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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6화

장소월이 미처 입을 열기도 전에 강영수가 말을 끊었다.

“소월아, 난 그저 네가 걱정돼서 그래. 내가 뭐 잘못했어? 말해줘. 고칠게.”

강영수의 시퍼런 손은 그녀의 정수리를 쓰다듬고 시선이 그녀에게로 향했다. 장소월의 착각인지, 강영수의 눈빛이 흔들리고 있음이 보였다.

강영수가 이런 표정을 지으면 장소월은 늘 마음이 약해졌다. 그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해서는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장소월은 눈빛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몰라 허둥댔다. 자신이 주변의 모든 것에 민감하고 방어의식이 너무 강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미...미안해...”

장소월은 횡설수설하며 머리를 쓸어내렸다.

“나 돌아가야 해. 너도 일찍 가서 쉬어. 잘자.”

장소월은 그에게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몰랐다. 강영수는 아무런 문제도 없었고, 아주 좋은 사람이었다.

문제는 그녀 자신이었다...

강영수가 잘자라는 말을 하기도 전에, 장소월은 허겁지겁 자리를 떠났고, 그녀의 검은 치맛자락이 하늘하늘 움직이며 아름다운 곡선을 그렸다.

장소월은 숨을 깊이 들이쉬고 감정을 가라앉히려고 노력했다. 그녀가 정신을 차리고 나서야 몸에 강영수의 코트를 걸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옷에서는 은은한 민트 향이 풍겨왔다. 강영수의 몸에서 나는 익숙한 향기였다.

강영수를 생각하면, 장소월은 마음이 심란했다. 휴대폰을 들고 어떻게 해야 방금 자신이 준 상처를 줄일 수 있는지 고민했다.

몇 분 후, 휴대폰 진동이 울려 확인해보니 강영수가 보낸 메시지였다.

간단한 두 글자였다: “잘자.”

장소월은 마음이 무거워졌다. 강영수가 잘해줄수록, 그녀는 더욱 자신을 비난했다.

검은 카이엔은 안전한 거리를 유지하며 장소월이 탄 차를 뒤따랐다. 강영수는 몇 분을 기다렸지만 휴대폰이 울리지 않자, 얇은 입술을 오므리고 숨이 막힐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예전의 그 느낌으로 다시 돌아간 것 같았다. 그는 자신을 컨트롤 할 수 없을까 봐 두려웠다...

또 다른 아우디 차량에서 백윤서가 말했다.

“오빠, 우리... 언제 출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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