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윤서가 입술을 앙다물고 고개를 돌렸다. 순간 뒷좌석에 앉아있는 장소월을 발견하고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억울한 듯 말했다.“미안해, 소월아. 나 오늘 너희 반 수업시간표를 봤는데 오늘 저녁 자율 학습이 있더라고. 그래서...”장소월은 이 일로 왈가왈부하고 싶지도 않았고 지금 백윤서의 표정에 대해서도 깊게 파고들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아직 감기가 낫지 않은 탓에 여전히 머리가 어지러워 눈을 질근 감으며 말했다.“괜찮아요. 다 제 탓이에요. 아저씨, 출발하죠! 먼저 윤서 언니를 데려다줘요.”“알겠습니다. 아가씨.”역시 장씨 가문에서 잔뼈가 굵게 일한 사람이라 무슨 말이든 과감히 내뱉는다. 정 집사는 성실하고 능력 있는 사람이다. 하여 장해진도 지금까지 그를 곁에 두고 있는 것이다.백윤서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집사님, 절 연우 오빠 회사에 내려주시면 돼요. 할 얘기가 있어 오빠가 퇴근할 때까지 기다리려고요.”정 집사는 백윤서의 말에 대꾸도 하지 않은 채 백미러로 장소월에게 말했다.“소월 아가씨, 장소를 바꿀까요?”그는 장소월의 동의를 구했다.장소월이 희미한 정신으로 간단히 고개를 끄덕였다.백윤서는 무안함에 고개를 숙이고 입을 꾹 다물었다.예전 장소월이 전연우를 좋아할 때에도 늘 학교를 마치면 그의 회사에 가서 일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 함께 집으로 돌아갔다. 당시 그녀는 억지를 부리고 떼를 써서라도 회사에 갔었다.이렇듯 그녀와 백윤서는 확연히 다른 사람이다.장소월은 문득 호기심이 들었다. 화려한 배경에 크나큰 부와 권세를 쥐고 있어 그에게 이익을 가져다줄 인시윤, 오랫동안 동고동락하며 함께 갖은 시련을 이겨내 왔던 백윤서... 전연우는 과연 둘 중 누구를 선택할까?예전엔 당사자였지만 이젠 구경꾼에 불과하다.장소월도 전연우가 백윤서와 결혼해 전생에 진 빚을 갚기를 원했다.하지만 그녀의 빚은 이미 깨끗이 갚았다.그녀가 바다에 뛰어들겠다고 결심했던 그 날...지금은 퇴근 시간이라 남천 그룹까지 평소라면 30분 정도밖에 걸리
전연우가 오늘 파티에 그녀를 부른 건 그녀와 파트너로 함께하고 싶은 건가?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백윤서는 긴장된 마음에 주먹을 꼭 말아쥐었다. 순식간에 가슴속에서 기대감이 부풀어 올랐다....장소월은 인시윤의 선물을 사러 백화점에 간 것이었다. 파티에 빈손으로 참석할 수는 없으니 적어도 작은 선물은 가져가야 하기 때문이었다.그저 겉으로만 친구일 뿐이니 고르는 데에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하지만 마음대로 선택한 스카프가 가격표를 보니 20만 원이나 되었다. 그녀는 구매를 취소하고 싶었으나... 그때는 이미 점원이 가격표를 뜯은 뒤라 되돌릴 수 없었다.다행히 장해진이 준 카드가 있어 절반 정도 할인받을 수 있었다.그래도 10만 원이다.장소월은 온몸이 두들겨 맞은 듯 지끈거렸다.남원 별장.방 안에 들어간 그녀는 인시윤의 생일파티에 입고 갈 드레스를 고르고 있었다. 옷방 서랍을 열어보니 하얀색 박스가 하나 있었고 안엔 마침 그녀가 찾던 드레스가 들어있었다.어깨가 훤히 드러나는 올블랙 드레스...이 옷이면 괜찮을 것이다.처음으로 참석하는 파티라 많은 옷을 준비하진 못했다. 모두 한물간 디자인이라 그녀의 마음에조차 들지 않았다. 하물며 다른 사람의 눈엔 어떻겠는가.이 옷은 아주 심플하면서도 유행을 타는 디자인이 아니라 언제든 예쁘게 입을 수 있었다.장소월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과연 그녀에게 어울릴까?“한 번 입어볼까?”장소월은 재빨리 일어나 욕실로 들어가 드레스를 입었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니, 드레스가 그녀의 몸에 딱 들어맞았다. 조금 더 말랐다면 가슴 부분이 빈약했을 것이고 조금 더 살집이 있었다면 부담스럽게 팽팽해졌을 것이다.이런 매혹적인 그녀의 몸매를 보고 그 누가 고등학생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는가!여덟 시 반.파티가 정식으로 시작되었다.인시윤이 2억이 되는 고액의 드레스를 입고 최근 대세 남자 연예인과 함께 커플 댄스를 추며 파티의 포문을 열었다.이곳에 초대된 사람들은 모두 정계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들이거나
춤을 마친 뒤 인시윤은 도우미가 건네준 외투를 받고는 인정아의 곁으로 걸어갔다.“엄마.”살짝 일그러진 그녀의 얼굴을 본 인정아가 그녀의 손을 어루만지며 걱정스럽게 물었다.“왜 그래? 생일인데 왜 별로 안 즐거워 보이지? 네가 좋아하는 연예인도 초대했잖아. 아가, 표정 풀어. 엄마랑 같이 삼촌들한테 인사하러 가자.”인시윤의 눈썹이 다시 찌푸려졌다.“저 안 가면 안 돼요? 전 친구들과 놀고 싶단 말이에요! 그 사람들은 저만 보면 온갖 질문을 쏟아내요. 정말 너무 지겨워서 짜증 나요.”파티장엔 음악을 틀었고 인시윤의 목소리도 크지 않아 인경아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듣지 못했다.“됐어. 이것도 앞으론 익숙해질 거야. 후계자는 후계자답게 행동해야지.”두 모녀는 이번 파티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다. 하여 인시윤은 하는 수 없이 엄마의 손에 이끌려 인씨 가문 사업가들을 만나러 향했다.이번 파티에 강씨 가문은 초청하지 않았다.“엄마, 오빠는 오지 않겠대요?”인경아의 얼굴에 잠시 슬픔이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이어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영수는 최근 강한 그룹을 인계받고 있어서 바쁜가 봐. 그러니까 될수록 귀찮게 하지 마. 엄마가 이미 말했으니까 바쁘지 않으면 올 거야.”예전엔 그 집에서 강영수를 볼 수 있었지만 이젠 그럴 자격도 없다.그는 그녀를 인정하지 않는다!드디어, 인시윤이 전연우와 마주 섰다.인경아가 그를 아래위로 훑어보았다.“당신이 우리 시윤이를 구해줬다면서요?”검은색 정장을 입고 곧게 서 있는 전연우에게서 차가운 기운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평소에 비하면 많이 부드러웠다.“당연히 해야 하는 일인걸요.”인경아가 다시 옆에 있는 사람을 쳐다보았다.“시윤아, 감사 인사는 제대로 했어?”그녀의 말투는 부드럽고 예의 있고 차분했으나 그 안엔 확연한 거리감이 담겨있었다.이렇듯 능력 있는 사람은 많지 않으니 시윤이의 곁에 두고 유용하게 쓰는 게 좋을 것이다.하지만 애석하게도 그는 장해진의 사람이다.때문에 분명 더럽고 비열
이미 아홉 시가 거의 되어가고 있어 파티가 끝났을지도 모른다.이번 파티는 인씨 집안 별장에서 진행되었다.장소월이 문 앞 경비원에게 초대장을 보여주자 그는 곧바로 그녀를 안내했다.“아가씨의 친구분이시면 이 길을 따라가세요. 끝까지 가면 보일 겁니다.”장소월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감사합니다.”경비원은 장소월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지금까지 이토록 아름다운 아가씨는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대체 어느 집 아가씬데 여태껏 한 번도 오지 않았단 말인가?장소월은 외투를 걸치고 경비원이 말한 방향으로 걸어갔다.파티장에 있는 손님들에게는 이미 한 번씩 인사를 마쳤다.뒷마당에선 한창 수영장 파티가 진행되고 있었다. 이곳이야말로 그녀가 있어야 할 곳이다!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그녀의 친한 친구들이다. 그녀는 힘 빠진 몸을 의자에 축 늘어뜨렸다. 조금도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힘들어 죽겠어... 그 변태 같은 영감들한테 왜 인사를 해야 하는 거야. 엄마가 아니었다면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텐데.”“왜겠어? 집안 재산을 상속받기 위함이지!”꽃무늬 셔츠를 입은 남자, 허철이 말했다.인시윤은 머리가 지끈거렸다.“난 이미 말했어. 앞으로 재산, 회사... 모두 다 오빠한테 주고 싶다고! 난 그냥 오빠의 보살핌을 받으면서 살면 돼! 나같이 예쁜 여자가 뭣 하러 엄마처럼 힘들게 살겠어. 안 그래?”허철이 말했다.“돈 많은 걸 싫어하는 사람은 처음 보네.”인시윤은 와인잔을 들고 한 모금 마시고는 그를 쳐다보았다.“봤어?”“뭘?”“장소월 말이야! 설마 안 온 걸까?”허철의 눈이 휘둥그레졌다.“장소월도 불렀어? 너 미쳤어? 장소월을 왜 불러! 나 걔랑 절교했잖아!”인시윤이 이마를 찌푸리고 허철을 툭 두드렸다.“너와 장소월 사이의 일은 관여하지 않을게. 하지만 앞으로 감히 내 앞에서 장소월을 욕한다면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허철이 말했다.“이봐, 아가씨... 장소월이 어떤 앤지 몰라? 왜 그런 애와 친구로 지내려고 해? 너 친구가 부족
그녀가 고통스러운 얼굴로 악마처럼 고소해하고 있는 사람을 쳐다보며 말했다.“나쁜 놈! 이게 재밌어?!”장소월은 접질린 발목을 부여잡았다. 너무 아파 눈물까지 질끈 나왔다.강용이 무릎을 굽히고 앉아 웃음기가 가득한 눈으로 그녀와 시선을 맞추었다.“어떻게 재미없겠어? 장소월... 네가 이렇게 바보 같은데!”장소월은 이곳에서 강용을 만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강용의 집안은 이곳에 초대될만한 조건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역시 강용과 마주치면 좋은 일이 없다.장소월은 통증 때문에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간신히 일어나 치마에 묻은 흙먼지를 털어냈다. 다행히 검은색이라 얼룩이 선명하지는 않았다.“운도 없이 널 만났네.”그녀는 그와 더 실랑이를 벌이지 않고 자리를 떠나려 했다.하지만 등 뒤에서 그의 짜증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이봐!”장소월은 절뚝거리며 걷고 있었다. 강용의 부름에도 그녀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앞으로 더 가면 길이 없어. 너 어디로 가려는 거야?”장소월은 그제야 천천히 걸음을 멈추었다. 그녀가 길을 잘못 든 것이었다. 어쩐지 사람이 한 명도 보이지 않더라니.고집스러운 성격 탓에 강용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그녀는 틀린 길인 걸 알면서도 다시 돌아가려 하지 않았을 것이다.장소월은 몸을 돌린 뒤 그에게 눈길도 주지 않은 채 좁은 길로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갔다.장소월이 그를 지나치려한 순간, 돌연 그가 몸을 움직였다. 깜짝 놀란 장소월은 중심을 잃고 그의 어깨에 축 늘어졌고 그는 한 팔로 그녀를 확 끌어안았다... “너 뭐 하는 거야! 날 놔줘! 강용!”장소월이 아등바등 그의 등을 내리쳤다.3층은 아직 불이 밝게 켜져 있었다. 큰 유리창 너머에 서 있는 남자는 고귀하고 우아해 보였지만 그 눈빛엔 말 못할 냉담함이 담겨있었다.“저와 손을 잡는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죠. 얼마를 원하든 다 줄게요.”인경아가 말했다.“영수야, 그 프로젝트를 갖고 싶다면 내가 줄게. 한 푼도 받지 않아도 돼.”강영수는 그녀의 말을
문 앞에 도착했을 때 무언가 떠오른 강영수가 진봉에게 말했다.“인씨 집안 사람에게 파스를 갖고 정원으로 가보라고 해.”“네.”진봉은 무슨 영문인지 알지 못했지만 강영수의 분부대로 도우미에게 파스를 쥐어 보냈다.수영장에선 한창 뮤직 파티가 진행되고 있었다.머지않은 곳에서 걸어오고 있는 익숙한 사람을 발견한 허철의 눈동자가 번뜩거렸다.강용? 어깨에 여자를 안고 오네?이제 이렇게 화끈하게 논다고? 설마 벌써 첫 거사를 치른 거야?여자의 비명소리를 들은 허철은 더더욱 놀랐다.“헉!”장소월의 목소리는 변하긴 했어도 충분히 그 목소리의 주인을 알아챌 수 있었다.강용은 그녀를 의자에 던져버렸다.“젠장, 너무 무거워. 돼지 같아. 너 좀 적게 먹지 그래?”“네 음식을 먹은 것도 아니잖아!”그때 위가 뒤집히는 고통이 밀려오더니 이어 그녀는 오늘 먹은 모든 것들을 깡그리 토해냈다. 시큼한 냄새가 올라왔다. 이곳에 도착했을 때 별로 배가 고프지 않아 저녁을 먹지 않았다. 위가 경련하는 듯한 통증에 그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야! 장소월! 너 내 몸에 토하면 죽을 줄 알아!”허철은 눈을 감은 채 보지도 않았다. 당장이라도 토가 쏠릴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너무 역겹다.강용은 그녀가 거의 다 토해내자 그녀의 뒷목을 잡아 올리고는 짜증이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너 거기 앉아서 뭐 하는 거야? 얼른 꺼져! 나 너무 괴롭단 말이야.”허철이 씩씩거리며 말했다.“이게 내 탓이야?”“꺼져!”허철은 어쩔 수 없이 바닥의 토사물을 치웠다.그때 도우미 한 명이 파스를 쥐고 걸어왔다.“아가씨, 혹시 파스 필요하세요?”장소월은 이제 많이 괜찮아졌다.그녀가 미안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전 가져다 달라고 한 적 없어요.”도우미가 말했다.“어떤 남자분이 아가씨에게 드리라고 했어요. 아가씨가 발목을 삐었다고요.”장소월은 다시 고개를 저었다.“죄송해요! 저 확실히 발목을 접질렸어요. 하지만 저한테 준 거 아닐 거예요. 다른 사람을 찾아보세요!”옆에 있던
장소월이 미처 자신의 발을 걷기도 전에 발목이 잡혔다.“내가 약 발라주고 있는 거 안 보여?”강용은 고개를 들고 여전히 거친 말투로 말했고, 장소월은 자기가 잘못 들은 게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였다.‘나한테 약을 발라줘?’학교에서 그녀를 목졸라 죽일 뻔했던 사람이 지금 자신에게 약을 발라준다는 것을 전혀 믿을 수 없었다. 진짜 약이 맞는지도 안심할 수 없었다.‘내가 한 번 당하지 두 번 당하겠어? 조금만 호의를 보이면 바로 마음이 약해질 정도로 어리석지 않아!’강용은 이미 손에 약을 붓고 장소월의 부어오른 발목에 바르려는데, 장소월이 즉시 자신의 발을 걷었다.“난... 괜찮아. 약 바를 정도는 아니야.”장소월은 그가 또 어떤 음모를 꾸미고 있는지 몰라, 의자에서 일어나려 했다.강용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고 웅크렸던 몸을 폈다. 무심하게 고개를 숙인 채 한쪽에서 휴지를 뽑아 자신의 손을 닦으며, 그녀의 행동을 지켜보았다. 장소월은 한 걸음 내딛자마자 발목에서 전해오는 고통에 넘어지고 말았다.“너 같은 고집불통은 처음이야. 호의를 무시해도 유분수지.”강용은 손에 있던 종이를 버리고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바로 이때 명랑한 소리가 멀지 않은 곳에서 들려왔다.“강용? 여기 왜 왔어?”장소월이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바라보니 인시윤이 우아하고 화려한 공주 드레스를 입고 총총 걸어왔다.장소월은 인시윤이 강용을 바라보는 눈빛이, 마치 원수를 보듯이 혐오스럽고 경멸스럽다는 것을 눈치챘다.바로 이런 눈빛이었다. 6반 전체 학생이 장소월을 바라보던 눈빛. 장소월은 오만하고 제멋대로인 강용이 이런 눈빛을 받게 될 줄은 생각도 못 했다.인시윤은 장소월을 보며 걱정스레 물었다.“괜찮아? 어디 다쳤어?”장소월은 고개를 가로저었다.“별일 아니야!”말이 끝나기 무섭게 인시윤은 다시 여주인의 자태로 팔짱을 끼고 눈앞의 사람을 보며 말했다.“강용... 우리 집은 널 환영하지 않는다고 분명 말했잖아! 당장 나가!”이쪽 상황을 본 방서연은 즉시 하던 이야기
모두들 함부로 숨을 쉬지 못했다.시간은 조금씩 흘러갔다.1초.2초...감히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인시윤뿐이었다.모두 강용이 분노하여 인시윤에게 폭력을 가할 것이라 예상했지만 아니었다. 강용은 옅은 미소를 짓더니 눈이 붉어졌다. 인시윤은 그의 이런 모습을 보고 속으로 약간 섬뜩하고 두려웠다.강용은 오히려 웃으며 말했다.“너는 너의 어머니가 진짜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해?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는 않을 텐데?”“그게 무슨 소리야?”강용은 무거운 한마디를 던지고 고개도 돌리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거기 서! 서라고! 잡종 새끼야!”방서연은 떠나는 강용이 조금 걱정되었다.멀지 않은 곳에서 인정아는 바람을 쐬면서 취기가 많이 가셨다. 방금 그 말들은 모두 그녀의 귓가에 들어갔다. 설마... 강용이 뭔가를 알고 있는 것일까?인정아는 눈썹을 깊게 찡그렸고, 하이힐을 신은 채로 계단을 내려갔다.“시윤아, 친구들 앞에서 왜 소란을 피워?”익숙한 목소리에 인시윤은 곧 조용해졌고, 꾸중을 들을까 봐 고개를 숙였다.인정아는 인시윤에게 예의범절에 관한 많은 수업을 신청해주었다. 반 년 넘게 수업을 들었지만 그녀는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고 몇백만 원의 수강료를 전부 환불했다.인시윤은 잘못을 저지른 아이처럼 낮은 목소리로 겨우 말했다.“별것 아니야. 엄마.”“이 친구는 누구?”인정아는 한쪽에 앉은 사람을 보며 말했다.시선을 느낀 장소월은 대답하려 했다.“저는...”장소월이 입을 열자마자 인시윤이 말을 가로챘다.“엄마, 나 먼저 방에 가서 선물 뜯어볼게. 너희 재밌게 놀고 있어.”인시윤은 이미 그 아저씨가 어떤 선물을 주었는지 보고 싶어 참을 수 없었다.인정아는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으며 사랑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그 성격은 대체 언제 고칠 거야? 친구가 와도 대접할 줄도 모르고.”집사가 다가와 인정아의 귓가에 무슨 말을 했는지 그녀는 금세 자리를 떠났다.주위에 몰린 구경꾼들은 어느새 모두 흩어졌고, 방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