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유미는 임유진의 목소리에서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유진 씨, 왜 그래요? 무슨 일 있어요?”“그게... 다음에 만나면, 그떄 얘기해 줄게요.”임유진은 애써 괜찮은 척 목소리 톤을 높였다.“윤이한테는 미안하다고 전해줘요. 오늘 못 먹은 케이크는 내가 다음에 꼭 사주겠다고도 얘기해주고요.”“유진 씨, 내가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힘든 일 있으면 언제든지 나 찾아와요. 빈말 아니에요.”탁유미는 어느샌가 임유진을 정말 자신의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었다.출소 후 이경빈을 피해 급급히 도망가느라 친구들과는 전부 연락이 끊어져 버렸고 S 시에 정착한 뒤에도 친구라고 부를 만한 사람은 없었다.하지만 우연인지 운명인지 그녀는 임유진이라는 여자를 만나게 됐고 언제부턴가 그녀를 정말 친구로 생각하게 됐다.“고마워요, 언니. 하지만 난 정말 괜찮아요.”임유진은 그녀를 안심시킨 후에야 전화를 끊었다.입 밖으로 내뱉은 말처럼 그녀는 정말 괜찮을 것이다. 어차피 이건 그저 또 한 번의 실연일 뿐이고 또 한 번 천국에서 지옥에 떨어졌을 뿐이다.아니, 억울함으로 가득했던 그때의 지옥보다는 조금 나은 지옥이겠다. 지금의 그녀는 적어도 자유의 몸이고 어디든 갈 수 있고 뭐든지 할 수 있다!철창에 갇혀 누군가의 발길질에 힘없이 쓰러져 당하고만 있었던 그런 나날은 다시는 없을 테니까.임유진은 문득 수중에 있는 휴대폰을 바라봤다.강지혁이 전에 선물해줬던 휴대폰은 어제 산속에서 고장이 났고 그녀는 하는 수 없이 유심칩만 꺼낸 후 원래 쓰던 핸드폰을 쓰게 되었다.결국, 그녀는 그저 강씨 저택에 들어섰을 때와 똑같이 그곳을 나온 것뿐이다. 휴대폰, 옷, 신발 등 이 모든 것들은 다 예전의 그녀가 썼던 물건들이다.임유진은 자신이 마치 12시가 지나면 볼품없는 여자로 돌아가는 신데렐라처럼 느껴졌다.그때, 은색 포르쉐 한 대가 버스 정류장 근처에 멈춰 섰고 한지영이 다급하게 차 문을 열고 내리더니 헐레벌떡 임유진에게로 달려왔다.“유진아, 너...”그녀는 임유진의 낡은
최신 업데이트 : 2024-03-12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