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용의 얼굴에 잠시 난처한 기색이 스쳤다. “이 아이는 뜻밖의 결과였어요. 아이의 아버지는 이미 죽었고, 장남이 아버지 역할을 대신하는 법이니, 그동안 제가 화연이를 돌봐왔습니다. 그러니 제가 화연이를 대신해 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윤화연이 결혼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꺼낸 후 하용은 더 이상 다른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지아는 윤화연의 명예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같은 여자로서 지아는 이를 이해할 수 있었다. 자신도 어려운 시절을 겪었기에 다른 사람을 돕고 싶었기에, 굳이 이 문제에 대해 더 파고들지는 않았다.“알겠습니다. 윤화연 씨는 매우 온화하고 착한 사람이니 분명히 이 아이를 많이 아낄 겁니다. 아이에 대한 이야기는 당신이 직접 전하세요. 만약 아이를 지우기로 결정했다면, 산후조리 후에 저에게 연락해 주세요. 제 도움을 받으면 나중에 아이를 다시 가질 가능성도 있습니다.”“정말인가요?”“확신할 수는 없지만, 저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회복이 얼마나 될지는 화연 씨의 운에 달려있죠. 만약 낙태를 결정한다면, 세 달 내로 진행하는 게 좋습니다. 한 달 후가 가장 좋은 시기입니다.”지아는 시간을 확인하며 말했다. “제가 말씀드린 것을 화연 씨에게 잘 전해주세요. 이제 저는 가보겠습니다.”“수고 많으셨습니다.” 하용은 지아가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녀가 자신과 윤화연의 관계를 눈치챌까 두려웠다.현재 미셸과 부씨 가문과의 관계가 중요한 시기였기 때문에, 하용은 모든 것이 조심스러웠다. 그는 오랜 세월을 참아 왔고, 이제 마지막 단계에 와 있었다.지아가 문을 열려 하자, 하용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지아 씨.”그녀가 잠시 멈추자, 하용은 덧붙였다. “고마워요, 진심이에요.”“고마워하지 않아도 돼요. 전 당신을 도운 게 아닙니다. 당신과 이도윤의 원한은 당신들 사이의 일입니다. 저는 단지 같은 여자로서 화연 씨를 가엾게 여겼을 뿐입니다.”지아는 문을 열고 나갔다. 어쩌면 하늘이 자신과 윤화연을 만나게 한 것은, 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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