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유라는 어색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그 사람 아니고 내가 먼저 덮친 거 맞아. 그 사람은 원하지 않았는데 내가 그 사람 위에 올라타며...”진유라는 술에 취한 것뿐이지, 기억을 잃은 건 아니었다.어젯밤 일에 대해서는 비록 세세한 부분까지 생각이 나지 않지만, 어렴풋이 기억은 났다.괴로워하는 그녀를 보며 신은지는 자책감을 느꼈다. 어제 진유라를 신당동에 남겨두었어야 했는데 말이다.“그럼 지금 생각은 어때? 곽동건 씨랑 연애할 거야?”“아니.”신은지는 진유라가 이렇게 단호하게 거절할 줄 몰랐다.“정말 조금도 관심 없어?”조금이라도 호감이 갔어도 이런 일을 겪으면 웬만해서는 단호하게 거절하지 않을 텐데 말이다.“관심이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야.”진유라가 입을 가리고는 그녀의 귓가에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못하더라고.”“응? 설마?”신은지는 한참 동안 침묵을 지키고서야 겨우 입을 열었다.“곽동건 변호사님 몸매도 좋고 체력도 좋아 보이던데 그렇게 엉망이야?”곽동건과 박태준은 가까운 사이이다. 설마 정말 끼리끼리라는 말이 맞을까?“엉망도 아니고 아예 없었다니까. 엉덩이가 엄청 아픈데 아무래도 엄청 짧고 굵기도 별로고 힘도 없는 모양이야. “진유라는 말하면서 엉덩이를 움직였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엉덩이가 아팠기 때문이다.“거기는 아무렇지도 않아.”신은지가 물었다.“피는 안 났어?”“몰라. 내가 깼을 때 곽동건 몸에 엎드려 있었어. 그 사람 깨울까 봐 신발도 들고 살금살금 나왔다고. 언제 피가 났는지 볼 새가 있었겠어? 그리고 우리는... 거실 바닥에서 한 것 같아. 바닥 타일 색깔이 짙어서...”“두 사람 정말 잔 거 맞아?”“확실...”진유라는 확신 있게 말을 내뱉고는 이내 주춤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관계를 가진 기억은 없고 그녀가 먼저 곽동건에게 키스한 것만 떠올랐다.‘그다음엔? 그다음엔 내가 뭐했지?’진유라는 옷깃을 내리고 고개를 들어 신은지에게 그녀의 목과 쇄골에 남은 흔적을 보여줬다.“가슴엔 손가락
저녁.고연우는 프라이빗 룸 문을 열었다. 안에 박태준만 있는 것을 보고는 궁금한 듯 물었다.“오늘 술 마시자고 하지 않았어? 왜 혼자야?”“할 말이 있어서 너만 불렀어.”그의 진지한 표정을 보고 고연우도 덩달아 진지해졌다.“무슨 일인데?”목이 말랐던 고연우는 먼저 술을 따라 한 모금 마시려고 했다. 하지만 그가 술을 삼키기도 전에 박태준이 회색 상자 하나를 꺼냈다. 누가 봐도 반지와 같은 액세서리는 담는 상자였다.“큽...”급하게 술을 삼킨 고연우는 자칫 사레에 걸릴 뻔했다.“이게 뭐야?”박태준은 어이없다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나 은지한테 프러포즈하려고. 이 반지 어떤지 봐주면 안 돼? 은지가 좋아할까?”고연우는 핑크색 다이아몬드가 박힌 반지를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렸다.‘이게 정말 예쁘다고 생각하는 건가? 태준이 안목은 진짜 언제 봐도 놀랍다니까... 이젠 어이가 없을 지경이야. 부잣집 자식들은 미적 감각도 키운다고 하지 않았나? 뭐, 시간이 있을 때 그림 전시회도 보고 그러는 거 아니야? 전시회도 어떻게 하지 못한 미적 감각이라면 구제 불능이네.’조명 아래에서 유난히 밝게 빛나는 핑크색 다이아몬드는 비싼 것을 제외하고 장점이 하나도 없었다. 다이아몬드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은 핑크색 유리라고 생각할 것이고, 잘 아는 사람은 차라리 안 사는 게 낫다고 생각할 것이다.고연우는 처음으로 말을 직설적으로 하지 않고 약간 돌렸다.“그건 은지 씨한테 직접 묻는 게 좋지 않을까? 당사자 의견이 가장 중요하니까.”그는 도무지 신은지가 좋아할 거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가 신은지에 대한 인상으로 절대 좋아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도 들었다.“프러포즈 반지가 결혼반지도 아니고, 마음에 안 들면 바꿀 수 있잖아.”박태준은 잠깐 고민하다가 일리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 이상 반지에 관해 고민하지 않았다.“그럼 프러포즈는 또 어떻게 해야...”그는 말하다 말고 잠깐 멈칫했다. 그러다가 득의양양한 얼굴로 손을 흔들며 말을 이었다.
박태준은 고연우를 힐끗 봤다. 그는 공예지가 누구를 닮았는지 알아채지 못했다, 그리고 신경 쓰지도 않았다. 조금 전에는 그냥 모르는 척 지나칠 수 없어서 도왔을 뿐이기 때문이다.“가자.”“잠시만요.”박태준을 불러세운 공예지는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아까는 진짜 고마웠어요. 혹시 연락처나 집 주소를 알려줄 수 있을까요? 옷은 깨끗이 세탁해서 돌려드릴게요.”“됐어요. 그냥 버려요.”말을 마친 그는 고연우와 함께 몸을 돌렸다. 공예지에게는 시선 한 번 주지 않았다.공예지는 박태준의 외투를 꽉 잡은 채 반짝이는 눈으로 점점 멀어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아무리 생각 없이 준 도움이라고 해도 그녀에게는 소중했다.“아까 그 여자 전예은이랑 닮지 않았어? 설마 그것 때문에 도와준 건 아니지?”“아니거든.”박태준은 애초에 공예지의 얼굴을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 고연우는 그가 불편한 듯 미간을 누르는 것을 보고 물었다.“왜 그래? 어디 아프면 병원에 갈래?”“아니. 최근 너무 무리했나 봐. 두통이 조금 있네.”재경그룹의 상황은 고연우도 잘 알았다. 박태준은 이미 며칠이나 야근했다. 그의 안색이 안 좋은 것을 보고 고연우는 말을 보탰다.“그래도 불편하면 병원에 가 봐.”“알았어.”...반지를 받은 다음 박태준은 계속 프러포즈에 관해 고민했다. 그는 데이트로 유명한 레스토랑을 예약하고 전문 업체도 찾았다. 마지막으로는 달력을 찾아 운수 좋은 날도 골랐다.신은지는 텅 빈 레스토랑을 둘러보며 물었다.“설마 여기 통째로 빌렸어?”이곳은 고급 레스토랑이다. 서비스를 보장하기 위해 하루에 받는 고객의 수량도 제한되어 있을 정도였다. 예약 한 번 하기 어려운 레스토랑이 텅 비어 있을 리는 절대 없다는 뜻이다.박태준은 신은지의 손을 잡으며 대답했다.“응.”레스토랑은 빌딩의 꼭대기 층에 있는데, 창가 자리에 앉으면 경중의 야경이 한눈에 보였다.몽롱한 조명, 우아한 피아노곡, 그리고 활짝 핀 꽃까지... 이 모든 것이 오늘의 식사가 평범하지 않
조금 전까지만 해도 여유로운 척하던 박태준은 다급하게 반지를 꺼내려고 했다. 하지만 그의 얼굴에는 서서히 당황함이 서렸다.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주머니를 뒤졌다. 결혼반지가 사라진 것이다.‘뭐지? 나오기 전에 분명히 확인했는데? 이게 어떻게 없어질 수가 있어?!’분위기는 차갑게 식었다. 환호할 준비를 하던 사람들은 어색한 표정으로 손을 내려놓았다.“설마 반지를 안 가져온 거야?”나유성이 물었지만 대답하는 사람은 없었다.고연우도 말이 없었다. 박태준은 공부를 아주 잘했다. 인간성이 뒤떨어진다고 해도 지능은 아주 높았다.아무리 기억력이 나쁘다고 해도 프러포즈하는 날에 반지를 안 가져오는 실수를 저지르는 것은 이해할 수 없었다. 더군다나 이런 일이 하루 이틀도 아니었다. 지난번에는 그와 백화점에서 만나기로 해놓고 잊은 적도 있었다.고연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상태가 좀 이상한데...”한쪽에서 강혜정이 박용선의 팔을 툭 쳤다. 정말이지 자기 손에 반지를 빼서 박태준에게 주고 싶은 지경이었다.그녀는 하루빨리 손주를 안고 싶었다. 더군다나 여자는 일찍 아이를 낳아야 몸이 빨리 회복했다. 회복이 늦으면 그것대로 고생이었다.진유라와 강태민은 화난 표정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반지를 깜빡한 걸 보니, 신은지에게도 그다지 진심이 아닌 것 같았기 때문이다.반대로 진선호는 금방이라도 폭소를 터뜨릴 표정이었다. 다양한 표정의 사람 중에서 곽동건만 무덤덤하게 서 있었다.시간이 흐름에 따라 분위기는 점점 경직되었다. 사람들의 표정도 어색함의 극에 달했다. 프러포즈가 대답도 없이 끝날 무렵 신은지가 허리를 숙여 장미꽃 다발을 받아서 들었다.“좋아.”어색한 분위기는 그녀의 대답에 완전히 풀렸다.박태준은 상기된 얼굴로 그녀를 끌어안았다. 하지만 마음속의 걱정은 줄어들지 않았다. 그의 기억력은 점점 나빠지고 있었다. 강력한 두통과 함께 이제는 불길한 예감이 들 정도였다.그래도 두 사람은 정식 부부로 이어지게 되었다. 사람들은 전부 몰려와서 축하했고 눈치
여자는 병원의 간호사복을 입고 있었다. 생김새가 미인상은 아니지만 그래도 꽤 예쁘장한 편이었다.“저를 기억 못 해요?”공예지는 이곳에서 박태준과 마주칠 줄 몰랐다. 안 그래도 옷을 어떻게 돌려줄지 고민하던 참이었기 때문이다.질문을 끝낸 그녀는 괜한 말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밤 그녀의 얼굴 상태는 아무도 알아보지 못할 정도였다.“그날 밤 술집 주차장에서 저를 도와주셨잖아요.”“아...”박태준은 작게 머리만 끄덕일 뿐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원래도 생각 없이 도운 것일 뿐이었다.“옷은 깨끗이 세탁했어요. 그런데 이렇게 만난 줄 모르고 안 가져왔네요. 집 주로를 알려주면 내일 보내드릴게요.”거물들은 낯선 사람에게 연락처를 남기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공예지는 박태준이 준 옷이 무슨 브랜드인지 몰랐지만 딱 봐도 비싼 재질과 색감에 중고로 팔아도 어마어마한 값일 것으로 생각했다.박태준은 옷 한 벌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지만 돌려주지 않으면 그녀의 마음이 부족했다. 그녀는 어릴 적부터 어머니에게 남의 것을 탐하면 안 된다는 교육을 받았기 때문이다.이때 박태준의 이름이 호명되었다.“박태준 님!”“그냥 버려요.”공예지와 더 이상 엮이고 싶지 않았던 박태준은 또 말을 보탰다.“보낸다고 해도 버릴 테니까 일을 귀찮게 만들지 말죠. 그날 그쪽은 유니폼을 입고 있었고, 저는 직원의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는 규칙 때문에 나섰어요. 다른 사람이었어도 도와줬을 테니까 마음에 두지 말아요.”박태준은 몸을 일으켜 안으로 들어갔다. 공예지는 바로 뒤에서 따라왔다. 그는 기분이 나쁜 듯 미간을 살짝 찌푸렸지만 티를 내지는 않았다.공예지는 조부모 손에서 키워졌다. 때로는 친척한테도 가 있고 오빠, 언니들도 있어서 계란 하나 먹는 것도 눈치 봐야 하는 삶을 살았다. 그렇게 만들어진 예민한 성격 덕분에 그녀는 단번에 박태준의 기분을 알아차렸다.“저는 여기 인턴이에요.”그녀는 병원에서 간호사로 인턴 중이었다. 오늘 이렇게 마주친 것도 전부 우연이었다
신은지의 머릿속에는 문득 진유라가 떠올랐다. 만약 그녀가 직장을 그만둔다면 진유라는 그녀의 머리에 물이 들어찼다며 거꾸로 매달 사람이었다.남자가 연애 중에 한 먹여 살리겠다는 말은 절대 믿으면 안 된다. 남자가 경제권을 잡고 있는 이상 기분 나쁠 때는 어떤 말이 나올지 모르기 때문이다.진유라의 말로 하면 남자는 개와 같았다. 고기도 뼈도 많이 주면 안 된다. 조금씩 줘야 기대하는 맛이 있지 않는가?하루 종일 집에서 남자만 기다리면 목줄을 남자에게 잡히는 셈이다. 그가 원할 때면 무조건 나타나야 한다. 그러니 질린 다음에는 옷에 묻은 밥풀과 같이 빨리 떼어내고 싶은 존재가 되어 버린다. 결벽증 있는 사람은 아예 옷을 버릴지도 모른다.신은지는 어이없는 듯 박태준을 흘겨보며 말했다.“반지가 어떻게 다 팔릴 수가 있어? 변명도 제대로 된 걸 찾아야지.”박태준이 변명한다는 것을 아는데도 잠깐 사이 그녀는 잠을 깨버렸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몸을 일으켜 옷을 잡았다.“나가, 옷 갈아입을 거야.”10시 정도 되어서 백화점에 도착하자 오가는 사람은 꽤 보였다. 그러나 주얼리 코너에는 아무도 없었다.하얀 장갑을 낀 직원은 두 사람의 차림새를 훑어봤다. 그러고는 활짝 미소 지은 얼굴로 말했다.“마음에 드시는 상품 있으면 저한테 말씀하세요.”“네.”박태준은 반지들을 쭉 한 번 훑어봤다. 대부분 평범한 디자인의 반지들이었다. 그러나 디자이너를 찾아 제작하는 건 두 달 정도 걸렸기에 기다릴 수 없었다.“마음에 드는 거 없으면 다른 데 가보자.”직원의 눈에 박태준은 걸어 다니는 금괴였다. 보너스를 위해서라도 절대 놓칠 수 없다는 말이다.“이곳은 일반적인 반지들뿐이라 디자인이 다양하지 못해요. 손님, 저쪽 VIP에서 보시겠어요?”이때 박태준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전화를 건 사람은 다름 아닌 왕준서였다.“나 전화 좀 받을게. 너 먼저 보고 있어.”신은지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골라 놓고 기다릴게.”VIP 쪽에는 확실히 예쁜 반지가 많았다.
이 말을 들은 신은지는 이상하게 생각했다.‘뭐 이런 바보가 다 있어? 근데 목소리가 왜 이렇게 박태준인 것 같지?'그녀는 고개를 돌려 뒤에 서 있는 사람을 확인했다. 역시 박태준이었다."언제 들어왔어?""방금."걸어오면서 들은 내용만으로도 무슨 일인지 파악하기에는 충분했다.직원이 블랙 카드를 보고 싱글벙글 웃으며 받으려고 했지만 신은지가 카드를 도로 빼앗아 왔다."좀 더 볼게요. 더러워서 병에 걸릴까 봐 불안하네요."여자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었다."무슨 말씀이세요?""그쪽이 한 말 아닌가요? 저도 그쪽과 같은 의미예요.""너..."그녀는 박태준을 힐끔 쳐다보았다. 아무리 분해도 마음속에 담아둘 수밖에 없었다."너희들... 너희 결혼해?"박태준은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자신이 모르는 사람이라는 것을 확인한 후 그는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누구시죠? 우리가 결혼하든 말든 무슨 상관이 있으신데요?""..."그녀는 지금 박태준에게 감히 사심을 가질 수 없었다. 단지 신은지가 눈에 거슬려서 반지를 뺏은 것뿐이었다.‘신은지가 아니었다면 내가 어떻게 이런 허름한 곳에서 출근할 수 있겠어. 게다가 엄마 아빠는 내 용돈까지 다 가져가 버리고!'‘분명 박태준에게서 쫓겨났었는데 어떻게 재혼한 거지? 어떻게 다시 꼬셨대? 대단하기도 해라.'박태준이 신은지를 내려다보았다. 등불 아래에서 본 그녀의 피부는 반사될 정도로 희고 매끄러워 보였다. 그래서 참지 못하고 손으로 만졌더니 감촉이 아주 좋았다.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었기에 신은지가 볼을 붉히며 피하려 하자 박태준이 입을 열었다."네가 먼저 마음에 들어 한 거야?""응, 그런데 저 여자에게 뺏겼어.”“…"그녀를 정말 보면 볼수록 어이가 없었다. 분명히 고자질하고 있으면서 순진한 척을 하고 있었다."누가 먼저 결제를 하면 누가 임자지, 모든 사람들이 다 신은지 씨만 기다릴 수는 없지 않습니까? 신은지 씨가 고른 후에야 살 수 있나요? 박 대표님이 아무리 권세가 있으시다고 해도 이렇게 억
오시은은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말했다."이선우, 너는 아무도 원하지 않는 고아였어. 나는 너를 치켜올릴 수 있지만 바꿔버릴 수도 있어."그녀는 이선우를 처음 본 순간부터 그를 좋아했다. 오랜 세월이 흘렀다. 오시은은 자기가 그에게 이렇게 냉담한 말을 하게 될 날이 올 줄 몰랐다.그녀도 몰랐지만 이선우는 더 생각지도 못했다.그는 오시은을 쳐다보았지만 그녀의 눈빛은 차가웠다. 오시은은 그를 쓱 내려다보고는 돌아섰다.뒷 테이블에 앉아 있는 박태준과 신은지와 눈이 마주치고 오시은의 얼굴에 어색함이 스쳐 지나갔다. 원래 같으면 인사말이라도 몇 마디 나눠서 조금이라도 더 가까워지려고 했겠지만 지금은 기분이 별로인지 고개만 끄덕이며 인사했다.그녀가 떠나자 이선우도 밥 먹을 마음이 없어져서 돈을 내고 떠났다.진선호와 그녀의 관계를 떠올린 신은지가 물었다."저 사림이 시은 씨 전 남자 친구야?”"전 약혼자인데 고아야. 돌아가신 오 이사님에게 입양되어 미래의 사위로 키워졌는데 오 이사님이 죽자마자 예 아가씨를 버리고 다른 여자와 결혼했어. 하지만 다른 사람들한테는 오시은 씨와 결혼했다고 주장하는 거지. 나도 그사이에 갈등은 잘 모르지만 아마 회사 주식과 관련이 있을 거야.”오시은을 조사한 적이 있지만 모두 회사 관련이었고 그들의 삼각관계에는 관심이 없었다.신은지는 그 말을 듣고 중얼거렸다."쓰레기도 정말 많네.”"…"‘이선우를 욕할 거면 이선우를 욕하지. 왜 날 쳐다보지?'억울하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전과자였기 때문이다.밥을 먹고 박태준은 회사로 돌아가려고 했다."먼저 너 데려다줄까?”"유라 찾으러 갈 거야.”요 며칠 동안 너무 바빠서 진유라와 연락도 못 했는데 그녀와 곽동건과 어떻게 되었는지 몰랐다.진유라는 가게에 있었고 박태준은 그녀를 배웅했다."일 끝나면 데리러 올게.”"됐어. 번거롭게 그럴 필요 없어. 나절로 갈게.”진유라가 그녀를 어디로 끌고 갈지 모르는 데다가 재경 그룹과 그녀의 가게는 같은 방향이 아니어서 데리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