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문철이 자신의 인생을 조종하려는 시도가 싫었던 것일까? 아니면 그와 유진의 이별이 강문철이 쓴 계략의 결과물이기 때문일까? 아니다, 이별은 그가 스스로 내린 결정이었다. 만약 이번에 강문철이 개입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아마 강지혁은 임유진과 이별했을 것이다. 유진의 마음속에 강현수가 존재하는 한 그는 늘 불안해하고 그녀를 잃을까 봐 전전긍긍하며 언젠가 그녀가 자신을 배신할까 봐 두려워할 것이다. 매일 이런 두려움에 시달리느니 차라리 이 관계를 자신이 끊는 것이 낫다. 그저 한낱 여자일 뿐이고 단지 1년도 채 되지 않는 감정일 뿐이다. 그에게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는 마음속으로 이렇게 말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가슴 한구석에서는 알 수 없는 아픔이 느껴졌다.그녀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그에게는 고통인 듯했다.“어, 임유진 씨네요." 앞 좌석에 있던 고이준이 갑자기 이렇게 말했다. 강지혁은 몸을 번쩍 일으켜 본능에 이끌리듯 차창 밖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는 멀지 않은 앞쪽 도로변에서 그 날씬한 실루엣을 보았다. 그녀는 회색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있었고 긴 머리는 간단하게 하나로 묶었다. 그 청초한 얼굴은 며칠 만에 더 수척해진 것 같았고 그녀가 입고 있는 티셔츠도 헐렁한듯했다. 그리고 그녀의 앞에는 남자가 한 명 서 있었는데 그녀의 아름다운 눈동자는 그 남자를 향해 있었고 얼굴에는 은은한 미소가 어려있었다. 그 미소는... 강지혁의 눈을 아프게 찔렀다. 그의 기억이 틀리지 않았다면 이 남자는 곽동현이라는 사람일 것이다. 유진이 환경위생과에서 일할 때 함께 일했던 사람이고 그때 유진을 좋아했던 사람이다.강지혁의 얼굴색이 눈에 띄게 어두워졌고 순식간에 차 안의 분위기는 무섭게 가라앉았다.처음 말을 꺼냈던 고이준은 아주 후회하고 있었다. 왜 굳이 이 말을 했을까? 말하지 않았다면, 대표님은 아마 그녀를 보지 못했을 테니까. 고이준은 백미러로 강지혁의 차가운 표정을 보면서 자신을 걱정해야 할지 임유진을 걱정해야 할지 파악이 안 됐다.하지만
차가 그녀 앞을 지나쳐 가며 정차하지 않았다. 이것이 제일 정상적인 상황이 아닐까? 그들은 이미 헤어졌고 이제부터는 각자의 인생을 살아갈 것이니 더는 서로 상관없어진 것이다. 임유진은 자신한테 조용히 읊조렸다.“유진 씨, 무슨 일 있어요? 뭐 보고 있어요?”곽동현의 목소리가 다시 그녀의 귀에 울려 퍼졌다. 임유진은 시선을 돌려 곽동현을 다시 바라보며 말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저는 볼일이 있어서 먼저 가봐야겠어요!” “잠깐만요!”곽동현이 서둘러 말했다. “어디 가는 거예요? 제가 바래다줄게요. 제 차가 바로 근처에 있어요.” “괜찮아요. 저는 버스 타고 가는 게 편해요.”“그럼...”그는 잠시 망설이다가 주머니에서 명함을 꺼내 임유진에게 건넸다.“이건 제 명함이에요. 여기에 제 연락처랑 지금 일하는 곳 주소가 있으니 제가 유진 씨를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찾아와요!”임유진은 눈앞의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는 환경위생과에서 보았던 때와 달리 더는 작업복을 입고 있지 않았고 정장을 차려입고 있었으며 머리 모양도 바뀌었다. 그리고 그가 건넨 명함에는 차량 대리점의 이사라는 직함이 적혀 있었다. 보아하니 그가 정말로 사업을 시작한 모양이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 그가 그녀를 바라보는 눈빛은 환경위생과에서 그랬던 것처럼 맑고 수줍으며... 여전히 그녀를 존중했다. 그렇다, 그는 그녀를 바라보는 시선에 존중을 담고 있었다. 당시 다른 사람들이 그녀를 감옥에 갔다 왔다고, 길거리 청소를 한다고 무시했을 때 그는 절대로 그런 적이 없었다. 그녀가 한참 동안 명함을 받지 않자 곽동현의 얼굴에 다시 의문이 스쳐 갔다. “왜 그래요? 혹시 무슨 문제라도 있어요?” 임유진은 가볍게 눈을 내리깔고 고개를 흔들며 명함을 받았다. “아니에요. 동현 씨가 차량 대리점의 이사가 될 줄 생각도 못 해서 그래요.” “제가 돈을 좀 투자해서 이름만 걸어놓은 거예요. 사업은 아직 시작하는 단계에 있어요.”곽동현이 쑥스러운 듯 웃으며 말했다.
고이준은 차 안에서 한마디도 하지 않는 자신의 상사 주변으로 퍼져 나오는 차가운 기운에 온몸이 오싹해지며 차량 내부의 온도가 급격히 떨어진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차량이 회사 빌딩 아래에 도착한 뒤 강지혁이 내리려 할 때 갑자기 한 사람이 옆에서 뛰쳐나와 강지혁을 향해 돌진했다. 그러나 그는 곧바로 빌딩 입구의 경비원들에 의해 가볍게 제압됐다.그는 대략 30세 정도로 보이는 남성으로, 평범한 복장을 하고 있었는데 제압된 후에도 강지혁에게 바락바락 소리쳤다.“당신이지. 당신이 지시해서 우리 세령 여신을 연예계에서 퇴출하게 했다고 들었어! 어떻게 그럴 수 있어? 그녀가 당신에게 무슨 잘못을 했는데! 그녀의 언니는 당신의 약혼녀이기도 했잖아!”남성은 자신의 마음속 여신을 위한 정의를 구현하려 강지혁과 대치할 생각인 듯 했다. 곁에 있던 고이준은 이를 듣고서 내심 놀랐다... 진세령을 연예계에서 퇴출시킨 일은 사실 임유진과도 관련이 있었다. 현재 대표님과 임유진이 헤어진 상태이니 임유진과 관련된 모든 것은 금기시되고 있다고 봐야 했다. 그런데 지금, 이 겁을 상실한 사람이 그 금기를 건드렸다.“대표님, 경찰에 맡기시죠.”고이준은 이렇게 말하고 옆에 있는 경비에게 경찰에 전화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그 남성은 계속해서 소리쳤다. “그래, 신고해! 나는 두렵지 않아. 나는 세령 여신을 위한 정의를 구현하기 위해 여기 있는 거야. 강지혁, 당신이 가진 권력이 하도 커서 아무도 세령 여신을 위해 목소리를 내주지 않으니, 내가 그녀를 위해 목소리를 내겠어. 강지혁, 당신 같은 사람은 진심으로 누군가를 사랑해본 적이 없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는 모든 것을 희생할 수 있다는 걸 모르지. 나는 세령 여신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할 수 있어!”그 남성은 진세령의 열렬한 팬이었다. 그가 피운 소동으로 인해 빌딩을 드나들던 직원들과 데스크의 직원들이 모두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고이준은 강지혁의 곁에 서 있었기에 그 남성이 이 말을 한 후... 대표님의 기
예상치 못하게도 강지혁이 정말로 멈췄다. 고이준은 깜짝 놀랐다. 방금 자신이 한 말이... 정말로 효과가 있었나? 지금 강지혁은 고개를 숙여서 자신의 피 묻은 손을 바라보고 있었다... 예전에 그녀가 그의 손이 매우 아름답고 깨끗하다고 말했던 것을 그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손에 얼마나 많은 피와 세상의 어둠을 묻혔는지 그녀는 몰랐다. “그러네, 정말 손이 더러워졌네...”강지혁이 낮게 중얼거렸다. “대표님, 손을...” 옆에 있던 고이준은 서둘러 깨끗한 손수건을 건넸다. 강지혁은 손수건을 받아서 손에 묻은 피를 닦아내고는 바닥에 누워 있는 남자에게 더는 관심이 없는 듯 그를 지나쳐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고이준도 서둘러 몇 마디 지시하고는 빠르게 건물로 따라 들어갔다. 방금 그 장면을 목격한 사람들은 모두 마음속으로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평소에 차갑고 고귀해 보이는 대표님이 한번 손을 쓰면 얼마나 무서운지, 마치... 이성을 잃은 맹수와 같았다. 수백만의 생명이 그의 손에 죽었다 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것처럼, 마치 생명이 그에게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비서 따라오지 마.” 강지혁은 대표이사실 입구에서 고이준에게 담담히 지시했다. “예!”고이준이 대답했다. 강지혁은 혼자 사무실로 들어갔고 이윽고 사무실 안에서 소음이 들려왔다. 밖에 서 있는 고이준은 오늘 대표님의 이례적인 행동과 분노가 모두 임유진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두 사람은 이미 헤어졌는데... 보아하니 임유진이 대표님에게 여전히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다.오늘 거리에서 임유진 곁에 있던 그 남자와 임유진은 무슨 관계일까, 대표님은... 신경 쓰고 있는 건가? 하지만 이 물음들에 대한 답변들을 고이준은 알 길이 없다. 이 시각, 대표이사실 안에서 강지혁은 어질러진 바닥을 보면서 한 손으로 옆에 있는 강화 유리창을 세게 내리쳤다. “진심으로 사랑해본 적 있냐고?”갈라져서 부서지는 목소리가 그의 입에서
임유진은 이제 누명을 벗었기에 다시 변호사 일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녀는 변호사의 길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를 잘 알고 있다. 법적으로 무죄가 증명되었음에도 감옥에 갔었다는 사실은 여전히 그녀에게 걸림돌이 될 것이다. 본인이 3년 동안이나 무고하게 감옥살이를 한 변호사의 능력을 과연 얼마나 되는 사람들이 믿어 줄까? 그리고 그녀의 사건은 변호사들끼리의 내부에서도 잘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 사람은 그녀의 사건을 단지 가십거리로만 여기며 그녀의 경험에 관심이 있었지만 그게 그녀의 능력을 신뢰한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이번에 그녀는 인터넷에 많은 이력서를 제출했지만, 최종적으로 면접을 보러 오라고 연락이 온 곳은 이 한 곳뿐이었다. 어찌 됐든 그녀는 스스로 최선을 다해 노력해보기로 했다. 변호사가 되는 것은 오래전부터 꿈꾸어 온 것이며 항상 이 꿈을 위해 노력해 왔다고 그녀는 자신을 다독였다. 데스크에 도착한 임유진은 직원에게 말했다. “안녕하세요, 오늘 면접 보러 온 임유진입니다.”그녀는 한때 가장 유망한 신임 변호사로 평가받았지만 몇 년의 공백이 있고 난 뒤 이 분야로 다시 발을 들여놓으려면 가장 기본적인 변호사 보조직부터 시작해야만 했다. “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상대방이 말했다. “차 변호사님이 현재 다른 사람을 면접 중이세요. 의자에 앉아서 잠시 쉬고 계세요.”하여 임유진은 옆에 있는 의자에 앉아 기다리려고 하는데 그때 갑자기 누군가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유진 씨, 여기서 뭐하고 있어요?”임유진이 고개를 들어보니 앞에 있는 사람은 놀랍게도 예전에 근무했던 로펌의 동료였던 정한나였다.과거에 정한나는 임유진에게 적지 않은 피해를 주었고 심지어 임유진의 사건이 뒤집히기 전에 그녀의 사례를 신입 동료들 앞에서 교육용 사례로 사용하여 그녀를 모욕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그 후로 정한나를 다시 본 적이 없고 그녀가 그 사무소에서 해고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었다. 여기서 다시 정한나를 만나게 될 줄은 생각
정한나는 눈이 번쩍 뜨여서 갑자기 흥분하기 시작했다. 임유진은 면접을 마치고 나오자마자 바로 정한나와 마주쳤다. “유진 씨, 왜 여기에 면접을 보러 왔어요? 남자친구는 알고 있나요? 유진 씨가 만약 다시 변호사가 되고 싶다면, 남자친구가 손가락 하나만 까딱해도 유진 씨에게 로펌을 차려줄 수 있는 거 아니에요?”정한나가 가식적으로 웃으며 말했다. 정한나의 옆에 있던 동료가 이 말을 듣고는 놀라면서 임유진을 아래위로 한번 훑고는 말했다.“한나 씨, 농담하는 거 아니죠? 이분 남자친구가 손쉽게 로펌을 차려줄 수 있는 거 맞아요?”“제가 왜 농담을 하겠어요.”정한나가 친절하게 설명하는 모양새로 말했다. “유진 씨 남자친구가 바로 강지혁인데 이 S시에서 강지혁이 로펌 하나 차려주는 것은 식은 죽 먹기죠.”하지만 그녀의 말이 끝나자 주변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한나 씨, 잘못 들은 거 아냐? 이분 남자친구가 강지혁이라고?" “농담도 정도껏 해야지, 만약 이분 남자친구가 정말 강지혁이라면, 내 남자친구는 강현수야!”“정말이지, 우리 변호사들은 증거로 말을 해야 하는 거잖아요. 만약 강지혁이 이 말을 듣는다면 당신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할지도 몰라요.”“저 정말 거짓말 안 했어요. 이건 사실이에요.” 하필 이때 정한나는 진지하게 임유진을 보면서 말했다. “유진 씨도 말 좀 해봐요. 다른 사람들이 내가 농담하는 줄 알잖아요. 강지혁이 당신 남자친구 맞잖아요. 게다가 유진 씨를 잘 지켜주고 유진 씨에게 되게 잘해주잖아요!” 정한나가 진지하게 임유진에게 바람을 넣을수록 주변의 비웃음 소리는 더 커졌다. 임유진은 냉랭하게 정한나를 쳐다보았고 이 상황은 정한나가 의도한 것으로 자신을 난처하게 만들기 위함임을 알고 있었다. 임유진은 정한나를 지나쳐 그 자리를 떠나려고 했다.정한나는 이 기회를 절대로 놓칠 리가 없었고 바로 임유진을 붙잡으며 말했다.“참나, 유진 씨, 말해봐요. 내 말이 맞죠? 강지혁이 당신 남자친구 맞죠? 다른 사람들이 날 우습게 보
그 여자는 마치 황태자의 힘을 빌려 연예계에 발을 들이려고 하는 것 같았다. 많은 사람이 얘기하는데 돼지 한 마리라 할지라도 황태자가 스폰만 해준다면 여우주연상도 받을 수 있다고 한다.지금의 임유진을 봐도 강현수가 이미 그녀를 뒷전으로 한지 오라다.그것만 생각하면 정한나는 새여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그녀는 임유라가 강지혁과 강현수의 도움 없이도 계속 날뛸 수 있을지 궁금했다.-호텔 스위트룸, 탁유미는 소파에 앉은 채 다리에 노트북을 올려두고 업무 중인 이경빈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그는 그녀를 어젯밤부터 지금까지 잡아두고 있었다.그러다가 날이 또 지날 것 같았다.지금 상태로 봐서는 이경빈이 언제까지 그녀를 잡아두고 있을지도 미지수였다.한편 윤이식당, 그녀는 직원에게 전화를 걸어 오늘 하루만 쉬게 하고 대외영업은 하지 않도록 했다.탁유미로서는 어젯밤 이경빈이 아이를 갖자고 한 요구가 그저 우스울 뿐이었다.이 남자는 그녀가 뭔 줄 아는 거지? 그저 물건 따위? 그가 아이를 갖고 싶다면 아이를 낳아주고 갖기 싫다면 한 명도 낳을 수 없는 건가?그래, 그녀는 그저 물건 따위였다. 탁유미는 마음속으로 자소했다. 처음부터 그한테 그녀는 복수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었다.그의 마음속에서, 그의 유일한 사랑은 공수진뿐이었다.그는 자신의 다정함, 연민과 보살핌을 모두 공수진에게만 보여줬다. 반면 그녀에게 남겨준 건 오직 잔인함 뿐이었다.갑자기 핸드폰 벨소리가 울렸다. 탁유미는 핸드폰 화면을 보니 엄마한테서 걸려 온 전화였다.그녀는 잠깐 멈칫하더니 결국 전화를 받았다. 그의 의심을 받고 싶지 않아서였다.한편 핸드폰 너머로는 엄마의 불안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너 오늘 가게 문 왜 닫았니? 무슨 일이야?”“저 이경빈이랑 마주쳤어요.”탁유미는 그저 이 한마디만 했다.순간, 핸드폰 너머로는 숨 막힐듯한 침묵만 흘렀다.“엄마,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할게. 걱정 안 해도 돼요.”탁유미는 말을 마치고 급히 통화를 종료했다.그녀는 이렇게 말하면 엄마
이경빈은 여자들에게 의심할 여지 없이 매력적이었다.탁유미는 갑자기 옛날 생각이 떠올랐다. 그때 그녀는 이경빈이 마시고 난 생수마저 한 모금 더 마시려고 했다. 좋게 말하면 간접키스가 하고 싶었던 것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는 무서울 정도로 순진했었다.그녀는 깊게 한숨을 들이쉬고 입을 열었다.“이경빈, 너도 잘 알겠지만, 넌 날 가둘 자격 없어. 난 지금 자유의 몸이야.”“자유?”그는 가볍게 비웃더니 계속해서 말했다.“그럼 네 생각엔 너의 자유를 빼앗으려면 난 또 얼마의 대가를 치러야 할까?”이 말은 마치 협박과도 같았다.그녀는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만약 그가 원한다면 그는 다시 이유를 찾아 그녀를 감옥에 보낼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그녀의 자유를 통제할 수 있다고 알려준 셈이었다.감옥에서 지냈던 나날을 떠올리면 탁유미는 자기도 모르게 몸을 가늘게 떨었고, 얼굴빛도 점점 창백해졌다. 그녀는 붉은 입술을 꼭 오므린 채 마치 마음속의 두려움을 필사적으로 억누르고 있는 듯 무릎 위에 늘어뜨린 두 손을 꽉 움켜쥐었다.그녀의 모습에 그는 무심결에 미간을 찌푸린 채 곧 손에 들고 있던 생수병을 내려놓고 그녀의 곁으로 다가갔다.“너 왜 그래?”그의 손이 그녀의 손에 닿는 순간, 그녀는 갑자기 비명을 질렀다.“손대지 마!”그 말투와 눈빛에는 비할 바 없는 혐오가 담겨있었다.이경빈은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탁유미의 손을 잡아챘다.“널 정말 건드렸다고 해도 뭐가 문젠데? 탁유미, 내가 널 건드리지 않으면 안 건드렸지, 너한텐 거절할 권리 따윈 없어.”손목에서 서서히 전해오는 통증은 탁유미의 정신을 바짝 차리게 했다.눈에 담긴 무심하고 또 준수한 그의 얼굴은 그녀로 하여금 지금 감옥에 있지 않다고 알려주는 것 같았다.방금... 그녀는 갑자기 정신이 흐려지더니 마치 다시 감옥에 있던 시절로 돌아간 듯했다.아니, 그녀는 다시 감옥으로 돌아갈 수 없다. 지금의 그녀는 절대 다시 감옥으로 돌아갈 수 없다. 그녀는 윤이도 키워야 한다.“이경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