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월은 전에 성격이 세고 제멋대로였고, 꽤 많은 사람을 괴롭혔다. 강용이 나타나고 나서야 장소월은 서서히 사람들에게 고립되고 억압당했다. 오히려 괴롭힘을 당하는 처지가 되었다.장소월은 자신이 한 일에 대해 변명할 수도, 뭐라고 할 수도 없다는 것을 스스로 잘 알고 있었다.이번 파티는 전체적으로 별로였다.인시윤이 장소월을 이용해 전연우에게 접근하든, 장소월이 두 사람을 사이를 엮어주든, 장소월은 인시윤을 통해 전연우를 떠나고, 장 씨 가문을 떠나면 그만이었기에, 인시윤과 가식적인 우정 관계를 유지해야 했다.날은 이미 어두워졌고 점점 추워지고 있었다. 장소월의 얇은 숄은 찬 바람을 막기 역부족이었다. 장소월은 인 씨 집안의 하인에게 자신의 발목에 약을 발라 달라고 했고, 30여 분이 지나서야 부기가 가라앉았다.이때 누군가 다가왔다.“저기, 이거 아가씨 핸드폰이세요?”“네! 죄송하지만 테이블 위에 놓아주세요. 지금은 제가 좀 불편해서요. 감사해요.”하인은 말을 이었다.“방금 휴대폰이 계속 울리더라고요.”“네, 알겠어요.”장소월의 드레스는 주머니가 없어 휴대폰을 소지하기 불편했고, 들어올 때 현관 보관함에 넣어두었다.장소월은 누가 이 시간에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는지 궁금했다.손을 닦고 휴대폰을 들자 마침 전화가 또 걸려왔다.장소월은 전화를 받지 않고 자동으로 끊어질 때까지 옆에 버려두었다.그리고 메시지도 도착했다...“왜 아직도 집에 안 가?”“발은 좀 나아졌어?”“진봉이한테 너 데리러 가라고 할까?”“소월아, 답장 줘.”메시지를 보며 장소월은 아무런 감정의 미동도 없었다. 만약 다른 사람이었다면 상대방의 관심에 마음이 따뜻해지겠지만, 장소월에게는 그저 감시당하는 것처럼 느껴질 뿐이었다.강영수가 이런 말을 할 때의 말투와 표정까지 머릿속으로 그려질 정도였다.장소월이 무엇을 하든 그에게 일일이 보고할 필요는 없었고, 무슨 일이든 그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없었다.이것은 장소월이 원하는 것이 아니다.손님들이 집으로 돌아가면서 장
하지만 전연우는 회노애락을 종래로 얼굴에 드러내지 않아 백윤서는 가끔 그의 속마음을 도통 알 수가 없었다.전연우는 차갑게 한마디 했다.“쓸데없는 생각 말고 차에 타.”그는 조수석의 문을 열었다.백윤서는 전연우를 보던 중 대문에서 걸어 나오는 장소월을 발견했다... 장소월이 진짜 왔다니!하지만 장소월은 다리를 절룩거리고 있었고 하인이 옆에서 부축하고 있었다.전연우가 차 앞으로 돌아가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자, 백윤서는 차창을 닫았다.장소월은 하인에게 인사를 했다.“고마워요. 이만 돌아가셔도 돼요. 우리 집 기사님이 근처라고 했으니 곧 올 거예요.”“그럼 조심히 들어가세요.”“네, 감사합니다.”장소월은 웃으며 대답했다.장소월이 갖고 온 외투는 정 집사의 차에 있었고, 그녀는 찬 바람에 몸을 감싸 안고 바들바들 떨며 자신의 발끝을 쳐다보았다.갑자기, 한 그림자가 그녀의 앞에 나타나더니, 몸에는 코트가 걸쳐졌다.남자의 두껍고 검은 외투가 그녀의 몸을 감싸고 있었다. 장소월은 의아한 눈으로 그를 쳐다보며 멍한 표정을 지었다.“너... 네가 왜 여기 있어?”“어떤 바보가 조심하지 않아서 발을 삐끗하고 욕을 하더라고! 걱정돼서 돌아와 보니 길가에 얼어 죽어가는 고양이가 있지 뭐야?”남자는 부드러운 눈동자로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아, 다 봤었구나, 못 본 줄 알았는데.’“그러니까 그 약도 네가 보낸 거야?”“발은 괜찮아졌어?”강영수는 자연스럽게 얼어붙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장소월은 어쩔 줄 몰라서 입술을 오므리고, 자신의 손을 빼고는 몸 뒤로 갖다 댔다.“많이 좋아졌어. 여기까지 올 필요 없는데. 아저씨가 곧 올 거야!”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멀지 않은 곳에서 오는 차를 보며 장소월은 마치 구세주를 본 듯했다.“나 갈게. 너도 일찍 돌아가서 쉬어!”장소월이 떠나려는데, 갑자기 강한 힘이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강영수는 상처받은 눈으로 말했다.“소월아, 요즘 내 메시지도 답장 안 하고, 전화도 안 받고, 나 피하는
장소월이 미처 입을 열기도 전에 강영수가 말을 끊었다.“소월아, 난 그저 네가 걱정돼서 그래. 내가 뭐 잘못했어? 말해줘. 고칠게.”강영수의 시퍼런 손은 그녀의 정수리를 쓰다듬고 시선이 그녀에게로 향했다. 장소월의 착각인지, 강영수의 눈빛이 흔들리고 있음이 보였다.강영수가 이런 표정을 지으면 장소월은 늘 마음이 약해졌다. 그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해서는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장소월은 눈빛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몰라 허둥댔다. 자신이 주변의 모든 것에 민감하고 방어의식이 너무 강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미...미안해...”장소월은 횡설수설하며 머리를 쓸어내렸다.“나 돌아가야 해. 너도 일찍 가서 쉬어. 잘자.”장소월은 그에게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몰랐다. 강영수는 아무런 문제도 없었고, 아주 좋은 사람이었다.문제는 그녀 자신이었다...강영수가 잘자라는 말을 하기도 전에, 장소월은 허겁지겁 자리를 떠났고, 그녀의 검은 치맛자락이 하늘하늘 움직이며 아름다운 곡선을 그렸다.장소월은 숨을 깊이 들이쉬고 감정을 가라앉히려고 노력했다. 그녀가 정신을 차리고 나서야 몸에 강영수의 코트를 걸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옷에서는 은은한 민트 향이 풍겨왔다. 강영수의 몸에서 나는 익숙한 향기였다.강영수를 생각하면, 장소월은 마음이 심란했다. 휴대폰을 들고 어떻게 해야 방금 자신이 준 상처를 줄일 수 있는지 고민했다.몇 분 후, 휴대폰 진동이 울려 확인해보니 강영수가 보낸 메시지였다.간단한 두 글자였다: “잘자.”장소월은 마음이 무거워졌다. 강영수가 잘해줄수록, 그녀는 더욱 자신을 비난했다.검은 카이엔은 안전한 거리를 유지하며 장소월이 탄 차를 뒤따랐다. 강영수는 몇 분을 기다렸지만 휴대폰이 울리지 않자, 얇은 입술을 오므리고 숨이 막힐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예전의 그 느낌으로 다시 돌아간 것 같았다. 그는 자신을 컨트롤 할 수 없을까 봐 두려웠다...또 다른 아우디 차량에서 백윤서가 말했다.“오빠, 우리... 언제 출발해요?”다시
전연우는 전화를 받으러 나갔다.백윤서는 마침 집으로 돌아온 장소월을 보았다.“소월아... 만두 삶았는데 좀 먹을래?”장소월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힘없이 입을 열었다.“전 괜찮아요. 가서 잘래요.” 장소월은 복도 손잡이를 잡고 방으로 들어와 문을 잠그고 옷을 벗기 시작했다. 실키한 긴 치마가 몸에서 떨어졌고, 부드러운 카펫을 맨발로 밟으며 욕실로 들어가 목욕을 했다.30분 후, 욕실을 나온 장소월의 긴 머리는 반쯤 말랐고, 잠옷 차림으로 침대에 누웠다.바닥의 옷을 치우지 않아서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오직 남자 외투만 질서 정연하고 깔끔하게 옷걸이에 걸려 있었다.한밤중에 침대맡에 놓여 있던 핸드폰이 켜졌고, 그녀는 잠결에 흐릿한 그림자가 보였다. 그윽하고 차가운 눈동자였다.이튿날 아침, 장소월은 습관대로 7시 30분에 깨어났고, 양치질을 하다가 어젯밤 방으로 돌아오던 모습을 회상했다.너무 피곤해서 치마를 바닥에 벗어던지고 전혀 정리하지 않았다.하지만 장소월이 아침에 일어났을 때, 치마도 보이지 않았고, 그녀의 속옷도 보이지 않았다.‘설마 그게 꿈이었나?’장소월은 무슨 생각이 났는지 속이 울렁거려 변기에 대고 마구 토하기 시작했다.은경애는 빨랫감을 안고 지나가다가 방안의 기척을 듣고, 귀를 방문에 대고 안의 기척을 살피다가 노크를 했다.“아가씨? 아가씨, 괜찮으세요?”10여 분이 지나서야 문이 열렸다.“무슨 일이죠?”장소월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눈에 핏발이 선 그녀의 모습에 은경애는 화들짝 놀랐다.“어머, 이게 어떻게 된 거예요? 어젯밤 잘 못 주무셨어요?”“아침식사는 이미 준비했으니 식기 전에 내려가 드세요.”“앞으로 저 부르지 않으셔도 돼요.”장소월은 펑 소리를 내며 문을 닫았다.은경애는 문전박대를 받고 혀를 끌끌 차며 고개를 가로저었다.“왜 이래? 이 집 사람들은 진짜 하나 같이 다 이상하단 말이야.”장소월은 위층에 서서 창밖을 내다보았고, 전연우와 백윤서가 떠난 후에야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아래층에 도착한 장
장소월은 볼펜을 만지작거리며 고민했다. 인시윤과 전연우의 식사 자리라니...인시윤은 또 장소월의 귓가에 대고 부탁했다.“소월아, 나랑 같이 가자! 아니면 무슨 말을 나눠야 할지 모르겠단 말이야. 그러면 분위기가 어색해지잖아. 동생인 네가 있으면 훨씬 더 자연스럽잖아. 날 도와준다면 네가 수학 팀에 들어가는 일은 내가 책임질게!”“따르릉...”수업 종이 울렸다.“좀 더 생각해볼게. 오빠 평소에 바빠서 오늘 시간이 나는지 모르겠어.”인시윤은 기뻐하며 말했다.“그건 걱정 마. 내가 가는 이상, 무조건 나올 거야. 그럼 저녁에 같이 가는 거다? 나 먼저 갈게!”인시윤의 눈에는 전연우에 대한 호감이 가득했다.장소월은 책상 위의 시험지를 보며 멍을 때리다가 갑자기 등이 무언가에 부딪히는 것을 느끼고 정신을 차렸다. 그녀가 뒤돌아보니 뒤에 앉은 학생의 책이 땅에 떨어진 것이었다. 장소월이 몸을 굽혀 책을 줍고 그에게 건넸다.“누가 너더러 주워 달래?”엽준수의 말투는 조금 거칠었다.장소월은 눈썹을 약간 찌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오전 수업이 끝나고 인시윤은 장소월을 데리고 식당으로 향했다.장소월은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먹었다. 전에는 아줌마가 해준 도시락을 갖고 와서 학교 식당의 밥을 거의 먹지 않았다. 장소월은 평소에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담았지만 입맛에 맞지 않았다. 억지로 먹기는 했지만 많이 먹지는 않았다.인시윤은 전연우에게 완전히 꽂혔는지 휴대폰으로 얼마나 많은 메시지를 보냈는지 모른다.“왜 답장을 안 하는 거야! 너희 오빠 평소 이 시간에 뭐해? 점심 12시면 휴식시간이잖아!”장소월은 콩 반찬을 맛보고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도저히 입맛에 맞지 않았고, 냅킨 한 장을 뽑아 입을 닦았다.“회사에서 무엇을 하는지는 나도 잘 몰라. 아마 회의하고 있을 것 같은데? 얼른 밥부터 먹어, 식겠어.”남천 그룹.전연우는 중앙 자리에 앉아 각 부서의 보고를 듣고 있었다. 소매를 걷어 팔을 반쯤 들어냈고, 뼈마디가 뚜렷한 손가락으로 손에 든
장소월은 어쩔 수 없이 그녀에게 휴대폰을 내주었지만, 사실 이 식사 자리에 전혀 참여하고 싶지 않았다. 그들 사이를 엮어주기 위해 장소월은 하는 수 없이 참가해야 했다.인시윤은 휴대폰을 귓가에 대고 손가락으로 머리를 매만지며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신호음이 울린 지 몇 초도 되지 않아 전화기 너머에서 낮고 매력적인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소월아, 무슨 일이야?”인시윤은 그의 목소리를 듣고 조금 실망했고, 화난 말투로 말했다.“아저씨 동생 아니고 저예요!”“시윤 씨? 무슨 일이죠?”인시윤은 남자의 목소리가 갑자기 냉담해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분명 차별 대우를 하고 있었다.“제가 보낸 메시지 못 보셨어요? 저 오늘 밥 사주기로 하셨잖아요!”인시윤은 말하면서, 전화기 너머로 또 다른 여자의 목소리를 들었다. “대표님, 회의 끝나셨어요? 주문하신 음식 이미 사무실로 갖다 놓았습니다.”전연우는 고개를 약간 끄덕였다. 기성은은 다음 스케줄을 보고하며 두 사람은 함께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갔다.“알겠어요. 저녁 몇 시죠?”인시윤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일부러 자신의 전화를 안 받는 걸로 오해한 것 같아 미안한 목소리로 말했다.“아직도 식사 안 하셨어요? 그럼 먼저 식사하세요. 몇 시 퇴근하세요? 저녁에 소월이랑 같이 갈게요. 어디 가서 먹을 지는 저녁에 다시 정하죠.”“네.”“그럼 이만 끊을게요. 우리... 저녁에 봐요!”“네.”전연우는 인시윤이 먼저 전화를 끊기 기다렸고 기성은에게 저녁 스케줄을 물었다.“저녁 7시에 건자재그룹 대표님과 식사 약속이 있으십니다.”“취소하세요.”“네.”...오후 마지막 수업은 자습이었고, 장소월은 훈련동의 강의실로 향했다. 수학 팀의 책임 선생님은 30대 중반의 남자로 이름이 고건우였다. 장소월은 도착하자마자 따로 다른 교실로 불려갔다.잠시 후, 고건우는 또 다른 학생을 데려왔다. 다름 아닌 장소월의 뒤에 앉은 엽준수였다. 그는 문 앞의 첫 번째 자리에 앉았다. 고건우는 강단으로 올라가
장소월은 정 집사에게 전화해 먼저 백윤서를 데려가라고 하고, 인시윤 집안의 자가용을 타고 전연우의 회사로 향했다.인 씨 집안의 인하 그룹에 비해 장 씨 집안은 별 볼 일 없는 벼락부자에 불과했다. 도심에 있는 인하 빌딩은 가치가 수백억이었고, 앞으로 가치가 최소 수십 배는 더 될 것이다.전연우와 인시윤이 함께 한다면, 전연우에게는 큰 이득이었다.차 안의 운전기사는 칸막이를 당겼다. 인시윤은 교복을 갈아입고 거울을 보며 틴트를 바르고 머리를 풀어헤치고는 장소월에게 말했다.“이뻐?”장소월은 가슴에서 말할 수 없는 이상한 감정이 밀려왔지만 내색하지 않고 떠보듯 물었다.“너... 진짜 우리 오빠 좋아해?”인시윤은 조금도 숨기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고, 맑은 두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당연히 좋아하지, 아니면 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만나러 가겠어.”“너보다 여덟 살이나 많은데 괜찮아? 너 대학 졸업하면 오빠는 거의 서른이야. 넌 아직 한창이니... 어쩌면 더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 쉽게 마음을 주지 말고 잘 생각해봤으면 좋겠어.”인시윤은 콧방귀를 뀌었다.“나이가 많긴 하지. 하지만 여덟 살 정도야 뭐. 우리 부모님은 12살 차이 나지만 사이가 아주 좋아. 우리 아빠가 엄마 말을 얼마나 잘 듣는데, 완전 애처가야. 하지만 난 그렇게 멀리까지 생각하지는 않았어. 지금은 좋아하지만, 앞으로는 아닐 수 있잖아. 하지만 난 지금까지 나를 이 정도로 안중에 두지 않는 남자를 본 적이 없어.”인시윤은 장소월을 덥석 잡으려 말했다.“소월아, 그거 알아? 내가 인 씨 집안의 딸인 걸 알면서도 날 욕한 사람은 처음이야. 다른 사람들처럼 나한테 아부하지도 않아. 내가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얼마나 가식적인 사람을 많이 만나봤는데. 전부 내 신분이 아니면 우리 집안의 돈을 목적으로 접근해왔어. 그런 사람들 진짜 짜증나.”“...”“내 스커트 어때? 예뻐? 좀 추울까?”장소월은 생각에 잠긴 듯 천진난만한 인시윤을 바라보았다. ‘넌 아직 전연
예전 장소월은 전연우에게 매달리려 자주 이곳에 왔기에 회사 안은 손바닥 보듯 훤했다. 프런트 직원이 장소월을 보자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렸다. 너무나도 까다로운 손님이었으니 말이다.직원이 말했다.“아가씨, 전 대표님을 만나러 오신 건가요? 대표님께선 지금 회의 중이시라 조금 기다리셔야 합니다.”“따뜻한 물 한 잔 주세요. 고마워요.”장소월은 인시윤이 34층으로 올라가자 두 사람을 방해하기 싫어 옆에 있는 휴게실로 들어갔다.“네... 알겠습니다.”프런트 직원은 너무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고맙다고? 장소월의 입에서 어떻게 그런 말이 나올 수가 있단 말인가? 그야말로 해가 서쪽에서 솟을 일이다. 그녀는 심지어 자신의 귀가 잘못된 것이 아닌지 의심까지 들었다.장소월은 소파에 앉아 탁자 위에 놓여있는 잡지를 들고 무심히 펼쳐보았다.그때 직원이 마침 일 때문에 32층에 도착한 기성은을 불러세웠다.“기 비서님, 이건 대표님에게 드릴 서류입니다.”기성은은 서류를 받은 뒤 휴게실을 힐끗 쳐다보았다. 장소월인가?만약 장소월이라면 조금 전 올라간 건 누구의 뒷모습이란 말인가?기성은이 눈을 축 내리깔았다.“왜 온 거예요?”직원이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잘 모르겠어요. 오자마자 저기에 들어가 앉더라고요. 기 비서님, 설마 또 무슨 일 생긴 건 아니죠?”“쓸데없는 곳에 관심 두지 말고 일이나 열심히 해요.”“알겠습니다.”기성은의 말에 직원은 더는 묻지 못하고 멀어져가는 그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시간은 흐르고 흘러 장소월은 이제 몇 잔의 물을 마셨는지도 기억나지 않았다. 갖고 있던 시험지도 모두 다 풀었다.필통을 정리하고 나서 바깥을 쳐다보니 이미 어둠이 내려앉아 있었다. 전연우가 이미 퇴근을 하고도 남을 시간이었다.시계를 보니 어느덧 일곱 시 반이었다.꾸벅꾸벅 졸고 있는 사람은 장소월 뿐만 아니라 대표 자리에 앉아있는 인시윤도 마찬가지였다.20분을 더 기다리니 여덟 시가 거의 되어갔다.그녀는 더는 기다리지 않고 책가방을 메고 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