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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3화

얼마 지나지 않아 한대경이 성큼성큼 들어와 지아를 향해 손짓했다.

“이리와. 네가 나설 시간이야.”

지아는 오늘 매우 순종적으로 아침 일찍부터 약을 준비해 놓았었다.

“옷 벗어.”

“벗겨.”

“하여튼 게을러!”

지아는 푸념하면서 외투 지퍼를 내리기 시작했다.

한대경의 팔에 있는 상처쯤으로 왔을 때, 동작이 보다 느려지고 조심스러워졌다.

한 손으로 소매를 살짝 잡아당기고 다른 한 손으로 굵고 튼튼한 그의 팔을 가볍게 눌렀다.

살짝 그을린 피부에 지아의 하얀 손가락이 닿자, 그토록 선명한 대비를 보일 수가 없었다.

‘여자 손은 다 이렇게 작고 하얀 거야?”

지아의 손길에 닿자, 한대경은 말랑말랑한 느낌이 들었다.

이윽고 바로 그때 지아의 엉덩이를 때렸을 때의 촉감이 떠올랐다.

그때도 역시나 이처럼 말랑말랑했던 것 같았다.

지아는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른 채 평소처럼 약을 바꿔줬다.

얼마 느끼지도 못했는데 지아는 바로 붕대를 새로 감아 주었다.

한대경은 익숙한 듯 엎드려 지아가 머리에 침을 놓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허리도 아파. 침 다 놓고 마시지 좀 해 봐. 의사니까 혈자리에 대해서 잘 알고 있을 거 아니야.”

지아는 잔뜩 어두워진 얼굴로 이를 악물었다.

‘그래... 내가 참고 만다...’

하지만 자기도 모르게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어디 한 번 맛 좀 봐!’

“밥 안 먹었어? 좀 더 힘 써 봐.”

“...”

지아는 순간 이곳으로 팔려 온 머슴인지 임무를 수행하러 온 사람인지 헷갈렸다.

한대경은 그 작은 손의 온도를 느끼면서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갔다.

사실 힘도 적당했고 모든 혈자리도 정확하게 눌러서 편안하고 좋았다.

지아의 작은 손은 매끄럽고 하얀 것이 자기와 정반대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실은 전에 약을 바꿔줄 때 몰래 흘겨본 적이 있는데, 껍질을 벗긴 달걀처럼 부드럽고 희고 매끄러운 감이 단번에 들었었다.

한대경 역시 지아의 신분이 불순하다고 의심한 적이 있으나 보통 총을 드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손에 굳은살이 있다.

하지만 지아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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