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Chapter 181 - Chapter 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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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1화

예전 장소월은 전연우에게 매달리려 자주 이곳에 왔기에 회사 안은 손바닥 보듯 훤했다. 프런트 직원이 장소월을 보자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렸다. 너무나도 까다로운 손님이었으니 말이다.직원이 말했다.“아가씨, 전 대표님을 만나러 오신 건가요? 대표님께선 지금 회의 중이시라 조금 기다리셔야 합니다.”“따뜻한 물 한 잔 주세요. 고마워요.”장소월은 인시윤이 34층으로 올라가자 두 사람을 방해하기 싫어 옆에 있는 휴게실로 들어갔다.“네... 알겠습니다.”프런트 직원은 너무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고맙다고? 장소월의 입에서 어떻게 그런 말이 나올 수가 있단 말인가? 그야말로 해가 서쪽에서 솟을 일이다. 그녀는 심지어 자신의 귀가 잘못된 것이 아닌지 의심까지 들었다.장소월은 소파에 앉아 탁자 위에 놓여있는 잡지를 들고 무심히 펼쳐보았다.그때 직원이 마침 일 때문에 32층에 도착한 기성은을 불러세웠다.“기 비서님, 이건 대표님에게 드릴 서류입니다.”기성은은 서류를 받은 뒤 휴게실을 힐끗 쳐다보았다. 장소월인가?만약 장소월이라면 조금 전 올라간 건 누구의 뒷모습이란 말인가?기성은이 눈을 축 내리깔았다.“왜 온 거예요?”직원이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잘 모르겠어요. 오자마자 저기에 들어가 앉더라고요. 기 비서님, 설마 또 무슨 일 생긴 건 아니죠?”“쓸데없는 곳에 관심 두지 말고 일이나 열심히 해요.”“알겠습니다.”기성은의 말에 직원은 더는 묻지 못하고 멀어져가는 그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시간은 흐르고 흘러 장소월은 이제 몇 잔의 물을 마셨는지도 기억나지 않았다. 갖고 있던 시험지도 모두 다 풀었다.필통을 정리하고 나서 바깥을 쳐다보니 이미 어둠이 내려앉아 있었다. 전연우가 이미 퇴근을 하고도 남을 시간이었다.시계를 보니 어느덧 일곱 시 반이었다.꾸벅꾸벅 졸고 있는 사람은 장소월 뿐만 아니라 대표 자리에 앉아있는 인시윤도 마찬가지였다.20분을 더 기다리니 여덟 시가 거의 되어갔다.그녀는 더는 기다리지 않고 책가방을 메고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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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2화

장소월이 천성 빌딩을 나왔을 때 시간은 이미 늦어 버스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녀는 버스정류장에 서서 추위에 발을 동동 구르며 버스를 기다렸다. 드디어, 그녀가 기다리는 버스가 눈앞 신호동 앞에 멈춰 섰다.지금은 서울시의 퇴근 시간이라 거리엔 차들이 빼곡히 차 있었다.그녀가 가방에서 차비를 꺼내려던 순간, 검은색 차 한 대가 그녀의 앞에 멈춰 섰다. 고개를 들어보니 전연우가 창문을 내리고 준수한 얼굴로 얼음장같이 차가운 말을 내뱉었다.“타!”인시윤은 왜 차에 없는 거지? 장소월은 의문스러운 얼굴로 잠시 생각하다가 차 뒷자리에 올라탄 뒤 문을 닫았다. 차 안에 전연우와 단둘이 있으니 어색한 공기가 감돌았다.“네가 인시윤을 어떻게 알아?”그가 백미러로 그녀를 쳐다보았다.장소월이 덤덤히 말했다.“제가 반을 옮겼어요. 그래서 이제 같은 반이에요.”그는 더이상 묻지 않고 회사 문 앞으로 다시 차를 돌렸다. 이어 얇은 치마를 입은 인시윤의 모습이 나타났다. 이렇게 추운 날씨에 저런 차림으로 견디다니.그녀는 타고난 체질이 냉해 겨울만 되면 손발은 항상 차가운 상태이다.인시윤이 재빨리 조수석에 올라탔다.“전 사무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어떻게 이렇게 빨리 내려왔어요?”“뭘 먹을래요?”전연우는 핸들을 돌리며 운전에 집중하느라 그녀의 질문에 대답하지 못했다.인시윤은 이미 온갖 산해진미를 모두 맛본 사람이다. 가장 즐겨 먹던 것들도 이제 다 질려버려 갑자기 물으니 무엇을 먹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다.하지만 좋아하는 사람과 먹는 것이니 무엇이든 좋을 것이다.“소월아, 넌 뭘 먹고 싶어? 추천할만한 식당 있어?”그녀는 이 난제를 장소월에게 떠넘겼다.멍하니 앉아있던 장소월이 그녀의 말을 듣고 대답했다.“은평관으로 가요.”“은평관? 거긴 어디야? 왜 난 들어본 적 없지? 그냥 대게 먹으러 가자. 그곳에 가면 따뜻한 자스민 차도 끓여줘. 나 추워죽겠단 말이야.”전연우가 말했다.“주소.”인시윤이 식당 이름을 말했다.“신사처럼 겉옷을 벗어 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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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3화

“알겠습니다. 이쪽으로 오세요.”장소월은 그들에게 공간을 양보하며 가장 뒤에서 걸어갔다. 종업원이 문을 열자 정갈한 일본식 다다미가 깔려있었고 바닥엔 보일러가 켜져 있어 얼어붙었던 몸을 녹일 수 있었다.장소월이 목에 걸었던 목도리를 풀어 문 앞 옷걸이에 걸었다.“먼저 주문해요! 난 화장실에 가야겠어요.”“그래. 가!”인시윤은 메뉴판을 전연우에게 밀며 말했다.“같이 주문해요. 뭘 먹고 싶어요? 이번엔 봐주지 않을 거예요.”전연우가 말했다.“좋을 대로 해요.”인시윤의 몸은 어느덧 전연우의 옆자리까지 가 있었다. 그녀가 자주 먹던 세트를 주문하고는 말했다.“일단 이렇게 시키고 소월이가 돌아오면 더 추가하라고 해요.”화장실에서 돌아온 장소월은 룸마다 단독 종업원이 서비스를 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녀가 주문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종업원이 그녀에게 메뉴판을 건네주었다. 그녀는 평소 해산물을 좋아하지 않아 무엇을 주문해야 할지 몰라 한참을 펼쳐보다가 채소 비빔밥을 시켰다.그녀는 요즘 별로 입맛이 없었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체중은 감소하지 않았다.장소월은 안으로 들어가 두 사람의 맞은편에 자리를 잡았다. 밥상은 그리 크지 않아 다리를 펴면 상대방에 닿을 정도였다.밥상 위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화차를 본 그녀는 손으로 유리컵을 감쌌다. 방금전 찬물에 손을 씻어 추웠던 차에 말이다.인시윤은 흥미진진하게 전연우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한눈에 봐도 잔뜩 흥분한 상태였다.장소월은 간혹 인시윤의 말에 대꾸를 할 뿐 조용히 앉아있었다. 그녀의 성격은 이러하다. 나른하고 가라앉아있으며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한다. 창밖을 바라보니 검은 구름이 하늘을 뒤덮은 것이 당장이라도 눈이 쏟아질 것 같았다.“내일 크리스마스잖아. 소월아, 너 약속 있어?”그 말에 고개를 돌린 장소월은 전연우와 눈이 마주쳤다. 이어 황급히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약속 없어. 학교에서 공부를 하거나 다른 흥취반 수업을 하려고.”“그래? 몇 시쯤 끝나?”“9시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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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4화

인시윤이 술에 취해 정신을 차리지 못하자 전연우는 그녀를 혼자 남겨둔 채 룸을 나왔다. 가게 종업원들이 분명 그녀를 집까지 안전하게 바래다줄 것이다. 그녀의 신분이라면 이곳에서 하룻밤 머무른다고 해도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장소월은 온몸에 힘이 빠진 채 녹초가 되어 의자에 기대어 앉았다. 고작 3잔밖에 마시지 않았는데도 이렇게까지 취하다니. 처음엔 마시지 않을 생각이었지만 향기가 너무 좋아 저도 모르게 연속 마신 것이다. 만약 전연우에 대한 경계심이 없었다면 아마 그녀 역시 인시연처럼 인사불성이 되었을 것이다.그녀는 술을 깨려 창문을 열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전연우가 매정히 닫아버렸다.“뭐 하는 거예요! 빨리 문을 열어요, 빨리요... 빨리...”그녀가 손으로 창문을 두드리며 소리쳤다. 그 목소리는 솜사탕이라도 삼킨 듯 부드럽고 나른했다.“시끄럽게 굴지 말고 앉아있어.”“짜증 나요! 창문도 안 열어주고! 열어주기 싫으면 말아요. 다음부턴 절대 오빠 차에 앉지 않을 거예요.”장소월은 두 다리를 끌어안고 얼굴을 무릎에 파묻었다. 순간 차 안에 침묵이 흘렀다.전연우의 시선이 조심스레 옆으로 향했다. 삐진 건가?대체 언제부터 이렇게 조용히 삐졌단 말인가? 예전이었다면 떼를 쓰며 난리를 피웠을 텐데.“바깥이 추워서 그래. 찬바람 맞으면 감기 걸려.”모처럼 부드러운 말투였다.못마땅한 듯 축 가라앉은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그런 가식적인 말 믿지 않아요. 오빠는 나한테 상처만 주잖아요. 내가 가장 싫어하는 사람은... 오빠예요. 이제 영수를 제외하고, 날 좋아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어요...”그녀의 말이 끝나는 순간 몸이 강하게 앞으로 기울었다. 그녀가 휘둥그레진 눈으로 물었다.“왜 멈춰요?”“너 방금 뭐라고 했어?”차디찬 얼음이 산산조각이라도 난 듯 살을 에일 듯한 한기가 그녀의 몸속으로 파고들었다. 모든 것을 갈기갈기 찢어발길 듯한 날카롭고 매서운 눈빛을 마주하니 장소월은 온몸의 신경이 곤두섰다. 농후했던 취기가 단번에 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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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5화

장소월이 그의 손목을 잡고 약간 차가움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얼른 집에 돌아가요. 윤서 언니가 집에서 오빠를 기다리고 있잖아요... 저도 피곤해서 돌아가 쉬고 싶어요.”전연우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의 아래턱을 움켜쥐고는 얼굴을 가까이 대고 악마처럼 귓가에 속삭였다.“넌 아직 어려서 사랑이 뭔지 몰라. 소월이가 연애를 하고 싶다고 하면 이 오빤 막지 않아. 너에게 더 좋은 사람을 소개해줄 수도 있어.”장소월은 눈을 감았다. 지금은 그와 맞설 때가 아니니 이 화를 스스로 삼켜낼 수밖에 없다.“알... 알겠어요.”이젠 정말 술은 입에 대지도 말아야겠다. 술에 취해 또 그에게 심기를 거슬리게 하는 말을 할지도 모르니 말이다.장소월은 완전히 취기가 사라졌다.집에 돌아가니 열한 시가 거의 되어가고 있었다.장소월은 전연우의 뒤를 따라 빛 하나 없는 어두운 거실에 들어가 더듬거리며 벽에 붙어있는 전원을 켰다. 그제야 거실에 불이 들어왔다.장소월은 곧바로 위층으로 올라가려고 발을 뗐다. 하지만 등 뒤에서 남자가 입을 열었다.“국수를 삶아.”계단에 발을 디디려던 장소월의 귀에도 그 무례한 요구가 들려왔다.“제... 제가 아주머니를 불러올게요.”“내 말 못 알아들어?”전연우는 괴로운 듯 얼굴을 찌푸린 채 소파에 기대에 앉았다.장소월이 천천히 몸을 돌려 그의 상태를 살펴보니 분명 또다시 위병이 도진 것 같았다. 요즘 자주 공복에 술을 마셔댄 데다 오늘 밤 해산물 요리도 많이 먹었으니... 아프지 않은 게 이상한 거다.장소월은 주방에 들어가 냉장고를 열고 식자재를 찾았다. 그녀는 늦은 시간이라 너무 피곤해 음식을 하는 데에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분명 집에 돌아갈 수 있었을 텐데도 기어코 이곳으로 왔다. 최근 들어 전연우는 자주 이곳에 모습을 드러낸다. 이럴 거면 대체 왜 집을 나갔단 말인가.장소월은 365일 단 하루도 그를 만나고 싶지 않았다.물을 끓이고 채소를 썰고 국수를 넣었다. 그녀는 먹지 않을 테니 일 인분만 끓였다.국수가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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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6화

다음 날 아침, 장소월은 편안하고 꿀맛 같았던 잠에서 깨어났다.그녀는 방을 나서자마자 또 누군가 들어올까 봐 문을 걸어 잠갔다.아침을 먹은 뒤 학교에 가니 여덟 시 정도였고, 남들보다 일찍 도착했다.인시윤은 교실에 들어서자마자 장소월을 찾았다.“소월아, 어제 너와 연우 오빠는 왜 먼저 간 거야? 나 집에 돌아가자마자 엄마한테 호되게 혼났어. 이제 통금시간까지 생겼다니까.”어젯밤 과음을 했던 탓인지 아니면 푹 쉬지 못한 탓인지 인시윤의 얼굴엔 다크서클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장소월이 덤덤히 말했다.“어제는... 나도 좀 취해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어. 하지만 어제 가기 전 오빠가 일부러 종업원들에게 널 안전하게 집에 데려다주라고 신신당부했어. 집에 돌아가는 길에서... 별일 없었지?”인시윤은 희미한 정신으로 고개를 저었다.“별일 없었어. 하지만 어떻게 날 혼자 거기에 남겨두고 갈 수가 있어? 동생만 챙기고 왜 난 안 챙기는데! 만에 하나 나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쩌려고?!”“진짜 나쁜 남자야! 신사의 품격이라곤 조금도 찾아볼 수 없다니까!”장소월 또한 전연우가 인시윤을 혼자 내버려 둘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장소월은 최대한 그를 두둔했다.“오빠는... 원래 그랬어. 머릿속엔 온통 일 뿐이야. 당시엔 시간이 너무 늦었잖아. 널 데려다주다가 파파라치한테 걸리기라도 하면 너한테도 안 좋잖아.”인시윤은 그녀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네. 그런 생각으로 한 거라면 됐어. 하지만 다음에도 똑같이 행동한다면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수업 종이 울렸다.인시윤은 재빨리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오전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마지막 수업이 끝난 뒤 45분의 시험 시간을 추가하니 학생들에겐 15분의 점심시간밖에 남지 않았다.그들은 또 다른 건물에 가야 했다.장소월도 어제의 올림피아드 성적을 확인하러 그들을 따라갔다.그녀는 인시윤과 함께 첫 줄에 앉았다.인시윤이 그녀를 위로했다.“자신을 믿고 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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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7화

마지막 1분, 고건우는 이미 물건을 챙겨 교실에서 나갔다.장소월은 다급히 자신의 책을 가방에 넣고는 인시윤에게 말했다.“오늘은 너 먼저 가. 난 다른 일이 있어.”인시윤은 뭐라 말하고 싶었지만 이미 홀연히 사라져버린 장소월에 멋쩍은 듯 어깨를 으쓱거렸다.장소월은 고건우를 쫓아가 말했다.“선생님, 잠시만요.”고건우가 걸음을 멈추었다.“장... 장소월?”“네, 맞습니다. 선생님. 저번 시험 성적을 알고 싶어서요.”고건우가 웃으며 말했다.“수업까지 들었으면서 성적이 왜 궁금해? 이미 합격한 거잖아.”장소월은 여전히 께름칙했다.“제 눈으로 제 성적을 보면 안 될까요?”“그건 뭣 하러 봐? 네 시험지는 지금 나한테 없어. 넌 시험 잘 봤어. 특히 마지막 문제에서 세 가지 방법으로 풀었잖아. 그중 두 번째 방법에선 대학 수학 지식을 사용했어. 그 공식을 보고 솔직히 정말 놀랐다니까.”고건우가 감탄하는 듯한 눈으로 그녀를 쳐다보며 말했다.“하지만...”“고 선생님!”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옆으로 지나가던 선생님 한 명이 그를 불렀다. 고건우가 얼버무리며 그녀에게 말했다.“다음에 다시 얘기하자.”고건우가 이렇게 두루뭉술하게 행동할수록 장소월은 더더욱 마음이 불편했다. 그녀는 이번 올림피아드 팀에 들어오는 기회를 인시윤 덕분에 얻었을까 봐 불안했다.만약 정말 그랬다면 엽준수에겐 너무나도 불공정한 일이 아니겠는가?인시윤...장소월은 꼭 그 팀에 들어가야 하는 건 아니었다.그녀는 교실에 돌아간 뒤 엽준수와 똑똑히 얘기해보려고 그를 찾았다. 하지만 그는 자리에 있지 않았다.엽준수의 짝꿍인 서기우에게 묻자 그가 대답했다.“오늘 아침에도 오지 않았어.”인시윤이 그녀의 손을 잡고 화장실로 갔다.그녀가 손을 씻으며 거울에 비치는 장소월을 보며 말했다.“너 무슨 일 있어? 하루종일 기분이 안 좋아 보이네.”“있잖아. 고 선생님은 왜 내 성적을 발표하지 않으시는 걸까? 혹시 네가 선생님에게 말해 날 올림피아드 팀에 들여 보내준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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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8화

오전 시간은 바삐 이어지는 수업 속에 파묻혀 빠르게 지나갔다.마지막 수업이 끝나면 다른 반은 반급 회의를 조직하거나 영화 보기, 게임을 하기 등 활동을 하지만 1반은 아직 두 시간의 자율 학습 시간이 남아있어 9시 반이 되어서야 하교할 수 있다.성적이 가장 좋은 학생들로 이루어진 반이기 때문에 오락성 활동은 전혀 없다. 대부분 빼곡히 짜인 계획안에서 쉴 틈 없이 돌아친다. 하지만 때로는 서프라이즈도 있다. 오늘은 학생 모두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나누어주었다.장소월은 피아노와 댄스 수업을 해야 했기에 야간 자율학습에 참여할 수 없어 숙제로 낸 시험지 두 장을 챙겨 집에 가서 완성해야 했다. 장소월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며 마침 6반을 지나던 그때, 그들도 마침 수업을 마치고 하교 준비를 하고 있었다. 백윤서가 책을 정리하다가 그녀를 보고는 말했다.“소월아...”장소월이 걸음을 멈추었다.“윤서 언니.”두 사람은 창문을 사이에 두고 대화를 나누었다.백윤서가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오늘은 크리스마스라 마침 나도 널 찾으러 가던 참이었는데 이렇게 만나다니. 이건 너한테 줄 크리스마스 카드야. 메리크리스마스.”장소월이 교실을 둘러보니 커다란 크리스마스 트리가 놓여있었다. 그밖에도 채색 리본, 풍선... 등 장식품들이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물씬 풍겨냈다. 또한 학생들의 손엔 모두 서로 주고받은 선물들이 쥐어져 있었다.“이건 내가 주는 거야.”서문정이 서랍 안에서 카드와 선물을 꺼내 장소월에게 건네주었다.장소월은 자신은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했다는 미안함에 난처한 얼굴로 선물을 받았다. 그녀는 잠시 고민하다가 책가방을 열고 1반에서 받았던 크리스마스 선물을 꺼내주었다. 위엔 금색 방울이 달려있었는데 순금으로 만든 것이라 꽤나 값이 나갔다.“난 너희들한테 줄 게 별로 없네. 작지만 이거라도 받아.”인시윤이 자신의 것을 장소월에게 주었기에 그녀는 마침 두 개를 갖고 있어 두 사람에게 나누어줄 수 있었다. 이건 서문정이 장소월에게서 받은 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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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9화

서문정이 말했다.“맞아. 쟤들은 질투를 하는 거야...”허철의 얼굴이 차갑게 일그러졌다.“내가 장소월을 질투한다고? 진짜 웃겨.”평소 과묵하던 방서연도 말을 보탰다.“실력이 부족한 것도 모자라 다른 사람의 뛰어남도 부정하다니. 장소월은 변했어. 최소한 예전만큼 얄밉지는 않아.”“네 생각은 어때? 강용?”강용이 손에 들고 있던 사과를 던져버렸다. 그는 검은색 반팔티를 입고 있었는데 팔뚝에 드러난 문신은 신비롭고도 야만적인 느낌을 풍기고 있었다.“앞으로 내 앞에서 장소월은 언급도 하지 마. 역겨우니까.”그 음산한 분위기에 아무도 더는 말하지 못했다.장소월이 학교 밖으로 나가자 마침 정 집사도 학교에 도착했다.길은 별로 막히지 않아 빠르게 달렸지만 그래도 몇 분이나 지각했다.두 시간의 피아노 연습을 마쳤다. 이제 남은 두 시간은 그녀에게 있어 가장 괴로운 시간이었다.그녀는 몇 번 수업을 빠진 바람에 그동안 했던 스트레칭이 무색하게 또다시 딱딱하게 굳어버렸다.돌연 아랫배에서 강한 고통이 밀려왔다. 이어 다리 사이에서 뜨겁고 끈적한 액체가 천천히 흐르고 있음을 느꼈다. 익숙한 그 느낌이었다. 은은한 피 냄새가 올라오기도 했다.그녀는 다급히 화장실로 가 바지를 벗고 흔적을 살폈다. 그러고는 탈의실로 가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는 생리대를 가지고 화장실로 돌아왔다.깨끗이 정리한 뒤 놀란 마음을 가라앉히며 변기 위에 털썩 주저앉았다. 여자아이들은 일반적으로 13세부터 15세 사이에 초경을 한다. 하지만 그녀는 전생에서 대학교 1학년이 되어서야 시작됐다. 당시 그녀는 자신의 몸에 무슨 문제라도 있는지 걱정되어 병원에 가서 건강검진을 했다. 검사결과는 모두 정상이었고 의사의 말로는 사람마다 체질이 달라 늦게 시작되는 것도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라고 했다. 하여 그녀는 한약으로 몸 상태를 조절했을 뿐 크게 마음을 두지는 않았다.그 후 자궁암이 진행되었고 위까지 전이되었다. 그녀는 위암 말기 판정을 받은 뒤 얼마 되지 않아 세상을 떠났다.그녀는 이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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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0화

강렬한 반응 때문에 장소월은 저녁에 먹은 음식물까지 모두 토해냈다. 복통이 더더욱 심해져 손으로 침대 시트를 꽉 잡았다. 그 바람에 피가 바늘 안으로 거꾸로 흘러갔고 그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란 은경애가 간호사를 불러왔다. 간호사는 어쩔 수 없이 장소월의 다른 손에 링거를 놓을 수밖에 없었다.은경애는 마음을 놓을 수 없어 걱정스레 물었다.“간호사님, 설마 무슨 일 생기는 건 아니겠죠? 이렇게나 고통스러워하는데 다른 방법 더 없어요?”간호사가 링거의 속도를 조절하며 말했다.“생리 시기에 큰 반응을 일으키는 환자는 병원에 매일 수십 명이 들어와요. 할 수 있는 건 다 했어요. 이제 더이상 방법이 없어요. 흑설탕을 뜨거운 물에 풀어 마시고 복부를 부드럽게 문지르면 증상을 조금 완화시킬 수 있을 거예요.”간호사가 나가자 은경애가 걱정어린 표정으로 물었다.“제가 가서 흑설탕을 사올까요?”장소월이 물을 마시려 손을 뻗자 은경애는 곧바로 물을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장소월은 입을 헹구고는 힘없이 침대에 누우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괜찮아요. 아주머니도 옆방에서 잠시 눈을 붙여요. 곧 날이 밝아요. 내일 또 일하셔야 하잖아요.”“아가씨가 이렇게 아픈데 제가 어떻게 자요. 제가 배를 문질러 줄게요.”은경애는 거친 손을 이불 안으로 집어넣고 장소월의 옷 위에 올려 부드럽게 배를 문질렀다.“좀 괜찮아졌어요?”장소월이 눈을 감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네. 괜찮아졌어요.”“그럼 더 자요! 내일 아침 깨어났을 땐 아프지 않을 거예요.”“네.”그녀의 손길은 오 아주머니의 손길처럼 부드러웠기에 장소월은 얼마 지나지 않아 꿈나라로 향했다.시간은 어느덧 다섯 시, 날이 밝았다.은경애는 뻐근해진 손을 꺼내려 일어섰지만 그녀가 멈추는 순간 침대에 누워있는 장소월의 이마가 찌푸려졌다. 때문에 조금도 쉴 수 없다. 계속 이렇게 문지르다간 손목이 꺾일지도 모른다.하지만 이토록 고통스러워하는 아이를 보고 있으면 가엾은 마음이 피어오른다...바로 그때 은경애는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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