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준이 의미심장하게 입매를 끌어올리며 답했다.“나한테 더 분발하래.”자식 덕을 볼 수 있게 노력하라 했다.“응?”더 자세히 말해 줄 의사가 없는 박태준을 바라보며 그녀도 더 이상 캐묻지 않고 물건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신은지는 그를 휠체어에 태우고 개인 병실로 가고 있었다. 예행 검사를 하러 온 간호사도 마침 문 앞에 와있어 같이 개인 병실로 향했다.개인 병실의 침대도 1미터 정도였지만 다른 점이라 하면, 간호용 침대도 있다는 점이었다.박태준의 시선이 두 침대 사이를 오가는 것을 본 간호사는 무감정하게 말했다.“침대를 옮겨서 붙이시면 안 돼요.”착각일지는 모르겠지만, 간호사가 그 말을 뱉으며 신은지의 입술을 훑어본 것만 같았다.체온과 혈압 측정을 마친 간호사는 바로 나갔다. 나가면서도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문 잠그시면 안 돼요.”신은지는 어젯밤 잠을 잘 자지 못했다. 박태준이 침대에 눕자, 그녀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말했다.“나 좀 잘게. 무슨 일 있으면 나 불러. 혼자 하려고 하지 말고, 막 움직이지도 말고.”잠자리를 좀 가리고, 너무 밝거나 시끄러우면 잠에 잘 들지 못하는 그녀였지만, 너무 졸린 나머지 베개에 머리가 닿자 바로 깊은 잠에 빠졌다.신은지는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기민욱을 만났는데, 기민욱은 피범벅이 된 얼굴에 집착적이고 삐뚤어진 웃음을 지으며 그녀를 계속 불렀다.“은지 누나...”‘시발!’신은지는 본인이 꿈을 꾸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참지 못하고 쓴 소리를 했다.‘얼마나 큰 원한이 있다고 꿈속에까지 나타나.’꿈이 너무 무서웠던 탓인지, 그녀는 놀라서 깨어났는데 마침 ‘기민욱’ 이라는 세 글자를 들었다. 그녀는 이 순간, 본인이 깨어있는 건지, 아직 꿈속인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신은지는 눈을 뜨고 비몽사몽인 상태에서 경찰 몇 명이 노트를 들고 글을 적으며, 박태준의 침대 가에 있는 것을 보았다.“당시 어떤 상황이었습니까?”정신을 차린 신은지는 지금 경찰들이 상황 조사를 하러 온 것이라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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