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병원의 간호사복을 입고 있었다. 생김새가 미인상은 아니지만 그래도 꽤 예쁘장한 편이었다.“저를 기억 못 해요?”공예지는 이곳에서 박태준과 마주칠 줄 몰랐다. 안 그래도 옷을 어떻게 돌려줄지 고민하던 참이었기 때문이다.질문을 끝낸 그녀는 괜한 말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밤 그녀의 얼굴 상태는 아무도 알아보지 못할 정도였다.“그날 밤 술집 주차장에서 저를 도와주셨잖아요.”“아...”박태준은 작게 머리만 끄덕일 뿐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원래도 생각 없이 도운 것일 뿐이었다.“옷은 깨끗이 세탁했어요. 그런데 이렇게 만난 줄 모르고 안 가져왔네요. 집 주로를 알려주면 내일 보내드릴게요.”거물들은 낯선 사람에게 연락처를 남기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공예지는 박태준이 준 옷이 무슨 브랜드인지 몰랐지만 딱 봐도 비싼 재질과 색감에 중고로 팔아도 어마어마한 값일 것으로 생각했다.박태준은 옷 한 벌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지만 돌려주지 않으면 그녀의 마음이 부족했다. 그녀는 어릴 적부터 어머니에게 남의 것을 탐하면 안 된다는 교육을 받았기 때문이다.이때 박태준의 이름이 호명되었다.“박태준 님!”“그냥 버려요.”공예지와 더 이상 엮이고 싶지 않았던 박태준은 또 말을 보탰다.“보낸다고 해도 버릴 테니까 일을 귀찮게 만들지 말죠. 그날 그쪽은 유니폼을 입고 있었고, 저는 직원의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는 규칙 때문에 나섰어요. 다른 사람이었어도 도와줬을 테니까 마음에 두지 말아요.”박태준은 몸을 일으켜 안으로 들어갔다. 공예지는 바로 뒤에서 따라왔다. 그는 기분이 나쁜 듯 미간을 살짝 찌푸렸지만 티를 내지는 않았다.공예지는 조부모 손에서 키워졌다. 때로는 친척한테도 가 있고 오빠, 언니들도 있어서 계란 하나 먹는 것도 눈치 봐야 하는 삶을 살았다. 그렇게 만들어진 예민한 성격 덕분에 그녀는 단번에 박태준의 기분을 알아차렸다.“저는 여기 인턴이에요.”그녀는 병원에서 간호사로 인턴 중이었다. 오늘 이렇게 마주친 것도 전부 우연이었다
신은지의 머릿속에는 문득 진유라가 떠올랐다. 만약 그녀가 직장을 그만둔다면 진유라는 그녀의 머리에 물이 들어찼다며 거꾸로 매달 사람이었다.남자가 연애 중에 한 먹여 살리겠다는 말은 절대 믿으면 안 된다. 남자가 경제권을 잡고 있는 이상 기분 나쁠 때는 어떤 말이 나올지 모르기 때문이다.진유라의 말로 하면 남자는 개와 같았다. 고기도 뼈도 많이 주면 안 된다. 조금씩 줘야 기대하는 맛이 있지 않는가?하루 종일 집에서 남자만 기다리면 목줄을 남자에게 잡히는 셈이다. 그가 원할 때면 무조건 나타나야 한다. 그러니 질린 다음에는 옷에 묻은 밥풀과 같이 빨리 떼어내고 싶은 존재가 되어 버린다. 결벽증 있는 사람은 아예 옷을 버릴지도 모른다.신은지는 어이없는 듯 박태준을 흘겨보며 말했다.“반지가 어떻게 다 팔릴 수가 있어? 변명도 제대로 된 걸 찾아야지.”박태준이 변명한다는 것을 아는데도 잠깐 사이 그녀는 잠을 깨버렸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몸을 일으켜 옷을 잡았다.“나가, 옷 갈아입을 거야.”10시 정도 되어서 백화점에 도착하자 오가는 사람은 꽤 보였다. 그러나 주얼리 코너에는 아무도 없었다.하얀 장갑을 낀 직원은 두 사람의 차림새를 훑어봤다. 그러고는 활짝 미소 지은 얼굴로 말했다.“마음에 드시는 상품 있으면 저한테 말씀하세요.”“네.”박태준은 반지들을 쭉 한 번 훑어봤다. 대부분 평범한 디자인의 반지들이었다. 그러나 디자이너를 찾아 제작하는 건 두 달 정도 걸렸기에 기다릴 수 없었다.“마음에 드는 거 없으면 다른 데 가보자.”직원의 눈에 박태준은 걸어 다니는 금괴였다. 보너스를 위해서라도 절대 놓칠 수 없다는 말이다.“이곳은 일반적인 반지들뿐이라 디자인이 다양하지 못해요. 손님, 저쪽 VIP에서 보시겠어요?”이때 박태준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전화를 건 사람은 다름 아닌 왕준서였다.“나 전화 좀 받을게. 너 먼저 보고 있어.”신은지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골라 놓고 기다릴게.”VIP 쪽에는 확실히 예쁜 반지가 많았다.
이 말을 들은 신은지는 이상하게 생각했다.‘뭐 이런 바보가 다 있어? 근데 목소리가 왜 이렇게 박태준인 것 같지?'그녀는 고개를 돌려 뒤에 서 있는 사람을 확인했다. 역시 박태준이었다."언제 들어왔어?""방금."걸어오면서 들은 내용만으로도 무슨 일인지 파악하기에는 충분했다.직원이 블랙 카드를 보고 싱글벙글 웃으며 받으려고 했지만 신은지가 카드를 도로 빼앗아 왔다."좀 더 볼게요. 더러워서 병에 걸릴까 봐 불안하네요."여자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었다."무슨 말씀이세요?""그쪽이 한 말 아닌가요? 저도 그쪽과 같은 의미예요.""너..."그녀는 박태준을 힐끔 쳐다보았다. 아무리 분해도 마음속에 담아둘 수밖에 없었다."너희들... 너희 결혼해?"박태준은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자신이 모르는 사람이라는 것을 확인한 후 그는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누구시죠? 우리가 결혼하든 말든 무슨 상관이 있으신데요?""..."그녀는 지금 박태준에게 감히 사심을 가질 수 없었다. 단지 신은지가 눈에 거슬려서 반지를 뺏은 것뿐이었다.‘신은지가 아니었다면 내가 어떻게 이런 허름한 곳에서 출근할 수 있겠어. 게다가 엄마 아빠는 내 용돈까지 다 가져가 버리고!'‘분명 박태준에게서 쫓겨났었는데 어떻게 재혼한 거지? 어떻게 다시 꼬셨대? 대단하기도 해라.'박태준이 신은지를 내려다보았다. 등불 아래에서 본 그녀의 피부는 반사될 정도로 희고 매끄러워 보였다. 그래서 참지 못하고 손으로 만졌더니 감촉이 아주 좋았다.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었기에 신은지가 볼을 붉히며 피하려 하자 박태준이 입을 열었다."네가 먼저 마음에 들어 한 거야?""응, 그런데 저 여자에게 뺏겼어.”“…"그녀를 정말 보면 볼수록 어이가 없었다. 분명히 고자질하고 있으면서 순진한 척을 하고 있었다."누가 먼저 결제를 하면 누가 임자지, 모든 사람들이 다 신은지 씨만 기다릴 수는 없지 않습니까? 신은지 씨가 고른 후에야 살 수 있나요? 박 대표님이 아무리 권세가 있으시다고 해도 이렇게 억
오시은은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말했다."이선우, 너는 아무도 원하지 않는 고아였어. 나는 너를 치켜올릴 수 있지만 바꿔버릴 수도 있어."그녀는 이선우를 처음 본 순간부터 그를 좋아했다. 오랜 세월이 흘렀다. 오시은은 자기가 그에게 이렇게 냉담한 말을 하게 될 날이 올 줄 몰랐다.그녀도 몰랐지만 이선우는 더 생각지도 못했다.그는 오시은을 쳐다보았지만 그녀의 눈빛은 차가웠다. 오시은은 그를 쓱 내려다보고는 돌아섰다.뒷 테이블에 앉아 있는 박태준과 신은지와 눈이 마주치고 오시은의 얼굴에 어색함이 스쳐 지나갔다. 원래 같으면 인사말이라도 몇 마디 나눠서 조금이라도 더 가까워지려고 했겠지만 지금은 기분이 별로인지 고개만 끄덕이며 인사했다.그녀가 떠나자 이선우도 밥 먹을 마음이 없어져서 돈을 내고 떠났다.진선호와 그녀의 관계를 떠올린 신은지가 물었다."저 사림이 시은 씨 전 남자 친구야?”"전 약혼자인데 고아야. 돌아가신 오 이사님에게 입양되어 미래의 사위로 키워졌는데 오 이사님이 죽자마자 예 아가씨를 버리고 다른 여자와 결혼했어. 하지만 다른 사람들한테는 오시은 씨와 결혼했다고 주장하는 거지. 나도 그사이에 갈등은 잘 모르지만 아마 회사 주식과 관련이 있을 거야.”오시은을 조사한 적이 있지만 모두 회사 관련이었고 그들의 삼각관계에는 관심이 없었다.신은지는 그 말을 듣고 중얼거렸다."쓰레기도 정말 많네.”"…"‘이선우를 욕할 거면 이선우를 욕하지. 왜 날 쳐다보지?'억울하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전과자였기 때문이다.밥을 먹고 박태준은 회사로 돌아가려고 했다."먼저 너 데려다줄까?”"유라 찾으러 갈 거야.”요 며칠 동안 너무 바빠서 진유라와 연락도 못 했는데 그녀와 곽동건과 어떻게 되었는지 몰랐다.진유라는 가게에 있었고 박태준은 그녀를 배웅했다."일 끝나면 데리러 올게.”"됐어. 번거롭게 그럴 필요 없어. 나절로 갈게.”진유라가 그녀를 어디로 끌고 갈지 모르는 데다가 재경 그룹과 그녀의 가게는 같은 방향이 아니어서 데리러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그제야 눈치챈 진유라는 갑자기 멈칫했다. 그녀는 잠시 말을 끊었다가 몇 초 후에 대답했다."왜 전화했어요?”"저녁에 같이 밥 먹어요.”"식사요? 그럼 스케줄표 좀 보고 올게요.”"됐어요. 만약 스케줄이 많으면 영수랑 약속 잡을게요. 마침 며칠 전에 얘기 좀 하자고 해서...”곽동건이 재수 없는 동생에 대해 언급하자 진유라는 순간 할 말이 없어졌다. 전생에 무슨 죄를 지어서 진영수, 그 사기꾼 같은 동생을 만났는지. 게다가 그는 또 다른 사람이 아닌 그녀만 잡고 늘어졌다.그녀는 그의 말을 끊었다."무슨 소리예요? 줄을 서는 건 다른 사람들을 얘기한 거고. 남자 친구인데 어떻게 다른 사람과 똑같을 수 있겠어요? 오늘 저녁에 가요. 뭐 먹고 싶어요? 양식? 중식? 태국 음식? 프랑스 음식? 아니면...”그녀는 화가 나서 이를 갈았다. 하지만 안 그런 척 말을 이어 나갔다. 말투로 보면 그녀가 화가 났다는 게 전혀 티가 나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두 가지 말투가 왔다 갔다 바뀌는 것을 보던 신은지는 대단하다고 감탄했다."다 좋습니다."대답하지 않으면 그녀가 계속 말할까 봐 곽동건은 뭐든 괜찮다고 했다. 대답하지 않으면 진유라가 모든 나라의 이름을 한 번 외울 것만 같았다."당신이 결정하는 대로 가죠. 결정되면 저에게 알려주세요. 제가 레스토랑을 예약할게요.”"...”그녀는 같이 밥 먹으러 갈 때 입만 열면 ‘아무거나'라고 말하는 사람을 가장 싫어했다. 진유라는 화가 치밀어 올라서 하마터면 곽동건에게 성질을 쓰면서 꺼지라고 할 뻔했다."그럼... 인도 요리.”그녀는 식사 전에 계란 볶음밥 두 그릇을 먹고 갈 생각이었다. 그리고 먹을 때는 그가 먹는 것을 지켜볼 생각이었다.곽동건은 한참 동안 아무 말도 안 하다가 입을 열었다."중식으로 하죠.”"하...”‘남자가 주견이 없어서는.'그녀가 전화를 끊자 신은지는 손에 든 디저트를 들고 내숭을 떨면서 한숨을 쉬어댔다."아이고, 누구는 저녁에 식사하러 간다네요.
신은지는 한참 동안 기다렸지만 박태준은 말을 이어가지 않았다.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물어보려는데 그가 가까이 다가와 입술로 그녀의 얼굴을 비볐다. 쉰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나를 달래줘.”“?”"나유성에게 선물을 주면 나는 기분이 안 좋으니까 달래줘야지.”"…"‘정말 갈수록 유치해지네, 이런 일에도 화를 내다니.'신은지는 발꿈치를 살짝 들고 그의 입술에 뽀뽀를 했다."이 정도면 돼?”박태준은 입술을 오므리며 못마땅해했다."내가 가르쳐줄게, 어떻게 사람을 달래는지.”그는 허리를 숙여서 그녀에게 입을 맞췄다. 아까 신은지처럼 살짝 닿기만 하는 키스가 아닌 입술과 혀가 뒤엉킨 깊은 키스였다. 내뱉는 숨 사이에는 욕망이 흘러넘치는 것 같았다.따뜻한 노란색 조명 아래에서 눈이 풀린 남자는 섹시한 목젖을 위아래로 움직였다. 박태준은 신은지를 소파에 눕히고 계속해서 키스를 해댔다.거실에 난방을 켰기 때문에 온도가 충분해서 얇은 홑옷만 입고 있어도 춥지 않았다.신은지의 생리가 어제 막 끝나는 탓에 금욕 기간이 길어서 그런지 박태준이 매우 사납게 그녀를 요구했다.잔머리가 땀에 의해 거의 흠뻑 젖어버렸다. 신은지는 소파를 꽉 움켜쥐고 싶었다. 하지만 침대 시트보다 잡기가 힘들어서 안간힘을 썼지만 흰 자국이 몇 줄 남을 뿐이었다."박태준..."그녀의 가냘픈 목소리는 더해지는 충격에 의해 뚝뚝 끊어졌고 손톱은 그의 등에 눈에 띄는 붉은 자국을 남겼다."응."미간을 찌푸리고 있던 그는 신은지가 그를 부르자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술에 자신의 입을 맞췄다."왜 그래?”가쁜 숨을 몰아쉰 탓에 목이 잠겼다.그녀의 착각인지는 모르겠지만 박태준이 뭔가 불편한 듯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세게 찌푸린 눈썹과 꽉 오므린 입술, 목덜미에 솟은 핏줄이 그의 불편함을 전하고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곧 다른 생각을 할 수 없게 되었다. 머릿속은 제정신이 아니었고 흔들리는 것은 박태준의 쇄골과 단단한 가슴 근육뿐이었다.끝난 뒤 따뜻한 조명을 바라보던
나유성의 생일파티는 외부 호텔에서 열렸다. 원래 할 생각은 없었고 가까운 친구 몇 명만 초대해서 집에서 모이려고 했지만 어머니가 허락하지 않았다.평소에는 어떠한 핑계를 대서라도 일정한 간격으로 사업 연회를 개최하려고 했었다. 사회적 유명 인사들을 초청하여 관계를 강화하려고 말이다. 오늘처럼 이렇게 좋은 핑계가 어디 있겠는가?나유성도 어머니께서 나연 그룹을 위해서 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고 내버려 두었다.하지만 각계 유명인사들뿐만 아니라 그 유명인들의 딸들도 초대했다는 건 나유성에게 말하지 않았다.화려하게 차려입은 젊은 여성들을 보며 그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생일이 아니라 소개팅같았다.어머니는 나유성이 배척할까 봐 설명하기 시작했다."요즘 애들은 부모님이 결혼에 너무 많이 끼어드는 걸 싫어한다는 걸 알고 있어. 강요하는 게 아니라 선택지를 주는 거야.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으면 인맥이 많은 사람이 되고... 우리가 늙으면 회사는 모두 너희같은 젊은이들에게 맡겨야 하잖아.”그녀는 그의 반항심을 불러일으킬까 봐 매우 조심스러웠다. 어렸을 때는 공부를 싫어할까 봐 걱정했고 어른이 되면 결혼을 싫어할까 봐 걱정했다.자식이 몇 살이든 걱정 근심은 끊이지 않는다는 말이 정말 맞는 것 같았다.나유성은 소개팅에 관심이 없었고 당분간 결혼할 계획도 없었지만 어머니의 기대 섞인 눈빛에 거절하지 못했다."그럼 잘 봐. 나는 손님들을 대접하고 올게.”그녀는 나유성이 고개를 끄덕일 거라고 기대하지도 않았었다. 직접 거절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신은지는 출근하느라 늦은 시각에 도착했다. 문 앞에는 손님이 거의 없었다. 그녀는 선물을 체크인 담당자에게 주었다. 박태준이 움직이지 않자 그녀는 팔꿈치로 그를 쿡 찔렀다. "넌?”더 이상 지체하면 생일 파티가 끝날 것 같았다."내가 준비한 선물은 좀 특별해서 직접 줘야 돼.”"그래."신은지는 개의치 않았다. 박태준과 나유성은 말로는 계석 틱틱 거렸지만 좋지 않았지만 사실 관계가 매우
박태준은 원래 그에게 방해를 주려고 했을 뿐, 선을 보러 갈지 말지는 나유성이 결정할 일이었다. 하지만 그가 신은지를 포기하지 않는 건 사실이었다.그래서 그는 생각을 바꾸었다.나유성이 연애를 하지 않으면 그는 불안했다. 누군가가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면서 언제든지 그의 구석을 파낼 준비가 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나유성은 옆에 서서 박태준과 그의 어머니가 맞장구를 치는 것을 보고 어이가 없었다.'뭐 하자는 거야?'나인성 어머니는 노트를 받고 보물이라도 가지게 된 듯 말했다."잘 연구해 봐야겠어. 고마워, 태준아. 이제 네가 은지랑 결혼하면 두둑하게 챙겨줄게.”결국 이 말은 일부러 나유성에게 들려주려고 한 말이었다. 그가 끝까지 매달려서 빠져나오지 못할까 봐 걱정되었던 것이었다.나유성 어머니가 떠난 후, 나유성은 그에게 말했다."재경 그룹이 언제부터 결혼정보회사로 됐지?”소개팅도 해주고 노트도 만들어주다니, 이런 유치한 아이디어도 박태준이 아니면 생각할 사람이 없었다."친구 사이에 나는 결혼까지 정해졌는데 어떻게 네가 혼자 있는 것을 볼 수 있겠어. 당연히 더 신경 써야지.”나유성은 그의 뒷모습을 쳐다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뭘 봐?”"너한테서 꼬리가 나려고 하는 건 아닌가 보고 있었어."박태준은 혹시나 누군가가 자신이 신은지와 결혼한다는 것을 모를까 봐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단지 청혼이 성공했을 뿐이지 아직 완전히 정해진 것은 아니야. 은지가 지겨워져서 널 발로 널 걷어찰지도 몰라. 은지처럼 재능 있는 여자를 좋아하는 사람은 한두 명이 아닐 거거든.”"…”예전 같으면 항상 점잖고 젠틀하기로 소문난 나유성 도련님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올 줄은 상상도 못 했을 것이다. 역시 질투는 사람이 눈이 멀게 만드는 것이었다."그럴 리 없어…"갑자기 뒷말이 막혔다."왜 계속하지 않아?”신은지가 쟁반을 들고 돌아서자마자 한 남자와 부딪힐 뻔했고 그녀는 황급히 뒤로 물러섰다."죄송합니다."뒤돌아서면서 걸어가는 버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