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169화

Author: 차라
이미 아홉 시가 거의 되어가고 있어 파티가 끝났을지도 모른다.

이번 파티는 인씨 집안 별장에서 진행되었다.

장소월이 문 앞 경비원에게 초대장을 보여주자 그는 곧바로 그녀를 안내했다.

“아가씨의 친구분이시면 이 길을 따라가세요. 끝까지 가면 보일 겁니다.”

장소월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감사합니다.”

경비원은 장소월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지금까지 이토록 아름다운 아가씨는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대체 어느 집 아가씬데 여태껏 한 번도 오지 않았단 말인가?

장소월은 외투를 걸치고 경비원이 말한 방향으로 걸어갔다.

파티장에 있는 손님들에게는 이미 한 번씩 인사를 마쳤다.

뒷마당에선 한창 수영장 파티가 진행되고 있었다. 이곳이야말로 그녀가 있어야 할 곳이다!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그녀의 친한 친구들이다.

그녀는 힘 빠진 몸을 의자에 축 늘어뜨렸다. 조금도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

“힘들어 죽겠어... 그 변태 같은 영감들한테 왜 인사를 해야 하는 거야. 엄마가 아니었다면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텐데.”

“왜겠어? 집안 재산을 상속받기 위함이지!”

꽃무늬 셔츠를 입은 남자, 허철이 말했다.

인시윤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난 이미 말했어. 앞으로 재산, 회사... 모두 다 오빠한테 주고 싶다고! 난 그냥 오빠의 보살핌을 받으면서 살면 돼! 나같이 예쁜 여자가 뭣 하러 엄마처럼 힘들게 살겠어. 안 그래?”

허철이 말했다.

“돈 많은 걸 싫어하는 사람은 처음 보네.”

인시윤은 와인잔을 들고 한 모금 마시고는 그를 쳐다보았다.

“봤어?”

“뭘?”

“장소월 말이야! 설마 안 온 걸까?”

허철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장소월도 불렀어? 너 미쳤어? 장소월을 왜 불러! 나 걔랑 절교했잖아!”

인시윤이 이마를 찌푸리고 허철을 툭 두드렸다.

“너와 장소월 사이의 일은 관여하지 않을게. 하지만 앞으로 감히 내 앞에서 장소월을 욕한다면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허철이 말했다.

“이봐, 아가씨... 장소월이 어떤 앤지 몰라? 왜 그런 애와 친구로 지내려고 해? 너 친구가 부족
Locked Chapter
Continue Reading on GoodNovel
Scan code to download App

Related chapters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70화

    그녀가 고통스러운 얼굴로 악마처럼 고소해하고 있는 사람을 쳐다보며 말했다.“나쁜 놈! 이게 재밌어?!”장소월은 접질린 발목을 부여잡았다. 너무 아파 눈물까지 질끈 나왔다.강용이 무릎을 굽히고 앉아 웃음기가 가득한 눈으로 그녀와 시선을 맞추었다.“어떻게 재미없겠어? 장소월... 네가 이렇게 바보 같은데!”장소월은 이곳에서 강용을 만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강용의 집안은 이곳에 초대될만한 조건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역시 강용과 마주치면 좋은 일이 없다.장소월은 통증 때문에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간신히 일어나 치마에 묻은 흙먼지를 털어냈다. 다행히 검은색이라 얼룩이 선명하지는 않았다.“운도 없이 널 만났네.”그녀는 그와 더 실랑이를 벌이지 않고 자리를 떠나려 했다.하지만 등 뒤에서 그의 짜증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이봐!”장소월은 절뚝거리며 걷고 있었다. 강용의 부름에도 그녀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앞으로 더 가면 길이 없어. 너 어디로 가려는 거야?”장소월은 그제야 천천히 걸음을 멈추었다. 그녀가 길을 잘못 든 것이었다. 어쩐지 사람이 한 명도 보이지 않더라니.고집스러운 성격 탓에 강용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그녀는 틀린 길인 걸 알면서도 다시 돌아가려 하지 않았을 것이다.장소월은 몸을 돌린 뒤 그에게 눈길도 주지 않은 채 좁은 길로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갔다.장소월이 그를 지나치려한 순간, 돌연 그가 몸을 움직였다. 깜짝 놀란 장소월은 중심을 잃고 그의 어깨에 축 늘어졌고 그는 한 팔로 그녀를 확 끌어안았다... “너 뭐 하는 거야! 날 놔줘! 강용!”장소월이 아등바등 그의 등을 내리쳤다.3층은 아직 불이 밝게 켜져 있었다. 큰 유리창 너머에 서 있는 남자는 고귀하고 우아해 보였지만 그 눈빛엔 말 못할 냉담함이 담겨있었다.“저와 손을 잡는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죠. 얼마를 원하든 다 줄게요.”인경아가 말했다.“영수야, 그 프로젝트를 갖고 싶다면 내가 줄게. 한 푼도 받지 않아도 돼.”강영수는 그녀의 말을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71화

    문 앞에 도착했을 때 무언가 떠오른 강영수가 진봉에게 말했다.“인씨 집안 사람에게 파스를 갖고 정원으로 가보라고 해.”“네.”진봉은 무슨 영문인지 알지 못했지만 강영수의 분부대로 도우미에게 파스를 쥐어 보냈다.수영장에선 한창 뮤직 파티가 진행되고 있었다.머지않은 곳에서 걸어오고 있는 익숙한 사람을 발견한 허철의 눈동자가 번뜩거렸다.강용? 어깨에 여자를 안고 오네?이제 이렇게 화끈하게 논다고? 설마 벌써 첫 거사를 치른 거야?여자의 비명소리를 들은 허철은 더더욱 놀랐다.“헉!”장소월의 목소리는 변하긴 했어도 충분히 그 목소리의 주인을 알아챌 수 있었다.강용은 그녀를 의자에 던져버렸다.“젠장, 너무 무거워. 돼지 같아. 너 좀 적게 먹지 그래?”“네 음식을 먹은 것도 아니잖아!”그때 위가 뒤집히는 고통이 밀려오더니 이어 그녀는 오늘 먹은 모든 것들을 깡그리 토해냈다. 시큼한 냄새가 올라왔다. 이곳에 도착했을 때 별로 배가 고프지 않아 저녁을 먹지 않았다. 위가 경련하는 듯한 통증에 그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야! 장소월! 너 내 몸에 토하면 죽을 줄 알아!”허철은 눈을 감은 채 보지도 않았다. 당장이라도 토가 쏠릴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너무 역겹다.강용은 그녀가 거의 다 토해내자 그녀의 뒷목을 잡아 올리고는 짜증이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너 거기 앉아서 뭐 하는 거야? 얼른 꺼져! 나 너무 괴롭단 말이야.”허철이 씩씩거리며 말했다.“이게 내 탓이야?”“꺼져!”허철은 어쩔 수 없이 바닥의 토사물을 치웠다.그때 도우미 한 명이 파스를 쥐고 걸어왔다.“아가씨, 혹시 파스 필요하세요?”장소월은 이제 많이 괜찮아졌다.그녀가 미안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전 가져다 달라고 한 적 없어요.”도우미가 말했다.“어떤 남자분이 아가씨에게 드리라고 했어요. 아가씨가 발목을 삐었다고요.”장소월은 다시 고개를 저었다.“죄송해요! 저 확실히 발목을 접질렸어요. 하지만 저한테 준 거 아닐 거예요. 다른 사람을 찾아보세요!”옆에 있던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72화

    장소월이 미처 자신의 발을 걷기도 전에 발목이 잡혔다.“내가 약 발라주고 있는 거 안 보여?”강용은 고개를 들고 여전히 거친 말투로 말했고, 장소월은 자기가 잘못 들은 게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였다.‘나한테 약을 발라줘?’학교에서 그녀를 목졸라 죽일 뻔했던 사람이 지금 자신에게 약을 발라준다는 것을 전혀 믿을 수 없었다. 진짜 약이 맞는지도 안심할 수 없었다.‘내가 한 번 당하지 두 번 당하겠어? 조금만 호의를 보이면 바로 마음이 약해질 정도로 어리석지 않아!’강용은 이미 손에 약을 붓고 장소월의 부어오른 발목에 바르려는데, 장소월이 즉시 자신의 발을 걷었다.“난... 괜찮아. 약 바를 정도는 아니야.”장소월은 그가 또 어떤 음모를 꾸미고 있는지 몰라, 의자에서 일어나려 했다.강용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고 웅크렸던 몸을 폈다. 무심하게 고개를 숙인 채 한쪽에서 휴지를 뽑아 자신의 손을 닦으며, 그녀의 행동을 지켜보았다. 장소월은 한 걸음 내딛자마자 발목에서 전해오는 고통에 넘어지고 말았다.“너 같은 고집불통은 처음이야. 호의를 무시해도 유분수지.”강용은 손에 있던 종이를 버리고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바로 이때 명랑한 소리가 멀지 않은 곳에서 들려왔다.“강용? 여기 왜 왔어?”장소월이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바라보니 인시윤이 우아하고 화려한 공주 드레스를 입고 총총 걸어왔다.장소월은 인시윤이 강용을 바라보는 눈빛이, 마치 원수를 보듯이 혐오스럽고 경멸스럽다는 것을 눈치챘다.바로 이런 눈빛이었다. 6반 전체 학생이 장소월을 바라보던 눈빛. 장소월은 오만하고 제멋대로인 강용이 이런 눈빛을 받게 될 줄은 생각도 못 했다.인시윤은 장소월을 보며 걱정스레 물었다.“괜찮아? 어디 다쳤어?”장소월은 고개를 가로저었다.“별일 아니야!”말이 끝나기 무섭게 인시윤은 다시 여주인의 자태로 팔짱을 끼고 눈앞의 사람을 보며 말했다.“강용... 우리 집은 널 환영하지 않는다고 분명 말했잖아! 당장 나가!”이쪽 상황을 본 방서연은 즉시 하던 이야기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73화

    모두들 함부로 숨을 쉬지 못했다.시간은 조금씩 흘러갔다.1초.2초...감히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인시윤뿐이었다.모두 강용이 분노하여 인시윤에게 폭력을 가할 것이라 예상했지만 아니었다. 강용은 옅은 미소를 짓더니 눈이 붉어졌다. 인시윤은 그의 이런 모습을 보고 속으로 약간 섬뜩하고 두려웠다.강용은 오히려 웃으며 말했다.“너는 너의 어머니가 진짜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해?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는 않을 텐데?”“그게 무슨 소리야?”강용은 무거운 한마디를 던지고 고개도 돌리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거기 서! 서라고! 잡종 새끼야!”방서연은 떠나는 강용이 조금 걱정되었다.멀지 않은 곳에서 인정아는 바람을 쐬면서 취기가 많이 가셨다. 방금 그 말들은 모두 그녀의 귓가에 들어갔다. 설마... 강용이 뭔가를 알고 있는 것일까?인정아는 눈썹을 깊게 찡그렸고, 하이힐을 신은 채로 계단을 내려갔다.“시윤아, 친구들 앞에서 왜 소란을 피워?”익숙한 목소리에 인시윤은 곧 조용해졌고, 꾸중을 들을까 봐 고개를 숙였다.인정아는 인시윤에게 예의범절에 관한 많은 수업을 신청해주었다. 반 년 넘게 수업을 들었지만 그녀는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고 몇백만 원의 수강료를 전부 환불했다.인시윤은 잘못을 저지른 아이처럼 낮은 목소리로 겨우 말했다.“별것 아니야. 엄마.”“이 친구는 누구?”인정아는 한쪽에 앉은 사람을 보며 말했다.시선을 느낀 장소월은 대답하려 했다.“저는...”장소월이 입을 열자마자 인시윤이 말을 가로챘다.“엄마, 나 먼저 방에 가서 선물 뜯어볼게. 너희 재밌게 놀고 있어.”인시윤은 이미 그 아저씨가 어떤 선물을 주었는지 보고 싶어 참을 수 없었다.인정아는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으며 사랑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그 성격은 대체 언제 고칠 거야? 친구가 와도 대접할 줄도 모르고.”집사가 다가와 인정아의 귓가에 무슨 말을 했는지 그녀는 금세 자리를 떠났다.주위에 몰린 구경꾼들은 어느새 모두 흩어졌고, 방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74화

    장소월은 전에 성격이 세고 제멋대로였고, 꽤 많은 사람을 괴롭혔다. 강용이 나타나고 나서야 장소월은 서서히 사람들에게 고립되고 억압당했다. 오히려 괴롭힘을 당하는 처지가 되었다.장소월은 자신이 한 일에 대해 변명할 수도, 뭐라고 할 수도 없다는 것을 스스로 잘 알고 있었다.이번 파티는 전체적으로 별로였다.인시윤이 장소월을 이용해 전연우에게 접근하든, 장소월이 두 사람을 사이를 엮어주든, 장소월은 인시윤을 통해 전연우를 떠나고, 장 씨 가문을 떠나면 그만이었기에, 인시윤과 가식적인 우정 관계를 유지해야 했다.날은 이미 어두워졌고 점점 추워지고 있었다. 장소월의 얇은 숄은 찬 바람을 막기 역부족이었다. 장소월은 인 씨 집안의 하인에게 자신의 발목에 약을 발라 달라고 했고, 30여 분이 지나서야 부기가 가라앉았다.이때 누군가 다가왔다.“저기, 이거 아가씨 핸드폰이세요?”“네! 죄송하지만 테이블 위에 놓아주세요. 지금은 제가 좀 불편해서요. 감사해요.”하인은 말을 이었다.“방금 휴대폰이 계속 울리더라고요.”“네, 알겠어요.”장소월의 드레스는 주머니가 없어 휴대폰을 소지하기 불편했고, 들어올 때 현관 보관함에 넣어두었다.장소월은 누가 이 시간에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는지 궁금했다.손을 닦고 휴대폰을 들자 마침 전화가 또 걸려왔다.장소월은 전화를 받지 않고 자동으로 끊어질 때까지 옆에 버려두었다.그리고 메시지도 도착했다...“왜 아직도 집에 안 가?”“발은 좀 나아졌어?”“진봉이한테 너 데리러 가라고 할까?”“소월아, 답장 줘.”메시지를 보며 장소월은 아무런 감정의 미동도 없었다. 만약 다른 사람이었다면 상대방의 관심에 마음이 따뜻해지겠지만, 장소월에게는 그저 감시당하는 것처럼 느껴질 뿐이었다.강영수가 이런 말을 할 때의 말투와 표정까지 머릿속으로 그려질 정도였다.장소월이 무엇을 하든 그에게 일일이 보고할 필요는 없었고, 무슨 일이든 그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없었다.이것은 장소월이 원하는 것이 아니다.손님들이 집으로 돌아가면서 장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75화

    하지만 전연우는 회노애락을 종래로 얼굴에 드러내지 않아 백윤서는 가끔 그의 속마음을 도통 알 수가 없었다.전연우는 차갑게 한마디 했다.“쓸데없는 생각 말고 차에 타.”그는 조수석의 문을 열었다.백윤서는 전연우를 보던 중 대문에서 걸어 나오는 장소월을 발견했다... 장소월이 진짜 왔다니!하지만 장소월은 다리를 절룩거리고 있었고 하인이 옆에서 부축하고 있었다.전연우가 차 앞으로 돌아가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자, 백윤서는 차창을 닫았다.장소월은 하인에게 인사를 했다.“고마워요. 이만 돌아가셔도 돼요. 우리 집 기사님이 근처라고 했으니 곧 올 거예요.”“그럼 조심히 들어가세요.”“네, 감사합니다.”장소월은 웃으며 대답했다.장소월이 갖고 온 외투는 정 집사의 차에 있었고, 그녀는 찬 바람에 몸을 감싸 안고 바들바들 떨며 자신의 발끝을 쳐다보았다.갑자기, 한 그림자가 그녀의 앞에 나타나더니, 몸에는 코트가 걸쳐졌다.남자의 두껍고 검은 외투가 그녀의 몸을 감싸고 있었다. 장소월은 의아한 눈으로 그를 쳐다보며 멍한 표정을 지었다.“너... 네가 왜 여기 있어?”“어떤 바보가 조심하지 않아서 발을 삐끗하고 욕을 하더라고! 걱정돼서 돌아와 보니 길가에 얼어 죽어가는 고양이가 있지 뭐야?”남자는 부드러운 눈동자로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아, 다 봤었구나, 못 본 줄 알았는데.’“그러니까 그 약도 네가 보낸 거야?”“발은 괜찮아졌어?”강영수는 자연스럽게 얼어붙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장소월은 어쩔 줄 몰라서 입술을 오므리고, 자신의 손을 빼고는 몸 뒤로 갖다 댔다.“많이 좋아졌어. 여기까지 올 필요 없는데. 아저씨가 곧 올 거야!”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멀지 않은 곳에서 오는 차를 보며 장소월은 마치 구세주를 본 듯했다.“나 갈게. 너도 일찍 돌아가서 쉬어!”장소월이 떠나려는데, 갑자기 강한 힘이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강영수는 상처받은 눈으로 말했다.“소월아, 요즘 내 메시지도 답장 안 하고, 전화도 안 받고, 나 피하는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76화

    장소월이 미처 입을 열기도 전에 강영수가 말을 끊었다.“소월아, 난 그저 네가 걱정돼서 그래. 내가 뭐 잘못했어? 말해줘. 고칠게.”강영수의 시퍼런 손은 그녀의 정수리를 쓰다듬고 시선이 그녀에게로 향했다. 장소월의 착각인지, 강영수의 눈빛이 흔들리고 있음이 보였다.강영수가 이런 표정을 지으면 장소월은 늘 마음이 약해졌다. 그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해서는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장소월은 눈빛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몰라 허둥댔다. 자신이 주변의 모든 것에 민감하고 방어의식이 너무 강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미...미안해...”장소월은 횡설수설하며 머리를 쓸어내렸다.“나 돌아가야 해. 너도 일찍 가서 쉬어. 잘자.”장소월은 그에게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몰랐다. 강영수는 아무런 문제도 없었고, 아주 좋은 사람이었다.문제는 그녀 자신이었다...강영수가 잘자라는 말을 하기도 전에, 장소월은 허겁지겁 자리를 떠났고, 그녀의 검은 치맛자락이 하늘하늘 움직이며 아름다운 곡선을 그렸다.장소월은 숨을 깊이 들이쉬고 감정을 가라앉히려고 노력했다. 그녀가 정신을 차리고 나서야 몸에 강영수의 코트를 걸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옷에서는 은은한 민트 향이 풍겨왔다. 강영수의 몸에서 나는 익숙한 향기였다.강영수를 생각하면, 장소월은 마음이 심란했다. 휴대폰을 들고 어떻게 해야 방금 자신이 준 상처를 줄일 수 있는지 고민했다.몇 분 후, 휴대폰 진동이 울려 확인해보니 강영수가 보낸 메시지였다.간단한 두 글자였다: “잘자.”장소월은 마음이 무거워졌다. 강영수가 잘해줄수록, 그녀는 더욱 자신을 비난했다.검은 카이엔은 안전한 거리를 유지하며 장소월이 탄 차를 뒤따랐다. 강영수는 몇 분을 기다렸지만 휴대폰이 울리지 않자, 얇은 입술을 오므리고 숨이 막힐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예전의 그 느낌으로 다시 돌아간 것 같았다. 그는 자신을 컨트롤 할 수 없을까 봐 두려웠다...또 다른 아우디 차량에서 백윤서가 말했다.“오빠, 우리... 언제 출발해요?”다시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77화

    전연우는 전화를 받으러 나갔다.백윤서는 마침 집으로 돌아온 장소월을 보았다.“소월아... 만두 삶았는데 좀 먹을래?”장소월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힘없이 입을 열었다.“전 괜찮아요. 가서 잘래요.” 장소월은 복도 손잡이를 잡고 방으로 들어와 문을 잠그고 옷을 벗기 시작했다. 실키한 긴 치마가 몸에서 떨어졌고, 부드러운 카펫을 맨발로 밟으며 욕실로 들어가 목욕을 했다.30분 후, 욕실을 나온 장소월의 긴 머리는 반쯤 말랐고, 잠옷 차림으로 침대에 누웠다.바닥의 옷을 치우지 않아서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오직 남자 외투만 질서 정연하고 깔끔하게 옷걸이에 걸려 있었다.한밤중에 침대맡에 놓여 있던 핸드폰이 켜졌고, 그녀는 잠결에 흐릿한 그림자가 보였다. 그윽하고 차가운 눈동자였다.이튿날 아침, 장소월은 습관대로 7시 30분에 깨어났고, 양치질을 하다가 어젯밤 방으로 돌아오던 모습을 회상했다.너무 피곤해서 치마를 바닥에 벗어던지고 전혀 정리하지 않았다.하지만 장소월이 아침에 일어났을 때, 치마도 보이지 않았고, 그녀의 속옷도 보이지 않았다.‘설마 그게 꿈이었나?’장소월은 무슨 생각이 났는지 속이 울렁거려 변기에 대고 마구 토하기 시작했다.은경애는 빨랫감을 안고 지나가다가 방안의 기척을 듣고, 귀를 방문에 대고 안의 기척을 살피다가 노크를 했다.“아가씨? 아가씨, 괜찮으세요?”10여 분이 지나서야 문이 열렸다.“무슨 일이죠?”장소월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눈에 핏발이 선 그녀의 모습에 은경애는 화들짝 놀랐다.“어머, 이게 어떻게 된 거예요? 어젯밤 잘 못 주무셨어요?”“아침식사는 이미 준비했으니 식기 전에 내려가 드세요.”“앞으로 저 부르지 않으셔도 돼요.”장소월은 펑 소리를 내며 문을 닫았다.은경애는 문전박대를 받고 혀를 끌끌 차며 고개를 가로저었다.“왜 이래? 이 집 사람들은 진짜 하나 같이 다 이상하단 말이야.”장소월은 위층에 서서 창밖을 내다보았고, 전연우와 백윤서가 떠난 후에야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아래층에 도착한 장

Latest chapter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339화

    그러나 박원근이 장소월을 찾아 나섰을 때, 그녀는 집에 없었다. 장소월이 깨어난 곳은 어느 읍내의 작은 의원이었다. 낡은 나무 침대에 몸을 누인 채 눈을 떴을 때, 귓가에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몸이 너무 허약해. 좋은 걸 좀 먹여서 몸보신해줘야 해. 다행히 일찍 데려왔으니 망정이지, 조금만 늦었어도 정신을 놓았을 거야.” “이 아가씨는 누구야? 해이야, 너 유월이랑 헤어진 거야?” 해이가 말을 더듬었다. “전...” “콜록콜록...” 침대에 누워있던 여자가 갑자기 기침을 토해냈다. 해이는 저도 모르게 일어나 그녀에게 따뜻한 물을 따라주었다. 그녀의 곁에 다가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고서야 자신이 무슨 행동을 하고 있는지 깨달았다. 장소월은 몽롱한 정신으로 웅얼거리고 있었다.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는 듯했다.“별아...” 해이는 가까이 다가가 그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별이? 그녀의 아이다. 팔순의 노인은 따스한 햇살 아래 턱수염을 어루만지며 마주 앉은 이 하나 없는 텅 빈 공간에서 홀로 장기를 두고 있었다. “약이 다 끓었다. 따라내서 환자한테 먹여.” 해이는 손에 들었던 물컵을 침대 옆 탁자 위에 내려놓고 싸늘한 눈빛으로 문을 나섰다.노인이 그런 그를 보며 물었다. “어딜 가려는 거야?” “저 아가씨 그냥 저렇게 내버려 두려고?” “저랑은 아무 상관없는 사람이에요. 유월이가 싫어할 거예요.” “어휴, 쯧쯧, 쯧쯧... 그렇게 마누라 치마폭에만 싸여 있어서야. 그래, 그래, 그럼 가 봐. 어차피 이 늙은이도 바쁘니까, 그냥 내버려 두지 뭐.” 집을 나서 몇 걸음 걸었던 해이는 결국 다시 돌아와 정성껏 약을 따라냈다. 그러고는 약이 미지근하게 식기를 기다려 그녀의 입가에 조심스레 가져갔다. 약이 쓴 탓인지 그녀는 대부분의 약을 입술 밖으로 토해냈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는 해이의 눈빛에 처음이 아닌 듯한 묘한 익숙함이 스쳐 지나갔다. 분명 낯설지 않은 느낌이었다. 사실 그녀를 처음 보았을 때부터 강력한 끌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338화

    이곳에서 장소월은 매일 바쁘게 돌아치며 자신에게 생각할 겨를을 주지 않았다. 사실 그녀는 결혼식이 끝나고 지금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도 알지 못했다.또한 건강이 점점 악화된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생명이 천천히 소실되는 공허한 기분이었고, 뭘 하든 정신을 집중할 수가 없었다.장소월은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그 사람은 저와 아무 상관없어요.”“별이는? 별이도 버릴 거예요?”별이 이야기를 꺼내자 장소월은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지만, 애써 감정을 억누르며 말했다.“그 아이, 혹시 시간 여유가 되면 친부모 찾아줘요. 전연우가 절 묶어두려고 데려온 아이예요. 이제 제가 없으니 그 아이를 버릴지도 몰라요.”“별이가 엄마로 생각하는 사람은 소월 씨뿐이에요.”장소월은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것 같았지만, 이내 마음을 독하게 먹고 말했다.“하지만 전 그 아이 엄마가 아니에요. 선생님도 알잖아요... 전 평생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몸이라는 거.”“저 여기 떠날 거예요. 전연우가 괴롭히더라도 비밀 지켜주길 바라요.”서철용은 발코니에 서서 희미한 빛을 내뿜으며 밤하늘에 걸려 있는 달을 바라보았다. “소월 씨... 난 언제나 소월 씨 편이에요.”“지금 한 말 꼭 기억해요. 이건 당신이 나한테 진 빚이니까.” 장소월은 전화를 끊었다.그녀는 서철용을 믿고 있었다. 돌고 돌아 다시 전연우에게 돌아가는 건 두렵지 않았다. 더욱 무서운 건 전연우가 강영수를 해치는 것이다.지금의 강영수는 다행히 기억을 잃어버렸다. 모든 것을 잊은 채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고 있다.차가운 바람이 창문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장소월은 문을 닫다가 구석에 서 있는 그림자를 발견했지만, 별로 신경 쓰지 않고 돌아가 침대에 누웠다.차디찬 냉기 속에서 장소월의 가냘픈 몸은 결국 버티지 못하고 쓰러져버렸다.장소월의 말을 엿들었던 세 사람이 멀리 걸어가고 있었다. 유화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엄마한테 이를 거예요. 언니가 송 선생님 통화 엿들었다고요.”유월은 문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337화

    장소월은 손목에 찬 옥팔찌를 풀어 유월의 손목에 걸어주었다. “잘 어울리네요.”“이게 뭐예요! 이런 거 준다고 해서 내가 해이를 당신에게 넘겨줄 것 같아요?”장소월은 팔찌를 벗으려는 그녀의 손을 잡고 말했다. “하고 있어요. 이건 원래 그 사람의 것이었어요. 내가 잠시 보관하고 있었을 뿐이에요. 지금 유월 씨에게 이걸 주는 건, 유월 씨를 인정한다는 뜻이에요. 그 사람의 과거에 대해 말하지 않을게요.”“다만 단 하나 확실히 알려주고 싶은 건, 그 사람은 정말 좋은 사람이라는 거예요.”“진심으로 두 사람이 행복하게 백년해로하길 바라요.”유월은 의아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정말이에요? 정말로 해이를 뺏어가려고 온 거 아니에요?”“설령 이 여자가 날 데려가려 한다고 해도, 내가 따라가지 않아.” 해이가 된 남자가 유월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일주일 뒤 우리 결혼할 거예요. 송 선생님 바쁘실 텐데 청첩장은 안 보낼게요.”“팔찌 돌려줘. 과거의 물건은 지금 가져와 봐야 아무 의미 없어.”유월은 그의 말이 옳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이 말이 맞아요. 진심으로 우리를 축복하든 아니든, 이 팔찌는 받지 않겠어요. 과거의 일은 이제 해이와 아무 상관없어요.”장소월은 받지 않았다. “이건 애초에 네 것이었어. 난 그저 원래 주인에게 돌려줬을 뿐이야.”강영수는 유월의 손에서 팔찌를 가져와 바다에 던져 버렸다. “그럼 버려야겠네요.”장소월이 말했다, “마음대로 해. 네 물건이니까.”‘강영수, 네가 잘 지내는 모습 봤으니까 난 이제 충분히 만족해. 우리 이제 여기서 작별하자.’장소월은 여전히 바닷가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었다. 밤이 되면 견디질 못할 습기와 한기에 온몸이 아파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할 때도 있었다.그녀는 또 감기에 걸린 것 같았다.밤 8시, 침대 옆에 놓아둔 휴대폰에서 벨소리가 울렸다. 발신자 이름을 확인한 그녀는 잠시 망설이다 전화를 받았다.서철용이 전화기 너머 그녀의 기침 소리를 듣고 물었다. “감기 걸렸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336화

    한 어린 소년이 그림 종이를 들고 장소월 앞에 다가왔다. “송 선생님, 제가 그린 것 좀 봐주세요.”장소월은 소년이 건네준 그림을 보고는 그를 안아 자신의 자리에 앉혔다. 그 후 소년의 손을 잡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선생님이 가르쳐줄게.”“감사합니다, 송 선생님.”4시 30분이 되자, 장소월은 학생들을 학교로 데려다주고, 허름한 사무실로 돌아왔다.이곳의 교장은 강영수 외할아버지의 제자이자, 장소월의 선배인 박원근이었다.세상에 이런 우연이 있다니, 박원근이 이곳에 있을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박원근이 물었다. “정말 돌아가지 않을 거야?”장소월은 고개를 저었다. “네, 여기도 친구를 찾으러 온 거였어요. 이제 그 사람이 잘 지내는 걸 봤으니, 곧 떠날 생각이에요. 여기에 오래 있을 이유도 없으니까요.”박원근은 놀란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간다고? 어디로 가려고? 혹시 내가 있는 게 불편해서 그래?”“선배님, 어쩌면 그렇게 한결같을 수가 있어요? 예전 외국에 있을 때, 선배님이 절 도와주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저는 없었을 거예요. 스승님께도 잘 말씀드릴게요. 실망시키지 않을 거예요.”“너랑 좀 더 오래 시간을 보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 빨리 떠나겠다고 할 줄이야! 어디에 갈 생각이야?”“아직 결정 못 했어요. 사실 지금 삶 마음에 들어요. 자유롭고, 어디든 가고 싶으면 갈 수 있으니까요.”어차피 그녀에겐 이제 집도 없고, 그리워할 가족도 없다.혼자의 몸이라면 어디든 똑같을 것이다.“오늘 저녁 우리 집에서 밥 먹을래? 내 여자 친구가 서울 음식을 엄청 많이 보내줬어. 너도 좋아할 거야.”장소월은 잠시 망설이다가 거절했다. “아니에요. 오늘은 가봐야 할 곳이 있어서요.” 그녀가 가방을 메고 일어섰다. 박원근은 그녀가 자신을 피하고 있음을 알고 있었기에 더는 붙잡지 않았다. 장소월이 사무실에서 나선 순간, 증오와 원망으로 가득 찬 얼굴이 그녀 앞에 나타났다.유화의 언니, 유월이었다.그녀의 눈은 시뻘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335화

    김남주인가...장소월은 거세게 몰아치는 파도 소리를 들으며 끝없이 펼쳐진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너무나도 혼란스러웠다. 도대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자신조차 알 수 없었다...유화는 그림 왼쪽 아래에 있는 검은색 사인을 보고 의아한 듯 말했다. “장소월... 선생님 성함 송민영 아니었어요? 장소월은 누구예요? 신기하네요! 언니 이름에도 ‘월’ 자가 들어가요. 언니 이름은 유월이고, 저는 유화예요. 엄마가 지어주셨어요.”유월이 나뭇가지를 치켜들고 달려왔다. “그런 수업을 왜 해! 당장 돌아와, 유화!”멀리서부터 유월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유화는 겁에 질려 몸을 바들바들 떨며 말했다.“송 선생님, 밥이 다 됐나 봐요. 같이 밥 먹으러 가요.”장소월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소녀를 바라보며 귀 뒤로 머리카락을 넘겨주었다. “너 먼저 가봐. 선생님은 조금만 더 있다 갈게.”장소월은 조금 전 그린 그림을 소녀에게 건네주었다. “얼른 조심히 집에 돌아가.”“네, 선생님.”유화는 그림을 안고 조심스럽게 집으로 뛰어갔다.유월은 동생이 들고 있는 물건을 보고는 짜증스럽게 말했다. “아무거나 집에 가져오지 마. 보기만 해도 짜증 나.”유화는 그녀를 향해 혀를 삐쭉 내밀었다. “무섭게 왜 그래요. 언니는 송 선생님보다 착하지도 않고 예쁘지도 않아요. 송 선생님이 내 언니였으면 좋겠어요.”“한 번만 더 말해봐.” 유월이 그녀를 때리려고 하자, 유화는 재빨리 엄마 뒤로 숨었다.“됐어, 그만 좀 싸워. 조용히 좀 살면 안 돼? 우리 이 작은 국경 마을에 선생님이 와서 가르쳐주시는 게 얼마나 고마운 일인데. 게다가 그분은 대도시에서 오신 분이야. 선생님한테 자꾸 시비 걸지 마. 너한테 빚진 것도 없잖아.”유화가 말했다. “맞아요. 송 선생님은 아는 것이 정말 많은 똑똑한 분이에요. 전 송 선생님이 제일 좋아요.”“송 선생님, 송 선생님, 말끝마다 송 선생님, 지겨워 죽겠어. 그렇게 좋으면 쫓아나가서 같이 살아. 여기서 나 귀찮게 하지 말고.”“어머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334화

    러시아의 국경과 맞닿아 있는 그곳에서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화국 사람들이었다. 오랜 시간 바다 위에 머물렀다 보니 남자의 얼굴에는 거뭇한 수염이 자라나 있었다. 손에선 낯선 까칠함이 느껴졌지만, 그 익숙한 얼굴은 틀림이 없었다. 그의 몸에 새겨진 문신 또한 그대로였다. 그는 살아 숨 쉬고 있는 강영수다. 그가... 정말 살아있었다.기억 속 강영수는 온화하고 부드럽고 헌앙하기까지 한 선비에 가까운 사람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그는... 예전과 완전히 달라 보였다.몸에선 바다에서 갓 나온 듯 비린내가 진동했고, 머리도 빗질하지 않아 잔뜩 헝클어져 있었다.장소월은 눈물을 글썽이며 떨리는 손을 허공에 들어 올렸다가 다시 거두어들였다. “나... 나 네가 이렇게 망가진 거 처음 봐.”“뭐 하는 거예요! 우리 해이한테 수작 부리지 말아요!”검은 피부에 반짝반짝 빛나는 눈동자를 가진 스무 살 초반으로 보이는 여자가 다가와 해이라고 불리는 남자를 자신의 등 뒤로 숨겼다.장소월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강영수는 이제 그녀를 기억하지 못했다. 모든 기억을 잃어버린 것이다.“당신 정말 수상해요. 여기 와서 아이들을 가르친다고 해서 내가 좋게 봐줄 것 같아요? 해이에게 수작 부리면 가만 안 둘 거예요.”그때 장소월 옆에 있던 유화가 입을 열었다. “언니, 송 선생님은 나쁜 사람이 아니에요. 그저 친구를 찾으려는 거예요.” 유화가 장소월을 바라보며 말했다. “선생님이 찾던 친구 맞아요?”송민영은 장소월이 이곳에서 사용하는 이름이었다.“해이야, 가자.”장소월은 가슴이 짓눌리는 듯한 답답함에 숨쉬기조차 힘들었다. 유화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선생님, 어디 편찮으세요?”장소월은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그녀는 모두의 의심스러운 시선 속에서 뒤돌아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예전 전연우는 강영수와 관련된 모든 것을 없앴었다. 심지어 강씨 집안의 저택도 지금은 빈껍데기만 남아 있을 뿐이다.그녀는 강씨 집안에 큰 빚을 지고 있다.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333화

    전생에서 전연우가 가장 좋아했던 음식은 장소월이 끓여준 국수였다.하여 송시아는 장소월에게 국수 끓이는 법을 특별히 배웠었다. 전연우가 누구의 솜씨인지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완벽히 익혔다.어쩌면 오랫동안 의식을 잃고 있었던 탓에 예전 맛을 잊어버린 것일 수도 있다...전연우는 손목을 주무르며 문밖으로 나갔다. “여보...”송시아의 손이 남자의 몸에 닿은 순간, 돌연 강한 힘이 그녀의 손목을 잡아 문에 짓눌렀다. “내가 기억을 되찾기 전까지는, 멀리 떨어져 있으라고 말했을 텐데?”“오늘 밤엔 옆방에서 잘게.”전연우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여보!”송시아가 아무리 불러도 전연우는 결코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 맞은편 방으로 들어가 매정히 문을 닫았다.송시아는 불안한 마음에 방으로 돌아가 전화를 걸었다. “당신이 나한테 준 약, 정말 문제없는 거 맞죠?”“아가씨, 그 약은 복용자로 하여금 기억 상실에 빠지게 하거나, 기존 기억을 뒤죽박죽 섞어놓을 수 있습니다. 지금 그 사람에게 이상한 모습이 보인다면, 약효가 나타났다는 뜻입니다.”“그 환자가 아가씨를 받아들이게 될지는, 모두 아가씨 본인에게 달렸습니다.”송시아는 차가운 눈으로 어둠이 내려앉은 바깥을 바라보았다. “그 사람이 정말 기억을 잃은 게 맞는지 어떻게 알 수 있죠?”“직접 확인해 보셔야 합니다. 아니면 그분이 약을 드시는 장면을 직접 보셔도 됩니다. 그 약은 비타민C와 맛이 비슷해 누구도 의심하지 않을 겁니다.”“만약 약효가 없거나, 다른 사람과 짜고 나를 속이는 거라면, 당신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 당신 딸도 마찬가지예요.”“아니에요, 그럴 리 없습니다. 그 약은 최고입니다. 불안하시면 부작용이 조금 더 크고 정신과 기억을 통제할 수 있는 약을 사용해도 됩니다. 하지만 생식기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습니다. 사용이 금지되어 있어 있는 약이라 구하기가 쉽지는 않을 겁니다.”송시아가 말했다. “무슨 수를 쓰든 그 약 구해와요. 내가 원하는 건 그 사람의 몸뚱어리니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332화

    “이런 게 당신이 생각하는 부부야?” 전연우가 손을 들어 올리자 손목에 채워진 쇠사슬이 침대에 부딪히며 날카로운 소리를 냈다.여전히 거짓말만 늘어놓는다.송시아는 전연우의 손을 잡고 부드럽게 웃어 보였다. “여보, 의사 선생님께서 기억을 되찾으려면 자극이 필요하다고 하셨어요.”“풀어!” 전연우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자, 송시아는 곧바로 침대 옆에서 열쇠를 가져와 쇠사슬을 풀었다.전연우는 이불을 걷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상반신을 모두 드러내고 하반신에는 얇은 회색 줄무늬 잠옷 바지만 걸치고 있는 그는 남성 호르몬을 물씬 풍기고 있었다. 그는 방을 나가 복도로 걸어갔다.1층 거실에 들어서니 도우미들이 모두 고개를 숙여 깍듯하게 인사했다. “대표님...”넓은 거실을 둘러보니 벽에 걸려 있는 고풍스러운 시계가 눈에 들어왔다.그의 눈은 마치 야생의 밤처럼 칠흑같이 어두웠다.20XX년, 그가... 돌아온 건가?꿈이 아니었다.이것이 하늘이 그에게 준 두 번째 기회인가?장소월...그의 아내!그리고 우리의 아이, 그 아이도 살아있다...그렇다. 전연우는 이곳에 있는 사람들을 둘러보면서, 자신이 다시 살아 돌아왔다는 사실을 실감했다.이것은 하늘이 그에게 준 두 번째 기회가 확실하다.등 뒤로 송시아가 다가와 남자의 단단한 허리를 감싸 안았다. “여보, 기억나요? 여긴 당신이 날 위해 지어준 별장이에요. 결혼하면 나랑 같이 이곳에서 행복하게 살자고 했었잖아요. 하지만 당신은 결혼식 날 날 데리러 오던 길에 교통사고를 당했어요. 그동안 당신이 깨어나기를 얼마나 기다렸는지 몰라요.”송시아는 가까이 다가가 그의 손을 자신의 볼에 대고는 그의 온기를 느꼈다.“연우 씨, 우리 이제야 드디어 함께 살 수 있겠어요.”전연우는 깊은 눈동자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송시아는 행복한 여자의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여보, 배고프지 않아요?”“내가 맛있는 거 만들어 줄게요.”“당신 예전에 내가 끓여준 국수 제일 좋아했잖아요.”송시아가 까치발을 들고 그에게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331화

    “...” 기성은은 들고 있던 도시락을 내려놓고는 뒤돌아 그녀를 바라보았다.“아가씨, 그동안 도움을 주신 것에 감사드립니다. 일이 끝나면, 약속대로 주씨 집안의 안전을 책임지겠습니다.”“하지만, 아버지에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아요...”기성은이 말했다. “제가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더이상 대화를 이어나갈 여지가 전혀 없는 칼 같은 말이었다.주가은의 눈동자에 실망감이 어렸다.“그래요 알겠어요. 그럼 난 이만 가볼게요. 밥 꼭 챙겨 먹어요.”기성은은 도시락에 손도 대지 않고 백혜진에게 가져다주었다. 그 순간 비서실 직원들 모두 일제히 똑같은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 백혜진은 너무 당황스러워 어찌할 바를 몰랐다.인사부에선 이미 기성은이 성세 그룹의 대리 대표가 되었다는 공고를 발표했다.기성은은 사무실로 돌아와 휴대폰을 확인했다.[소민아 씨의 전부 일정입니다. 이건 두 사람이 묵을 호텔 이름과 주소입니다.]기성은은 메시지를 한 번 훑어보고는 핸드폰을 주머니 속에 집어넣었다.백혜진은 자신에게 이런 엄청난 행운이 찾아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녀가 대리 대표님의 비서가 된 것이다.백혜진은 대표 사무실로 들어가 믿을 수 없다는 듯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말했다. “기 비서님, 아니 대표님, 정말 저더러 대표님 비서로 일하라는 거예요? 하지만... 아시겠지만, 제 업무 능력은 소민아 씨랑 비슷해요. 분명 대표님에게 폐를 끼칠 텐데... 다른 사람을 찾아보시는 게....”기성은은 손에 든 서류에 시선을 고정한 채 고개도 들지 않고 말했다. “머리 쓸 필요 없어요. 말만 할 줄 알면 돼요.”“최근 몇 개월 사이 모든 재무 보고서를 출력해 가져다줘요. 그리고 오후 2시 30분 임원진들 회의 소집하고요.”백혜진이 대답했다. “네, 네, 알겠습니다.”반산 별장.송시아는 드레스를 움켜쥐고, 급하게 계단을 뛰어 올라갔다. 남자가 상반신을 벗고 탄탄한 몸과 매끄러운 근육 라인을 드러내며 두 손이 묶인 채 침대에 누워 있었다.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