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의 모든 챕터: 챕터 861 - 챕터 870

1153 챕터

제861화

“내 기억으론 학교 다닐 때 우린 서문정과 별다른 교류 없었잖아.”장소월 역시 알 수가 없었다. 서문정은 오히려 백윤서와 더 친했었다.왜 일부러 그녀인 척 그녀 행세까지 한단 말인가.얼마 후, 자동차 엔진 소리가 들려왔다. 강지훈이 간 것이다.전연우가 방으로 들어오자, 한창 별이와 장난치고 있던 소현아는 입을 꾹 다문 채 몸을 움츠렸다.장소월은 그녀가 전연우를 무서워하는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인지는 몰랐다.장소월이 물었다.“갔어?”“갔어. 저녁 뭐 먹고 싶어. 내가 도우미한테 해놓으라고 할게.”장소월이 옆에 있는 소현아에게 말했다.“저녁 같이 먹어. 한 번 오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잖아.”“그래도 돼?”소현아의 겁먹은 시선이 자꾸만 전연우의 눈치를 살폈다.“안 될 것 없어. 시간이 늦으면 내가 운전기사를 불러줄게.”소현아가 방긋 웃으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몇 그릇 가득 먹을래.”저녁, 소현아는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치고 뚱뚱하게 불어 오른 배를 두드리며 집을 나섰다.문 앞엔 쇼핑백들이 가득 놓여있었는데 장소월이 준 선물과 도우미가 만들어준 간식이었다.“너무 맛있었어. 내일 또 올게.”전연우는 앞으로 걸어가 문을 쾅 닫아버렸다.장소월은 화들짝 놀랐다.“뭐 하는 거야!”전연우가 그녀의 손을 잡아당기며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네 얼굴을 봐서 저 여자를 집에 들인 거야. 소씨 집안도 밥 못 먹을 정도로 가난한 건 아니잖아?”“전연우, 현아는 내 친구야.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네 그릇이나 먹었어. 밥솥 다 비웠단 말이야. 이래도 내가 말하면 안 돼?”뒷정리를 하고 있던 도우미가 말했다.“저 아가씨 정말 먹성이 좋네요. 이렇게까지 깨끗하게 비운 사람은 지금까지 한 번도 못 봤어요.”전연우는 그녀를 소파에 앉힌 뒤 따뜻한 물을 따라주었다.“내가 선물한 액세서리들, 다음부턴 다른 사람한테 주지 마.”장소월이 고개를 들었다.“난 하나도 안 써. 그리고... 현아는 남이 아니라 내 친구야.”전연우가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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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2화

소현아는 손으로 눈 부신 불빛을 막았다. 차가 천천히 그녀를 향해 다가와 그녀 앞에 멈춰 섰다.운전석 창문이 내려가자, 그녀는 순간 호흡이 멈춰버렸다. 공기 중에 드러난 정교한 그 작은 얼굴에 공포가 어렸다. 그녀는 뒷좌석에 앉은 무서운 그 남자에게 눈길조차 돌리지 못했다.“아가씨, 감옥장님께서 잠깐 차에 타시랍니다.”‘저저저.. 저 사람이 왜 여기에 있단 말인가? 아까 분명 갔었잖아!’소월이가 저 사람을 멀리하라고 했다.분명 좋은 사람은 아니다!소현아는 그런 사람과 조금이라도 얽히고 싶지 않았다. 전에 했던 경험이 본능적으로 가까이 지내면 안 된다고 말해주고 있었다.“저저저전....”소현아는 긴장감에 메고 있던 가방끈을 꽉 움켜쥐었다. 무해한 두 눈을 끔뻑거리기만 할 뿐 말도 채 잇지 못하고 어쩔 줄을 몰랐다.마침 그 순간, 확연히 눈에 띄는 형광 초록색 승용차가 다가왔다. 소현아는 곧바로 몸을 돌리고 걸음아 나 살려라 차를 향해 도망쳤다.“어서 어서 어서... 어서 출발해요...”운전기사가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아가씨, 무슨 나쁜 놈이라도 만나셨어요?”“쓸데없는 말 하지 말고 빨리 출발해요!”운전기사는 영문도 모른 채 차 시동을 걸었다. 소현아는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는지 연신 뒤를 돌아보았다.다른 차 안.부관이 말했다.“감옥장님, 도망쳤습니다.”강지훈은 손에 담배를 들고 생각에 잠겨 있었다. 조금 전 그 당황해 어쩔 줄 모르는 모습을 보니 더더욱 흥미가 생겼다. 뭘 그렇게 무서워한단 말인가.“따라가.”소현아는 뒤에서 따라오는 차량을 본 순간 자리에서 굳어버렸다.그녀는 가슴을 두드리며 애써 부정했다.‘이 길목만 지나면 갈라질 거야.’하지만 신호등을 지나가고 난 뒤, 그녀가 뒤돌아봤을 때도 차는 계속하여 따라오고 있었다.소현아는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았다. 그가 이토록 음산하게 아직까지 미행하고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대체 뭘 하려고 저러는 걸까? 스토커인가?남원 별장.샤워를 마치고 욕실을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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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3화

장소월은 괜한 걱정을 하는 것이 아니었다.전연우는 종래로 다른 사람의 일에 오지랖을 부리지 않는다. 그게 강지훈이라면 더더욱 관여치 않는다.전연우는 침대 옆에 앉아 핸드폰을 꺼내 번호를 눌렀다.아직 아홉 시가 채 되지 않은 시간이었다.조명이 환히 켜져 있는 성세 그룹 안, 직원들은 야근을 하고 있었는데, 그중엔 기성은도 포함되어 있었다.“대표님.”전연우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사람을 보내 소현아를 지켜보게 해. 절대 강지훈과 어떠한 접촉도 생기게 해선 안 돼.”소현아와 강지훈?기성은은 소현아가 강지훈과 연관되어 있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강지훈은 극도로 위험한 인물이다. 주변에 여자가 끊일 줄을 모르는 그에게 소현아는... 그저 머리에 피도 마르지 않은 어린아이일 뿐일 것이다.정말 그에게 찍혔다면 분명 고초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기성은은 일을 처리함에 있어 늘 효율을 중요시한다. 그는 빠르게 강지훈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비밀 조직에 연락해 얼마 되지 않아 답을 찾았다.그는 조사 결과를 전연우의 메일에 보냈다.핸드폰 진동 소리를 듣고 살펴본 전연우의 이마가 곧바로 찌푸려졌다.특히 강지훈의 차가 소현아를 따라가고 있는 그 모습을 본 순간...전연우가 옆방에 가보았을 때, 장소월은 아이를 품에 안고 잠들어 있었다.남자는 아이를 아기침대에 눕혀놓고는 깊게 잠든 여자를 안고 방으로 돌아갔다.전연우는 그녀를 깨우지 않고 깊은 눈으로 바라보며 긴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오늘 밤 빚진 거 내일 다시 갚아야 해.”바깥 하늘이 밝아왔을 때, 장소월은 전연우의 괴롭힘 때문에 깼다가, 끝나고 나서야 다시 잠이 들었다.전연우는 그녀를 깨끗이 씻기고 난 뒤 침대에 눕히고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자리를 떴다.차를 몰고 성세 그룹에 도착하자,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기성은이 앞으로 걸어가 전연우의 뒤를 따랐다.“매체에 공개할 보도 자료는 이미 준비했습니다. 대표님, 정말 그렇게 하실 겁니까?”“너한테 한 번 더 중복해줘야 해?”“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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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4화

송시아가 손을 뻗어 남자의 얼굴에 새겨진 흉터에 가져갔다. 하지만 손이 닿기도 전에 남자가 손목을 낚아채고 경고의 눈빛을 보냈다.송시아는 전혀 개의치 않은 듯 남자의 몸에서 일어나 와인 두 잔을 따랐다.“나보다 그 사람을 잘 아는 사람은 없어요. 전연우는 진심으로 장소월을 사랑하고 있어요.”“당신은 그 사람을 형제로 생각하고 있겠지만, 그 사람은 아닐 수도 있어요.”“당신이 아직 모르는 게 있어요...”“뭔데?”송시아가 와인잔을 손에 들고 다가가자 강지훈은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고 무릎에 앉힌 뒤 와인을 한 모금 홀짝 마셨다.송시아가 말을 이어갔다.“전연우가 해외로 떠나려고 하는 이유는 장소월과 결혼을 하기 위함이에요. 지금의 전연우는 장소월에 관한 일이라면 못할 게 없어요.”“전연우는 심지어 장소월을 곁에 두기 위해 바깥에서 아기까지 데려왔어요.”강지훈의 이마가 서서히 찌푸려졌다. 그가 고작 여자 한 명 때문에 이렇게까지 타락했다고?이어 강지훈은 한 손으로 송시아의 얼굴을 움켜쥐고 조롱 섞인 웃음을 터뜨렸다.“그래서... 전연우 곁에서 그렇게 오랫동안 있었으면서 잠자리도 하지 못한 거야?”“지금 내 여자가 된 기분 어때?”송시아가 말했다.“당연히 전연우는 당신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에요. 비교할 가치도 없어요.”본체 겉과 속이 다른 게 바로 여자다. 잠자리를 하기 전엔 울며불며 반항하다가도, 거기에 들어가기만 하면 환상을 맛보고 고분고분 말 잘 듣는 강아지가 된다.강지훈은 돌연 손에 들고 있던 와인을 송시아의 가슴에 쏟아부었다. 붉은색 액체가 옷을 적시고 깊은 골짜기를 타고 내려갔고, 나머지 액체는 새하얀 피부를 수놓았다. 송시아는 매혹적인 웃음을 지으며 턱을 치켜들고 자신의 가장 풍만하고 관능적인 곳을 남자의 눈앞에 가져갔다.강지훈은 곧바로 여자를 번쩍 안아 들고 침대에 엎드려 놓고는 자신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게 했다....천하 일성 야간 업소.강지훈은 담배를 손에 들고 소파에 기대어 앉아 느릿하게 걸어 들어오고 있는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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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5화

전연우가 말했다.“넌 내가 싫증 나 버린 여자만 거두어 놀잖아. 아직도 한 명 더 필요해?”송시아는 모욕적인 그 한 마디에 심장에 저릿한 고통이 전해져 왔다. 하지만 한마디도 하지 못한 채 그가 차갑게 돌아서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기성은은 바깥에서 기다리다가 생각보다 빨리 나온 전연우를 보고는 급히 그의 뒤를 따라갔다.“강지훈이 아가씨한테 관심을 가진 겁니까?”강지훈은 여자라면 사족을 못 쓰는 사람이다. 한 여자를 갖겠다고 결심한다면 그 어떤 수단과 방법을 써서라도 손에 넣고야 만다.전연우는 어두워진 얼굴로 업소를 나갔다.“앞으로 내 허락 없이는 아무도 남원 별장에 접근하게 하지 마.”“평소 아가씨와 왕래가 있는 사람은 소씨 가문 아가씨뿐입니다. 그럼 소현아 씨도...”전연우가 차가운 눈으로 그를 흘끗 쳐다보았다.“난 조금의 사고도 일어나지 않길 원해.”기성은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대표님.”현재 송시아는 강지훈의 여자다. 강지훈에게 버려진 이후, 대표님은 절대 그녀를 가만히 놔두지 않을 것이다.강지훈이 여자를 교체하는 주기는 일반적으로 2주를 넘기지 않는다.아가씨에게 관심을 갖는다는 건 이미 송시아에게 싫증을 느끼고 있다는 걸 의미하는 걸지도 모른다.그 후 며칠 동안, 전연우가 남원 별장에 들어간 날은 극히 드물었다. 하여 심지어 어떤 신문사에선 전연우와 홍콩 연예인의 스캔들 기사를 내기도 했다.연예인부터 모델, 심지어 학생까지...한 달 사이에 성세 그룹 안주인 자리는 다양하게 바뀌고 또 바뀌었다.이른 아침, 장소월은 소파에 앉아 아이에게 분유를 먹이고 있었다. 시간을 계산해보니 별이는 마침 갓 만 한 살이 되었다.별장의 도우미들은 별이에게 열어줄 생일잔치를 준비했다.상다리가 부러질 듯한 음식이 차려졌다.분유를 먹이고 창밖을 바라보니 화창한 날씨였다. 하여 장소월은 별이를 데리고 산책하러 나가기로 했다.마당 안, 정원을 가꾸고 있던 도우미들은 뒤에 장소월이 와 있는지도 모르고 한창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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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6화

도우미는 돌잡이 물품들과 음식들을 한가득 준비해 차려놓았다. 장소월은 별이에게 한복을 입히고 보송한 방울이 두 개 달린 귀여운 모자도 씌워주었다.도우미가 말했다.“사모님, 대표님에게 전화할까요?”장소월은 고개도 들지 않고 말했다.“그럴 필요 없어요. 그냥 이대로 진행하면 돼요. 준비하느라 힘드셨죠? 이제 들어가서 쉬세요. 은 아주머니만 남으시면 돼요.”도우미들이 모두 물러가자 장소월은 별이를 카펫에 앉혔다. 아이는 눈앞에 가득 차려진 물건들을 보면서도 전혀 관심도 없는 듯 움직이지 않았다. 오히려 뒤돌아 장소월에게 기어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엄... 엄마...”장소월은 화들짝 놀랐다.옆에 있던 은경애가 웃으며 말했다.“어머, 별이는 정말 아가씨를 좋아하나 봐요.”장소월은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리는 것 같아 별이의 코끝을 살살 건드렸다.“별아, 그렇게 엄마랑 같이 있고 싶어?”별이는 입을 벌리고 침을 흘리며 아 하고 소리쳤다.장소월은 마음에 이루 말할 수 없는 무거운 감정이 내려앉았다.그녀는 자신이 줄곧 이곳에 머무를 수 없다는 걸 분명하게 알고 있다.하여 그녀는 독하게 마음을 먹고 자신을 잡고 있는 아이의 손을 뿌리치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밥 먹죠.”장소월의 행동에 은경애는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갑자기 아이를 이토록 냉정하게 대한단 말인가.그래. 어쩌면 친자식이 아니라서 그런 걸지도 모른다.세상 어떤 엄마가 자신의 자식을 마음 아파하지 않겠는가.하지만 비록 이 아이를 낳진 않았지만, 장소월이 아이에게 어떻게 했는지 그녀는 모두 똑똑히 알고 있다.늘 아이에게 지극정성이었고 대부분의 시간을 아이와 함께 보냈다.식사를 시작하려고 할 때, 돌연 소현아가 도착했다.문 앞 경호원들은 소현아를 한바탕 수색하고 난 뒤 별다른 이상이 없다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안으로 들여보냈다.“소월아... 경호원들 왜 저러는 거야? 왜 갑자기 내 몸수색해?”장소월이 대답했다.“미안해. 너한테 실례를 범한 건 아니지?”소현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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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7화

그때 기성은이 대표 사무실로 들어왔다.“대표님, 소아린 씨가 대표님을 뵙고 싶다고 찾아왔습니다. 들여보낼까요.”소아린은 현재 전연우의 스캔들 상대였다.전연우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말했다.“아니.”기성은이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 대표님.”전화로 지시 사항을 전달받은 프런트 직원이 성세 그룹 앞에서 선글라스를 하고 기다리고 있는 소아린에게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소아린 씨, 비서실에서 연락이 왔는데 대표님께선 지금 회사에 안 계신답니다.”소아린이 요염한 빨간 입꼬리를 끌어올렸다.“없대요? 알겠어요. 그럼 잠시 후에 다시 오죠.”말을 마친 그녀는 풀이 죽어 회사를 나가 차에 올라탔다. 매니저가 조급히 물었다.“어떻게 됐어? 소식 있어?”소아린은 실망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회사에 없었어요.”“이건 네 마지막 기회야. 이번 일은 그 사람을 제외하곤 널 도울 수 있는 사람 없어. 아린아, 너 이번엔 너무 경솔했어.”“언니, 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꼭 해결할게요.”“이제 보아하니 다른 방법은 없겠네. 내가 아는 사람이 몇 명 있으니까 그 사람 소식을 좀 알아볼게. 그땐 꼭 기회를 잡아야 해. 다신 날 실망시키지 마.”“네.”소아린에게 촬영 스케줄이 있어 차는 서울을 떠나 해성으로 향했다. 차가 출발한 지 30분 뒤, 돌연 검은색 승용차 몇 대가 소아린의 벤을 겹겹이 에워쌌다. 이어 한 무리의 건달들이 우르르 내리더니 다짜고짜 차를 때려 부수기 시작했다.소아린은 당황함에 어쩔 줄을 몰라 소리만 질러댔다.운전기사는 이미 사람들에게 눌려 꼼짝도 하지 못했고, 뒷좌석에 앉아있던 소아린은 그들에게 끌려 강제로 그들의 차에 올라탔다.“뭐 하는 거예요! 이거 놔요!”그들에게 저항하던 도중 소아린이 입고 있던 하늘색 원피스가 찢겨 나갔다. 무언가 코를 감싸자 강력한 냄새에 정신이 혼미해져 의식을 잃고 말았다.그녀가 다시 깨어났을 때, 주위를 둘러보니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는 더럽고 지저분한 휑한 감옥 안이었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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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8화

강지훈은 어이없는 우스갯소리라도 들은 것 같았다.“기억해. 넌 이제부터 나 강지훈의 사람이야.”남자는 그 한 마디만 남기고 떠나버렸다. 뒤에서 떨고 있는 여자는 전혀 관여치 않고서 말이다.이어 소아린은 이곳에서 일주일 동안 감금 생활을 했다. 매일 가만히 갇혀있다가 밤이면 남자의 극악무도한 짓밟음을 견뎌내야 했다.매니저는 상대의 신분을 알아내고는 소아린의 납치 사건을 더는 파헤치지 않았다. 강지훈의 소식을 아는 사람은 드물었지만 그녀가 조사해낸 내용은 틀림없는 사실이다.강지훈의 인맥은 어디까지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은밀하고 넓었다. 서울에서 한 가닥 하는 높은 자리에 앉아있는 사람들조차 그에게 함부로 행동하지 못했다.연락을 받고 사람을 데리러 간 매니저는 너무 놀라 단 한 마디도 내뱉지 못했다.만신창이가 되어 사람 몰골조차 사라져버린 소아린을 데리고 매니저는 급히 병원으로 향했다....전연우가 없으니 장소월은 오랜만에 평안한 나날을 보냈다.소현아는 더더욱 자주 별장에 드나들었다.심지어 어떤 날은 별장에서 장소월과 함께 자기도 했다.그녀의 다리에 누워 지루한 드라마를 보고 있던 소현아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말했다.“우리 내일 밖에 나가보지 않을래? 계속 이렇게 별장에만 박혀있다간 우울증 올 거야.”“며칠 동안 너랑 이곳에서 지내다 보니까 살쪘어. 전에 가져온 옷들 다 못 입게 됐다니까.”소현아는 확실히 최근 며칠간 적잖게 살이 쪘다. 하지만 늘 예전처럼 통통하고 귀여웠다.“그렇게 나가고 싶으면 같이 나가자. 간 김에 별이한테 옷도 몇 벌 사주고.”장소월은 이런 궁전에 갇힌 공주 생활을 해보지 않은 것이 아니다.다만 지금은 다르다. 옆에 그녀에게 진심을 보여주고 있는 이들이 있으니 말이다.그리고 현아, 별이가 그녀와 함께 있다...도우미가 다가와 말했다.“사모님, 대표님께서 떠나시기 전 절대 별장을 나서면 안 된다고 하셨습니다. 현아 씨에게 입을 옷이 없으면 밖에서 가져다주실 겁니다. 작은 도련님 옷은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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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9화

옆에 있던 소현아, 그리고 도우미들까지도 이 집 안주인이 전연우와 통화하는 자세가 낯선 사람을 대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음에 깜짝 놀랐다.소현아는 순간 장소월에게 가엾은 마음이 들었다.전연우는 장소월을 이곳에 가둬놓고 다른 여자와 쇼핑하며 옷을 사주고 있다.소현아는 씩씩거리며 장소월의 손에서 핸드폰을 빼앗아갔다.“퉷, 나쁜 자식.”욕설을 퍼붓고 난 뒤, 소현아는 얼른 전화를 끊었다.심상치 않은 상황에 은경애는 다른 도우미들을 모두 물렸다.소현아는 측은한 눈동자로 장소월을 바라보며 말했다.“소월아... 나 왠지 네가 너무 가엾고 마음 아파. 너 여기에 있고 싶지 않은 거지?”장소월의 얼굴에 담담한 미소가 지어졌다.“이제 적응됐어. 괜찮아.”“하지만... 지금 네 미소 하나도 행복해 보이지 않아. 대부분의 시간을 나와 함께 보내면서도 항상 우울해 보였어.”무슨 생각을 하는지 장소월의 입가에 미소가 서서히 사라졌다. “미안해. 너랑 나가자고 하는 게 아니었어.”장소월은 울지 않았다. 도리어 소현아가 눈물이 그렁그렁해진 채 울먹거리며 장소월을 끌어안았다.“소월아... 이곳에 있는 게 싫으면서 왜 떠나지 않는 거야!”“서울에서 사는 게 행복하지 않으면 먼 곳으로 가도 돼.”“난 네가 갑자기 사라지거나 연락 두절이 되는 걸 원하지 않지만, 네가 매일매일 행복하길 바라.”소현아는 이미 일찌감치 눈치챘었다.장소월은 이곳에서 늘 혼자 무슨 생각을 하는지 멍하니 정원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소현아가 곁에 있어 주지 않았다면 영혼 없는 인형이 되어버렸을지도 모른다.“난 괜찮아, 현아야. 나 잘 지내. 그러니까 걱정할 필요 없어.”장소월은 담담히 웃으며 소현아의 눈물을 닦아주었다.경호원이 되돌아와 장소월에게 말했다.“사모님, 대표님께서 나가도 된다고 하셨습니다. 다만 반드시 저희들의 시야 안에 계셔야 합니다.”소현아가 말했다.“범죄자를 감시하는 것과 뭐가 달라요!”장소월보다 그녀가 더욱 분노했다.“됐어요.”“녹차 설기 만들어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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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0화

전연우는 집에 돌아와 복도를 지나가다가 화실 조명이 켜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화실 문을 빼꼼 여니 긴 머리를 늘어뜨리고, 몸에 얇은 가디건 하나만 걸치고 그림을 그리고 있는 여자가 보였다. 장소월은 문 소리를 듣는 순간 그가 왔음을 알았지만 고개를 돌리지 않고 그림을 그리는 데에만 집중했다.검은색 정장이 장소월의 어깨에 걸쳐졌다. 그녀가 붓을 멈추자, 전연우가 그녀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시간이 늦었는데 왜 아직도 안 쉬고 있어?”오랜만에 듣는 그의 목소리는 낯설기도, 익숙하기도 했다.장소월은 그에게 눈길도 주지 않은 채 담담히 말했다.“잠에서 깼는데 뭘 할지 몰라서 작업 마무리하려고 왔어.”전연우는 그녀가 그린 그림을 바라보았다. 비가 그친 뒤 자욱이 안개가 덮인 수림 속, 빗방울이 아직 나뭇잎에 걸려있는 모습이 몽롱한 느낌을 전해주고 있었다.전연우는 그림을 잘 몰랐음에도 장소월의 실력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보아낼 수 있었다.“뭘 그린 거야?”장소월이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옥수림이야. 선배님이 만든 새로운 게임인데 배경 작업을 3일 안에 해야 해.”그림의 이름을 들은 순간, 전연우의 눈동자가 순식간에 어두워지고 서늘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그의 몸에서 술 냄새가 공기 중에 풍겨나갔다. 외투엔 알코올 냄새를 제외하고 향수 냄새도 깃들어 있었다.장소월은 몸에 덮여 있는 정장을 벗어 그에게 돌려주었다.“씻고 쉬어. 별이는 아기방에 있으니까 깨우지 말고.”전연우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돌연 그녀의 손을 잡았다. 장소월은 몸의 중심을 잃고 붓을 바닥에 떨어뜨렸다.“또 무슨 미친 짓을 하려는 거야!”옆방에서 자고 있는 사람을 떠올린 그녀는 최대한 목소리를 낮추었다.허공에서 잡힌 팔목을 보니 이미 시뻘겋게 자국이 남아 있었다. 그녀가 고통에 눈썹을 찌푸렸다.전연우가 어둡게 가라앉은 눈동자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잔잔해 보였지만, 폭풍전야처럼 옅게 일렁이고 있었다.그가 말하지 않으면, 장소월은 그가 대체 왜 화가 났는지 알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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