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Chapter 21 - Chapter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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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화

고은영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차에서 내렸다.중도에 안지영에게 지원요청을 보냈는데 문자를 받은 안지영도 충격에 빠졌다.모두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지옥사자가 여자를 집에 데려가는 날이 오다니! 게다가 그곳은 그가 가장 오랜 시간을 머무는 하원 별장이었다.게다가 더 충격적인 건 상대가 고은영이라는 사실이었다.배준우를 흠모하던 여자들이 알면 고은영의 사지를 찢으려 하지 않을까?안지영은 알아서 살아남으라는 답장을 보냈다.오늘 배준우가 먼저 그녀에게 결혼하자고 했으니 이제 동거를 시작한다고 해도 이상할 것 없었다.이상한 점은 이런 요구를 제기한 사람이 배준우라는 사실이었다.여자가 먼저 그에게 다가가는 일은 많지만 그가 먼저 여자에게 오라고 손짓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문자를 받은 고은영은 의리도 없다고 속으로 안지영을 욕했다.하지만 안지영도 별 수 없다는 건 알고 있었다.그녀는 바짝 긴장한 상태로 배준우를 따라 문앞까지 갔다.“저기… 저는 일단 기숙사로 돌아가면 안 될까요?”그녀는 포근한 자신의 기숙사가 그리웠다.배준우는 서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내일 바로 구청에 혼인신고하러 갈 텐데 오늘 기숙사 가면 내일 내가 또 데리러 가야 하잖아.”“제가 알아서 갈게요!”고은영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배준우의 인상이 점점 더 썩고 있었다.고은영은 어찌할 바를 몰라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평소에도 자주 방문하는 곳이지만 이제부터 뭘 해야 할지 몰라 당황했다.“신발장에 슬리퍼 있어.”말을 마친 그는 먼저 안으로 들어갔다.고은영은 멍하니 그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예전에 여기 방문할 때는 항상 실내화를 따로 챙겨서 다녔었고 한 번도 허락 없이 그의 물건에 손을 대지 않았다.신발장을 열자 가지런히 정돈된 남성용 슬리퍼가 보였다. 여자용은 없었다.그녀는 아무거나 집어서 신었다. 사이즈가 많이 컸지만 그냥 무시했다.배준우는 지금 그들을 지켜보는 자를 철저히 속이려고 이렇게까지 하는 걸까?이렇게 생각하면 앞뒤가 맞지만 고은영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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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화

주변 공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배준우는 다리를 꼬고 앉아 손에 든 계약서를 지그시 바라보았다.고은영은 고개를 숙인 채,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다.이번엔 정말 끝나는 거 아니겠지? 배준우의 심기를 건드리면 어떤 결과가 기다리고 있을지 상상할 수 없었다.고은영의 멘탈이 거의 나갈 때 쯤에 배준우가 차갑게 입을 열었다.“지금 나 협박하는 거야?”“그런 거 아니에요!”고은영이 다급히 말했다.일개 직원이 무슨 수로 상사를 협박한단 말인가.그녀는 단지 다시는 순결을 잃고 싶지 않을 뿐이었다.배준우는 겁에 질려 오돌오돌 떠는 그녀의 모습을 보자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하! 아니란 말이지?”‘재밌네. 저 머리에 밀당하는 것 같지는 않고. 그렇다면 콘돔은 다른 누가 가져다 놓았다는 건데…. 주변 청소를 좀 해야겠군!’하지만 겁쟁이 비서가 조건을 제시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고은영은 손에 땀을 쥐고 입을 꾹 다물었다.다행히 배준우는 더 이상 대화를 길게 끌고 갈 생각이 없었는지 시간을 확인하고는 말했다.“가서 자.”고은영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럼 잠자리는….”하지만 배준우의 날카로운 시선이 겁나서 결국 하려던 말을 삼켜야 했다.“좌측 두 번째 방으로 가면 돼.”그 방은 손님용 방이었다.하지만 고은영은 전혀 안심이 되지 않았다. 탁자에 놓인 콘돔을 보면 소름이 끼쳤다.그녀는 다급히 방으로 들어가서 쾅 하고 문을 닫았다.그리고 안에서 문을 잠가버렸다.배준우는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굳게 닫힌 방 문을 바라보았다.‘왜 저러지? 내가 자기를 잡아먹기라도 해?’하지만 당황한 그녀의 모습을 상상하니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방에 들어온 고은영은 안지영의 문자를 확인했다.지난번 경험이 있어서 많이 조심스러워진 문자였다.[은영아?][그래, 나야!][지금 문자 가능해?]안지영은 굉장히 조심스러웠다.지난번에 고은영에게 문자를 잘못 보냈다가 배준우의 의심을 산 뒤로 모든 게 조심스러워졌다.게다가 고은영은 원래 멘탈이 약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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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화

이날 밤, 안지영은 고은영에게 많은 이야기를 했다.하루아침에 배준우와 같은 집에서 동거하게 된 고은영이 너무 안쓰러우면서도 걱정됐다.고은영이 졸음을 버티지 못하고 잠든 뒤에야 그녀는 잔소리를 멈추었다.그날 밤, 고은영은 깊게 잠들지 못했다. 낯선 환경이라 그런지, 아니면 너무 긴장해서 그런지 중간에 몇 번이나 깨고 잠들고를 반복했다.결국 그녀는 아침 여섯 시에 침대에서 일어났다. 배가 너무 고팠기에 조용히 주방으로 갔다.그리고 언니가 준 반찬을 데우고 쌀을 찾았는데 빵과 우유를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없었다.일어나서 밖으로 나온 배준우는 식탁에서 아침을 먹는 고은영을 보고 저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렸다.고은영은 그를 보자마자 바짝 긴장한 자세로 자리에서 일어섰다.“대표님, 좋은 아침이에요.”배준우는 다가가서 온통 고기반찬인 식탁을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아침부터 이렇게 기름지게 먹어?”“언니가 준 반찬이라 버리기 아까워서요.”고은영이 말했다.그녀는 어릴 때부터 힘들게 자라서 그런지 음식을 버리는 습관이 없었다.매번 고은지가 반찬을 싸주면 변질해서 버리게 될까 봐 최대한 빨리 먹었다.이번에도 고은지는 하루 세끼 먹을 정도의 양을 싸주었다.배준우가 계속 밥상을 바라보고 있자 고은영이 물었다.“대표님도 좀 드실래요?”배준우는 고개를 흔들었다.“계란후라이 반숙 하나랑 빵, 그리고 따뜻한 우유 좀 부탁해.”고은영의 입가에 경련이 일었다.‘이런 건 해본 적 없는데.’하지만 아침이라 그런지 유난히 짜증이 많아 보이는 배준우를 보자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배준우는 씻으러 안으로 들어갔다.고은영은 최신형 전자제품들을 보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망설였다.하지만 배준우에게 사용법을 물어볼 수는 없었기에 인터넷으로 검색했다.여차여차 전자제품 사용법은 익혔지만 평소에 요리를 별로 해본 적 없는 그녀였기에 서툴기만 했다.결국 배준우는 씻고 나오면서 주방에서 풍기는 탄 냄새에 인상을 찌푸렸다.주방으로 가보니 고은영이 서투른 솜씨로 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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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화

그녀는 어른들 만나는 게 부담스러웠다.진여옥을 보며 시댁이 얼마나 까다로운지 알게 된 고은영이었다.하지만 배준우와 계약결혼을 하려면 어쨌든 부모님을 만나긴 해야 했다.재벌가 후계자들은 결혼에 대해 생각이 없는 경우가 많은데 집안 어르신들은 그렇게 재촉한다고 들었다.평소에 회사에서 막강한 권력을 누리는 배준우도 집에서는 결혼 재촉에 시달린다고 생각하니 조금 놀라웠다.“그렇다고 볼 수 있지.”배준우가 말했다.그렇다고 보는 게 아니라 원래 그런 거 아닌가?고은영은 말없이 식사에 전념했다. 사실 그녀는 약간의 결벽증이 있었다.어릴 때 계모가 서정우가 먹다 남긴 음식을 준 적이 많았는데 그때마다 역겹다고 생각했다.그런데 배준우가 먹던 걸 먹는데 그다지 거부감은 느껴지지 않았다.계란후라이와 토스트가 너무 맛있어서 그런가?“요리 뭐 할 줄 알아?”거의 식사가 끝날 때쯤 배준우가 물었다.“라면이요.”“더 없어?”“칼국수, 감자조림, 감자튀김, 감자볶음….”배준우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평소에 면식이랑 감자만 먹고 살았나?’사실 고은영이 면식이나 감자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생활이 어렵다 보니 밀가루 음식이나 감자가 주식이었다.어렸을 때부터 이런 것만 먹고 자라서 할 줄 아는 것도 이게 전부였다.“그럼 내일 아침부터는 국수 먹자.”배준우가 말했다.고은영은 어깨를 움찔했지만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네.”비록 어제 같은 지붕 아래서 밤을 보내기는 했지만 배준우를 대하기 어려운 건 여전했다.식사가 끝난 뒤, 두 사람은 함께 구청으로 갔다.혼인신고서에 사인하기 전 고은영은 배준우를 빤히 쳐다보았다.배준우가 물었다.“왜 그래?”“먼저 계약서라도 써야 하지 않나요?”“내가 사기라도 칠까 봐 그래?”무슨 도살장에 끌려가는 눈빛으로 자신을 보는 그녀를 보자 배준우는 기분이 상했다.고은영은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아침부터 지금까지 배준우는 계약서에 관한 이야기는 일절 꺼내지 않았다.먼저 이야기해서 기분이 나쁜 걸까?구청에서 나온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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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화

약간 비위가 상한듯한 말투에 고은영은 숨이 막혔다.또 뭐가 마음에 안 들어서 저러는 걸까?배준우는 신호등을 지나서 길가에 차를 세웠다.고은영은 도망치듯이 차에서 내렸다.배준우는 놀란 토끼마냥 도망가는 뒷모습을 보고 기분이 상했다.‘내가 잡아먹어? 왜 저렇게 나를 무서워하지?’회사로 돌아온 고은영은 곧장 나태웅의 사무실로 직행했다.계약서를 작성하자는 그녀의 말에 나태웅이 정색하며 그녀에게 말했다.“서면 계약서는 안 돼.”“네? 왜요?”고은영은 이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서면 계약서를 써야 계약이 유효한 거 아닌가?서면 계약서도 없이 나중에 논란이 생기면 어떻게 해명하려고?나태웅은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자신의 검은색 안경을 치켜올리며 말했다.“계약서를 썼다가 유출이라도 되면 나중에 더 곤란해질 거야.”고은영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나태웅이 계속해서 말했다.“계약서 유출로 생길 곤란한 상황을 대비해서 서면 계약서는 써줄 수 없어.”“두 사람 이혼할 때 대표님이 보수로 200억을 챙겨주실 거야.”200억?고은영은 순간 숨이 멎었다. 평생 만져보지 못한 금액이었다.그녀의 현재 월급은 세금 떼고 400만원이 조금 넘었다. 그리고 부업으로 벌어들인 돈이 40만원 정도. 얼마나 일을 열심히 해야 저 금액을 벌 수 있을까?고은영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럼 그냥 계약서 쓰죠? 저 절대 누구한테도 이야기하지 않을게요!”200억이라니!만약 배준우가 마음이 변해서 안 주기라도 하면?게다가 계약결혼이라면 당연히 기한이 있어야 한다. 계약기간이 끝나면 고은영도 부자가 되는 것이다.고은영의 눈에 약간 욕망이 번뜩였다.나태웅이 정색하며 말했다.“만일의 경우를 대비해서 그건 안 돼.”“정말 안 돼요?”“안 돼!”고은영은 울고 싶어졌다.서면 계약서도 없는 계약결혼이라니! 그것도 200억이 걸린 계약인데.배준우가 변심해서 그 돈을 안 준다고 해도 어디 가서 하소연할 수 없었다.나태웅이 신경질적으로 물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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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화

고은영의 입가에 다시 경련이 일었다. 그런 곳은 도대체 언제 생긴 거지?하지만 200억을 위해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고은영은 약간 긴장한 표정으로 배준우를 바라봤다.그 모습을 본 배준우가 물었다.“왜?”“그게… 조금전에 나 실장님은 서면 계약서를 못 만든다고 하시더라고요.”“이유는 나 실장이 설명했겠지?”“네. 그냥 확인하고 싶은 게 있어서요. 일 끝나고 보수로 200억 준다는 게 사실이에요?”고은영은 거의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물었다.배준우 같은 부자 앞에서 돈 얘기를 하는 게 속물처럼 보이겠지만 어쩔 수 없었다.나태웅의 말을 못 믿는 건 아니지만 그는 그냥 비서실장이고 동영그룹에서 발언권을 가진 사람은 배준우였다.금액이 금액인지라 고은영은 확실히 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배준우가 인상을 쓰며 물었다.“금액이 적어서 그래?”“아, 그건 아니고요! 그냥 확실히 해두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당연히 적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 많아서 현실감이 떨어졌다.고은영은 쑥스러운 표정으로 그의 눈치를 살폈다.배준우는 겁 많은 고 비서가 발칙하게 그의 앞에서 돈 얘기를 먼저 꺼낸 것이 놀라웠다.그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사실이야. 그리고 매달 따로 1000만 원씩 계좌에 입금할 거야.”고은영은 화들짝 놀라며 되물었다.“진짜요?”“지금 내 말 의심해?”“아니요? 그럼 회사 월급은요?”고은영의 눈에서 희열이 차올랐다.배준우는 눈까지 반짝이는 그녀를 보자 웃음이 나왔다.“월급은 정상적으로 지급하지!”매달 1000만 원 보너스에 월급도 정상 지급이면 매달 받는 돈이 1400만원이었다.더 이상 집대출 때문에 전전긍긍할 필요가 없었다.고은영은 거대한 금액 앞에 잠시 배준우에 대한 두려움도 잊은듯했다.배준우는 평소에 월급을 적게 준 것도 아닌데 돈 앞에서 좋아 어쩔 줄 몰라하는 그녀를 보자 어처구니가 없었다.하지만 만약 그가 그녀의 어린 시절이 어땠는지 알았더라면 아마 이런 그녀를 이해했을 것이다.고은영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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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화

어젯밤에도 단단히 당부했지만 사실상 안지영은 어제 밤새 잠이 오지 않았다.배준우의 행보로 보아 그들의 계약결혼은 동거를 전제로 하는 게 분명했다.순진해 빠진 고은영이 언제 자신들의 비밀을 전부 털어놓을지 안심할 수 없었다.“몰라. 하지만 그 뒤로 더 이상 그날 밤 얘기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어. 아마 괜찮을 거야.”“만약에 대표님이 물어보면?”안지영이 씩씩거리며 되물었다.고은영은 멍한 표정으로 친구를 바라보았다.“내가 어제 말한 거 다 잊었어?”“뭐를?”“내가 어제 말했잖아. 그날 밤 얘기가 나오면 최대한 빨리 화제를 돌리라고!”그 얘기를 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위험했다.고은영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알았어. 주의할게.”“바로 당장 화제를 돌릴 자신 있어?”“아니 없어.”고은영은 솔직하게 대답했다.배준우 같은 능구렁이 앞에서 일부러 화제를 돌리려는 낌새를 보인다면 바로 눈치챌지도 모른다.안지영의 불안감은 점점 심해지고 있었다.예전에는 낮에만 배준우를 상대하면 되었지만 지금은 밤에도 그와 같은 공간에서 보내야 한다.밤에는 사람이 감성적으로 변해서 가장 실수하기 좋은 시간이었다.안지영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우리 가문의 운명이 네 손에 달렸구나!”두 사람이 이미 결혼한 이상 운명에 맡길 수밖에 없었다.고은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혹시 들통나더라도 절대 너한테 피해가 가지 않게 할게.”그게 네 맘대로 되겠어?배준우는 끝까지 사건의 경과를 파고드는 성격이었다. 고은영을 2년이나 옆에서 지켜봤으니 그녀의 능력이 어디까지인지는 그가 가장 잘 알 것이다.영상 파괴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사한다면 공범이 있다는 게 밝혀지는 건 시간문제였다.고은영은 대범하게 그런 짓을 벌일만한 능력이 없었으니까.안지영은 생각만 하면 한숨이 나왔다.결국 그녀는 또 한바탕 고은영에게 잔소리를 늘어놓았다.기분이 좋았던 고은영은 그녀가 뭐라고 하든 흔쾌히 받아들였다.안지영이 어처구니 없는 얼굴로 물었다.“너 오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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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화

고은영은 시간을 확인하고는 차분하게 말했다.“김 비서님이 직접 가셔야겠는데요?”같은 비서실이라도 각자 맡은 업무는 스스로 처리하는 게 원칙이었다.그리고 그녀와 김연화는 업무 상 접점이 없었다.“난 이따가 배 대표님이 회의 들어가실 때 같이 들어가기로 했어요. 시급한 사안이에요.”옆자리에 앉은 민초희가 인상을 쓰며 자리에서 일어섰다.“그건 제가 갈게요.”배준우가 회의 들어갈 때 항상 고은영이 같이 들어갔는데 김연화가 언제 대표와 회의를 같이 들어갔다고 저럴까?고은영은 배준우의 사무실에 시선을 돌렸지만 블라인드 커튼이 쳐져 있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김연화가 인상을 쓰며 말했다.“왜요? 내 말 못 믿겠으면 대표님한테 가서 확인해 보면 되잖아요.”고은영은 시선을 거두고 자리에서 일어섰다.“알았어요. 제가 갈게요.”평소에는 그럭저럭 잘 지냈다고 생각했는데 비서실장 자리가 난다는 얘기가 돌아서 신경전이 벌써 시작된 것 같았다.김연화는 고맙다는 인사도 없이 자리를 떴다.민초희가 다가와서 말했다.“은영 씨는 대표님 직속 비서잖아요. 김 비서는 뭘 믿고 은영 씨한테 명령하는지 모르겠어요. 그거 저 주세요.”“제가 갈게요.”고은영이 웃으며 말했다.배준우가 30분 뒤 회의에 김연화를 데리고 들어가기로 했다면 벌써 비서실장으로 그녀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게 분명했다.그리고 배준우는 예전에 그녀에게 실력을 좀 더 늘려야겠다는 식의 말을 했으니 고은영은 자신은 승진할 기회가 거의 없다고 생각했다.그러니 나태웅의 뒤를 잇는 사람은 김연화가 될 것이다.민초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럼 빨리 갔다와요.”대표실 직속 비서가 자리를 비우면 배준우가 또 성질을 부릴지도 모른다.고은영은 일단 명성에 서류를 전달한 뒤, 오는 길에 마트에 들러 식자재를 구매하기로 했다.그런데 그녀가 자리를 뜨자마자 배준우에게서 내선전화가 걸려왔고 민초희가 받았다.고은영의 목소리가 아닌 것을 눈치챈 배준우가 굳은 어투로 물었다.“고 비서는?”“김 비서가 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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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화

하지만 지금은 입장이 달라졌다. 나태웅이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그건 대표님이 가장 잘 아시겠죠. 대표님이 남편이시잖아요!”보스의 사모님이나 되는 사람을 누가 감히 함부로 부릴 수 있을까?그런데 아침에 혼인신고까지 하고 온 사람이 어딜 사라진 거지?배준우가 담배를 꺼내며 차갑게 말했다.“명성에 서류 전달하러 갔어!”그 말을 들은 나태웅은 가슴이 철렁했다.“고 비서가 명성에 갔다고?”명성 지사에는 변태로 소문난 장 사장이 있어 김연화도 매번 거기 가기 싫어했다.고은영은 장 사장에 대해 아무것도 모를 텐데 혹시 갔다가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배준우가 음침한 얼굴로 말했다.“명성 지사 담당이 누구지?”나태웅은 순간 눈앞이 아찔했다.‘김연화 이 멍청한….’그는 다급히 자리에서 일어섰다.“지금 처리할게.”말을 마친 그는 부랴부랴 사무실을 나서며 고은영에게 전화를 걸었다.고은영은 가는 길에 음료수 하나 구매하려고 슈퍼에 가다 나태웅의 전화를 받았다.“고 비서 지금 어디야?”“아직 버스 타기 전이예요. 30분 정도 뒤에 명성에 도착할 것 같아요.”나태웅은 그 말을 듣고 안도의 숨을 내쉬며 말했다.“안 갔으면 됐어. 당장 회사로 복귀해!”“네?”“당장 복귀해. 대표님이 찾으셔!”고은영은 순간 어이가 없었다.회의에는 김연화가 같이 들어가는 거 아니었나? 또 무슨 일로 찾으시지?불만이 많았지만 결국 그녀는 알겠다고 할 수밖에 없었다.전화를 끊은 고은영은 곧장 회사로 돌아갔다.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민초희가 그녀에게 의미심장한 눈빛을 보냈다.김연화는 배준우가 회의 들어가는 시간에 맞춰서 비서실로 복귀했다.서류를 들고 있는 고은영을 보자 그녀는 굳은 얼굴로 따지듯 물었다.“아직도 안 갔어요?”“그게….”“일 지체되면 고 비서가 책임질 거예요?”김연화는 시간을 확인하며 짜증을 부렸다.소리를 들은 나태웅이 음침한 얼굴로 사무실에서 나왔다.“김연화 씨.”나태웅의 목소리를 들은 김연화는 언제 그랬냐는 듯 해맑은 표정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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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화

나태웅은 안타까운 시선으로 김연화를 바라보며 말했다.“김 비서는 다 좋은데 성격이 너무 급한 게 문제야!”조금만 차분하게 일을 처리했더라면 오늘 같은 상황은 오지 않았을 것이다.조급해진 김연화는 계속 죄송하다고 사과했지만 나태웅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외근을 마치고 돌아온 정유비는 한창 혼나는 김연화를 보고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었다.훈계를 마친 뒤, 나태웅이 말했다.“앞으로 고은영 씨는 대표님이 직접 지시한 업무만 진행할 거야. 다른 업무는 자네들이 알아서 분담해!”알아서 분담하라니?그 말은, 그들이 고은영이 원래 하던 몫까지 완성해야 한다는 의미였다.“정 비서, 따라와!”나태웅은 그 말을 끝으로 차갑게 등을 돌렸다.빨리 발견해서 다행이지 만약 고은영이 명성에서 나쁜 일을 당했다면 배준우는 비서실 전체를 상대로 칼춤을 출 게 분명했다.나태웅은 배준우가 시골 처녀 고은영을 왜 이렇게까지 감싸고 도는지 가끔 이해를 할 수 없었다.신원조사도 해봤지만 두 사람은 과거에 접점이 없었다. 어떻게 된 거지?정유비는 김연화의 옆을 지나치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김연화는 화가 울컥 치밀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정유비가 나태웅의 사무실로 들어가자 김연화는 민초희한테 화풀이했다.“뭘 그렇게 봐요?”민초희는 상대하기 싫었기에 조용히 시선을 거두고 할 일을 했다.김연화는 정유비한테 밀렸다는 생각에 울화가 치밀었다. 그녀는 명성 서류를 다시 민초희한테 던지며 말했다.“민 비서가 이거 전달해요.”민초희는 냉랭한 말투로 대꾸했다.“나 실장님 말씀하신 거 못 들었어요? 고 비서님 업무 대신해야 해서 시간 없거든요? 김 비서님 일은 김 비서님이 직접 하세요!”“이게….”김연화는 화가 나서 미칠 것 같았다.동영그룹에서 5년이나 일했지만 이런 상황은 처음이었다. 실력이 워낙 출중했기에 다른 부서 상사들도 그녀만 떠받들었다.민초희가 말했다.“비서실에서 비서실장 후임을 뽑겠다고 말했지 김 비서님이라고 꼭 집어 말한 적은 없잖아요!”하지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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