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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2화

침실은 크지 않고 공기 중에 옅은 물기가 자욱했다.

지아는 눈길을 돌리고 말했다.

“너한테 포로로 잡혀 온 뒤로 며칠 동안 씻지도 못했어. 좀 씻고 싶어.”

“씻어.”

한대경은 아주 심플하게 대답했다.

지아는 눈살을 찌푸리면서 말했다.

“갈아입을 옷이 없어.”

한대경은 마침내 지아가 꿈에 그리던 서랍장을 열었다.

그 속에는 트렁크 하나만 있었고 모두 한대경의 일상복이었다.

‘한 나라의 주인이 맞긴 한 거야?”

지아는 같은 자리에 있는 부남진을 떠올리게 되었다.

다 같은 지위에서 부남진은 무엇이든 최고만 따지고 가장 좋은 것만 쓰고 먹고 하니 말이다.

옷도 브랜드 로고가 없지만, 유명 디자이너가 한 땀씩 직접 만든 옷만 입고 다닌다.

지아는 한대경 트렁크에 들어 있는 옷을 힐끗 보았는데, 코트 두 벌, 반팔과 바지 몇 벌이 전부였다.

그중에서 한대경은 잡히는대로 꾸깃꾸깃한 반팔과 바지를 집어 지아에게 던졌다.

“대충 입어.”

미치고 팔짝 뛸 지아였다.

‘여행하러 온 거야?’

‘엄청 대단한 사람이라면서... 근데 왜 남자 기숙사에 들어온 것 같지?’

“이걸 내가 어떻게 입어...”

이윽고 한대경은 바로 티셔츠를 친히 끼워주었다.

“이렇게 입어.”

“...”

지아는 어이가 없었다.

‘내가 설마 옷 입을 줄 몰라서 물어봤겠어?’

“여기 운영하고 있는 매점이 없어. 일단 대충 입고 있어. 신경 쓰이면 여자 옷 몇 벌만 빼앗아 오라고 할게.”

도윤이가 무척이나 그리운 지아였다.

도윤은 늘 말하지 않아도 모든 걸 챙겨주는 남자였으니 말이다.

그리고 지금 눈앞에 있는 한대경은 평생을 혼자 보낼 것이 분명해 보였다.

지아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푹 숙이고 옷을 챙겼다.

적어도 알몸으로 있는 것보다 낫고 날씨도 좋고 하니 옷도 바로 마를 수 있을 것 같았다.

욕실로 들어가자마자 지아는 또다시 고개를 내밀고 물었다.

“수건은?”

“안에 있잖아.”

“그건 네 수건이잖아.”

“그래서?”

검은색 바지로 갈아입은 한대경은 조금 전에 자기가 썼던 수건을 건네주었다.

“자.”

남은 수건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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