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하고 전남편이 변했다의 모든 챕터: 챕터 771 - 챕터 780

853 챕터

제771화 정민아는요

고연우는 눈을 치켜뜨면서 공민찬에게 차갑게 말했다.“공 비서, 당신 누구 비서지? 누구한테서 월급을 받지? 정민아가 그렇게 신경 쓰이면 차라리 내 비서를 그만두고 그녀의 비서를 하는 게 어때?”공민찬이 눈을 가늘게 뜨면서 조심스럽게 물었다.“대표님, 사모님을 정말로 싫어하세요? 연예계에 진출하더라도 1등을 차지할 정도의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셨잖아요.”공민찬의 말 속에서 고연우의 안목에 대한 의구심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그는 자기가 만약 정민아 정도의 미모를 가진 여자와 결혼한다면 모든 돈과 사랑을 그녀에게 줄 거라고 믿었기에, 고연우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공 비서, 저 길가의 협죽도도 예쁜데 꺾어서 집에 가져가지 그래?”공민찬은 얼떨떨한 표정을 짓다가 정신을 차리고 답했다.“협죽도는 독이 있어서 가까이 가면 죽을 수도 있어요... 전 사모님께서 아름다운 외모에 마음씨도 착하시고 말도 예쁘게 하셔서...”고연우가 갑자기 쌀쌀맞은 태도로 비웃자, 공민찬은 얼른 하려던 말을 멈췄다....세차를 마치고 돌아오던 길, 정민아는 정선아에게서 온 연락을 받았다. “언니, 나 방금 뉴스 봤어! 어떻게 돈을 뜯어내려고 사람을 모함할 수 있어?”정민아는 그녀가 매번 이런 태도를 보일 때마다 분명 다른 목적이 있다는 것을 알았기에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시간 낭비하지 말고, 할 말 있으면 그냥 해.”“사건의 진상도 밝혀졌고 가게에 관한 나쁜 여론도 잠잠해졌으니까, 기사를 내리는 게 어때? 네티즌들이 혹시나 엄마, 아빠의 신상을 파헤치면 피곤하잖아!”“부모님께 피해가 갈까 봐 걱정되는 것보다 그 두 사람이 널 찾아가서 협박할까 봐 두려운 거 아니야? 정선아, 넌 어떻게 사람을 보는 눈이 그렇게 없어?”정선아는 비꼬는 말투 속에 숨은 뜻을 알아차렸지만 애써 모른 척했다.“무슨 말이야?”정민아는 가차 없이 연락을 끊어버렸고 신호등을 기다리는 틈을 타서 정선아가 이가림을 시켜서 유언비어를 유포했다는 증거 영상을 기자한테 보냈다.CCTV 영상 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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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2화 한 끼를 안 먹는다고 안 죽어

송씨 아주머니는 고연우가 주동적으로 정민아를 찾자, 마음속으로 기뻤지만 이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돌아오자마자 저녁도 안 드시고 올라가셨어요, 안색이 안 좋으신 것 같던데요.”정민아가 계속 앞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채 고개를 숙이고 있어서 송씨 아주머니는 그녀의 이마에 난 상처를 보지 못했다.고연우가 눈살을 찌푸릴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송씨 아주머니가 그의 안색을 살피면서 조심스럽게 물었다.“대표님께서 올라가시는 김에 아가씨한테 저녁을 가져다주실래요?”“어린애도 아니고 배고프면 알아서 먹겠죠.”“위가 안 좋아서 끼니를 건드리면 안 되거든요...”고연우는 밥을 먹다가 멈칫했고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한 끼를 덜 먹는다고 굶어 죽지는 않아요.”“...”송씨 아주머니는 한숨을 내쉬더니 말없이 부엌으로 가서 정민아가 좋아하는 음식을 준비하기 시작했다....얼마 뒤, 비몽사몽인 상태의 정민아는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것을 느꼈고, 송씨 아주머니가 우유를 가져다주러 온 줄 알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아주머니, 오늘 저녁에는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아요.”점점 가까워지는 발소리에 눈을 뜬 정민아는 고연우가 자기의 앞에 눈살을 찌푸리면서 서 있는 것을 보고 무척 놀랐다.“네가 왜 여기 있어?”고연우는 무뚝뚝한 표정으로 음식을 그녀의 침대 옆 수납장 위에 놓으면서 말했다.“일어나서 밥 먹어.”아직 잠이 덜 깬 정민아는 그에게 나가라고 베개를 던지고 싶었지만, 힘이 들어가지 않아 포기하고는 이불을 머리 위까지 끌어당겼다.“먹고 싶지 않아, 그냥 나가줘.”“그러다가 위가 아프면 방에 숨어서 배를 움켜쥐고 끙끙대려고?”“내가 하루빨리 죽어버리면 너한테도 좋은 일 아니야?”고연우는 눈을 더욱 가늘게 뜨더니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답했다.“그렇게 되면 내가 널 학대해서 죽었다는 소문이 돌겠지?”정민아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이불 속에 웅크리고 있자, 고연우는 더 짜증을 냈다.“빨리 일어나서 먹어.”정민아도 더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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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3화 독수공방

경계하는 그녀의 목소리를 들은 고연우는 동작을 멈추고 피씩 웃었다.“뭘 하려는 줄 알았어? 성폭행?”“...”남자는 거짓 웃음을 거두더니 조롱 섞인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어떻게 그런 터무니없는 생각을 할 수 있지?”과격한 말이나 감정은 없었지만 하찮게 여긴다는 느낌이 너무 뚜렷해서 무시할 수 없었다.정민아는 그의 도도하고 냉소적인 모습에 자극을 받았다. 14살 때 양딸 신분으로 정씨 집안에 들어온 이후 제일 많이 본 것이 이런 눈빛이었다. 그녀는 얼굴을 찌푸리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꺼져.”고연우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여기가 왜 고씨 저택인지 알아? 정씨가 아니고 고씨.”정민아가 바로잡았다.“집문서는 내 명의로 돼 있어.”여기는 원래 이름이 고씨 저택이 아니다. 고연우가 살아서 사람들이 그렇게 부를 뿐이다.그녀는 고연우 부모님의 마음에 드는 며느리가 아니지만 양가의 실력이 비슷해 통혼한 것이므로 겉치레는 충분히 해야 한다. 그래서 결혼이 확정된 후 이 집을 정민아 명의로 해주었다.“그래서? 당당해? 나를 쫓아내고 싶어?”고연우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의 표정을 살폈다.“내가 없으면 노동자들의 월급은커녕 관리비도 내지 못할걸.”“그건 네가 신경 쓸 일이 아니야.”남자의 새까만 눈동자에 분노의 기색이 감돌더니 한 글자씩 또박또박 내뱉었다.“정민아, 가끔은 정말 너를 목 졸라 죽이고 싶어.”“그럼 졸라.”“내가 그런 생각을 안 했을 것 같아?”고연우는 뒤어금니를 깨물며 ‘헉’ 소리를 내더니 말했다.“정민아, 나 그런 생각 했었어.”“...”그는 더 이상 말을 이어 나가지 않고 굳어진 표정으로 접시를 여자 입에 가져다 댔다.“밥 먹어.”정민아가 입맛이 없다는 것을 알고 송씨 아주머니는 그녀가 좋아하는 음식들을 준비했다. 아까는 너무 졸려서 배고프지 않았지만 지금 음식 냄새를 맡으니 배에서 때마침 꼬르륵 소리가 났다. 그녀는 손해를 보더라도 체면을 차리는 그런 바보 같은 성격이 아니다. 몸에서 배고프다는 신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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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4화 꺼져

이튿날 정민아는 정철진의 전화를 받고 집에 불려 갔다.어젯밤에 푹 자려고 휴대폰을 무음으로 해 놓았는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부재중 전화와 읽지 않은 카톡 알림이 가득 들어와 있었다. 대부분 정선아와 주소월 이름이었는데, 뒤지다가 뜻밖에 정철진의 이름이 보였다.정철진은 가부장적이고 일을 1순위에 두고, 집안의 사소한 일은 거의 신경 쓰지 않았다. 자녀에게 문제가 생겨 그를 찾으면, 몽둥이를 휘두르고 막무가내로 진압했다. 그래서 자녀와의 관계도 깊지 않았는데, 만나면 근황 몇 마디 묻는 것 외에 평소에 먼저 연락하는 일이 없었다.그녀는 퇴근 후에야 친정으로 갔다. 문 앞에 도착하니 안에서 정선아의 울음소리가 들렸다.“아버지, 죄송해요. 잘못했어요. 화내지 마세요.”정철진은 목소리가 높아 화를 내면 성난 사자처럼 기세가 압도적이었다.“너와 민아는 자매이고 가족이야. 이게 무슨 행위인지 알아? 등에 비수를 꽂는 것이고 배신이고 행동거지가 잘못된 거야. 군대에서 이러면 파면되고, 심각하면 군사 법정에 서야 해.”“흑흑! 아버지, 제가 잘못했어요.”정선아는 숨이 넘어갈 정도로 울었다.“의사가 제 이마에 흉터가 남을 거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잠깐 어떻게 됐었나 봐요. 그 두 사람이 언니한테서 돈을 뜯어내고, 라이브 방송을 열어 언니의 명성을 깎아내릴 줄은 몰랐어요. 알았다면 절대 그러지 않았을 거예요.”그녀가 얼마나 애처롭게 울고, 얼마나 성의 있게 사과하는지 정민아가 조금이라도 착했다면 마음이 약해졌을 것이다.오죽하면 ‘우는 아이 떡 하나 더 준다’는 말이 있겠는가. 정씨 집안에서 정철진이 가장 따뜻하게 대하는 사람은 간난신고 끝에 태어난 남동생도, 어릴 때부터 그들과 떨어져 지낸 친딸도 아닌, 말을 잘하고 애교가 많은 정선아였다. 아니나 다를까 그녀가 울자 ‘엄격한 아버지’ 정철진의 말투는 누그러졌다.“가족은 뒤에서 수작을 부려 모함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돕고 마음을 합쳐야 해.”문 앞에서 정민아는 사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보려고 인스타를 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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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5화 만져봐요

고연우는 정선아가 팔짱을 끼려고 내민 손을 피하고, 걸어가면서 물었다.“아버지는 좀 어떠셔?”“아직 응급조치 중이에요. 아버지는 워낙 고혈압이 있어서 전에도 의사 선생님이 자극을 받으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하셨는데...”고연우는 먼저 주소월한테 다가가 위로의 말을 건넨 후 의사에게 정철진의 상태를 물었다. 그에게 사람 마음을 안정시키는 힘이 있는지, 어찌할 바를 모르던 두 사람은 버팀목을 찾은 듯 더 이상 당황하지 않았다.정신을 차린 주소월은 그제야 정민아가 생각이 났다. 병원에 온 후, 그녀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멀찍이 서서 강 건너 불구경하듯 했다. 그녀의 무관심에 마음이 상해 마지막 죄책감마저 털어낸 주소월은 쌀쌀하게 말했다.“먼저 가.”이름을 부르지 않았기에 딴생각을 하고 있던 정민아는 일시적으로 자기에게 하는 말이라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그녀가 반응을 보이지 않자, 주소월은 책망과 원망이 섞인 말투로 언성을 높여 말했다.“네 아버지를 한 번 더 기절시키고 싶어 여기 있는 거야? 우리 집안에서 너한테 잘못한 게 뭐가 있어서 우리를 이렇게 원망하는데? 시골에 있는 너를 경인시로 데려와 먹이고 입히고, 최고의 교육을 받게 했는데 이렇게 보답하는 거야? 네 아버지가 만약...”그녀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몸을 부르르 떨며 눈물을 뚝뚝 떨구었다. 정선아도 그녀를 안고 같이 울었다.주위 사람들은 정민아를 보며 소곤거렸다. 순간 그녀는 소용돌이 속에서 많은 사람의 손가락질을 받는 신세가 됐다.복도에 많은 사람이 있는데, 정민아와 사람들 사이에 명확한 경계선이 있는 것처럼 갈려져 그들은 그녀의 세계에 들어오지 못했고 그녀도 배척을 당해 그들의 세계에 들어갈 수 없었다. 유기견처럼...고연우는 어두운 표정을 지은 채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있어 딱 봐도 기분이 안 좋아 보였다. 그는 목청을 가다듬고 소리쳤다.“이모님, 지금 너무 상심하셔서 정서가 불안정하니 선아와 함께 저쪽에 가서 좀 쉬세요.”사람은 극도로 분노한 상황에서 아무 말이나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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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6화 대리운전 부를 거야

정민아는 오랜만에 왔기에 좀 더 있고 싶었지만 고연우가 불량 학생을 잡는 교감 선생님처럼 냉랭한 얼굴로 앞에 버티고 서 있으니 술맛이 다 떨어졌다. 그녀는 키 높이 의자에서 내려와 퉁명스럽게 말했다.“너 때문에 도망갔잖아. 만지고 싶어도 만질 수 없어.”모델남은 뜨지 못했지만 눈썰미는 있어서 고연우를 보자마자 건드릴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알고 그들이 대화하는 틈을 타서 벌써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문을 열자마자 살을 에는 듯한 찬바람이 불어와 옷깃과 바짓가랑이로 들어왔다. 정민아는 추위에 떨며 손으로 앞섶을 여몄다.“추워?”“응.”어느 순간 정민아는 그가 옷을 벗어줄 것이라는 터무니없는 생각을 했지만 곧바로 그런 일은 없다는 것을 알았다.남자는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 빈정댔다.“아니면 아까 그 남자를 찾아가서 옷을 벗어달라고 해봐. 무척 더운 것 같던데. 옷을 입지 않아도 얼어 죽지 않을걸.”이 괴상야릇한 말투는 비웃는 효과를 극대화했다.“쟤가 너한테 잘못한 게 있어?”“아니.”“다른 사람을 비웃는 데서 쾌감을 느껴? 고연우, 왜 사람이 그렇게 못됐어?”모델은 몸매로 밥 벌어먹는 직업이고, 일거리를 얻기 위해 자기를 고용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 앞에서 몸을 보여주는 것은 정상적인 오디션 절차일 뿐이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피라미드 최상단에서 원하는 건 무엇이든 가질 수 있었던 고연우는 이런 것을 모른다.“그 사람이 뭘 하려는지 정말 몰라? 아니면 알면서 모르는 척하는 거야?”성깔이 보통이 아니어서 아무나 물어뜯는 정민아가 누군가를 감싸는 걸 처음 본 고연우는 굳은 표정으로 퉁명스럽게 말했다.“정민아, 그동안 먹은 밥이 한 톨도 머리에는 작용하지 않았나 보지? 너랑 자고 기회를 얻으려는 거잖아. 바보가 아닌 이상 이렇게 명백한 의도를 어떻게 모를 수 있지? 목에 달고 있는 그 물건이 쓸모없으면 아예 뜯어버려.”“고연우.”정민아는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 마주 섰다.미남미녀가 서로 마주 보는 화면은 청춘 드라마 포스터처럼 아름다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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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7화 한번 할래?

“허! 3살짜리 아이도 아는 안전 상식을 넌 몰라? 이 한밤중에 술을 마신 여자가 감히 낯선 사람이 운전하는 차에 타겠다고?”정민아는 고개를 돌리더니 눈을 가늘게 뜨고 추파를 던지며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나처럼 평범하게 생긴 여자는 그런 걱정이 없어.”“남자는 흥분하면 못생긴 여자가 아니라 짐승한테도 덮칠 수 있어. 예쁘게 생기면 더 쉽게 남자의 흥미를 끌 뿐이지, 남자가 예쁜 여자만 건드리는 것은 아니야. 상대를 가리지 않는 사람도 많아. 너의 어리석음으로 남자의 저열한 근성에 도전하지 마.”차 안은 곧 조용해졌고, 엔진과 에어컨에서 나는 미세한 소리만 들렸다.어두움 때문인지 조용히 창밖을 내다보는 정민아의 모습에 처량함과 쓸쓸함이 극에 달했다. 그녀는 휴대폰을 쥐고 무의식적으로 전원 버튼을 눌렀다. 딱딱 소리와 함께 화면이 켜졌다 꺼졌다 하면서 어두컴컴한 차 안에서 눈을 어지럽혔다.고연우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아저씨는 그저 화가 치밀어 기절한 것이고 큰 문제는 없대. 내가 병원을 떠날 때 이미 깨어나셨어. 하룻밤 경과를 지켜보고 내일 퇴원할 수 있대.”정민아는 관심이 없는 듯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 뒤로 그녀의 휴대폰 화면은 더 이상 켜지지 않았다.집에 돌아왔을 때는 이미 11시가 넘었다. 이 시간에 송씨 아주머니는 이미 잠자리에 들었고 거실에는 작은 등이 켜져 있었다. 늦게 돌아온 정민아가 불을 켜지 않고 어둠을 더듬으며 위층에 올라가다가 걸려 넘어질까 봐 특별히 켜둔 것이다.정민아는 따뜻한 노란색 불빛을 보며 마음속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솟구치는 것 같았다. 이 불빛은 그녀의 황폐한 전반생에 현란한 빛깔을 더했다. 알고 보니 수많은 불빛 속에 그녀를 위해 켜진 불도 있었다.정민아의 눈가에 보일 듯 말 듯한 웃음기가 감돌았는데, 신발을 갈아 신고 고개를 든 고연우가 마침 이 장면을 포착했다. 여인의 또렷한 이목구비는 순간적으로 생동감 넘쳤고, 속세를 초월한 선녀가 갑자기 하늘에서 속세로 내려온 것 같았다.그는 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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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8화 모욕 주려 하다

“해외에서 쇼를 보다가 말이 잘 통하는 여성분을 만났는데, 그분이 준 거야.”사연희의 말에 정민아는 차를 운전하며 대답했다.“혼자 가. 외로우면 남자 파트너를 구하고.”사연희는 드레스로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사람들이 쫓아다니며 어디서 맞췄는지 묻게 하려는 건데, 그녀가 가면 그 소원이 이루어질 수 없다.사연희는 변비에 걸린 듯한 얼굴로 말했다.“그렇게 건전하지 못한 얘기는 꺼내지도 마. 나는 일에 집중해야 해. 재수 없는 사내놈들은 내 돈벌이에 방해가 될 뿐이야.”고등학교 때 그녀의 절친이 쓰레기 같은 남자에게 사기를 당해 몸도 잃고 돈도 잃었다. 친구는 그 충격을 견디지 못해 기숙사 창문으로 뛰어내렸는데, 몸이 찌그러지고 머리가 터져 피투성이가 된 채 그 자리에서 죽었다. 그 장면을 직접 목격한 뒤로 사랑에 대한 환상을 철저히 버린 사연희는 공부에 전념했고 평생 결혼하거나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맹세했다.“그리고 단지 파티에 참석하는 것이 아니라 임무가 있어. 주문을 따낼 수 있을지 없을지는 모두 너에게 달려 있어.”만약 옷이 6점이라면 정민아를 모델로 세울 경우 직접 만점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사연희의 목표는 유명 패션 디자이너가 되어 세계 각지에 매장을 오픈하는 것인데, 지금 돈도 없고 이름도 없어 웨딩드레스를 디자인하면서 지내고 있다.백아영이 보여준 그 드레스는 정말 아름다워서 눈길을 확 끌 수 있을 것 같았다.그녀는 벌써 사람들이 쫓아다니며 가게 이름을 묻는 굉장한 장면을 상상했다.정민아가 그녀의 아름다운 상상을 사정없이 뭉개버렸다.“그냥 혼자 가. 주문을 받기는커녕 오히려 화가 나서 심장병이 올까 봐 걱정돼.”그녀가 사연희를 알게 됐을 때는 그 악몽 같은 삶에서 벗어난 뒤였다. 과거에 대해 얘기한 적이 없기 때문에 사연희는 그녀의 대인관계가 안 좋다는 것은 알지만 구체적인 원인은 몰랐다. 그저 여자끼리 싸우기 좋아하는 미친년들이 그녀가 예쁘게 생겨서 질투하는 줄로만 알았다.이때 정민아의 휴대폰이 울렸고, 화면에 정선아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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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9화 사모님이 불쌍해

정민아가 차 옆에 거의 도착할 때쯤 정선아는 이를 갈면서도 다음 계획을 생각하고 울며 겨자 먹기로 쫓아갔고, 달래고 사과해서 다시 끌고 왔다.파티가 성황리에 진행되는 가운데, 흰색 셔츠에 검은색 양복바지를 입은 직원들이 쟁반을 들고 잘 차려입은 남녀들 사이를 누비고 있었다.정민아의 등장으로 잠시 조용해졌던 현장 분위기는 금세 원래로 돌아갔다.“언니, 어머니는 저기 계셔. 가자.”그녀는 정민아를 끌고 빠르게 주소월을 향해 걸어갔다. 그들이 다가오자 사람들은 잇달아 옆으로 비켜서서 길을 내주면서 작은 소리로 소곤거렸다.“저 여자가 왜 왔어?”“재수 없어. 진작에 알았으면 오지 말걸. 제발 좀 멀리 가. 몸에 그런 병이 있을지도 몰라.”“그만해.”옆에 있던 파트너가 열변을 토하는 여인을 팔꿈치로 쳤다.“아무리 그래도 연우 도련님 부인이야. 오늘 연우 도련님도 왔는데 혹시 들으면 큰일 나겠어.”여인은 대수롭지 않은 듯 코웃음을 쳤다.“이게 뭐 어때서? 주변에 연우 도련님이 저 여자를 싫어하는 걸 모르는 사람이 있어? 들었다 해도 절대 도와주지 않을걸.”정선아는 이 말을 듣고 속이 얼마나 후련했는지 모른다. 주소월의 난처한 얼굴을 보니 더 기뻤다. 하지만 그녀는 싹싹하고 착한 딸 모습을 하고, 주소월의 손을 잡고 위로했다.“어머니, 화내지 마세요. 어떤 사람들은 함부로 지껄이기 좋아해요. 저 여자들과 똑같이 굴지 마세요.”주소월은 입꼬리를 올리며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원래 정민아를 데리고 가서 친정 친척들에게 소개하려고 했는데, 이런 상황에서 친척들이 개의치 않는다 해도 그녀는 데리고 갈 면목이 없다.“민아야, 오느라 힘들었을 텐데 먼저 저쪽 휴게실에 가서 좀 쉬자.”그녀는 꾸짖고 싶어 입술을 달싹였지만 끝내 내뱉지 못했다. 정민아는 성깔이 보통이 아니고 난리를 칠 때면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남의 웃음거리가 되는 것이 싫어서 달래야만 했다. 어차피 휴게실에는 사람이 별로 없고, 모든 것은 파티가 끝난 후에 다시 얘기하면 된다.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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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0화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셨다

주소월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모두 놀랐다. 고연우가 정민아를 위해 나섰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연우 도련님이 아내를 죽이고 싶을 만큼 싫어한다고 하지 않았나? 이게 어떻게 된 거지?정선아도 울음을 멈추고 고연우를 바라보았고, 눈에는 큰 상처를 받은 것처럼 눈물을 가득 머금고 있었다.“공 비서랑 같이 병원에 가서 상처를 처치해.”정선아의 상처는 무척 보기 끔찍했다. 험상궂게 찢어진 부분은 없었지만 손바닥이 온통 피범벅이 되었다.“병원에 갈 필요 없어요. 유리에 긁혀서 상처가 좀 났을 뿐이니까 여기 의사가 처치하면 돼요.”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녀의 표정은 한쪽 손이 부러지기라도 한 것 같았다.그녀는 불쌍한 척하며 동정을 얻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고연우는 공민찬에게 눈짓한 후 정민아를 끌고 가버렸다.남자의 손바닥은 건조하고 약간 뜨거웠다. 피부가 서로 닿자 화끈거리는 느낌이 모공을 통해, 혈관을 따라 가슴 깊은 곳까지 파고들었다. 정민아는 이런 접촉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녀는 싫은 기색을 내며 그의 속박에서 벗어나려고 손을 뒤로 뺐다.고연우가 손에 힘을 주더니 미간을 찌푸린 채 짜증 내며 말했다.“조용히 따라와.”정민아는 그가 왜 자기를 위해 나서주었는지 너무 궁금해서 물었다.“왜 도와줘?”남자는 덤덤하게 그녀를 보더니 아무것도 아닌 듯 말했다.“네 이름이 아직 우리 고씨 집안 호적에 있어. 그 자리에 정민아가 고연우 아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있어? 나서지 않으면, 네가 거기 서서 우리 집안 체면을 깎아 먹게 내버려둬?”“네가 나를 싫어한다는 걸 누구나 다 알잖아. 그러니까 내가 고연우 아내라는 신분을 가지고 있어도 너의 체면은 깎이지 않아. 그 사람들은 그저 너를 안타깝게 생각할 뿐이지. 억지로 나같이 어디 내놓기 부끄러운 시골 처녀와 결혼했다고.”고연우가 그녀의 손을 꽉 잡고 놓지 않자, 정민아는 아예 그의 팔짱을 끼고 금실 좋은 부부처럼 딱 붙어서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내가 정씨 가문의 아가씨이지만 사람들은 나를 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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