘펑’ 하는 소리와 함께 드론이 땅에 떨어지고 화면이 꺼졌다.한대경은 미간을 찌푸리면서 욕설을 퍼부었다.“어디 감히!”“보스, 그냥 그대로 보내주시죠. 처음부터 이상한 여자인 것 같았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도 그냥 조심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적군에서 보낸 스파이일 수도 있고요...”“그럼, 앞으로 네가 치료해 줄래?”한대경은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소리쳤다.“반드시 데리고 와!”“하지만...”지아는 곧 다음 드론이 자기의 위치를 찾으러 올 것이며, 어떤 드론은 사람을 직접 공격하고 폭격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서둘러야 한다는 마음에 걸음을 재촉했다.“살려주세요.”그때 한 여인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지아는 발걸음을 멈추게 되었고 소리에 따라 시선을 돌렸다.도시가 하도 크니 대피하지 못한 사람이 있다는 것도 정상이다.하지만 시억이가 말했듯이 그깟 호의는 접어야 하는 게 맞았다.계속 걸음을 재촉하려고 하던 그때 여자의 소리는 더욱 허약하게 들려왔다.골목에 들어서자 배가 크고 온몸이 명품으로 도배된 여자가 벽에 기대어 주저앉아 있었다.산모인 것 같았고 바닥에 물자국이 있는 것을 보니 양수가 터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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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8화

지아는 힘겹게 소피아 왕비를 부축하고 떠났다소피아 왕비는 점점 상황이 악화되고 있었다.몇 분마다 진통에 자궁이 압축되면서 점점 사색이 되고 말았다.같은 여자로서 지아는 이 느낌을 너무 잘 알고 있다.지난 두 번의 출산 모두 조산이었고, 아이가 빨리 나와서 고생을 많이 했었으니 말이다.게다가 정상적인 출산이라고 하더라도 그 고통은 형언할 수 없을 정도이다.하지만 소피아 왕비 역시 현재 상황을 잘 알고 있기에 최선을 다해 지아와 함께 떠나려 하고 있다.지아는 어느 한 폭발된 가게를 찾았는데,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방에서 천 두 조각을 뜯어 일단 소피아 왕비 다리 밑에 깔았다.“여기서 기다려요. 금방 돌아올게요.”물자는 없지만 다행히 수원을 찾을 수 있었고 깨끗한 물을 받을 수 있었다.지아는 물을 끓이고 또다시 천을 찾아와서 깨끗하게 씻었다.“지금으로서는 이게 최선입니다. 조금만 참아주세요.”지아는 가능한 한 뜨거운 물로 소피아 왕비를 깨끗하게 닦아주고 아이가 태어날 때 감염되지 않도록 노력했다.그리고 일부러 책상과 걸상을 찾아 문을 막고 씻은 천을 소피아 왕비의 입에 물려주었다.“소리 내면 안 돼요. 아니면 사람들이 쏠리게 될 거예요.”소피아 왕비는 고개를 끄덕이며 협조했다.지아는 때때로 손을 씻고 손가락 넣어 확인했다.밖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리자, 지아는 소피아 왕비에게 눈짓을 건내고 힘겹게 참아냈다.통증은 점점 더 강해졌고 아이가 곧 나올 것만 같았다.“자, 힘주세요! 심호흡하시고요!”온몸이 땀범벅이 된 소피아 왕비는 최선을 다해 협조했다.사색이 되어버린 얼굴과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소피아 왕비.그렇다, 출산이라는 건 한번 죽다 살아나는 일이다.지아는 소피아 왕비의 손을 꼭 잡고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있는 한 두 분 다 안전할 겁니다.”소피아 왕비는 아파서 말도 못하고 입에 물고 있는 천만 더욱 꼭 물었다.지친 두 눈에는 지아에 대한 고마움이 가득했다.그리고 소피아 왕비는 자기도 모르게 지아의 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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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9화

진환은 진봉을 바라보며 말했다.“여기는 나한테 맡기고, 넌 얼른 가서 사람부터 찾아.”“형 조심해.”진봉은 걱정했지만, 그들에게 더 중요한 임무가 있어 몇 마디 당부하고 서둘러 떠날 수밖에 없었다.진령과 배신혁은 외나무다리에서 마난 원수와 같았다.둘 다 무기를 꺼내 들면서 이를 악물었다.“절대 살아서 가지 못할 거야!”“너야말로!”두 형제와 도윤의 병사는 여러 길로 나누어 성안을 샅샅이 뒤졌다.만약 소피아 왕비가 성안에서 죽는다면, 누구의 문제든 V국은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원래 시국이 이렇게 혼란스러운데 또 사고가 나면 정말 국제적인 혼전이 일어날 것이다.총성이 울리고 한대경은 다시 원래의 길로 돌아갔다.그는 갑자기 시체 옆에 물이 있다는 점이 생각났다.어렸을 때 그는 빈민굴에서 여자가 출산하기 전에 양수가 흘러나오는 것을 본 적이 있다.‘그래! 양수 흔적만 따라가면 찾을 수 있을 거야!’‘젠장! 이제서야 생각나다니!’그와 동시에 도윤도 그 시체와 그 옆에 있는 물을 발견했다.그는 몸을 웅크리고 만져보았는데, 양수라고 판단이 들었다.잠시 침묵하더니 어두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아직 살아 계셔. 가자.”출산을 앞둔 임산부가 어떻게 건장한 남자를 해치웠는지는 모르겠지만, 건장한 남자가 죽었고 그녀는 살아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 없이 가장 좋은 결과이다.성안에 1초만 더 있어도 위험하니 도윤은 발걸음을 재촉했다.양수의 흔적을 따라 한 매점 밖에 도착했다.그는 문을 막고 있는 책상과 의자를 보게 되었다.‘분명히 누군가가 안에서 막은 거야.’누군가 아직 대피하지 않았더라도 큰길 옆에 있는 매점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단 한 가지 가능성은 소피아 왕비는 안에 있고 임산부 혼자서 이런 무거운 물건을 옮기기 어렵다.그녀 곁에는 분명 다른 사람이 있다!진실이 밝혀지고, 문득 그 시체 손에는 값비싼 팔찌가 쥐어져 있었다는 것이 떠올랐다.소피아 왕비의 팔찌를 빼앗다가 뒤에서 습격당했고 누군가가 소피아를 구했으며 그들은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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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0화

도윤은 상대방의 의도를 냉정하게 분석했다. 소피아 왕비를 납치하기 위해서라면 이곳으로 데려와 출산하기보다 가장 먼저 사람을 데리고 갔을 것이라고.따라서 상대방은 소피아 왕비를 돕는 목적이 더 강하다면서 어쩌면 자기와 같은 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이윽고 도윤은 소피아 왕비의 가명을 부르기 시작했다.“푸리 안에 계십니까? 미샤엘에서 올 것입니다. 제가 구해드리겠습니다.”소피아 왕비는 감격스워 마지 못했고 지아 역시 그러했다.찾아가려던 도윤이가 자기 발로 직접 찾아왔으니 말이다.“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구해드리려고 왔습니다.”안에 있던 사람은 그의 말을 듣고 책걸상을 치우기 시작했다.그가 다리를 들고 들어가자마자 한 여자가 달려들어 그의 가면을 벗기고 키스까지 했다.도윤은 막 밀어내려고 할 때 넋을 잃게 하는 향기를 맡게 되었다.‘꿈이 아니야!’그날 나무에 매달려 있었을 때 어떤 사람이 자기를 구해주고 붕대를 감아줬는데, 그때 이 향기를 맡았었다.깨어난 후 지아를 만나지 못했지만, 그는 지아가 아직 A시에 있다고 자신을 위로했었다.근데 이런 곳에서 만나다니...지금 이 순간 자신의 입술을 물고 있는 사람이 지아가 아니라면 또 누가 있겠는가...도윤은 지아를 잡아당기며 놀라면서도 기뻐해 마지못한 눈빛으로 지아를 바라보았다.“지아야, 네가 왜 여기에 있어!”지아는 그를 끌고 안으로 들어왔다.“지금 설명할 시간 없어. 빨리 여기부터 막아. 자세한 얘기는 나중에 할게.”도윤이 입구를 틀어막자 지아는 계속 소피아 왕비를 위로해 주었다.“괜찮아요. 우리 편이에요.”도윤은 지아에게 다가가 등을 돌리고 말했다.“어떻게 된 일인지 말해.”지아는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했다.“미안해. 아직은 말할 수 없어. 한대경에게 접근해야 할 이유가 있어.”도윤의 등만 봐도 그가 지금 얼마나 분노로 차 있는지 알 수 있었다.“미쳤어?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알아. 사람 막 죽이고도 눈 하나 깜빡이지 않는 사람이라는 거. 근데 그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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