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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4화

Author: 차라
장소월은 전에 성격이 세고 제멋대로였고, 꽤 많은 사람을 괴롭혔다. 강용이 나타나고 나서야 장소월은 서서히 사람들에게 고립되고 억압당했다. 오히려 괴롭힘을 당하는 처지가 되었다.

장소월은 자신이 한 일에 대해 변명할 수도, 뭐라고 할 수도 없다는 것을 스스로 잘 알고 있었다.

이번 파티는 전체적으로 별로였다.

인시윤이 장소월을 이용해 전연우에게 접근하든, 장소월이 두 사람을 사이를 엮어주든, 장소월은 인시윤을 통해 전연우를 떠나고, 장 씨 가문을 떠나면 그만이었기에, 인시윤과 가식적인 우정 관계를 유지해야 했다.

날은 이미 어두워졌고 점점 추워지고 있었다. 장소월의 얇은 숄은 찬 바람을 막기 역부족이었다. 장소월은 인 씨 집안의 하인에게 자신의 발목에 약을 발라 달라고 했고, 30여 분이 지나서야 부기가 가라앉았다.

이때 누군가 다가왔다.

“저기, 이거 아가씨 핸드폰이세요?”

“네! 죄송하지만 테이블 위에 놓아주세요. 지금은 제가 좀 불편해서요. 감사해요.”

하인은 말을 이었다.

“방금 휴대폰이 계속 울리더라고요.”

“네, 알겠어요.”

장소월의 드레스는 주머니가 없어 휴대폰을 소지하기 불편했고, 들어올 때 현관 보관함에 넣어두었다.

장소월은 누가 이 시간에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는지 궁금했다.

손을 닦고 휴대폰을 들자 마침 전화가 또 걸려왔다.

장소월은 전화를 받지 않고 자동으로 끊어질 때까지 옆에 버려두었다.

그리고 메시지도 도착했다...

“왜 아직도 집에 안 가?”

“발은 좀 나아졌어?”

“진봉이한테 너 데리러 가라고 할까?”

“소월아, 답장 줘.”

메시지를 보며 장소월은 아무런 감정의 미동도 없었다. 만약 다른 사람이었다면 상대방의 관심에 마음이 따뜻해지겠지만, 장소월에게는 그저 감시당하는 것처럼 느껴질 뿐이었다.

강영수가 이런 말을 할 때의 말투와 표정까지 머릿속으로 그려질 정도였다.

장소월이 무엇을 하든 그에게 일일이 보고할 필요는 없었고, 무슨 일이든 그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없었다.

이것은 장소월이 원하는 것이 아니다.

손님들이 집으로 돌아가면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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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민아는 남자의 손을 꽉 붙잡고 말했다. “싫어요. 당신한테서 그 사람 냄새가 난단 말이에요. 기성은 씨, 난 다시는 당신 놓치고 싶지 않아요. 이 손 놓으면 또 사라져 버릴 거잖아요.”품에 안겨 있는 여자를 바라보며, 기성은은 손을 들어 올렸다가 결국 다시 내려놓았다. “민아 씨, 이러면 안 돼요. 곧 결혼하잖아요.”소민아는 그의 허리를 꽉 껴안았다. “나는 신이랑 씨를 좋아하지 않아요. 그 사람과는 그냥 좋은 친구 사이일 뿐이에요. 기성은 씨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약속했었는데... 언니가 계속 날 괴롭혀요. 처음에는 소월 언니 안전을 빌미로 협박했어요. 소월 언니를 찾았으니까 만약 신이랑과 결혼하지 않으면, 죽여버리겠다고 했어요.”“두 번째는 별이 그 아이를 노리려 했어요. 그리고 대표님의 회사도 팔아넘기려고 했고요. 내가 지켜주겠다고 호언장담했는데, 그 약속 하나도 지키지 못했어요.”“세 번째는 기성은 씨의 안전이에요. 다들 당신이 죽었다고 했지만, 나는 믿지 않아요. 기성은 같이 대단한 사람이 죽을 리가 없죠.”“왜 내 인생은 이렇게 고달플까요. 왜 좋아하는 사람조차 마음대로 선택할 수 없는 걸까요.”“사람이 살아봤자 얼마나 산다고,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할 수 없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민아 씨, 미안해요!”약속을 지키지 못한 사람은 오히려 그였다.다가오는 발걸음 소리를 듣자, 기성은은 손을 들어 소민아의 뒷덜미를 내리쳤다. 소민아는 눈앞이 깜깜해지며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신이랑은 휴대폰 플래시를 비추며 폐기물 더미가 쌓인 복도에서 위로 올라왔다. “민아 씨?”발코니 밖에서 약간의 인기척이 들려왔지만, 신이랑은 별로 신경 쓰지 않고 곧바로 소파에 쓰러져 있는 여자에게 급히 다가갔다.백혜진도 마침 이곳을 찾아왔다. 계단에서 내려오는 두 사람을 본 뒤에야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다행이네요. 민아 씨 괜찮은 거죠.”“네, 그냥 잠들었을 뿐이에요. 오늘 밤 민아 씨랑 있어 줘서 고마웠어요.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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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를 먹먹하게 만드는 헤비메탈 음악 소리가 시끄럽게 울려 퍼졌다. 연거푸 술잔을 비우던 소민아는 마지막 잔을 마신 순간 눈앞이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알록달록한 조명은 그녀에게 몽롱한 꿈속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선사했다.백혜진은 급히 그녀의 손에서 술잔을 빼앗으며 말했다. “그만 마셔요, 민아 씨. 벌써 얼마나 마신 거예요. 계속 마시면 몸이 버티지 못할 거예요. 시간이 늦었으니, 내가 집에 데려다줄게요.”소민아는 백혜진의 손을 뿌리치고 술에 취해 횡설수설했다. “나... 나는 집에 안 갈 거예요. 집에 가면, 신이랑이랑 결혼해야 한다고요. 난 결혼 안 할 거예요. 기성은 씨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릴 거예요. 잠자리까지 했으니까 날 책임져야 한다고요!”엄청난 비밀을 들은 듯 백혜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민아 씨... 방금 뭐라고 했어요! 기 비서님랑 잤다고요? 그럴 줄 알았어요. 두 사람 관계가 예사롭지 않다고 일찌감치 느꼈었거든요. 기 비서님이 왜 자꾸 우리 쪽을 쳐다보나 했더니 역시 그런 일이 있었네요.”백혜진은 또 궁금한 듯 물었다. “그런데 기 비서님을 좋아하면서 왜 신 편집장님이랑 결혼하려고 하는 거예요? 그동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소민아는 술에 취해 정신없이 비틀거리며 술잔을 들고 화장실로 향하려 했다. “왜 이랑 씨랑 결혼해야 하는지는... 알려주지 않을 거예요. 그건 내 언니가 강요한 거니까.”백혜진은 어리둥절해 하며 물었다. “언니요? 언니가 누군데요?”“누구겠어요, 송시아지.”“뭐라고요?” 백혜진은 멍하니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그녀가 누군가와 부딪히자, 백혜진은 급히 소민아를 부축했다. “민아 씨... 천천히 가요.”어두운 복도를 지나 화장실로 들어간 뒤, 소민아는 중심을 잡지 못해 벽에 기대섰다. 바로 그때, 어둠 속에서 누군가가 그녀를 잡고 불빛이 없는 컴컴한 복도로 끌고 갔다.“민아 씨, 어디 있어요?”“나...”백혜진이 다급하게 소민아를 불렀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옆에 있었는데,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305화

    “엄마, 소민아가 우리 집 며느리 되는 거 막아주면 안 돼요?”유연홍이 말했다. “안심해, 설령 소민아가 우리 집에 들어온다고 해도, 내가 가만히 두지 않을 거야.”공들여 쌓은 탑을 남에게 넘겨줄 수는 없다. 그녀는 신이랑이 아무리 청렴하고 깨끗한 사람이라도 여자의 유혹은 뿌리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서울에서 가장 호화로운 펜트하우스.한 채 가격이 몇백억 원에 달한다. 설사 돈을 마련할 수 있다고 해도 아무나 들어올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신군회는 풍만한 가슴을 드러내고 있는 여자의 다리에 누워있었다. 여자는 보라색 레이스 잠옷 차림에 매혹적인 향기를 풍기고 있었다. 웨이브 진 긴 머리카락은 여자의 봉긋 솟아오른 가슴 위로 흩어져 있었다. “오빠, 나 보러 온 지 너무 오래됐어요.”“오늘 만두를 좀 빚어놨는데, 먹을래요?”신군회가 물었다. “요즘 낯선 사람이 찾아온 적 없어?”“오빠 말대로 요즘은 밖에 나가지도 않았어요. 혹시 내가 다른 남자라도 만날까 봐 걱정하는 거예요?”“제가 아무리 간이 배 밖으로 나왔더라도 그런 일은 못 해요.”신군회는 여자가 손수 껍질을 벗긴 포도를 먹고 있었다. 여자가 입가로 포도를 가져가자 신군회는 여자의 손가락을 깨물었다. 여자가 애교 섞인 목소리로 손가락을 빼내며 말했다. “부끄러워요.”“어디 좀 볼까, 조금 커졌나.”신군회는 겉으로는 점잖은 사람처럼 보였지만, 실은 정반대였다.그 역시 여느 부패한 정치 인사들처럼 뒤에서는 돈세탁을 통해 불법적으로 수많은 돈을 벌어들였다.신군회는 여자와 노는 데도 능했다. 하지만 그렇게 많은 여자와 잠자리를 했어도 임신한 여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거실에서 거의 30분 동안 뒹굴거린 후, 천미연은 머리카락이 땀에 흥건히 젖은 채 거친 숨을 몰아쉬며 소파에 누워있었다. 신군회는 곧바로 베개를 그녀의 허리 뒤에 받쳐 엉덩이를 들어 올렸다.“여보, 이번에도 임신 못 하면 어떻게 해요? 그 지긋지긋한 한약은 더 이상 마시고 싶지 않아요.”“마시기 싫어도 마셔야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304화

    “오...오빠...”신수지는 다급하게 신이랑의 손을 잡으려 했지만, 살결이 닿기도 전에 그는 매정히 떠나버렸다.그 모습을 본 신군회는 화가 치밀어 올라 다시 팔을 들어 신수지의 뺨을 힘껏 내리쳤다. “네가 하는 짓이 다 그렇지.”“지금 날 때렸어요? 감히 날 때려요? 왜 때리는 거예요? 억지로 예의를 갖춰줘서 그렇지, 아빠는 아무것도 아니잖아요. 우리 엄마가 당신을 좋아하지 않았으면, 당신은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을 거예요. 친아빠도 이렇게 때린 적은 없다고요!”“여기는 엄마 집이지, 당신 집이 아니에요. 당장 나가요!”신군회의 눈빛이 순간적으로 매서워졌다. “한 번 더 말해 봐.”“말하면 어쩔 건데요! 당신은 우리 집 돈이 탐나 엄마와 결혼한 거잖아요. 엄마가 아니었다면, 당신은 이 집에 발도 못 들였어요. 우리 집에 들어오기 위해서 당신은 아내와 아들까지 버렸잖아요.”“닥쳐!” 신군회의 가장 아픈 곳을 잔인하게 후벼 파는 말이었다. 그는 눈을 부릅뜨고 팔을 들어 그녀의 뺨을 또다시 내리쳤다. 이번에는 제대로 통제하지 못해 거의 온 힘을 실어 매를 들었다.신수지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얼굴에는 선명한 손자국이 남아 있었고, 입가에는 붉은 피가 흘러내렸다.딸의 퉁퉁 부어오른 얼굴과 시퍼렇게 멍든 자국을 본 순간, 유연홍은 다급히 달려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신군회의 뺨을 후려갈겼다. “당신이 감히 내 딸을 때려요? 신군회 씨,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내 딸을 때려요? 이 집에서 당신은 꼭 필요한 존재는 아니라는 거 몰라요?”신이랑은 현관 밖에 서서 그들의 소동을 들으며 냉담한 표정으로 발걸음을 옮겼다.신수지는 코를 훌쩍이며 얼굴을 감싸고,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감히 나한테 손을 대다니요. 당장 외할아버지에게 말할 거예요. 외할아버지가 알면 당신 가만히 안 둘 거예요!”신군회가 말했다. “그럴 필요 없어. 유연홍, 이혼하고 싶으면 언제든 좋아. 네 딸이 또다시 내 일을 망치면, 그땐 절대 용서하지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303화

    소민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알겠습니다.”“그래요. 저녁에는 다른 인터넷 소설 사이트 CEO들과 식사 약속이 있어요. 민아 씨도 함께 가요.”“네.”소민아의 기존 사무실은 편집장 사무실 밖으로 옮겨졌다. 그녀는 책상에 앉아 신이랑에게서 온 문자 메시지를 보고 있었다.[부모님께서 웨딩 촬영할 곳을 몇 군데 골라주셨는데, 시간이 좀 촉박해서요. 민아 씨가 보고 마음에 드는 곳이 있으면 말해줘요.]소민아는 메시지를 대충 훑어보고는 휴대폰을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그러다가 엄마가 그녀에게 해준 신이랑과의 과거 이야기가 생각났다. 그녀의 꿈속에 나온 남자아이가 혹시 신이랑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그녀는 대화창을 열어 그에게 답장을 보냈다.[세 번째 곳이요. 지금은 일 때문에 바쁘니까 퇴근하고 얘기해요.][그래요. 퇴근 시간에 맞춰 데리러 갈게요.]신이랑의 공무원 합격은 이미 내정되어 있었다. 필기시험에서 10등 안에만 들면, 면접은 두말할 것 없이 통과할 것이다.그때에야 비로소 정계에 진출하는 진정한 출발점에 서게 되는 것이다.신이랑이 메시지를 보내고 있을 때, 신군회가 정장 차림에 위풍당당하게 걸어왔다. “오늘 별다른 일 없으면, 나랑 같이 사람들 좀 만나러 가자. 나중에 공무원이 되면, 다 너한테 도움이 될 사람들이니까.”신군회는 현재 막강한 실권을 쥐고 있다. 그 자리에까지 올라온 사람들이라면, 모두 자기만의 인맥이 형성되어 있을 것이다.“흥미 없어요.”신군회가 그를 불러세웠다. “나중에 넌 틀림없이 내 자리를 이어받아야 할 거야. 이제 물러설 퇴로는 없어. 신이랑, 아버지가 너무 지나치다고 생각하지 마. 다 너를 위해서 하는 거니까.”“권력을 직접 손에 쥐고 있을 때만이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거 명심해.”그때 아래층에서 여자의 목소리와 꽃병이 깨지는 소리가 함께 들려왔다. “어제 나 없을 때 오빠랑 소민아 결혼식 상의 한 거예요? 엄마, 나 도와준다고 했잖아요. 왜 약속을 안 지켜요. 오빠가 소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302화

    결혼식 날짜는 다음 주로 급하게 결정되었다. 소민아는 성대하게 치를 생각도, 외부에 알릴 생각도 없었다. 양가 친척들만 초대해 간단히 식사 한 끼 하는 것으로 마무리할 생각이었다.모든 상의를 끝낸 뒤 밥을 먹고 돌아갈 때, 엄마 아빠의 눈에는 신이랑에 대한 흐뭇함이 흘러넘치고 있었다.처음 선을 봤을 때 엄마 아빠가 소개한 사람이었으니, 당연히 흠잡을 데가 없었을 것이었다.고모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그녀와 기성은의 관계를 알지 못했다.명세진은 소민아의 불편함을 눈치채고는 손을 잡고 달랬다.“민아야, 내가 보기에 이랑이도 나쁘지 않아. 나와 네 고모부도 사랑 없이 강제로 정략결혼을 했었어. 처음엔 싫었지만, 고모부가 나한테 잘해주니까 그냥 이렇게 사는 것도 좋겠구나 싶었어. 여자에게는 항상 자신을 생각해 주고 사랑해 주는 남자가 제일이야.”“이랑이는 인물도 좋고, 집안도 좋고, 너한테도 잘하잖아. 어떤 사람들은 평생 죽을 때까지도 그런 남자 못 만나.”소민아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 알아요, 고모. 걱정하지 마세요. 이랑 씨랑 잘 지낼게요.”그녀는 단지 그들을 안심시키고 싶어서 그런 말을 했을 뿐이다.차 안, 소민아는 엄마의 팔짱을 끼고 그녀에게 기대며 물었다.“엄마, 궁금한 게 있어요. 이랑 씨랑 몇 번 만나지도 않았는데, 왜 저한테 그렇게 잘해줬을까요? 이해가 안 돼요. 왜 저에게 무조건적으로 잘해주는 거죠?”소희연이 말했다. “그 일은 아주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해. 우리가 너를 구해왔을 때부터, 너와 이랑이는 이미 알고 지내던 사이였어. 하지만 그때 너는 너무 많이 다쳐서 기억의 일부를 잃어버렸어. 그때... 이랑이에 관한 기억도 함께 잊어버린 거야.”그랬던 거야?소민아가 물었다. “엄마, 그럼 저랑 이랑 씨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줄 수 있어요? 정말 하나도 기억이 안 나요.”소민아는 요즘 들어 자주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그녀의 꿈속에서 상처투성이의 거지 소녀가 어두컴컴한 구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301화

    소민아가 말했다. “현아 언니는 그냥 치료받으러 간 것뿐이에요. 고모, 걱정하지 마세요. 아무 일 없을 거예요.”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지금으로서는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수밖에 없다.현재 소씨 집안 또한 활시위를 떠난 화살과 같았다.신씨 본가에 도착해보니 소민아의 부모님은 이미 그곳에 와 있었다.신이랑은 소민아에게 다가가 부드러운 눈빛으로 사랑을 가득 담아 말했다. “오느라 수고했어요.”소민아는 입꼬리를 살짝 들어 올리며 답했다. “괜찮아요. 들어가죠.”그녀는 신이랑이 잡으려고 하는 손을 못 본 척 앞으로 걸어갔다. 방금 그녀가 지었던 미소는 어쩔 수 없이 짜낸 억지 미소나 다름없었다.“엄마, 언제 돌아오셨어요? 왜 저한텐 얘기 안 하셨어요?”소희연이 말했다. “네 아빠랑 내가 이랑이한테 전화했어. 너에게 서프라이즈를 해주고 싶었거든. 네 아빠는 이랑이를 정말 많이 좋아해. 예전에 선봤을 때부터 엄청 기뻤는데 정말 너희 둘이 이렇게 잘 될 줄은 몰랐어.”“너희 아빠랑 난 너무 기쁜 마음에 며칠 동안 잠도 제대로 못 잤어. 정말 잘했어, 우리 딸.”소민아가 소파에 앉자 도우미가 차를 가져왔다. “사모님, 차 드세요...”갑자기 바뀐 호칭에 소민아는 너무 어색해 대꾸도 하지 않았다.신이랑이 그녀 옆에 앉아 말했다. “내가 작성한 하객 명단이에요. 빠진 사람은 없는지 확인해 봐요.”빠진 사람이라... 어떻게 없을 수가 있겠는가. 그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 그녀가 가장 아끼는 친구들은 아무도 오지 못한다. 소월 언니, 그리고 현아 언니...이런 결혼식이라면, 차라리 오지 않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당신이 결정하면 돼요.”“알겠어요.”“...이번 민아의 결혼식 비용은 전부 제가 부담할게요.” 송시아는 가방에서 카드 한 장을 꺼내며 말했다. “이건 한도가 없는 카드예요. 제가 대학 졸업하고 나서부터 지금까지 오직 민아만을 위해 모아온 결혼 적금이에요.”소민아는 아무 말도 없이 눈을 내리깔고 생각에 잠겨 있었다.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300화

    소민아는 계속해서 기성은의 목숨을 빌미로 자신에게 신이랑과의 결혼을 강요하는 송시아에게 치를 떨었다. 지난번 면북에 갔을 때, 소민아는 송시아가 그곳에서 누리는 권세를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했다. 그곳 사람들은 그녀에게 깍듯이 예의를 갖추었고, 심지어 존경의 눈빛을 보내기도 했다. 무서운 상상이지만, 어쩌면 그 폭발 사고가 그녀와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소민아는 답답함에 주먹을 꽉 말아 쥐고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녀는 눈물을 글썽이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마음속 울렁거림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집에 도착한 뒤, 소민아는 차에서 내렸고 송시아도 뒤따라 함께 거실로 들어왔다.명세진이 소민아를 맞이했다.“민아야, 이 녀석아, 어디 갔었어? 이랑이는...”소정국은 심장을 움켜쥐며 소파에서 일어났다. 문밖에 나타난 송시아를 보자 모든 사람들의 낯빛이 어두워졌다.소정국이 소민아에게 다가가 말했다. “민아야, 이리 와.”소민아가 그의 말에 따라 걸어가자 명세진은 그녀의 손을 잡아당겨 자신의 등 뒤로 숨겼다. “당신이 여긴 왜 온 거예요. 여기엔 당신 반기는 사람 아무도 없으니까 당장 나가요.”송시아는 선글라스를 벗고 태연하게 웃으며 말했다. “민아는 제 여동생이에요. 하나밖에 없는 언니로서, 여동생 결혼 준비는 당연히 함께해야죠. 물론, 그동안 여동생을 키워주신 것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결혼 비용은 전부 제가 부담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결혼 이후 비용까지 모두 책임질게요.”명세진은 난처한 표정으로 소정국을 바라보았다. 세 사람이 함께 서 있는 모습은 영락없는 단란한 한 가족이었다. 송시아는 누가 봐도 낯설기 짝이 없는 외부인이었다.모두가 침묵하며 입을 다물고 있을 때, 소민아가 돌연 입을 열었다. 소민아를 꽉 잡고 있던 명세진의 손은 땀으로 흥건해져 있었다. “예전엔 당신 협박에 못 이겨서 억지로 신이랑과 결혼하려고 했었어요. 하지만 이제 마음을 굳혔어요. 신이랑과 이혼할 거예요. 더 이상 당신 뜻대로 하고 싶지 않아요.”소민아와 신이랑이 사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299화

    눈물이 예고도 없이 뚝뚝 흘러내렸다. 소민아는 무표정한 얼굴로 눈물을 닦으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렇게 허망하게 죽었다는 거 믿지 않아요. 3년 뒤에도 돌아오지 않으면, 내가 기성은 씨 찾으러 갈 거예요. 당신이 어디에 있든 상관없어요!”“기성은 씨, 당신이 죽었다는 말은 절대 믿을 수 없어요.”은밀하게 감춰진 공간에서 두 남자가 감시 카메라에 잡힌 화면을 보고 있었다.한 남자가 비웃으며 말했다. “진짜 이 여자, 기성은 형 너무 좋아하나 봐. 한 달 동안 열 번 넘게 찾아왔어. 곧 결혼식까지 한다는데, 남편은 아무 말도 안 하나?”다른 남자가 컵라면을 들고 다가와 말했다. “그러게. 성은이 형도 참, 여자를 너무 몰라...”소민아는 침대에 누워 한참을 울다가 저도 모르게 잠들어 버렸다.다시 눈을 떴을 때는 이미 오후였다. 휴대폰에 도착해 있는 수많은 문자 메시지와 전화를 확인하고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아빠 엄마가 왔어. 어디 있어? 민아야, 전화해. 너무 걱정돼.]아빠 엄마가 돌아오셨다고?소민아는 깊이 생각할 겨를도 없이 서둘러 아파트를 나섰다.그녀가 막 아래층으로 내려왔을 때, 빨간색 람보르기니 한 대가 그녀 옆에 멈춰 섰다. 창문이 천천히 내려가고, 송시아가 선글라스를 벗으며 말했다. “타, 동생.”소민아는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 “나는 당신 동생이 아니에요.”송시아가 말했다. “이미 소씨 집안에 이야기해 뒀으니까 그쪽 사람들도 내가 간다는 거 알고 있어. 지금 나 말고는 아무도 네가 여기에 있다는 걸 몰라. 지금 차에 타면 시간 낭비 없이 일찍 도착할 거야.”소민아는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당신 나 감시하는 거예요?”송시아는 빙그레 웃기만 할 뿐 대답은 하지 않았다. 인정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녀는 심지어 일부러 소민아를 유혹하듯 말했다. “차에 타면 기성은에 대해 알려줄게.”그 단 한마디에 소민아는 바로 조수석에 탔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예요!” 시선을 떨어뜨리니 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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