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에도 단단히 당부했지만 사실상 안지영은 어제 밤새 잠이 오지 않았다.배준우의 행보로 보아 그들의 계약결혼은 동거를 전제로 하는 게 분명했다.순진해 빠진 고은영이 언제 자신들의 비밀을 전부 털어놓을지 안심할 수 없었다.“몰라. 하지만 그 뒤로 더 이상 그날 밤 얘기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어. 아마 괜찮을 거야.”“만약에 대표님이 물어보면?”안지영이 씩씩거리며 되물었다.고은영은 멍한 표정으로 친구를 바라보았다.“내가 어제 말한 거 다 잊었어?”“뭐를?”“내가 어제 말했잖아. 그날 밤 얘기가 나오면 최대한 빨리 화제를 돌리라고!”그 얘기를 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위험했다.고은영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알았어. 주의할게.”“바로 당장 화제를 돌릴 자신 있어?”“아니 없어.”고은영은 솔직하게 대답했다.배준우 같은 능구렁이 앞에서 일부러 화제를 돌리려는 낌새를 보인다면 바로 눈치챌지도 모른다.안지영의 불안감은 점점 심해지고 있었다.예전에는 낮에만 배준우를 상대하면 되었지만 지금은 밤에도 그와 같은 공간에서 보내야 한다.밤에는 사람이 감성적으로 변해서 가장 실수하기 좋은 시간이었다.안지영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우리 가문의 운명이 네 손에 달렸구나!”두 사람이 이미 결혼한 이상 운명에 맡길 수밖에 없었다.고은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혹시 들통나더라도 절대 너한테 피해가 가지 않게 할게.”그게 네 맘대로 되겠어?배준우는 끝까지 사건의 경과를 파고드는 성격이었다. 고은영을 2년이나 옆에서 지켜봤으니 그녀의 능력이 어디까지인지는 그가 가장 잘 알 것이다.영상 파괴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사한다면 공범이 있다는 게 밝혀지는 건 시간문제였다.고은영은 대범하게 그런 짓을 벌일만한 능력이 없었으니까.안지영은 생각만 하면 한숨이 나왔다.결국 그녀는 또 한바탕 고은영에게 잔소리를 늘어놓았다.기분이 좋았던 고은영은 그녀가 뭐라고 하든 흔쾌히 받아들였다.안지영이 어처구니 없는 얼굴로 물었다.“너 오늘
고은영은 시간을 확인하고는 차분하게 말했다.“김 비서님이 직접 가셔야겠는데요?”같은 비서실이라도 각자 맡은 업무는 스스로 처리하는 게 원칙이었다.그리고 그녀와 김연화는 업무 상 접점이 없었다.“난 이따가 배 대표님이 회의 들어가실 때 같이 들어가기로 했어요. 시급한 사안이에요.”옆자리에 앉은 민초희가 인상을 쓰며 자리에서 일어섰다.“그건 제가 갈게요.”배준우가 회의 들어갈 때 항상 고은영이 같이 들어갔는데 김연화가 언제 대표와 회의를 같이 들어갔다고 저럴까?고은영은 배준우의 사무실에 시선을 돌렸지만 블라인드 커튼이 쳐져 있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김연화가 인상을 쓰며 말했다.“왜요? 내 말 못 믿겠으면 대표님한테 가서 확인해 보면 되잖아요.”고은영은 시선을 거두고 자리에서 일어섰다.“알았어요. 제가 갈게요.”평소에는 그럭저럭 잘 지냈다고 생각했는데 비서실장 자리가 난다는 얘기가 돌아서 신경전이 벌써 시작된 것 같았다.김연화는 고맙다는 인사도 없이 자리를 떴다.민초희가 다가와서 말했다.“은영 씨는 대표님 직속 비서잖아요. 김 비서는 뭘 믿고 은영 씨한테 명령하는지 모르겠어요. 그거 저 주세요.”“제가 갈게요.”고은영이 웃으며 말했다.배준우가 30분 뒤 회의에 김연화를 데리고 들어가기로 했다면 벌써 비서실장으로 그녀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게 분명했다.그리고 배준우는 예전에 그녀에게 실력을 좀 더 늘려야겠다는 식의 말을 했으니 고은영은 자신은 승진할 기회가 거의 없다고 생각했다.그러니 나태웅의 뒤를 잇는 사람은 김연화가 될 것이다.민초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럼 빨리 갔다와요.”대표실 직속 비서가 자리를 비우면 배준우가 또 성질을 부릴지도 모른다.고은영은 일단 명성에 서류를 전달한 뒤, 오는 길에 마트에 들러 식자재를 구매하기로 했다.그런데 그녀가 자리를 뜨자마자 배준우에게서 내선전화가 걸려왔고 민초희가 받았다.고은영의 목소리가 아닌 것을 눈치챈 배준우가 굳은 어투로 물었다.“고 비서는?”“김 비서가 고
하지만 지금은 입장이 달라졌다. 나태웅이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그건 대표님이 가장 잘 아시겠죠. 대표님이 남편이시잖아요!”보스의 사모님이나 되는 사람을 누가 감히 함부로 부릴 수 있을까?그런데 아침에 혼인신고까지 하고 온 사람이 어딜 사라진 거지?배준우가 담배를 꺼내며 차갑게 말했다.“명성에 서류 전달하러 갔어!”그 말을 들은 나태웅은 가슴이 철렁했다.“고 비서가 명성에 갔다고?”명성 지사에는 변태로 소문난 장 사장이 있어 김연화도 매번 거기 가기 싫어했다.고은영은 장 사장에 대해 아무것도 모를 텐데 혹시 갔다가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배준우가 음침한 얼굴로 말했다.“명성 지사 담당이 누구지?”나태웅은 순간 눈앞이 아찔했다.‘김연화 이 멍청한….’그는 다급히 자리에서 일어섰다.“지금 처리할게.”말을 마친 그는 부랴부랴 사무실을 나서며 고은영에게 전화를 걸었다.고은영은 가는 길에 음료수 하나 구매하려고 슈퍼에 가다 나태웅의 전화를 받았다.“고 비서 지금 어디야?”“아직 버스 타기 전이예요. 30분 정도 뒤에 명성에 도착할 것 같아요.”나태웅은 그 말을 듣고 안도의 숨을 내쉬며 말했다.“안 갔으면 됐어. 당장 회사로 복귀해!”“네?”“당장 복귀해. 대표님이 찾으셔!”고은영은 순간 어이가 없었다.회의에는 김연화가 같이 들어가는 거 아니었나? 또 무슨 일로 찾으시지?불만이 많았지만 결국 그녀는 알겠다고 할 수밖에 없었다.전화를 끊은 고은영은 곧장 회사로 돌아갔다.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민초희가 그녀에게 의미심장한 눈빛을 보냈다.김연화는 배준우가 회의 들어가는 시간에 맞춰서 비서실로 복귀했다.서류를 들고 있는 고은영을 보자 그녀는 굳은 얼굴로 따지듯 물었다.“아직도 안 갔어요?”“그게….”“일 지체되면 고 비서가 책임질 거예요?”김연화는 시간을 확인하며 짜증을 부렸다.소리를 들은 나태웅이 음침한 얼굴로 사무실에서 나왔다.“김연화 씨.”나태웅의 목소리를 들은 김연화는 언제 그랬냐는 듯 해맑은 표정
나태웅은 안타까운 시선으로 김연화를 바라보며 말했다.“김 비서는 다 좋은데 성격이 너무 급한 게 문제야!”조금만 차분하게 일을 처리했더라면 오늘 같은 상황은 오지 않았을 것이다.조급해진 김연화는 계속 죄송하다고 사과했지만 나태웅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외근을 마치고 돌아온 정유비는 한창 혼나는 김연화를 보고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었다.훈계를 마친 뒤, 나태웅이 말했다.“앞으로 고은영 씨는 대표님이 직접 지시한 업무만 진행할 거야. 다른 업무는 자네들이 알아서 분담해!”알아서 분담하라니?그 말은, 그들이 고은영이 원래 하던 몫까지 완성해야 한다는 의미였다.“정 비서, 따라와!”나태웅은 그 말을 끝으로 차갑게 등을 돌렸다.빨리 발견해서 다행이지 만약 고은영이 명성에서 나쁜 일을 당했다면 배준우는 비서실 전체를 상대로 칼춤을 출 게 분명했다.나태웅은 배준우가 시골 처녀 고은영을 왜 이렇게까지 감싸고 도는지 가끔 이해를 할 수 없었다.신원조사도 해봤지만 두 사람은 과거에 접점이 없었다. 어떻게 된 거지?정유비는 김연화의 옆을 지나치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김연화는 화가 울컥 치밀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정유비가 나태웅의 사무실로 들어가자 김연화는 민초희한테 화풀이했다.“뭘 그렇게 봐요?”민초희는 상대하기 싫었기에 조용히 시선을 거두고 할 일을 했다.김연화는 정유비한테 밀렸다는 생각에 울화가 치밀었다. 그녀는 명성 서류를 다시 민초희한테 던지며 말했다.“민 비서가 이거 전달해요.”민초희는 냉랭한 말투로 대꾸했다.“나 실장님 말씀하신 거 못 들었어요? 고 비서님 업무 대신해야 해서 시간 없거든요? 김 비서님 일은 김 비서님이 직접 하세요!”“이게….”김연화는 화가 나서 미칠 것 같았다.동영그룹에서 5년이나 일했지만 이런 상황은 처음이었다. 실력이 워낙 출중했기에 다른 부서 상사들도 그녀만 떠받들었다.민초희가 말했다.“비서실에서 비서실장 후임을 뽑겠다고 말했지 김 비서님이라고 꼭 집어 말한 적은 없잖아요!”하지만
배 대표님 맞아?억대의 프로젝트 회의를 하고 있는중에, 지금 여기서 사생활에 대해 묻고 있다고!?민초희와 재무 경리는 눈을 마주치고, 서로의 눈에 스치는 경악을 보게 됐다!두 사람은 배준우가 크게 화를 내며 고은영을 멍청하다고 욕할 줄 알았다.그런데, 순간 배준우의 말투에 부드러움이 추가됐다.“다 사면 들 수 있어?”민초희.“…….”재무 관리자.“…….”두 사람은 심장이 움츠러들고 곧이어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저 사람이 정말 고비서 맞아?별거 아닌…… 비서!?고은영은 자신이 들 수 있다고 하더니 부엌에 아무것도 없지 않냐고 다시 물었다.배준우는 그녀에게 일단 조금만 사라고 말했다. 그녀가 다 들지 못할 까 봐 걱정하는 둣했다. 회의실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멀리 떨어져 앉아 전화 내용을 제대로 듣지 못해 모두 배준우에게 전화를 건 사람이 도대체 누구인지 추측하고 있었다.배 대표의 이런 부드러운 모습을 보게 되다니!방금 전화 너머의 대상을 향한 배준우의 말투는 이전에 모두가 보지 못했던 부드러운 말투였다.민초희과 재무 매니저는 특히 더욱 큰 충격에 빠졌다. 이전에 배준우는 고은영에게 엄청 사납게 굴어 고은영도 그를 무서워했다…….그러나 이 통화에서 두 사람의 관계가 그들이 보는 것만큼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었다.아무튼 사장님과 비서 그런 사이는 아닌 것 같았다.배준우가 전화를 끊자 표정이 다시 차가워졌다. 방금 전의 부드러움은 착각인 듯 그의 무거운 목소리만 들렸다.“계속해.”모든 사람들이 순간 정신을 차리고 다시 회의를 시작했다.슈퍼마켓에서 물건을 사는 고은영은 자신이 방금 도대체 무슨 놀라운 일을 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그녀는 통 밀가루 한 봉지, 국수, 양념 몇 개를 사고, 야채 코너에 가서 녹색 야채를 골라서 샀고, 양념은 모두 소포장된 것으로 골랐다.비록 그녀가 고른 것은 작은 포장들 이었지만, 양이 많아서 계산할 때는 한 봉지 가득이었다.생각보다 들기에 무거웠다!어려서부터 농사일을 하던 그녀는
배준우는 미간을 찌푸렸다.“이게 무슨 국수야?”“야채 국수예요.”고은영이 진지하게 말했다.배준우도 야채 국수인 걸 눈치챘다. 면과 녹색 잎 야채가 모두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그러나 그것 외에 다른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기름도 없는 것 같았다. 예상이 맞다면 물국수인 것 같은데?배준우는 앉아서 젓가락을 들고 뒤적거렸으나, 역시 다진 고기조차 없는 간단한 물국수였다.한 입 맛본 배준우는 하마터면 토할 뻔했다.고은영은 그의 표정을 보고 다시 긴장하기 시작했다.“맛, 맛이 없나요?”“소금 말고는 아무맛도 안 나네. ”배준우는 애써 차분하게 말했다.아침에 그녀는 여러 가지 면을 만들 줄 안다고 해서 한 번 맛보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 배준우는 앞으로 고은영의 일에 대해 너무 궁금해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은영은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저희는 예전에 모두 이렇게 만들었어요!”그녀가 밥을 짓는 것을 접하는 유일한 시간, 즉 할머니와 함께 있을 때였다. 할머니는 이렇게 먹으면 건강에 좋다고 줄곧 말하셨다. 그래서 면을 만들 때마다 소금 외에는 거의 아무것도 넣지 않았다.그녀는 요 몇 년 동안 모두 이렇게 먹어와서 이 맛에 익숙해졌지만, 배준우는 처음이었다.이 맛은 그에게 있어서 보통 맛없는 것이 아니었다.“휴…….”결국 한숨을 쉬며 일어나 국수를 들고 주방으로 갔다.고은영은 따라가야 할지 어떡해야 할지 몰랐다.그녀 역시 자신이 잘못한 것 같았지만, 어떻게 해야 맞을지 몰랐다.곧 주방에서 '타닥타닥’ 기름이 튀는 소리가 들렸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의 후각을 자극하는 향기가 퍼졌다.배준우가 다시 나왔을 때, 그 하얀 국수에 토마토 계란 볶음이 추가되었었고, 다진 고기도 볶았져 있었다. 고은영이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고 배준우가 낮게 말했다.“네 건 주방에 있어.”그녀 것도 있다고?그녀는 아까 자신이 먹을 것을 만들지 않았다. 오늘 아침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배 대표와 함께 식사한 적이 없었다.게다가 언니가 싸준 음
이전에 고은영은 점심에 안지영과 함께 식당에 가서 밥을 먹었는데, 오늘은 두 사람을 보지 못했다.다른 부서는 별거 아니지만, 프런트나 비서실 모두 좀 쉬쉬했고, 특히 비서실은 더 그랬다.지금 메인 비서의 자리를 다들 비집어 들어오려고 하는 상황에, 고은영이 오늘 점심에 배 대표님 사무실에서 아직도 나오지 않았다…….이게 무슨 뜻이지?암묵적 관행을 논다고?만약 그렇다면, 그녀는 자멸을 자초하는 것이다. 동영 전체, 심지어 해성까지도 배준우가 미색에 매혹될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지금 전체 비서실에서 고은영이 어떻게 죽을지 보고 있었다…….이 순간 휴게실에서 고은영이 밥을 먹고 졸린 표정을 짓자, 배준우는 그녀를 힐끗 쳐다보았다.“빨리 설거지해!”“알, 알았어요!"고은영은 얼른 정신을 차렸다. 설거지는 마땅히 해야 한다. 이것은 그녀가 아무런 실수 없이 할 수 있었다.배준우는 점심에 자는 습관 있었다.고은영이 작은 주방을 정리하고 나오자 배준우가 이미 홈웨어로 갈아입고 침대에서 잠들어 있는 것을 보았다.두 눈동자를 꼭 감고 있어 평상시 일 할 때의 날카로움은 사라지고 조용한 가운데 특유의 온순함이 묻어났다.고은영은 살금살금 다가가서 담요를 집어 들고 그에게 덮어주었다.그러나 일어나면서 긴 머리카락이 어디에 걸렸는지 모르게 당겨지자 그녀는 '스읍…….'하고 차가운 숨을 한 번 들이마시더니, 발 밑의 중심을 잡지 못하고 그대로 배준우의 몸 위로 넘어졌다.고은영. “…….”머리가 '윙' 하는 소리와 함께 터져버렸다!'망했다!'라는 세 글자만 스쳐 지나갔다.그녀는 이번에 정말 끝장났다고 생각했다. 몸 아래 있는 남자는 숨이 조금 답답했다고 느끼자 움찔거렸다. 고은영은 그가 깨어났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눈을 감고 얼른 배준우의 몸 위에서 일어나려고 했지만, 머리카락은 여전히 걸려 있어, 그녀는 아픈 느낌에 다시 배준우의 품속으로 넘어졌다.고은영의 세계는 이미 완전히 공백과 혼란으로 가득 찼고, 산소 부족으로 인해 숨이 막
“스읍”하고 고은영은 찬 공기를 들이마셨고, 머리카락도 순간 성공적으로 풀렸다.걸렸던 한 줄은 선명하게 짧아졌는데, 분명히 배준우에 의해 끊겨졌을 것이다.고은영이 반응도 하기 전에 배준우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내 방에서 나가!”고은영은 깜짝 놀라 그를 쳐다보지도 못하고, 크게 숨도 못 쉬고 재빨리 뛰쳐나갔다.대표 사무실 문을 나서고, 그녀는 자신의 등과 이마가 온통 식은땀으로 뒤범벅된 것을 발견했다.민초희, 정유비 그리고 김연화 모두 돌아온 그녀를 보는 표정이 각양각색이었다.특히 김연화와 정유비 두 사람이 고은영을 보는 눈빛은 더욱 하찮았다!그녀의 창백한 낯빛을 보면, 그녀가 배 대표를 꼬시는데 실패하고 곧 동영에서 쫓겨날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은영 자신도 오늘 틀림없이 쫓겨날 것이라고 생각했다."은영 씨 괜찮아요?"민초희는 그녀 옆에 와서 물 한 잔을 건넸다.그녀는 회의실에서 배준우의 그 통화내용을 직접 들었고, 고은영과 배준우의 관계가 그녀가 생각하는 것과 다르다고 생각했다.고은영은 놀란 심장이 아직 제자리에 돌아오지 못한 채, 민초희를 바라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저는 괜찮아요, 고마워요!"말하면서 서둘러 회사를 뛰쳐나갔다.고은영이 회사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은 바로 안지영이다.얼른 휴대폰을 꺼내 안지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안지영은 지금 기숙사에서 쉬고 있었는데 그녀의 번호를 보고 심장이 움츠러들었다."너 또 무슨 일이야?"분명히 안지영이 보기에, 고은영이 지금 그녀에게 전화하면 틀림없이 사정이 있는 것이다.고은영은 울음을 터뜨릴 듯한 말투로 말했다.“지영아, 내 높은 연봉이 없어질 것 같아!""아니, 너 이거……."안지영은 너무 어이가 없었다.고은영은 언제 어디서나 이런저런 상황이 벌어지는 것 같은데 아이는 도대체 어떻게 지금까지 살아왔을까?특히 그녀에게 그런 엄마가 있다니, 정말 쉽지 않아!"기다려!"고은영이 우물쭈물하며 분명하게 말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 안지영은 조급하게 한마디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