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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0화 원수

신은지의 머릿속에는 문득 진유라가 떠올랐다. 만약 그녀가 직장을 그만둔다면 진유라는 그녀의 머리에 물이 들어찼다며 거꾸로 매달 사람이었다.

남자가 연애 중에 한 먹여 살리겠다는 말은 절대 믿으면 안 된다. 남자가 경제권을 잡고 있는 이상 기분 나쁠 때는 어떤 말이 나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진유라의 말로 하면 남자는 개와 같았다. 고기도 뼈도 많이 주면 안 된다. 조금씩 줘야 기대하는 맛이 있지 않는가?

하루 종일 집에서 남자만 기다리면 목줄을 남자에게 잡히는 셈이다. 그가 원할 때면 무조건 나타나야 한다. 그러니 질린 다음에는 옷에 묻은 밥풀과 같이 빨리 떼어내고 싶은 존재가 되어 버린다. 결벽증 있는 사람은 아예 옷을 버릴지도 모른다.

신은지는 어이없는 듯 박태준을 흘겨보며 말했다.

“반지가 어떻게 다 팔릴 수가 있어? 변명도 제대로 된 걸 찾아야지.”

박태준이 변명한다는 것을 아는데도 잠깐 사이 그녀는 잠을 깨버렸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몸을 일으켜 옷을 잡았다.

“나가, 옷 갈아입을 거야.”

10시 정도 되어서 백화점에 도착하자 오가는 사람은 꽤 보였다. 그러나 주얼리 코너에는 아무도 없었다.

하얀 장갑을 낀 직원은 두 사람의 차림새를 훑어봤다. 그러고는 활짝 미소 지은 얼굴로 말했다.

“마음에 드시는 상품 있으면 저한테 말씀하세요.”

“네.”

박태준은 반지들을 쭉 한 번 훑어봤다. 대부분 평범한 디자인의 반지들이었다. 그러나 디자이너를 찾아 제작하는 건 두 달 정도 걸렸기에 기다릴 수 없었다.

“마음에 드는 거 없으면 다른 데 가보자.”

직원의 눈에 박태준은 걸어 다니는 금괴였다. 보너스를 위해서라도 절대 놓칠 수 없다는 말이다.

“이곳은 일반적인 반지들뿐이라 디자인이 다양하지 못해요. 손님, 저쪽 VIP에서 보시겠어요?”

이때 박태준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전화를 건 사람은 다름 아닌 왕준서였다.

“나 전화 좀 받을게. 너 먼저 보고 있어.”

신은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골라 놓고 기다릴게.”

VIP 쪽에는 확실히 예쁜 반지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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