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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5화 만져봐요

고연우는 정선아가 팔짱을 끼려고 내민 손을 피하고, 걸어가면서 물었다.

“아버지는 좀 어떠셔?”

“아직 응급조치 중이에요. 아버지는 워낙 고혈압이 있어서 전에도 의사 선생님이 자극을 받으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하셨는데...”

고연우는 먼저 주소월한테 다가가 위로의 말을 건넨 후 의사에게 정철진의 상태를 물었다. 그에게 사람 마음을 안정시키는 힘이 있는지, 어찌할 바를 모르던 두 사람은 버팀목을 찾은 듯 더 이상 당황하지 않았다.

정신을 차린 주소월은 그제야 정민아가 생각이 났다. 병원에 온 후, 그녀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멀찍이 서서 강 건너 불구경하듯 했다. 그녀의 무관심에 마음이 상해 마지막 죄책감마저 털어낸 주소월은 쌀쌀하게 말했다.

“먼저 가.”

이름을 부르지 않았기에 딴생각을 하고 있던 정민아는 일시적으로 자기에게 하는 말이라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

그녀가 반응을 보이지 않자, 주소월은 책망과 원망이 섞인 말투로 언성을 높여 말했다.

“네 아버지를 한 번 더 기절시키고 싶어 여기 있는 거야? 우리 집안에서 너한테 잘못한 게 뭐가 있어서 우리를 이렇게 원망하는데? 시골에 있는 너를 경인시로 데려와 먹이고 입히고, 최고의 교육을 받게 했는데 이렇게 보답하는 거야? 네 아버지가 만약...”

그녀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몸을 부르르 떨며 눈물을 뚝뚝 떨구었다. 정선아도 그녀를 안고 같이 울었다.

주위 사람들은 정민아를 보며 소곤거렸다. 순간 그녀는 소용돌이 속에서 많은 사람의 손가락질을 받는 신세가 됐다.

복도에 많은 사람이 있는데, 정민아와 사람들 사이에 명확한 경계선이 있는 것처럼 갈려져 그들은 그녀의 세계에 들어오지 못했고 그녀도 배척을 당해 그들의 세계에 들어갈 수 없었다. 유기견처럼...

고연우는 어두운 표정을 지은 채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있어 딱 봐도 기분이 안 좋아 보였다. 그는 목청을 가다듬고 소리쳤다.

“이모님, 지금 너무 상심하셔서 정서가 불안정하니 선아와 함께 저쪽에 가서 좀 쉬세요.”

사람은 극도로 분노한 상황에서 아무 말이나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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