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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화

고은영은 시간을 확인하고는 차분하게 말했다.

“김 비서님이 직접 가셔야겠는데요?”

같은 비서실이라도 각자 맡은 업무는 스스로 처리하는 게 원칙이었다.

그리고 그녀와 김연화는 업무 상 접점이 없었다.

“난 이따가 배 대표님이 회의 들어가실 때 같이 들어가기로 했어요. 시급한 사안이에요.”

옆자리에 앉은 민초희가 인상을 쓰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건 제가 갈게요.”

배준우가 회의 들어갈 때 항상 고은영이 같이 들어갔는데 김연화가 언제 대표와 회의를 같이 들어갔다고 저럴까?

고은영은 배준우의 사무실에 시선을 돌렸지만 블라인드 커튼이 쳐져 있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김연화가 인상을 쓰며 말했다.

“왜요? 내 말 못 믿겠으면 대표님한테 가서 확인해 보면 되잖아요.”

고은영은 시선을 거두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알았어요. 제가 갈게요.”

평소에는 그럭저럭 잘 지냈다고 생각했는데 비서실장 자리가 난다는 얘기가 돌아서 신경전이 벌써 시작된 것 같았다.

김연화는 고맙다는 인사도 없이 자리를 떴다.

민초희가 다가와서 말했다.

“은영 씨는 대표님 직속 비서잖아요. 김 비서는 뭘 믿고 은영 씨한테 명령하는지 모르겠어요. 그거 저 주세요.”

“제가 갈게요.”

고은영이 웃으며 말했다.

배준우가 30분 뒤 회의에 김연화를 데리고 들어가기로 했다면 벌써 비서실장으로 그녀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게 분명했다.

그리고 배준우는 예전에 그녀에게 실력을 좀 더 늘려야겠다는 식의 말을 했으니 고은영은 자신은 승진할 기회가 거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나태웅의 뒤를 잇는 사람은 김연화가 될 것이다.

민초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빨리 갔다와요.”

대표실 직속 비서가 자리를 비우면 배준우가 또 성질을 부릴지도 모른다.

고은영은 일단 명성에 서류를 전달한 뒤, 오는 길에 마트에 들러 식자재를 구매하기로 했다.

그런데 그녀가 자리를 뜨자마자 배준우에게서 내선전화가 걸려왔고 민초희가 받았다.

고은영의 목소리가 아닌 것을 눈치챈 배준우가 굳은 어투로 물었다.

“고 비서는?”

“김 비서가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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