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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화

작가: 송언희
이날 밤, 안지영은 고은영에게 많은 이야기를 했다.

하루아침에 배준우와 같은 집에서 동거하게 된 고은영이 너무 안쓰러우면서도 걱정됐다.

고은영이 졸음을 버티지 못하고 잠든 뒤에야 그녀는 잔소리를 멈추었다.

그날 밤, 고은영은 깊게 잠들지 못했다. 낯선 환경이라 그런지, 아니면 너무 긴장해서 그런지 중간에 몇 번이나 깨고 잠들고를 반복했다.

결국 그녀는 아침 여섯 시에 침대에서 일어났다. 배가 너무 고팠기에 조용히 주방으로 갔다.

그리고 언니가 준 반찬을 데우고 쌀을 찾았는데 빵과 우유를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일어나서 밖으로 나온 배준우는 식탁에서 아침을 먹는 고은영을 보고 저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렸다.

고은영은 그를 보자마자 바짝 긴장한 자세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대표님, 좋은 아침이에요.”

배준우는 다가가서 온통 고기반찬인 식탁을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

“아침부터 이렇게 기름지게 먹어?”

“언니가 준 반찬이라 버리기 아까워서요.”

고은영이 말했다.

그녀는 어릴 때부터 힘들게 자라서 그런지 음식을 버리는 습관이 없었다.

매번 고은지가 반찬을 싸주면 변질해서 버리게 될까 봐 최대한 빨리 먹었다.

이번에도 고은지는 하루 세끼 먹을 정도의 양을 싸주었다.

배준우가 계속 밥상을 바라보고 있자 고은영이 물었다.

“대표님도 좀 드실래요?”

배준우는 고개를 흔들었다.

“계란후라이 반숙 하나랑 빵, 그리고 따뜻한 우유 좀 부탁해.”

고은영의 입가에 경련이 일었다.

‘이런 건 해본 적 없는데.’

하지만 아침이라 그런지 유난히 짜증이 많아 보이는 배준우를 보자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배준우는 씻으러 안으로 들어갔다.

고은영은 최신형 전자제품들을 보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망설였다.

하지만 배준우에게 사용법을 물어볼 수는 없었기에 인터넷으로 검색했다.

여차여차 전자제품 사용법은 익혔지만 평소에 요리를 별로 해본 적 없는 그녀였기에 서툴기만 했다.

결국 배준우는 씻고 나오면서 주방에서 풍기는 탄 냄새에 인상을 찌푸렸다.

주방으로 가보니 고은영이 서투른 솜씨로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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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준우가 다시 침대에서 일어난 시각은 아홉 시 반이었다.아침 일찍 정신을 차렸던 고은영은 배준우 때문에 체력을 소진하여 손가락 하나 까딱하고 싶지 않았다.배준우는 그런 고은영을 안아 들어 품에 안고 물었다.“나랑 같이 회사에 가볼래?”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배준우는 여전히 쌩쌩했다.하루만 떨어져 있어도 안 되니까 말이다.고은영이 투정하듯 얘기했다.“안 갈래요. 흥.”고은영은 정말 피곤했다. 회사에 가면 배준우와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져 이런 상황이 계속될 수도 있다. 고은영은 더 이상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안돼, 무조건 가야 해.”“싫은데...”“내가 옷 갈아입혀 줄게.”고은영의 거절은 거절한 채, 배준우는 고은영을 도와 옷을 갈아입혀 주었다. 배준우가 옷을 갈아입혀 줄 때 고은영은 입을 비죽 내밀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배준우는 그런 고은영의 볼을 아프지 않게 꼬집으면서 말했다.“많이 힘들어?”“정말 엄청 힘들어요.”“어제 그렇게 오래 잤으면서.”“오늘 몇 시간 동안이나 했는지 생각해 봐요!”고은영은 약간 화가 나서 언성을 높였다.배준우는 한번 시작하면 몇 시간이나 고은영을 괴롭혔다. 그러니 체력이 닳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삐진 고은영의 모습을 보면서 배준우는 가볍게 웃었다.두 사람이 내려가고 있을 때, 주방의 고용인은 그릇을 정리하고 있었다. 고은지가 아침을 먹고 떠난 것 같았다.고은영이 집사를 보면서 물었다.“언니는 이미 나간 거예요?”집사가 고개를 끄덕이고 대답했다.“네. 고은지 씨는 오늘부터 출근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그리고?”“나태현 씨가 이따가 오겠다고 하셨습니다.”고은지가 천락 그룹에 출근하러 간 상황에 나태현이 란완 리조트를 찾아온다고?고은영과 배준우가 서로를 마주 보았다.두 사람은 아직도 고은지가 천락 그룹에서 출근하는 것에 대해 이해하지 못했다.그런데 나태현이...“무슨 일인지 몰라요?”고은영이 물었다.“일이 너무 많아서 아직 물어보지 못했어. 이따가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240화

    집사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먼저 주무십쇼. 도련님 일로 걱정하지 마세요.”“시간이 지나서 좀 얌전해진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야.”나태웅을 말하는 것이었다.나태범이 가장 걱정하는 건 바로 나태웅이었다. 얌전히 있을 때는 말을 잘 듣는 편이어서 뿌듯했는데, 성질을 부리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어서 나태범까지 골치 아플 정도니까 말이다....소란스러웠던 밤이 지났다.나태웅은 나태범의 말을 들을 생각이 없었다. 자꾸만 자리를 뜨려하는 나태웅을 보며 나태범의 사람들이 그를 말렸다. 그리고 억지로 거실에 앉아있게 했다....고은영은 어젯밤 킹덤 타운에 찾아가지는 않았지만 이튿날 아침 일어나자마자 안지영에게 전화를 걸었다.안지영은 빠르게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일어났어? 어제 소란이 있었다며? 좀 더 자지 그랬어.”고은영이 물었다.안지영의 목소리를 들어보니 잠결에 깨난 것 같지는 않았다. 일찍 일어난 게 분명하다.“나태웅 때문에 화가 나서 잘 수가 있어야지!”나태웅 때문에 일상이 방해받은 기분이었다.나태웅이 차라리 제 발로 걸어서 감옥에 들어가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다면 안지영도 편하게 살 수 있을 텐데 말이다.“어젯밤 크게 싸운 거야?”“배준우 씨가 안 알려줬어?”“그냥 싸웠다고만 말하던데...”너무 졸려서 다른 건 제대로 듣지 못했다.하지만 싸웠다는 것을 들었기에 깨자마자 안지영에게 전화를 건 것이었다.배준우를 떠올린 안지영은 또 화가 나서 얘기했다.“네 남편 완전 어이없어!”“응?”“나태웅을 도와주러 왔단 말이야! 선명 씨랑도 친구면서, 결국 팔은 안쪽으로 굽는다는 거잖아!”안지영이 화가 나서 소리 질렀다.어제 배준우가 오지 않았다면 일은 그렇게 쉽게 끝나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배준우는 나태웅의 편만 들어주지 않았던가.“팔이 안으로 굽는 게 아니라, 약한 사람을 도와주는 거야.”안지영은 고은영의 말을 듣고 혀를 찼다.“약한 사람이라고? 동정심이 그렇게 많을 줄은 몰랐네. 그럼 나태웅이 뭐 약한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239화

    가장 화가 났던 건 나태범의 태도였다.아버지로서 아들의 잘못을 바로잡아주지는 못할지언정, 참여하는 모습이라니.나태범이 나태웅을 많이 아낀다는 것은 잘 알지만 선을 넘는 모습을 보여줄 줄은 몰랐다. 화가 난 나태현은 바로 자리를 떠나가 버렸다.결국 나태웅과 나태범만 자리에 남았다. 나태범은 화가 나서 앞에 놓인 찻잔을 던져버렸다.“이 쓸모없는 놈!”나태웅은 날아오는 찻잔을 피하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찻물이 뜨겁지 않았다는 것이다. 찻잔은 그대로 굴러 나태웅의 품에 떨어졌다.나태웅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나태범이 이어서 얘기했다.“내가 얘기했지. 안지영은 결국 돌아올 거라고!”“더 늦으면 안 됩니다!”나태웅이 결국 입을 열었다. 그 말을 들은 나태범은 화가 치솟아 그대로 쓰러질 뻔했다.“그렇다고 킹덤 타운에 가? 다른 사람의 영역을 침범하는 건 실책이야.”“장선명도 우리 가문에서 사람을 때린 적이 있잖습니까.”그 말인즉슨, 장선명도 한 짓을 나태웅이 못할 리 없다는 뜻이었다.“그거랑은 다르지. 장선명은 곧 약혼녀를 잃을 거야. 그러니 우리가 너그럽게 이해해 줘야지.”“...”‘너그럽다는 단어를 이런 일에 쓰는 게 맞나?’나태범은 아주 당연한 듯이 얘기했다. 나태웅은 호흡이 가빠져 나태범을 쳐다보았다.나태범은 심호흡을 하더니 입을 열었다.“됐다. 오늘은 여기서 자고 가. 진정 좀 하고. 또다시 이상한 수작 부렸다가는 안지영이 우리 가문에 시집오지 못하게 만들 테니까 말이다!”당근을 줬으면 채찍도 있어야 하는 법이다.아무리 사랑하는 막내아들이라고 해도 혼낼 때는 따끔하게 혼을 내야 했다.“어르신.”집사가 다가와 자리에서 일어나는 나태범을 부축해 주었다.“저 자식은 오늘 저 의자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하게 해.”“...”“...”의자에서 휴식을 취하라는 건지 벌을 서라는 건지 모를 말이었다.하지만 벌이라고 해도 꽤 나은 편이었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사당에 가서 온종일 꿇어앉아 있어야 할 것이다.“그동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238화

    “진이훈!”“네, 대표님.”“거기 서서 뭐 해! 얼른 돕지 않고!”나태웅이 고함을 질렀다.겨우 한숨을 돌렸던 진이훈은 그런 나태웅의 말을 듣고 온몸이 흐물흐물해지는 것만 같았다.‘나도 같이 죽자는 건가... 아무리 상사의 뜻을 따라야 한다고 하지만...’진이훈은 죽고 싶지 않았다....나태웅은 결국 강제로 끌려 들어갔다.새벽 두 시. 나태범은 실크 잠옷을 입고 얼굴을 찡그린 채 나태웅을 쳐다보았다. 단잠을 방해한 녀석이 썩 곱게 보이지는 않았다.나태범은 화가 난 말투로 말했다.“체력이 남아도는 모양이야?”동영 그룹에서 사람이 되어 온 줄 알았더니만, 지금 보니 사람이 덜 된 것이 분ㅁ여하다.16살 때보다 더 세게 반항하고 있으니 말이다.그때도 나태웅을 진정시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더 어려워졌다.나태범의 사람들은 나태웅을 끌고 들어와 의자에 억지로 앉혔다. 의자에 앉는 순간 나태웅은 얼굴을 찡그리며 불쾌감을 드러냈다.나태범은 그런 나태웅을 보면서 더더욱 화가 났다.“내가 오늘 너한테 한 말을 다 잊은 거야?”“안지영은 지금 킹덤 타운에 있어요. 방법을 대서 거기서 나오게 해야해요.”“...”“...”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이상한 사람 보듯 나태웅을 쳐다보았다. 머리가 아프다는 표정뿐만이 아니었다.나태웅을 잘 아는 사람들은 나태웅이 몇 년 동안 변하지 않았음을 잘 알아낼 수 있었다.동영 그룹에 그렇게 오래 있으면서도 변한 것 하나 없었다.“너 이 자식, 안지영이 킹덤 타운에 산다고 해서 킹덤 타운에 쳐들어가 그런 짓을 벌여?”그렇게 말하면서도 나태범은 가슴 한편으로 뿌듯함을 느꼈다.나태웅이 드디어 조바심을 내니까 말이다.“이유가 부족한가요?”“그래, 내가 방법을 생각해 보마.”“아버지!”옆에 있던 나태현이 언성을 높였다.나태범과 나태현의 시선이 부딪쳤다. 나태현의 눈빛은 차갑고 진지했고 나태범의 시선은 어쩔 수 없다는 것 같았다.나태현은 차갑게 코웃음 치면서 말했다.“프로젝트 두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237화

    나태웅이 킹덤 타운으로 돌아가려 하자 나태현은 화가 나서 나태웅의 뒤통수를 후려쳤다.“너 이 새끼 그만할 때도 됐잖아!”‘어쩌다가 이런 놈을 친동생으로 둬서...’“난 킹덤 타운에 갈 거야. 지금 당장! 얼른 운전해!”나태현은 화가 치밀어올라 숨도 가빠졌다.앞에 앉아 있던 운전기사는 나태웅의 말을 듣고 저도 모르게 백미러를 통해 나태현을 쳐다보았다.나태현은 심호흡을 여러 번 했지만 여전히 진정할 수 없었다. 그리고 화가 난 나머지 충동적인 결정을 내렸다.“그래, 가버려!”그러고는 차에서 내려 문을 쾅 닫았다.차에는 나태웅과 운전기사만이 남았다.나태웅이 차갑게 말했다.“운전해.”운전기사는 그 말을 들으면서 겁에 질려 몸을 벌벌 떨었다.운전기사는 나태웅을 데리고 킹덤 타운에 가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다.오늘 밤 일 때문에 나태현을 데리고 킹덤 타운에 갔을 때 두 사람 눈앞에 벌어진 장면은 그야말로 가관이었다. 나태웅과 장선명 다 이성을 잃고 길길이 날뛰고 있었다.지금 다시 킹덤 타운에 돌아가면 아까보다 더 심하게 싸울 것이다.게다가 나태웅이 계속 부르는 그 안지영이라는 사람도 장선명의 편을 드는 것 같던데.어느새 진이훈의 차가 그들의 앞에 나타났다. 진이훈을 본 운전기사는 동아줄을 잡은 것처럼 기뻐했다. 나태현의 명령도 잊은 채 바로 차에서 내려 도망쳤다.차에서 내린 진이훈은 운전기사가 차를 버리고 도망치는 것을 발견했다.그럼에도 당황하지 않고 나태웅에게 다가가 물었다.“대표님, 오늘은 여기서 묵으실 겁니까?”진이훈은 나태웅이 이곳에서 묵지 않을까 봐서 걱정이었다.지금 나태웅의 상태를 보아하니 진이훈이 운전해도 소용없을 것이다.게다가 화가 잔뜩 난 상태니 곱게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나태웅은 천천히 눈을 떴다.어두운 공간 속에서 나태웅의 두 눈은 위험하게 반짝였다. 밖에 서 있던 진이훈은 싸늘한 눈동자를 보면서 마음속에서 불안함이 피어올랐다.나태웅이 차갑게 얘기했다.“킹덤 타운으로 간다.”“...”그 말을 들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236화

    역시나 사업가의 딸이라 그런지 이익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포기할 수 있는 사람이다.안지영은 나태웅이 전에 안지영을 어떻게 괴롭혔는지 잊은 모양이다.나태웅이 이 사실을 안다면... 더욱 큰 수치심을 느낄 것이다. 다시 또 이곳으로 쳐들어올지도 모른다....난장판은 두 개의 프로젝트 덕분에 끝이 났다.배준우가 떠난 후 장선명은 안지영을 품에 꽉 안은채 물었다.“어떻게 프로젝트 두 개에 본인을 팔 수 있어?”“사실 백서면 충분했는데, 덕분에 서탑까지 가져오게 됐네요.”안지영이 애교 섞인 말투로 얘기했다.그래서 나태현이 처음에 서탑을 얘기했을 때는 가만히 있었지만 백서를 언급하자 바로 허락한 것이다.백서의 프로젝트는 안열이 자주 얘기하던 것이다. 안지영은 백서의 프로젝트가 얼마나 좋은지 잘 알고 있었다.장선명은 여전히 불만스러웠다.“네가 승낙하지 않았으면 나태현이 더 얹어줬을 수도 있잖아.”나씨 가문의 사람들은 재력을 과시하길 좋아한다.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사람이니 이 기회에 더 많은 돈을 뜯어낼 수도 있었는데...장선명의 불평을 들으면서 안지영은 이마를 짚고 얘기했다.“걱정하지 마요. 우리가 더 승낙하지 않았다면 그냥 나태웅을 버리고 갔을걸요?”“...”장선명은 나태현이 그런 냉혈한일 줄은 몰랐다.하지만 안지영은 나씨 가문의 사람들에 대해 어느 정도 잘 알고 있었다.궁지에 몰린 쥐는 고양이도 무는 법이다. 나태현이라면 자기 동생을 버리고도 남을 것이다.장선명 눈가에 생긴 상처를 보면서 안지영은 속으로 나태웅에게 욕설을 가득 퍼부었다.‘정말 미친놈 아니야? 여기까지 쳐들어와서 사람을 떄리다니.’...나태웅은 나태현에게 끌려 나가서 차에 앉았다.그러면서도 화는 전혀 사그라지지 않았다.그런 나태웅을 보면서 나태현은 동생을 죽여버리고 싶다는 충동이 들 정도였다.나씨 가문에 도착한 후 나태현이 입을 열었다.“직접 가서 회장님께 얘기 드려.”두 프로젝트는 나태웅 때문에 넘기게 된 것이다.사실 나태현은 킹덤 타운에 가기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235화

    분위기는 차갑기만 했다.장선명의 태도는 아주 결연했다. 나태웅이 오늘 일에 대한 책임을 다하지 않으면 킹덤 타운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배준우는 안지영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면서 그만하자는 눈빛을 보냈다.하지만 안지영은 고개를 홱 돌려 시선을 피했다.안지영은 이미 나태웅 때문에 화가 극에 다다랐다. 그런데 그런 나태웅을 위해 장선명을 말리라고? 왜? 안지영의 태도는 장선명과 같았다.그런 안지영의 태도를 본 배준우는 나태웅에게로 시선을 돌려 눈치를 주었다.나태웅도 알 수 있었다.나태웅은 차가운 안지영의 태도에 이를 꽉 깨물었다.모든사람이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이때 나태현이 장선명을 보더니 입을 열었다.“그러면 서탑의 프로젝트를 너한테 줄게.”장선명은 그 말을 듣고 차갑게 웃었다.“내가 약혼녀를 팔아넘길 사람으로 보여요?”“...”“백서의 프로젝트도.”“내가...”장선명은 화가 났다.하지만 장선명이 화를 쏟아내기도 전에 안지영이 장선명의 손을 잡아 그만하라는 신호를 보냈다.장선명은 어리둥절해져서 안지영을 쳐다보았다.“그래요. 호탕해서 좋네요. 받아들일게요.”“안지영!”장선명이 이를 꽉 깨물었다.“이제 가세요.”“...”장선명은 화가 나서 죽을 것만 같았다.장선명은 그깟 돈에 안지영을 팔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안지영은 흔쾌히 자신을 팔아넘겼다.화가 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안지영의 허락을 받은 나태현과 배준우는 다 한숨을 돌렸다.나태현이 일어서서 나태웅을 향해 얘기했다.“가자.”하지만 나태웅은 여전히 화가 난 표정으로 안지영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 차가운 눈빛은 안지영을 난도질하는 것만 같았다.그런 나태웅을 본 나태현은 얼른 일어나 나태웅을 끌어갔다.“가자니까.”이러고 있다가는 더 큰 일을 벌일 것이 분명하다.나태웅은 나태현에게 거의 끌려 나가면서도 끝까지 안지영을 노려보고 있었다.‘안지영이 왜 허락하는 거지? 왜 장선명 대신 결정하는 거지? 안지영이 장선명의 뭐라도 되는 줄 알아? 자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234화

    급한 일이기는 하지만 배준우는 일단 품속의 고은영부터 다독였다.이렇게 귀엽고 포근한 아내를 두고 집을 나서야 한다니. 짜증이 나지 않을 수 없었다.‘나태웅은 다른 남자의 여자를 넘보고 있으니. 이런 기분을 모르겠지.’배준우는 나태웅이 안지영과의 사이를 제대로 처리 못 해서 이 사달이 난 것이라고 생각했다.이제 나태웅과 안지영의 사이는 더 이상 돌아갈 수 없을 정도로 비틀어졌다. 그러니 이렇게 애를 써봤자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배준우는 나태웅에게 무슨 말을 해줘야 할지 몰랐다.“먼저 자. 난 늦게 돌아올 거니까.”“지영이 일 때문이에요?”고은영이 고개를 들고 물었다.“응, 아마도 그런 것 같아. 나태웅이 킹덤 타운에 갔대. 안지영은 지금 킹덤 타운에서 장선명과 동거 중이거든.”배준우의 말을 들은 고은영은 사건의 자초지종을 대충 알 것 같았다.안지영을 향한 나태웅의 집착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이런 상황에 놓인 안지영을 떠올린 고은영이 얘기했다.“나도 같이 갈게요.”“그러지 마. 같이 가 봤자 싸우는 모습만 보고 올 텐데.”“...”고은영은 그들이 싸우는 모습을 상상해 봤다.정말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장선명과 안지영은 다 성격이 좋은 편이 아니다.거기에 궁지에 몰린 나태웅까지 더해지면...“그래요. 그럼 난 안 갈게요.”고은영이 대답했다.고은영은 약간 맥이 빠졌다.고은지는 오늘 이미 천락 그룹에 출근했다. 고은영은 고은지가 이렇게 빨리 움직일 줄 몰랐다.배준우가 킹덤 타운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열두 시 반이었다.거실은 이미 난장판이 되어있었는데 이곳에서 싸움이 벌어진 게 분명했다.나태현은 이미 도착해있었다.거실의 분위기는 북극보다도 춥고 무거웠다.장선명은 소파에 앉아 담배를 피고 있었는데 입가에 피가 묻어있었다. 안지영은 그런 장선명 옆에 앉아 있었다.나태웅은 다른 의자에 앉아서 머리를 감싸 쥐고 있었다. 얼굴에도 피가 덕지덕지 묻어있었다.말하지 않아도 두 사람이 얼마나 격하게 싸웠는지 알 수 있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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