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의 모든 챕터: 챕터 161 - 챕터 170

1175 챕터

제161화

백윤서는 천천히 안전벨트를 풀었고, 차 문을 여는 순간에 그녀는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오빠, 나한테 하고 싶은 말 없어요?”전연우는 창문을 통해 사라져 가는 그녀의 모습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윤서야, 너 곧 시험이니까 다른 건 생각하지 마.”전연우가 고개를 돌리면 그녀의 눈에 눈물이 가득 찬 것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녀는 화가 나서 입술을 깨물었다.백윤서는 결국 하고 싶은 말도 하지 못했고 전연우로부터 설명을 듣지도 못했다.그가 한 마디만 말해도 그게 어떤 설명일지라도 그녀는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하지만 그는 입을 열지 않았다.백윤서는 실망한 채 차에서 내렸다.'소월이는 오빠에게 어떤 존재일까?'장소월은 교실로 들어가지 않고 바로 교무실로 가서 담임 선생님을 찾았다.장소월의 서류가 다 넘겨진 후, 그녀는 교실로 돌아와 책상을 정리했는데, 사실 별거 없었고 교과서와 연습 문제 몇 장뿐이었다.이제 곧 수업이 시작될 시간이었다.조용하던 교실에 장소월이 들어온 순간, 교실이 갑자기 소란스러워졌다.“헐, 진짜야! 장소월이 정말 왔어?”“봐, 1반 담임 선생님이 아직 밖에서 기다리고 있어... 장소월 정말 1반으로 가는 거였어!”그중에는 몇몇 조롱하는 말도 들렸다.“아니면 우리 내기를 해서 장소월이 1반에서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는지 보자.”“난 6만 원 걸게. 3일 버티겠지.”“난 하루라고 봐...”장소월은 사람들의 수군거림을 무시하고 가방을 메고 교실을 나섰다.“한 선생님, 저 준비됐어요. 가요.”한결은 서울에서 가장 뛰어난 교사였고, 그녀의 손에서 교육받은 학생들은 모두 엘리트였다.장소월은 1반의 학습 진도를 따라잡을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한결은 교과서를 손에 들고 앞으로 걸어가면서 1반의 규칙에 대해 설명했다.“1반에 오면 1반의 규칙을 준수해야 해. 연애 문제에 대해서는 더 말할 필요가 없겠지. 그리고 대학 입시 전 마지막 6개월 동안 공부와 관련 없는 물건들은 학교에 가져오지 마.”“
더 보기

제162화

우등반의 학생들은 각자 복습하고 책을 보느라 바빴고, 하루의 수업은 너무 꽉 차서 다른 것에 신경 쓸 시간이 없었다.장소월은 이런 학습 분위기를 좋아했다. 모두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있었다. 제운 고등학교의 학생들은 모두 뛰어난 기업의 자식들이고 좋은 집안 배경을 갖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게을리하지 않았다.바로 그때 책상이 흔들리자 장소월은 그녀의 책상에 반쯤 걸터앉아 있는 사람을 올려다보았다. 그녀는 긴 포니 테일을 하고 있었고, 밤색 곱슬 머리였다. 그녀는 장소월과 비슷한 키에 날씬한 몸매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그녀가 장소월의 가슴 앞에 엎드려 물었다.“얘, 뭘 먹어서 그렇게 커졌어?”“너 오늘 전학 온 학생 맞지? 이름이 뭐더라... 장소월, 맞지!”장소월이 자기소개를 할 때 다른 학생들은 모두 숙제를 하고 있었고, 아무도 장소월을 쳐다보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이름을 기억한 사람이 있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내 이름은 인시윤이야. 우리 친구 하자!”장소월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점심에 밥 먹으러 같이 가자! 네가 먹고 싶은 거 다 사줄게.”인시윤?장소월은 마음속으로 그녀의 이름을 중얼거렸다.익숙한 이름인데 어디서 들어본 걸까?인 씨?오늘 아침 식사할 때 장해진이 언급한 인가네 아가씨가 혹시 인시윤이 아닐까?그녀가 바로 인가네 딸이었어?장해진이 인씨 가문에 대해 그렇게 신경 쓰고 전연우에게 잘 보이라고 당부하는 건 드문 일이었다.굳이 애쓰지 않아도 장해진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장해진은 전생에서 죽을 때까지 장소월과 전연우의 결혼에 동의하지 않았는데, 그녀는 그 이유가 도대체 무엇 때문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그들은 장해진이 죽은 후 조용히 결혼식을 올렸었다. 결혼식도 없었고, 사회자도 없었고 꽃도 없었다... 혼인 신고 서류만 있을 뿐이었다.장소월은 재빨리 정신을 차리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래!”장소월은 왜 인시윤의 말에 동의했을까?사실 방금 장
더 보기

제163화

현재 장소월은 친구도 거의 없었고,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기도 했다. 그녀는 심심할 때 책을 읽거나 드라마를 보며 좋아하는 일을 했다... 대인관계 없이 혼자 지내는 데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에 친구 사이에 의심이나 불쾌한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장소월은 인시윤이 어떤 목적으로 자신에게 접근했는지 몰랐다.하지만 장소월은 곧 알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5호 학생 식당.인시윤이 자주 간다고 말했던 곳은 회전식 샤부샤부 식당이었다.매운 음식을 먹지 못하는 장소월은 안 매운 국물로 주문했다.인시윤이 주문한 샤부샤부는 매우 매웠고, 장소월은 그 국물을 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그녀는 시금치를 집어 냄비에 넣고 휘저으며 말했다.“소월아, 오늘 우리 집에서 내 생일 파티를 열 예정인데, 알고 있지? 너랑 네 오빠도 초대하고 싶으니까 같이 와!” 냄비 속의 뜨거운 하얀 김이 그녀의 눈을 가렸다.인시윤의 눈은 매우 예뻤다. 길게 째진 눈에 속 쌍꺼풀, 눈을 감았을 때 눈꺼풀 중앙에 아주 작은 점이 있었다.그녀는 독특하게 아름다웠고, 볼수록 더 예쁜 유형이었다. 장소월과는 달랐다. 장소월은 서울 최고 미인인 어머니의 외모를 물려받아 한눈에 다른 사람들의 주목을 끌 수 있었다.예상대로 그녀의 목표는 전연우였다.장소월은 인시윤과 전연우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몰랐지만, 두 번의 인생을 산 그녀는 여자를 이해한 경험으로 볼 때 인시윤은 분명 전연우에게 관심이 있었다.“나 초대장도 가져왔어. 저녁 7시 30 분에 꼭 와. 오늘 밤 맛있는 음식 많이 준비할 거야. 아빠가 연예인들도 초대했어. 꼭 와!”장소월은 빨간색 초대장을 보고 말했다.“저녁에 야자가 있어서 갈 수 없을 것 같아.”인시윤은 매운 것을 많이 먹어서 입술이 부어 있었다.“그건 별거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 수업이 끝나면 바로 나를 따라 나오면 돼.”그렇게 말한 후, 그녀는 당부했다.“아빠가 많은 사업 협력 파트너를 초대했어. 그 꼰대들은 행사 예절에 특별히 신경 쓰기 때문에 올 때
더 보기

제164화

인시윤은 손으로 머리를 바치고 마음속으로 그것들을 기억했다.“알아. 네 오빠가 아끼는 사람이 백윤서라는 거. 서울제2중학교에서 누구한테 맞아서 네 오빠가 이 학교로 전학 보냈다고 들었어.”장소월은 국을 몇 입 먹어보고 아무 맛도 안나 싱겁다고 생각했다. 이 식당은 주변 환경이 좋고 야채도 신선하지만 유일한 나쁜 점은 사골 국물이 잘 끓지 않아 마지막에 풍미가 별로 없다는 것이었다.“전연우는 이미 집을 나와 백윤서랑 같이 살고 있어. 그에 대해 알고 싶다면 백윤서가 나보다 더 많이 알고 있을 거야.”장소월은 인시윤의 반응이 궁금해서 그렇게 말했다. 인시윤은 긴 머리를 손으로 만지작거리며 혐오감으로 가득 찬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그 여자애는 너무 가식적이야. 너도 설마... 전연우 좋아하는 건 아니지?”장소월은 바로 부인했다.“그 사람은 영원히 내 오빠야. 나는 내 오빠를 좋아하는 일은 없어.”원래 경계하던 인시윤의 눈빛은 즉시 경계를 풀었고 그녀는 안도하며 가슴을 쳤다.“깜짝 놀랐네. 난 네가 백윤서와 똑같은 줄 알았어. 그렇다면 이제부터 너는 내 가장 친한 친구야! 나중에 우리가 가족이 될 수도 있는데 그럼 난 너를 시누이라고 불러야 할지도 몰라!”장소월은 담담히 입꼬리를 올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인시윤에게 전연우의 본모습에 대해 말해야 할까?그녀가 전연우에게 점점 더 깊이 빠져들면 전연우는 이 상황을 더 많이 이용할 수 있을 뿐이었다.인시윤은 분명히 상처받을 것이다.그를 사랑하게 되면 점점 자신의 진짜 모습을 잃을 것이다. 결국 황금색 철로 짜인 새장에 갇혀 영원히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그리고 끝내 구덩이에 빠져 허둥대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그만하자. 그녀 자신도 지금 곤경에 처해 있는데 왜 다른 사람을 걱정할까?전연우가 누구와 결혼하든 그녀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식사 후 인시윤은 그녀에게 밀크티 한 잔을 더 사주었다.그녀는 뒤에서 누군가 인시윤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인시윤은 손을 흔들며 말
더 보기

제165화

이제 강용은 장소월을 괴롭히지 않는다!정말 신기한 일이다...강용은 결국 농구에 흥미를 잃고 옆에 있는 물을 집어 들고 곧바로 코트를 떠났다....30 분 안에 수학 문제지를 푸는 건 확실히 어려웠다. 게다가 모두 교과서의 지식을 넘어서는 내용들이었고, 일부는 대학에서 가르치는 것들이었다. 그녀에게 그다지 어렵지는 않았지만 문제를 푸는 데 약간의 시간이 걸리는 것뿐이었다.마지막 수업의 종소리가 울리자 한결은 교과서를 닫았다.“여러분 모두에게 좋은 소식을 전합니다. 오늘은 인시윤 학생의 생일이니 시윤 학생에게 축하 인사를 전하며 오늘은 야자 안 합니다. 대부분 친구들이 인시윤 학생의 생일 파티 초대장을 받았죠?”“모두가 행복한 시간이 되길 바라요.”인시윤은 반에서 가장 활동적인 학생으로 꼽힌다. 그녀는 큰 소리로 말했다.“선생님, 감사합니다. 사랑해요.”그녀는 자연스럽게 장소월을 바라보았는데 그녀는 여전히 문제를 풀고 있었다.“천만에요.”1반에서 야간 자율 학습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는 드물었다.한결이 나가자마자 인시윤은 장소월의 옆으로 달려가 말했다.“소월아, 가슴 큰 친구야... 이제 그만하고 같이 가자!”인시윤은 정말 그녀를 골치 아프게 했다. 웬 이상한 별명을 붙여줬는지.장소월은 마지막 글자를 쓰고 재빨리 책을 닫았다.“다 했어. 가자.”인시윤이 그녀를 칭찬했다. “문제 정말 잘 풀었네! 어디 보자, 거의 다 정답인데 우리 올림피아드 그룹에 오지 않아서 아쉽다. 어쩌면 우리가 같이 서울대에 붙을지도 모르는데.”장소월은 동작을 멈췄다. “나도... 가도 될까?”“당연하지! 왜 안 돼?”“올해 올림피아드 대회는 총점으로 순위를 매기는데... 제운고랑 서울 2중 애들만 참가하는 거 아니야. 네가 전국 대회에서 10등 안에 들면, 소월아... 이건 가문의 영광이야!”“알았어! 혹시 그룹에 들어가려면 어떤 절차가 필요해?”장소월의 뒤쪽에 앉은 두꺼운 안경을 쓴 소년의 표정에는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묘한 감정이 감돌았
더 보기

제166화

백윤서가 입술을 앙다물고 고개를 돌렸다. 순간 뒷좌석에 앉아있는 장소월을 발견하고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억울한 듯 말했다.“미안해, 소월아. 나 오늘 너희 반 수업시간표를 봤는데 오늘 저녁 자율 학습이 있더라고. 그래서...”장소월은 이 일로 왈가왈부하고 싶지도 않았고 지금 백윤서의 표정에 대해서도 깊게 파고들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아직 감기가 낫지 않은 탓에 여전히 머리가 어지러워 눈을 질근 감으며 말했다.“괜찮아요. 다 제 탓이에요. 아저씨, 출발하죠! 먼저 윤서 언니를 데려다줘요.”“알겠습니다. 아가씨.”역시 장씨 가문에서 잔뼈가 굵게 일한 사람이라 무슨 말이든 과감히 내뱉는다. 정 집사는 성실하고 능력 있는 사람이다. 하여 장해진도 지금까지 그를 곁에 두고 있는 것이다.백윤서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집사님, 절 연우 오빠 회사에 내려주시면 돼요. 할 얘기가 있어 오빠가 퇴근할 때까지 기다리려고요.”정 집사는 백윤서의 말에 대꾸도 하지 않은 채 백미러로 장소월에게 말했다.“소월 아가씨, 장소를 바꿀까요?”그는 장소월의 동의를 구했다.장소월이 희미한 정신으로 간단히 고개를 끄덕였다.백윤서는 무안함에 고개를 숙이고 입을 꾹 다물었다.예전 장소월이 전연우를 좋아할 때에도 늘 학교를 마치면 그의 회사에 가서 일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 함께 집으로 돌아갔다. 당시 그녀는 억지를 부리고 떼를 써서라도 회사에 갔었다.이렇듯 그녀와 백윤서는 확연히 다른 사람이다.장소월은 문득 호기심이 들었다. 화려한 배경에 크나큰 부와 권세를 쥐고 있어 그에게 이익을 가져다줄 인시윤, 오랫동안 동고동락하며 함께 갖은 시련을 이겨내 왔던 백윤서... 전연우는 과연 둘 중 누구를 선택할까?예전엔 당사자였지만 이젠 구경꾼에 불과하다.장소월도 전연우가 백윤서와 결혼해 전생에 진 빚을 갚기를 원했다.하지만 그녀의 빚은 이미 깨끗이 갚았다.그녀가 바다에 뛰어들겠다고 결심했던 그 날...지금은 퇴근 시간이라 남천 그룹까지 평소라면 30분 정도밖에 걸리
더 보기

제167화

전연우가 오늘 파티에 그녀를 부른 건 그녀와 파트너로 함께하고 싶은 건가?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백윤서는 긴장된 마음에 주먹을 꼭 말아쥐었다. 순식간에 가슴속에서 기대감이 부풀어 올랐다....장소월은 인시윤의 선물을 사러 백화점에 간 것이었다. 파티에 빈손으로 참석할 수는 없으니 적어도 작은 선물은 가져가야 하기 때문이었다.그저 겉으로만 친구일 뿐이니 고르는 데에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하지만 마음대로 선택한 스카프가 가격표를 보니 20만 원이나 되었다. 그녀는 구매를 취소하고 싶었으나... 그때는 이미 점원이 가격표를 뜯은 뒤라 되돌릴 수 없었다.다행히 장해진이 준 카드가 있어 절반 정도 할인받을 수 있었다.그래도 10만 원이다.장소월은 온몸이 두들겨 맞은 듯 지끈거렸다.남원 별장.방 안에 들어간 그녀는 인시윤의 생일파티에 입고 갈 드레스를 고르고 있었다. 옷방 서랍을 열어보니 하얀색 박스가 하나 있었고 안엔 마침 그녀가 찾던 드레스가 들어있었다.어깨가 훤히 드러나는 올블랙 드레스...이 옷이면 괜찮을 것이다.처음으로 참석하는 파티라 많은 옷을 준비하진 못했다. 모두 한물간 디자인이라 그녀의 마음에조차 들지 않았다. 하물며 다른 사람의 눈엔 어떻겠는가.이 옷은 아주 심플하면서도 유행을 타는 디자인이 아니라 언제든 예쁘게 입을 수 있었다.장소월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과연 그녀에게 어울릴까?“한 번 입어볼까?”장소월은 재빨리 일어나 욕실로 들어가 드레스를 입었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니, 드레스가 그녀의 몸에 딱 들어맞았다. 조금 더 말랐다면 가슴 부분이 빈약했을 것이고 조금 더 살집이 있었다면 부담스럽게 팽팽해졌을 것이다.이런 매혹적인 그녀의 몸매를 보고 그 누가 고등학생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는가!여덟 시 반.파티가 정식으로 시작되었다.인시윤이 2억이 되는 고액의 드레스를 입고 최근 대세 남자 연예인과 함께 커플 댄스를 추며 파티의 포문을 열었다.이곳에 초대된 사람들은 모두 정계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들이거나
더 보기

제168화

춤을 마친 뒤 인시윤은 도우미가 건네준 외투를 받고는 인정아의 곁으로 걸어갔다.“엄마.”살짝 일그러진 그녀의 얼굴을 본 인정아가 그녀의 손을 어루만지며 걱정스럽게 물었다.“왜 그래? 생일인데 왜 별로 안 즐거워 보이지? 네가 좋아하는 연예인도 초대했잖아. 아가, 표정 풀어. 엄마랑 같이 삼촌들한테 인사하러 가자.”인시윤의 눈썹이 다시 찌푸려졌다.“저 안 가면 안 돼요? 전 친구들과 놀고 싶단 말이에요! 그 사람들은 저만 보면 온갖 질문을 쏟아내요. 정말 너무 지겨워서 짜증 나요.”파티장엔 음악을 틀었고 인시윤의 목소리도 크지 않아 인경아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듣지 못했다.“됐어. 이것도 앞으론 익숙해질 거야. 후계자는 후계자답게 행동해야지.”두 모녀는 이번 파티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다. 하여 인시윤은 하는 수 없이 엄마의 손에 이끌려 인씨 가문 사업가들을 만나러 향했다.이번 파티에 강씨 가문은 초청하지 않았다.“엄마, 오빠는 오지 않겠대요?”인경아의 얼굴에 잠시 슬픔이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이어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영수는 최근 강한 그룹을 인계받고 있어서 바쁜가 봐. 그러니까 될수록 귀찮게 하지 마. 엄마가 이미 말했으니까 바쁘지 않으면 올 거야.”예전엔 그 집에서 강영수를 볼 수 있었지만 이젠 그럴 자격도 없다.그는 그녀를 인정하지 않는다!드디어, 인시윤이 전연우와 마주 섰다.인경아가 그를 아래위로 훑어보았다.“당신이 우리 시윤이를 구해줬다면서요?”검은색 정장을 입고 곧게 서 있는 전연우에게서 차가운 기운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평소에 비하면 많이 부드러웠다.“당연히 해야 하는 일인걸요.”인경아가 다시 옆에 있는 사람을 쳐다보았다.“시윤아, 감사 인사는 제대로 했어?”그녀의 말투는 부드럽고 예의 있고 차분했으나 그 안엔 확연한 거리감이 담겨있었다.이렇듯 능력 있는 사람은 많지 않으니 시윤이의 곁에 두고 유용하게 쓰는 게 좋을 것이다.하지만 애석하게도 그는 장해진의 사람이다.때문에 분명 더럽고 비열
더 보기

제169화

이미 아홉 시가 거의 되어가고 있어 파티가 끝났을지도 모른다.이번 파티는 인씨 집안 별장에서 진행되었다.장소월이 문 앞 경비원에게 초대장을 보여주자 그는 곧바로 그녀를 안내했다.“아가씨의 친구분이시면 이 길을 따라가세요. 끝까지 가면 보일 겁니다.”장소월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감사합니다.”경비원은 장소월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지금까지 이토록 아름다운 아가씨는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대체 어느 집 아가씬데 여태껏 한 번도 오지 않았단 말인가?장소월은 외투를 걸치고 경비원이 말한 방향으로 걸어갔다.파티장에 있는 손님들에게는 이미 한 번씩 인사를 마쳤다.뒷마당에선 한창 수영장 파티가 진행되고 있었다. 이곳이야말로 그녀가 있어야 할 곳이다!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그녀의 친한 친구들이다. 그녀는 힘 빠진 몸을 의자에 축 늘어뜨렸다. 조금도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힘들어 죽겠어... 그 변태 같은 영감들한테 왜 인사를 해야 하는 거야. 엄마가 아니었다면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텐데.”“왜겠어? 집안 재산을 상속받기 위함이지!”꽃무늬 셔츠를 입은 남자, 허철이 말했다.인시윤은 머리가 지끈거렸다.“난 이미 말했어. 앞으로 재산, 회사... 모두 다 오빠한테 주고 싶다고! 난 그냥 오빠의 보살핌을 받으면서 살면 돼! 나같이 예쁜 여자가 뭣 하러 엄마처럼 힘들게 살겠어. 안 그래?”허철이 말했다.“돈 많은 걸 싫어하는 사람은 처음 보네.”인시윤은 와인잔을 들고 한 모금 마시고는 그를 쳐다보았다.“봤어?”“뭘?”“장소월 말이야! 설마 안 온 걸까?”허철의 눈이 휘둥그레졌다.“장소월도 불렀어? 너 미쳤어? 장소월을 왜 불러! 나 걔랑 절교했잖아!”인시윤이 이마를 찌푸리고 허철을 툭 두드렸다.“너와 장소월 사이의 일은 관여하지 않을게. 하지만 앞으로 감히 내 앞에서 장소월을 욕한다면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허철이 말했다.“이봐, 아가씨... 장소월이 어떤 앤지 몰라? 왜 그런 애와 친구로 지내려고 해? 너 친구가 부족
더 보기

제170화

그녀가 고통스러운 얼굴로 악마처럼 고소해하고 있는 사람을 쳐다보며 말했다.“나쁜 놈! 이게 재밌어?!”장소월은 접질린 발목을 부여잡았다. 너무 아파 눈물까지 질끈 나왔다.강용이 무릎을 굽히고 앉아 웃음기가 가득한 눈으로 그녀와 시선을 맞추었다.“어떻게 재미없겠어? 장소월... 네가 이렇게 바보 같은데!”장소월은 이곳에서 강용을 만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강용의 집안은 이곳에 초대될만한 조건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역시 강용과 마주치면 좋은 일이 없다.장소월은 통증 때문에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간신히 일어나 치마에 묻은 흙먼지를 털어냈다. 다행히 검은색이라 얼룩이 선명하지는 않았다.“운도 없이 널 만났네.”그녀는 그와 더 실랑이를 벌이지 않고 자리를 떠나려 했다.하지만 등 뒤에서 그의 짜증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이봐!”장소월은 절뚝거리며 걷고 있었다. 강용의 부름에도 그녀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앞으로 더 가면 길이 없어. 너 어디로 가려는 거야?”장소월은 그제야 천천히 걸음을 멈추었다. 그녀가 길을 잘못 든 것이었다. 어쩐지 사람이 한 명도 보이지 않더라니.고집스러운 성격 탓에 강용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그녀는 틀린 길인 걸 알면서도 다시 돌아가려 하지 않았을 것이다.장소월은 몸을 돌린 뒤 그에게 눈길도 주지 않은 채 좁은 길로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갔다.장소월이 그를 지나치려한 순간, 돌연 그가 몸을 움직였다. 깜짝 놀란 장소월은 중심을 잃고 그의 어깨에 축 늘어졌고 그는 한 팔로 그녀를 확 끌어안았다... “너 뭐 하는 거야! 날 놔줘! 강용!”장소월이 아등바등 그의 등을 내리쳤다.3층은 아직 불이 밝게 켜져 있었다. 큰 유리창 너머에 서 있는 남자는 고귀하고 우아해 보였지만 그 눈빛엔 말 못할 냉담함이 담겨있었다.“저와 손을 잡는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죠. 얼마를 원하든 다 줄게요.”인경아가 말했다.“영수야, 그 프로젝트를 갖고 싶다면 내가 줄게. 한 푼도 받지 않아도 돼.”강영수는 그녀의 말을
더 보기
이전
1
...
1516171819
...
118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