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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0화

그리고 손에 든 케이크도 놓치고 말았다.

아까 몸을 돌린 순간 가게 앞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실루엣이 보였다. 그리고 그 실루엣은 지금 차에 기댄 몸을 세우더니 달빛을 받으며 천천히 그녀에게로 걸어오고 있었다.

머리는 항상 그랬듯 단정하게 세팅하고 검은색 정장은 그의 몸에 딱 맞게 자리 잡아 완벽한 몸매가 그대로 드러났다. 그리고 금욕적인 얼굴은 조금 차가워 보이기도 했고 사람 마음을 꿰뚫어 볼 듯한 눈동자는 마치 먹잇감을 노리는 짐승 같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 그 눈동자가 그녀를 빤히 바라보고 있다.

탁유미는 순간 흐르던 피가 멈춘 듯 자리에서 굳어버렸고 주위 공기마저 차갑게 느껴졌다.

이경빈!

이 남자가 결국에는 그녀를 찾아내고야 말았다!

백화점에서 도망갔을 때 탁유미는 언젠가 이런 상황이 올 줄 어느 정도 예감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제는 더 이상 그에게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이번에야말로 그가 그녀를 찾아낼 것이라고.

하지만 이렇게까지 빠를 줄은 몰랐다. 미처 이 상황에 대비할 마음의 준비도 하지 못한 채 이 남자를 마주해야 했고 지금 그녀는 숨이 멎을 지경이었다.

“오랜만이야.”

싸늘한 목소리가 정적을 깨고 울려 퍼졌다.

그러자 탁유미의 몸은 어쩔 수 없이 그의 목소리에 반응하듯 흠칫 떨리고 만다.

오랜만이려나...?

백화점에서 도망갈 때 스치듯 봤던 그의 옆모습이라면 확실히 오랜만이 맞을 것이다.

그러면 그전에 마지막으로 본 건 언제였지? 아, 법정에서 그가 증인이 되어 그녀에게 죄를 입힌 그날이려나?

이경빈은 그날 그 예쁜 입으로 직접 그녀를 지옥으로 밀어 넣었다.

그때 아마 ‘네가 지은 죄 달갑게 받아!’라고 했었나?

하지만 탁유미는 죄를 지은 적이 없었다. 뭔가 오해가 있을 것이라고 외치고 또 외쳤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고 그녀는 그가 내린 ‘벌’을 그저 달게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녀에게 죄가 있다고 한다면 그건 아마 이경빈을 사랑한 죄밖에 없을 것이다.

그녀를 감옥에 밀어 넣은 장본인이 지금 그녀에게 ‘오랜만이야’라는 인사를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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