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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6화 대리운전 부를 거야

정민아는 오랜만에 왔기에 좀 더 있고 싶었지만 고연우가 불량 학생을 잡는 교감 선생님처럼 냉랭한 얼굴로 앞에 버티고 서 있으니 술맛이 다 떨어졌다. 그녀는 키 높이 의자에서 내려와 퉁명스럽게 말했다.

“너 때문에 도망갔잖아. 만지고 싶어도 만질 수 없어.”

모델남은 뜨지 못했지만 눈썰미는 있어서 고연우를 보자마자 건드릴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알고 그들이 대화하는 틈을 타서 벌써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문을 열자마자 살을 에는 듯한 찬바람이 불어와 옷깃과 바짓가랑이로 들어왔다. 정민아는 추위에 떨며 손으로 앞섶을 여몄다.

“추워?”

“응.”

어느 순간 정민아는 그가 옷을 벗어줄 것이라는 터무니없는 생각을 했지만 곧바로 그런 일은 없다는 것을 알았다.

남자는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 빈정댔다.

“아니면 아까 그 남자를 찾아가서 옷을 벗어달라고 해봐. 무척 더운 것 같던데. 옷을 입지 않아도 얼어 죽지 않을걸.”

이 괴상야릇한 말투는 비웃는 효과를 극대화했다.

“쟤가 너한테 잘못한 게 있어?”

“아니.”

“다른 사람을 비웃는 데서 쾌감을 느껴? 고연우, 왜 사람이 그렇게 못됐어?”

모델은 몸매로 밥 벌어먹는 직업이고, 일거리를 얻기 위해 자기를 고용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 앞에서 몸을 보여주는 것은 정상적인 오디션 절차일 뿐이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피라미드 최상단에서 원하는 건 무엇이든 가질 수 있었던 고연우는 이런 것을 모른다.

“그 사람이 뭘 하려는지 정말 몰라? 아니면 알면서 모르는 척하는 거야?”

성깔이 보통이 아니어서 아무나 물어뜯는 정민아가 누군가를 감싸는 걸 처음 본 고연우는 굳은 표정으로 퉁명스럽게 말했다.

“정민아, 그동안 먹은 밥이 한 톨도 머리에는 작용하지 않았나 보지? 너랑 자고 기회를 얻으려는 거잖아. 바보가 아닌 이상 이렇게 명백한 의도를 어떻게 모를 수 있지? 목에 달고 있는 그 물건이 쓸모없으면 아예 뜯어버려.”

“고연우.”

정민아는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 마주 섰다.

미남미녀가 서로 마주 보는 화면은 청춘 드라마 포스터처럼 아름다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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