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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9화

임유진은 문득 고개를 숙여 자신의 평평한 배를 바라봤다.

어쩌면 이번 생은 정말 아이를 가질 수 없을지도 몰랐다. 전에는 임신할 수 없는 몸이라 포기했지만, 지금은 몸이 괜찮아도 마음이 괜찮지 않았다. 이제 더 이상 사랑을 시작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임유진이 식당에 도착한 건 저녁 8시가 다 돼서였고 다행히 피크 타임은 피할 수 있었다.

“왔어요?”

탁유미는 임유진을 반갑게 맞이하고는 조금 초췌한 그녀의 얼굴을 보며 물었다.

“밥은 먹었어요? 일단 식사부터 할까요?”

“그럼 언니, 나 칼국수 한 그릇 먹고 싶어요.”

“잠깐만 기다려요.”

탁유미는 얼른 주방으로 달려가 주방장에게 부탁했고 몇 분 후 뜨끈한 칼국수가 임유진 앞에 놓였다.

“먹어요. 하루 지나긴 했지만, 생일 축하해요!”

“고마워요.”

임유진은 아무 말 없이 식사하기 시작했다. 탁유미는 방해하지 않으려는 듯 먼저 손님을 받고 주방일도 돕다가 임유진이 식사를 마친 후에야 다시 그녀 곁으로 다가갔다.

“어제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무슨 일이 있었던 건데요?”

탁유미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나 강지혁이랑 헤어졌어요. 지금은 그 집에서 나왔고요.”

하룻밤 지나고 나니 이런 얘기도 평정심에 할 수 있게 됐다. 이대로라면 그를 향한 마음들도 조만간 전부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한편 탁유미는 너무나도 평온해 보이는 그녀를 보며 더더욱 걱정이 일었다. 그녀 역시 힘든 사랑에 다치고 할퀴어 넝마가 된 사람이라 임유진의 평온함도 그저 고통을 억누르고 있는 것뿐이라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그녀에게 힘이 나는 조언을 해주고 싶었지만, 자신에게는 그런 자격도 없거니와 이 상황에서 어떤 위로를 건네야 좋을지 감이 서지 않았다.

오직 시간의 흐름만이 그녀의 상처를 전부 치유해 줄 수 있는 건 아닐까?

“언니, 걱정하지 마세요. 나 그렇게 쉽게 무너질 사람 아니에요.”

임유진은 탁유미 눈에서 자신을 향한 걱정을 읽고는 애써 입꼬리를 올리며 웃어 보였다.

“참, 이건 내가 윤이 주려고 산 케이크예요. 어제는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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