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하고 전남편이 변했다의 모든 챕터: 챕터 571 - 챕터 580

853 챕터

제571화 자기, 나 보고 싶었어?

말투며 내용이며 사람의 상상을 자극하곤 했다.‘한 번 하자니? 뭘 해?’신은지는 박태준의 날카로운 눈빛과 마주했다.박태준은 물론이고, 그녀조차 무슨 진유라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채지 못했다.진유라는 의미심장하게 윙크를 하고는 그녀를 향해 손가락 두 개를 내밀었다. 그리고 남들이 들을 수 없을 줄 알았던 목소리로 말했다.“한 번에 만 원인데 두 사람과 놀 수 있어. 게다가 잘생기고 몸매도 좋아. 무엇보다 기술도 좋단 말이지...”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곽동건은 진유라의 팔을 끌고 갔다.“아파...”진유라는 원래도 중심을 잘 못 잡았는데 곽동건에게 팔을 잡히니 마치 고속으로 회전하는 드럼세탁기에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세상이 빙빙 돌아가는 것 같아 방금 누군가와 얘기했는지 생각할 새도 없었다.“이거 놔요, 나 좀... 토하고 싶어요.”그녀는 미간을 구기며 곽동건의 부축을 거절하려고 했다.하지만 그의 손을 밀어낸 후 앞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기도 전에 몸은 균형을 잃고 한쪽으로 넘어지려고 했다.다행히 곽동건은 계속 그녀를 주시하고 있었기에 상황이 좋지 않자 바로 그녀를 다시 안았다.정원에서부터 주차장까지 거리는 한참 되었다.곽동건은 진유라를 부축하며 한참 동안 걸었다. 하지만 그녀의 걸음은 느렸고, 게다가 이리저리 흔들며 중심도 못 잡았기에 곽동건은 아예 그녀를 들어 안았다.진유라가 살고 있는 곳은 신당동과 조금 멀었다.곽동건은 잠깐의 고민 끝에 대리기사에게 그의 집 주소를 알려줬다.곽동건의 집은 번화가에 있었는데 70평이 넘는 단독 주택이었다. 빛이 잘 들어오는 남향인 데다가 거실에서는 경인 시의 가장 큰 인공 호수가, 침실에서는 주택의 정원이 잘 보였다. 투명한 통유리에 원래도 넓은 집을 더 넓어 보이게 했다.곽동건은 진유라를 소파에 내려놓은 후 주방에 가서 그녀를 위해 술을 깰 수 있는 차를 끓였다.이때 진유라는 점점 정신이 드는 것 같았다.그녀는 기괴한 자세로 소파에서 일어나고는 두 손으로 그가 건넨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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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2화 뭐 하는 거야?

“나보다 뭐든 다 잘한다고요?”곽동건이 눈썹을 씰룩거렸다.“뭐든 다 잘하는 남자가 겨우 만원으로 같이 게임을 놀아줘요? 게다가 자기, 여보라고 하며 불러줘요?”“...”진유라는 말문이 막혔다.만 원은 한 사람의 값이 아니었기 때문이다.두 사람에 만 원이었으니 한 사람에 오천 원인 격이다.하지만 이 사실을 드러내면 분명 비웃음당할 게 뻔했다. 그리고 방금 게임할 때는 남자가 부른 애칭이 전혀 문제없는 것 같았는데 이제 돌이켜보니 너무 부끄러워 쥐구멍이라도 찾아 숨고 싶었다.그녀는 곽동건을 힐끔 바라봤다.차가운 얼굴의 그는 진지하고 엄숙한 표정을 지었다.그런 얼굴로 그녀에게 ‘자기’라고 말하고 있으니 설레는 감정은커녕 오히려 찬물에 맞은 것처럼 바로 진정이 되었다.게임도 껐으니 괴물 죽일 때의 긴장감도 사라졌다. 그리고 방금 가셨던 취기가 다시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진유라는 너무 피곤해 옆에서 휴대폰을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곽동건을 신경 쓸 새도 없었다.“너무 피곤해요. 나 잘래요.”진유라는 발을 뻗어 신을 신으려고 했다. 분명 거기에 있었는데 막상 발을 내딛고 보니 바닥을 밟은 것이었다.“뭐지?”진유라는 몇 번이나 신을 신으려 했지만 빗나가지 않으면 아예 바닥을 헛디디게 되었다. 어쨌든 보일러 때문에 춥지는 않았지만 말이다.그러다 자리에서 일어서자마자 바로 바닥에 나동그라졌다.바닥에는 단단한 타일이 깔려 있어 고통을 완화하는 장치가 전혀 없었다.진유라는 넘어진 후 너무 아파 눈물까지 날 지경이었다.그 모습을 바라보던 곽동건은 어이가 없었다.그는 진유라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날 줄 몰랐기 때문에 그녀를 미처 잡지 못했다.그녀가 넘어진 걸 보고 다급하게 웅크려 앉아 그녀를 부축하려 했다.“안 다쳤어요?”“움직이지 마요.”진유라가 목소리를 떨며 곽동건의 동작을 제지했다.“아파요.”“어디가 아파요?”허공에 뜬 그의 손은 몇 번이나 그녀를 어루만져주고 싶었지만 다친 곳이 어딘지 몰라 주춤할 수밖에 없었다.겉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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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3화 내가 싫어진 거지?

신은지는 자기의 술버릇이 나쁜 걸 알고 있어 일부러 술을 많이 마시지 않았다. 사람들을 다 보낸 후 그녀는 뻐근한 목을 주무르며 목욕하고 팩까지 붙였다.머리 말린 후 옷 입고 욕실을 나선 건 이미 한 시간 후의 일이었다.박태준은 이미 샤워를 마쳐 지금 침대 머리맡에 기대 문자를 하고 있었다.신은지는 이불을 젖히고 침대에 누웠다.그리고 협탁에 있는 휴대폰을 들어 진유라에게 문자를 보냈다.지금쯤 아마 집에 도착했을 테니 말이다.카톡을 열었는데 30분 전에 진유라에게서 게임 초대와 30초짜리 음성 메시지가 와 있다는 걸 발견했다.게임 초대를 보고서야 신은지는 진유라의 말이 비로소 무슨 뜻인지 알아차리게 되었다.그녀도 최근에 진유라에게 끌려가 게임 몇 판을 했었기에 ‘게임 서비스’라는 게 있는 걸 알았다.하지만 정작 그녀의 뜻을 알아차리게 되니 음성 메시지를 듣기 두려웠다.진유라가 혹시라도 무슨 충격적인 소식을 얘기했을까 봐서 말이다.박태준이 바로 옆에 있었기에 소리를 제일 낮게 틀고 귀에 댄 채 듣지 않은 이상 박태준도 들릴 게 뻔했다.신은지는 무음 모드를 켠 후 진유라에게 집에 도착했는지 물었다. 그리고 음성 메시지를 조금씩 문자로 전환하려고 했다.뒤에 있던 박태준이 갑자기 다가왔다. 도둑이 제 발 저린 신은지는 몸을 흠칫 떨다가 휴대폰을 베개 밑으로 쑤셔 넣었다.“왜 그래?”남자는 뒤에서 그녀를 끌어안았다. 그리고 턱을 그녀의 어깨에 기대며 잠긴 목소리로 물었다.“유라 씨가 뭐 같이 하자고 해?”그는 샤워를 한 후 바지만 챙겨 입었다. 상반신은 벗은 채 이불을 사이 두고 그녀의 등에 착 달라붙어 있었다.신은지는 그가 진유라가 보낸 메시지를 봤는지 몰라 긴장하고 있었기에 다른 ‘꿍꿍이’가 있는 박태준의 생각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빨리 얼렁뚱땅 넘어가고 채팅 기록을 삭제할 생각이었다.신은지는 그의 의심을 잠재우기 위해 한참 침묵을 지키다가 대답했다.“같이 게임하재.”디테일하게 말 안 한 것뿐이지, 거짓말은 아니었으니까.“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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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4화 엉덩이가 아프다

‘뽀뽀만 하자’는 남자의 말은 절대 믿어서는 안 된다.다음 날.신은지는 침대에서 일어날 힘도 없었다.다행히 오늘은 주말이라 출근을 안 해도 되었다.그녀는 침대에 누워 백 없이 하얀 천장을 바라보며 씩씩거렸다.“박태준, 이 짐승 같은 놈, 거짓말쟁이, 쓰레기!”한창 욕을 하며 신이 났는데 문이 열렸다.문 앞에 선 박태준은 신은지가 이미 깬 걸 확인하자 말했다.“일어나서 밥 먹어.”너무 피곤해서 침대 내려올 힘도 없는 그녀와 달리, 박태준은 그야말로 상쾌하고 만족스러운 얼굴이었다.어젯밤 대부분 힘을 쓴 사람은 그녀였으니 말이다.아침은 박태준이 직접 만들었다. 반찬 세 가지에 국 하나.신은지는 계단 손잡이를 잡고 느릿느릿 아래층으로 걸어 내려왔다. 두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는 것 같았다.박태준이 수저와 그릇을 내려놓고 고개를 들자 마침 이렇게 힘들어하는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그는 기분이 좋은지 입꼬리를 씩 올렸다.“안아줄까?”신은지는 자기 몸을 사리지 않는 이런 그의 행동에 불만이 많았다.“너나 잘 챙겨. 걸음도 빨리 못 걷는데 날 안겠다고? 앞으로 정말 다리 못 쓰게 되면 다른 침실에서 잘 줄 알아...”밥을 반쯤 먹었을 때 박태준은 곽동건의 전화를 받았다. 일 때문에 걸려 온 전화였다.신은지는 곽동건이 지금 경찰서에 있다고 들은 것 같았다.그녀는 휴대폰을 꺼내 진유라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어젯밤에 무슨 상황이었는지 물어보려던 찰나, 진유라가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은지야, 나 사고 친 것 같아.”신은지는 이렇게 조급한 진유라의 목소리는 처음이라 덜컥 겁이 나 밥 먹던 걸 그만두고 바로 현관 쪽으로 향했다.“왜 그래?”“나 곽동건이랑 잤어...”“...”신을 신으려던 신은지가 흠칫했다. 너무나도 예상 밖의 대답이었기 때문이다.방금 박태준의 전화에서 곽동건이 경찰서에 있다는 걸 엿듣긴 했는데 설마 진유라를 성폭행죄로 고소할 건 아니겠지?“너 지금 어디 있어? 내가 갈게.”진유라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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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5화 나 잡으러 온 건 아니겠지?

진유라는 어색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그 사람 아니고 내가 먼저 덮친 거 맞아. 그 사람은 원하지 않았는데 내가 그 사람 위에 올라타며...”진유라는 술에 취한 것뿐이지, 기억을 잃은 건 아니었다.어젯밤 일에 대해서는 비록 세세한 부분까지 생각이 나지 않지만, 어렴풋이 기억은 났다.괴로워하는 그녀를 보며 신은지는 자책감을 느꼈다. 어제 진유라를 신당동에 남겨두었어야 했는데 말이다.“그럼 지금 생각은 어때? 곽동건 씨랑 연애할 거야?”“아니.”신은지는 진유라가 이렇게 단호하게 거절할 줄 몰랐다.“정말 조금도 관심 없어?”조금이라도 호감이 갔어도 이런 일을 겪으면 웬만해서는 단호하게 거절하지 않을 텐데 말이다.“관심이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야.”진유라가 입을 가리고는 그녀의 귓가에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못하더라고.”“응? 설마?”신은지는 한참 동안 침묵을 지키고서야 겨우 입을 열었다.“곽동건 변호사님 몸매도 좋고 체력도 좋아 보이던데 그렇게 엉망이야?”곽동건과 박태준은 가까운 사이이다. 설마 정말 끼리끼리라는 말이 맞을까?“엉망도 아니고 아예 없었다니까. 엉덩이가 엄청 아픈데 아무래도 엄청 짧고 굵기도 별로고 힘도 없는 모양이야. “진유라는 말하면서 엉덩이를 움직였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엉덩이가 아팠기 때문이다.“거기는 아무렇지도 않아.”신은지가 물었다.“피는 안 났어?”“몰라. 내가 깼을 때 곽동건 몸에 엎드려 있었어. 그 사람 깨울까 봐 신발도 들고 살금살금 나왔다고. 언제 피가 났는지 볼 새가 있었겠어? 그리고 우리는... 거실 바닥에서 한 것 같아. 바닥 타일 색깔이 짙어서...”“두 사람 정말 잔 거 맞아?”“확실...”진유라는 확신 있게 말을 내뱉고는 이내 주춤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관계를 가진 기억은 없고 그녀가 먼저 곽동건에게 키스한 것만 떠올랐다.‘그다음엔? 그다음엔 내가 뭐했지?’진유라는 옷깃을 내리고 고개를 들어 신은지에게 그녀의 목과 쇄골에 남은 흔적을 보여줬다.“가슴엔 손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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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6화 프러포즈

저녁.고연우는 프라이빗 룸 문을 열었다. 안에 박태준만 있는 것을 보고는 궁금한 듯 물었다.“오늘 술 마시자고 하지 않았어? 왜 혼자야?”“할 말이 있어서 너만 불렀어.”그의 진지한 표정을 보고 고연우도 덩달아 진지해졌다.“무슨 일인데?”목이 말랐던 고연우는 먼저 술을 따라 한 모금 마시려고 했다. 하지만 그가 술을 삼키기도 전에 박태준이 회색 상자 하나를 꺼냈다. 누가 봐도 반지와 같은 액세서리는 담는 상자였다.“큽...”급하게 술을 삼킨 고연우는 자칫 사레에 걸릴 뻔했다.“이게 뭐야?”박태준은 어이없다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나 은지한테 프러포즈하려고. 이 반지 어떤지 봐주면 안 돼? 은지가 좋아할까?”고연우는 핑크색 다이아몬드가 박힌 반지를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렸다.‘이게 정말 예쁘다고 생각하는 건가? 태준이 안목은 진짜 언제 봐도 놀랍다니까... 이젠 어이가 없을 지경이야. 부잣집 자식들은 미적 감각도 키운다고 하지 않았나? 뭐, 시간이 있을 때 그림 전시회도 보고 그러는 거 아니야? 전시회도 어떻게 하지 못한 미적 감각이라면 구제 불능이네.’조명 아래에서 유난히 밝게 빛나는 핑크색 다이아몬드는 비싼 것을 제외하고 장점이 하나도 없었다. 다이아몬드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은 핑크색 유리라고 생각할 것이고, 잘 아는 사람은 차라리 안 사는 게 낫다고 생각할 것이다.고연우는 처음으로 말을 직설적으로 하지 않고 약간 돌렸다.“그건 은지 씨한테 직접 묻는 게 좋지 않을까? 당사자 의견이 가장 중요하니까.”그는 도무지 신은지가 좋아할 거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가 신은지에 대한 인상으로 절대 좋아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도 들었다.“프러포즈 반지가 결혼반지도 아니고, 마음에 안 들면 바꿀 수 있잖아.”박태준은 잠깐 고민하다가 일리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 이상 반지에 관해 고민하지 않았다.“그럼 프러포즈는 또 어떻게 해야...”그는 말하다 말고 잠깐 멈칫했다. 그러다가 득의양양한 얼굴로 손을 흔들며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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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7화 나랑 결혼해 줄래

박태준은 고연우를 힐끗 봤다. 그는 공예지가 누구를 닮았는지 알아채지 못했다, 그리고 신경 쓰지도 않았다. 조금 전에는 그냥 모르는 척 지나칠 수 없어서 도왔을 뿐이기 때문이다.“가자.”“잠시만요.”박태준을 불러세운 공예지는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아까는 진짜 고마웠어요. 혹시 연락처나 집 주소를 알려줄 수 있을까요? 옷은 깨끗이 세탁해서 돌려드릴게요.”“됐어요. 그냥 버려요.”말을 마친 그는 고연우와 함께 몸을 돌렸다. 공예지에게는 시선 한 번 주지 않았다.공예지는 박태준의 외투를 꽉 잡은 채 반짝이는 눈으로 점점 멀어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아무리 생각 없이 준 도움이라고 해도 그녀에게는 소중했다.“아까 그 여자 전예은이랑 닮지 않았어? 설마 그것 때문에 도와준 건 아니지?”“아니거든.”박태준은 애초에 공예지의 얼굴을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 고연우는 그가 불편한 듯 미간을 누르는 것을 보고 물었다.“왜 그래? 어디 아프면 병원에 갈래?”“아니. 최근 너무 무리했나 봐. 두통이 조금 있네.”재경그룹의 상황은 고연우도 잘 알았다. 박태준은 이미 며칠이나 야근했다. 그의 안색이 안 좋은 것을 보고 고연우는 말을 보탰다.“그래도 불편하면 병원에 가 봐.”“알았어.”...반지를 받은 다음 박태준은 계속 프러포즈에 관해 고민했다. 그는 데이트로 유명한 레스토랑을 예약하고 전문 업체도 찾았다. 마지막으로는 달력을 찾아 운수 좋은 날도 골랐다.신은지는 텅 빈 레스토랑을 둘러보며 물었다.“설마 여기 통째로 빌렸어?”이곳은 고급 레스토랑이다. 서비스를 보장하기 위해 하루에 받는 고객의 수량도 제한되어 있을 정도였다. 예약 한 번 하기 어려운 레스토랑이 텅 비어 있을 리는 절대 없다는 뜻이다.박태준은 신은지의 손을 잡으며 대답했다.“응.”레스토랑은 빌딩의 꼭대기 층에 있는데, 창가 자리에 앉으면 경중의 야경이 한눈에 보였다.몽롱한 조명, 우아한 피아노곡, 그리고 활짝 핀 꽃까지... 이 모든 것이 오늘의 식사가 평범하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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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8화 사고

조금 전까지만 해도 여유로운 척하던 박태준은 다급하게 반지를 꺼내려고 했다. 하지만 그의 얼굴에는 서서히 당황함이 서렸다.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주머니를 뒤졌다. 결혼반지가 사라진 것이다.‘뭐지? 나오기 전에 분명히 확인했는데? 이게 어떻게 없어질 수가 있어?!’분위기는 차갑게 식었다. 환호할 준비를 하던 사람들은 어색한 표정으로 손을 내려놓았다.“설마 반지를 안 가져온 거야?”나유성이 물었지만 대답하는 사람은 없었다.고연우도 말이 없었다. 박태준은 공부를 아주 잘했다. 인간성이 뒤떨어진다고 해도 지능은 아주 높았다.아무리 기억력이 나쁘다고 해도 프러포즈하는 날에 반지를 안 가져오는 실수를 저지르는 것은 이해할 수 없었다. 더군다나 이런 일이 하루 이틀도 아니었다. 지난번에는 그와 백화점에서 만나기로 해놓고 잊은 적도 있었다.고연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상태가 좀 이상한데...”한쪽에서 강혜정이 박용선의 팔을 툭 쳤다. 정말이지 자기 손에 반지를 빼서 박태준에게 주고 싶은 지경이었다.그녀는 하루빨리 손주를 안고 싶었다. 더군다나 여자는 일찍 아이를 낳아야 몸이 빨리 회복했다. 회복이 늦으면 그것대로 고생이었다.진유라와 강태민은 화난 표정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반지를 깜빡한 걸 보니, 신은지에게도 그다지 진심이 아닌 것 같았기 때문이다.반대로 진선호는 금방이라도 폭소를 터뜨릴 표정이었다. 다양한 표정의 사람 중에서 곽동건만 무덤덤하게 서 있었다.시간이 흐름에 따라 분위기는 점점 경직되었다. 사람들의 표정도 어색함의 극에 달했다. 프러포즈가 대답도 없이 끝날 무렵 신은지가 허리를 숙여 장미꽃 다발을 받아서 들었다.“좋아.”어색한 분위기는 그녀의 대답에 완전히 풀렸다.박태준은 상기된 얼굴로 그녀를 끌어안았다. 하지만 마음속의 걱정은 줄어들지 않았다. 그의 기억력은 점점 나빠지고 있었다. 강력한 두통과 함께 이제는 불길한 예감이 들 정도였다.그래도 두 사람은 정식 부부로 이어지게 되었다. 사람들은 전부 몰려와서 축하했고 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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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9화 일하지 마

여자는 병원의 간호사복을 입고 있었다. 생김새가 미인상은 아니지만 그래도 꽤 예쁘장한 편이었다.“저를 기억 못 해요?”공예지는 이곳에서 박태준과 마주칠 줄 몰랐다. 안 그래도 옷을 어떻게 돌려줄지 고민하던 참이었기 때문이다.질문을 끝낸 그녀는 괜한 말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밤 그녀의 얼굴 상태는 아무도 알아보지 못할 정도였다.“그날 밤 술집 주차장에서 저를 도와주셨잖아요.”“아...”박태준은 작게 머리만 끄덕일 뿐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원래도 생각 없이 도운 것일 뿐이었다.“옷은 깨끗이 세탁했어요. 그런데 이렇게 만난 줄 모르고 안 가져왔네요. 집 주로를 알려주면 내일 보내드릴게요.”거물들은 낯선 사람에게 연락처를 남기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공예지는 박태준이 준 옷이 무슨 브랜드인지 몰랐지만 딱 봐도 비싼 재질과 색감에 중고로 팔아도 어마어마한 값일 것으로 생각했다.박태준은 옷 한 벌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지만 돌려주지 않으면 그녀의 마음이 부족했다. 그녀는 어릴 적부터 어머니에게 남의 것을 탐하면 안 된다는 교육을 받았기 때문이다.이때 박태준의 이름이 호명되었다.“박태준 님!”“그냥 버려요.”공예지와 더 이상 엮이고 싶지 않았던 박태준은 또 말을 보탰다.“보낸다고 해도 버릴 테니까 일을 귀찮게 만들지 말죠. 그날 그쪽은 유니폼을 입고 있었고, 저는 직원의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는 규칙 때문에 나섰어요. 다른 사람이었어도 도와줬을 테니까 마음에 두지 말아요.”박태준은 몸을 일으켜 안으로 들어갔다. 공예지는 바로 뒤에서 따라왔다. 그는 기분이 나쁜 듯 미간을 살짝 찌푸렸지만 티를 내지는 않았다.공예지는 조부모 손에서 키워졌다. 때로는 친척한테도 가 있고 오빠, 언니들도 있어서 계란 하나 먹는 것도 눈치 봐야 하는 삶을 살았다. 그렇게 만들어진 예민한 성격 덕분에 그녀는 단번에 박태준의 기분을 알아차렸다.“저는 여기 인턴이에요.”그녀는 병원에서 간호사로 인턴 중이었다. 오늘 이렇게 마주친 것도 전부 우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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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0화 원수

신은지의 머릿속에는 문득 진유라가 떠올랐다. 만약 그녀가 직장을 그만둔다면 진유라는 그녀의 머리에 물이 들어찼다며 거꾸로 매달 사람이었다.남자가 연애 중에 한 먹여 살리겠다는 말은 절대 믿으면 안 된다. 남자가 경제권을 잡고 있는 이상 기분 나쁠 때는 어떤 말이 나올지 모르기 때문이다.진유라의 말로 하면 남자는 개와 같았다. 고기도 뼈도 많이 주면 안 된다. 조금씩 줘야 기대하는 맛이 있지 않는가?하루 종일 집에서 남자만 기다리면 목줄을 남자에게 잡히는 셈이다. 그가 원할 때면 무조건 나타나야 한다. 그러니 질린 다음에는 옷에 묻은 밥풀과 같이 빨리 떼어내고 싶은 존재가 되어 버린다. 결벽증 있는 사람은 아예 옷을 버릴지도 모른다.신은지는 어이없는 듯 박태준을 흘겨보며 말했다.“반지가 어떻게 다 팔릴 수가 있어? 변명도 제대로 된 걸 찾아야지.”박태준이 변명한다는 것을 아는데도 잠깐 사이 그녀는 잠을 깨버렸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몸을 일으켜 옷을 잡았다.“나가, 옷 갈아입을 거야.”10시 정도 되어서 백화점에 도착하자 오가는 사람은 꽤 보였다. 그러나 주얼리 코너에는 아무도 없었다.하얀 장갑을 낀 직원은 두 사람의 차림새를 훑어봤다. 그러고는 활짝 미소 지은 얼굴로 말했다.“마음에 드시는 상품 있으면 저한테 말씀하세요.”“네.”박태준은 반지들을 쭉 한 번 훑어봤다. 대부분 평범한 디자인의 반지들이었다. 그러나 디자이너를 찾아 제작하는 건 두 달 정도 걸렸기에 기다릴 수 없었다.“마음에 드는 거 없으면 다른 데 가보자.”직원의 눈에 박태준은 걸어 다니는 금괴였다. 보너스를 위해서라도 절대 놓칠 수 없다는 말이다.“이곳은 일반적인 반지들뿐이라 디자인이 다양하지 못해요. 손님, 저쪽 VIP에서 보시겠어요?”이때 박태준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전화를 건 사람은 다름 아닌 왕준서였다.“나 전화 좀 받을게. 너 먼저 보고 있어.”신은지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골라 놓고 기다릴게.”VIP 쪽에는 확실히 예쁜 반지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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