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Chapter 1231 - Chapter 1240

1294 Chapters

제1231화

S급 여자 킬러가 진귀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이러한 상대에서 킬러가 남자였다면 아마 토 씨 하나 뱉어 보지 못한 채 바로 죽게 될 것이다.하지만 여자라면 얘기는 달라지고 적어도 변명할 기회는 주어진다.지아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나서 본격적인 연기에 들어섰다.어느새 지아의 두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있었다.“강가에 쓰러져 있길래 혹시나 하고 심폐소생술이라도 해서 살려주려고 했단 말이에요...”“내 옷을 벗긴 이유가 그거였어?”한대경은 지금 시원하다 못해 다소 춥기까지 했다.지아는 코를 훌쩍이면서 연기를 이어 나갔다.“아니면요? 설마 제가 그쪽이 위험한 틈을 타서 뭐라도 했을까 그러는 거예요? 의식도 없는 사람한테 제가 뭘 한다고 그러는 거죠?”지아의 얼굴을 위아래로 훑어보면서 한대경은 진실인지 아닌지 꿰뚫어 보려고 했다.“너 정체가 뭐야? 대체 왜 여기에 나타난 거야?”그 말을 뱉는 순간 지아의 얼굴에 피가 뚝뚝 떨어졌다.팔에 난 상처에서 피가 거침없이 흘러나와 한대경의 옷을 흠뻑 적셔버렸던 것이었다.“직업이 의사예요. 밤에 피는 약초를 찾으려고 나온 건데 거의 죽기 일보 직전인 그쪽을 만나게 될 줄은 몰랐어요.”“허허.”한대경의 웃음소리는 더없이 위험했다.“내가 그 말을 믿을 것 같아? 네 정체가 무엇이든 너 오늘 반드시 죽어야 해!”말하면서 한대경은 서서히 손에 힘을 더했다.지아는 눈동자를 데굴데굴 돌리면서 대응 방안을 검색하고 있었다.결국 지아는 칼 물고 뜀뛰기를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만약 칼을 갈아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면 이번 미션에 성공을 하든 말든 앞으로 한대경에게 접근할 수 있는 기회도 없을 것이다.지아는 눈물만 하염없이 흘리면서 말했다.“저 의사 맞아요! 맞다고요! 못 믿겠으면 제가 맥이라도 짚어줄게요.”하지만 한대경은 이내 차갑게 웃었다.“네가 의사라고 하더라도 죽어야 해. 난 그 어떠한 기회도 여지도 남겨주지 않거든.”말하면서 또다시 천천히 손에 힘을 더해 갔다.그렇다, 한대경은 자료로 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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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2화

전문 영역으로 이야기 흐름이 바뀌자, 지아는 갑자기 허리까지 꼿꼿하게 세울 수 있었다.“가만히 있어요. 이미 여러 번이나 말했잖아요.”다행히도 지아는 처음부터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이번 미션에서 지아는 자신의 신분을 의사라고 생각하면서 가방에 의료용품을 가득 챙겨왔었다.마침내 ‘미션 도구’를 꺼낼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었다.지아는 침구를 꺼내 들고 난 뒤 비상등도 켰다.이때 한대경은 그녀가 들고 있는 침구를 보고서 눈빛이 차가워졌다.“뭐 하려는 거야?”“두통이 좀 사라질 거예요. 걱정하지 말아요. 만약 그쪽을 죽이고 싶었더라면 그쪽이 정신을 잃었을 때 이미 죽였을 거예요.”틀린 말도 아니었다.옷을 벗길 시간에 이미 여러 번 죽일 수 있었을 테니 말이다.두통이 너무 심했는지 한대경도 더 이상 마다할 힘이 없었다.“죽이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아니면 내가 숨이 붙어 있는 한 넌 내 손에 죽을 거야.”지아는 한대경을 상대하지 않았다.불빛아래서 프로폐셔널한 모습으로 그의 머리에 침을 놓기 시작했다.‘나 지금 대체 뭘 하고 있는 거야!’‘찾아야 하는 반지는 못 찾고 침이나 놓고 있으니 참...’‘할아버지께서 아시게 되면 퍽이나 좋아하시겠어.’침을 놓고 나서 지아는 또 소독수, 붕대와 같은 것을 꺼내 들었다.“또 무슨 짓이야!”지아는 순간 고슴도치가 되어버린 한대경을 보고서 언성을 높였다.“소독해주려고 꺼낸 거잖아요! 안 보여요?”이윽고 소독된 의용 솜을 상처가 난 곳에 꾹꾹 밀어 넣다시피 했다.순간 한대경은 밀려오는 아픔에 얼굴이 일그러졌지만, 그 어떠한 비명소리도 내지 않았다.지아가 하는 대로 가만히 놔두었다.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아주 막힘없이 약을 바르고 붕대로 2차 감염까지 막았다.능숙하기 그지없는 모습에도 한대경은 경계심이 가득했다.“한밤중에 여자 혼자서 무섭지도 않아?”“지금 가장 무서운 사람이랑 대화하고 있잖아요. 생명의 은인을 죽이려고 하는 사람보다 더 무서운 사람이 있겠어요?”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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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3화

두려움에 벌벌 떨고 있는 듯 지아는 또다시 연기를 펼쳤다.“대체 왜 이러는 거예요... 살려줬잖아요...”“저 약초도 찾아야 하고... 이거 좀 놔요...”한대경은 아랑곳하지 않고 바로 지아를 어깨에 들어 올렸다.“의사라고 하지 않았어? 앞으로 네가 내 주치의가 해.”“완쾌할 때까지 절대 그 어디로도 갈 생각하지 마.”지아는 입꼬리를 올리면서 숲속에 있는 시억에게 손짓을 했다.일부러 의술을 드러낸 것 또한 한대경에게 자신이 유용한 사람임을 알려주기 위해서였다.앞으로 치료를 핑계로 암암리에 반지를 찾을 수 있으니 말이다.어쩌면 할아버지와 도윤 대신 더 많은 기밀을 알아낼 수도 있다.그때 누군가가 다가왔다.“보스, 괜찮으십니까?”“이 사람은 적군의 포로입니까? 근데 왜 여자죠?”“생매자이라도 할까요?”“아니면 토막 내서 버릴까요?”그 형님에 그 아우인 듯 깊었다. 이토록 잔인한 말을 스스럼없이 입에 오르고 있으니 말이다.지금 한대경은 한 나라의 보스와 같은 모습이 전혀 없다.윗몸에 천 조각 하나 걸치지 않은 채 투박하기 그지없는 모습이었다.한대경은 다가온 부하들을 노려보면서 입을 열었다.“포로가 아니라 의사란다. 앞으로 내 주치의로 지낼 것이니 다들 똑바로 하거라. 무슨 문제라도 생기게 된다면 그땐 너희들을 토막 낼 것이다.”“의사라고요? 갑자기 의사가 웬 말이에요? 적에서 보낸 스파이 같은 거 아니에요?”“그러게 말입니다. 이렇게 외진 곳에 의사가 갑자기 나타났다는 게 이상합니다.”부하가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한대경은 잘 알고 있다.그리고 처음부터 지금까지 의사라고 주장하는 지아의 말을 믿은 적도 없다.한대경은 두통으로 여러 해 동안 별의별 고생을 다 했고 유명하다는 의사에게 모조리 진찰을 받아보았지만, 아무런 효과도 없었다.그러나 지아의 침 몇 방에 바로 두통이 사라졌으니 그 돌팔이 의사들보다는 훨씬 낫다고 생각하면서 곁에 두려고 한 것이다.“돌아가서 천천히 얘기하자. 그 개자식은 찾았어? 나보다 먼저 죽을 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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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4화

얼굴 전체가 옷으로 뒤덮여 있어 지아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하지만 한대경이 머리 위로 몸을 숙인 채 말하는 것이 분명히 느껴졌다.“내가 너라면 입 아프게 그런 쓸데없는 말들 하지 않았을 거야. 나에게는 도덕도 법도 없단다. 그 말인즉슨, 그 누구도 날 어떻게 할 수 없단 뜻이야.”“...”‘그래! 내가 반지를 위해서라도 참는다!’언젠가는 한대경의 머리를 공으로 삼아 멀리 차 버릴 것이라고 다짐까지 했다.그렇게 얼마나 지났는지, 차는 이리저리 꺾다가 지아가 거의 토하기 일보 직전일 때 멈춰 섰다.그러나 숨을 돌리기도 전에 또 다른 누군가가 지아를 어깨로 들어 올렸다.지아는 곧 차가운 바닥에 ‘쿵’하고 버려졌는데, 하마터면 온몸에 골절상을 입게 될 뻔했다.단번에 화가 치밀어 오른 지아는 머리 위의 옷을 내팽개쳤다.이곳으로 오기 전까지 가만히 있었던 이유는 어떠한 기밀을 목격하여 한대경에게 바로 말살을 당하게 될까 봐 두려웠던 것이었다.지아는 바로 먼지를 툭툭 털면서 일어났다.이윽고 한대경에게 삿개질하면서 소리를 치기 시작했다.“너 뭐야! 변태야? 사이코패스야? 도적이야? 대체 정체가 뭐냐고!”소파에 털썩 주저앉은 한대경은 지금 조각 같은 몸을 고스란히 드러내 놓고 있다.조명의 힘으로 근육은 더욱더 탄탄해 보였고 팔을 칭칭 감고 있는 붕대는 퇴폐미까지 더 해주고 있는 것만 같았다.누구나 한 번쯤은 시선을 머물법한 몸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그때 누군가가 들어와서 지아를 훑어보더니 지아의 가방을 땅에 내려놓았다.“보스, 확인해 보았습니다. 가방 안에는 일상용품과 약품밖에 없었습니다.”그러자 한대경은 다시 시선을 지아에게 옮겼다.“너, 옷 벗어.”순간 지아는 잘못 들은 줄 알았다.“뭐라고?”“옷... 벗으라고.”옆에 서 있던 부하 역시 다짜고짜 아무런 설명도 없이 옷부터 벗으라고 하는 한대경의 말에 어이가 없었다.부하로서 눈치 빠르게 나서서 지아에게 대신 설명해 주었다.“오해하지 마십시오. 위험한 물건을 가졌는지 확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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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5화

몇 년 전에 지아는 여러모로 고생은 좀 했었지만, 이런 모욕은 처음이었다.상대방의 신분을 돌볼 겨를도 없이 한대경이 넋을 잃고 있는 틈을 타서 지아는 뺨을후려쳐 버렸다.탁-맑은소리가 방 전체에 울려 퍼졌다.한대경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면서 화나고 수치스러운 나머지 지아의 두 손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상의를 벗은 상황에서 이러한 동작을 하게 되니 야릇하기 그지없었다.부하는 입을 살짝 가린 채 헛기침을 하면서 어색함을 숨겼다.화가 잔뜩 난 모습으로 한대경은 이를 갈며 소리쳤다.“네가 감히 날 때려!”“그래! 내가 감히 널 때렸다! 어쩔래!”“변태만도 못한 놈!”지아는 말을 하면서 벌떡 일어서더니 머리로 그의 머리를 세게 내리쳤다.두 손이 잡혀 있음에도 불구하고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다.‘펑’하는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은 동시에 머리가 윙윙거렸다.공격이 먹혔는지 한대경은 멍하니 지아를 바라보기만 했다.지금껏 살면서 이렇게 야만적인 여자를 처음 본 듯한 얼굴이었다.독이 잔뜩 오른 지아는 그의 가슴을 향해 마구잡이로 할퀴기 시작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가슴에도 혈흔이 가득해졌다.“파렴치한 놈! 어떻게 생명의 은인에게 이럴 수 있어! 고마운 줄도 모르고 이런 파렴치한 짓을 하다니! 죽여버릴 거야!”그때 부하가 달려와서 말리기 시작했다.“진정 좀 하세요.”지아는 한대경이 아직 반격하지 않은 틈을 타서 부하에게 끌려갈 때 그의 얼굴을 발로 확 차버렸다.지금 한대경은 처참하기 그지없는 자신의 모습을 훑어보고 있다.입에서 피까지 한 모금 토해내고 말이다.‘재밌고 대단한 여자였어.’한대경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우람한 몸매가 모든 조명을 가리는 것만 같았다.어둡고 거대한 그림자가 지아를 그 속에 가두었다.“여자라고 내가 때리지 않을 것 같아?”지아도 어느새 눈치를 차리고 있었다.사람을 죽이나 절대 여자한테 손을 대지 않은 남자라는 것을.아니면 첫 공격을 가 했을 때 충분히 반격할 수 있었다.“갈래.”“말도 안 돼.”한대경은 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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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6화

지아의 말에 배신혁은 그제야 기억이 난 듯 무릎을 탁 치면서 말했다.“맞아요! 제가 깜빡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파란색과 하얀색이 더불어서 있는 꽃도 있지 않았어요? 겨울에만 피는 꽃이라고 하던데.” “묵란, 불면증에 약으로 쓸 수도 있습니다.”지아는 덤덤히 보충하면서 초롱초롱한 두 눈으로 덧붙였다.“물어보고 싶으신 게 무엇이죠? 이렇게 에둘러서 물어볼 필요 없습니다.”자신의 계책을 간파한 지아를 보고서 배신혁은 멋쩍게 코만 만졌다.“그럼, 그냥 묻겠습니다. 찾고 있다는 그 약재가 뭡니까?”“월롱초라고 하는 약제입니다. 밤에만 피어나고 꽃잎이 화려해져서 반딧불을 불러올 수도 있죠.”배신혁은 그 뒤로도 여러 가지 질문을 했으나 빈틈이 없었다.“선생님, 전에는 실례가 많았습니다. 저희 보스께서 성격이 워낙 좀 불같으십니다. 완쾌하실 때까지 옆에서 치료만 잘해 주신다면 사례금 넉넉히 챙겨 드리겠습니다.”그 말에 지아는 눈살을 찌푸렸다.“사례금 따위 바라지 않습니다. 놓아주기만 하면 됩니다.”“그리고 대체 정체가 뭡니까?”“선생님, 그냥 협조만 잘 해주시면 됩니다. 절대 선생님 다치게 할 일은 없습니다. 해서는 안 되는 생각 따위 절대 하지 마시고요. 그때가 되면 저희 역시 지켜드린다고 장담할 수 없을 겁니다. 그동안 묵으실 곳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배신혁의 인솔하에 지아는 작은 방으로 오게 되었다.“지금 조건으로서 이게 최선입니다. 오늘 많이 놀라셨을 텐데, 푹 쉬시기 바랍니다. 도망가실 생각하지 마시고 그냥 받아들이시는 게 좋을 겁니다. 우리 보스 보통 무서운 사람이 아닙니다.”배신혁은 문 앞에 서서 섬뜩하게 웃으면서 말했다.“그럼, 안녕히 주무세요.”문을 닫으면서 배신혁은 웃음을 거두었다.이윽고 옆에 있는 부하에게 지시를 내렸다.“이 주소로 가서 한 번 알아봐.”“네, 형님.”지아는 그들이 E시로 밤새 달려가서 조사할 것이라고 이미 알고 있었다.하지만 이미 집을 떠난 지도 오래되었고 사고로 죽었다고 소문이 널리 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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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7화

“선생님, 너무 긴장할 필요 없습니다. 우리 보스 치료만 정성껏 해주시면 됩니다. 보스께서 부르십니다.”한대경을 다시 보게 되었을 때, 그는 이제 막 욕실에서 나오고 있었다.허리춤에 샤워 타일을 두르고서 튼튼한 상체와 튼튼한 종아리를 드러냈다.어젯밤에 응급치료를 마치고 감싸주었던 붕대에서는 피가 약간 보이기도 했다.‘내가 살다 살다 저런 미친놈은 처음이야. 저몸으로 설마 뭐라도 한 거 아니야?’지아는 여러 스타일의 남자와 접촉한 적이 있지만, 한대경처럼 거칠고 막무가내인 남자는 처음이었다.“너 다친 거 몰라?”지아는 한대경의 팔을 가리키면서 물었다.수건으로 머리를 대충 닦고 있던 한대경은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대답했다.“그래서 너한테 오라고 한 거잖아. 뭐가 문제라도 되는 거야?”‘저놈의 뇌 구조는 대체 어떻게 생겼을까?’점점 지아의 마지노선을 건드리고 있는 한대경이다.지아는 화가 잔뜩 난 얼굴로 손을 들어 한대경의 머리를 뒤로 밀었다.“너 어디 아프지? 죽고 싶으면 멀리 떨어져서 죽어. 너처럼 이렇게 협조하지 않은 환자는 정말 처음이야. 내가 아니라 구준이 온다고 하더라도 절대 너 같은 환자는 사릴 수 없어.”한대경은 지아의 손가락을 움켜쥐고 눈에 노기를 띠며 말했다.“네 손가락 지금 바로 부러뜨릴 수 있는데, 어디 한번 해볼래? 까불지 마.”그러자 지아는 그를 흘겨보면서 어이가 없다는 듯이 말했다.“까불지 마? 네가 나한테 뭐라도 돼? 내가 왜 네 말을 들어야 하는데? 그리고 그 멘트 너무 구렸어. 지가 무슨 대표라도 되는 줄 아나.”말하면서 지아는 약을 정리하기 시작했다.이때 한대경은 어리둥절한 채로 배신혁에게 물었다.“갑자기 대표라는 게 무슨 말이야?”배신혁은 헛기침을 하면서 대답했다.“옛날 소설이나 드라마에서 종종 나오는 캐릭터인데, 보통 여자 주인공이 가난하고 남자 주인공은 한 회사의 대표님으로 여자 주인공을 흔모하면서 괴롭히기도 하고 강박적으로 자기를 사랑하게 하고 그러죠. 최근에 들어 별로 유행하는 것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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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8화

지아는 한대경의 신분을 분명히 알고 있지만, 어찌할 수 없었다.혼자서는 지금 이 국면을 바꿀 능력이 없었다.오늘 한대경을 죽인다고 하더라도 C 국의 공격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A 국은 어쩔 수 없이 응전해야 했고 전쟁을 멈추는 것이 상책이 아니었다.한대경이 어떻게 그런 말을 서슴지 않고 할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일단은화를 누르기로 했다.“대체 정체가 뭐야?”“치료만 해주면 돼. 다른 건 신경 쓰지 마.”지아는 어두운 표정으로 이에 대해 더 이상 말을 이어 나가고 싶지 않았다.“화장실 좀... 너 침대에 엎드려 있어. 이따가 맥부터 짚어줄게. 두통이 심한 거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닐 거야.”한대경은 고개를 끄덕였고 지아는 화장실로 들어서자마자 문부터 잠갔다.어젯밤에 아무 일도 없었던 걸 보니 지아에 대한 의심은 접은 것으로 보인다.한대경이 방금 목욕을 마친 것이 가장 좋은 기회일지도 모른다.조금 전에 보니 손가락에 반지도 없었었다.그럼, 샤워할 때 화장실에 잠시 두었을 가능성이 큰 것이다.지아는 그가 벗은 옷을 조심스럽게 샅샅이 뒤졌다.‘반지는?’‘설마 끼고 나온 게 아니었어?’지아는 눈살을 찌푸렸다.이윽고 손을 깨끗이 씻고 밖으로 나갔는데, 한대경은 지아의 말대로 순순히 누워있었다.다만 겁 없이 ‘대’자로 누워있었다.샤워 타일이 반쯤 벗겨져 튼튼한 허벅지 안쪽까지 훤히 보일 정도였다.그의 허벅지 안쪽과 눈이 마주친 지아는 황급히 시선을 돌렸다.이윽고 침대 옆에 앉아서 맥박을 짚기 시작했다.반지가 곁에 없다면 지아는 반드시 그를 따라 함께 그의 나라로 가야만 했다.그로써 한대경의 신임을 완전히 받아야 하고 반지도 기회를 빌려 몰래 가지고 나와야한다.지아는 아주 섬세하게 보고서 천천히 그의 손가락을 옮겼다.“선생님, 보스님은 어떠하십니까?”지아는 콧방귀를 뀌면서 대답했다.“머리뿐만 아니라 심맥이 막히는 등 큰 문제가 여기저기 있습니다.” 전에 한대경이 지아를 의사라고 소개했을 때까지 배신혁은 믿지 않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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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9화

마지막 힘으로 겨우 욕을 퍼부었던 남자는 그대로 한 방에 숨을 거두고 말았다.흘러내린 피가 지아의 신발 밑창을 그대로 적시고 말았다.요 몇 년 동안 지아는 손에 수많은 피를 묻혀왔었다.하지만 마땅히 죽여야 할 사람만 죽였을 뿐이고 원칙을 지키면서 손에 피를 묻혔었다.‘포로’라고 잡혀 온 그 사람들의 옷차림으로 보면 그냥 자기 국가를 사랑하는 서민으로 보였다.죽기 직전의 남자 모습은 미연처럼 보였고 그녀 역시 억울하게 목숨을 잃은 한 사람이다.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지아는 여전히 이런 상황에 적응할 수 없었다.지아는 자기도 모르게 자기 얼굴을 만졌는데, 그때 미연이가 흘렸던 피의 온도와 촉감을 다시 느끼는 것만 같았다.두 눈을 부릅뜬 지아의 모습에 한대경은 무척이나 만족한 모습이었다.천천히 일어나서 죽은 남자 쪽으로 서서히 다가가더니 허리를 굽혀 남자의 가슴에 꽂힌 칼을 도로 뽑아버렸다.이윽고 숨을 돌릴 틈도 없이 바로 칼을 다른 사람 가슴을 향해 내던졌다.그때 지아가 한대경의 손을 덥석 잡으면서 소리쳤다.“안 돼!”높이 치켜든 칼에는 남자의 피가 묻어 있었다.그리고 그 피는 매끄럽고 차가운 칼날을 타고 지아의 얼굴 위로 미끄러져 떨어졌다.“이제 치료할 수 있겠어?”한대경은 지옥에서 기어 나온 악귀처럼 나지막이 물었다.지아는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하면서 대답했다.“그래. 할게.”한대경은 손뼉을 치면서 배신혁에게 남은 포로와 시체를 끌고 나가라고 했다.바닥에 낭자한 피를 보고서 지아는 마치 악몽을 꾼 것만 같았다.한대경이 얼마나 독한 사람이고 악질인지 이미 자료를 통해 알고 있었으나 직접 목격하게 되니 공포 그 자체였다.한대경은 티슈로 칼을 깨끗이 닦고 나서 한쪽으로 훅 던지고 다시 침대에 엎드렸다.“시작해.”지아는 침을 들고 그의 목구멍을 노려보았는데, 귓가에 한대경의 차가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나한테 문제가 생기면 여긴 지옥이 될 거야. 잘 생각하고 결정해.”지아는 정신을 차리고 차례로 침을 놓았지만 가슴 속의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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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0화

우람진 한대경의 몸집에 가려진 지아는 맹수에게 잡힌 토끼처럼 보였다.자기도 모르게 몸을 파르르 떨면서 두 손을 땅에 짚고 뒤로 계속 물러나면서 떨고 있는 모습을 실남 나게 연기했다.그렇다, 한밤중에 도망가는 것마저 시나리오의 한 장면이었다.보통 여자들은 그렇게 처참하고 무고한 죽음 현장을 보고 나서 가장 먼저 가해자인 남자와 멀어지려고 할 것이다.지금 이 상황에서 본다면 탈출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순순히 말을 들어야 한대경의 의심을 살 수 있었고 이 또한 두 사람의 신경전이라고 볼 수 있다.지아는 파르르 떠는 목소리로 말했다.“그냥 바람 쐬러 나왔어. 도망갈 생각은 없었어!”한대경은 한쪽을 살짝 구부린 채 무척이나 억울한 듯 연기하고 있는 지아를 바라보면서 씩 하고 웃었다.“그래?”지아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바람 쐬러 나온 거야. 앞으로 사람 좀 죽이지 않으면 안 돼?”“도망가려고 한 게 아니었다면, 내가 무슨 이유로 남을 죽이겠어. 다만 요즘 밖이 하도 위험해서 밖으로 못 나오게 한 것뿐이야. 널 위해서 말이야. 이번이 마지막이었으면 좋겠어.”말하면서 그는 지아를 그대로 어깨에 메고 가려고 했다.손끝이 지아의 몸에 닿자마자 벌벌 떨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내가 그렇게 무서워?”입으로는 대답하지 않았지만, 지아의 눈빛으로 그 답을 알 수 있었다.한대경은 지아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면서 말했다.“걱정하지 마. 말만 잘 들으면 절대 섭섭지 않게 해줄게.”말하면서 어깨에 짐을 이듯이 지아를 어깨에 툭하고 놓았다.‘보통 인간은 아니야. 안고 갈 수도 있으면서 왜 굳이 이렇게 납치해 가는 것처럼 어깨에 이고 가는 거야!’“놔줘, 혼자 갈 수 있어.”낯선 남자와 살이 맞대는 것이 무척이나 싫은 지아였다.비록 상대도 자기한테 그런 감정 따위가 없지만 그래도 싫었다.몇 초 동안 몸부림치다가 한대경은 참다못해 지아의 엉덩이를 툭툭 쳤다.“조용히 해!”‘미친놈! 내가 언젠가는 너 토막 내고 말 거야!’비록 도윤에게도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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