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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4화 꺼져

이튿날 정민아는 정철진의 전화를 받고 집에 불려 갔다.

어젯밤에 푹 자려고 휴대폰을 무음으로 해 놓았는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부재중 전화와 읽지 않은 카톡 알림이 가득 들어와 있었다. 대부분 정선아와 주소월 이름이었는데, 뒤지다가 뜻밖에 정철진의 이름이 보였다.

정철진은 가부장적이고 일을 1순위에 두고, 집안의 사소한 일은 거의 신경 쓰지 않았다. 자녀에게 문제가 생겨 그를 찾으면, 몽둥이를 휘두르고 막무가내로 진압했다. 그래서 자녀와의 관계도 깊지 않았는데, 만나면 근황 몇 마디 묻는 것 외에 평소에 먼저 연락하는 일이 없었다.

그녀는 퇴근 후에야 친정으로 갔다. 문 앞에 도착하니 안에서 정선아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아버지, 죄송해요. 잘못했어요. 화내지 마세요.”

정철진은 목소리가 높아 화를 내면 성난 사자처럼 기세가 압도적이었다.

“너와 민아는 자매이고 가족이야. 이게 무슨 행위인지 알아? 등에 비수를 꽂는 것이고 배신이고 행동거지가 잘못된 거야. 군대에서 이러면 파면되고, 심각하면 군사 법정에 서야 해.”

“흑흑! 아버지, 제가 잘못했어요.”

정선아는 숨이 넘어갈 정도로 울었다.

“의사가 제 이마에 흉터가 남을 거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잠깐 어떻게 됐었나 봐요. 그 두 사람이 언니한테서 돈을 뜯어내고, 라이브 방송을 열어 언니의 명성을 깎아내릴 줄은 몰랐어요. 알았다면 절대 그러지 않았을 거예요.”

그녀가 얼마나 애처롭게 울고, 얼마나 성의 있게 사과하는지 정민아가 조금이라도 착했다면 마음이 약해졌을 것이다.

오죽하면 ‘우는 아이 떡 하나 더 준다’는 말이 있겠는가. 정씨 집안에서 정철진이 가장 따뜻하게 대하는 사람은 간난신고 끝에 태어난 남동생도, 어릴 때부터 그들과 떨어져 지낸 친딸도 아닌, 말을 잘하고 애교가 많은 정선아였다. 아니나 다를까 그녀가 울자 ‘엄격한 아버지’ 정철진의 말투는 누그러졌다.

“가족은 뒤에서 수작을 부려 모함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돕고 마음을 합쳐야 해.”

문 앞에서 정민아는 사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보려고 인스타를 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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