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하고 전남편이 변했다의 모든 챕터: 챕터 541 - 챕터 550

853 챕터

제541화 유언장을 작성할 거예요

신은지가 메시지를 받은 건 곽동건의 로펌으로 가고 있을 때였다. 사진을 보자마자 그녀는 기민욱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전원이 꺼져있다는 신호음이 들릴 뿐이었다.옆에 앉은 나유성도 그 사진들을 보고 말했다."은지야, 태준이는 그렇게 약하지 않아. 다른 계획이 있을지도 몰라.”그는 신은지가 쉽게 행동을 취했다가 상대의 함정에 빠질까 봐 걱정했다. 기민욱이 이 사진들을 보낸 건 분명 음모가 있을 것이었다. 그녀를 당황하게 만들기 위해서 일 것이 분명했다.신경 쓰이는 사람이 죽을지도 모른다니. 아무리 단단한 사람이더라도 심리적으로 무너지게 될 수밖에 없었다. 무너지면 다른 생각을 할 마음이 없어지게 되고 다른 사람의 함정에 빠지기 쉬웠다."알고 있어."그녀는 억지로 사진에서 눈을 떼었다. 휴대폰을 끄고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충동적으로 행동하지 않을 거야. 바보처럼 이용당하지 않을 거거든. 기민욱은 분명 나를 이용해서 뭔가를 하려고 했을 거야. 나에게는 힘이 없어. 내가 혼자서 칼을 들고 돌진한다고 해도 태준이를 데리고 나올 수는 없어.”매일 괴롭힘을 당하던 사람이 갑자기 고수로 변하는 건 판타지 소설에서나 나오는 이야기였다.신은지는 무술 실력이 풋내기인 데다가 연기도 박태준보다 못했으니 상업 전쟁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그녀가 간다면 그건 기민욱에게 볼거리를 더 많이 만들어 줄 뿐이었다.그녀도 자신이 만약 충동적으로 행동하면 그것은 단지 발목을 잡을 뿐, 아무 도움도 없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태준이의 정체가 분명 드러났을 거야. 오랫동안 놀아났으니 기민욱의 그 성격으로 태준이를 가만두지 않을 거고. 태준이는 그렇게 맞아도 굴복하지 않았어. 기민욱은 태준이를 자극하기 위해서 날 이용하는 거야. 태준이를 더 고통스럽게 해서 자기의 욕구를 채우는 거라고. 내가 나타나지 않는 한 태준이에게 손을 대지 않을 거야. 그러면 연우 씨에게 더 많은 시간을 벌어줄 수 있을 거고.”논리 정연하고 냉정하게 말했지만 휴대폰을 꽉 쥐고 있는 그녀의 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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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2화 널 좋아해

박태준은 기민욱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침착하게 침대 머리맡에 기대었다. 기민욱이 생각했던 반응과 달리 그는 조바심이라고는 전혀 들지 않는다는 듯 아주 침착한 모습이었다. 그는 겁을 먹고 당황해서 용서를 비는 박태준의 모습을 상상했었는데 예상과 달리 박태준은 마치 자기의 별장에 있는 것처럼 침착했다.그는 박태준의 얼굴을 꼬집고 이빨을 빠득빠득 갈면서 말했다."형, 형의 그런 반응을 보면 내 자신이 무능해 보여! 형은 조금도 무섭지 않아?”박태준은 그의 행동에 화를 내지 않았고 상대할 의사조차 없어 보였다.박태준이 아무 반응이 없을수록 그는 더욱 짜증이 났다. 기민욱은 갑자기 박태준의 옷을 벗기더니 그의 가슴에 있는 상처를 드러냈다."형, 흉터가 나으니까 아팠던 게 기억이 안 나나 봐?”그는 손끝으로 그중 한 개의 만지더니 흉터에 손톱을 힘껏 후벼 넣었다. 그의 손톱 사이를 따라 피가 흘러나왔다. 흘러나온 피는 한 방울 한 방울 침대 시트에 떨어졌다."내가 기억을 되살려 줄까? 그 지하실 말이야.”박태준은 아픈 줄도 몰랐다는 듯 안색조차 변하지 않았다. "그때 밖에 있던 사람이 너였구나.”"진작에 알고 있었잖아.”"의심만 했었는데 이제 확신해.”"설마 고연우가 형을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건 아니지?”그는 피가 묻은 손으로 호주머니를 뒤지더니 위치추적 감청기 꺼냈다. 그러고는 보란 듯이 손을 뻗어 천천히 손바닥을 폈다. 그 안에는 산산조각이 난 위치추적 감청기가 있었다."이것만으로 형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해?”"형, 왜 이렇게 순진해? 지금은 첨단 기술이 많이 뛰어나서 이런 것들은 아무리 작아도 검사를 피할 수 없어. 아니면 형이 나를 한 번 속였다고 계속 나를 바보로 여기는 건가? 아직도 내가 형 손에 놀아날 거라고 생각해?”그때, 기민욱의 핸드폰이 울렸다.그는 발신자 표시를 보더니 돌아서서 전화를 받았다."아버지.”"기민욱, 네가 한 일 좀 봐, 네 자식이 한 일! 내가 진작에 하지 말라고 했잖아, 박태준을 남기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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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3화 짜릿하지 않아?

이 말을 듣자 박태준의 안색에 드디어 약간의 변화가 있었다. 그는 기민욱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물었다."나를 어디로 데려가려고?”"형이니까 내가 가는 곳이면 당연히 어디든 데리고 가지. 하지만 지금은 일단 먼저 즐겨 봐. 내가 준비한 큰 선물을 저버리지 말고.”그가 말을 마치자마자 박태준은 누군가에게 복부를 한 대 맞았다. 원래 약 때문에 힘이 없는 데다가 맞기까지 하니 더욱 저항할 힘이 없었다."윽...”그는 몸을 굽히고 식은땀만 뻘뻘 흘렸다. 박태준은 심한 통증이 복부에서 전해져오는 것을 느꼈다."기민욱, 지금 너를 따르는 사람들을 버리고 도망치려는 거야? 아니면 이 사람들밖에 쓸 수 없을 정도로 초라해진 거야?”기민욱의 얼굴색이 환해졌다."형, 지금 날 걱정해 주는 거야?”"…”'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고 잘하네.'"불법 모금 사건은 분명히 입건했을 거야. 경찰이 이미 전 시에서 나를 수배하기 시작했을 거고. 네가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서 나를 밖으로 데리고 나가지 못한 데다가 오히려 나를 연루시키고 도주했다는 죄명까지 얻게 될까봐 그래. 그러면 네 죄가 가중되잖아.”"아니야, 내가 이미 준비했으니 경찰 쪽은 걱정하지 마. 누군가가 해결해 줄 거야. 차가 오면 난 바로 출발할 거야.”"아마 그렇게는 안 될 것 같네.”기민욱은 박태준이 그의 걱정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내가 다 준비했으니까 형은…"그때 닫힌 커튼 사이로 불빛이 들어왔다.파란색과 흰색의 경광등이었다.기민욱의 안색이 변하더니 박태준을 돌아보았다."무슨 뜻이야?”'펑!'문을 박차고 들어오는 굉음이 그를 대신해 질문에 답했다. 두 경호원이 뛰어 들어왔고 뒤에서 걸어오는 사람은 원래 이곳에 나타나지 말았어야 할 고연우가 있었다.기민욱이 밖에 남겨둔 사람들은 가장 뒤에 서 있었다. 이렇게 우르르 몰려들자 크지도 않은 방이 순식간에 물샐틈없이 붐볐다.고연우는 배를 움켜쥐고 몸을 구부린 박태준을 보고 말했다."무슨 샌드백이야? 맞고만 다녀? 항상 맞고 있거나 맞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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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4화 다시 한 번 죽는 것

기민욱을 따르는 사람들은 일찍이 그가 리모컨을 쥐었을 때, 이미 하나둘씩 물러났고 방금까지 붐비던 방에는 사람이 별로 남지 않았다. 고연우는 박태준에게 기민욱의 관심을 끌라고 눈짓했다. 그리고 그 틈을 타 고연우가 리모컨을 뺏어오려는 작전이었다.총과 탄약은 국내에서 금지품이었고 원재료에 대한 통제가 매우 엄격했기 때문에 해외에서 국내로 넘어오려면 여러 단계의 절차가 필요했다. 기민욱이 구했다고 해도 양이 많지 않을 것이었다.하지만 죽고 싶은 사람이 아니면 누가 감히 목숨을 걸고 이 일을 하겠는가.고연우가 눈치를 주자 기민욱은 미소를 지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건 분명 미소가 아닌 경고였다."연우 씨,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알아요. 하지만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 저는 겁이 많거든요. 만약 놀라서 손을 떠는 바람에 실수로 버튼을 누른다면 결과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을 거예요.”"그리고 박태준에게 전해주세요. 신은지에게 전화를 걸라고 한 건 그들이 사별하면서 슬퍼하는 것을 보고 싶어서예요. 하지만 둘만 하면 재미없잖아요. 아니면 저도 같이 전화라도 할까요?"그는 위험에 처해 있다는 긴장감이나 두려움은커녕 약간 흥분한 모습이었다."...”박태준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유골함이 늘어나는 걸 보고 싶지 않으면 입 다물어.”기민욱이 경중에서 갈만한 곳들에 대해 그들은 이미 조사를 했다. 그 덕분에 다 알아낼 수 있었고 특히 이 아파트는, 그와 고연우는 기민욱이 떠날 때, 중계 지점으로 이곳을 선택할 거라고 예측했었기 때문에 주변 배치를 잘 파악해 놓았다.여기는 3층인 데다가 층이 보통 건물보다 높았기 때문에 여기서 뛰어내리면 운이 좋으면 장애인으로 될 것이었고 운이 나쁘면 죽을 것이었다.그는 신은지를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고 고연우에게 누를 끼치고 싶지 않았다. 그러려면 기민욱의 감정부터 가라앉히는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현재 상황으로 볼 때, 이 길은 막다른 길이었다. 출구가 없었다. 그는 신은지에게 영향을 주고 싶지 않았고 고연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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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5화 우리가 아니라 나 혼자야

지금 그녀의 머릿속은 온통 박태준의 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래서 진선호가 눈앞까지 걸어왔을 때에야 신은지는 비로소 그가 방금 한 말에 반박했다."태준이는 약해빠진 놈이 아닙니다.”"…”'내가 한 말에서 중점이 그거야?'박태준이 약해빠진 놈인지 아닌지는 그와 상관없는 일이었다. 그가 걱정하는 것은 신은지였지 박태준이 아니었다."왜 여기 있어요?”우연은 아닐 것이었다.진유라가 귓속말로 그녀에게 말했다."내가 말했어, 네가 여기 있다고. 방금 나한테 메시지로 박태준에 대해서 물어보더라고. 그리고 나서 네가 어떻게 지내냐고 물어보길래 한마디 했어. 이렇게 바로 찾아올 줄은 몰랐지만.”사실 진유라는 예상하고 있었다. 진선호의 성격으로 신은지가 있는 곳을 알게 되면 찾아올 것이라고 말이다. 알면서도 그에게 알려준 건 신은지가 충동적으로 행동하면 그녀 혼자서 말리지 못할까 봐, 한 사람이라도 더 있는 쪽이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진유라는 곽동건이 그녀를 도울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았다.신은지는 고개를 끄덕였다."나 먼저 들어갈게.”곽동건에게 물어보려는 일은 이미 다 물어봤기 때문에 그녀는 여기에 남아있어도 할 일이 없었다.진유라가 급하게 그녀를 따라 나갔다."박태준은 분명 괜찮을 거야. 전에 한 번 기민욱의 손에 박살 난 적이 있으니 이번에는 미리 준비했을 거야.”신은지는 인정하기 싫어서 입술을 삐죽 내밀었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태준이는 네 앞에서 좀 멍청한 것 외에는 항상 똑똑했어. 곽동건처럼 대단한 사람도 태준이에 의해 육영 그룹으로 가게 됐잖아. 게다가 주주까지 되어서 한통속이 된 걸 보면, 그가 다른 사람들 앞에서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지.”그동안 로펌에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들은 얘기였다. 들은 바에 의하면 곽동건과 육영 그룹은 원래 비즈니스 협력관계로 1년 동안 계약을 맺었다고 한다. 계약이 만료되자 재계약 당시 곽동건은 협력 관계를 맺은 로펌의 대표뿐이 아닌 육영 그룹 법무팀의 팀장으로 되어 주식까지 사들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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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6화 나랑 같이 죽자

기민욱이 말한 알 수 없는 폭약 더미 때문에 허름한 아파트 분위기는 긴장 속에 얼어붙었다.경찰이 왔지만 이 상황에서 반 발짝도 앞으로 나갈 수 없었다. 주변에 다른 건물도 없었고, 기민욱이 있는 곳은 창문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저격수가 매복할 수 없었고, 협상가들은 한마디의 대답도 듣지 못한채 속수무책이었다.인질이 있어서 그들은 감히 공격을 가하지 못했다.모두를 마음 졸이게 만든 기민욱은 지금 이 순간 가장 유유자적했다.“형, 은지누나 올 수 있는 거야?”박태준은 다시 침대에 올라가 기댔고 기민욱의 약은 얼마나 강력한지 그의 몸은 여전히 나른했다.“그녀가 올 있는지 신경 쓰지 말고 너를 누가 도울 수 있는지나 신경써. 지금쯤 뉴스가 나올 거야, 한번 볼래?”기민욱은 의미심장한 웃음을 남겼다.“필요 없어.”기민욱은 손에 들고 있던 리모컨을 만지작거렸다.한 시간 후길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다.박태준은 침대 위에 누워 눈을 감고 있는 고연우를 바라보면서 말했다.“너를 끌어들여서 미안해.”기민욱이 말했다.“조용히 해.”고연우는 조용히 등을 돌려 그에게 말했다.“나한테 말 걸지 마, 누가 정민아한테 전화하라고 시켰어?”박태준은 회사 번호로 정민아에게 전화를 걸었었다. 고연우의 이름은 저장하지 않은걸 걸 이용해서 시간을 끌려고 했지만 기민욱한테 바로 들통나서 박태준은 신뢰는 완전히 잃어버리고 말았다.기민욱은 지금도 사람을 인질로 잡고 있었고 두 사람의 교감은커녕 눈길조차 주고받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박태준은 고연우가 기분이 안 좋은 걸 알고 있었다. 기민욱과 말할 때 정민아와의 통화가 끊기지 않아서 정민아도 이쪽 상황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정민아는 아무 말 없이 전화를 끊어버렸으니 고연우가 괴로운 건 당연했다.기민욱은 휴대전화에 뜨는 시간을 보면서 말했다.“형, 3분 남았어.”말을 마치자마자 신은지에게 전화가 왔다.“민욱 씨, 저 도착했어요, 근데 못 들어가요.”아래층은 전부 경찰들이었고 그녀가 차에서 내리자마자 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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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7화 죽은 것 같아요

“펑!”갑자기 터지는 폭파음에 땅이 흔들렸다. 굉음이 들린 뒤엔 다시 조용해졌다.아파트뿐 아니라 아래 있던 사람들도 조용해졌다.사제 폭탄의 폭발 위력이 특별히 큰 것은 아니지만 이 집은 폐허가 된 지 몇 년 된 위험한 건물이라 폭발로 순식간에 절반 이상이 무너졌다.폭발이 끝나고 흔들림이 멈췄고 신은지는 몸을 진정시킨 뒤 폐허가 된 건물을 바라보며 정신이 무너지는 듯했다.“박태준...”경찰은 기민욱의 사람들을 재빨리 제압한 뒤 마이크로 아파트를 향해 소리쳤다. “거기 누구 없어요?”신은지는 바로 아파트로 돌진했다.그러나 진선호가 그녀를 끌어당겼다.“은지 씨, 지금 정확히 무슨 상황인지도 모르고 건물에 폭발하지 못한 다른 폭탄이 있는지도 모르니깐요, 은지 씨...”“그런데 태준이가 안에 있잖아요.”신은지는 진선호의 손을 홱 뿌리쳤다.“태준이가 아직 안에 있어요, 그가 날 찾고 있을 거예요, 그러니 들어가야 해요.”진선호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그래도 경찰이 위험한지 알아본 다음 들어가시죠.”“더 이상 못 기다려요, 아까 들어가지 않은 것은 내가 그의 계획을 방해하고 망칠까 봐 두려워서예요. 이젠 일이 끝났으니 들어가도 무방해요. 그가...”그녀는 차마 그 말을 할 수 없었다.“제가 들어가 볼래요. 선호 씨, 저번에는 제가 늦었어요. 눈앞에서 그가 끌려가는 걸 놓쳤어요. 지금 그는 온몸이 상처투성일거에요, 그래서 이번에 내가 더 늦는다면 기민욱이 그를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신은지의 눈빛에 진선호는 천천히 그녀의 손을 놓아주었다. 그녀의 눈빛은 걱정, 두려움, 슬픔, 고통, 그리고 단호함이 묻어있었다.진선호는 손을 반쯤 놓았다가 다시 그녀를 붙잡았다. 그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제가 함께 들어가겠어요.”“아니요...”신은지는 대답을 마치기도 전에 진선호에게 이끌려 앞으로 걸어갔고 경찰이 바빠서 눈치를 못 채는 틈을 타 건물 앞까지 갔다.진선호는 가장 심하게 훼손된 곳을 가리키며 말했다.“폭발의 시작은 아마 불이 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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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8화 시체를 찾았어요

죽은 것 같다는 이 몇 글자를 들었을 때 신은지는 두 무릎에 힘이 빠져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지만 곧 스스로 진정하였다.신은지는 마음을 가라앉히며 고연우를 바라보았다.그녀는 잠시나마 그녀가 직접 마주할 용기가 나지 않아 남의 입에서 듣고 싶었지만 곧 정신을 차리고 비틀거리며 그들이 말한 곳을 향해 달려갔다.신은지가 올라가려는데 소방관이 가로막았다.“위험하니 올라가지 마세요.”“방해하지 않을 테니 누군지만 보게 해주세요, 제 남편이...제 남편이 밑에 깔렸어요.”“저희가 사람을 데리고 내려올 테니 옆에서 기다리세요. 위에는 모두 뒤섞인 콘크리트 덩어리여서 헛디뎌지기 십상이에요.”신은지의 안색이 좋지 않자 그 사람은 다시 정중하게 되풀이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저희가 잘 데리고 올게요.”가족들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였지 그 사람은 딱 봐도 이미 죽어 있었다.“제가...”신은지는 아랫입술을 깨물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그 사람이 어떻게 생겼는지 물어봐도 될까요.”“어떻게 생겼는지는 못 봤어요. 엎드려 있었어요."소방관은 차마 자세히는 보지 못했지만 등만 보았을 때 피범벅이 된 목과 기괴한 각도의 몸통으로 보아 앞면 역시 참혹했을 것으로 보였다.소방관이 가려고 하자 신은지는 다급히 잡아끌면서 물었다.“저 사람 무슨 색 옷을 입고 있는 거죠?”“진한 셔츠, 검은 정장 바지.”진 한셔츠는 아마 피와 재로 얼룩져 밑색이 보이지 않기 때문일거다.그것은 박태준의 패션스타일이었다. 기민욱은 연한 색을 선호한다. 신은지는 몇 번 기민욱을 만났어도 늘 흰색 셔츠를 입고 있었다. 짙은 색 셔츠라고 들었을 때 신은지는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다.그녀는 그에게서 확실한 답을 얻으려고 고개를 돌려 고연우를 바라보았다.고연우는 대답했다.“기민욱도 오늘 짙은 색 옷을 입었어요.”신은지는 그곳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 사람 위를 덮던 시멘트 덩어리는 치워져 있었지만 손가락 굵기의 철근 두 개가 몸에 박혀 있는 것을 확인한 의사는 소방관을 향해 고개를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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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9화 후유증

신은지는 동의서 마지막 페이지를 넘겼고 떨리는 손을 움켜쥐고 펜을 힘껏 잡은 뒤 재빨리 사인을 했다.막 서명을 마치고 그녀가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간호사가 다시 한 부를 건네왔다.“이건 수술 동의서에요...”연달아 여러 부에 서명하고 나서야 간호사는 마침내 몸을 돌려 들어갔다. 떠날 때 간호사는 재 묻은 그녀의 손을 보면서 말했다.“당신의 상처도 처리해야 될 것 같아요. 재가 가득해서 감염되기 쉬워요.”“네, 고마워요.”그제야 신은지는 틈을 타서 박태준의 상황을 물을 수 있었다.“그는 어때요? 위험하진 않죠?”“환자는 아직 응급처치 중이고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 가족들과 말할게요.”간호사는 그렇게 말하고 서둘러 서명된 동의서 뭉치를 들고 들어갔다.문이 닫히자 신은지는 벽에 기댔고 극도의 긴장 뒤에는 몸이 텅텅 비어버린 것 같은 피로가 몰려왔다.“은지 씨.”어떤 사람이 그녀를 불렀다.신은지는 눈을 뜨고 그녀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오는 진선호를 발견했다.“왜 왔어요?”  “걱정돼서요.”그는 그녀의 손에 있는 상처를 내려다보며‘이럴 줄 알았어요’라는 눈빛을 보냈다.그녀의 손은 온통 먼지투성이여서 먼저 물로 깨끗이 씻은 다음 생리식염수로 상처를 씻어야 했다.신은지이 막 말을 하려는데 진선호가 먼저 말을 열었다.“먼저 손을 씻어요, 내가 여기서 지키고 있을게요. 은지 씨가 오면 약을 사러 갈게요.주원씨의 수술이 끝나려면 한참이니 빨리 손부터 씻으세요.”약을 바르는 건 진선호가 도와줬다. 간호사는 교통사고 환자 처리하느라 신경 쓸 겨를이 없어서 신은지는 원래 혼자 바르려고 했지만 진선호는 그녀에게 약을 주지 않았다.신은지는 남자가 면봉을 쥐고 그녀가 아파하랴 조심했다.“안 아파요, 조심할 필요 없어요.”그녀는 양손이 모두 다쳤고 상처는 꽤 컸다. 진선호는 고개도 들지 않았다. “자꾸 이렇게 퉁명스럽게 굴지 마요. 박태준이면 은지 씨가 안 아프다고 하면 정말 안 아픈 줄 알 거예요. 안 아파도 많이 아픈 척 하세요. 그래야 은지 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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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0화 그의 성을 붙일 자격이 없어

중환자실.박태준은 조용히 누워있었다. 가끔 기계가 '톡'하는 가벼운 소리를 내는 것 외에는 조용했다.그의 의식은 아직도 그 허름한 아파트에 머물러 있는 듯했다.사느냐 죽느냐, 라이터를 던질 때 절대적인 확신이 서지 않았지만, 그는 이것이 그가 살 수 있는 유일한 기회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폭탄 제조, 인질 납치, 불법 자금 조달, 모든 것은 기민욱이 감옥에서 몇 년을 보내기에 충분한 증거들이었다, 그리고 강오삼과 그 경호원들의 죽음은 비록 기민욱이 손을 댄 것은 아니지만 분명 그와도 관련이 있었다.기민욱이 그를 끌고 같이 죽으려고 할 때 오래 끌수록 불리해졌다.여기는 3층이었고 저택의 높이는 3미터 초반이어서 이 높이면 너무 운이 나쁘지만 않으면 살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집에는 가드레일이 설치되어 있어 유일한 출로는 복도 끝에서 환기를 위한 창문이었다. 그리고 비를 막기 위해 창문에는 2평 안 되는 플랫폼이 처마로 되어 있었다.중간에 완충 지점이 있었는데 운을 다 쓴다 해도 3, 4미터 높이에서 떨어져 죽을 정도로 운이 나쁘진 않았다.그래서 유일한 걱정거리는 폭탄이었다. 기민욱이 처음 리모컨을 눌렀을 때 박태준은시간을 재고 있었다. 버튼 누르기부터 폭발까지 몇 초의 공백이 있었다.자신이 죽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사람의 두려움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것은 확실히 기민욱이라는 변태가 저지를 수 있는 일이었다.그리고 그 몇 초가 바로 박태준이 살 수 있는 기회였다.박태준은 이미 문가에 다다랐다.“기민욱, 넌 그냥 여기 있어.”그는 기민욱을 이 건물 밖으로 내보내지 않을 것이고 그가 나가더라도 체포될 것이다.하지만 기민욱 같은 사람은 죽어야만 했다.박태준이 문을 닫는 동작을 지켜보던 기민욱은 순간 표정이 어두워지며 리모컨의 버튼을 정신없이 누르며 달려들었다.“형, 도망갈 수 있을 것 같아?”문이 세게 닫히고 박태준은 복도 끝에 있는 창을 향해 달려갔다. 창밖의 어두컴컴한 밤하늘이 한 줄기의 빛, 한 줄기 희망의 빛이 되는 듯했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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