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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2화

임유진은 그렇게 캐리어를 끌고 정처 없이 걷다가 강씨 저택에서 제일 가까운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다. 정류장 벤치에 어느 정도 앉아있었을까, 갑자기 그녀의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렸다.

그녀는 전화가 거의 끊어질 때쯤 휴대폰을 꺼냈고 화면을 보니 발신자는 한지영이었다.

임유진은 그녀의 이름을 보는데 문득 코가 시큰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통화버튼을 누르자 전화기 너머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진아, 어디야? 나랑 연신 씨 지금 너희 집으로 가려고 하는데.”

임유진은 그제야 오늘이 그녀의 생일이고 생일 파티에 한지영과 백연신도 초대했다는 것을 떠올렸다.

하지만 이제 생일 파티는 부질없어져 버렸다!

“오지 마. 나랑 강지혁 헤어졌어. 생일 파티는 없을 거야.”

임유진은 지금 말하는 한마디 한마디가 쓰게 느껴졌다.

한편, 이 말을 들은 한지영은 몇 초간 멍하니 있다가 다급하게 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헤어졌다니? 너랑 지혁 씨가? 왜? 아니, 그보다 너 지금 어디야?!”

갑작스러운 상황에 한지영은 매우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임유진의 목소리가 너무나도 평온해서 불안한 마음마저 들었다.

임유진이 만약 욕이라도 하고 울기라도 했다면 이렇게까지 불안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담담한 거로 봐서 임유진은 지금 고통을 꾹 누르고 있는 게 분명했다.

마치 감옥에 있을 때 그 많은 고통을 전부 마음속 한구석에 담아둔 것처럼 말이다.

임유진은 그 시절, 날이 갈수록 빛이 바래졌고 결국에는 어둠에 잠식당했었다.

그러다 출소한 후 강지혁과 만나며 그녀도 이제 사랑을 하고 원래의 밝은 임유진으로 돌아오려고 하는 중이었는데 이대로라면 또다시 그 절망밖에 없던 모습으로 돌아갈지도 모른다.

한지영은 그것만큼은 보고 싶지 않았다.

“유진아, 내 말 들려? 너 어디 있냐고! 대답해!”

한지영이 다급하게 외쳐봤지만, 임유진에게서는 아무런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다.

“너 지금 얘기 안 하면 나 연신 씨한테 부탁해서 너 사는 지역 CCTV 전부 돌리라고 할 거야. 경찰에 신고도 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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